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p.235
대한민국의 권력은 두축으로 나뉜다.
입법, 사법, 행정부가 전부 뭉쳐버린 강력한 중앙정부와.
국가의 무력을 담당하는 히어로들을 통솔하는, 사실상의 치외법권인 협회. 이 둘이 권력의 중심.
그리고 그 협회의 최고 통솔자이자 대한민국에서 최장기 집권중인 협회장, 박준호.
대한민국 협회 본사 최상층의 협회장 사무실.
"...."
협회장은 자신의 텅 빈 머리를 긁적이며, 진지한 표정으로 책상 아래를 바라보고 있었다.
"흠...."
이내 오랜 고민끝에, 결정한 그.
협회장은 이내 굳은 얼굴로, 자신의 비서를 그의 방으로 불러들었다.
"비서."
"네. 협회장님."
들어온 비서에게, 그는 진중한 얼굴로 말했다.
"....오늘 점심은. 짜장면으로, 하지."
짬뽕이냐 짜장면이냐 그것이 문제였으나, 그는 오늘은 짜장면을 먹기로 했다.
오랜 고민끝에 나온, 현명한 결론이었다.
그렇게 그는 배달온 짜장면을 맛있게 먹었고.
이내 배를 어루만지며, 잠시 하품을 했다.
"음... 평화롭군."
협회장은 이내 자기 방의 손님접객용 소파에 앉아, 그렇게 중얼거렸다.
...사실 대한민국은 별로 평화롭지 않았지만, 대다수는 그에게 보고가 간 순간 스타더스가 다 찢어버려서 큰 문제가 없었다. 거기에 가끔 에고스틱이란 빌런이 자기 알아서 다른 빌런도 가끔 잡아주는 덕에 더더욱.
물론 빌런의 등장만으로 언론은 들썩거리지만, 요즘은 언론들도 좀 잠잠하다. 거기에 평소에 자신을 괴롭히던 그 대통령도 스타더스한테 미사일 쏜 일 가지고 지지율이 나락가더니 결국 은퇴해서 아주 평화로운 상황.
그 이후로 정부도 알아서 잘 굴러가고, 히어로들은 히어로대로 빌런을 자기 알아서 잘 잡아오니 협회장은 자기 할 일만 잘해도 된다는게 컸다. 물론 데몬즈라는 마왕형 빌런의 등장때는 진짜 나라 망하는줄 알았지만, 그래도 어찌어찌 넘어가서 다행.
그래도 그 이후로는 그정도 스케일의 일은 벌어지지 않고 있으니, 협회장은 아주 흡족했다. 한쪽편에서 들려오는 티비소리를 백색소음 삼아 의자에서 졸기 시작했을정도로.
그리고 그가 그렇게 잠에 빠지기 직전이던 그때.
"협회장님, 큰일났습니다!"
"으임? 쓰읍, 커흠. 으음, 무슨일인가?"
"지금 서울 동부쪽에서 하늘에 커다란 무언가가 나타났습니다!"
...비서가 급한 표정으로 헐레벌떡 뛰어들어오기 전까지는 말이다.
그리고 때마침 티비에 나오고 있는, LIVE라는 표시와 함께 뜨는 현장 영상.
[속보입니다! 지금 서울 도심 한쪽편에서 커다란 원반형의 무언가가 생겨서 화제입니다! 마치 게임 속에 등장하는 포탈처럼 생긴 이 무언가는, 현재 아무 일 없이 떠있는... 으악! 말씀드리는순간 무언가 튀어나왔습니다!]
그렇게 푸른 하늘을 배경으로 뜬, 검은색과 보라색이 섞여 일렁거리는 기괴한 무언가에서.
기괴하게 생긴 괴물이 툭하고 떨어지는 모습을 보며.
협회장은 자기도 모르게 넓은 머리를 탁 쳤다.
"...스타더스, 부르게. 지금당장."
...아무래도, 오늘 칼퇴하기는 그른거 같다.
***
평화로운 점심.
나는 그곳에서, 거실에 앉아 집중한채 티비를 보고 있었다.
"...."
[네! 일단 일단 이것의 모습은 프랑스에서 발견되었던 일명 '포탈'이라 불리는 것과 일치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현재 이곳에서 튀어나온 괴물은 근처 B급 히어로들과 치열한 전투를 벌이고 있으며...]
