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31화 (231/328)

ep.234

"....다인선생님. 에고스틱이죠."

PMC.

내가 만든, 능력자들을 모아

PMC애들이 나를 모두 바라보며, 1호가 진지한 표정으로 나한테 그러던 그때.

나는 그말을 듣자마자.

표정하나 바뀌지 않은채, 무심한 목소리로 대답했다.

"무슨 소리니? 말도 안되는 소리하지 말고."

"선생님. 저희 다 알고 말하는 거예요."

"...."

그리고 그순간.

나는, 거의 시간이 멈춘듯한 느낌 속에서 머리를 핑핑 돌리기 시작했다.

'.....아니. 어떻게 안거지?'

에고스틱을 연상할 수 있는 행동은 전혀 하지 않으려했다. 애초에 내 주요 능력인 순간이동과 염동력도 보여준적이 없고.

그런데 지금 표정을 보니, 한번 찔러보는 것도 아닌거같다. 진짜 진지하게, 확신을 가지고 그렇게 말하는듯한 모습. 거기에 4명 다 긴장한 얼굴을 한걸 보아, 다들 사전에 자기들끼리 이미 얘기도 끝난거같고.

...이건, 정체를 들켰다고 봐야겠지.

대체 어떻게 들킨건지는 모르겠지만, 일단 들켰으니 대책을 생각해야지.

그렇게 난 언제든 순간이동 할 준비를 한뒤, 이런 비상 상황을 대비해 준비해둔 플랜 A부터 E까지 전부 고민하기 시작했다.

단 몇초만에, 수많은 계획들이 머릿속에서 떠올랐다 사라지고.

나는 마침내 결정을 내렸다.

...좋아, 이렇게 해야겠다.

그렇게 내가 결심을 행동으로 옮기려고 하는 그 순간.

내 표정에서 무언가를 눈치챈 것인지.

PMC 능력자 서채영이 다급한 표정으로 소리를 꽥 지르듯 말했다.

"잠깐! 저희는 전혀 신경 안써요. 다인쌤이 에고스틱이던 뭐던!"

"...?"

"맞아요."

그때 그 옆에서 같이 고개를 끄덕이는 파란 머리를 한 능력자, 산수아.

"다인쌤이 빌런이던 히어로던... 저희는 전혀 신경 안써요."

그때, 이세검도 입을 열어 말했다.

"이미 스승님을 따르기로 마음먹었는데, 저희가 그런 사소한 이유로 배신하겠습니까."

"맞습니다!"

손을 번쩍 들고 그렇게 추임새를 넣는 허다희.

"저희는 그저, 스승님이 저희에게 숨기시지 않았으면 할 뿐입니다. 스승님이 뭘 하시던, 저희는 스승님을 따를테니까요."

그렇게 내가 직접 키운 제자들의 이어지는 말을 들으며.

나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

...음, 내가 지금까지 일류 빌런으로서 얻은 경험을 기반으로 한 감으로 느꼈을때.

아무리봐도 갑자기 '사실 뻥이지롱!' 하면서 칼찌할 분위기는 아닌거같지...?

혹시 이게 스타더스와 미리 상의한뒤 나를 방심시켜 잡아버릴 양동작전이 아닌가 생각도 해봤지만... 그래. 그건 그때 생각해도 되겠지. 어찌됐던간에 난 도주 특화 능력, 순간이동이 있으니까.

그렇게 전략적 판단을 마친 나는.

이내 작은 한숨과 함께.

애들을 향해, 깔끔히 인정했다.

"그래... 내가 에고스틱이다."

그런 내 충격발언에, 애들의 반응은.

"음, 역시."

"네. 알고있었어요."

다들 당연한 얘기를 들었다는 듯, 고개를 끄덕였다.

...아니, 진짜 순순히 납득하네.

하여튼 다들 뭔가 나를 향해 공격적이진 않은 분위기. 내가 빌런이던 말던 우리의 스승과 제자로 묶인 끈끈한 유대는 끊기지 않는 모양이다. 자랑스럽다 제자들아...!

그렇게 내가 혼자 감복하던 그때.

서채영은 씨익 웃으며 나를 향해 도끼눈을 뜨고 말했자.

