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54화 (254/328)

ep.257화

"하아..."

에고스틱과 함께 '신의 기사'라는, 이상한 괴생명체를 잡고 온 이후.

스타더스는, 한동안 꽤 오랜 고민의 시간에 빠져있었다.

"뭐였을까... 대체..."

의문인 점이 한두개가 아니였다.

대체 왜 경기도 아래에 이집트풍의 유적이 잠들고 있던건지, 그 강한 적의 문제는 뭐였는지.

그리고 대체. 에고스틱은 이를 어떻게 알고있던건지.

"....으으음."

...물론 그녀가 고민한다고 해서, 딱히 정답이 나오는건 아니였다.

심지어 그 유적이 있던 자리에 다시 가보기까지 했으나, 그곳엔 아무것도 없었다. 분명 무너지긴 했으니 잔해라도 남아야할텐데 말이지.

물론 이 미스터리한 비밀을 알 방법은, 당연하게도 에고스틱에게 직접 물어보는게 제일 쉬운 방법은 맞겠지만은...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글쎄... 나중이 언제일까.

일단 목소리만 들었을때 거의 확실했던건, 에고스틱은 그 말을 꺼낼때 굉장히 머뭇거렸다는 것. 정확히는 말하는걸 굉장히 곤란해하는게, 그녀에겐 느껴졌다.

...그래. 언젠가는 말해주겠지.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고, 일단은 넘기기로 했다.

아마 그의 반응으로 봤을때 당장 대한민국에 저런 이상한게 더 남은것 같지는 않으니까.

아마 언젠가는 그도 알려주겠지

다만...

"으응..."

히어로 협회 사무실. 창 뒤로 햇볕이 잘드는 그곳.

그곳에서 스타더스는 햇빛에 반짝이는 금색의 머리를 한손으로 꼬며, 생각에 잠겼다.

그때 유적에서의 전투.

에고스틱이 자신에게 계속 명령을 내리고.

그녀는, 그의 말만을 따라. 그를 전적으로 믿어가며 행동했던 그 경험.

"....."

상당히 그녀에게 있어서, 음, 인상적인 경험이였다.

마치 에고스틱과 자신이 하나가 된 거 같이 막, 생각이 공명하는 느낌...? 그런 느낌은 처음이였...

"뭐라는건지..."

그렇게 생각하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가슴을 억누른채 중얼거렸다.

...하루야. 빌런한테 그런 생각을 가지면 어떡해. 정신 차려야지.

에고스틱은 테러를 막 하는 못된 빌런이야... 못된... 음, 못된것 까진 아니고...

하여튼.

'결국엔 이번에도 에고스틱의 도움을 받았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했다.

요즘들어 계속 온갖 위험한 빌런들을, 다 에고스틱의 도움덕에 막고있다. 미스트메이커부터 이상한 괴물들까지.

아니, 사실 따지고보면 요즘들어도 아니지. 처음부터, 한은그룹때부터, 월광교의 태풍 사건때부터 계속. 그녀의 곁에 에고스틱이 있었다.

이제는, 에고스틱이 없는 삶이 상상도 되지 않을 정도로.

그리고 그녀는.

그게, 매우 곤란했다.

"...."

스타더스.

그녀는 스스로의 정체성을 히어로라고 생각한다.

정의롭고, 늘 악을 징벌하며, 사람들을 위해 헌신하는. 히어로.

그리고 빌런들은 전부, 히어로에게 있어서 타협할 수 없는 척결의 대상. 적이였다.

...그렇기에, 그녀는 에고스틱에게 자신이 느끼는 감정이 늘 혼란스러워 질 수밖에 없었다.

싫어하고 싶은데, 싫어할 수가 없다. 보면 분노가 차올라야 하는데, 오히려 보면 입꼬리가 올라간다. 그가 없는 삶을, 더이상 상상할 수 없었다.

그는 빌런인데. 빌런한테 그러면 안되는데...

만약 그가, 정말 빌런만 아니였더라면...

"...뭐래."

거기까지 멍하니 입술을 매만지며 생각을 이어나가던 그녀는, 순간 화들짝 놀라며 약간 붉어진 볼로 생각을 멈췄다.

