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2
아리엘과의 개인적인 만남 이후.
바닷속에 잠긴 도시, 라티스 시티의 해안가를 아리엘과 함께 돈 나는 다시 아틀라스와 카타나가 있을 중앙 신전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아리엘은... 일이 있다고 해서 신전 앞에서 먼저 헤어졌다. 마지막까지 나한테 미소지으며 손을 흔든 그녀였으나, 어딘가 어두웠던 그 표정이 무언가 찜찜한 느낌. 물론 나도 마음이 아팠지만, 어쩔 수 없는건 어쩔 수 없는거였다. 몸도 아픈애가 어떻게 테러를 해. 능력도 애초에 스타더스 상대가 안될거 같은데.
뭐, 시간이 지나면 아리엘도 이해하겠지.
그렇게 생각한 나는 하얀 신전의 내부로 들어와, 날 기다리고 있을 아틀라스와 카타나를 찾아갔다.
그렇게 거대한 시전 한쪽에서, 아틀라스의 애장 도자기..? 전시장 앞에 서있는 둘.
그곳에서 아틀라스는, 껄껄 웃으며 옆에 서있는 카타나에게 무언가를 끊임없이 말하고 있었다.
"...그래! 이런 정교하고 아름다운 도자기가 1300년대에 만들어졌다는게 놀랍지 않나? 그것도 바닷속의 압력에서도 그 광채를 잃지않고 유지했다는게 실로 놀라운 일이지. 난 이걸 처음 본 그 순간부터 깨달았었지, 내가 바로 이 해양왕국을 다시 부활시켜야 한다는 것을. 잡설이 길었네. 아무튼간에, 천천히 설명해보지. 이 도자기 면에 새겨진 표식이 의미하는 것은..."
무언가 도자기에 대해 심도깊은 설명을 카타나에게 주입하다시피 하고있는 모습.
그걸 멍한, 영혼이 나간 모습으로 가만히 서서 초점이 나간채 아틀라스의 도자기 해설을 조용히 듣고있는 카타나였다.
"....!"
그때, 뒤에서 걸어오는 나를 발견한 카타나.
그순간 멍하니 초점이 나가있던 눈이 나에게 고정되더니, 커지는 동공.
그러더니 카타나는 무슨 구세주를 만난것마냥 반가움에 물든 얼굴로, 다급히 입을 열었다.
"앗... 저기 에고스틱씨 왔어요!"
"이건 흑색상기법으로 만들어진... 응? 아, 에고스틱! 하하, 자네 왔는가?"
그제서야 말하는걸 멈추고 내쪽을 돌아보는 아틀라스.
그렇게 아틀라스가 뭐라 입을 열기 전, 나는 미소지으며 먼저 빠르게 입을 열었다.
"네. 아리엘과 대화가 좀 길어지다보니 좀 늦어졌네요. 회의할 시간을 빼앗은거같아 죄송한 마음입니다."
"하하, 아닐세! 안그래도 여기 카타나에게 내 도자기 컬렉션을 소개해주느라 나도 시간가는줄을 몰랐다네. 그럼 어디보자... 아이쿠, 벌써 시간이. 내가 안내할테니 따라오게."
"옙."
그 말을 끝으로, 아틀라스는 껄껄거리며 우리를 손님 접견실로 안내했다.
...휴. 미션 클리어. 내가 먼저 회의를 언급하며 말을 꺼내서 망정이지, 아니였으면 나도 여기에 꼼짝없이 잡혀 아틀라스의 도자기학개론을 듣고 있었어야 했을거다. 심지어 난 이미 다 들은 내용이라고
"...."
한편, 드디어 도자기의 마수에서 벗어난 카타나는 작은 안도의 한숨을 쉬며. 내게 눈빛으로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그렇게 지루했나보다.
...쩝. 난 나름 들을만 하던데. 저 도자기 봐봐. 유리로 만들어져서 도자기 내부가 아닌 표면쪽에 무슨 수로 집어넣었는지는 몰라도 겉면에 물이 들어가있다고. 난 아직도 저거의 원리를 모르겠다.
하여튼 그렇게 우리는 아틀라스가 마련해놓은 아기자기한 접객실에서 마주앉아 케테달이 시작하기 전까지 이런저런 대화를 나눴다.
