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50
스타더스에게 테러를 하고 온 그날 이후.
오랜만에 별다른 사고 없이 테러를 무사히 마치고 온 나는, 모두와 성공적으로 테러 성공을 축하한 뒤 자기 위해 방으로 돌아왔다.
다만, 잠이 잘 안와서 문제지.
"에휴..."
생각이 괜히 많아지는 시각, 새벽.
스타더스를 만나고 와서 그런지 오늘따라 감성적이 된 기분에, 나는 괜히 창문쪽에 기대 바깥 바람을 맞으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뭔가 싱숭생숭하네."
어느덧 원작도 꽤 많이 진행된 상황이라 그런가.
아니면 제일 핵심적인 재앙인, 월광교의 테러가 코앞에 다가와서 그런가.
어쩐지 잔걱정이 많아지는 기분.
"...뭐, 잘하겠지."
난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오늘 봤더니, 정신력도 좋고. 비행능력도 성장했고. 기본 능력 자체도 많이 강해졌으니까, 원작과는 분명 다를거다. 거기에 나도 있으니까.
그래. 이건 걱정하지 말자.
비록 무언가 잘못돼서 게이트를 중간에 닫는데 실패하면 인류가 최소 몇억명이 죽고, 사회 시스템이 전반적으로 마비되며, 세계의 장르도 히어로물에서 유사 몬스터 아포칼립스로 변하겠지만... 음...
"...."
...생각했더니 괜히 더 심란해졌잖아.
그래도 최악의 상황을 걱정하다보니, 오히려 안심이 가는 면도 있었다. 그래. 내가 원작을 얼마나 바꿔놓았는데. 혼자 힘으로 할 수 있는건 다 했다고 봐도 된다.
거기에 설령 저지에 실패하더라도, 보험은 들어놨으니까.
...특히 이게 원작에서 그 지랄맞은 최종 에피소드 빼고는, 제일 큰 위기라는걸 생각하면 더 힘이났다. 이번만 넘기면 사실상 거의 다 온거니까.
"...그래, 괜찮겠지."
그렇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다.
문득, 책상에 올려둔 통신기가 눈에 들어왔다.
정확히는 스타더스랑 이어져있는, 그녀 전용 통신기가.
"...."
그렇게 난, 나도 모르는사이 팔을 뻗어 통신기를 손에 들었다.
내가 스타더스를 만난 이후 처음으로 갖게 된, 나와 스타더스가 서로 연결되어있는걸 의미하는 물건.
"....참."
뭔가 특별한 느낌이 들기도 했다.
...어쩐지, 다른 사람들과는 다르게. 이건 특별히 스타더스 전용이라는 생각이 드니까. 스타더스한테만 전용 연락망이 있는거니까.
애초에 빌런이 히어로한테 통신기를 건네는게 뭔가 싶기도 한데... 그렇게 따지면 이걸 받아준 스타더스가 더 이상한거니, 난 잘못없다. 응.
...사실 스타더스는 이 통신기 반대쪽 어디 책상위에 치워넣고 하루면 까먹었을거 같기도 한데, 나만 신경쓰고 있다고 생각하니 웃기긴 하네.
"...하하."
그렇게 생각하던 나는, 스타더스에게 통신기를 건내줄 때 툴툴거리면서도 받아주던 모습을 떠올리곤 나도 모르게 피식 웃고 말았다.
...그런 그녀의 웃는 모습을 지키려면, 이번 위기는 정말 반드시 넘겨야 한다. 그전에 당장 코앞으로 찾아온 그놈도 족쳐야 하고. 할게 많네.
비록 그녀는 날 싫어할지여도.
내가 이렇게까지 할 수 있었던건, 다 그녀를 위해서였으니까.
그렇게 내가 창가에 턱을 괴고 기대 혼자 그런 생각을 새벽에 이어나가고 있었을 때.
"으음...?"
나는 문득, 밖에 조금씩 내리고 있는 눈 알갱이를 보고는 그런 바람빠지는 소리를 내었다.
"눈이네."
난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창 밖으로 손을 내밀었다.
손끝에 닿더니 어느새 사르르 녹아버리는 그것.
...이쁘네.
그렇게 멍하니 어두운 하늘에 하얀 싸라기눈이 내리는 모습을 보고있던 나는.
