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7
스타더스가 지금쯤 땀을 뻘뻘 흘리면서 날고 있을 그시각.
나는 미리 준비된 세트장에 앉아, 조용히 계획을 점검하고 있었다.
내 이번 테러의 목적은 간단했다.
스타더스의 비행 속도를 상승시킨다. 바로 그것.
'이제 게이트가 열릴 날도 얼마 남지 않았으니까.'
스타더스가 충분히 강해진 만큼, 전투 말고도 이런 전투 외적인 요소도 성장시킬 필요가 있었다.
그래서 일부러 그녀의 평균적인 비행 속도를 분석하여 알아낸다음, 그것보다 좀 더 타이트하게 제한 시간을 설정한 것. 우리의 주인공은 위기속에서 성장하는 법이니까.
'그리고...'
일류 악당은 한번의 테러에 많은 것을 준비해야 하는법. 그것 말고도 당연히 따로 훈련시킬게 있다.
바로 대중들의 대피 훈련.
이제 슬슬 게이트 사태가 코앞으로 다가온 지금, 그날이 왔을때 시민들이 빠르게 벙커로 도망치는 것도 문제다. 이게 적응이 안돼있으면 대피가 느려져서 도망치다가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괴물들한테 찢겨 죽는 수가 있다.
그렇기에 내가 내건 조건이, 미사일을 떨어트린다 한 지역에 사람들이 빨리 도망칠수록 시간을 좀 늘려주겠다 한 것.
시민들을 빨리빨리 도망치게 해 대피 경험도 시켜주고, 스타더스 상황봐서 이 핑계로 유동적으로 시간을 조금 더 늘려주기 위한 일석이조의 방법이였다. 진짜 미사일을 도시에 떨어트릴 순 없잖아.
어쨌든 그런 이유로 도시도 일부러 지하 벙커들이 다 완공된 곳으로 고른건데... 일단 그건 제쳐두고.
'이제 대략 10분 남았나..?'
나는 남은 시간을 확인한 뒤 속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금 화면에는 공중에 떠있는 미사일과 카운트다운 시각만 나오고, 내 모습은 안비추고 있는 상황.
그래, 슬슬 시작할 때가 됐군.
"큼, 큼. 서은아, 시작하자. 그거 띄워줘."
[네 오빠.]
좋아. 카메라 키고.
중계 한번 해볼까.
카메라에 불이 다시 들어온걸 확인한 나는, 정면을 보고 앉아 빙긋 웃었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 뉴스 시간입니다. 반갑습니다! 다들 잘 대피하고 계신가요?"
이제 다시 내가 방송을 타고있는 상황.
그리고 뒤에는, 카운트다운과 더불어 서울 지도와 그 위에서 이동하고 있는 노란 점을 보여주고 있었다.
그래. 할 것도 없는데 스타더스 중계나 하자.
난 그런 생각을 하며 방송을 재개했다.
"현재 남은 시각은 8분! 스타더스의 위치는 현재... 여기쯤입니다! 아, 이거 시간 내에 갈 수가 있나요?"
*
[스타더스 힘 내!!!!]
[아니다 걍 힘내지마 회사 망해라 ㅅㅂㅋㅋㅋㅋ]
[나만 아니면 돼~~~]
[자기가 지금 대피해야한다는 핑계로 회사 째서 신난 직붕이면 개추ㅋㅋㅋㅋ]
[실시간 벙커 상황... 사람 존나 많음ㅅㅂㅋㅋ 다들 말 잘듣네]
[달려라 달려 별먼지야~ 날아라 날아 스타더스~]
[이거 벙커에 사람들 많이오면 시간 연장해준다고 하지 않았음?? 연장해주세요 잉잉]
*
나는 채팅을 힐끔 보곤, 다시 남은 시간과 스타더스가 온 위치를 파악했다.
아직까지 시간내에 오긴 택도없는 상황.
하지만! 그렇다고 지금 시간을 늘려주면 별알못이다. 스타더스란 자고로 위기가 와야 힘을 각성한다고. 한 몇분 안남은 상황에서 속도가 미친듯이 오르지 않을까.
난 그렇게 미리 드론들을 띄워 준비해둔 스타더스-거리측정 장치를 통해 스타더스의 실시간 위치를 확인하며 중계를 이어나갔다.
그리고 슬슬 시간이 얼마 안남은 상황.
