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45화 (245/328)

ep.248

[하? 이번엔 정말 못오실줄 알았는데, 이것도 막아내시다니... 굉장히 당황스럽네요! 좋습니다, 이번이 진짜 마지막입니다! 과연 이번에도 막아내실 수 있을지 보자고요. 25분 드리겠습니다! 위치는...]

에고스틱의 불특정 지역 미사일 테러가 시작된 이후, 시간이 벌써 꽤나 많이 지났다.

그리고 스타더스는.

"...하아, 하아."

지금 거의, 몸이 쓰러지기 일보직전이였다.

'아까도 마지막이라며... 왜 이번에도 진짜 마지막이라는 건데...!'

그렇게 한탄해봤지만, 들어줄 사람이 있을리 만무.

에고스틱. 그는 대체 무슨 집 창고에 미사일이라도 쌓아뒀는지, 아무리 날리고 날려도 계속 어디서 다른걸 가져와서 쏘겠다고 말하고 있었다.

그 결과 스타더스, 그녀는 현재 거의 날아서 서울 한바퀴를 찍고있는 상황.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에고스틱 다음 위치를 선정하는 곳이 매번 하필이면 그녀로부터 제일 멀리 떨어져있는 곳인 바람에.

"하아, 하아..."

결과적으로 그녀는, 하루종일 하늘만 날고 있었다.

제주도로 가라고 안하는걸 다행으로 여겨야 할 지경...

"그래... 헤엑, 가면, 가면 되잖아..."

그렇게 그녀는 거의 정신이 나간 상태로 그렇게 중얼거리며, 몸을 하늘에 날렸다.

그리고 그런 그녀가 자세를 잡고, 허공을 박참과 동시에.

파아아아앙-

슈우우우우우우웅.

하늘에서 무슨 굉음이 들리며, 그녀의 몸이 거의 전속력으로 튕겨 날아가졌다.

그래.

거의 종일 이어진 뺑뺑이질에, 스타더스 그녀 비행 속도가 기존의 한계를 돌파하여 거의 체감상 50프로는 더 빨라진 것.

그래서인지, 아니면 육체가 적응해서인지.

그녀는 슬슬 이런 생각이 들기 시작했다.

'이제 좀 할만한 것 같기도..?'

처음과 두번째 바퀴에는 진짜 죽을뻔 했는데. 이게 세번째부터는 익숙해시고 무념무상에 경지에 들어가서인지 그전처럼 힘들진 않다.

물론 여전히 죽겠긴 하지만... 그래도 이 페이스대로라면 할만한 것 같기도 하고...

그리고 그녀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순간.

"...?"

갑자기 하늘에서, 눈이 내리기 시작했다.

'...뭐지?'

무슨 싸라기눈 마냥 하늘 위에서 흩날리는 하얀 알갱이들.

...아니, 계속 보니까 정말 눈이 맞는거 같다.

지금 겨울이 지난지가 언젠데..?

그녀가 멍한 정신으로 그렇게 날아가며 생각하던 그때.

어느덧, 갑자기 눈의 알갱이들이 더욱 커지더니.

이젠 거의 폭설이 내리기 시작했다.

눈앞이 안보일 정도로.

"....뭐야."

대체 무슨 일인가.

그녀가 멍한 머리로 생각하던 그때.

때마침 귀에서, 에고스틱의 방송이 들려왔다.

[네! 스타더스씨가 지금 너무 잘 날고 계셔서, 방해물을 추가해 봤습니다. 이제부터 스타더스씨의 동선에는 눈이 내릴 예정입니다. 감사합니다!]

뚝.

"...."

그렇게 스타더스는.

정신없이 하늘을 나는 상태임에도, 아찔한 현기증에 자기도 모르게 비행중에 중얼거렸다.

"이... 이... 이 나쁜 자식아..."

넌 진짜, 다 끝나고 보자...!

그렇게 오늘이야말로 기필코 에고스틱을 잡아가겠다는 의지를 다시한번 되새기며, 스타더스는 눈물을 머금고 폭설을 뚫으며 날았다.

계속 나느라 더웠는데, 눈이 와서인지 시원하긴 했다.

하아...

***

"좋아, 좋아. 잘돼가고있네."

서울 어딘가에 임시로 마련해둔, 이번 테러의 컨트롤센터.