하얗고 아름다운 중세 유럽 궁정 느낌이 나는 방에 무슨 커피 비스켓같은 다과까지 준비되어있는 이곳. 아무리봐도 산적같은 아틀라스와는 이미지가 확연히 달라보이는 곳이었다. 아리엘이 꾸민걸려나?
주로 나온 대화는 뭐 이런저런 신변잡기였다. 요즘 어떤지, 히어로들은 얼마나 날뛰는지. 뭐 그런것들.
아틀라스야 뭐 세계에서 강한 히어로들이란 히어로들은 모두 노리는, 굳이 따지자면 SSS급의 빌런인만큼 굉장히 바쁘다고 한다. 물론 원채 강한만큼 흠집조차 나지 않는다고 하지만.
카타나야 뭐... 국제협회가 제 기능을 잃은이상, 범국가적인 토벌령조차 안떨어졌기에 일본을 사실상 빌런 협회의 수장으로 장악했음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없이 잘 살고있다고 한다.
...나조차 그 메테엘인가 뭔가하는 미국 히어로가 왔다는걸 생각하면 상당히 부러운 부분.
물론 나와는 다르게 카타나는 이제 실세중의 실세라, 책임자의 위치에서 여러 결정을 내리는게 상당히 힘들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대한민국의 실세인 우리 이설아와 주기적으로 연락하며 많이 배우고 있다는 모양. 히어로와 빌런을 초월해 같은 국가실세로써 서로 훈훈하게 교류하는 모습이 인상적이였다.
"...물론, 그래도 에고스틱씨와 대화하는게 제일 마음이 편하긴 해요."
그리고 끝에는, 슬며시 웃으며 자기의 마음을 살짝 고백하는 그녀였다. 최근들어 부쩍 나에게 연락하는게 그런 이유였나. 하긴, 높은 자리에 있으면 외로운 법이다. 자신과 같은 위치에서 세상을 볼 수 있는 사람이 확연히 줄어드니까. 전화올때마다 카타나의 국제통화 비용 생각부터 먼저 한 스스로에게 반성하게 된다. 하긴 일본 정상인데 돈이 문제겠어.
"저도 카타나씨의 얘기를 듣는게 즐겁습니다. 그러니, 언제든 편하실때 연락주세요. 제가 들어드릴게요."
그래서 나는, 카타나에게 마주 웃어주며 이렇게 답해줄 뿐이었다.
"크하하! 둘이 사이가 아주 핑크빛 기류가 흐르는구만! 젊은 사람들의 연애는 늘 지켜보는 맛이 있네 그려. 우리 마누라 생각 나는구만. 하하!"
참고로 우리가 그러고 있자, 조각케이크를 한입에 털어넣으며 그렇게 호쾌하게 웃는 아틀라스였다.
...아틀라스가 악질 우결러였다니, 참으로 통탄할 노릇이다.
"하하, 저희 그런 사이 아닙니다. 친구입니다, 친구."
나는 이미 얼굴 자체는 평온해 보이지만, 볼이랑 귀끝이 약간 붉어진 채 고개를 숙인 카타나를 대신해 웃으며 그렇게 말해줬다.
...음, 늘 차가운 포커페이스를 유지하는 카타나도 이런 농담에는 부끄러워하는구나. 기억해두자.
"크하하! 그래, 그래. 다들 처음에는 그렇게 말하지. 흠흠, 눈치없이 괜한말을 꺼냈나? 그냥 넘어가도록 하겠네. 하하!"
그렇게 끝까지 농담을 던지는 아틀라스였다.
...뭔가 좀 어질어질하긴 했는데, 하여튼. 그 이후론 나도 내 할말을 했다. 당연히 사실상 일본이랑 라티스 시티는 나의 우방국이니, 월광교게이트에 관해서. 이 얘기야 당연히 이번 카테달에서도 할 얘기였지만, 이들에게는 훨씬 더 직접적이고 자세하게 설명해 줄 수 있었다.
