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6
온갖 사건사고가 매일같이 터지는 대한민국.
그중에서도 티비는, 그 소식을 제일 빠르게 전해주기 좋은 컨텐츠다.
왜냐고? 그냥 켜놓기만 하면 잊을만하면 한번씩 '긴급속보!' 이러면서 빌런이 등장한 소식을 알려주기 때문.
그래서인지 티비와 라디오의 청취율이 생각보다 굉장히 높은 편이다.
특히, 몇몇 빌런은 방송국을 전파납치 하며 티비에 자신의 테러 예고를 라이브로 송출하기도 하기 때문에.
바로 지금처럼.
"흠, 흠. 여러분, 안녕하십니까."
어느날처럼 전파가 털려버린 티비.
그리고 그곳에서는, 나왔다하면 시청률이 역으로 상승한다는 그 빌런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바로 대한민국의 A급 빌런, 에고스틱이.
*
[망고 10만년만에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
[왜 이제야 오냐고!!!!! 오래전부터 당신같은 빌런을 기다렸다우]
[실시간으로 시청자수 느는거봐라 ㅅㅂㅋㅋ]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룩끼룩~ 망끼룩끼룩~]
[채팅창 ㅈㄴ빠르네 와ㅋㅋ]
[요들레히 요들레히 망들레히요~ 망들레이 망들레이 요들레히요~ 요들레히 요들레히 망들레히요~ 망들레이 망들레이 요들레히요~]
[Sup is this that famous Ego's room? Damm lucky i'm here lmao☆]
[이새끼들 일단 영상도 안보고 무지성으로 망하하 채팅박고 시작하는거 뭔데ㅋㅋㅋㅋㅋㅋ]
[아니 왜 아무도 지금 상황엔 관심을 안가지냐고ㅋㅋ 망고 지금 어디임?]
*
온갖군데 동시송출 되고있음에도 불구하고, 미친듯이 올라오는 공식 홈페이지의 채팅창.
일단 채팅부터 박던 이들중, 그제서야 드디어 흥분을 가라앉힌 몇몇이 에고스틱의 현재 모습에 의문을 가지기 시작했다.
왜냐하면 화면에 나오는 그의 모습은.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반갑습니다."
평소랑 다르게, 녹색 배경을 뒤로한 채.
어딘가의 의자에 앉아 다리를 꼰 채, 여유롭게 차를 한잔 들고 있는 모습이였기 때문.
그러니까, 정확히는 현장이 아닌 어딘가의 세트장에 있는 모습이였다고 할 수 있다.
"흐음... 좋네요."
그래서인지 어쩐지 평소보다 차분하고, 여유로움이 느껴지는 있는 그의 모습.
한가롭게 차를 마시고 있는게 마치 테러를 하는건지 아니면 뉴스방송을 시작하기 전인건지 모르겠는 모습이였다.
*
[??ㅋㅋㅋㅋㅋㅋㅋ]
[오늘은 테러가 아니라 에고-카페 시간인가요?]
[테러전 차 한잔의 여유는 인정이지ㅇㅇ...]
[뭔데 자연스럽냐ㅋㅋㅋㅋㅋㅋ]
[나도 보성녹차 티팩 한잔 타와서 모니터앞에서 같이 마시는중ㅋㅋ 망고오빠랑 티타임하는 느낌]
[실시간 협회 상황)대체 뭐하는지 몰라서 그냥 멍하니 보는중ㅋㅋㅋ]
[코이츠 차만 홀짝여도 시청자수가 이만큼인wwwwww]
*
그렇게 잠시동안 방송을 킨 채, 의자에 앉아 차를 마시던 에고스틱은.
이내 찻잔을 하얗고 동그란 탁자 위에 놓고는, 여전히 다리를 꼰 채 두 손을 붙잡곤 카메라를 보며 씨익 웃고는 말했다.
"네, 여러분. 다들 다시한번 만나서 반갑습니다. 안녕하셨는지요."
그렇게 빙그레 웃은 그는, 이내 손을 탁 튕겼다.
그리고 그러자 그의 뒤에 초록 배경이 하얀색으로 바뀌고.
그제서야 에고스틱은 자리에서 일어나, 자신의 검은 로브를 한번 여며였다.
