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39
사건의 발단은 간단했다.
[에고스틱이 HVC 전체 빌런 랭킹에 포함되며, 해외에서 상당한 주목을 받고 있습니다. 유명 잡지 베를린 포스트에서는 '동양의 작은 나라의 빌런이 무력을 제외한 오직 한 나라에 끼치는 영향력만으로 이토록 높은 등수를 받은 경우는 최초'라면서, 에고스틱을 빌런으로써 굉장히 고평가했는데요...]
빌런랭킹에 에고스틱이란 이름이 올라갔다.
뭐, 따지고보면 등수도 갑자기 들어온 것 좀 높긴해도 걍 평범한 등수였기에 난 별로 신경을 쓰지 않았다. 애초에 협회 공식도 아닌데 뭔 상관이겠어.
근데, 그건 나만 그랬나보다.
*
[에고스틱이 빌런 랭킹 TOP 100에 이름올린 이유ㄷㄷ]
다 필요없고 인맥도르<<<이거 하나로 가능함
랭킹 5위안에 드는 북대서양의 지배자 S급 빌런 아틀라스가 유일하게 공격하지 않는 지역 한국=에고스틱이 있어서
일본의 지금 실세라 불리는 S급 빌런 카타나가 유일하게 일본 밖으로 나오며 친분을 과시한거=에고스틱
거기에 에고스트림에 속한 S급 빌런만 지금 4명임ㅋㅋㅋㅋㅋ 심지어 활동한지 몇년인데 잡히지 않음
결론: 망고스틱 그래서 감사의 방송 언제킴????
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나미칠것같아
=[댓글]=
[막줄추ㅋㅋㅋㅋㅋ]
[아 알겠으니까 방송키라고ㅋㅋㅋㅋㅋㅋ]
[ㄹㅇ망고스틱 작년까지만해도 랭킹에 못들었는데 갑자기 든건 인맥때문이 맞는듯. 대체 아틀라스랑 카타나랑 친한 다른 빌런이 누가 있나고ㅋㅋㅋㅋ]
ㄴ[ㄹㅇㅋㅋ 해외 빌런덕후들이 그거 제일 궁금해하더라 대체 에고스틱이 누구길래 아틀라스랑 협약맺음??? 이러면서]
[망풍당당 가슴이 웅장해진다]
[근데 저 랭킹이 의미있냐? 난 또 협회에서 뭐 한건줄 알았는데 비공식이더만ㅇㅇ]
ㄴ[쟤네 기관이 은근 공신력 있어서 그럴걸? 협회가 안매기니까 쟤네가 대신 매기는 느낌]
[우리는 망고의 시대에 살고있다]
[팩트한접시)비공식 랭킹도르가 어쨌든간에 에고스틱의 협회 정식 랭킹은 A급 빌런일뿐이다]
ㄴ[S급 아님?]
ㄴ[아니 찾아보니까 진짜 아직도 A급이네ㅋㅋㅋ 당연히 S급일줄ㅋㅋㅋㅋㅋ]
ㄴ[전체랭킹 50위 부하직원 다 S급인데 왜 A급이냐고ㅋㅋㅋㅋㅋ]
ㄴ[그거 뉴스 보면 기자들도 가끔 헷갈려서 S급이라함 ㅅㅂㅋㅋ]
*
"....."
"오빠, 이런글들이 하루에도 팬카페를 중심으로 수백개가 올라오고 있어요."
서은이는 나한테 글목록을 보여주면서 말했다.
아니... 뭐 저런걸로 떡밥을 굴리는거지? 방송을 안키니까 굴릴게 없어서 그런가.
"뭐 상관없지 않냐? 어차피 며칠 있다 잠잠해지겠지."
난 그냥 그렇게 답할 뿐이였다.
아니 무슨 상관이겠어, 어차피 내 팬카페에서만 저러고 노는건데.
...나한테야 빌런 랭킹에 이름 올린게 솔직히 그렇게 큰일도 아니고. 어차피 이미 탑급 빌런조직의 수장들만 모여있는 카테달에 속해있는데 그런게 중요하겠어.