...그래. 지금 이런 생각할때가, 어, 아니야.

뉴스. 그래, 뉴스나 켜보자.

그렇게 그녀는 붉어진 얼굴을 식히며, 티비를 틀었고.

그 곳에서는.

"응..?"

에고스틱의 얼굴이 대문짝만하게, 속보로 나오고 있었다.

[에고스틱, 동아시아 빌런연맹 체결!]

...쟨 또 뭐하고 돌아다니는거야?

황당함을 느낀 그녀가, 순간 스쳐지나가는 에고스틱과 카타나가 웃으며 악수를 하며 손을 맞잡은 사진을 보곤 눈을 샐쭉하게 뜨는 사이.

대한민국은, 한창 그 얘기로 불타고 있었다.

에고스틱의 주도하에 만들어진 한중일 빌런 연합.

그 말도안되는 일에 대하여.

***

[렉카)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이번에 저희 에고스트림에서 중국의 빌런단체 화룡과 일본의 빌런단체 삼협파와 함께 연합을 맺게되었습니다.

저희 동아시아 빌런 연맹은 서로 의형제를 맺고 굳건하게 앞으로 나아가겠습니다. 감사합니다.

(에고스틱과 카타나, 리 샤오펑이 서로 잔을 맞부딪히고 있는 사진)

에고스트림 홈페이지에 올라온 원문은 이게 다인데 ㅅㅂㅋㅋㅋ 내용이ㅋㅋㅋㅋㅋ

=[댓글]=

[진짜 뭔데ㅋㅋㅋㅋㅋㅋ]

[동아시아 빌런연합 입갤wwwwww]

[대체 뭐임? 저 셋이 왜 사이좋게 웃으면서 한자리에 앉아있음? 카타나는 그렇다쳐도 나머지는 언제 친해진거냐고ㅋㅋㅋㅋㅋ]

[한중일 정부는 사이가 안좋은데 그 나라 대표 빌런들끼리는 사이가 좋네 ㅅㅂㅋㅋ]

ㄴ[생각해보니 이왜진ㅋㅋㅋ]

[이거 화룡이랑 삼협파쪽에도 글 올라옴ㅋㅋㅋ 뭐 미사여구가 많긴 한데 둘다 말 하는게 에고스틱이 주도한거라던데?]

ㄴ[ㄹㅇ중국 화룡쪽에선 좋은 기회를 준 에고스틱께 감사하다라고 대놓고 적었던데ㅋㅋㅋㅋ]

ㄴ[ㅁㅊㅋㅋㅋㅋ]

ㄴ[대한민국 주도의 대동아(빌런)연방ㄷㄷㄷ]

[카타나는 ㄹㅇ 한국 올정도로 에고스틱이랑 친했으니 ㅇㅈ인데 저 중국 빌런이랑은 어케친해진거임ㅋㅋㅋ]

ㄴ[여자 남자 가릴 것 없이 홀리는 마성의 남자 에고스틱ㄷㄷ]

ㄴ[페르몬스틱ㄷㄷ]

[장하다 망고스틱 가서 동아시아 전체를 망고단으로 물들렴]

*

[에고스틱←놀고있던거 아닌거같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

테러 안하고 방송도 안키길래 노는줄 알았는데 아니였으면 개추ㅋㅋㅋㅋ

=[댓글]=

[좋아요를 벅벅]

[한국 최대 규모의 빌런집단 에고스트림 x 일본을 먹었다는 음모론까지 도는 제일의 빌런조직 삼협파 x 반란군 동맹 실화냐? ㄹㅇ 가슴이 웅장해진다...]

[이거 외신에서도 보도됐던데ㅋㅋㅋㅋ 이정도 규모의 빌런단체들끼리 연합하는건 ㄹㅇ 처음본다고ㅋㅋㅋ]

[속보)이거 발표되고 에고스틱 빌런 랭킹 2단계 오름ㅋㅋㅋㅋㅋㅋ]

ㄴ[ㅅㅂ랭킹도 인맥빨이였네ㅋㅋㅋㅋㅋ]

ㄴ[???ㅋㅋㅋㅋㅋㅋ]

[망고스틱 동아시아의 왕이 되려는거시냐]

[우리는 망고의 시대에 살고있다]

*

"역시 파급력이 꽤 큰가?"

