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1
하나의 일을 할때는, 그 하나에만 집중해야 하는 법.
"좋아. 이제 본격적으로 최종점검을 시작해볼까."
그렇기에 난, 계속 대비해오던 월광교 사태 대비를 잠시 멈추고 이젠 본격적으로 당장 코앞에 다가온 일부터 처리하기로 했다.
바로 스타더스와 합작해서 무찔러야하는 그것.
이 대한민국 어딘가 지하에 잠들어있는 신의 기사를 죽여야하기 때문.
신의 기사. 원작 후반부에 셀레스트에 의해 신의 기사(Miles Dei)라는 이름으로 불리게되는 고대의 파괴 병기.
특히 월광교 재앙 이후 안그래도 개판인 세계에서 갑자기 깨어나 원작 최종전까지 개근해 주시는, 아주 훌륭한 분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요약해주면 지금 파괴해야 한다는 소리지.
"....."
그리고 그건 내가 누누히 말했듯, 그건 스타더스만이 할 수 있는 일이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저택 한쪽에 서적들을 모아놓은 곳으로 향했다. 서재...라고 하기엔 너무 거창하고, 그냥 고서들이 쌓여있는 창고인 그곳으로.
책이 마음의 양식이라지만, 당연히 그런 이유로 모은 것들은 아니고. 여기 있는 것들은 주로 마법, 신학과 관련된 서적들이다. 다 원서로 되어있지만, 발달된 번역 기술-그러니까 은월이가 만들어준 마법적 장치로 다 읽을 수 있다.
물론 원작을 통해 이미 세계 최고위 빌런인 셀레스트도 모르는 이 세계의 비밀을 꿰차고 있는 나였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검증이 필요한법.
그렇기에 추가확인까지 마친 내 결론은 하나.
역시 이건, 스타더스밖에 할 수 없는 일이라는 것.
"...쉽지 않겠네."
난 그렇게 중얼거렸다.
원작에서 스타더스가 주인공이였던 이유.
다른 S급 히어로들보다 훨씬 약했고, 특유의 누구보다 굳세고 선한 의지만이 유일한 차별점처럼 보였던 그녀가.
결국 세계의 모든 능력자들이 휩쓸려나가는 최종전에서, 홀로 끝내 마지막까지 살아남을 수 있던 이유.
스타더스만이 다른 능력자들과는 달리 능력의 기본값 자체가 끝없이 성장했기에 그런 것도 있지만.
제일 중요한건 역시, 그녀의 힘의 기원이 남들과는 달랐기 때문이다.
월광교도, 그리고 최종전에서도.
그 모든 것들을 막을 수 있는것은 결국 그녀일뿐.
"별의 힘이라..."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 세계를 창조한 세명의 신.
그리고 그중에서 가장 인간을 사랑한 신이 내려준, 축복받은 능력.
...인데 다 필요없고, 스타더스가 가진 능력의 제일 큰 특징은 다른 능력자들에게 상성이 좋다. 이 정도만 기억해도 된다. 애초에 시간을 돌리는 우리 데우스 엑키나만 봐도 사기 능력이잖아.
그러니까 원작의 스타더스가 그렇게 구르고 굴러도 안죽고, 끝내 몇년이 걸려서라도 다른 빌런들을 상대했었지.
"그러니..."
그렇기에 그녀만이, 이 '신의 기사'란 놈을 처치할 수 있는 것이다.
물론 나중가서 월광교 사건 이후에 처리하면 이놈의 힘이 축적될대로 축적되고 강해져있었을 터라, 지금 처리해야 되는 것이고.
근데, 여기까지 생각하면 이런 의문도 든다.
사실상 나도 스타더스와 같은 신에게서 능력을 기원하는데, 왜 내가 이놈을 직접 처리하면 안되나?
...이건 또 간단한 이야기다.
벰파이어가 은에 약하다고 해서, 은탄이 든 권총을 쏴야 죽는거지. 은으로 된 이쑤시개로 콕콕 쑤신다고 해서 죽겠어?
그러니까 나로써는 택도 없다는 소리다.
"쿨럭... 아이고."
그렇게 이 고서를 훑어보던 나는, 책을 넘기다 나온 먼지때문에 기침을 쿨럭였다.
에휴, 여기도 나중에 날잡고 정리 좀 해야지.
