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4
대한민국.
세계 기준으로 봤을때도 A급 히어로가 단 3명밖에 안되는, 히어로들의 수가 굉장히 적은 나라.
그리고 그와는 다르게 강력한 S급 빌런들의 숫자는 또 평균보다 많은 특이한 나라. 인구수대비 테러 횟수도 상위권이다.
이성적으로 봤을때 이런 나라가 제대로 굴러가는건 쉽지 않다. 히어로들의 수에 비해 빌런의 수가 훨씬 많은데, 어떻게 사회가 유지되겠는가.
그러나 놀랍게도, 대한민국은 오늘도 나름대로 평화롭게 잘 굴러가고 있었다.
일부 불만이 있는 사람들 빼고는.
*
[에고스틱 왜 테러안함??? 에고스틱 왜 테러안함??? 에고스틱 왜 테러안함???]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 미쳐버릴것같아 나미쳐버릴것같아 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
빌런이 테러 안하는건 ㅅㅂ 직무유기인데 범죄아님? 좋은말할때 방송 켜!!! 사람 미치는거 보고싶음?????????? 아악
=[댓글=
[ㅋㅋ어림도없지]
ㄴ[크아악]
[바로 저번에 방송 하지않음? 스크림 메이커란 빌런 조지는거 했었잖아]
ㄴ[그런건 테러가 아니야!!!]
ㄴ[당하는 스크림 메이커 입장에서는 테러였겠지... 빌런감수성을 좀 기르고 오세욧!]
[게이야 테러를 하는게 범죄지 테러를 안하는게 범죄겠냐고 아ㅋㅋㅋ]
[걍 포기하고 언젠가 오겠지 하면 온다ㅋㅋㅋㅋ]
[ㄹㅇ다른 이상한 놈들 테러영상만 ㅈㄴ올라오고 근본인 망고만 안올라옴 아ㅋㅋ]
[임마는 걍 테러를 안함ㅋㅋㅋㅋㅋㅋㅋ]
*
[ [망고단 선언문] 수고하셨습니다, GOAT]
(대충 에고스틱이 뒤돈채 망토를 펄럭이고 있는 흑백 사진)
당신의 헌신과 열정이 대한민국의 능력자 사회를 더 높은 곳으로 도약시켰습니다.
이젠 비록 당신이 곁에 없지만, 당신이 없는 미래에도 우리는 당신을 그리워할것입니다.
지금까지 수고하셨습니다, GOAT
이제 편히 쉬소서.
-2000년대 대한민국 최고의 빌런, 에고스틱(Mangostic)을 기리며.
=[댓글]=
[감사하고 존경합니다 GOAT]
[당신과 같은 세대를 살아서 행복했습니다 고트시여. 하늘에서 편히 쉬세요.]
[망고의 시대에 살아서 영광이었습니다 감사드립니다]
[눈물 흘리면서 개추]
[아니 ㅅㅂ 에고 안죽었다고!!! 왜 죽이는데 미친놈들아ㅋㅋㅋㅋㅋ]
ㄴ[하아? 방송을 안키는데 살아있다고? 망고가 살아있는데 방송을 안킬리 없잖아?]
ㄴ[어이어이... 망고가 우리곁을 떠난지 벌써 3개월인데, 아직도 받아들이지 못한거냐.]
[망고 미국보내지 말라고ㅅㅂㅋㅋㅋㅋ]
[에고스틱, 보이십니까? 당신이 그리워, 당신이 너무나도 그리워, 결국 미쳐버리고 만 중생들입니다. 유일한 해결책은 테러입니다. 감사합니다.]
[ㅋㅋㅋㅋㅋㅋ아니 매번 꼬박꼬박 텀 수개월인거 알면서 왜 못기다리고 이러고 있는데... 그동안 현생 좀 살다가 오면 되는거 아님?]
ㄴ[하아?]
ㄴ[나한테는 망고가 <인생>이다]
ㄴ[별먼지 팬카페 첩자 검거]
ㄴ[지금 상황파악이 안돼? 망고가 없으면 현생을 못산다고!!!]
ㄴ[말이 수개월이지 저번 테러 이후로 지금 ㅈㄴ지났잖아 마지막 테러가 그 일본빌런이랑 합작한거 아님? 그때가 벌써 언젠데ㅋㅋㅋㅋㅋ]
[에고스틱이 없으면 대한민국 망한다고~]
*
[유입들 꼴받는 점 ㄹㅇ...]