난 그렇게 가볍게 생각했었다.
[9시 뉴스입니다. A급 빌런 에고스틱이 공신력있는 히어로, 빌런 연구기관 HVC에서 상위 100인에 포함되어있었단 소식, 저희가 저번에 전해드렸었죠. 그런데 이번엔 네티즌들이 '왜 저런 에고스틱이 아직도 협회 산정으로는 A급 밖에 안되냐'라면서 논란이 번지고 있습니다. 자세한 소식, 권서연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야, 다인아. 너 얘기가 오늘 뉴스 메인인데?"
"...."
...아니, 좀 당황스럽네.
난 그런 마음을 한 채 뉴스를 시청했다.
대충 요약하자면, 벌써 다른 모든 전문적인 연구자들은 전부 에고스틱이 충분히 위험하다고 평가하는데, 왜 아직도 협회는 그를 A급으로 내버려 두냐는 것. 무슨 협회 무용론이라는둥 불타고 있다는 모양이다.
"하긴... 내가 S급인데 너가 A급인건 좀 이상하긴 하지."
옆에 누워있는 채 그렇게 중얼거리는 서자영.
근데 뭐, 나는 별생각 없었다.
애초에 스타더스도 아직 A급이잖아.
"뭐, 국제 협회 본부가 지금 다 무너져가는데 뭐 어쩌겠어. 바빠 죽겠어서 난 재심사할 틈도 없을걸?"
난 수빈씨가 가져다준 포도를 한알 우물거리며 그렇게 답했다.
국제 협회가 멀쩡하게 동작하지 않는데는 이미 한참됐다. 애초에 멀쩡했으면 프랑스 협회랑 영국 협회가 지금처럼 서로 으르렁 거리지도 않았겠지. 그냥 중앙 협회 이사회에서 각 지부에 대한 관리가 전혀 안되고 있단 소리다. 그 와중에 저기 멀찍히 떨어져있는 작은 나라의 빌런 등급을 심의할 틈이 어딨겠어.
거기에 협회 등급이 큰 의미있는 것도 아니고. 애초에 원작을 봐도 스타더스만 하더라도 S급으로 승격하려면 시기상 아직 멀었다. 그럼 당연히 스타더스랑 세트로 묶이는 나도 그렇겠고.
거기에 늘 말하지만.
A급으로 남는게 차라리 낫다. 괜히 S급 올라가면 어그로만 끌린다고.
...라고 말하기엔 이미 저 랭킹에 내가 올라가서 의미가 없긴하네.
'....'
그래도 뭐 큰일은 없겠지. 곧 열릴 카테달 갈 준비나 해야지, 저런걸 신경쓸 틈이 없다.
그렇기에 난 아무렇지도 않게 답할 수 있었다.
"뭐, 걱정하지마. 저거 누가 신경이나 쓰겠어?"
***
히어로 스타더스의 집.
[네. 에고스틱이 A급인건 상당히 특이한 일인데요...]
집에 막 돌아와 티비를 키고 코트를 벗고있던 스타더스는, 뉴스에 나오는 에고스틱의 모습을 보고 눈을 개슴츠레하게 떴다.
"....?"
뭐. 에고스틱이 티비에 나오는게 하루 이틀도 아니고. 또 뭐 별거 아니겠지.
그렇게 생각을 하면서도.
"흠, 흠."
은근슬쩍 외출복을 거실에서 벗으며 티비를 힐끔 바라보는 그녀였다.
[에고스틱 정도면 S급 빌런이라 말하기 손색이 없습니다. 애초에 대한민국에 이때까지 이정도의 영향력을 가졌던 빌런이 있습니까? 없지요. 아무래도 협회 본사가 지금 자기들이 바빠서 심의를 넘기는 것 같은데, 빨리 고쳐야합니다. 아니면 S급 승급권을 각 나라 지부에 넘기던가요. 이게 뭐하는겁니까 지금?]
[네. 최다현 전문가님의 말 잘 들었습니다. 그런데 지금 너무 흥분하신거 같은데, 일단 진정하고...]
