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28화 (228/328)

나는 다시 검은 촉수를 해제시킨 뒤 가슴팍에 앝게 방탄조끼처럼 둘러놓았다.

내가 한은그룹 지하 실험실까지 들어가서 챙겨온, 한은그룹 지식의 결정체 베히모스.

평소에는 별로 쓸 일이 없어서 방탄조끼 신세인 비운의 생체병기이지만, 이제 슬슬 얘도 몸처럼 컨트롤 할 방법을 배워야겠다.

왜냐하면.

"......"

최세희와 하율이와 떠들며 숲을 걷다가, 나는 문득 하늘을 바라보았다.

...본격적으로 세계관이 막장이 되는 중후반부. 드디어 튀어나올 네임드 빌런들과 월광교 게이트 사건까지 생각하면... 내 몸 하나 잘 간수할 정도는 되야겠지.

그렇게 저택 앞까지 도착한 뒤.

동생을 보러간 하율이와 헤어지고, 최세희와 나는 저택 한쪽편으로 같이 걸어갔다.

"휴, 바로 샤워해야겠다. 너도 할거지?"

"당연하지."

"그럼 끝나고 같이 저쪽에서 바나나 우유나 마시자. 콜?"

"좋지."

"오케이. 십몇분후에 내려와라."

그렇게 최세희와도 헤어진 뒤.

나는 잠시 선선한 바람을 느끼며, 앞으로를 생각했다.

...능력을 어느정도 파워업 하겠다고 새삼스럽게 생각한 이유.

따지고보면, 오늘이 드디어 그 날이어서이기도 하다.

바로, 원작 분위기를 완전히 뒤집는 그 사건.

바로 월광교 게이트 사건의 신호탄이, 오늘 터지기 때문

나는 그 생각을 하고, 발걸음을 옮겼다.

아마, 예상대로라면 몇시간 뒤려나.

***

어두운 밤하늘.

하늘에 열리는, 거대하고 푸른 포탈.

그리고, 다닥다닥 붙어 전 하늘에 열리는 게이트들.

그곳에서 끝없이 쏟아져 나오는 수많은 괴수들.

사람들의 비명과 함께 불타는 도시들.

그리고 그 중심에서, 광소하는 노인.

인간 시대는 끝났다.

이제 새로운 신이 우리를 구원하실 것이다-!

그렇게 이세계에서 찢어진 차원의 틈을 타, 전 세계를 공격하는 괴수들의 습격...

"...."

최세희와의 훈련을 마치고 돌아온 뒤.

씻고 나온후 같이 근처 벤치에 앉아 음료수를 마시며 수다떨다가, 다시 거실로 돌아와서.

나는 소파에 앉아, 티비를 바라보고 있었다.

오늘.

아마도, 전세계 어디에선가 뜬금없이 포탈이 하나 열릴거다.

그리고 거기서 괴물 몇마리가 튀어나오겠지.

단순히 빌런의 초능력 중 하나라 생각하고 넘길 수도 있지만, 능력자들 중 특히 강한 몇몇은 그 모습을 보고 느낄거다.

이건, 단순히 평범한 능력이라기에는 느껴지는 기운이 너무 이질적이라고. 어쩌면 더 큰 사건의 전초전이 될 수도 있을거라고 예측할 수도 있고.

물론 그런 생각은 그냥 단순한 망상일 뿐이라고 생각하고 넘길수도 있겠지만....

'적어도, 카테달은 다르겠지.'

그래.

나는 저번 카테달에서 미리 경고를 했었다.

차원의 경계가 무너져, 다른 차원에 사는 괴수들이 넘어올 수 있다고.

하여튼 오늘 결판이 나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티비를 봤고.

그렇게 기다리기를 몇분.

마침내, 속보가 떴다.

[실시간 글로벌 소식입니다! 현재 프랑스 상공에서 기묘한 무언가가 떠있다고 하는데요, 한번 보시죠!]

"....."

그리고 뜬 화면.

드디어 직접 보게 된 게이트.

[

.........

]

그것은, 확실히 기묘한 광경이었다.

사람 키 2배 정도의 크기의 원이, 하늘에 떠있는 광경.

그러나 그것은 기묘하게도, 하늘에 떠있다기 보다는 마치 하늘이 '깨져있는' 것처럼 보였다.

그리고 그 포탈 너머로 보이는 우주.

아니, 정확히는 우주같은 무언가라고 해야할까. 새까맣고 보는 것만으로도 기묘한, 안쪽에 작은 별빛들이 이 보이는 그런 광경이었다.

그리고 그 포탈 주위를 도는 푸른 기운들.

내가 그 광경을 지켜보고 있을 때, 계속해서 앵커의 말이 들려왔다.

[네. 그리고 현지 언론에서 전한바에 따르면 이곳에서 2개의 괴수가 튀어나왔다고 하는데요, 다행히 사상자가 나오기 전에 히어로들이 진압했다고 합니다.]

그리고 나오는 죽어있는 괴수들의 사진.

푸른색에 보라빛, 검은색이 섞여 이루어진 마치 도마뱀같은 그것들.

누가봐도 지구의 생명체가 아닌 그것을 띄운 채, 앵커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현지 협회는 이 일을 빌런의 소행으로 규정한 뒤 해당 능력을 사용한 빌런을 찾고있다고 전했습니다. 한편 네티즌들은 '신기하다' '무섭다'등의 반응을 전했으며...]

그렇게 끝난 뉴스를 보며.

나는 티비를 껐다.

"휴우...."

결국, 원작대로 흘러가는구만.

나는 한숨을 쉬며 눈을 비볐다.

저건 당연히, 월광교가 저지른 짓일거다. 아마 슬슬 차원의 구멍을 내는 법을 연구중이겠지. 오늘이 첫 성과일거고.

물론 어차피 쟤네가 없어도 결국 열릴 게이트긴 하니. 그나마 다행인건 아직도 수십개월 남긴 했다. 미리미리 대처하기에는 충분하다는 소리.

"...역시, PMC 애들 성장시키는걸 더 빨리 해놔야겠네."

내가 최대한 막아도 어차피 어느정도는 뚫리게 되어있다. 그때가되면 대한민국 땅을 전부 스타더스가 지킬 수 있을리가 없겠지. 원작에서도 그렇고.

즉, PMC 애들을 키워서 괴수 처리는 이쪽이 도와주게 해야한다. ...슬슬 얘네도 이설아를 통해 어떻게 스타더스와 연결시켜야되나.

그렇게 미래에 대해 진지한 고민을 하던 나는.

문득 스타더스를 떠올리고는, 다시 마음이 좀 초조해졌다.

...그래, 월광교에서 게이트 열리는건 다 좋다 이거야. 어차피 어느정도 계획이 있긴 하니, 이건 플랜대로 가면 된다.

다만, 그 보다 더 훨씬 중요한게 있으니.

"... "

아직도 저번 테러에서 스타더스가 보여준 그 울먹이는 모습이 신경쓰인다는 큰 문제가 있었다.

...이설아가 곧 만난다고 했으니, 그것만 기다리는 수밖어에 없으려나.

"씁..."

아 신경쓰여.

아니, 월광교보다 이쪽이 더 직감적으로 불안하다고...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대한민국 어딘가, 숨겨져있는 비밀스러운 곳.

빛이 희미하게 들어오는, 텅 빈 교회같은 어두운 그곳에서.

뒷짐을 서고 조용히 창 밖을 바라보고 있는 노인을 향해, 푸른 기운이 감도는 사제복을 입은 남성이 고개를 숙인채 말을 전했다.

"...교주님, 실험은 성공적으로 끝났습니다. 신이 계신 그곳의 통하는 차원과 문을 이국의 선교자들이 열어내었습니다."

그렇게 구체적인 수치와 결과를 상세히 전한 그.

허공의 화면에 비춰 괴수의 모습과 외차원에 대한 사세의 설명이 끝나고.

이내 다시한번 고개를 숙인 뒤, 물러간 그.

이내 조용히 눈을 감은 채 그 얘기를 듣기만 하던 노인, 월광교주는.

이내 뒷짐을 지었던 손을 푸른뒤, 갈라지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그래... 드디어 그날이 다가오는구나."

