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50화 (250/328)

ep.253

콰아아아아아아앙.

지하에 파묻힌 유적.

그곳 심층부에 놓인 탁 트인 곳에서, 스타더스는 가운데에 누워있는 중장갑옷을 입은 기사한테 전력의 주먹을 날렸다.

"읏..."

어찌나 쎄게, 진심을 다해 때렸는지 몸에 느껴지는 엄청난 충격파.

강해진 그녀의 일격이었던만큼, 주먹이 부딪힌 순간 굉음과 함께 주위 바닥에 금이 가며 사방이 흙먼지로 자욱해졌다.

이내 충격에 한참 뒤로 물러난 상태로 콜록거리며, 먼지구름을 손으로 흔들어 치워보며 에고스틱에게 중얼거린 그녀.

"해치운걸까..?"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리고 그의 말이 들려옴과 동시에.

지이이이잉-

앞쪽에서 이상한 기계음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먼지 구름 사이에서 보이는, 하늘색 안광.

"...저건가."

그녀가 짧게 중얼거리는 그때.

콰앙-. 콰앙-. 무거운 발소리와 함께.

스타더스의 앞에, 드디어 그것이 보였다.

키는 2미터를 넘는, 번쩍거리는 은빛의 갑옷으로 이루어진 육중한 덩치의 거대한 기사.

생명이 없어보이는 놈의 기묘하게 생긴 투구 사이로, 푸른색의 안광이 넘실거리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Stella prodidit. Protest. Sequentia reducitur.]

이내 앞쪽의 그것으로부터 들리는, 기괴한 기계음.

혼자 이쪽을 보며 뭐라고 중얼거리는 그 기사형태의 병기를 보며 그녀가 침을 삼키며 긴장할때, 귓가에 에고스틱의 진지한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스타더스씨. 마지막으로 설명하겠습니다. 저 고대의 파괴병기, 신의 기사에게는 일정한 공격 패턴이 있습니다. 제가 그걸 알려드릴테니, 스타더스씨는 화면에 보이는 모습과 제 목소리를 듣고 따라주세요. 그럼 충분히 이길 수 있을겁니다. 아셨죠?]

"...그래."

평소와 달리 침착하고 진중한 목소리로 말하는 에고스틱의 말에,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더욱 진지해진 모습으로 대답했다.

...확실히, 에고스틱이 저렇게까지 말하면 분명 저놈이 뭔가가 있다는 소리겠지.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전투태세를 갖췄을때쯤.

[...Currens proditor remotio Program.]

놈은 혼자 무언갈 중얼거리다가 다 끝냈는지, 이내 고개를 돌려 그녀의 쪽을 바라보았고.

쿠우우우우우우우웅-.

그것이 주먹을 쥐어 발을 구름과 동시에, 놈의 몸에 하늘색 기운이 맴돌며.

[Guahhhhhhh-]

그것이 갑작스럽게 그녀가 있는 곳으로 코뿔소처럼 뛰어오기 시작했고.

[스타더스씨, 오른쪽으로 피하세요!]

귓가에 지시를 내리는 에고스틱의 말과 함께, 그녀가 오른쪽으로 몸을 날리며.

본격적으로 전투의 서막이 시작되었다.

정확히는, 신의 기사 대리 레이드가.

***

유적의 최심층, 사람 수백명이 들어갈정도로 넓은 공간.

그곳에서 스타더스는 엄청난 덩치의 성기사놈의 공격을 피하며, 에고스틱의 말을 따르고 있었다.

[스타더스씨, 왼쪽에 주먹이 날아올겁니다! 고개 숙인다음 바로 일어나서 놈의 갑옷 오른쪽 어깨쪽의 빛나는 부분을 때리세요! 3, 2, 1...]

[이제 놈이 미친듯이 땅을 두들기기 시작할텐데, 거기서 충격파가 나옵니다. 그냥 잠시 그동안 나세요. 자, 이제 곧 옵니다. 3, 2, 1...]

[세번째 패턴입니다. 놈이 곧 3초간 가만히 있을텐데, 그러면 손에서 하늘색 대검을 소환할겁니다. 그전에 복부쪽을 힘껏 걷어차세요. 지금이요!]

콰아아아아아앙.

"헉, 허억."

그의 말대토 갑옷을 입은 그것을 전력으로 때린 뒤.

