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30화 (230/328)

ep.233

지하.

생화학무기를 통한 테러를 계획하고 있던 빌런을 에고스틱이 제거하고, 스타더스 그녀를 위해 포스트잇들을 남긴 그곳에서.

스타더스는, 조용히 그가 남긴 마지막 편지를 읽었다.

[For you Stardus.]

[요즘 안그래도 다른 빌런들도 많아 바쁘실텐데 이놈은... 좀 특별히 더 위험한 것 같아서 제가 처리했습니다. 당신을 신경쓰이게 하는 빌런은 저면 충분하지, 다른 이들한테 집중하게 하고 싶지 않네요. 그리고 요즘 기분이 좀 안좋아보이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걱정되는데, 그래서 저번에 따로 말을 걸지는 않았습니다. 얼른 다시 웃기를 바랍니다.]

[P.s.제가 붙인 포스트잇들은 협회가 볼 수 없게 따로 떼어내주시면 감사하겠습니다. 아치에너미들끼리의 비밀로, 하하.]

"하하...."

그리고, 그가 남긴 수많은 포스트잇들 뒤로.

마지막으로 적힌, 직접 그가 손으로 한글자 한글자 적은 글을 읽고.

스타더스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

사실 그녀는.

최근들어 계속, 기분이 좋지 않았다.

이유는 정확히 에고스틱이 다른 여자 빌런을 데리고 온 그날부터.

그리고.

에고스틱이 자신을 무시했던 날. 그 정점을 찍었다.

다른 모든걸 재쳐두고, 에고스틱을 잡아넣는 것만 생각했을 정도로.

...더이상, 그가 자신한테 관심도 없는거 아닐까.

때때로 그런 생각을 하며 우울해졌었던 그녀.

그러나 그 모든 감정은.

에고스틱이 남긴 수많은 포스트잇들과, 마지막 이 편지를 읽고.

그녀의 마음 속에서, 전부 사르르 녹았다.

"...진짜, 어이없어."

이내 그 편지를 몇번씩이고 읽어보더니.

툭, 그렇게 내뱉는 그녀.

당신을 신경쓰이게 하는 빌런은 저면 충분하지, 다른 이들한테 집중하게 하고 싶지 않네요.

...그녀가 자기만을 신경쓰면 좋겠다. 라고 말한 그.

그리고 요즘 기분이 좀 안좋아보이셔서 무슨 일 있으신가 걱정되는데, 그래서 저번에 따로 말을 걸지는 않았습니다. 얼른 다시 웃기를 바랍니다.

...저번에 눈을 안마주친건, 그녀의 기분이 안좋아 보여서였다.

그러면서 다시 웃기를 바란다고 적은 그.

"...하."

참나. 누가 보면 나랑 그가 막 특별한 사이인줄 오해하겠어. 무슨 글을 이렇게 적어? 그리고 마지막에 포스트잇 다 치워달라는건 뭐야. 히어로한테 부탁하는 빌런이라니, 참.

그렇게 투덜거리면서도.

"....흐흥."

손에 편지를 꼬옥 든 채.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계속. 계속, 올라가려는 입꼬리를 막고 있었다.

...갈때, 저 포스트잇들 다 챙겨가자.

뭐... 저렇게 부탁할 정도니 내가 해줄수도 있지. 응.

그렇게 스타더스는 그가 남긴 포스트잇들과 편지를 소중히 품에 챙겨, 떠났다.

그리고 그날이후.

스타더스의 인상은, 확연히 밝아졌다고 한다.

***

"아니 애들아... 나 진짜 괜찮다니까?"

"뭐가 괜찮아요 오빠. 오빤 좀 쉬어야되요."

스크림 메이커를 잡고, 집에 돌아온 뒤.

그날부로 나는 집 한쪽 피로회복기쪽에 감금됐다.

거기에 우리 힐러 하율이도 내 옆에 계속 붙어있는 상황.

"아니... 나 한게 손가락 튕기고 총 쏜거밖에 없어."

"아니죠. 그 유해한 공기속에 장시간 노출되고, 심적 스트레스를 받으셨잖아요? 그러니 쉬는게 당연한거에요."

...그렇게 말하는 수빈씨였다.

스트레스라. 음, 딱히 스트레스 받을만한 일이 있었나? 없었다. 좀 쫄렸던거 빼고는...