월광교주, 천월황은 자신의 주먹진 손을 들어올린 채 조용히 말을 이었다.

드디어, 이 비루한 세계를 정화할 순간이 조금씩 다가오고 있다.

이 어긋난 신을 섬기는 이들을 심판하고, 구세계를 무너트릴 새로운 신이 이 우주에 강림하는 순간.

세계는, 자신들의 진정한 신이 누구인지. 월광의 의미가 무엇인지, 뼛속깊이 깨닫게 될것이니.

"크흐흐.  크흐하하하. 크하하하하하하!"

그렇게.

마치 마른 기침을 터트리듯, 광기어린 노인의 갈라진 웃음소리가 텅 빈 교회를 가득 울렸다.

"쿨럭, 쿨럭. 그래... 심판의 날이 다가온다. 그때가 되면, 과연 아해들이 어떻게 발버둥칠지, 기대가 되는구나...."

그는 그렇게 말하며, 자신의 손을 펼쳤고.

그렇게 갈라진 노인의 손에는, 검은색의 작은 구체가 마치 주위의 것들을 빨아들이듯, 블랙홀처럼 웅웅거리고 있을 뿐이었다.

실험은 성공했다.

지금은 단 하나지만. 곧 있으면, 세계 모든 곳에 차원의 연결통로를 만들 수 있겠지.

그리고 그때가 되면, 모든 이들이 외차원의 심판앞에 무력하게 짓밟힐 것이다. 그를 배신하고 떠난 무녀도, 그녀를 데리고 간 씹어먹어도 시원치않을 그 놈도 전부. 예상하지 못한 순간 쓸려나가겠지.

결국 마지막에 웃는 것은, 달의 신의 인도를 받은 우리 월광교가 될 것이다.

"크흐흐. 크하하하하하!"

아무도, 자신이 어떤 일을 하고 있는지 상상도 못하고 있을 것이다. 차원의 통로도 못알아본 채, 멸망이 찾아오고 있다는 것도 상도도 못한채 무력하게 심판의 날에 죽어나가겠지.

그런 생각을 하며.

월광교주는 홀로 텅 빈 교회 안에서.

홀로, 비릿한 미소를 짓고 있을 뿐이었다.

***

[프랑스에서 열린 포탈에서, 괴수들이 튀어나와 큰 화제가 되고 있습니다. 일반적인 능력들과는 이질적이어 보이는 이 사건에 대해 프랑스 협회 측은 '엄정히 조사하겠다'라고 밝혔습니다. 이 소식을 들은 영국 협회측이 올린 sns글도 화제가...]

"아. 저게 다인씨가 말한 그 차원의 통로인가 뭔가인가?"

유성기업 건물 최상층, 회장실.

그곳에서 뉴스를 틀어 보던 이설아는, 월광교의 비밀 병기를 한방에 알아보고는 고개를 끄덕였다.

"이게... 월광교라는 놈들이 지들끼리 준비한다던 그거겠구나."

긴 하늘색 머리카락을 늘어트린채, 월광교주가 들었으면 뒷목을 잡았을만한 얘기를 아무렇지 않게 조용히 중얼거리는 그녀.

이내 그 사건의 모습의 확대 사진을 보던 이설아는, 잠시 팔짱을 낀 채 생각에 잠겼다.

사진속에 보이는, 하늘에 떠있는 다인씨가 말했던 일명 포탈. 차원문의 모습.

마치 막 포토샵을 배운 어린 아이가 하늘사진에 원모양으로 우주를 합성해 놓은 것처럼, 이질적인 풍경에.

그녀는 잠시 침묵에 잠겼다.

'...그러니까. 결국 저런게 전국 곳곳에 생긴다고 했었지?'

다인씨에 말에 의하면, 저것들은 월광교가 뚫어낸 외차원의 문. 나중되면 언젠가 저런것들이 전세계를 뒤덮을거라 말했었다. 그리고 사방에서 튀어나오는 괴수들. 히어로 몇명으로는 해결이 불가능할정도로 많이 나온다 했었지.

'그래서 그가, 예전부터 히어로들의 수를 늘려야한다고 했었고.'

앞으로 사회가 더 혼란해질 만큼, 강한 초상 능력자들이 더 많이 필요하다고 했었다. 스타더스나 섀도우워커, 그리고 자신 셋이서 괴수들의 습격을 다 막을 순 없을테니.

그래서 다인씨가 1차적으로 준비했던게 그 PMC.

벌써 어느정도 훈련이 마무리되어서, 이제 슬슬 실전 연습만 남았다고 했었다. 그리고나서 2기생을 뽑는다고 하고.

그렇게 이설아가 잠시 생각에 잠겨있을 그때.

때마침, 비서가 노크소리와 함께 일정을 알렸다.

[이설아 회장님. 지인분과 약속시간이 다 되었습니다.]

"아, 그래요. 이제 슬슬 가야겠네요."

그래. 오늘은 오랜만에 하루를 만나기로 한 날.

이설아는 미소를 지으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늘 빈틈없이 바쁜 일정을 소화하는 그녀였지만, 몇 안되는 자신의 소중한 친구를 위해서라면 늘 시간을 내는 그녀였다.

그리고...

'다인씨의 부탁도 있었으니까 말이지.'

그가 일으켰던 저번 테러에서, 스타더스. 하루가 왜 표정이 그리 안좋았었는지. 지금은 괜찮은지 좀 슬쩍 물어봐달라는 그의 말도 있었고하니.

그렇게 이설아는 자리에서 일어나, 하루가 기다리고 있을 곳으로 향했다.

***

그로부터 몇시간 뒤.

이설아는, 어느 카페에서 신하루와 함께 커피와 디저트를 먹고 있었다.

"여기 참 괜찮지 않아?"

"응, 맛있네."

조각케이크를 포크로 한조각 베어먹으며, 설핏 미소짓고 있는 신하루. 그런 그녀를 보며 만족스럽게 웃고있는 이설아.

그런 그녀들의 주위로는 아무도 없이 텅 비어있었다. 애초에 이설아가 카페 전체를 그냥 대관해버렸으니까.

둘 다 신상을 가렸다고해도, 푸른 머리칼과 노란 황금빛의 머리카락을 가진 미인 둘이서 앉아있으면 모두의 시선이 쏠려서이기도 하지만. 제일 큰 이유는 당연히 히어로 관련 대화는 사람이 많은 곳에서 할 수 없기 때문이다. 어렸을적부터 이설아와 함께 지낸 신하루도, 그녀가 그런 성격인걸 알기에 별말없이 받아들였고.

그렇게 만나고 밥을 먹은 뒤, 이내 이렇게 카페에서 디저트를 먹으며 수다떨기를 한참.

신하루도 오랜만에 친구를 만나서인지 꽤나 풀어준 모습을 보이며, 가끔가다 웃음도 흘리는걸 보고.

이 얘기 저 얘기를 나누던 이설아는, 이내 은근슬쩍 자신이 궁금했던 질문을 꺼냈다.

"맞다, 하루야."

"응?"

포크를 내려놓는채, 약간 미소지으며 대답하는 하루.

그런 그녀에게 이설아는 이내 본론을 꺼냈다.

"별건 아니고, 저번 테러 있잖아."

"저번 테러? 그 황금 날개 달고 창 휘두르던 그 빌런?"

"아니... 그거 말고, 에고스틱이 한 테러 있잖아."

"아."

그 얘기를 듣자, 살짝 미소가 흐려진 하루.

그러나 이설아는 그걸 눈치 못챘다는 듯, 자연스럽게 말을 이었다.

"저번에 그때 협회에서 테러 이후에 너 얼굴 봤을때, 좀 안좋아보이더라고. 무슨 일 있었어?"

슥 지나가듯, 걱정스럽다는 듯 자연스럽게 물은 이설아.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에 신하루는 얼음이 잠긴 잔을 잠시 빨대로 뒤적뒤적 하더니, 이내 입을 열었다.

"그냥...."

"그냥?"

"그냥. 그때 잠시 고민이 생겼어서."

이내 그렇게 말하고는, 잠시 멍하니 어딘가를 바라보는 그녀.

