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40화 (240/328)

ep.243

"그럼, 회의를 시작하겠습니다."

셀레스트의 말을 끝으로 시작된 회의.

그리고 차례로, 언제나처럼 다양한 정보의 홍수들이 나의 귀에 들어왔다.

물론 늘 그렇듯, 재밌긴 했지만 별로 쓸모있는 정보들은 없었다. 프랑스의 에펠탑 꼭대기에 새로운 히어로 한명이 숨어서 도시를 내려다보며 지키고있다는건 좀 웃기긴했다. 다만 그놈이 새로운 신세대 히어로들 중에서는 역대급으로 강하므로, 왠만해서는 파리에서 테러를 하지 말라는 진지한 경고까지 해줬거든.

나야 뭐, 이번에는 적당히 말하고 넘겼다. 어차피 진짜배기는 다음에 풀거라.

즉... 오히려 내가 더 관심을 집중한건 저 중국 빌런.

"....."

머리를 뒤로 넘긴, 붉은 중국식 옷을 입고있는 남자. 리 샤오펑.

그는 굉장히 독특한 빌런이다.

정부의 멸망을 바란다는 점은 카타나와 같지만, 차이점은 카타나는 부패한 정부를 붕괴시켜 일본을 다시 부강하게 하겠다는 명확한 목적을 가졌다면... 샤오펑은 그냥 정부가 꼬아서 붕괴시킨다는 느낌?

'하긴... 중국 능력자들중에 정부를 좋아하는 놈들이 얼마나 되겠냐만은.'

중국은 능력자에 대해 굉장히 강경한 방식을 취한다.

바로 특별한 능력을 가진 능력자라면 모두 정부에 중국 이능군 소속으로 입대해야 한다는 점이 대표적.

능력자들이 자신이 원하는 대로 히어로로 살던, 아니면 일상적인 삶을 영위하게 하던 자유로이 내버려두는 다른 나라들과 가장 차별화된 부분이다.

참고로 자신의 초능력을 숨기면 당연히 삼대가 처벌되는 만큼 거의 강제적인 입영.

'그래서인지, 협회의 위세도 굉장히 낮지.'

협회와 정부가 서로 견제했던 한국.

협회와 정부가 서로 힘을 합쳐 비리를 저지르던 일본.

그리고 그 둘과는 또 다르게, 정부가 협회를 완전히 먹어버린 중국.

'협회장을 주석이 임명하니... 말 다했지, 뭐.'

당연히 국제협회랑도 사이가 안좋았으나, 최근들어 국제협회가 여러 테러로 휘청거리며 힘이 약해지자 그냥 미쳐날뛰는 상황이다.

물론 억압이 쎄면 반항도 그에 맞추어 강해지듯, 그만큼 빌런들이 많은 나라기도 하다. 다행히 우리나라 북쪽에 다른 나라가 방어막이 되어준 덕분에 넘어오진 않지만.

하여튼 리 샤오펑은, 그 많은 중국 빌런 조직들 중에서도 독보적이게 강한 조직인 화룡의 수장이다. 이들의 위세가 얼마나 대단하냐면, 그 대단한 중국정부가 눈치를 볼 정도다. 다른 누구도 아닌 빌런 연합을.

하여튼 이게 중요한게 아니지.

나는 원작의 리 샤오펑을 생각해봤다.

'...원작에선.'

리 샤오펑. 그는 빌런이 되기 아주 최적화된 인재였다.

다른게 아니라, 만약 누군가 빌런이 되면 그 가족들부터 정부한테 족쳐지는데 샤오펑은 애초에 가족이 없는 고아였다.

그럼 고아원이라도 인질잡으면 되지 않냐?라고 하기엔 얘는 고아원도 못가고 길바닥 신세였다.

물론 그 과정에서 자신의 친한 능력자 친구를 사귀는데, 그 친구가 정부에게 죽고... 그렇게 리 샤오펑은 정부에 복수를 다짐하고. 뭐 뻔하디 뻔한 스토리.

어쨌든 그렇게 자신의 능력으로 여차저차해서 빌런 연합도 세우고 성장했다는 이야기다.

'결론은...'

결국, 리 샤오펑이 최종적으로 승리한다.

그냥 정부를 무너트리고 지들이 신 정부를 새운 것. 사실 원작 후반부가 개판이라 중앙정부가 무너져서 날먹한거긴 한데, 하여튼 승리는 승리였다.