잠시 그것이 몸을 수복하는 동안, 그녀는 숨을 몰아쉬었다.

....벌써 싸운지 한시간이 되었을까.

확실히, 강한 상대였다.

아니. 정확히는 강한 정도가 아니지.

"...."

정확하게 말하자면, 놈은 특정 방법으로 공격하지 않는 이상 전혀 피해를 입지 않는다.

마치 모든 종류의 공격에 면역이 있는 것처럼, 무엇을 맞아도 아무렇지 않게 버틴다. 마치 무쇠 샌드백처럼.

다만 딱 한가지, 놈에게 피해를 입힐 수 있는 방법은.

저것이 그녀를 향해 공격을 할때, 특정 신체부위를 정확한 타이밍에 때리는 것.

오직 그때만, 놈은 피해를 입었다.

즉. 그 패턴을 모른다면 아무리 때려도 소용이 없다는 소리.

'.....'

그제서야 스타더스는, 왜 에고스틱이 저걸 불사의 파괴 병기라 했는지 이해했다.

공격 한방 한방은 이 지하를 무너지게 할 듯 파괴적이면서, 자기는 대부분의 상황에서 피해 면역인 적이라. 대체 이런게 왜 한국 땅 아래에 잠자고 있는건가.

물론 그런건 고민할 틈이 없었다.

당장 에고스틱의 말에 따라 행동하는 것만으로도, 이미 충분히 바빴으니까.

'...그래도.'

에고스틱이 지시를 워낙 빠르고 정확하게 잘해준 덕분에, 아직까지는 큰 어려움없이 싸운 것 같기도 하고.

중간에 공격이 들어가는 타이밍이 짧긴 했지만, 확실히 저 기사놈에게 피해가 누적되는 모습이였다. 저놈 몸 주변에서 끼릭끼릭 거리는 소리가 나기 시작한걸 보면.

[슬슬 다시 일어날 것 같네요.]

"...그러네. 휴."

그렇게 그녀가, 자세를 잡으며 놈이 다시 일어나기만을 기다리던 그때.

[....Grrrrrrrrr]

기괴한 소리를 내며, 은빛의 기사가 다시 몸을 일으켰다.

여전히 투구 안에서 강렬히 타오르고 있는 안광.

그런데 무언가 조금 달랐다.

투구 속 안광이, 기존의 하늘색이 아닌 주황색으로 불타오르는 모습.

...뭐지?

그렇게 그녀가 의문을 재기하던 그때.

에고스틱은 담담히 말했다.

[페이즈 2네요.]

[...Arggggggggg!!!!!]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갑자기 놈의 몸 주위에 주황색으로 빛나는 칼날들이 여러개 생성되기 시작했다.

그걸 스타더스가 거친 숨결로 바라보고 있던 그때.

[...스타더스씨. 잘들으세요.]

에고스틱은 보다 진지한 목소리로, 그녀에게 강조하듯 말했다.

[이제부터는 놈의 공격이 전보다 훨씬 위협적이고 빨라질겁니다. 공격할 수 있는 타이밍도 짧아질거고요. 그래서 이제부터는 제가 따로 자세히 설명해드리지 않고, 짧게 지시만 하겠습니다. 반말로요. 괜찮겠습니까?]

"...어. 당연하지."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그녀는 땀을 스윽 닦은 뒤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지금 그런걸 따질때가 아니였다. 그리고...

에고스틱의 말이, 상당히 큰 도움이 되었으니까.

[감사합니다. 그럼, 시작해보죠. 이번 분기만 버티면 이길 수 있을겁니다.]

그가 그렇게 말함과 동시에.

[Krahhhhhhh-----!]

마침내, 놈이 은빛의 가슴을 활짝 피며 투명한 주황색 칼날들이 주위를 맴돌기 시작했고.

[숙여요.]

그의 짧지만 단호한 말에, 스타더스가 반사적으로 고개를 숙인 그순간.

휙.

어디서 튀어나온지 모를 칼날이, 그녀의 머리가 있던 곳을 스쳐 지나갔다.

"....그래. 쉽게 끝낼 생각은 없다 이거지."

그래. 어디 한번 해보자.

그녀는 그렇게 마음먹으며, 놈을 향해 처벅처벅 걸어갔다.