하여튼 저번에 하도 피를 철철 흘리며 돌아온 적이 많아서인지, 수빈씨랑 서은이를 비롯해 다들 나늘 과보호하는 경향이 있었기에 그러려니 했다. 내 업보지 뭐...

그렇게 며칠간 쉬며, 나는 이번 일을 복기했다.

스크림 메이커 제거 계획은 성공적. 이로써 또 멸망에서 한발자국 더 멀어져갔다.

...마지막에 스타더스한테 쓴 편지는, 음.

"윽..."

...그걸 다시 떠올린 나는, 머리가 띵해지는걸 느꼈다.

아. 그때 내가 왜그랬지? 아무리 생각해봐도 잠시 미쳤던거같다. 뭐? 당신이 신경쓰는 빌런은 저면 충분해? 기분이 좀 안좋아보이니 웃기를 바래? 이게 히어로한테 빌런이 할 말인가.

"아아... 내가 미쳤지, 미쳤어."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누가봐도 빌런이 할법한 말과 행동이 아니었다. 스타더스가 그걸 보고 날 뭐라 생각했을지 생각만해도 두려운 기분.

...미친놈이라 생각하는거 아니야?

물론, 나한테도 할말은 있다.

'그때는 진짜 나도 모르게 막 손이 그렇게 움직였었다고...'

직감적으로 이렇게 적어야한다는 생각이 팍팍 들었다. 대체 왜인지는, 아직까지도 모르겠지만.

...그런데, 생각해보니 웃기긴 하네.

그날 이후로 내가 느껴왔던 까닭모를 불안감이 완전히 사라졌다.

거기에 요즘 계속 꾸던 악몽도 말끔히 사라져, 꿀잠만 자고 있기도 하고.

이것도 이유는 잘 모르겠다...

하여튼 빌런 한마리 잡은 나는 다시 정상 컨디션으로 돌아왔다. 거기에 하율이의 지속적인 힐링으로 몸상태는 거의 최고.

그렇게 스크림 메이커를 잡고 난 뒤로부터, 며칠이 지났다.

그러던 어느날, 이설아에게 걸려온 전화.

[네. 요즘도 스타더스가 PMC 애들 꽤 잘 봐주고 있어요. 은근 애들이랑 하루가 친해진거 같던데요?]

"그래? 다행이네. 애들 실력도 좋아진거 같은데, 이제 슬슬 우리 PMC도 2기 뽑을까?"

[안그래도 알아보고 있었어요. 음... 대충 이달말쯤 모집하죠. 지원자들은 다 얼추 추렸으니까.]

"그러자."

우리는 그렇게 대화를 나눴다.

내가 PMC를 확장적으로 늘리려는 이유는 단 하나. 앞으로 펼쳐질 대재앙의 시대에는 한명의 강한 능력자보다 여러명의 평범한 능력자가 더 낫기 때문.

월광교가 이계와 우리세계를 잇는 게이트를 열어, 괴물들이 쏟아져 나올걸 생각하면 대비는 필수다.

스타더스의 부담을 덜어주기 위해서도, 더더욱.

하여튼 그렇게 나라의 명운을 건 대화를 하고 있을 때쯤.

이설아는 기억났다는 듯, 내게 말을 덧붙였다.

[아 맞다. 다인씨. 혹시 하루한테 뭐 했어요?]

"....응? 왜?"

[아니. 요즘들어 하루가 계속 기분이 좋아보여서요. 얼굴이랑 목소리가 그냥 밝아졌던데, 정황상 다인씨가 그 방송 한 날 이후더라고요.]

"아... 음.... 난 뭐 아무것도 안했어. 그냥 그 빌런놈이 처리된거 보고 안심해서 그런거 아닐까?"

[흐응... 그런가요.]

...거짓말은 아니다.

물론 아무것도 안했다는 말은 거짓말이지. 편지를 남기긴 했는데, 뭐. 음. 그거때문에 기분이 좋아진걸리는 없잖아? 아마 스크림 메이커가 얼마나 위험한 놈인지 깨닫고 놈이 저지되었다는거에 안심한거 아닐까 싶다. ...그렇겠지. 음.

[그러면 그렇게 알고 있을게요. 아 그리고, PMC애들 좀 보러가요. 애들이 다인씨 보고싶어하더라.]

"아, 그래야지."

