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40
양질의 테러.
내가 늘 고민하는건, 스타더스랑 상대로 테러를 할때 어떻게해야 더 효과적으로 그녀를 성장시킬 수 있을것이냐는거다.
"흐음..."
다시 오랜만에 내려온 서은이의 지하실.
주로 테러계획을 짤때 쓰는 회의실에서, 나는 홀로 서서 벽 한쪽편에 붙은 거대한 화면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벽 한쪽을 완전히 채우는 그곳에 나와있는건, 거대한 지도.
그리고 그곳에서는, 여러 빌런들의 얼굴이 아이콘처럼 마킹되어 있었다.
대충 내가 지금까지 밝혀낸 S급 빌런들 위치들.
이제 상황이 막장으로 치닫는 원작 후반부에서 우후죽순 등장할 수많은 빌런들 중 이제까지 알아낸 애들만 표시한거다.
내 역할은, 이들중 누구를 그냥 내버려두고 누구를 스타더스 대신 처리할건지 고르는 것.
어차피 이들이 활동을 시작하려면 아직 시간이 좀 많이 남아있긴 했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해두려는게 내 생각이다. 나중가면 시간이 없을수도 있고... 내가 없을수도 있으니까.
"어디보자..."
나는 포인터를 클릭해가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어지간한 빌런들이면 충분히 강해진 스타더스가 알아서 처리하겠지만, 지금의 그녀도 상대하기 힘들 이들이 있다. 아예 그냥 너무 강한 놈이라던가, 한번 등장해서 수백명을 학살해버리는 스크림 메이커같은 놈이라던가...
이렇게 청소하지 않으면, 그냥 방법이 없다. 스타더스 몸이 하나인만큼 이정도는 내가 해줘야지. 정말 삐끗하면 개판나는게 이 나라인데. 스토리상 신서울이 멸망했다 무너진게 대체 몇번인지.
그래도 내가 이렇게 한 덕에 스타더스가 매일밤 꿀잠을 자고 있을거라 생각하니 힘이 난다. 사람들은 알까. 내가 뒤에서 이 난리를 안쳤으면 한달 사망자가 지금의 대략 몇배가 된다는것을...? 아무리 생각해도 원작에서 나라가 유지된게 기적이라는 생각이 든다.
"음..."
그래. 잡생각은 여기까지하고.
나는 본격적으로 분석을 시작했다. 누구를 제거할건지부터 이놈은 제거할때 방송을 킬건지 안킬건지, 아니면 스타더스 선에서 처리 가능할테니 내가 내버려둘테니 뭐 그런것들.
특히 원작에서 병신처럼 밤에 테러를 일으켰다가 섀도우워커한테 찢기는 놈들이 있는데, 이놈들이 나비효과로 낮에 테러를 일으킬 가능성도 생각해봐야된다.
그렇게 열심히 내 원작의 기억들과 자료들을 조사해서 보니 어느덧 순식간에 지난 시간.
그렇게 나는 회의실 책상에 손을 기댄채, 조용히 내가 만든 결론을 바라보았다.
"....."
지도의 거의 모든 빌런 아이콘에 X가 쳐져있는 상황.
...음, 얘네 다 언제 족치지.
나는 머리를 긁적였다.
아니, 변명하자면 나도 이유가 있다. 막상 이놈들이랑 스타더스가 싸우는 모습을 상상하니, 막 원작의 모습이 아른거리며 식은땀이 흐르면서 어? 막 땅에 구르는 스타더스의 모습이 상상되고...
하여튼 이중에 몇명은 빼야될 것 같은 느낌.
쟤네를 언제 다 제거하러 가나를 떠나서, 내가 저놈들을 다 죽이면 스타더스는 대체 누굴 상대하란 소린가?
아, 물론 방법이 있기는 하다.
내가, 직접 저놈들을 대신해 테러를 일으키면 되지.
"....음."
근데 이게 말이 쉽지.
나는 펜을 굴리면서, 탁자 앞 의자에 걸터앉은 뒤 잠시 고민했다.