그러더니 신하루는 잔에 담긴 음료수를 빨대로 한모금 더 마시더니, 약간 진지한 표정으로 말을 계속 했다.

"고민이 됐었거든. 좀 답답하기도 하고, 막 이유없이 부정적인 감정이 요동치기도 하고 그랬는데..."

이내 말끝을 흐린 그녀는, 설핏 웃더니 이설아를 바라보며 말했다.

"이제는, 대충 해결방안을 찾았어. 그러니 걱정 안해줘도 돼. 고마워."

"어... 해결방안을 찾았다니 다행이네. 무슨 고민 생기면 나한테도 말해줘."

"응."

다시 미소지으며 컵을 들고 음료수를 마시는 하루.

그런 하루의 모습을 보며, 이설아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아무리봐도, 더이상 말하지 않을거라는 생각이 든다. 걱정하지말라고 못박았으니, 더 묻지 않아도 괜찮다는 소리겠지.

뭐, 일단은 지금은 괜찮아 보이긴 하니까.

그렇게 이설아는 자연스럽게 화제를 돌려 다른 이야기들을 하기 시작했다.

잡담을 나누다 에고스틱 얘기를 기점으로 히어로 업무 관련 얘기를 시작한 둘.

"맞아. 부산이랑 이 근처는 빌런이 진짜 별로 없던데, 이상하게 서울은 빌런이 많더라? 덕분에 하루만 고생하는것 같아 내가 미안하네."

"뭘, 오히려 난 다행이라 생각해. 따로 멀리서 일어나는 것보다는 차라리 가까이서 테러가 일어나는게 낫거든."

그렇게 자연스럽게 이설아는 PMC 얘기도 꺼냈다.

"맞아. 내가 저번에 얘기 했었지? 내가 능력자 애들중에 좀 강한애들 모아서 키우고 있다고."

"아... 어. 기억나는거 같아."

"이제 슬슬 얘네들도 현장 투입 시켜볼까 하는데, 혹시 나중에 시간날때 도와줄 수 있어?"

하루가 바쁠때 좀 약하면서도 B급 히어로들이 상대하기에는 좀 힘든 적들은, 이들이 해결 할 수 있을거라고 덧붙이며 이설아는 살짝 물어봤다.

"어. 당연하지. 사람들 지키는 거잖아? 내가 시간날때 봐줄게."

"진짜? 고마워."

그리고 역시나, 신하루는 선선히 수락했다.

아무리 누가 뭐라해도 누구보다 히어로답고 사람들 지키는 일에 진심인 그녀인만큼, 치안에 도움이 된다는데 거부할 이유가 없던 것.

그로부터 몇십분 더 수다를 떨다, 이내 만난 시각으로 한참을 지난 후로부터 둘은 헤어졌다.

그렇게 다시 호위인력들의 경호를 받으며, 차 뒷좌석에 탄 이설아.

"휴...."

그녀는 미소를 지으며, 오늘 나눴던 대화를 복기했다.

오랜만에 만나 하루와 웃으며 떠드니, 큰 힘이 되었다. 역시 친구와 만나 떠드는 것만큼 스트레스가 풀리는 일이 없지. 거기에 나중에 꼭 PMC도 들리겠다는 약속도 받았고.

다만...

"......음."

이설아는, 침음하며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카타나 손을 잡고 나타난 에고스틱의 테러 이후 왜 힘들어보였냐는 자신의 질문에 고민이 많아라서라고 답했던 하루.

그 말을 할때만 해도 좀 어두워보였던 그녀였으나...

해결 방안을 찾았다고 말하더니, 다시 싱긋 웃는 하루였다.

'....해결 방안이 대체 뭔거지?'

애초에 고민이 뭐였는지도 모르겠는만큼, 해결 방안이 무엇인지도 미지수.

다만 그렇게 말하는 하루는, 굉장히 후련해보였다.

"...."

이설아는 특유의 사업가의 감각으로 살짝 불길함을 느꼈지만, 애써 무시했다.

에이 설마. 뭐 별일 있겠어?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빌런.

빌런이란 무엇인가.

주로 창작물 속에서 나오는, 주인공과 대적하는 악한 인물. 특히 이들중 메인 빌런들은, 주인공과 끝까지 대적하며 그를 위협하는 모습을 보인다. 주인공이 이길 수는 있을지 의문이 들 정도로 무시무시한 흑막처럼 보이는건 덤.

그리고 나는, 이제 와서 따지고보면 메인 빌런이라고 할 수 있다. 아니, 스타더스랑 끝까지 대적하고 그녀마저 자신의 주적이라 인정했는데 내가 메인 빌런이 아니면 뭐겠어?

그렇게 대한민국에서 가장 영향력있는 빌런 연합이자, 능력자들만 모인 우리는.

"이게 무엇이더냐?"

"솜사탕이에요."

...솜사탕을 만들어 먹고있었다.

아니, 사람이 가끔은 달달한것도 먹고 살아야지.

저택 앞 정원. 우리 데스나이트 아재가 소일거리로 만든다고 하고는 완전히 갈아엎어 만든 그 정원에서.

대체 어디서 솜사탕 기계를 구해온 최세희와 서자영.

그렇게, 때아닌 솜사탕 먹방이 정원 앞에서 펼쳐졌다.

"....굉장히 신기하구나."

제일 관심을 가지는건, 우리 수백년 산 신령씨.

하얀 소복을 입고 머리에 비녀를 꼽은, 인물이 눈을 빛내며 솜사탕을 먹고 있는 그녀의 모습은 상당히 이질적이었다.

물론 나도 솜사탕 하나를 들고 있었다.

분홍색의 솜사탕. 대충 뜯어서 입에 넣어보니 안에서 사르르 녹는 맛.

...어렸을적에 놀이공원 놀러가서 먹은 이후로 굉장히 오랜만에 먹어보는거 같은데.

"하하하! 무료 솜사탕 나눔의 시간이 왔네! 다들 줄 스게나!"

만드는 방법을 배우더니 신나서 솜사탕 기계 뒤에서 솜사탕을 열심히 만들고있는 데식이 아재의 말을 들으며.

나는 옆에서 혼자 집채만한 솜사탕을 뜯어먹고 있는 서자영에게 물었다.

"아니, 대체 이건 어디서 찾은거냐?"

"음? 인터넷 보는데 팔더라고. 그래서 하나 덥석 사왔지."

벤치에 누워 그렇게 솜사탕을 하나 더 입에 넣은 채 말하는 서자영.

눈을 감고 행복하게 미소지은 채 우물우물하고 있는게, 솜사탕이 몹시 마음에 들었나보다.

"오빠. 거기서 뭐해요? 이리로 와요."

그때 내 팔을 잡고 끌어들이는 누군가.

봤더니 손에 하늘색 솜사탕을 쥐고 있는 서은이였다.

"이 맛도 먹어봐요. 맛있어요."

그러더니 자연스럽게 자신의 솜사탕을 때서 내 입에 넣어주는 그녀.

그렇게 들어온 솜사탕은, 내 입에서 자연스럽게 녹듯이 흩어졌다.

"어때요?"

"맛있네. 달아."

사실 분홍색이든 하늘색이든 맛 차이는 전혀 느껴지지 않았다. 분명 하나는 딸기 맛이고 이건 블루베리 맛이라 했었는데... 대체 왜지?

하여튼 둘다 달달하니 맛있긴 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저택 앞에서 펼쳐진 일종의 피크닉.

발단은 솜사탕 기계였지만, 어쨌든 다들 밖에 나와서 웃음꽃이 핀 모습이다. 보기 좋네.

그김에 아예 본격적으로 돗자리까지 깔아서 쉬는 와중에.

옆에서 솜사탕 먹는 모습을 열심히 사진 찍던 서은이가, 내게 문득 물었다.

"오빠, 근데 있잖아요?"

"응?"

"우리도 sns 해보는건 어때요?"

"sns?"

무슨 소리냐고 묻는 내 질문에, 서은이는 차근차근 설명하기 시작했다.