그래서 나는 어떻게 해야하느냐?

간단하다. 이 빌런또한 내편으로 영입하자는거지.

'...일단, 리 샤오펑의 성격에 대해 다시한번 생각해보면.'

원작에서 나오길, 대충 대협을 추구하는 성격.

즉 의와 협이 넘치는 남자...가 되고싶어한다고 나왔다. 그의 빌런 조직 '화룡'도 의(義)를 기반으로 운영되는 만큼 당연한 이야기. 애초에 그정도 규모의 빌런연합을 이룬 것도 붉은 동양 용을 소환하는 그의 능력덕분이다. 이게 간지가 나거든. 그덕에 빌런들중에 인지도도 굉장히 높은 편이고.

하여튼 결론은 얘또한 빚이 있으면 그걸 무시할 성격이 아니라는거다. 의와 협을 추구하기로 마음먹었으면서 도움을 받고 모른척해? 너가 선택한 의협의 길이다...! 버텨내렴...!

그렇게 대뇌에서 시뮬레이션을 열심히 굴리고 있을 무렵.

"그럼, 오늘은 여기까지 하도록 하겠습니다."

지친 표정의 셀레스트의 말을 끝으로, 마침 회의가 끝났다.

...근데, 셀레스트는 왜 지쳐보이는지 모르겠네. 무슨 일 있나?

뭐 랭커급 빌런 걱정은 하는게 아니니, 별 문제 아니겠지. 지금 내가 더 문제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시선을 바로 리 샤오펑에게 고정했다.

자신의 양옆에 앉아있는 남성들과, 뭐라고 말을 주고받는 그. 아마 저들이 그의 측근이겠지.

"그만 일어나지."

하여튼 그들과 대화를 마친 그가 일어나며 그렇게 말하는게 들려왔다.

그래. 이제 가는구만. 지금이 기회다.

"저, 잠시 갔다오겠습니다."

"네. 갔다 오세요."

나는 내 옆에있는 둘에게 그렇게 대답했다.

이미 저쪽 인사와 대화를 나눌거라 설명해서인지, 별로 놀라지 않는 그들.

나는 그렇게 당당하게 리 샤오펑이 있는 곳으로 걸어갔다.

"....흠?"

이내 뒷짐을 진 채 자신이 나온 복도쪽을 향해 걷다가, 이쪽으로 오는 날 눈치챈 옆에 있는 심복이 그를 향해 속삭이자 내쪽으로 고개를 돌리는 그.

그리고 그런 그의 모습을 본 나는 얼굴에 웃음을 띄운 채, 자연스럽게 손을 내밀며 말했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 샤오펑씨. 다름이 아니라 서로 붙어있는 나라에서 활동하는만큼 한번쯤 인사 드릴려 했는데 이제야 드리네요.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나는 그렇게 물 흐르듯 말을 꺼내며 손을 내밀었다.

내가 이렇게 한 이유는 단 하나. 얘가 어떻게 나오는지 보기 위해서다.

카타나 같은 경우에는 내가 처음에 인사했을때 바쁘다고 무시하고 지나가려 했었지.

과연, 리 샤오펑은 어떻게 나올까.

그리고 나의 그런 생각이 무색하게.

진중한 표정을 짓고있던 리 샤오평은 미소를 짓더니, 내 손을 잡으며 악수하며 말했다.

"에고스틱씨인가요. 반갑습니다. 제가 리 샤오펑이 맞습니다. 먼저 인사했어야 됐는데 너무 늦었네요, 하하!"

호방하게 웃음을 내는 그.

나와 악수를 하고있는 손 또한 기싸움이라고는 전혀 느껴지지 않는, 그냥 평범하게 힘주어 잡은 악수였을 뿐이다.

...생각보다 호의적인 모습. 나에 대해 찾아봤나?

하여튼 이렇게 나오면 돌아갈 필요없이 플랜 A를 밀고나가면 된다.

그런 생각을 하며 난 여전히 얼굴에 웃음기를 띄운 채, 말을 이었다.

"아이고, 아닙니다. 리 샤오펑씨를 언론을 통해 자주 접했는데, 화룡이라는 큰 조직을 운영하시다보니 상당히 바쁘시더라고요. 그래서 제가 또 인사드리기 그랬는데, 이제라도 뒤늦게나마 했습니다. 하하."