나는 그말에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샤인티아 사건, 스크림 메이커 공략, 거기에 이번에 하율이와 함께 치유하라고 감금된 바람에 PMC 애들은 한동안 못봤었다.

특히 이제는 슬슬 애들의 실력도 무르익은 만큼, 자기 후배들을 가르치는 방법도 알려줘야하니. 또 가봐야지.

그렇게 자기도 만나러 와달라는 이설아한테 알았다고 한뒤, 전화를 끊었다.

좋아. 내일은 우리 에고 스쿼드...가 아니라 유성 스쿼드나 만나고 올까.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다음날, 어떨 일이 생길지 예상도 못한 채.

***

"흡."

유성 스쿼드 건물 지하, 단련실.

그곳에서 애들의 실력을 다시한번 테스트하던 나는, 고개를 끄덕이고 납득했다.

"좋아. 다들 잘하고 있네. 스타더스씨랑 훈련한건 도움됐어?"

"네! 엄청 큰 도움이 됐어요."

내 말에 고개를 격하게 끄덕이며 대답하는 우리 빨강이, 3호 허다희.

그러더니 그녀는 스타더스가 함께 B급 빌런을 잡는데 도움을 준 일을 설명했다.

나도 들어서 대충 알고있다. 스타더스가 우리 PMC 애들을 대리고 낮은 등급의 빌런들을 통해 실전훈련을 시켜줬다고. 우리 애들이 잘해서 스타더스가 흡족해했다나.

심지어 자신의 신분, 신하루라는 이름까지 밝히고 사석에서 만나 밥까지 사줬다고 한다.

...사람을 쉽게 믿지않는 하루가 그렇게까지 했다는게 믿겨지지 않는다. 우리 애들이 그만큼 친화력이 좋은가?

하여튼 난 그런 허다희의 말에 흡족하게 고개를 끄덕였다.

그때 내 곁에서 얼쩡거리다가, 은근슬쩍 물어보는 2호 서채영.

"다인쌤. 혹시 스타더스 좋아해요?"

"응? 어. 당연히 좋아하지. 한국인이라면 그녀를 좋아해야되지 않겠니?"

"아... 네..."

"그러니 스타더스씨 말씀 잘듣고, 성실히 배워. 진짜 흔하게 올 수 있는 기회가 아니니까."

"치... 저희도 알거든요."

그렇게 말하면서 뒷짐을 진 채 입술을 삐쭉 내밀며 괜히 바닥만 보는 그녀.

1호는 늘 그런거처럼 벽에 기대서 폼잡고 있고, 4호는 졸고있... 안조네? 우리 4호 수아 안조는건 오랜만에 보네.

...하여튼, 나는 애들을 앞에 두고 잠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우리 PMC 애들이 스타더스랑 이렇게 친해지는건 예상 못했는데, 음. 애들한테 내가 에고스틱이란 정체를 진짜 무조건 들키면 안되겠다.

우리 PMC애들은 내가 히어로학 교육을 열심히 시킨덕분에, 웬만한 협회소속 히어로들보다 더 정의로운 상태. 즉, 내가 에고스틱이란걸 알게되면 스승이고 뭐고 칼찌부터 할 가능성이 크다.

특히 이제 스타더스랑 친하다? 그냥 스타더스한테 말하는순간 내 인생은 파리목숨. 순식간에 납치될 가능성이 크다.

...사실 에고스틱인걸 안들키더라도 이미 저번에 스타더스랑은 다인이란 신분으로 만난적이 있어서 또 문제될 수 있지만. 뭐.

어쨌든 결론은, 절대 우리 PMC 애들한테 내가 에고스틱인걸 들키면 안되겠다. 그런 생각.

...그런데, 생각을 마치고 보니 오늘따라 애들이 좀 어수선해 보였다. 다들 내 눈치를 힐끔힐끔 보고. 뭐지?

그러던 그때.

"...스승님."

"응?"

벽에 기대고 있던 1호가, 큰 결심을 했다는 듯 똑바로 섰다.

그리고 서로 돌아보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4명의 아이들.

...뭐지?

뭔가 불길하던 그때.

굳은 마음을 먹었다는듯, 1호는 내게 흔들리지않는 목소리로 물었다

"....다인선생님. 에고스틱이죠."

"응..?"

그리고 그 순간.

내 뇌가, 살짝 멈췄다.

...잘못들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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