대충 정리하자면, 인지도도 높일겸 에고스트림 공식 계정을 만들어 막 테러 사진이나 일상의 모습을 찍어 올리자는 소리. 예를들어 지금처럼 이렇게 노는 모습을 얼굴 가리고 올린다던가.

"...그리고 이런 우리 모습을 보면, 히. 그 여자도..."

마지막 말은 작아서 못들었는데, 하여튼 비슷한 얘기가 아닐까 싶다.

하여튼 눈을 빛내며 그렇게 말하는 서은이의 말에, 나는 잠시 생각에 빠졌다.

...글쎄. 굳이 해야 할 이유가 있나 싶다. 이미 국내에서 내 인지도는 엄청 높고, 세계급으로는 일본 말고는 내 존재도 딱히 없을텐데. 거기다가 괜히 그거 운영하면 시간만 뺐기고.

"딱히. 당장은 필요 없을거같은데?"

"힝... 알겠어요."

살짝 실망한 듯한 서은이였으나, 내가 나중에 상황이 바뀌면 다시 생각해 볼 수도 있다는 말로 겨우 안심시켰다.

...그리고, 또 생각해보면 내가 테러 그만두고 은퇴한 후에는 운영하는 것도 나쁘지 않을 것같고.

하여튼 그렇게 이런 저런 얘기를 나누며, 차를 가져온 수빈씨와 함께 차를 마쉬며 난 쉬고있었다.

....이 혼란스러운 시국에 솜사탕 먹고있으며 이러고 있어도 되나 싶었지만, 뭐. 가끔씩은 이렇게 쉬어줘야 더 열심히 일 할 수 있는거 아닐까. 어차피 곧 있다가 또 다른 빌런 잡으러 원정 떠나야되는데.

내가 그렇게 쉬고 있을 때쯤.

"음...?"

때마침 이설아한테서 연락이 왔다.

***

"아 그래? 흐음..."

[네. 뭐 해결방안이 있다고는 하는데, 그게 뭔지는 저도 잘 모르겠네요. 그래도 일단 기분은 나쁘지 않아보였어요.]

"그래. 고맙다...."

[아 맞다. 그리고 PMC도 허락 받았거든요? 조만간 한번 만나보고 싶네요. 아마 실전 연습 시켜주려는 계획같던데요?]

"진짜? 그건 잘됐네."

이어지는 말에 나는 반가워 할 수밖에 없었다. 그래. 우리 PMC도 미리미리 성장시켜 놔야지. 스타더스의 도움이면 큰 밑거름이 될거다.

[네. 나중에 일정 같이 잡으면 될 것 같아요. 저도 한번 내려가서 애들 좀 보고... 자연스럽게 스타더스도 소개하면 될 것 같네요.]

"그래. 날짜만 잡으면 될거 같기도 하고..."

그렇게 그 이후로도 PMC와 월광교에 대한 얘기를 더 한 뒤에, 나는 전화를 끊었다.

그래, 슬슬 우리 PMC 쪽에도 말 해놓으면 되겠네. 한번 보러 가야겠다.

나는 그렇게 생각을 마쳤다.

***

*

[에고스틱이 스타더스를 좋아하는 101가지 이유]

1. 첫 활동이 빌런 죽이는 거였는데, 그때부터 '스터더스에게' 라고 메세지 남겨놓음

2. 첫 배 테러부터 바로 스타더스 콜링ㅋㅋㅋㅋㅋㅋ

3. 기차 테러도 스타더스 부르더니, 테러 막아낸 스타더스 칭찬하면서 쓰다듬어줌 << 이게 안좋아하면 가능한??? 스킨쉽???

4. 갑자기 서울시 한복판에 악어빌런 나타났는데 스타더스가 멀리있었는지 안나타나자 그냥 자기가 나서서 물리침ㅋㅋㅋㅋ 스타더스 욕먹는거 완전차단ㅋㅋㅋㅋ

5. 에고스트림 멤버들이랑 같이 산다고 언급됐는데 대다수가 여성임에도 불구하고 염문설 한번 없음

6. 빌런 처리도 보면 대부분 서울지역에 몰려있음ㅋㅋㅋㅋ 그냥 스타더스 대신 해준거ㅋㅋㅋㅋ

*

*

*

99. 그 마왕성 빌런 등장했을때도 곧바로 날아와서 스타더스 구해줌... 이게 뭐다? 이쯤되면 '사랑'이다

100. 그리고 쓰면서 생각난건데 이름부터 에고(이)스틱 스타더스(트)로 줄인것까지 같음 헉....

101. 에고스트림 멤버들이 데식이빼고 다 여자인 것도 뭐다? 알고보니 스타더스가 다른 남자랑 싸우는거 보기 싫어서 그랬다는게 학계의 정설

위의 이유로 에고스틱이 스타더스를 좋아하는건 '상식'이며

스타더스는 조속히 대한민국을 홀로 몇번이고 구해준 S급 히어로 에고스틱의 대쉬를 거절하지 말고 이어져야 한다고 생각하면 개추ㅋㅋㅋㅋㅋㅋ

=[댓글]=

[ㅅㅂ제목보고 설마하고 들어왔는데 진짜 101가지를 다 써놨네 무친련ㅋㅋㅋㅋ 정성추 준다]

[이거보니 ㄹㅇ 에고스틱이 스타더스 좋아하는것 같네 ㅅㅂㅋㅋ 뭐냐 좋아요 눌렀다]

ㄴ[왜냐면... 그게 맞으니까!]

[ㄹㅇ 오히려 스타더스가 에고스틱 안받아주면? 더 나쁜거 아닐까? 둘이 안이어지면 죄악이다]

[...일리있는 말인거 같네요.]

[SSS급 히어로인 에고스틱은 스타더스 혼자서 감당할 수 없다. 근본인 에고스트림 전원과 먼저 이어지는게 '상식'이잖아?]

ㄴ[ㄹㅇㅋㅋ에고스트림 멤버들도 포기 안할거 같은데ㅋㅋㅋ]

ㄴ[말도안되는 이상한 소리하지 마세요. 어이가 없어서 정말.]

ㄴ[@Newday313 헉... 이분은 볼때마다 스타더스 편만 드네..... 혹시 스타더스임?]

ㄴ[......]

ㄴ[에고스틱 팬카페인데 스타더스가 왜 있겠냐고ㅋㅋㅋ 멀쩡한 회원 괴롭히는 전기망고구이단 수준ㅉㅉ]

ㄴ[나 일렉트라단 아닌데? 월광망고단인데?]

ㄴ[에고스트림=일렉망고 월광망고 보라망고 해커망고 다 있음 스타더스=혼자. 자 누구랑 이어지는게 맞지?]

ㄴ[왜 아이스망고는 빼먹음? 이게 근본이거든요...]

ㄴ[요즘 떠오르는 일본망고 무시함?]

ㄴ[ㅅㅂ 대체 왜 에고스틱이 스타더스를 좋아하는 101가지 이유 게시글에서 에고스틱 애인 누구인가 토론이 벌어지냐고ㅋㅋㅋㅋ 진짜 지랄났다!]

*

"...."

"야, 이세검. 너 뭐해?"

"음?"

유성그룹 소속 PMC.

메인 건물.

스마트폰을 집중해서 보고있던 PMC멤버 1호 이세검한테, 뒤에서 얘기를 나누던 2호 서채영이 말을 걸었다.

"별건 아니다. 무슨 일이지?"

"나 참. 오늘 다인쌤이 해주신 얘기 말이야. 우리가 드디어 스타더스 볼 수 있다는거. 스타더스님을 직접 만나면 어떻게 인사할지 생각해봐야지."

약간 툴툴거리면서도, 숨길 수 없는 기대감을 가진채 말하는 주홍빛 단발머리의 그녀.

다인의 지속적인 스타더스=최고 세뇌에, 동경하던 이를 직접 만날 수 있다는 생각에 잔뜩 기대한 모습이었다.

실제로 3호와 4호도 마찬가지.

물론 1호도 기대되기는 했다. 스타더스가 현 대한민국의 정점 아닌가. 직접 그 능력의 편린을 엿보고 싶은 마음은 똑같았다.

그렇게 다같이 모여, 상의를 시작한 그들.