"어휴, 아닙니다. 하하."

그렇게 우리는 호방한 웃음과 함께 주저리 주저리 간단한 신변잡기를 이어나갔다. 그냥 영업상 처음 만난 남자 둘이 나눌만한, 딱 그런 짧은 대화.

그렇게 잠깐의 시간이였지만, 나는 리 샤오펑에대해 캐치했다.

...일단 나에대해 자세히 알고있는건 맞는 것같다. 아니면 이런 반응이 나올 수 없지. A급에 불과한 내가 S급 중에서도 최상위인 자신과 같은 급이라고 생각하고 있다는게 보인다. 아마 카테달에서 보여준 여러 정보들 때문이던가, 따로 조사를 해봤던가. 아마 둘다겠지.

이러면 일이, 굉장히 쉬워진다.

그런 생각을 하며 속으로 비릿한 웃음을 한 채, 나는 여전히 명목상 환하게 미소지은 채 대화를 나눴다.

이내 그것도 어느정도 끝나고.

"하하, 이건 제 직통 번호니 혹시라도 일이 있으면 언제든 연락 주시길."

그가 먼저 자신의 번호를 주고 나또한 교환하며, 슬슬 쫑이 날 분위기가 됐다.

그래.

그리고, 지금이 기회지.

"예, 하하. 이번 기회에 좋은 친우를 만든거 같아 기분이 좋군요. 아, 그리고..."

그와 겉으로는 웃어보이며 헤어지기 직전.

나는 자연스럽게 품에서 곽에 담긴 CD를 꺼내, 그에게 주었다.

"약소하지만, 이건 친애의 의미에서 드리는 제 선물입니다. 중국 정부에 관해 제가 아는걸 어느정도 담았으니, 부디 유용하게 써주시길."

"아이고, 뭐 이런걸 다. 하하! 감사드립니다."

딱히 더 묻지않고 자연스럽게 받아들이는 그.

그렇게 우리는 마지막 인사를 나눈 뒤, 서로 등을 돌린채 헤어졌다.

마지막으로 보인 모습은 심복 둘의 앞에 서서, 뒷짐을 진 채 걷고있는 그의 모습.

그리고 나또한 아틀라스와 카타나가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돌아갔다.

...하하.

'...저렇게 나온다 이거지.'

나는 속으로 웃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리 샤오펑.

방금 본 모습만 보면 상당히 호방한, 마치 아틀라스와 같은 모습을 보이는 그였으나.

원작을 통해 안 나는 안다.

실상은, 그 반대라는걸.

'...리 샤오펑.'

그는 사실 누구보다도 계산적이고 냉철한 사람이다.

애초에 길거리 고아부터 시작해 중국 최대 빌런조직 정상까지, 꽁으로 올랐겠는가?

타고난 계산적인 머리와 냉철한 탐구력까지. 그 모든걸 바탕으로 정상에 선 그다. 지금 보이는 모습또한 대중들의 지지를 얻기 위해 평상시에 보이는 연기. 호걸을 연기하고 있다고 보면 된다.

하지만 그는 이미 저 CD롬을 받았다.

21세기에 저거 돌릴 디스크장치는 있나 싶긴 한데,  자기가 알아서 하겠지 뭐.

'...분명 계산적인 그의 성격에, 나한테 고마워 할 리는 절대 없겠지만은.'

스스로가 만들어놓은 '의협을 지키는 호걸이 되자' 컨셉때문에, 나한테 빚을 졌으면 이를 갚기 위해 행동할 수밖에 없을거다.

즉 내가 그에게 한방 먹인 셈.

'너의 의지가 어떻든... 넌 나에게 묶일 수밖에 없을거다.'

난 비릿한 웃음을 지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

중국 최대 빌런 조직 화룡(火龍)의 본부.

화룡성(花龍城).

붉은 지붕으로 지어진 탑같은 그곳의 꼭대기층에서, 그곳의 수장 리 샤오펑은 조용히 자신의 자리에 앉아 생각에 잠겼다.

'만나서 반갑습니다 리 샤오펑씨. 다름이 아니라 서로 붙어있는 나라에서 활동하는만큼 한번쯤 인사 드릴려 했는데 이제야 드리네요.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에고스틱이라..."