이미 전투의 여파로 반쯤 박살나, 무너질듯 우르릉거리는 유적 공간.

그리고 황토색의 공간에서 홀로 이질적으로 빛나는 은색의 성기사만이, 포효하며 그녀에게 달려들 뿐이었다.

주황색 칼날이 놈의 몸 주위를 회전하며 엄청난 기세로 다가오는 그놈

그러나 그녀는, 그 광경이 별로 두렵지 않았다.

[오른쪽으로 피하고 바로 위로 날고, 그뒤에 한발짝 물러서고 발로 차세요.]

누구보다 의지되는 이가, 함께 있었음으로.

***

스타더스의 전투경험은 꽤나 풍부한 편이었다.

실전을 많이 거쳐서 쌓인 경험과, 초감각적인 직감덕분에 적과 싸울때 꽤나 판단을 잘 내리는 그녀였으나.

지금과 같은 상황에선, 인정할 수밖에 없었다.

[뒤로 세발자국.]

하나 둘 셋.

쿠우우우우우우우웅.

그녀가 정확히 발걸음을 옮기가 무섭게, 그녀가 있던 자리에 바닥과 천장 양쪽에서 주황색 칼날이 솟아나왔다.

[그대로 오른쪽에 주먹.]

그리고 그녀가 그의 말대로, 오른쪽으로 돌아 아무것도 없는 허공에 주먹을 날리자.

슈우우우우우우우웅.

-콰과과과과광.

갑자기 그 허공에서 기사놈이 튀어나와, 그녀의 주먹에 달려들더니 정통으로 맞고 그대로 반대편으로 튕겨져나갔자.

[달려가서 마구 때리세요!]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는 몸을 날려 그대로 놈이 쓰러져있는 곳으로 가, 마구 공격을 가하기 시작했다.

지금까지, 다 이런식이였다.

에고스틱은 그녀한테 이렇게 하라고 명령하고, 그녀는 생각을 멈추고 그가 하라는대로 행동했다. 그게 귀를 막으라는 단순한 것부터 허공을 때리라는 황당한 명령까지.

그리고 그 의미없어 보이던 행동들은 전부, 막상 행동하고 나니 그 이유가 드러났다.

귀를 막자마자 정체불명의 음파공격이 들이닥쳤고, 허공에 주먹을 날리자 신기하게도 적이 주먹으로 달려와 스스로 맞아줬다.

거기에 에고스틱이 준 이 차세대 히어로-보조장치가 정확히 피해야 할 곳이나 약점이 드러나 공격해야 할 곳을 빨간 표식으로 알려준 덕분에, 극도로 정확해지는 행동들.

그렇게 마치, 자신이 에고스틱과 한몸이 된듯한 기묘한 감각 속에서.

그녀는 점차, 이 난공불락의 기사를 차근차근 압도해나가고 있었다.

끝내.

[Arg.......]

그 기사의 몸에 검은 연기가 자욱히 올라오고, 두 기계팔도 너덜거리며 놈의 몸에 한계가 온듯한 순간.

놈이 끝내 마지막 발악을 하듯 갑자기 자신의 갑옷으로 이루어진 가슴에 손을 갖다대저니, 푸른색과 주황색 기운에 휩싸이며 무언가를 하려는 순간.

[지금입니다! 전력으로 놈의 가슴팍을 치세요!]

에고스틱의 다급한, 최후의 지시가 내려왔고.

"흐아아!"

그에 스타더스가 마지막 남은 한줄기 힘까지 써, 놈에게 달려든다음 명치에 노란색으로 빛나는 주먹을 꽂아넣은 그 순간.

---------콰와아아아아아아아앙.

퍼어어어어어엉.

마침내 엄청난 굉음과 함께.

놈이 빛을 내며, 몸이 가루로 변해 사라졌다.

"하아... 하아... 해낸거야...?"

[네. 맞습니다. 스타더스씨. 해내셨습니다.]

"...하아. 하아."

그렇게 드디어 놈을 해치운 그녀는, 탈진된 몸으로 잠시 주저앉아 숨을 골라쉬었다.

드디어, 드디어. 끝났구나...

그녀는 숨을 헐떡이며 그렇게 생각했다.

잠깐만, 좀 쉬자.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구르르르르르르르.

"응...?"

...이 유적이, 전투의 여파로 무너지려 하긴 전까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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