다만 한가지 아쉬운 점은, 다인이 스타더스에게 자신의 얘기는 왠만하면 꺼내지 말아달라고 부탁했다는거. 스승을 소개하고 싶었던 그들에게는 아쉬운 일이었다.

그렇게 이야기꽃이 계속 피고있을 때.

하얀 머리카락을 뒤로 묶은 그, 이세검은. 홀로 조용히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

늘 스타더스가 최고라고 말하시던 다인 스승.

스타더스를 좋아하는 이유만 101가지가 있다던 에고스틱.

늘 티비에서 에고스틱을 볼때마다 그가 느꼈던 익숙한 기분.

이상할정도로 현 1위 빌런인 에고스틱에 대한 언급을 피하던 다인.

그렇게 이세검의 생각은 꼬리에 꼬리를 물고 이어지고.

이내, 그는 결단을 냈다.

자신의 추측을, 동료들과도 공유하도록.

"근데 왜 다인쌤은 우리보고 스타더스에게 자기얘기 하지 말라고 한걸까?"

"그러게..."

"아무리봐도 진짜 숨기고 있는 정체가 있으신거 같은데... 그게 뭔지 알 수가 없어..."

"분명 히어로 아니면 빌런일거 같은 느낌인데."

그렇게 2호와 3호가 주고받던 이야기를 듣던 1호는.

마침내, 입을 열었다.

"...내가, 대충 다인 스승님의 정체를 알 것 같다."

"응?"

갑작스러운 이세검의 말에 눈을 깜빡이는 나머지 셋.

그렇게 그는, 담담히.

자신의 생각을 그녀들에게 말했다.

"내 추측인데, 다인 스승님은 아무래도."

"-A급 빌런, 에고스틱인거 같다."

"....엥?"

그렇게.

다인, 그가 모르는 사이.

PMC에는 작은 파문이 불고 있었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PMC.

월광교 게이트 사건 이후 풀려날 괴물들로 인한 혼란으로부터 스타더스의 부담을 덜기 위해 내가 육성한, 능력자 인재들.

능력자들을 협회 히어로들이 아닌 기업 소속 민간인으로 두어 내가 이들을 하나부터 열까지 컨트롤할 수 있게 하였으며, 애초에 내가 이들의 선생으로써 다 키워냈다. 내가 에고스트림에서 얻은 능력 컨트롤에대한 노하우와 정수를 다 전했다고 할 수 있지.

그렇게 스스로 능력의 잠재력을 빠른 시일안에 다 깨웠고, 전투경험도 어느정도 시켜주었다. 거기에 내가 몇달간 그들과 함께 먹고 자고 가르치고 고민도 들어주고 하며 지냈기에 유대감또한 최상. 그들또한 날 믿고 따른다고 할 수 있다.

...물론 가끔 좀 '너무' 믿고 따르는 것같아 걱정될 때가 있기는 한데... 안 믿는 것보다는 낫겠지.

하여튼, 결론적으로 이번에는 우리 PMC 애들이 이설아를 통해 스타더스랑 만나기로 했다.

...사실, 좀 우려되는 부분도 있기는 한데 애들이 다 똑똑하니 잘 해내겠지. 어차피 월광교 이후로 PMC 애들이 본격적으로 데뷔하면 스타더스를 보게 될 테니까, 그때 보느니 지금 미리미리 친분과 신뢰를 쌓아놓는게 좋겠다는 판단에서였다.

또, 덤으로 스타더스가 애들 능력도 점검해준다면 더할나위 없고.

그렇게 유성 스쿼드, PMC 본사 건물.

우리 스쿼드 애들을 가르치러 스타더스가 오늘 온다고 한 만큼, 우리 스쿼드 애들이 스타더스와 만나기 전에 난 마지막으로 확실하게 지도하고 있었다.

"자, 내가 했던 말 기억하지?"

"흥. 알았다니까요. 성격좋게 싹싹하게 굴고, 배울 수 있는 마음가짐같은거 최대한 많이 배우라는거잖아요. 쌤 신분은 비밀이니까 말하지말고."

팔짱을 낀 채 고개를 돌리며 흥-하는 소리와 연한 주홍빛 머리를 휘날리며 퉁명스럽게 답하는 2호.

...이와중에 내가 했던 말을 아주 일목요연하게 잘 요약한 모습이다.

"네. 명심하겠습니다 스승님."

이와중에 고개를 끄덕이며 올곧게 대답하는, 하얀 머리를 뒤로 묶은 1호였다. 애가 참 바르단 말이지.

...사실 1호는 검술을 쓰는 만큼 스타더스보다는 카타나한테 배우는게 맞는거 같긴 한데, 하여튼.

"뭐, 어쨌든간에 기대되네요! 그 유명한 히어로 스타더스를 직접 만난다니."

건틀렛을 낀 주먹을 쾅쾅 치며 밝게 웃고선 그렇게 말하는 붉은 머리의 우리 3호.

그래. 3호는 늘 긍정적이고 열정적이었으니 알아서 잘 할거다.

"....네, 잘할게요."

수면부족에 시달리는지 눈을 비비적대는 푸른 머리를 한 4호.

...이중에서는 제일 어린만큼 걱정도 좀 되지만, 그래도 잘 할거라 믿는다.

"자, 다인씨. 다들 준비 끝났어요?"

"아. 설아야."

그때 때마침, 저쪽 편에서 정장을 입고 걸어들어온 이설아에게 난 고개를 돌렸다.

인사하는 우리 애들과, 웃으면서 손을 살짝 흔들어주는 이설아.

이설아와 PMC애들은 저번에 스타더스와 만나는 날짜가 정해진 이후, 이설아가 직접 와서 한번 만났었다. 애들한테도 미리 이설아가 돈대주는 사장님이라고 설명했던만큼 다들 그녀에게 호의적으로 대했고.

물론 이설아 또한 선천적인 사람을 끌어들이는 능력으로 금새 애들이 어느정도 따랐다.

"자, 이제 슬슬 스타더스도 온다고 했으니까, 다인씨는 미리 가셔도 돼요."

"그래. 애들아, 난 이제 갈게. 다들 잘 배우고."

나는 그렇게 우리 PMC 애들한테 인사를 한 뒤, 이설아 옆에 서서 살짝 속삭였다.

"그리고... 알았지? 뭔 일 일어날 수도 있으니까, 애들 좀 잘 봐줘. 말실수 할 수도 있으니까."

"알겠어요. 걱정하지 마세요."

싱긋 웃으며 그렇게 답하는 이설아.

그렇게 안심한 나는, 이내 스타더스가 오기전 자리를 떴다. 아마 곧 올테니까.

...근데, 오늘따라 애들이 날 보는 눈길이 살짝 이상했던거 같은데, 착각이겠지...?

하여튼. 곧 스타더스가 올테지.

나는 자리에 나가며, 그런 생각을 했다.

...스타더스가 우리 스쿼드 애들을 보고, 무슨 생각을 하려나.

***

스타더스.

그녀는 현재, 자신의 친구인 이설아가 만들었다는 유성 스쿼드 PMC 본사 건물에 와있었다.

"스타더스, 어서와."

반짝반짝 빛나는 커다란 하얀 건물 앞에서, 웃으며 자신을 반기는 설아.

오랜만에 편한 옷을 입고 온 신하루는, 고개를 끄덕이며 말했다.

"응. 안녕. 여기가 그 PMC 훈련하는데야?"

"어. 돈 좀 썼지."

그렇게 말하며 이설아는 싱긋 웃었다.

확실히, 으리으리하게 큰 건물. 아직은 고작 4명밖에 없다고 들었는데, 확산히 엄청난 투자를 한 듯하다.

"대단하네..."

솔직히, 신하루는 이설아의 PMC 소식을 들었을때 약간 감탄했다.

설아가 아무래도 히어로라기 보다는 경영쪽에 관심이 더 많아보였던 건 사실. 그래도 늘 본분인 부산쪽 치안은 완벽하게 유지했기에 별 상관 안했었으나, 이런걸 준비하고 있었을 줄은 몰랐다.

능력자들이 히어로가 되는걸 기피한다해서 아예 돈을 주고 고용해 히어로로 만든다니...