...아무래도 서울을 가로지르는데 20분은 너무 짜게 준 것 같다.
그래. 조금 더 늘리자.
"네! 스타더스가 현재 성동구를 지나고 있습니다! 시간내에 오기는 뭐. 틀려먹었네요! 미사일 맞을 준비나 하시죠."
나는 씨익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그렇게 약속한 시간까지 2분 남은 상황.
"뭐, 어차피 여기서 몇분 더 준다고 해도 달라질 것도 없어보이니. 대충 지금 들어온 벙커 통계 비례해서 추가시간 3분! 3분 드리겠습니다. 화이팅 해보십쇼, 될 리가 없겠지만 말이죠. 하하하하!"
*
[3분은 너무 짜잖아 ㅅㅂㅋㅋㅋㅋ]
[그래도 약속대로 시간은 더주며 츤츤거리는 망고스틱]
[큰일났다 진짜 미사일 떨어지냐???]
[꺄아악 벙커위치도 제대로 못찾아서 해매고 있는데 좀 더줘요]
[아니 위에 게이야 ㅅㅂ 채팅칠 시간에 뛰라고ㅋㅋㅋㅋㅋ]
[그냥 미사일 떨구고 도시 재개발ㄱ]
[팩트)스타더스가 시간내에 안오면 백퍼 시간 더 늘려줄듯ㅋㅋㅋ]
[별먼지야 힘을내요 스타파워~]
*
나는 그렇게 겉으론 웃으면서도.
속으론, 식은땀을 흘리고 있었다.
아니... 우리 스타더스. 내 예상보다 조금 더 많이 느린데?
뭐, 따지고보면 이걸 미리 알아차려서 이렇게 훈련시킬 수 있다는건 좋은 일이긴 했지만. 그래도 너무 느렸다. 처음부터 30분 줄껄. 그렇다고 이제와서 파격적으로 더 늘리기도 뭐해서 3분만 더 줬는데...
'아니야. 할 수 있을거야. 스타더스, 파이팅...!'
나는 속으로 그렇게 응원의 메세지를 보냈다.
...설마, 미사일 떨어트려야하는 상황이 오는건 아니겠지?
그렇게 무슨 핑계로 시간을 더 늘려줘야하나 하고 내가 변명거리를 열심히 머리굴려 생각하고 있었을 그때.
*
[오..?]
[속보 속보 별먼지 속도 갑자기 부스트 ONㅋㅋㅋㅋ]
[역시 위기에 강한 히어로 스타더스ㅋㅋㅋㅋ]
[믿고있어습니다 대한민국 히어로 GOAT 킹 먼 지]
*
지도에 표시된 스타더스의 위치가, 미친듯이 빨리 이동하기 시작했다.
그래! 이거지. 역시 믿고 있었다고 스타더스...
"역시...!가 아니라, 이럴수가! 스타더스의 속도가 빨라지고 있군요. 이거 어쩌면 시간내에 올 수도 있으려나요?"
나는 큰일이 났다는 듯 그렇게 말했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속으로 몰래 기뻐하는 순간에도.
[1 : 00]
[0 : 59]
[0 : 58]
시간은, 착실히 흐르고 있었다.
***
서울 동부 어딘가.
"크윽..."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이를 악물고 혜성처럼 하늘 위를 날아가고 있는 여자.
그녀는 바로, 태어나서 제일 빠른 속도로 날아가고 있는 스타더스였다.
'아니... 20분만에! 여기서 거기까지 어떻게 가냐고!'
바람이 하도 얼굴을 때려서인지, 거의 눈물까지 나올 것 같은 상태로 그녀는 이를 악물고 생각했다.
안그래도 숙취때문에 머리도 좀 아픈데, 이러고 있으니 두배로 힘든 상황.
결국 시간이 지나고, 그녀가 이거 시간내에 갈 수 없을 것 같다는 판단이 들 무렵.
[뭐, 어차피 여기서 몇분 더 준다고 해도 달라질 것도 없어보이니. 추가시간 3분! 3분 드리겠습니다. 화이팅 해보십쇼, 될 리가 없겠지만 말이죠. 하하하하!]
미리 연결해둔 인이어 이어폰에서, 에고스틱의 그런 말이 들려왔다.
시간이 더 늘어났다는, 일단은 더 좋은 소식.