순간, 무언가를 깨닫았다.
...지금 여름 아니야?
***
"여기서 뭐하고 계세요?"
"음..?"
저택의 지붕 위.
안그래도 산이라 저녁에는 쌀쌀한데 눈까지 내리는 바람에 가디건을 위에 걸치고 나온 나는, 지붕 위에 앉아 멍하니 손을 뻗은채 작은 눈들을 만들어내고 있는 신령씨에게 물었다.
"아직 안자고 있었나?"
"...네. 좀 생각할거리가 있었어서."
그렇게 나도 곁에 앉자, 손을 한번 휘저은 우리 신령씨.
그러자 하늘에 조심스럽게 내려오던 눈이, 언제 그랬냐는듯 뚝 멈춘 채 사라졌다.
"....."
달빛 아래.
하얀 소복을 입은 채, 길게 늘어진 검은 머리카락을 비녀로 고정시킨 상태로 무릎에 팔을 올린채 저 먼 밤하늘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
우리집 드래곤이자, 제일 연장자(추정연령 최소 수천살)인 그녀가 새벽녘에 지붕에서 청승맞게 눈을 뿌리며 앉아있으니, 나로써는 굉장히 당황스러운 부분이 아닐 수 없었다.
뭐지, 설마 조울증이신가?
"...그런거 아니다."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그녀는 눈을 셀죽하게 뜨더니 내게 그렇게 답했다.
아니, 아직 아무말도 안했는데...?
찔린 내가 순간 당황하던 그때, 그녀는 한숨을 푹 쉬더니 내게 다시 입을 열었다.
"그냥... 가끔 옛날 생각이 나서 이러고 있는거라네. 오늘 오랜만에 도시로 나가 사람들을 보니, 예전에 내가 지키던 마을 사람들이 생각나더군."
약간 지나간 과거를 반추하는 느낌으로, 아련한듯이 먼 하늘을 바라보며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
그 말을 들은 나는, 새삼스럽게 그녀의 과거가 다시 떠올랐다.
용의 형태를 한 신령. 저 먼 대륙에서부터 날아와 동쪽의 작은 나라에 정착한 그녀.
그녀는 과거에 그 지역의 마을을 지키던 수호룡이라고 스스로 말했었다. 옛 사람들도 그녀를 따랐었고. 자신들의 부모처럼.
...물론 무언가의 계기로, 지금까지 설산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었지만 말이다.
"...많이 그리우신가요."
"그건 아니다. 이미 지나간 일은 지나간 일이니까. 다만..."
그렇게 답하던 그녀는, 한숨을 쉬며 중얼거렸다.
"그냥... 그 스타더스라고 했나? 그 아이가 꿋꿋히 나서는 모습을 보니 이런저런 생각이 들더구나. 예전부터 지금까지 참, 저런 이들이 이 지역에 한명쯤은 있다는게."
그런 말을 하던 그녀는, 옛 추억이 다시 눈에 아른거리는듯 조용히 중얼거렸다.
"잘해주거라. 그 아이한테."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다시 턱을 괴고 밤하늘을 보며 아련한 기색으로 생각에 잠겼다.
그 모습이 너무 한 폭의 그림 같아서, 나는 차마 말을 더 이어나갈 수 없었다.
...참고로 그날, 밖에서 눈이랑 바람 맞아서인지 감기에 걸려 수빈씨에게 혼났다.
물론 하율이가 치료해줘서 바로 나았다고 한다.
***
"다인씨, 오랜만이네요."
"그러게."
그리고 며칠뒤.
나는 오랜만에 이설아와 만나 그녀의 사무실에서 마주앉아 대화를 하고 있었다.
당연히 주요 주제는, 우리 에고스쿼드 2기생에 관한 것.
"...그런데 다인씨, 그 대재앙이 일어날 수 있다는게 대략 언제라고 하셨죠?"
"올 겨울."
"네... 그렇죠. 그런데 지금 후속 대원들을 뽑는다고 해도, 그들이 과연 실전에서 활약할 수 있을까요?"
서류를 드려다보던 이설아는, 문득 그게 걱정된다는 듯 내게 그렇게 말했다.
"걱정하지마. 충분히 가능해."