라때는 말이야 망고가 한번 테러하면 어? 다음번은 언제일지 기약도 없었다 이말이야
심지어 이런 팬카페같은거 있지도 않았어서 걍 종합속보 커뮤 눈팅함ㅋㅋㅋ
그때랑 비교하면 땍!!! 얼마나 편해졌는데 유입들은 그걸 몰라요ㄹㅇㅋㅋ
근데 여전히 좆같긴함 ㅅㅂ갈수록 방송을 안키는거같아 아악
=[댓글]=
[순혈망고단 ㅇㅈㄹ 들으니까 예전 생각나네 그때 에고가 다리 부쉈을때ㅋㅋㅋㅋㅋ]
ㄴ[그때 ㄹㅇ 에고스틱 욕 존나 쳐먹었어서 망고단들 다 끈끈하거 뭉쳤음ㅋㅋㅋ 아니 지들이 돈받아놓고 왜 우리 에고한테 지랄한거냐고ㅋㅋㅋㅋ]
ㄴ[다리 무너진덕에 한은그룹 괴물 물에빠져 죽었을때 여론 180도 변화가 웃기긴 했음ㅋㅋㅋ]
[망틀딱들 또 자기들만 아는 옛날얘기함...]
ㄴ[망틀딱 ㅅㅂㅋㅋㅋㅋㅋ]
[이게 개소리인게 ㅅㅂ 에고스틱 옛날에는 테러 존나 자주함. 처음 배 기차 비행기 이게 다 몇주간격으로 벌어진걸껄? 에고스트림 구성하더니 이후로 벌어진거지]
ㄴ[ㄹㅇ인게 예전에는 테러 ㅈㄴ많이함ㅋㅋㅋ]
[씁 슬슬 카페 불탈 조짐이 보이는데 탈갤해야 되나?]
[망고스틱 너가 테러 안하니까 사이트 곱창나잖아!!! 제발 테러좀 해!!!!!]
[근데 궁금한게 에고 얘 ㄹㅇ 뭐하길래 매번 빌런이 테러도 안하고 늦는거냐?]
*
***
"아이고, 제가 한게 뭐가 있다고. 그렇게 말씀해주시니 고맙습니다."
[아닙니다. 옛말에 짐승도 은혜를 안다고 하였거늘, 제가 이를 어찌 넘기겠습니까? 결초보은(結草報恩)이라, 이 일은 잊지 않겠습니다. 친우시여. 하하!]
카테달에서 돌아온 이후.
내가 보내준 파일을 확인한 것인지, 곧바로 교환했던 번호로 전화를 걸어온 리 샤오펑과 난 통화를 하고 있었다.
역시나, 내 예상대로 이 은혜를 꼭 갚겠다고 말하는 그.
그래. 이렇게 나올줄 알고 있었다. 얘 컨셉상 이런걸 받고도 그냥 고맙다 한마디로 퉁치고 넘길만한 인물이 아니거든. 무조건 갚으려 하겠지. 호걸이 되기 위해서라면.
그걸 제외하고는 뭐, 대충 내가 가진 잠재력을 깨닫고 친해져서 나쁠게 없다는 판단을 내린 것일수도 있고. 늘 말하지만, 난 카테달에선 의도적으로 내 스스로가 뭔가 비밀이 많고 강한것처럼 보이게 유도한다. 늘 폭탄 정보를 푼것도 그런 것들의 연장선이고.
하여튼 역시나 계획대로 리 샤오펑이 나에게 호의적이게 됐으니 됐나.
...심지어 생각보다 더 호의적인 반응을 보여서 나도 모르게 움찔하게 될 정도였다. 아마 그의 계산적인 성격을 생각해봤을때 이것또한 연기겠지?
어쨌든 내가 넌지시 던진 3자 연합에 대한 떡밥에도 그가 긍정적인 반응을 보인 채, 서로 시간날때 만나서 술한잔 기울이기로 하고 끝난 통화.
"휴우..."
그렇게 휴대폰을 귀에서 내려놓아, 주머니에 넣은 이후.
통화를 위해 잠시 베란다 밖으로 나가있던 나는, 그대로 난간에 팔을 걸쳐 밖의 풍경을 내다보았다.
좋아, 계획대로 잘 되고있다. 동아시아 빌런 연합의 결성이 눈앞에 보이는 느낌.
만약 이게 이루어진다면, 대한민국은 이전보다 조금 더 안전해질거다. 아무래도 국제적인 아군이 있는게 없는것보단 낫지 않겠어?
...빌드업이 좀 길긴 했지만, 하여튼 성공했으니 다행이지. 특히 원작에서 일본과 중국에서 건너온 빌런들때문에 개판나는걸 생각하면 이건 필요한 일이다.
사실 국가적으로 정부단위로 힘을 합치는것도 아니고 빌런들끼리 연합하는게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그 빌런들이 사실상 각국의 정상의 입장을 대변하는 것과 다름이 없으니 뭐 그게 그거 아닐까?
물론 이거 이루기 위해 준비하느라 테러를 안하고 있었다는 사소한 프라블럼이 있었긴 했지만, 이건 별 문제는 아니였다. 지금 나라 구하는게 먼저지, 그러게 중요한게 아니다 이말이야.
"뭐... 그래도 이제 어느정도 다 해결됐나."