그곳에서 나는, 스타더스의 이동경로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현재 스타더스의 속도는 기존과 비교해서 거의 50프로 넘게 상승한 상태.

이정도면 오늘 하루만에 이루었다고는 믿을 수 없는, 괄목한만한 성장이였다.

*

[스타더스 ㄹㅇ 왜 갈수록 빨라짐???]

[이것이 K-히어로의 위엄? ㄷㄷㄷㄷㄷㄷ]

[좆됐다 내일 국뽕튜브들 풀가동 ONㅋㅋㅋㅋ 벌써부테 제목이 보이네ㅋㅋㅋㅋㅋㅋ]

[스타더스<< 그냥 히어로 GOAT면 개추ㅋㅋㅋㅋ 별먼지랑 망고 없었으면 ㄹㅇ 대한민국 걍 망했음ㅋㅋㅋ]

[에고스틱 지금 테러 계속하는거 ㄹㅇ 스타더스 비행 속도 빠르게 하려고 그러는거 아니냐? 어디까지 내다보는겁니까 망고센세ㄷㄷ]

*

어느정도냐면, 무려 시청자들도 느낄정도.

지금까지 단순히 힘이 강해지는건 체감하기 힘들었지만, 속도는 정형화된 수치라 그런지 다들 스타더스가 갈수록 빠르게 나는걸 느끼는 듯 했다.

물론 이 방법도 문제가 있었으니.

바로 스타더스가 너무 고생한다는 것...!

"크흑..."

나는 이마를 부여잡고 고개를 저었다

나도 이러고싶지 않았다. 하지만, 하지만...

오히려 스타더스를 더욱 잘 아는 나이기에, 알 수 있었다.

지금 스타더스가 이런 방식으로라도 성장하지 않으면, 그녀는 분명 나중에 더 괴로워 할거라고.

자신이 느린바람에 한 사람이라도 더 못구하게 되면, 그녀는 스스로를 원망하며 지금과는 비교도 할 수 없을 정도로 더욱 아파할거다.

그녀는 원래 그런 성격이였으니까.

"...에휴."

즉, 지금 빡세게 해서 성장 시키는게 결국 그녀를 위한 소리라는 것. 특히 게이트 사태가 얼마 남지도 않은 지금이니까.

거기에 스타더스는, 실제로 기대대로 아주 잘해주고 있었다. 지금 속도 상승폭좀 봐봐. 다른 히어로들이 1프로 더 강해지기 위해 몇년씩이나 노력하고 있을때 몇시간만에 혼자 무슨 성장 버프라도 받은 것마냥 날아다니고 있다. 조금만 더하면 오늘 두배 찍겠어...!

그렇기에 난 눈물을 머금고, 한바퀴씩 추가했다.그녀가 완전히 그 속도를 체화할 수 있도록.

거기에 우리 신령씨나 세희도 불러, 중간중간 눈이랑 벼락도 내리게 해 모든 상황을 대비시켰다. 거의 올 인 원 훈련이라고 할까.

그렇게 스타더스를 성장시키는 것과 더붙어

*

[자기가 미리 벙커안으로 도망친 월급루팡이면 개추ㅋㅋㅋㅋ 아 우리 도시에도 떨어질거라고ㅋㅋㅋㅋ]

[ㄹㅇㅋㅋ 아 도시마다 다 순회하는데 곧 쳐들어 올거라고~]

[속보)우리 학교 학생들 전교생 벙커 착석 완료ㅋㅋㅋ 애들 수업 째고 놀 수 있는 기회에 신난듯 아ㅋㅋㅋ]

[누구보다 빠른 한국인들 ㅅㅂㅋㅋ]

*

덤으로 사람들의 대피능력도 어느정도 키웠다. 하도 여러 도시들을 가자고 협박하다보니 다들 이젠 미리미리 자기 도시에도 올걸 예상하고 벙커로 도망치더라고.

그렇게 난 한동안 미안한 마음을 억누른채, 미사일 협박 테러를 계속 이어나갔고.

[오빠, 이제 미사일 준비해놓은것도 하나 남았어요. 슬슬 그만 끝내야할거 같은데요?]

어느덧, 드디어 끝날 시간이 찾아왔다.

"그래 알았어. 슬슬 준비할게."

대충 그렇게 답한 나는, 이제 오늘 테러의 마지막을 진행할 준비를 했다.