그러나 그녀는 그걸 듣고 안심할 수 없었다.
"....."
시간을 더 늘렸다는 그의 말을 듣자마자 떠오르는 것.
아, 에고스틱은 역시나 처음부터 떨어트릴 생각이 없구나-라는거 하나.
그리고.
"....."
...그가 정말 자신이 20분내에 올 수 있을거라고, 판단한것 같다는 생각.
어쩐지 그녀의 머릿속에는, 가만히 앉아서 실망한 표정으로 시간을 보는 에고스틱의 모습이 저절로 떠올랐다.
'하하하하! 하하하... 하아. ....스타더스씨. 이정도는 할 줄 알았는데 말이죠. 쩝, 제가 너무 기대가 컸나보네요. 시간 더 늘리겠습니다, 어쩔 수 없죠.'
...설마, 에고스틱이 그럴리가 없다는 생각이 들면서도.
어쩐지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는, 에고스틱의 실망한 표정.
그걸 단순히 떠올리기만 했는데도 그녀는 자신의 심장이 덜컥 뛰는 걸 느꼈다.
"으으..."
그리고 곧 그런 불안감은, 그녀의 절박함을 증폭시켰고.
"....하면! 하면 될 거 아니야!"
그렇게 그녀는, 이를 악물고 모든 힘을 쥐어 짜 몸을 날렸다.
그렇게.
5분후.
"허억, 헉. 허억. 하아, 하아. 하아."
그녀는 시간내에, 도착하는데 성공했다.
"이씨...!"
그리고 때마침, 정겹게 수직 낙하하며 떨어지고 있는 미사일의 모습.
"에잇!"
이미 너무 무리하느라 몸에 힘이 빠진 그녀였지만, 막상 도착하고 나니 내뿜어지는 분노로 떨어지고 있는 미사일을 아래에서 잡아 그냥 저 하늘 위로 던져버리는데 성공했다.
반짝
그렇게 저 하늘 위의 별이 되어버린 미사일.
그리고.
"에고스틱...."
넌 진짜... 진짜...혼 좀 나봐야돼...
그녀는 거칠게 숨을 쉬며, 서슬 퍼런 눈빛으로 주위를 둘러봤다.
...근데 얘 어딨어?
그렇게 그녀가 의문을 가질 무렵.
귓가에서, 믿을 수 없는 말이 들려왔다.
[오! 스타더스가 미사일을 쳐냈습니다! 믿을 수 없는 일이군요!]
[그럼 바로! 다음 미사일도 들어가겠습니다! 위치는 강서구... 이곳입니다! 제한 시간은...]
...하아?
그녀는 자신의 귀를 의심했지만.
[스타더스씨! 에고스틱이 또다른 미사일을 공중에 띄우고 협박 중입니다! 위치는 거기서 완전 끝으로 가시면...]
정말로, 에고스틱은 그녀보고 다시 서울의 반대 끝으로 곧바로 날아오라고 하고 있었고.
그걸 들은 그녀는.
"....나쁜놈. 진짜, 나쁜놈아..."
이제는 거의 눈물을 삼킨 채, 곧바로 몸을 날려야했다.
...물론, 비행 능력은 확실히 강해지고 있었다고 한다.
***
*
[????: 회원님! 딱 한 세트만 더 하시면 됩니다! 한세트만 더하고 쉽시다!]
[아니 ㅅㅂ 미사일 테런줄 알았더니 걍 스타더스 개인 PT시켜주고 있네 아ㅋㅋㅋㅋ]
[속보)별먼지 평균 이동속도 처음이랑 비교했을때 20퍼 상승ㅋㅋㅋㅋㅋ]
*
그렇게 스타더스한테 또 반대편으로 오라고 시킨 이후.
나는 마음 속을 짓누르는 죄악감에 가슴을 아파하고 있었다.
"...흑, 미안합니다. 스타더스씨."
근데 지금...! 진짜 속도가 미친듯이 빨라지고 있다...!
이대로 보내주면 안하니만 못하다. 이번 기회에 확실히 성장시켜서 몸에 체화되게 만들어야 한다.
그렇기에 난, 눈물을 삼키며 다른 미사일을 하나 더 준비하고 있었다.
...슬슬, 오늘 마지막에 스타더스를 직접 대면하게 될 그때가 걱정되기 시작했다.
살아돌아갈 수 있겠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