나는 턱을 괸채 허공을 멍하니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제 우리 에고스쿼드 애들도 2기생들 슬슬 뽑기 시작했고, 협회장도 만나 협력에 첫발을 들였다.
거기에 카타나와 리 샤오펑을 엮어 출범할 동아시아 빌런연합도 슬슬 윤곽이 보이는 상황.
지금까지 내가 오래도록 준비해온 것들이, 하나씩 다 자리를 잡아가려 한다.
그러면 이제 슬슬 내가 하고 싶은걸 해도 되지 않을까.
"...그래. 이제 슬슬."
테러를 하나 하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휴대폰 내 달력을 살펴봤다.
내 현재 모든 계획의 중심이자 뭐 하려는걸 다 꼬이게 하는 월광교 게이트가 D-DAY로 설정되어 있는 상황.
아직 몇달이 남았으니, 스타더스를 특훈시키기엔 충분한 상황이다. 특히 다다음번에 리 샤오펑과 나중에 만나서 또 콜라보 테러를 한다면, 그녀의 능력 강화엔 충분하겠지.
즉.
이번 한번은, 스타더스를 상대로 다른 빌런 대리고오는거 말고 내가 원하는거 한번 해봐도 되는거 아닐까...?
나는 스케쥴을 살펴봤다.
아마 내가 알기로 '그 빌런'이 오는 날이 이쯤이니, 그때 전에는 시간이 좀 남은 상황. 오랜만에 스타더스를 만나 테러 하나 후딱하기에는 충분하고도 남은 상황이다.
...스타더스를 만나고 싶어서 하는거까진 아니고, 어디까지나 다른 부과적인 이유들로 하는거다. 응.
"좋아..."
그렇게 나는, 새로운 테러 계획을 머릿속으로 떠올리기 시작했다.
좀 옛날 스타일로 가볼까나.
***
히어로에게 있어서, 스스로의 싸움을 복습하는건 굉장히 중요하다.
만약 방송국 등 영상매체로 자신의 전투과정을 복기할 수 있다면, 이를 당연히 활용해야 하는 법.
그래야 '이땐 이렇게 피했어야 했구나.' '이땐 이렇게 공격을 넣었어야 했구나.'하고 성찰 및 이미지 트레이닝을 하며 더 높은 단계로 나아갈 수 있는 법이다.
협회에서 권장하는 훈련법의 일종이기도 했고.
그렇기에 스타더스는, 오늘도 자신의 사무실에서 남는 시간을 활용해 자신의 전투 영상을 보고는 했다.
이번에 다시 확인하는 영상은 저번에 서울 무역센터가 마왕성으로 변신한, 그녀에게 있어서 상당한 위기였던 사건. 마왕이라는 놈이 나타났던 테러다.
스타더스, 그녀가 거의 질뻔했을 정도로 강적이었던 만큼, 이 영상은 꼭 주기적으로 한번씩 확인해서 스스로의 실력을 되짚어볼 필요가 있었다.
[하여튼, 고생하셨는데 좀 쉬고 계세요. 제 아치에너미가 제가 아닌 다른 빌런한테 쓰러지는게 말이 되나요? 나머지는 대충 제가 처리해드리죠.]
"..."
...물론, 늘 그녀가 집중해서 보는것은 싸움 자체이기 보다는 마지막에 에고스틱이 날아와 마왕 앞에서 그녀를 대신 막아주는 장면인것처럼 보이지만... 어디까지나 착각이었다. 착각.
"흠, 흠."
그렇게 오늘도 약간 붉어진 얼굴로, 복기를 마친 그녀.
...저때 에고스틱이 한 말은 언제 들어도 그녀를 부끄럽게 만드는 능력이 있었다. 참, 자기가 히어로야 뭐야. 싫다는건 아니지만...
"에휴..."
그렇게 영상시청도 다 끝내고, 모니터를 끈 그녀.
오늘도 자신도 모르게 이런저런 핑계를 대며 에고스틱이 나오는 영상을 보던 그녀는, 어느덧 팔짱을 끼고 의자에 기댄채 뾰루퉁한 표정으로 앉아있었다.
...그래서.
얘는 대체, 언제 돌아온단 말인가?
에고스틱이 마지막으로 얼굴을 비춘지도 벌써 몇달이 흘렀다.
저번 스크림 메이커 사건때 포스트잇 남기고 떠난 이후론, 죽었는지 살았는지 생사도 알 수 없는 상황.
...에고스틱은 언제든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스타더스 그녀가 뭘 하는지 알 수 있을텐데, 왜 자신은 그가 뭘하는지 모르단 말인가. 이건 불공평한거 아니야?
그렇게 책상끝을 톡 톡 두들기며 생각에 잠긴 그녀는, 한숨을 쉬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대체, 언제 와....."
그리고 그녀는 그때까지만해도 몰랐다.
자신이 에고스틱을 곧 보게 된다는 사실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