내가 테러를 일으키는 목적은 여러 이유가 있다.
하나는 내 존재감을 알리며, 우리나라에. 전세계에 내가 빌런이라는 점을 계속 상기시키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내 저력을 과시하기 위해서도 하고...
그리고.
제일 중요한 다른 하나는, 스타더스를 성장시키기 위해서.
그래.
나는 테러를 한번 할때, 이왕이면 다홍치마라고 꼭 스타더스를 성장시킬 기회를 주려고 한다.
그리고 그러기 위해 제일 좋은 방법은, 역시나 다른 강한 능력자를 영입해 싸움을 붙이는 것. 정확히는 스타더스가 싸우는 과정에서 뭔가를 배울만한 능력자들 중심으로 한달까.
생각해보니 이제 슬슬 또 새로운 테러를 해야할때네.
그보다도, 당장 카테달이 코앞이기도 하고.
...쓰읍. 내 동아시아 빌런연합 구상을 위해 리 샤오펑인가 걔도 꼬드길 비책을 생각해야하는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똑똑.
회의실 바깥쪽 문이 두들겨지더니, 이내 열리며 은월이의 머리가 빼꼼 튀어나왔다.
"다인오빠. 수빈언니가 저녁 다 됐다고 다인오빠 모시고 오래요."
"아, 그래? 벌써 시간이 그렇게 됐나."
나는 시간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벌써 밤이네. 이상하게 일만하면 시간이 금방 간다는 말이지.
나는 그렇게 자리에 일어서서, 불을 끈다음 은월이를 향해 걸어갔다.
"그래, 은월아. 가자"
"네에."
"아으으... 허리야. 밥먹기 전까지 뭐하고 있었어 은월아?"
"방에서 다인 오빠가 저번에 알려주신 그거 계속 혼자 연구하고 있었어요. 그런데 혼자선 좀 어려워서... 오빠가 혹시 오늘 좀 도와주실 수 있나요?"
"응?"
밥을 먹으로 지하의 순간이동 장치까지 걸어간 뒤, 다시 저택에 계단을 오르는 길.
은근 긴 동선을 따라 걸으며 은월이랑 가는동안 이런저런 잡담을 하던 그때, 은월이가 내게 그렇게 물었다.
어렵다라... 내가 저번에 알려준게 뭐였지?
계속된 빌런 연구로 꼬여있던 뇌를 움직여, 나는 이내 생각해냈다. 아 맞다. 은월이한테 그 마법진 연구 도와달라고 했었지.
슬슬 월광교 사태가 코앞으로 다가오고 있는 상황에서, 당연하겠지만 이 일을 해결한 열쇠는 은월이였다. 월광교의 무녀였던만큼 누구보다도 월광교를 더 잘 알고, 그들의 마법진을 해독 및 변형할 수 있는 유일한 인물이니까.
그렇기에 슬슬 은월이한테 심화마법진 연구를 시키는 와중이였다. 내 원작 지식과 덩굴마녀가 알려주었던 무언가를 합쳐서.
...슬슬 은월이랑도 진지한 대화를 해봐야할텐데.
그래도 뭐, 일단은 은월이 이렇게 열심히 공부하는게 기특한데 당연히 도와줘야겠지.
그렇기에 난 날 올려다보며 요청하는 은월이의 눈빛을, 차마 외면할 수 없었다.
"그래, 밥먹고 내가 아는게 있으면 최대한 도와줄게."
그래도 원작 지식으로 같이 고민하는 정도는 해줄 수 있으니까.
그러자 그런 내 말에 은월이는 웃으며 내게 고맙다고 말했다.
...그래. 은월이의 밝게 웃는 모습이면 됐다. 아직 할 일이 좀 남았긴 하고, 그 중국 빌런은 대체 어떻게 꼬셔야할지 고민해야 하기도 하지만... 그거야 내일의 내가 알아서 해주겠지 뭐.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이내 부엌에 도착했고.
모두와 함께 밥을 먹은 뒤, 이내 은월이를 따라 그녀의 방에서 함께 연구를 하며 시간을 보냈다.