에고스트림 저택 위 지붕.

그곳에서 다리를 뻗은채 서은이가 읽어주는 사람들의 반응을 듣고있던 나는, 팔을 뒤로 받힌 채 그렇게 중얼거렸다.

"네. 벌써 해외에서도 기사가 많이 나는데요? 아무래도 이렇게 인접국가 빌런연합들끼리 동맹을 체결하는건 정말 역사에 없던 일이라 더더욱 그런거 같아요."

"그렇군..."

내가 그렇게 선글라스를 쓴 채, 스무디를 쭉쭉 빨아먹으며 답변하자.

나랑 같이 지붕위에 올라와있던 서은이는, 피식 웃더니 무릎을 세워 자기쪽으로 모아 앉은 자세로 스마트폰을 내려놓곤 내게 물었다.

"오빠, 솔직히 이제 어떻게 되든지간에 관심도 없죠?"

"무슨 소리니? 관심이 얼마나 많은데."

나는 스무디를 한잔 더 마시며 그렇게 답했다.

이 삼국간 빌런연합의 체결을 알리는건, 굉장히 큰 의미가 있다. 일단 이제 다른 나라들에서 우리나라를 건드는게 전보다 훨씬 어려워졌다는데 있지. 내 성격상 한국이 공격받으면 빌런이고 히어로고 자시고간에 내가 나설테고, 그러면 결국 3국을 적대하게 되는거다.

물론 삼협파와 화룡이 공격받을때도 내가 나서야겠지만, 원작에서 봤을때 그럴 가능성은 적긴 하다. 애초에 우리가 뭉친 이상 다른 나라에서도 건드리기 애매할정도로 규모가 커졌고.

근데 이건 이거고.

이젠 좀 쉬어야지

나는 그렇게 지붕위에 시원한 바람을 맞아가며, 미리 깔아놓은 썬베드에 누운 채 스무디를 빨며 중얼거렸다.

"다만 잠시, 잠시 쉬고있을 뿐이야."

그래.

계속 안쉬고 달려와, 빌런도 몇마리나 잡고 신의 기사도 박살내고 한중일 동맹도 체결하고. 할거 다했다.

그러니 잠시, 스무디 한잔의 여유는 괜찮은거 아닐까...

지금 모든 일이 월광교 잡는데 치중해서 그렇지, 이놈만 잡으면 정말 한결 살만해질 것 같다.

총 4페이즈로 이루어진 원작에서 2페이즈 최종보스가 월광교인데. 3페이즈 최종보스는 서은이라 사실상 이미 막은거나 다름없는 샘.

물론 이제 월광교도 거의 다 왔다.

마지막 준비만 하면 곧, 운명의 그날.

...그전까지, 물론 준비를 해야한다는 문제가 있지만.

이제 슬슬 작업을 시작할까.

"서은아."

"흥. 왜요?"

무릎에 얼굴을 기댄채, 전보다 약간 길어진 하얀색 단발머리를 늘어트린 상태로 눈을 가늘게 뜬 서은이.

아무래도 아까 자꾸 내 팬카페 댓글 읽어주는걸 잘 안들어줬다고 삐진 것 같다...

난 그렇게, 이제 곧 성인인데도 여전히 애같은 우리 서은이의 머리를 헝클어준 뒤, 자리에 일어나 선글라스를 벗으며 말했다.

"그러지말고, 우리 나갈까? 너랑 은월이만 불러서, 한바퀴 걷고오자."

"...진짜요? 어디요?"

같이 나가자는 말에, 은근슬쩍 내쪽을 보며 관심을 보이는 서은이.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피식 웃고는 말했다.

"어. 일단 서울로 갈까?"

월광교 게이트 저지할 마법진들 쫙 깔러.

그렇게 방랑빌런 에고스틱의 여정이 시작되었다.

...한달동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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