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46화 (246/328)

ep.249

대한민국의 A급 빌런이자, 히어로들이 제일 경계하는 대상 1위인 나 에고스틱.

...인 나는 현재, 내 앞에 있는 담당 히어로 앞에서 진땀을 빼고 있었다.

"너, 너어..."

"하하. 크흠. 그, 괜찮으신가요..?"

"괜찮겠냐고오...."

"하, 하하..."

한 건물의 옥상 어딘가.

그곳에서 잔뜩 지친 모습으로 벽을 짚은채, 막 쓰러지려하는 스타더스가 날 물기어린 눈으로 올려다보고 있었다.

...죄책감에 마음이 쿡쿡 쑤신다.

'물론 나도 할말이 있긴 한데...'

애꿎은 히어로 뺑뺑이시킨 악덕 교관이 된듯한 느낌에 괜히 내가 나쁜놈처럼 보일 수도 있지만, 나도 사실 할말이 있긴 하다.

이번에 이렇게까지해서 비행 능력 어느정도 성장 안시키면, 곧 눈물 흘리면서 후회한다고...!

오늘 흘린 땀 한방울이 내일 한 생명의 목숨을 구할 수 있다. 거의 그 급이다. 대재앙이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아마 내가 여기서 그렇게 설명하면, 그녀는 바로 납득할거다. 오히려 지금 당장 몇바퀴 더 날려고 할걸?

그러나, 나는 그런 설명을 해줄 수 없었다.

위기가 위기로 인식되야 경각심이 생기지, 그걸 구구절절 설명하고 있으면 이게 훈련이지 테러 진압이겠냐구. 거기에 사악한 빌런을 연기하고 있는 이상, 절대로! 설명할 수 없는 일이였다.

그렇게 난, 모든 죄를 뒤집어쓰고 멀쩡한 히어로한테 서울 반대편에 있는 미사일 막고오라고 계속 시킨 나쁜놈이 되기로 결정했다.

악역이 있어야 주연이 빛나는 법 아니겠는가. 하하...

"하아, 하아, 하아...."

"..."

...물론 그건 그거고, 미안한건 미안한거였다.

특히나 땀 뻘뻘 흘려가며 날 보고 거의 울먹거리는 그녀가 내 앞에 있는 상황에선.

그나마 그녀가 지금 몹시 지친상태라 나한테 못달려드는게 다행이였다...

어쨌든 그렇기에 난 한번더 헛기침을 하며, 주제를 돌리려 애썼다.

"크흠... 그래도, 정말 잘 날고 잘 막으시던데요? 솔직히 깜짝 놀랐습니다. 역시 제가 인정한 제 숙적다운 활약이였습니다."

"...하, 참. 하아, 하아. 그래. 내가 이걸 고마워해야하나..?"

그런 내 칭찬..? 비슷한 말에 어이가 없다는 듯 숨을 몰아쉬면서도 그렇게 대꾸하는 그녀.

...와중에 입꼬리가 약간 위로 향했던 것 같았는데, 기분탓이겠지.

그렇게 몇마디 말을 더 해보려던 나는, 그냥 다 포기하고 순순히 사과의 말을 건냈다.

그냥 이러는게 내 마음이 편할 것 같아. 분위기도 좀 풀고.

"...크흠. 그, 죄송합니다. 제가 의욕이 너무 과했던바람에 스타더스씨를 고생시킨 것 같아 마음이 안타깝네요. 히어로와의 합을 신경써야 하는게 아치에너미의 도리인데, 죄송합니다."

난 약간 고개를 돌려, 그렇게 말했다.

...빌런이 히어로한테 테러 과했다고 사과하는게 맞는건가 싶긴 한데, 아 몰라. 아치에너미끼리는 그럴 수 있는 것도 아닐까?

하여튼 뭐, 그녀가 내 사과를 받아줘도 좋고. 아니여도 좋았다. 오히려 기만적인 도발로 받아들여졌다는 뜻이니까, 걍 미친놈 컨셉 쭉 이어나가는 셈 치지 뭐.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의 반응을 기다리던 그때.

"푸흡..."

내 앞쪽에서, 그녀의 맑은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뭔가하고 고개를 돌아봤더니, 벽에 손을 짚은 채로 다른 손을 배에 갖다댄 채 끅끅 웃고있는 그녀의 모습.

"진짜, 큽. 어이없어. 누가, 빌런이 히어로한테 테러 과했다고 사과를 해..?"

"...하하. 뭐, 저희 관계는 또 일반적인 히어로랑 빌런이랑 다르니 그럴수도 있는거 아니겠습니까?"

"...진짜, 어이없어..."

"하하하..."