"우리 애들이 다들 훈련 자기들끼리 열심히 했었거든. 그러니 지금 실력 어느정도인지 한번 봐줬으면 좋겠어. 다들."

"응. 알겠어."

신하루는 약간 기대한 채, 이설아의 인도를 따라 승강기를 타고 지하로 내려갔다.

그러자 펼쳐진, 지하 속 거대한 공간.

신하루가 살짝 감탄한 사이, 이설아가 드디어 4명의 능력자들을 데리고 왔다.

"다들 인사해, 내 친구 스타더스야."

"안녕하세요!"

그녀를 보자 바로 인사를 하는 아이들.

그런 그들의 모습에, 신하루는 똑같이 인사를 건내며 빠르게 그들의 스캔했다.

남자 한명에 여자 세명. 다들 앳되보이는 모습이었다. 대학생 새내기같은 느낌에, 한명은 아직 학생같기도 하고.

강함은... 직접 붙어봐야 알겠네.

"자, 애들아. 다들 스타더스는 알지? 아직 스타더스는 너네를 모르니까, 자기 소개 시간을 가져볼까?"

이설아는 그렇게 말한 뒤 싱긋 웃으며 한쪽으로 모두른 인도했다.

그렇게 의자가 있는 공간에서, 스스로를 소개하는 시간을 갖는 이들.

그렇게 신하루는, 이 능력자 4명의 소개를 귀기울여 들었다.

"안녕하십니까. 이세검입니다."

첫 순서로 자신을 소개한 긴 하얀색 묶은 머리를 한 남자아이. 도복을 입고 칼을 찬 그는, 특기를 검술이라고 말했다. 편하게 스스로를 1호라고 불러달라는 그. 대충 훑어보니 과묵한 성격같다...라고 신하루는 판단했다.

...참고로 검술하니 카타나가 떠오르고, 카타나와 웃으며 손을잡고있던 에고스틱의 모습이 갑작스럽게 머릿속에 난입해 기분이 싱숭생숭해지는 위기가 있었지만, 어른스럽게 털어냈다.

"...안녕하세요. 서채영이에요."

그 다음으로 인사한 약간 주홍빛 머리를 한 여자아이. 기본적으로 약간 말투가 퉁명스러워 보이기는 한데, 성격은 착해보인다는 생각이 들었다. 주요 능력은 활로 빛의 화살을 쏠 수 있다라... 대충 무기 강화형인가. 신하루는 납득했다. 2호라고 부르면 된다고 말하는 그녀.

...왜 근데 이 PMC 애들은 다 네이밍 센스가 1호 2호 이런식인가? 대체 누가 지은건지 그녀는 의구심이 들었다.

"안녕하세요! 3호 허다희라고 합니다!"

이내 밝고 쾌활만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붉은 머리카락의 여자아이. 딱봐도 에너지가 넘쳐보이고 정렬적이어 보이는 그녀는, 스타더스 자신과 마찬가지로 육체파로 신체강화를 할 수 있다고 했다. 거기에 덤으로 건틀렛을 끼고 불꽃펀치도 날릴 수 있고, 대검도 들고 싸우고.

이어서 마지막으로, 4호의 소개가 있었다.

"....으응, 안녕하세요. 산수아라고 해요."

푸른 머리카락을 한, 제일 어려보이는 그녀.

약간 졸린 눈을 한, 조용조용하고 소심해보이는 아이였다. ...이 애가 빌런이랑 싸운다고? 약간 걱정되는데...

"안녕. 난 스타더스라고 해. 협회소속 A급 히어로고..."

그리고 물론, 신하루 그녀도 스스로를 소개했다. 물론 다들 자신을 알고 있는 것 같았지만, 그래도. 자신을 존경하는 기색으로 반짝이는 눈으로 바라보는 애들의 시선은 약간 불편하면서도 썩 나쁜 기분은 아니였다. 스타더스 그녀한테 호의적인 느낌. ...설아가 가르친건가?

한편, 그렇게 방 안에서 말을 하면서도.

'.....'

신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낯익은 느낌에 그 방안을 둘러봤다.

'....뭔가, 여기서 익숙한 느낌? 익숙한 기분 같은게 드는데. '

기분 탓인가.

그녀는 긴가민가 하면서도, 일단 일어났다.

"자, 애들아. 내가 훈련 봐준다고 했지? 따라와."

"아, 네!"

그렇게 오종종 따라오는 넷.

이내 천장이 높게 솟아있는, 넓디 넓은 하얀 강당같은 훈련실에 도착한 스타더스는 손을 잠시 풀더니 대답했다.

"자, 이제 한명씩 덤벼봐."

"....네?"

갑작스러운 말에 당황하는 이들.

...하긴, 슈트도 안입고 셔츠 한장 입은채 상대한다고 하니 당황스러울 수도 있지.

그러나 굳이 비상상황이 아니고서야, 상대하는데 슈트를 꼭 챙겨입을 필요는 없었다.

이들의 능력을 체크해달라고?

그럼 제일 쉬운 방법은 역시나, 한번 붙어보는 거겠지.

자신의 그런 생각을 읽은걸까.

맨 앞에 선 이세검. 1호라고 했나.

그 아이가 이내 심호흡과 함께 칼을 꺼낸 채, 자신에게 말했다.

"...한 수 부탁드립니다."

"그래."

이내, 그녀의 짧은 화답과 함께.

번뜩이는 칼날과 함께 전투가 시작되었다.

...

"크윽."

"...나쁘지 않네. 다음."

물론 몇분만에 당연히도, 신하루 자신이 이겼다.

'...대충 이정도 능력인가.'

예전의 그녀보다는 못한지만, B급 히어로들 보다는 확실히 강한거 같은 기분. 어쩌면, 여기서 실전경험까지 시켜주면 A급까지 갈 수도 있을거 같은 느낌. 꽤나 기대보다 강한 느낌에, 그녀는 내심 감탄했다.

그리고 살짝 기대도 됐고.

'....나중에 얘들이 다 성장해서 나 대신 S급 빌런들을 잡을 수 있을 정도가 되면... 난 에고스틱을 상대하는데만 집중할 수도 있으려나.'

...대한민국에서 제일 위험한건 에고스틱이니까, 응.

그렇게 그녀는 일말의 기대를 품으며.

다음, 2호를 상대하기 시작했다.

'...그런 날이 언젠가 오면, 좋겠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

몇시간 후.

숨을 쎅쎅 몰아쉬며 바닥에 앉아있는 PMC멤버 4명과 달리, 스타더스는 굉장히 멀쩡하게 서있었다.

'....흠, 아직은 부족하지만.'

-이정도면, 꽤 강한거같기도 하고.

손을 풀며,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티셔츠 한장 입고 싸웠지만, 몸에 생채기 하나 안난 그녀.

...조금 더 성장시키면 나쁘지 않을 것 같다.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지금까지는 자기들끼리 대련한게 고작이라니까, 좀 약한 빌런이 나타나면 그녀 명의로 훈련 좀 시켜주면 되지 않을까.

다만.....

"음...."

무언가 이상한 느낌을 받은 신하루는, 바닥에서 몸을 회복하고 있는 4명의 훈련생을 내려다보며 생각에 잠겼다.

'....어쩐지, 이 애들 싸움 스타일이 좀 익숙한데.'

맞서 싸우다가 불리해지자 바로 뒤로 물러나 도망가거나, 상대의 방심을 유도해 허를 치는 행동 등. 왠지 좀 익숙한느낌...?

"...."

전체적으로 이곳이 익숙한 느낌이기도 하고.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는 한번 이 훈련소 안을 슥 둘러봤다. 여기서도 익숙한 느낌이 느껴지기는 해서.

...뭐라고해야되지. 익숙한 시선?같은게 느껴지는데. 별거 아니겠지.

그나저나.

....얘네를 따로 가르친 사람이 있는걸까?

스타더스는 그런 의문이 들었다.

자기들끼리 대전하면서 기술을 익혔다기에는, 꽤나 프로페셔널한 부분이 몇군데 느껴졌다. 좀 전문적인 느낌. 익숙하기도 하고.