이제 카메라가 움직여 에고스틱의 상반신만 보이는 상황.
그런 모습 속에서, 그는 한숨을 쉬며 입을 열었다.
"하아. 여러분 사실, 제가 요즘 걱정이 있습니다."
"바로 요즘 여러분들이! 제 테러를 별로 위협적이게 생각하지 않는 것 같다는 말이죠. 무슨 테러가 일어나도 자기는 안죽을줄 안다고 한달까? 안전불감증에 걸리신 국민들이 많습니다. 참 안타깝게도요."
혀까지 차며, 아주 중대한 문제라는양 고개를 주억거리는 그.
그리고 그런 그의 말에, 시청자들의 반응또한 빠르게 채팅에 올라오기 시작했다.
*
[????ㅋㅋㅋㅋㅋㅋㅋㅋ]
[자기는 안죽을줄 안달까?(민간인 0명 죽여놓고 하는 말)]
[S급 히어로가 이벤트 열면 즐겨야되는건 상?식 아닌가????]
[헉 누가 우리 망고 화나게했어!! 당장 안쫄아?]
[망고 츤데레아니였음? ...헉 여기까지만 말하겠습니다]
*
그리고 시청자들의 그런 반응이 보인다는 듯, 고개를 절래절래 흔들더니 진지한 목소리로 말하는 그.
"흠, 여러분들이 잘 모르시는게 있군요. 바로 여러분들이 지금까지 무사했던건 저 때문이 아닌, 스타더스가 제 테러를 너무 잘 막아서였던 거라는걸 말이죠! 하아, 스타더스만 아니였으면 제 테러가 전부 다 성공했을텐데. 참으로 안타까운 일입니다."
그렇게 자연스럽게 스타더스를 예찬하던 그는, 이내 드디어 본론으로 들어간다는 듯.
씨익, 사악한 웃음을 지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서 제가 결정을 내렸습니다."
"바로 스타더스가 막기도 전에 테러를 하자는거죠!"
"그럼, 소개하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손가락을 딱 하고 튕겼고.
그와 동시에 뒤의 하얀 배경이 변하더니, 어느 도시 위의 하늘을 보여주기 시작했다.
정확히는 하늘 위에 홀로 마법으로 둥둥 떠있는, 거대한 미사일의 모습을.
"네! 맞습니다, 이제는 인정사정 봐주는거 없습니다. 그냥 시원하게, 서울 상공에 미사일을 떨어트리겠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기우뚱.
미사일이 허공에서 금방이라도 떨어질 듯 비틀거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그가 다시 손가락을 튕기자, 뒤에 서울 지도의 모습이 떠올랐고.
이내 지도의 오른쪽 끝에 빨간 점이 하나 떠오르며, 귀여운 미사일 이모티콘이 그 곳에 놓여있었다.
...결코 귀엽진 않은 상황과 다르게.
이내 흡족하다는 듯 고개를 한번 끄덕이며, 카메라를 향해 씨익 웃으며 말하는 그.
"그래도 바로 떨어트리는건 좀 그러니까. 넉넉잡아... 20분. 네. 20분 드리도록 하죠. 그 이후에는 그냥 정확하게 떨어트릴겁니다. 당연히 위력도 엄청난 녀석이기에, 한방 맞으면 도시 그냥 날라갑니다. 지금 당장 비상상황 선포하고 도망치시는게 좋을걸요?"
거기까지 말한 그는 미소지으며 마지막 말을 덧붙였다.
"물론! 시간내에 스타더스씨가 오신다면 또 모르겠습니다만 말이죠. 아, 그리고 갑자기 초과근무하게 생긴 스타더스씨가 불쌍해지니 조건을 좀 완화해 드리겠습니다."
그는 그렇게 말하며, 지도를 확대해 미사일이 떨어질 도시 근처에 표시된 협회 벙커의 위치를 찍어줬다.
"이 도시에 계신 여러분들이 전부! 시간내에 벙커에 일사분란하게 합을 맞춰 들어가신다면 시간을 좀 완화해드리도록 하겠습니다. 여러분의 단결력을 좀 볼까요? 그런게 있을리가 없겠지만 말이죠. 하하하하!!"