얼마나 웃겼으면 눈물까지 나왔는지 눈을 닦고있는 그녀.

그리고 그런 그녀의 입꼬리는.

아까보다 분명히, 웃고 있는 모습이였다.

...뭔진 모르겠지만, 잘 풀린건가?

난 그렇게 생각하며 안도의 한숨을 쉬었다.

어찌됐건 그녀의 웃음소리 이후 분위기도 아까보다 따뜻해진게, 훨씬 나아진 느낌.

...아, 이건 그냥 해가 지고있어서 하늘이 주황빛이라 그런건가? 하하.

"...큼."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던 나는.

뭔가 어색한, 약간 간지러운 기분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돌려 하늘 쪽을 바라보았다.

"...."

건물 옥상 위, 탁 트인 하늘이 노을이 지고 있어서인지 따뜻한 주황빛으로 전부 물든 모습.

그리고 그 끝엔, 주홍빛으로 타오르는 해가 산 너머에 반쯤 몸을 감춰 하늘을 붉게 물들고 있었다.

"...하늘이 예쁘네요."

내가 그렇게 아무말이나 내뱉고 있을때.

"...그래. 그러게."

문득, 내 옆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힐끔 돌아보자 보이는.

벽에 손을 짚은 상태로, 나처럼 시선을 저 붉은 하늘쪽으로, 여전히 입꼬리가 올라가있는 상태로 바라보고 있는 스타더스의 모습이 보였다.

"..."

그녀의 금빛의 머리카락이 주홍빛 햇빛 아래 반쩍거리고, 내려오는 태양을 담고있는 그녀의 아름답고 맑은 푸른 눈이 살짝 빛나는 모습.

...그런 그녀의 모습을 멍하니 보던 나는 나도 모르게 함께 피식 웃었다.

그래. 히어로랑 빌런이 싸우다가 해지면 같이 노을 좀 볼수도 있지. 매일매일 싸우기만 하라는 법이 있나.

그리고 어쩐지, 둘이서 같이 노을지는 하늘을 바라보며 대화를 나누는 상황이 익숙하기도 했고.

그래. 익숙...

"...."

...잠깐.

그게 왜, 익숙하지?

"...?"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 순간.

나는 뭔가 위화감을 느꼈다.

'....뭐지?'

-시간이 되돌아가도. 결국 우리 둘이니까.

뭔가.

이런 상황이.

이런 비슷한, 상황을.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까.

한번.

-언젠가 다시,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올겁니다.

언젠가 한번, 겪었던 것 같은데.

"...."

나는 순간 드는 의문에 나도 모르게 생각에 잠겼다.

...노을. 옥상. 스타더스. 신하루. 대화. 손. 온기. 기억. 신하루.

뭔가. 뭔가 있다. 이런 상황을 언젠가 그녀와 한번, 겪었던 적이 있던 것 같다.

뭐 꿈이라도 꿨나?

'...뭐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있던 그때.

"무슨 생각해?"

바로 옆에서, 그런 소리가 들려왔다.

순간 흠칫해서 고개를 돌려보자 보이는, 날 향해 미소지으며 고개를 갸웃거리는 스타더스의 모습.

노을지는 태양빛에 비춘 그녀의 모습은, 그 어느때보다도 아름다워 보였다.

...이게 아니라.

"크흠. 아무것도 아닙니다."

나는 헛기침을 하며 그렇게 답했나.

너 생각을 하고 있었다고 답할 순 없잖아...

"난 또 가만히 있길래, 자수하기로 마음이라도 먹었나 했지."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의 농담에, 피식 웃으며 답했다.

"그럴리가 있겠습니까."

그래.

...대체 무슨 기억인지는 모르겠지만.

일단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

이렇게 스타더스와 함께할 수 있는 시간은, 얼마 있지 않으니.

나는 그렇게 웃으며, 노을 아래에서 오늘 이렇게 그녀를 직접 만난 이유인 검은 물체를 꺼내 그녀에게 순간이동으로 띄워 내밀었다.

"그건 그렇고, 스타더스씨. 선물입니다."

"...선물?"

그런 내 말에 고개를 갸웃거리면서도, 손을 뻗어 그건을 잡는 그녀.

이게 뭔가하고 돌려보는 그녀에게, 난 고개를 끄덕이며 답했다.

"통신기입니다."

"통신기...?"

내 말에 여전히 잘 모르겠다는 듯 요리조리 무전기와 이어폰을 닮은 물건을 돌려보는 그녀.

나는 그렇게 다시한번 기침을 한 뒤, 그것에 대한 설명을 이어나갔다.

