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4
에고스트림 전략 통제실.
스타더스가 지하의 저 고대 병기, 일명 신의 기사와 싸우고 있는 동안.
나는, 화면을 보며 계속해서 지시를 내리고 있었다.
"스타더스씨, 오른쪽으로 구르면서 놈의 왼쪽 팔이 빛날때 그쪽을 찌르세요!"
그렇게 말하면서 바쁘게 팔을 움직이는 나.
그와 동시에 스타더스가 보일 화면 쪽에 빨간색 마크로 그녀가 공격해야 할 쪽이, 파란색 화살표로 그녀가 회피해야 할 방향이 표시됐다.
그래.
그녀는 알지 모를지 잘 모르겠지만, 사실 이건 다 수작업이었다...
즉, 나는 계속해서 저놈의 움직임을 보고 다음 패턴을 예측해 스타더스에게 알려줌과 동시에, 손으로는 히어로-보조장치로 보일 표식들을 다 일일히 만들고 있었던 것.
그렇기에 그녀는, 비교적 쉽게 놈을 해치우고 있었다.
마치 저 기사의 행동 궤적을 다 예상하는 것처럼,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놈의 공격을 다 피해내고 유효타만을 시원시원하게 날리는 모습.
누가보면 무슨 먼치킨 만화의 주인공처럼 보이는, 멋진 광경이었지만.
저것만 보고는 누가 알겠어. 그 뒤에 내 발악이 있을 줄...
"다음엔... 위로! 위로 공격이 들어갈겁니다. 아래쪽으로 피하세요!"
그래.
"쿨럭..."
그녀는 아마 모를거다.
내가 이 말 한마디 한마디 할때, 얼마나 머리를 쥐어짜서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하는지.
거의 끊임없이 이어지는 공격들을, 오직 만화에서 본 내용만으로 즉석에서 판단을 내리는게 얼마나 빡쎈지. 그것도 스타더스 그녀의 몸을 털끝 하나 안다치게 하기위해, 내가 얼마나 집중해서 바로바로 패턴을 파악하는지.
그래도 해야만했다.
지금이니까 이렇게 쉽게잡지, 나중가면 다시는 이렇게 거저 못먹는다. 나중에 깨어나서 힘 회복하면 답이 없다. 만화로도 대체 몇권이였는데, 현실에선 얼마나 길겠어.
그렇기에 난 계속 뇌를 과부화해서, 그녀에게 즉석 지시를 내렸다. 거의 약빨고 했기에 가능한 일.
...사실, 진짜 약빨고 하고있는거 맞다.
'...다인오빠, 이건 너무 위험해요.'
'괜찮아. 안죽어.'
'자주쓰면 일찍 죽을 수도 있다니까요?!'
...물론 우리집 주치의를 설득하는 과정이 좀 길긴했지만, 결과적으로 음지의 루트로 얻은 도핑을 받고 이정도 할 수 있었다. 아니면 어떻게 상황판단을 초단위로 내리겠어.
그래. 그래도 긍정적으로 생각해야지. 원작 만화가가 이 신의 기사라는 캐릭터를 얼마나 사랑했는지 전투씬으로만 책 몇권을 허비하고 그것도 부족했는지 부록으로 설정까지 안풀었으면, 이 방법은 시도도 못했다.
"네, 이제. 씁..."
...물론 중간에 코피가 흐르는 등 예기치않은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다행히 스타더스는 전혀 눈치채지 못하게 알아서 잘 처리했다.
그렇게 드디어 고난의 1페이즈가 끝나고.
분노의 2페이즈가 시작되었다.
"...스타더스씨. 잘들으세요."
난 그렇게 화면상에 보이는, 거친 숨결을 흘리고있는 스타더스를 보며 그렇게 말했다.
이제부터는 지금보다 더 빡세질거라, 나도 말을 짧게 하겠다고. 이번 분기만 버티면 되니까 힘내자고.
그렇게 내말에 선선히 고개를 끄덕이는 그녀를 보며, 나또한 이를 악물었다.
...그래. 한번 해보자고. 누가 이기나.
그런 내 다짐 이후로, 전쟁과도 같은 시간이 흘렀다.
목숨이 하나인 체스를 두는 기분으로... 아니지, 타이밍까지 맞추고 시간제한까지 있으니 하드코어 액션게임인가? 이러니까 갑자기 별거 아닌거 같네.