"그러면... 그건 됐고. 이제 저희한테 설명을 해주셔야겠죠? 모든걸.

아.

...주위를 둘러보니, 다들 웃고는 있지만 빨리 설명을 바란다는 무언가의 압박이 들어오고 있었다.

음. 큰일났군.

***

애들과 많은 대화를 나눴다.

그것을 통해 확인된건, 일단 애들이 날 배신할 생각이 전혀 없다는 것.

아니. 말그대로 전혀 없었다. 혹시나 이러다가 배신각을 잴까봐 계속 유의하고 있었는데, 진심으로 말하더라. 지금까지 받은 은혜와 유대가 있는데, 그런 사소한 이유로 그러겠나면서.

...사실 그게 더 이상하긴 했다. 아니, 내가 히어로교육 열심히 시킨 것 같은데 왜... 아무래도 내 사상교육은 별 의미가 없었나보다. 아니면 그만큼 정이 들었다던가.

어쨌든 내가 제일 궁금했던건 대체 내 정체를 어떻게 알았냐는 것. 절대 들키지않게 정말 여러장치를 해뒀었다. 애초에 관련 언급부터 사소한것까지 다 피했는데 어떻게 알아차린거지?

내가 그걸 물어보니, 돌아온 1호의 말은 담백했다.

"스승님이 스타더스를 좋아하시잖아요."

"...그래. 히어로로서. 그런데?"

"그런데 에고스틱도 스타더스를 좋아하니까, 거기서 출발했죠."

"....?"

당연한 얘기를 한다는 듯 무덤덤하게 그렇게 말하는 1호.

뭔가 반박이 머릿속에서 열댓개는 떠올랐으나, 그냥 포기했다.

아니. 뭘 보면 방송에서의 내모습만 보고 스타더스를 좋아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지. 사악한 빌런 에고스틱은 스타더스를 숙적으로 생각한다!....아무리봐도 이렇게밖에 안보이지 않나? 아마 착각으로 인한 소 뒷걸음질 치다가 쥐밟은 격이었나보다.

아무튼, 그렇게 애들 얘기는 충분히 들었고.

몇시간의 대화로 애들이 나를 믿는다는걸 완전히 파악한 나는, 이제 결국 어느정도 다 말해주었다.

...위기를 기회로. 우리 PMC 멤버들을 완전히 에고 스쿼드로 통합시키자는 생각이 있기도 했고.

뭐 그렇다고 많이 얘기해준건 아니다.

대충 내가 빌런 에고스틱으로 활동하는건 사실 세계를 구하기 위해서다... 이정도?

"역시. 그럴줄 알았습니다."

내 말에 고개를 끄덕이는 1호.

...음, 분명 아까까지만해도 빌런인걸 알지만 따른다더니. 알고있던거 맞아..?

하여튼 내가 이들에게 솔직하게 이 모든걸 알린 이유는 단 하나.

이들에게 자신들의 목적을, 분명하게 알려주기 위해서였다.

"...앞으로 큰 재앙이 닥칠거야. 괴물들이 쏟아져 나올테지."

"그때가 되면 스타더스나 협회의 전력만으로는 전국을 커버할 수 없을거야. 아마 많은 곳이 피해를 입게 되고.. 나라가 혼란해 질테지."

"그날이 오면, 너희의 도움이 필요해."

그런 내 솔직한 말에.

모두들 진지한 얼굴로, 고개를 끄덕이며 납득했다.

"저 근데 다인쌤! 질문있습니다!"

"응. 말해봐"

"근데 그걸 저희 4명이서 할 수 있을까요..?"

자신있게 손을 들때는 언제고, 마지막에 가선 약간 줄어든 목소리로 중얼거리는 허다희.

나는 그런 그녀에게 마침 잘말했다는 듯, 앞으로 있을 일을 말해줬다.

"그래. 안그래도 그래서 말하려고 했는데... 이제 곧 너희 후임들 뽑을꺼야. 많이."

"...네?"

"그리고 너네들이 걔들 가르쳐서 키워야하고. 음, 일단 2기생은 대략 열명? 다 너네보다는 약할거야."