열심히 설명하는 앵커의 뒤로 보이는, 검푸른 보라색 연기처럼 보이는 원형 형태의 차원의 틈새. 일명 게이트.
저것은 필시, 월광교가 시험삼아 하나 열어본 것일거다.
"...좀 빠른데."
그리고 난 그걸보며,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원작보다 놈들이 준비하는 속도가 빠르다. 원래 대한민국에 첫 게이트가 시험삼아 열리는건 내 기억에 몇개월 뒤인데, 이게 벌써 열리다니.
아마, 월광교가 원작보다 연구를 훨씬 더 빨리하고 있다는 소리겠지.
나는 허공에 불길한 기운을 뿜으며 검게 회전하고있는 게이트를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네! 방금 드디어 스타더스가 도착해, 괴수를 일격에 날려버렸습니다! 어...! 말씀드리는 순간, 포탈도 사라지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리고 화면 저쪽편에, 하늘을 날아온 스타더스로 보이는 인물이 도착한 이후.
괴수를 잡았는지 조용히 허공에서 사라져버린 게이트.
...역시, 보다시피 저 게이트에서 튀어나오는 대부분의 괴수는 생각보단 약하다. B급 히어로들도 버티고 싸울 수 있고, 스타더스 정도면 주먹질 몇번에 처리할 수 있을 정도로.
다만 문제는 저것들이 앞으로 수천, 수만개가 전국에 생긴다는거지. 동시에.
"....."
월광교의 게이트 술식은, 생각보다 교묘하고 악랄하다.
전 인류의 완전한 멸망을 노리는 놈들인만큼, 목표는 인류멸망. 그런고로 그들은 괴수들이 나오는 게이트, 그게 열리는 술식에 일정한 코드를 짜놨다.
바로 인구가 많은 곳일수록, 게이트가 열릴 확률이 기하급수적으로 높아진다는 것.
즉 대도시나 이런 곳들은 게이트가 생성될 확률이 무섭게 높아진다. 술식 자체가 지역대비 인구가 '제일'많은 곳에 대부분 생기고, 이에 차등적으로 내려오는 구조를 갖고있다. 즉 최대한 희생자가 많이 나오도록 악랄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소리.
월광교 사태 이후 대부분의 나라가 쓰러지고, 장르가 거의 아포칼립스물 가깝게 변하는 이유가 있다. 갑자기 도시에 한번에 수십만마리의 B급 능력자정도 되는 괴수들이 달려든다? 어떤 히어로를 데리고와도, 모두를 지키긴 힘들다. 대부분은.
특히 우리나라는 월광교의 본거지인 덕에 아주 그냥 홈팀 보너스라도 있는지 인구수도 적은데 나타나는 게이트는 다른나라보다 더 많다. 즉 그냥 멸망직전까지 간다는 소리. 이설아가 사람들 쉘터에 모으고 스타더스가 눈물의 분투해서 그렇지, 아니면 그냥 몰살엔딩이었다. 섀도우워커 공격도 아무것도 못막는데 말 다했지.
거기에 이 게이트가 사건이 일어난 그날만 생기고 사라지는게 아닌, 무슨 계속 매주 매달 새롭게 새로운 장소에서 생겨난다. 괴수 무한 리필이라고 생각해도 무방할 지경.
즉. 다들 말하다시피 이 월광교 이벤트로 원작 만화의 전과 후가 나뉜다고 봐도 과언이 아니다. 전에는 피폐한 히어로물이었다면, 후에는 그냥 아포칼립스 피폐물? 애초에 정부가 망한다. 협회가 임시정부가 되고.
'....물론.'
난, 이 세계가 그런식으로 흘러가게 두고볼 생각이 없다.
뭐, 피폐? 내가 스타더스를 피폐하게 안만들려고 지금까지 이 모든 고생을 해왔는데, 포기하라고? 그럴리가 있는가. 그렇기에 지금까지, 이 이벤트를 막기위해 모든 준비를 해온 것이다. 은월이 영입부터 PMC 양성까지.
월광교주와 월광교. 대한민국에 본거지를 두고는 있지만, 자기들의 본부는 차원의 틈새 어딘가에 두고있는 그놈들. 그렇기에 월광교 소속이 아닌 이들은 그곳에 찾아가고 싶어도 못찾아간다. 그곳으로 갔다가 그냥 차원의 미아가 될뿐. 나도 그렇고.