아틀라스야 뭐, 심해 깊숙한 곳에 있어서 안전했기에 별 문제없었다. 원작을 보면 괴물 얘네 물에 빠지면 그냥 죽는다. 대체 외계생물이 왜 물에빠지면 죽는지, 산소호흡 하는것도 아닐텐데 뭐가 문젠진 모르겠지만 하여튼 그랬다. 그냥 물에선 몸을 못움직여서 그런가?
그렇기에 내 얘기를 제일 집중해서 듣는건 역시나 카타나였다. 내가 몇번 얘기를 꺼내기도 했지만, 오늘처럼 자세히 말한건 처음이거든. 특히 대비책도 알려주었다. 일단 벙커부터 많이 파라고.
뭐 그렇게 이런저런 얘기를 하다보니 어느덧 코앞으로 다가온 카테달 개최시각.
"슬슬 갈까요?"
"네. 그게 좋을거 같네요."
"그래. 이제 가세."
그렇게 우리는 밖으로 나와 카테달에 갈 준비를 했다.
콰아아아아앙.
"...?"
참고로 가기전에 도시 한쪽편에서 뭐 터지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물기둥이 솟아오르고, 공주님 어쩌구하는 소리가 들려왔는데... 아틀라스가 늘 있는일이라는듯 표정이 평온한걸 보아 별건 아니겠지 뭐.
하여튼 편지를 찢으니 어느덧 몸이 울렁거리는 감각과 함께, 나는 성당같은 곳의 통로에 도착했다.
이제는 익숙해지다 못해 내 집처럼 편안한 느낌의 카테달 성당.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씨."
언제나처럼 나에게 고개숙여 인사하는 우리 하얀사제복의 신도도 오랜만이였다. 내적친밀감이 생기는 느낌. 이사람은 내 담당인가? 올때마다 통로에서 기다리는 분 얼굴이 똑같네.
참고로 난 현재 아틀라스와 카타나와 모두 떨어진 상태였다. 서로 각자의 초청장을 찢었기에, 각자 따로따로 흩어져 이동된 것.
...헤어지자마자 바로 이 복도만 걸으면 회의장에서 다시 만나게 될거란걸 생각하니 좀 웃기긴 했다. 그냥 한명것만 찢은 다음에 다같이 이동할걸 그랬나?
하여튼 나는 뚜벅뚜벅 회색빛의 복도를 걸어, 거대한 원탁이 샹들리에 아래 위치한 본회의실에 도착했다.
"...."
그리고 그러자마자 보이는, 나와 똑같이 반대쪽 복도에서 걸어온 카타나.
...서로 헤어지자마자 몇분만에 짜잔하고 만나자, 나도 모르게 웃겨서 미소가 지어졌다. 아니, 이게 뭐야.
"안녕하세요. 에고스틱."
"...네. 안녕하세요, 카타나."
물론 우리는 얼굴에 철판을 깔고 마치 방금 처음 본것처럼 뻔뻔하게 서로 인사를 나눴다. 왜냐고? 그야... 재밌잖아.
카타나또한 이 상황이 웃긴지 웃음을 참는 모양세였다. 오늘 카타나의 다양한 표정 많이보네.
"크하하! 다들 서서 뭐해? 앉게나!"
그때 때마침 온 아틀라스를 따라, 우리는 각자 원탁에 앉았다.
딱 적당한 때 온건지, 은근 많이들 앉아있는 다른 빌런들의 모습. 다들 서로서로 친해진건지, 근처에 있는 이들과 대화를 나누고 있는 모습이 현격히 늘었다. 이또한 이 회의의 창시자인 셀레스트가 원했던 모습이겠지.
"다들 오셨군요."
그렇게 하얀 성녀복을 입은 채 눈을 감은, 어쩐지 피곤해보이는 인상의 셀레스트가 마지막에 와 착석했고.
그렇게 이제는 몇번째일지도 모르는 회의가 시작되었다.
나야 뭐, 이번에 풀 정보는 저번것들에 비해 심심한. 그냥 또 포탈과 괴물 설명회 할 예정이라 회의 자체엔 별 관심이 없었다.
다만.
"...."
저쪽편에 앉아있는, 중국 최대빌런 리 샤오펑을 어떻게해야 내 편으로 끌어들일 수 있을지가 더 관심이었지.
...중국정부의 붕괴를 원하는 그를, 어떻게하면 설득할 수 있으려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