서재 느낌으로다가. 음.
"그래... 그럼, 이정도면 됐고."
난 그렇게 중얼거리며 책을 덮었다.
이제 본격적으로, 놈을 어떻게 무찔러야 할지 본격적인 계획을 짤 시간이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서재를 나섰다.
서은이와 은월이를 부르고, 회의실로 향하기 위해서.
***
신의 기사(Miles Dei).
태양신이 혹시나 모를 불상사를 대비하기 위해 심어놓은 정예 병기.
세계의 창조때부터 있던거라 지금은 많이 쇠약해졌지만, 나중에 월광교 재앙 이후 이차원과 연결되며 힘을 축적한다... 뭐 그런 설정이였는데.
중요한건 그게 아니다.
중요한건, 이 놈은 병기라서 그런지 공격이 마치 게임 보스처럼 일정한 패턴이 있다는 것.
그렇기에 강하긴 하지만, 이론상 놈의 패턴만 알면 공격을 한대도 안맞은 채 피할 수 있다.
그런데 그 패턴만 해도 수백가진데, 내가 그걸 어떻게 외우고 있냐고?
시발... 원작 작가가 이 에피가지고 뇌절을 했으니까 알지.
스타더스가 이놈 잡으려고 패턴 외워서 부수는데 성공하는걸 무려 몇권을 들여 묘사했다. 매달 같은 내용만 또보고 또본 독자들의 괴로움을 아는가.
...물론 그 에피가 최후반부라 이미 대가리가 깨진 독자들이 눈물을 흘리며 전권구매했다는 슬픈 이야기가 있다. 그렇기에 결국 스타더스가 놈을 쓰러트린 날 모두 감동의 눈물을 흘렸대지.
하여튼 그렇게 내 결론은 단순했다.
스타더스와 연락해, 내가 즉석에서 패턴들 다 보고 그녀에게 오른쪽으로 피해라, 왼쪽을 때려라고 지휘해주며 놈을 잡는 것.
직접 뛰는건 몰라도, 늘 지휘하는건 자신있던 나였으니까.
물론 이런걸 일반적인 기술로 했다간 답이 없으니 여러 기술을 새로 만들었었다.
일단 스타더스에게 준 그 통신기부터, 그냥 통신기가 아니니까.
"서은아, 연결 됐지?"
"네. 아마 잘 될거같아요."
에고스트림 지하실, 모니터들이 가득 늘어선
그곳에서 난, 서은이와 은월이와 함께 본격적인 계획을 수립하고 있었다.
"흐음... 저도 이게 사실상 첫 도전이라 떨리긴 했는데, 그래도 잘 된것 같네요."
통신기를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서은이.
아마 저번에 무슨 물질 변환 장치? 민트초코 케이크를 티라미슈로 바꿔버렸던 그거 이후로 처음으로, 서은이가 은월이와 합작을 통해 만든 마법과 과학의 산물이 이 통신기이다.
즉, 그녀가 그 통신기를 끼면 그녀의 시야가 공유된다는 소리.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리 준비해놓은 자리에 앉았다.
거대한 모니터가 눈앞에 있는.
대-스타더스 전용 조종 좌석. 여기서 난 스타더스의 시야를 공유하며 그녀를 컨트롤할거다.
그 옆에 서브 모니터들에는, 신의 기사가 잠들어있을 지하 사원의 설계도와 혹시를 대비한 모든 세팅이 되어있는 상황.
그렇게 난 여기까지는 전부 잘 준비되어있는걸 다시한번 확인하고는, 옆에 서있는 은월이에게 말했다.
"은월아, 알지? 혹시 무슨 일 생기면 바로 어떻게 해야한다고?"
"네에. 대기된 장소에서 곧바로 순간이동해 스타더스부터 구하기. 이해했어요."
은월이는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말했다.
그 말에 내가 만족해하던 그때, 서은이는 피식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도... 이번 작전 전보다는 훨씬 좋네요."
"뭐가?"
내가 그렇게 묻자, 내 눈을 마주친 채 씨익 웃으며 말하는 서은이.
"적어도 오빠는 여기 앉아있으니까 오빠가 다칠 위험은 없잖아요? 몸도 약하면서 막 위험한데만 골라들어가서 걱정했는데. 스타더스그 여자랑 함께하는것도 이런거면 환영이에요."