그래. 바로 이게 내가 계획한 히어로-다단계 구조.

나는 능력자 4명만 키운다. 그럼 그 능력자 4명이 10명을 키운다. 그럼 그 10명이 20명을 키운다... 이런 식으로 쭉쭉 내려가는 거다. 그러면 어느새 짜잔! 히어로 군단 완성!

거의 반자동 능력자 양산공장을 꿈꾸는 나의 원대한 계획. 내가 왜 애들한테 다른 능력자 가르치는 법을 알려줬겠냐고. 다 큰그림이 있어서 그렇다.

"애들아. 잘할수있지?"

"어... 네. 아마도...?"

다들 누굴 가르치는건 처음이라 주저주저하는 모습이지만, 그래도 파이팅하려 해보는 모습. 나는 선생이 아닌 그냥 선배의 입장에서 도와주면 된다고 설명했다. 걔들 영웅 사상교육도 내가 할거거든. ...이미 사상교육한 1기생들이 빌런 아래에서 일하고 있는 이게 맞나 싶긴 하지만.

그렇게 그뒤로 더 많은 이야기를 나눴다.

...밤이 깊어질 때까지.

***

"아이고..."

집.

방의 의자에 몸을 기댄 나는 한숨을 푹 쉬었다.

이번 PMC 일도 어찌어찌 잘 해결됐다. 진짜 나보고 애들이 '에고스틱이죠?' 이랬을때는 심장이 덜컹이는 기분이었는데, 어찌어찌 잘 해결돼서 다행.

...역시, 우리 PMC애들과 끈끈한 유대관계를 맺길 잘했다는 생각이 들었다. 아니, 이제 PMC라 부르면 안되지. 에고스쿼드라 불러야지.

그래. 애들이 먼저 나한테 강하게 요청했었다. 우리도 유성스쿼드가 아닌, 에고스쿼드라고 불러달라고. 에고스틱 밑에서 일하니까. 사실 애들은 에고스틱인 나보다 다인인 내가 더 익숙해하긴 하는데... 뭐. 본인들이 원하니까. PMC보다는 더 소속이 분명한 정 넘치는 이름이기도 하고.

...앞으로는 좀 더 조심해야지.

하여튼,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앞으로를 생각해봤다.

이제 진짜 얼마 안남았다. 하늘에서 게이트가 열리고 괴물들이 쏟아져나올때까지. 내가 어느정도 막는다해도, 분명 한계가 있을터. 수치상으로만 봐도 하룻밤만에 몇만마리의 B급 빌런들이 뛰어다니게 되는건데, 이게 재앙이 아니면 뭔가. 가히 페이즈의 최종보스 다운 위엄이다.

사실 이게 히어로 만화라 메인 이벤트중 하나로 묶여 취급당하는거지, 다른 만화였으면 이게 핵심 소재가 됐을지도 모른다. 외계에서 쳐들어오는 괴생명체 군단, 그에 맞선 인류의 전투. 윽.

하여튼 사족이 길었는데, 결론은 뭐냐.

바로 나랑 에고스쿼드. 이 둘로만은 이걸 대비하기 충분치 않다는 소리다.

특히 월광교가 게이트 의식을 우리나라에서 연만큼, 제일 개판이 나는것도 우리나라라 생각하면 더더욱 중요한 일.

'...지금 내 정체를 아는 사람이 누구누구지?'

일단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당연히 알고. 이설아도 알고. 심지어 섀도우워커도 대충 알고. 아틀라스와 카타나를 비롯한 빌런 동료들도 알고. 거기에 이번에 에고스쿼드 애들도 다 알게됐고.

내 주위 빌런들은 물론이요, 우리나라 A급 히어로 셋중 스타더스만 빼고 사실상 모두 내 정체를 아는 상황.

...이게 맞나? 뭐, 어쨌든 제일 중요한 스타더스만 모르니 됐나.

하여튼, 오랜 고민 끝에.

나는 결론을 내렸다.

"그래."

어차피 신원 이리저리 뿌려진거.

나중에, 협회장도 매수해야겠다.

그렇게 히어로협회랑 빌런조직의 유착.

그 시작이 밝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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