그리고 마침내.
ㅡㅡㅡㅡ콰와아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어엉.
[Arg.......]
마침내.
스타더스는, 놈을 쓰러트리는데 성공했다.
".....해냈다."
그리고 나는 스타더스의 시선에서 보이는 그 화면을 보며,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걸, 진짜 해내네...
내가 믿은건 단 둘.
스타더스라면 아무리 나같은 빌런의 제안이라도, 다른 더 위험한 빌런을 막기 위해서라면 들어줄 거란 것. 그리고 내 지시와 지금의 스타더스의 강함이라면 충분히 잡을 수 있을거라는 것. 이게 다다.
그렇게 놈을 잡고나니, 이로 말할 수 없는 짜릿한 기운이 몸을 감싸는 느낌.
...커맨드만 내린 나도 이렇게 기쁜데, 스타더스는 얼마나 뿌듯하겠는가.
물론 나야 저놈의 위험성을 알고있지만, 스타더스는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 내 말만 듣고 일단 잡고 본거니까 좀 다르긴 한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 때쯤.
구르르르르르르르.
[응...?]
때마침, 동력원이 쓰러진 유적이 무너질려 하고 있었다.
그래, 역시나 원작대로 이렇게 되는구만. 애초에 저 구역 자체가 일종의 이계라, 자기 차원으로 돌아가는거긴 한데. 하여튼.
이럴줄알고 미리 조사해놓길 잘했지.
...그리고, 당연히 스타더스를 빼낼 준비도 마쳤고.
나는 그렇게 유적이 무너지려고 하자 당황하...기 보다는 침착하게 주위를 노려보며 도망칠 방법을 찾고있는 스타더스에게, 안심시키든 말했다.
"걱정하지 마세요, 스타더스씨. 제가 그정도 준비도 안해놨겠습니까?"
딱.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튕겼다.
그러자.
파악
모니터 유적 한쪽편에, 보라색 마법진이 적색으로 빛나기 시작했다.
그래. 이 일 시작하기 바로 직전에 은월이랑 같이 내려가서 탈출용 마법진을 깔아놓고 왔다. 물론 그때는 여전히 신의 기사가 유적의 동력원으로 살아있었을 때라 아무 효과가 없었지만, 이젠 저곳이 무너지면서 다시 작동하기 시작한 상황.
"저기 위로 올라가시면 됩니다."
[알겠어.]
그렇게 내 말을 들은 스타더스가 재빨리 마법진 위로 올라갔고.
그렇게 그녀의 시야를 공유하는 내 모니터가 일렁거렸다.
...유적은 이제 영영 굿바이구나.
난 그런 짧은 상념을 뒤로하고, 바닥을 보며 무릎을 짚은 채 헉헉거리고 있는 스타더스부터 챙기기로 했다.
"스타더스씨. 괜찮으십니까?"
[.....어. 허억, 헉. 좀 힘들 뿐이야.]
내가 그녀를 이동시킨 곳은, 다시 유적 바로 위의 지상인 모래 폐허.
그곳에서 몇시간만에 다시 맑은 공기를 쐰 그녀는, 안전한 곳으로 와 긴장이 풀리자 몸의 피로가 몰려오는지 허리를 숙인 채 숨을 헉헉대고 있었다.
...특히, 아무리 상성상 우위라 해도 순수한 양의 기를 그대로 받았으니 몸이 정상일 리가 없겠지.
그렇게 난 막 죽으려하는 그녀에게, 입을 열어 말했다.
"...그 옆쪽에 무너진 벽 옆에 보시면, 상자 있을겁니다. 거기에 제가 미리 물이랑 그런 것들 준비해뒀으니 좀 드세요."
[...그래? 응, 고마워....]
...여전히 피로가 몰려 숨을 몰아쉬느라 어지러워서 그런지, 자기가 무슨 말을 하고있는지도 모른채 정신이 약간 멍보이는 목소리로 빌런한테 고맙다고 말하고 있는 그녀였다.
하여튼 역시나 그 직감 덕분인지 순식간에 내가 숨겨둔 상자를 찾아, 생수병을 꺼내 단숨에 꿀꺽꿀꺽 마시고있는 그녀.
어찌나 힘들었는지 물을 무슨 생명수 마시듯 넘기는 그녀였다.