[아니 진정하게 생겼습니까? 이게 사람들이 괜히 망..에고스틱한테 S급 히어로라고 하는게 아니에요. 협회가 일을 안하는데! 차라리 에고스틱이 국제 협회보다 우리나라에선 일을 잘한다고 봅니다 전.]
"음..."
이내 옷을 실내복으로 다 갈아입은 스타더스는, 의자에 앉은 채 방금 들은 말을 정리했다.
그러니까 에고스틱이 아직도 A급이라서 논란인건가?
"....."
좀 웃기긴 했다. 에고스틱이 아직도 A급이라는게.
애초에 그가 저번에 타고다닌 용만해도 즉각 S급 판정을 받았는데, 그 주인인 에고스틱이 더 등급이 낮다니.
[...그래서 이게 논란이 되고있는 만큼, 협회에서 이제라도 곧 에고스틱을 S급으로 승격시켜 줄 가능성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때마침 뉴스에서 들려오는, 에고스틱이 승급 될수도 있다는 전문가의 의견.
...뭐. 그게 당연히 맞겠지.
자기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잠깐..."
문득 자신또한 아직 A급이라는걸 깨닫고 몸을 굳혔다.
"...."
물론 그녀의 실력은 어지간한 S급 히어로들보다 훨씬 강하긴 했지만, 여전히 공식적으로는 A급에 머물러있는 상황.
그럼 에고스틱만 승격되면, 자신은 A급인데 에고스틱만 S급이 되는 상황이 오는건가?
"......으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자리에서 뒤척였다.
물론, 협회의 등급제도는 히어로에게 더 빡빡하긴 하다. 일반적으로 A급 히어로가 S급 빌런을 처리할 수 있다고 보고, S급 히어로는 S급 빌런 수십명을 동시에 처리할 수 있다고 기준을 잡으니까.
다만, 왠지... 왠지 자신과 에고스틱이 등급이 다르다 생각하니 뭔가 좀 그런 기분.
'하하, A급 히어로 스타더스씨. 안녕하십니까. 'S급' 빌런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하하하! 'A급' 히어로인 스타더스씨와 상대하게 되니 뭔가 지루하네요. 하하... 이거 하품나와서 뭔.'
'앞으로 테러는 다른 높은 등급의 히어로를 상대로 해야되는거 아닐지 모르겠습니다. 하하하하!'
어쩐지 귓가에 자신을 향해 비웃으며 다른 히어로를 찾는 에고스틱의 목소리가 들려오는 기분이였다. 물론 그가 그럴리는 없겠지만은...
"으응..."
그렇게 괜히 찜찜한 기분속에서, 스타더스는 괜히 혼자 끙끙댔다.
히어로가 된지 어연 몇년. 그녀가 인생 처음으로 자신의 협회 등급에 신경을 쓰는 순간이였다.
"아이씨... 왜 이러는거야."
그래. 에고스틱이 그럴리가 없잖아. 등급이 무슨 상관인가. 자신이 그의 아치에너미인건 변하지 않는데.
그렇게 벽에 걸려있는 에고스틱의 망토와, 빌런의 증거 보존 및 손상 방지를 위해 서랍 깊숙한곳에 따로 처리까지 해서 보관해둔 에고스틱의 손편지를 한번 쓰윽 꺼내본 그녀는 이내 한숨을 쉬며 수건을 들고 욕실로 향했다.
...그래. 오늘은 괜히 또 다른 빌런 상대하느라 마음이 지쳐서 그래. 빨리 씻고 오늘은 일찍 자자.
그렇게 스타더스는 씻은 뒤 침대에 일찍 몸을 뉘였고.
그리고 그날밤.
"으응... 으...."
그녀는, 에고스틱이 자신을 버리고 S급 히어로인 어떤 다른 여자만 상대하는 모습을 보는 꿈을 꾸며 잠을 설쳤다.
...일어나보니 눈에 약간 눈물이 맺혀있던건, 분명 기분탓일 것이다. 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