"네. 사실 대한민국에 저 말고도 수많은 빌런들이 많지 않습니까? 저처럼 사회친화적이지 않고 막 제 구역에 깽판을 치는 빌런들이 많단 말이죠. 특히 그중 악질들은 제가 알아서 처리를 합니다만..."

"응. 그런데?"

"...걔중 몇명은, 제가 처리하기 버거운 상대가 있습니다. 거주지부터 약점까지 다 알아도 처리할 수 없는 다른 빌런들이요. 그런 놈들은, 스타더스씨가 처리해주셨으면 합니다. 제가 협력하지요."

저는 제 어그로 다 뺏어가는 놈들 처리해서 좋고, 스타더스씨는 다른 빌런들 처리해서 좋고-

그렇게 내가 덧붙이는 동안, 스타더스의 시선은 계속해서 그 통신기에 박혀있었다.

"그러니까... 너가 나한테 이걸로 연락하겠다고?"

"네. 뭔 일이 생기면 제가 연락 보내겠습니다. 그러면 그 빨간색 점등에서 빛이 들어올거에요. 그 이후 버튼을 누르시면 수락되어 제 목소리가 들리실 겁니다. 그냥 연락수단이라 보면 돼요."

"연락수단..."

그렇게 붉은 하늘 아래에서, 내가 준 통신기를 빤히 바라보는 그녀.

...내가 오늘 그녀에게 저걸 건낸 이유는, 바로 곧 처치해야되는 '그 빌런'이 있기 때문이다. 나와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절대 처치하지 못하는 녀석. 스타더스는 할 수는 있겠지만, 놈의 공략법을 몰라서 못하는 녀석.

그렇기에 내 공략법과 그녀의 힘이 합쳐지면, 그제서야 처치할 수 있는 녀석.

그놈을 처리하기 위해서도 스타더스와의 소통은 필수였다. 그때마다 해킹해서 하는법도 있기는 한데 그것보단 이게 더 확실하고 안전하니까. 핵심은 저 이이폰같은 장치이기도 했고.

...그러니까, 그녀가 지금 저걸 거절하면 큰일난단 소리다. 그 빌런 월광교 재앙 이전에 안잡으면 진짜 큰일난다고.

그리고, 잠시뒤.

그런 내 걱정이 무색하게.

"....흐, 흐응. 원래는 안받는데, 혹시 모르니까 받아주는거야! 알겠어?"

그녀는 고개를 돌린뒤 팔짱을 끼며, 약간 붉어진 볼로 그렇게 말했다.

...다행이다.

"감사합니다."

나는 싱긋 웃으면서 그렇게 말했다.

...그녀의 볼이, 약간 더 붉어진 것 같기도 하였다.

그 이후 몇마디 더 주고받은 뒤, 나는 순간이동으로 자연스럽게 도망쳤다.

며칠 후에 연락하겠다는 말과 함께.

...뭔가, 생각보다 훈훈하게 끝난것 같아서 다행이였다.

***

에고스틱의 광범위한 미사일 테러가 일어난 이후.

대한민국은 방송이란 방송은, 그 이야기밖에 안했다.

그러나 평소와 달랐던 점은.

[보시다시피 스타더스의 속도가 횟수가 늘어날수록, 균등하게 상승하는걸 볼 수 있습니다! 마지막에는 처음 대비 거의 절반넘게 빨라졌는데, 이는 세계 수준으로 봤을때도 굉장히 빠른 속도며...]

언론이 에고스틱 그보다는, 스타더스 얘기를 더 많이 했다는 점이랄까.

[아마 아직까지도 스타더스의 능력이 백프로 개화하지 않은것 같다고 전문가들은 분석하고 있습니다. 이와 별개로 일부 대중들 사이에선 에고스틱이 처음부터 스타더스의 성장을 노리고 테러를 기획한 것이 아니냐는 의견도 나오고 있는 상황으로써...]

[역시 대한민국 히어로의 자랑, 스타더스 아니겠습니까? 하하하!]

그렇게 그날 스타더스의 활약을 본 이들이 그녀를 칭송할 때.

정작 그 화제의 중심에 있는 그녀는, 에고스틱이 그래서 테러를 한건가-정도의 생각만 할뿐, 별 관심을 갖지 않았다.

대신 그녀는.

"...."

침대에 누워서, 에고스틱이 준 통신기를 손에 올려 아래에서 바라보고 있었다.

'에고스틱과 직접 만나지 않고도 대화를 할 수 있는, 사적인 연락수단이라...'

"....드디어."

시원한 이불 위에서 그렇게 중얼거린 그녀는.

오늘 하루종일 몸을 쓰느라 지쳤음에도 불구하고, 자기도 모르게 따뜻한 미소를 짓고 있었다.

여름 밤의 일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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