...참고로 그날 밀린 일을 한다고 밤을 샜다.
하여튼 그렇게, 시간이 빠르게 빠르게 지났고.
어느덧 날이 코앞에 오고야 말았다.
또 정기 빌런회의에 가야하는, 그날이.
그리고.
[다인씨, 잊지 않으셨죠?]
"네 카타나씨."
[네. 그럼 그때 만나요.]
회의에 가기 전, 나는 카타나를 만나러 갔다.
다음번에 카테달에 참석할때는, 만나서 함께 가기로 약속했기에.
...정확히는 이번에는 꼭 오라고 신신당부한, 아틀라스와 함께.
***
그리고, 현재.
"다인씨?"
"...네?"
"저희 도착한거 같습니다."
"아! 네. 도착했네요."
오늘 있을 일을 생각하며 멍하니 잠수함 밖의 바다를 보고있던 나는, 옆에서 들려오는 카타나의 말에 정신을 차렸다.
"자, 내립시다."
"네."
그렇게 우리는 아틀라스가 우리를 위해 준비한 잠수함... 이라고 보기에는 굉장히 신비롭게 생긴 수정빛의 조개닮은 무언가를 타고 라티스 시티에 발을 들였다. 아틀라스가 나와 카타나를 같이 초대했거든. 한번 놀러오라고.
그렇기에 우리는 회의가 열리기 전보다 일찍 만나서, 그가 미리 준비해둔 대 심해 이동수단을 타고 바닷속 아래로 내려왔다.
미리 어떻게 준비해둔 것인지, 밖으로 나오니 물이 없는 도시의 내부로 딱 들어오게 된 우리들.
"우와..."
"하하, 신기하시죠? 저도 처음에 왔을때는 놀랐습니다."
나는 주위를 둘러보며 작게 감탄사를 내뱉는 카타나에게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라티스 시티. 아틀라스의 조직 라티스단의 거점이자, 심해 한가운대에 세워진 바다인들의 도시.
아틀라스가 괜히 세계 3대 빌런중 하나로 꼽히는게 아님을 증명하듯, 그야말로 엄청난 규모의 도시였다.
평소에 늘 무감정하고 절제된 모습과 말만 하는 카타나조차 감탄하게 만들 정도로.
푸른 바닷속에 옅은 유리망으로 이루어진 돔 안에 세워져, 그야말로 고개를 들면 밖이 바다가 전부 보이는 이곳. 무슨 방법을 쓴건지 마치 아침처럼, 심해라고는 믿을 수 없을 정도로 밝아 밖이 바다 속 풍경이 그대로 보이는 전경이였다.
하얀색 건물들 주위를 감싼 푸른 물속에서, 넘실거리는 해초와, 주위를 해엄치는 거북이를 비롯한 물고기들이 전부 보이는 몽환적인 풍경.
...대체 심해인데 어떻게 거북이랑 알록달록한 열대어들이 있는진 잘 모르겠지만.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아틀라스의 취향인가보지 뭐.
하여튼 몇번 왔어서인지 이제는 익숙해진 나와는 다르게, 여전히 신기한듯 힐끔힐끔 도시를 바라보고 있는 카타나. 하긴, 카테달을 제외하곤 처음으로 일본 밖 해외로 나간게 날 따라 한국에 왔을때라 하니 말 다했지.
그렇게 난 얼굴이 물고기인 아틀라스의 심복, 일명 물고기 인간을 따라 카타나에게 도시 가이드를 해주며 아틀라스가 기다리고 있을 중앙부의 신전으로 향했다.
그리고 이내 그곳에 도착하자.
"하하하! 안녕하신가, 나의 친우들이여!"
옥좌에서 일어난 아틀라스가 껄껄 웃으며 우리를 밝게 맞아주었다.
"아, 안녕하세요..."
푸른 머리카락을 길게 늘어틀인채, 쑥스러운듯 볼을 살짝 붉히고 있는 그의 딸. 아리엘과 함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