...물론, 하려고 하면 할 수도 있을지 모른다.
은월이를 혹사시키고, 덩굴마녀의 힘까지 빌려서 어떻게 어떻게 하면 리스크는 있어도 운좋으면 파훼해서 들어갈 수는 있겠지.
하지만, 굳이 그럴 필요는 없다.
어차피 월광교가 게이트를 정확하게 술식까지 입혀서 열지 않아도, 원작 설정상 이미 차원의 틈이 약해지고 있다는 내용이 나왔기 때문. 즉, 월광교주가 꼭 지금 열지 않아도 언젠가는 이차원이 열리며 괴물들이 쏟아져나온다는 뜻이다. 즉 시기를 알 수 없게 랜덤하게 당하는 것보단, 알고 당하는게 나을거란 소리.
거기에.
"....."
내가 생각하는 방법대로라면, 이 사건을 막으려면 오히려 월광교가 필수다.
그러니 일단은, 그날을 기다리는 수밖에.
"...진짜 얼마 안남았네."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분명 처음 계획할때는 5년 뒤였어서 안심했는데, 어쩌다 이렇게 바로 눈앞까지 왔지?
물론 그동안 스타더스도 넘칠정도로 쎄지고, 나도 에고스트림에 에고스쿼드에 다 모았긴 했지만... 음, 그게 그건가.
'...그래. 이 재앙만 넘기면, 그래도 한숨 돌리겠지.'
나도 은퇴하고 그러려면, 일단은 이 재앙을 무사히 넘기는게 중요하다.
물론 계획은 어느정도 잘 꾸렸지만...
그래도, 어느 정도의 괴수들이 대한민국에 퍼지는건 다 막을순 없다. 원작처럼 몇만마리는 아니여도, 최소 몇백마리는 계속 주기적으로 생겨나겠지. 어느정도의 위험은 존재하는 소리.
이를 위해 PMC를 꾸렸긴 했지만, 당연히 부족하다.
아예 국가적인 대비가 필요한 상황.
물론 정부쪽은 실세인 이설아가 있으니 상관없지만, 문제는 무력을 총괄하는 협회. 그곳의 협조가 있어야 완벽한 대비를 할 수 있다.
그래.
그러기 위해서, 나는 결심했다.
"내일 나 협회좀 갔다올게."
"...응?"
"네?"
저녁 시간.
모두가 모인 그 자리에서, 나는 선포했다.
협회를 좀 다녀오겠다고.
"....다인오빠, 서, 설마 자수하시려고..?"
"...무슨 소리니. 당연히 아니지."
"아! 오빠 설마 스타더스..."
"뭔진 모르겠는데 아니야."
나는 갑자기 이상한 분위기가 되는 식탁의 분위기를 환기시키며, 바로 본론으로 들어갔다.
"내일, 협회장좀 만나고 올께."
"...네?"
***
"...머리가 아프구만.."
오전, 협회 최상층의 협회장실.
자신이 머리를 긁적이며, 종이를 내려다보고있는 협회장은 중얼거렸다.
"무슨 놈의 포탈은 포탈인가... 에휴, S급 빌런 포탈 메이커라고 이름 붙여야하는건지."
프랑스에서 처음 일어난 포탈 현상이 대한민국에 일어난 일에 대해, 그 능력을 가진 빌런이 대한민국에 입국했다고 추정하는 가운데.
그 정체를 밝히기 위해 잘 안돌아가는 머리를 굴리고 있던 협회장의 등 뒤에.
갑작스럽게, 무슨 남자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안녕하십니까, 협회장님."
"...흠? 누구인가?"
누가 왔나하고 고개를 들어보니, 여전히 굳게 닫혀있는 앞의 문.
...그제서야 협회장은, 그 목소리가 뒤쪽에서 들려왔단 소식을 깨달았고.
그 사실을 눈치채자마자 고개를 뒤를 돌린 협회장의 등 뒤엔.
"처음 뵙겠습니다. 에고스틱입니다."
반쪽 가면을 쓴, 검은색 모자를 한 익숙한 옷의 남자.
에고스틱이, 입꼬리를 올린채 그곳에 서있었다.
...협회장은 기절할 뻔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