바로 내가 직접 나가서 오늘 모든 미사일을 다 막아낸 스타더스를 맞이하는 것.

그리고, 제일 중요한.

오늘 스타더스에게 줘야만 할 것도있고.

"..."

그렇게 난, 미리 준비해놓은 내 손안에 든 검은 물체를 빤히 쳐다보다가.

이내 주머니에 쏙 넣은 뒤 일어났다.

그래, 이제 스타더스를 직접 볼 준비를 해야지.

해야되는데...

"쓰읍..."

...하루종일 뺑뺑이 돌리고 직접 맞이할 생각을 하니, 뭔가 등뒤에서 식은땀이 나는 느낌이였다.

'...지금이라도 도망칠까..?'

그런 생각까지 들 정도.

그러나.

"...."

내 안의 직감이, 지금 안만났다가는 진짜 좆될수도 있다는 경고를 미친듯이 하고있어서 그냥 만나러 가기로 했다.

...조심하자. 조심...

***

"허억... 허억... 흐엑..."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푸른 하늘 위.

이제는 거의 해가 질듯, 슬슬 붉어지기 시작하는 그곳에서.

방금 또 하나의 미사일을 하늘 위로 날려버린 스타더스는, 근처 건물의 옥상에 몸을 기댄 채 거친 숨을 내뱉으며 늘어져 있었다.

[와, 이것도 막으실줄은 정말 몰랐네요. 방금 미사일이 제 마지막이였습니다. 크흠, 그럼 오늘 테러는 여기서 끝내도록 하겠습니다. 대한민국 국민 여러분, 스타더스씨가 있어서 다행인줄 아시길!]

그렇게 그녀가 어질어질한 머리를 부여잡는 동안, 귓가에 들려오는 에고스틱의 방송.

"이제 진짜... 허억. 진짜 끝이구나..."

스타더스는 거친 숨을 집어삼키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진짜 죽는줄 알았다. 정말로.

거의 히어로 초창기때 협회에서 받았던 지옥훈련에 버금갈 지경.

심지어 그때와는 다르게 누가 손에 미사일 들고 협박까지 하니, 정말 미친듯이 여기저기 날아다닐 수밖에 없었다.

심지어 중간중간 눈에 벼락까지 칠때는 정말이지...

"으으..."

그렇게 머리를 잠시 부여잡은 그녀가, 난간에 손을 짚고 기댄채.

"에고스틱..."

이내, 그녀가 그의 이름을 그렇게 중얼거리던 그때.

"하하, 절 부르셨습니까?"

"...!"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익숙한 목소리.

그걸 들은 그녀는, 반사적으로 뒤를 휙 돌아봤고.

그곳에는.

"안녕하십니까. 스타더스씨. 크흠, 오랜만이네요."

멋쩍은 표정으로 자신을 보며 웃고있는 에고스틱이, 하늘 위에 둥둥 떠있었다.

"너, 너어..."

"하하..."

이내 그녀가 물기어린 눈으로 그를 올려다보자, 미안한 모습으로 눈을 피하는 그.

...미안한 모습으로?

"크흠, 그. 괜찮으신가요...?"

"괜찮겠냐고오...."

"하, 하하..."

그렇게 자신의 앞에서 멋쩍은듯 헛기침을 하는 그의 표정을 보고.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할말을 잃었다.

뭔가... 이미 많이 미안해하고 있는듯한 모습.

...이런 반응은 예상하지 못했기에, 순간 그녀는 벙찔 수밖에 없었다.

당연히 뻔뻔하게 웃으며 '고생 좀 하셨어요?' 이럴 줄 알았더니, 오히려 미안해하니까 당황스러워지는 감정. 아니, 자기가 테러를 저질러놓고 미안해하는 빌런이 어딨어...

'진짜...'

어이없어.

그녀는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조금씩 화가 풀리는게 느껴졌다.

그래. 사실 따지고보면 빌런이 그럴수도 있는게 아닐까? 내가 늦으니까 자꾸 시간 연장해주던 것도 그렇고... 그도 어쩔 수 없는 사정이 있었겠지.

잠깐. 이건 아닌가...?

그리고 그렇게 그녀가 여기서 화를 더 내야할지 말아야할지 스스로도 갈팡질팡하고 있었고.

그런 그 순간에도.

....

해는 천천히 지며, 하늘을 붉게 물들고 있었다.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