아까전의 웃음기섞인 표정은 전혀 보이지않는, 진중하고 차갑게 굳은 얼굴로.

리 샤오펑. 그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에고스틱. 그를 왜 모르겠는가.

자신 바로 밑에 있는 나라의 반도를 사실상 잠식한 빌런인데.

"...흐음."

리 샤오펑 자신이 꿈꾸는 제일 이상적인 형태, 대중의 지지를 얻어 나라를 전복시킬 힘이 있는 빌런이 바로 그, 에고스틱. 그의 추측으로 봤을때, 사실상 대한민국은 에고스틱의 손아귀에 있다고 보인다.

거기에 그가 저번에 풀었던, 미국 쪽의 시간여행자에 대한 극비 정보를 알고있는 모습이나, 차원에 관한 정보를 준 것만 봐도 비범한 인물임이 분명. 에고스틱이 접근하지 않았다면, 조만간 그가 먼저 접근할 생각또한 가지고 있었다.

그래서, 그건 그렇고.

"...."

에고스틱, 그가 준 이 CD롬의 정체는 무엇일까.

"끝났나?"

"네, 넵!"

"그럼 나가보게나."

"넵!"

그렇게 컴퓨터 설치를 마친 직원이 서둘러 방에서 나가고.

붉은 금빛의 장식으로 둘러쌓인 고풍스러운 방안에서, 어올리지않는 옛날 컴퓨터에 그는 에고스틱이 준 디스크를 넣어봤다.

그리고 잠시뒤, 위이잉 돌아가는 소리와 함께 켜지는 모니터의 파일.

이내 마우스를 클릭해 그 디스크 속 파일들을 확인한 그는.

몇십분후, 자신도 모르게 크게 웃었다.

"...크하하! 그래. 과연, 과연! 그런거였군."

파일 속에 있던 건.

중국 정부의 기밀 자료들.

아니, 그냥 중국 정부의 데이터 센터를 통째로 뜯었는지 아예 정부 산하 모든 문서들이 마구잡이로 들어있었다. 저 작은 디스크 안에 이 많은 것들이 어떻게 들어가있는지 신기할 지경.

이 모든 것들은, 중국 정부의 붕괴를 원하는 리 샤오펑 그가 무엇보다 원하고 필요했던 것들.

대체 이 방대한 양의 자료를, 중국 이능군의 삼엄한 보안을 뚫고 뜯었는지는 모르겠지만.

"이거... 그래, 확실히 은혜를 입었구만."

그는 자신도 모르게 웃다가 나온 눈물을 닦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자신과 친해지기 위해 준 선물이든, 아니면 무언가 다른 꿍꿍이기 있든 어쨌든.

그는 진심으로, 에고스틱에게 고마웠다.

'은혜를 입었으면, 갚아야겠지.'

세간의 의혹과는 다르게.

의와 협을 진심으로 중시하는 그이기에.

"내가... 무엇을 해줄 수 있을까."

그는 그런 말을 중얼거렸다.

가끔 정부 주도의 언론 중심으로 계산적인 성격의 그가 의협을 연기 한다고 모함해도.

그는 어린 시절 길거리에 굴러다니던 삼국지를 읽은 이후.

단 한번도, 의와 협에 진심이 아닌적이 없었기에.

***

아틀라스와 카타나와 헤어진 이후, 집.

'지금쯤이면 샤오펑이 그걸 봤으려나?'

나는 의자에 기대, 그렇게 생각했다.

분명 계산적인 그의 성격이라면 받은 건 좋아하겠지만, 이걸 어떻게 갚아야할까 고민중일거다.

그러게 누가 의와 협 연기하라고 칼들고 협박했냐고.

'...뭐, 어차피 원작을 통해 난 그게 다 뻥이란걸 알지만.'

이미 작중 언론에서 지나가듯 장면으로 나왔었다. 그의 겉 성격은 사실 다 연기고, 계산적이고 냉정한 성격이라고.

그렇기에 난 더 치밀하게 준비했다. 심복들 옆에서 대놓고 중국 정부 관련 정보준다고 말하는 등. 그가 빠져나갈 수 없게.

일명 제 꾀에 제가 빠진단 전략. 완벽하다.

'...하여튼, 이제 이쪽은 됐고.'

나는 자연스럽게 그러며 스타더스 팬카페에 들어갔다.

...슬슬, 스타더스가 보고싶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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