뭐, 자신이 지금까지 수많은 빌런들과 싸워온만큼 당연히 어지간한 전투스타일을 다 겪어봐서 착각하는 걸수도 있지만 하여튼.

'...좀 더 지켜볼까.'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다.

그래, 저들도 충분히 쉰거 같으니 다시 한번 불러볼까.

특히...

스타더스는 그런 생각을 하며,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은채 쉬고있는 푸른 머리를 한 작은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4호라고 했었나.

허공에 커다란 물방울을 만드는, 제일 약한 여자아이.

다만...

'물방울 주위에 있으면 능력이 강화된다고 했지.'

그래.

굉장히 특이한 능력을 가지고 있었다. 물방울 주위의 능력자들의 능력이 강화되는 효과.

어째서인지 스타더스 자신에게는 안통하는 걸로 보아 몇몆 제약은 있지만, 확실히 신기한 능력이었다.

'...근데 빌런이랑 싸울때, 그 빌런의 능력도 같이 강화되면 의미없는거 아닌가?'

다만 그런 생각이 들 뿐이었다.

...민간인이나 짐승이랑 싸운다면 모를까, 보통의 테러에서는 별로 쓸모 없을 것같은 느낌.

그래도 물방울의 거리 조절을 잘하면, 다른 이들과 같이 싸울때 아군의 능력을 강화시켜주니 쓸모 있긴 할거다.

그래. 지금 당장 실험해볼까.

그렇게 대충 다 쉰듯한 4명에게, 스타더스는 담담히 말했다.

"자, 이번엔 4명 다 한꺼번에 덤벼봐."

여전히 티셔츠 하나 입은채, 그렇게 말하는 그녀.

마치 4명이 덤벼도 자신이 가볍게 이길 수 있다는 듯한 그녀의 말에.

".....넵."

이들은, 그저 담담히 다시 준비할 뿐이었다.

...애초에 실전경험 한번 없는 넷과, 생사의 경계에서 수백 빌런과 맞서온 스타더스와 그들의 실력차이가 나는건 당연한 일.

그렇게.

다시, 또 한번의 전투가 펼쳐졌다.

그들을 지켜보는, 또 하나의 시선이 있는 것도 모른채.

***

"....확실히 잘싸우네."

에고스트림 지하실 아래 거대한 스크린.

그곳으로 스타더스와 PMC 애들의 싸움을 팝콘을 먹으며 보고있던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지하 대련 장소에서 뭔 일 있을까봐 달아놓은 CCTV를 이렇게 활용하게 될 지는 몰랐는데... 하여튼 현장을 직관할 수 있다는건 상당한 수익. 우리 에고스쿼드 일원들이 얼마나 강한지 직접 눈으로 체크한다는 느낌도 있고, 그 김에 스타더스도 보고.

'...근데 사복입고 싸우는 스타더스는 처음보네...'

음, 역시 슈트를 입던 티셔츠를 입던 스타더스는 이쁘다.

....이게 아니라.

"...오빠, 싸우는거에 집중하고 있는거 맞죠?"

"어? 어, 당연하지."

뭔가 옆에서 짜게 식은 눈으로 나를 힐끔 바라보며 묻는 서은이에 말에, 괜히 찔린 나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했다. 음, 집중하기는 했지. 어.

"역시 봐주면서 하는거 같긴 한데...."

그래도, 우리 PMC 에고스쿼드 애들도 나름 잘하고 있었다. 내가 직접 훈련시킨 애들이라 그런지 괜히 뿌듯한 느낌.

그렇게 스타더스와의 대련도 끝났고.

끝에 당연하게도 스타더스가 이겼지만, 나름 훈훈하게 잘 끝났다고 할 수 있었다.

"음... 나쁘지 않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좋아, PMC는 오늘은 이정도면 됐겠지. 나머지는 우리 스타더스가 알아서 잘 키워줄거다. 그리고 그 이후에는 스타더스가 성장시켜줄테고.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지막으로 스크린을 바라봤다.

이내 오늘의 일정은 끝냈는지, 뿔뿔히 흩어지는 모습.

그걸 바라보면서, 나는 서은이랑 함께 방을 나왔다.

이제 앞으로 남은건 빌런 몇명 미리 제거해놓는거랑, 우리 덩쿨마녀님 한번 더 보러가는건가.

"오빠! 맞아요, 제가 이번에 새롭게 만든 장치 있거든요. 한번 볼레요?"

"오 뭔데?"

"히. 고정변수전환기인데, 이게 뭐냐면..."

그렇게 서은이와 잡담을 나누며, 나는 문을 닫았다.

...방 안에서 느꼈던 뭔가 꺼림직한 감각을, 애써 무시하며.

...내가 얼마나 모든걸 철저히 했는데, 별 일 있을리가 없지. 스타더스랑 우리 PMC 애들 만나는겄도 다 조율해놨고.

음, 그래. 뭐 일어나겠어?

***

"아무리봐도, 다인 스승님은 에고스틱이 맞는거같다."

그날 밤.

4명이서 옹기종기 모여앉은 그들은, 심각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고 있었다.

이미 1호 이세검이 자신이 생각한 여러 증거들을 다 얘기한만큼, 다들 진지한 표정으로 앉아있는 그들.

"....그래. 맞는거같아."

"...서채영?"

그때, 입을 살짝 벌리채 멍하니 그렇게 중얼거린 연노랑 주홍빛 머리카락의 여자, 2호 서채영.

다인이 에고스틱이라는 말을 처음에 들었을때 끝까지 부정했던 그녀가 그렇게 선선히 수긍하자 신기한마음에 다른 이들이 바라보는 사이.

그녀는 약간 영혼이 나간 목소리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스타더스 언니... 이번에 봤는데 엄청 이쁘더라. 저런 여자를 안 좋아할리가 없지...."

"너 어차피 인지필터 걸려있어서 제대로 못본거 아니야?"

그때 옆에서 순수한 궁금증으로 들어오는 3호의 일침에, 2호는 힘없는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아니... 그거 뚫고도 다 느껴지잖아, 넌 뭘본거야? 아아아. 왜 나한테 이런 시련이..."

그렇게 서채영이 혼자 머리채를 부여잡고 괴로워하고 있는 사이.

남은 3명은 자기들끼리 모여, 머리를 맞대고 속삭였다.

궁금한 얼굴로 말하는 3호, 허다희.

"...그럼, 다인쌤이 에고스틱이라고 치면 대체 우리는 왜 가르치신거지? 에고스틱은 빌런 아니야?"

"....글쎄요. 우리도 악당으로 만드려고 아닐까요?"

"헉. 그럼 우린 이제 빌런인거야? ...오히려 좋은건가?"

그렇게 3호와 4호가 만담을 하고 있을때.

그걸 듣고있던 1호는,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그건 아닐거다. 늘 그가 말한 히어로써의 마음가짐이 기억나지 않는가?"

"아 그러네."

그 말을 듣고 3호가 납득할때, 4호는 다시 조용조용한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아니죠. 에고스틱이 악당이라면 오히려 우리를 그렇게 히어로로 키운 다음에, 타락시켜서 악당으로 만드려고 하는걸 수도 있잖아요. 약간 타락 히어로? 느낌으로."

"....음."

그 말을 들은 이세검은, 눈을 감은채 생각을 해봤다.

타락히어로... 정의를 추구했으나 타락해 인류를 배반해 그들에게 칼날을 겨누는 히어로라.

....그럴듯 한거 같기도.

"....그럴수도 있겠군."

그렇게 이세검이 약간 혼란스러운 눈빛으로 그렇게 말할때.

갑자기, 멍하니 있던 서채영 바닥을 쾅-하고 치며 말했다.

"....어, 어쨌든! 다, 다인쌤이 악당이든 아니든 그게 중요한게 아니잖아. 중요한건 다인쌤이 빌런인걸 알았으니, 우리가 어떻게 할거냐지."

"...그게 뭐가 중요하지?"

서채영의 말에, 무심히 답하는 이세검.

"다인 스승님이 악당이던 히어로던, 우리는 그를 믿고 따르기로 이미 마음먹었다. 그러니 중요한건 그게 아니지."

"...맞아요. 저는 이미 그분께 은혜를 입었는걸요."