그리고 나는, 안심하라는듯 미소를 지으며 그렇게 답했다.
안될게 어딨어. 굴리면 다 된다.
하루 12시간 스파르타 훈련은 훌륭한 히어로를 만들 수 있는 법.
그런 내 말에 이설아는 약간 불안해하면서도 알겠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좋아요. 그럼 오늘 다 연락 돌리고, 이번주안으로 다 소집할게요."
"그래. 걱정하지마."
좋아. 이렇게 대-멸망 방지책 괴수사냥 스쿼드 2기생들도 다 뽑았다. 직전에 3기생뽑고 투입시키면 완벽하겠네.
그렇게 차근차근 일을 진행시킨 나는, 이제 다음 일을 진행하기로 결정했다.
"다인씨, 이제 다음 계획은 뭐에요?"
"나? 음, 이제 스타더스랑 같이 뭐 좀 하려고."
"스타더스랑요?"
그때 내게 이 다음에 할 일을 물은 내게, 이설아는 약간 놀라며 그렇게 답했다.
"...단 둘이서요?"
"어. 단 둘이서."
"...음. 으음......"
...벌써부터 둘이 관계가 저렇게 가까워지면 안되는데. 계획이...
그렇게 내게 들릴듯 안들릴듯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른 이설아를 뒤로 하고, 난 진지한 얼굴로 이 다음 스텝을 떠올리기 시작했다.
그래. 내가 스타더스한테 통신기를 준 이유.
지금 안막으면 나중에 말그대로 그냥 큰일이 나버릴, 오직 스타더스만이 막을 수 있을 적.
신의 기사. 그것을 막아야한다.
나는 조용히,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생각했다.
***
[[속보] 스타더스 X 에고스틱 커플링 해외에도 퍼짐ㅋㅋㅋㅋ]
(에고스틱이 스타더스 공주님 안기한 사진)
(둘이 마주보고 피식 웃고있는 사진)
(에고스틱이 스타더스 부르는 사진)
이번에 일본 치안 어느정도 안정화되면서 우리나라에도 관심 어느정도 생겼는데.
걔네들이 망고랑 별먼지 하는거 몰아보더니 대가리 깨지곤 둘이 엮는글 ㅈㄴ 올라오는중ㅋㅋㅋㅋ
막 둘에 막 상징 서로 나눈 대사 해석 막 옛날영상 뒤져가면서 분석하고있는데 진짜 광기임ㅋㅋㅋ
더웃긴건 이게 해외에도 퍼져서 벌써 EgoXStar이라고 검색해보면 영상같은거 ㅈㄴ뜸ㅋㅋㅋ
에고스타<<<반박할 수 없는 정실이면 개추ㅋㅋㅋㅋ
=[댓글]=
[퍄ㅋㅋㅋㅋㅋㅋㅋㅋ]
[하아... 온 세상이 별먼지단이다]
[외국놈들 뭘 좀 아네 ㄹㅇㅋㅋ]
[팩트)에고스틱은 다른 빌런들이랑은 동거중이다]
ㄴ[치타는 늦게 달리는법임 ㅅㄱ 달리기시작하는 순간 게임 끝남]
ㄴ[제발 좀 달려라 별먼지!!!]
ㄴ[ㅋㅋㅋㅋㅅㅂ 정작 당사자들은 별말없는데 왜 지네들끼리 싸우고 있는거냐고ㅋㅋㅋㅋㅋ]
[무지성 개추ㅋㅋㅋㅋㅋ]
[아 외국인들도 히어로 빌런 로맨스는 못참지ㅋㅋ]
*
"흐응..."
히어로 협회.
A급 히어로 스타더스의 사무실에서, 이곳의 주인인 신하루는 빌런 조사 활동. 즉, 커뮤니티를 보며 오늘도 자료 수집을 하고 있었다.
"...어이없네."
그렇게 인기글에 있는 어떤 글을 본 그녀는, 어이가 없다는 듯 웃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하, 참. 애초에 히어로와 빌런이 그런 사이일리가 없잖아.
물론, 그렇게 말하면서도.
-힐끔.
5분마다 한번씩, 에고스틱이 건내준 통신기가 울리나 하고 계속 보고있는 그녀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