이내 그렇게 말한 그는.
눈웃음을 지으며, 마치 이 화면을 보고있을 누군가에게 직접적으로 말하듯이 입을 열었다.
"자, 지금부터 20분입니다. 한번 와보시죠."
"시작!"
*
[망꺄아아아아악~]
[아니 하필 내 직장있는 곳이네 ㅅㅂㅋㅋ 누가 내 머리위에 미사일놨어]
[사장님이 미쳤어요 폭탄 세일...을 넘어선 무료배포 헉]
[돔황챠~~~~~]
*
그리고 그 말과 동시에.
그 미사일이 바로 아래에 있던 도시는, 20분후에 자기들 머리 위에 미사일이 떨어진다는걸 깨닫고 난리가 났고.
당연히 히어로 협회또한, 난리가 났다.
"빨리 스타더스 불러봐!"
"협회장님, 스타더스와 연결 성공했습니다!"
"그래? 빨리, 빨리 출발하라 해!"
그렇게 부산스럽게 난리를 치던 그들은 몰랐다.
스타더스는 이미, 전속력을 다해 하늘을 날고 있었다는걸.
***
히어로의 인생은 쉽지 않다.
당연한거 아니겠는가. 히어로란 빌런들을 상대하는 존재. 그리고 자고로 빌런들이란, 언제 어디서 테러를 일으킬 지 모르는 법이다.
그나마 대한민국은 밤에는 섀도우워커라는 히어로의 존재때문에 그를 제외한 히어로들은 잠은 편하게 잘 순 있긴 하지만, 그래도 힘든건 마찬가지.
자고로 히어로란 점심을 먹다가도, 씻다가도, 영화를 보다가도 빌런이 나왔다하면 즉시 멈추고 나서야 하는 입장이란 소리다.
그래, 그건 안다. 아는데...
"큭..."
서울 상공.
무슨 인간 제트기가 된것마냥 전속력으로 하늘을 날고있던 스타더스는, 그런 생각을 주워삼켰다.
'에고스틱...!'
이건, 진짜, 너무한거 아니냐고오...!
'대체 거리는 또 왜 이렇게 먼데에...'
그녀는 거의 눈물을 삼키며 그런 생각을 했다.
전날 술마시고 머리 아픈 상태로 일어나자마자, 마음의 준비를 할 틈도 없이 아침에 에고스틱이 수만년만에 테러 일으키는걸 보게되서 그것도 서러운데.
그가 테러를 일으킨 곳도, 그녀의 집에서 엄청나게 멀었다..!
진지하게 에고스틱이 자기한테 서운한거라도 있나 생각이 들 정도로.
"으..."
그렇다고 천천히 가기에는 시간도 엄청나게 조금 준 바람에, 진짜 온 힘을 다해 날아가야하는 상황.
[스타더스님, 10분 남았습니다. 조금만 더 빠르게!]
'에고스티익...!'
그렇게 스타더스는, 눈물을 머금은 채 금발의 머리를 휘날리며 하늘을 날았다.
도착해서 에고스틱을 만나면, 기필코 혼내주겠다는 다짐을 하며...
***
"크흑..."
[오빠, 왜 또 우는 소리해요?]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힘들게 아침부터 땀 뻘뻘흘리며 날고있을 스타더스가 불쌍해서라고 어떻게 말하겠어...
다만. 나도 어쩔 수 없었다.
나중에 스타더스가 후회의 눈물을 안흘리게 하려면, 지금이라도 무리해서 그녀의 비행 능력을 성장시킬 필요가 있다.
그리고 주인공인 그녀를 성장시킬 제일 좋은 방법은, 위기를 주고 이를 극복하게 하는 건. 그렇기에 어쩔 수 없이 이런 극단적인 방법을 저지를 수밖에 없었다.
"스타더스... 힘내!"
어차피 거기 도착해봤자 난 없을테지만...!
거기에 더 많은 성장을 위해, 거기 도착해서 미사일 막고나면. 바로 거기서 또 서울 반대 끝에 다른 미사일 떨어트릴거지만... 또 날아야하겠지만...!
힘을 내라 스타더스...!
나는 눈물을 삼킨 채 그렇게 속으로 응원을 보냈다.
가슴이 아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