...는 의외로 이번 계획을 만족해하는 모습이였다.
그래. 뭐, 싫어하는거보단 나은거겠지...?
그렇게 그 이후로 우리는 계획을 최종점검한 뒤, 내일을 위해 일찍 자자고 다 내보냈다.
그리고.
이제, 연락해야지.
난 그런 생각을 하며, 통신기를 꺼내들었다.
...뭔가 슬슬, 이제야말로 연락 안하면 큰일 날것같은 기분이 들거든.
***
"하아...."
밤, 신하루의 집.
씻고 나온 그녀는 수건으로 옆 머리를 말리며, 티셔츠 한장만 걸친 채 종종 걸어나왔다.
...에고스틱을 만난 이후 벌써 일주일 가까이 지났다.
그중에 한 이틀은 다리가 아파서 누워있었고, 그 이후부터 활동을 다시 재개했던 그녀.
역시나 끝도 없이 튀어나오는 빌런들로 인해 그동안 벌써 3명이나 감옥에 넣으러 날아다닌 그녀는, 그러면서 무언갈 깨달았다.
'...나는 속도가, 확연히 빨라졌다는 말이지.'
정확히는 체감이 됐다. 테러 현장에 도착하는 시간이 확 줄어들었거든.
그렇기에 그녀는, 지금. 혹시나... 하는 생각을 하고 있던 것이였다.
'혹시... 에고스틱이 정말 처음부터 이걸 노리고 테러를 한거라면?'
"....."
...이건 너무 자의식 과잉인가.
고개를 털면서 그런 생각을 한 그녀는, 한숨을 쉬며 침대에 앉았다.
그리고 역시나 그 옆, 눈에 잘 띄는 곳에 올라와있는.
에고스틱이 건내준 정체불명의 통신기와 이어폰.
어디까지나 빌런이 다음에 무엇을 하려고 하는건지, 뒤에서 뭔 계획을 꾸미는건지 알기 위해 연락을 기다리던 그녀.
다른 생각은 전혀 없이, 오직 순수한 히어로 정신으로 사악한 빌런을 처리하기 위해 들고다니는 통신기였다.
...참고로, 기다리다가 혼자 궁금해져서 저 이어폰 비슷하게 생긴거 한번쯤 껴본건 비밀이다.
"...연락은 언제 하려나."
침대에 걸터앉아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가, 손을 시트에 올린 채 다리를 휘적거리며 천장을 보고 생각에 잠기던 그때.
*위이이이이이이잉.*
"꺅! 으윽... 깜작이야..."
순간 갑자기 무언가 엄청난 볼륨으로 울리는 소리에 깜짝 놀라 혀를 씹은 그녀는, 눈물을 글썽이며 입에 손을 가져다댄 채 이 소음의 근원지를 찾다가 눈을 휘둥그래 떴다.
바로 한동안 안울리던 그 통신기가, 드디어 붉은 빛을 점등하며 울리고 있었던 걸.
그걸 보고 자기도 모르게 화들짝 놀란 그녀는, 입술을 잠시 매만지며 목소리를 정리한 다음, 미소를 억누르며 흠흠거리며 받았다.
"...여보세요?"
[우리사이에 여보세요는 무슨 여보세요입니까? 안녕하십니까, 스타더스씨. 에고스틱입니다.]
언제나 그렇듯 쾌활한 목소리가 통신기를 넘어 들려오고.
그녀가 새삼 자기가 자기 방 안에서 침대에 걸터앉은 채 에고스틱과 통화를 하고 있다는걸 깨닫곤 약간 가슴이 콩닥이던 그때.
그의 다음 말이, 수화기 너머에서 분명하게 들려왔다.
[내일 시간 되세요?]
...그리고 직설적으로 물어온 그런 그의 말에.
문득 예전에 봤던 드라마에서 남자 주인공이 자신의 연인한테 데이트를 신청할때 하던 대사랑 닮았다고 생각한 그녀는, 미리 준비해놓았던 대사도 까먹고. 자기도 모르게 입을 열어 한마디만을 말했다.
"응..."
[좋습니다! 그럼 내일 가시죠.]
그렇게.
그녀의 다음 행선지가 결정되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