나는 그렇게 물을 마신뒤에도 여전히 허억거리는 그녀를 향해, 약간 염려하는 기색을 최대한 숨기며 말했다.
"오늘 정말 무리했으니까 한동안 푹 쉬고, 빨리 몸 추슬러 나으세요. 그래야... 음. 제 테러도 상대할 수 있지 않겠습니까."
[...하.]
그런 내 말에, 생수병을 잠그며 농담을 들은듯양 픽하고 웃는 그녀.
...농담 아닌데.
"어쨌든, 오늘은 정말 수고하셨습니다. 제 무리한 부탁을 들어주셔서 감사하고요. 그 통신기는 이어폰을 빼면 자동으로 꺼질거예요."
나는 그렇게 슬슬 대화를 끝내고, 통신을 끊을 준비를 했다.
그리고 그때.
[...잠깐. 하아, 하아. 어딜 그냥 가려고?]
...여전히 힘들어 보임에도, 날카로운 기색으로 그렇게 말하는 그녀.
그러면서 그녀는 나한테 물었다.
[...그건 설명해주고 가야지. 대체 왜 대한민국 경기도 지하에 뜬금없이 사막풍 유적이 있는지. 대체 신의 기사란건 뭐고, 저런게 왜 있는건지. 누가 만든건지.]
"음..."
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 잠시 침음했다.
솔직히 놀랐다.
지금 몸이 별로 좋지 못한, 스타더스 전문가인 내가 봤을때 금방이라도 쓰러질 상태인데도 그 부분은 기억하고 짚고 넘어가다니. 정신없는 상황을 틈타 넘길 수 있을줄 알았는데.
...그러나, 그런다고 해도 아직은 알려줄 수 없다.
이 세계의 비밀은. 최대한 늦게 알면 알수록 좋다. 알아봤자 꿈과 희망도 없어질 뿐.
그렇기에 난, 이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나중에, 다 말씀드리겠습니다."
...내가 생각해도 구차한 말이었다.
나중이라고만 했지 언젠 알려줄지는 말하지 않은, 일차원적인 상황 모면.
나는 솔직히 말해놓고도, 그녀가 더 따질 줄 알았다.
그러나.
[...알았어. 나중되면 꼭, 말해주기다?]
그녀는 별말없이.
쓰게 웃으며, 내게 그렇게 말할 뿐이었다.
"......네. 알겠습니다."
그리고.
'.....'
그 말에 섞인, 신뢰의 기색이.
너무 쓰라리게 느껴져서. 나는 뭐라고 더 할 수 없었다.
그렇게 협회 의료팀을 부름으로써, 스타더스와의 통신도 끝나며 대화도 끝났고.
그때까지 참고있던 나는.
"쿨럭, 쿨럭. 쿠에엑..."
그제서야 참고있던 각혈을, 입을 가리고 토해냈다.
...하. 씨발. 누가보면 내가 싸운 줄 알겠어.
이래서 하율이의 힐링 능력을 제외한 도핑 각성제들은 빨고싶지 않았는데. 나랑 너무 상극이야.
"큽... 쿨럭."
그렇게 내가 한참을 피를 토할때.
갑자기 위쪽이 웅성거리며 이쪽으로 다가오는 소리가 들리기 시작했다.
...본격적인 작전 시작 이후 다들 컨트롤센터에서 내보냈었는데, 아무래도 내가 혼자 피토하며 쌩쇼하고 있던 소리가 들렸던 모양.
...하, 또 서은이랑 수빈씨한테 혼나겠네.
난 그 생각을 끝으로, 정신이 아득해지는걸 느끼며 바닥에 쓰러졌다.
***
"....."
하늘 위에 떠있는 섬.
세계 최대 빌런조직 에테리아의 수장, 셀레스트가 수양하는 천공의 섬.
그곳 가운데 있는 성당에서, 눈을 감은 채 기도를 하고 있던 성녀복 차림의 셀레스트는.
"......"
이내 무언갈 느끼고, 조용히 눈을 떴다.
그리고 그 순간.
휘이잉.
그녀의 앞에서 꺼지는 하나의 촛불.
그리고 그걸 보며, 그녀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그분의 기사가."
사라졌다.
오늘, 바로 이순간. 어느 곳에서.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며, 다시 기도를 올렸다.
조용히, 생각을 이어나가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