"그래! 음... 근데 우린 유성스쿼드가 아니라 알고보니 에고스쿼드였던건가? 에고스쿼드라... 이게 더 입에 착착 잘붙는데?"

"...에고스쿼드라. 이름 이쁘네요."

그렇게 말하는 사이.

서채영은 눈을 찌푸리며, 어이가 없다는 듯 말했다.

"...아니, 무슨 소리하는거야? 그건 당연한거고, 이제 우리가 어떻게 할거냐는거지. 다인쌤한테 가서 쌤 에고스틱이냐고 그냥 말해?"

"음..."

그 말에 이세검은 침묵했다.

그 사이 의견을 제시하는 허다희.

"그냥 말하자! 쌤 에고스틱인거 다 안다고, 근데 우리는 상관 없다고. 숨기지 말고 솔직히 말해주셔도 저희는 믿고 따를거라고."

"...맞아요. 저도 그게 좋을거 같아요."

그렇게 4호 산수아도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할때.

이세검은 고개를 저으며 말했다.

"...아니. 아직은 안돼. 에고스틱이라는 확신도 100프로까지는 없을 뿐더러, 그에 대해서도 잘 모르잖아. 당장 분명 빌런인 그가, 히어로인 이설아와 함께 일하고있는거부터 이상하지 않아?"

"...앗! 생각해보니까 그렇네?"

허다희가 손벽을 짝 치며 그렇게 말할때.

이세검은 고개를 끄덕이며, 진지한 얼굴로 말했다.

"그래. 그러니 조금 더 알아보고... 나중되면, 솔직히 말해보도록 하자. 그전까지는 일단 절대로, 누구한테도 말하지 말고."

"그래!"

"네."

"흥... 알겠어."

그렇게.

스스로를 에고스쿼드라 자처하기 시작한 이들은, 조용히 에고스틱에 대해 알아보기 시작했다.

"아니, 다인쌤 진짜 스타더스 좋아하는거 아니야? 이정도면 우결 수준인데?"

"우결이 뭔가...?"

...아주 열심히.

***

"그러니까, 여기에 민트초코 케이크를 넣으면? 짜잔! 티라미슈 케이크가 나온다는거에요. 응? 오빠, 왜 그래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계속 설명해줘, 신기하네."

지하실.

서은이가 만든 고정.. 어쩌구 변환기를 보고있던 나는 갑자기 드는 쎄한 기분에 주위를 둘러보다, 다시 서은이의 말에 집중했다.

...아무래도 요즘 기가 허해진게 맞는거 같은데, 수빈씨가 주던 보약 다시 먹어봐야하나.

귀가 가려운 느낌이였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내가 이걸 아직까지 적고 있었을 줄이야."

내 방안.

나는 그곳에서 언제나처럼 일기를 적고 있었다.

늘 그랬듯 적는건 있었던 일들과 단순한 사건의 나열. 그리고 내가 느낀 감정들.

나중되면 이게 꼭 필요할거란걸 아는만큼 열심히 적고는 있는데, 언제까지 적어야되는건지 고민이 되긴 한다. 그래도 적어야지, 뭐 어쩌겠는가.

그렇게 덩굴마녀한테 가서 다른 누구도 못보게 봉인까지 걸린 특제 다이어리를 다시 서랍속에 넣은 뒤, 나는 자연스럽게 컴퓨터를 켰다.

"음..."

바탕화면에 보이는 다양한 파일들.

여러 테러 계획들과, 이설아의 도움으로 하나하나 얻어가고있는 다른 빌런들의 정보까지.

차근차근, 모든게 잘 준비되고 있었다.

...그러니까 잠깐, 쉬어도 괜찮은거겠지?

그렇게 판단이 선 나는 빠르게 스타더스 팬카페에 들어갔다.

내가 직접 운영하고 있는 우리 별먼지 팬카페.

주로 스타더스에 대한 덕질과 찬양을 하는 이들이 모여있는 곳이다.

"...."

오늘도 평화로운 팬카페의 모습.

인기글들은 주로 빌런을 무찌르는 스타더스의 모습, 영상같은 것들이 많이 가는 편이지만. 일반적일때는 일상적인 글들이 주로 올라온다.

특히 요즘들어 많이 보이는 글들은 에고스트림 vs 스타더스 누가 이기느냐.

한번 불붙었다하면 서로 치열하게 대립해서 댓글 100개가 훌쩍 넘기는 뜨거운 모습을 보여준다. 주요 떡밥은 에고스트림 멤버들 전원이 함꺼번에 달려들면 스타더스가 이길 수 있냐는거.

...참고로 이 떡밥에서 슬픈점은, 그 에고스트림 멤버들 전원에 나는 끼지 않는다는 점이다. 아니, 나도 베히모스 쓰고 총들고오면 나름 강하거든? 그래서 은근슬쩍 그런 얘기를 꺼냈더니, '에고스틱은 상품이다'라는 이해할 수 없는 말이 돌아왔었다.

'...에고스트림과 스타더스가 다 함께 싸우면, 어떻게 되려나.'

사실, 사람들은 잘 모르겠지만 그건 있을 수 없는 일이다. 내가 애초에 모두 다 한번에 싸우라고 시킬리가 없거든. 미쳤다고 그렇게 하겠어? 그랬다가는 그 지역이 다 초토화되고 말거다.

다만, 그랬다고 가정한다고 하면.

'...우리 팀에선 은월이랑 신룡씨가 강해서.'

애초에 쪽수가 넘사인만큼, 일반적으로 봤을때는 에고스트림이 이기긴 할거다. 원작에서 흑화한 서은이가 빌런 수용소 해킹해서 대탈옥 일어난게 왜 4대 메인 이벤트중 하나였는데. 쪽수 앞에 장사 없는 법이다. 월광교 게이트도 그렇고.

물론, 일반적으로는 그렇다는거고.

'죽기살기로 싸운다면, 결국 이기는건 스타더스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고개를 끄덕였다.

스타더스. 이 세계의 주인공.

신체강화도, 하늘을 나는 것도, 초감각도. 그녀가 가진 제일 큰 특징에 비하면 아무것도 아니다.

막장이 되는 원작 후반부까지 그녀가 살아남을 수 있었던 이유는 오직 단 하나. '시련을 겪을수록 능력이 강해진다.' 이것 덕분이다.

능력이 강해진다.

정말 심플하지만, 강력한 특성.

일반적으로 히어로들은 능력이 고정되어있다. 당장 우리 PMC 멤버들만 봐도 능력은 초기랑 똑같다.

다만, 훈련을 통해 능력의 숨겨진 잠재력을 개화하고 활용을 더욱 잘해서 강해진 것처럼 보일 뿐이지.

그와 반대로 스타더스는 그런게 아니라 그냥 위기 상황 앞에서 능력 그자체가 강해진다. 순수하게, 그냥.

'그런만큼, 에고스트림이랑 스타더스가 싸우면...'

위기를 실시간으로 겪는 스타더스가 계속 강해져, 끝내 이겨내지 않을까...

물론 우리 측에서도 죽기살기로 싸우면 또 얘기가 달라지겠지만, 하여튼.

그런 생각을 멍하니 하고있던 나는, 순간 정신을 차렸다.

....아니, 내가 왜 이렇게 쓸데없는 고민을 하고 있지?

그보다는 더 급한게 있다.

바로 덩굴마녀 그녀를 만나 몇가지를 물어보는 것.

"그래. 여기 이쯤에 있을텐데..."

그런 말을 중얼거리며 서랍을 연 나는, 이내 안쪽 깊숙한 곳에 봉인되어있던 '그것'을 꺼냈다.

"...."

약간 탁한 회색빛으로 하얗게 빛나고있는, 이것.

저번 마왕성 사건 이후, 재가 되어 흩날린 마왕의 잔해 사이에서 주워온 월광석.

"그래. 오늘 시간도 있으니까, 슬슬 가볼까..."

나는 그렇게 주머니에 그 돌덩어리를 넣은 채, 오랜만에 덩쿨마녀를 보러 갈 준비를 했다.

휴, 위에 옷 또 갈아입어야겠네.

***

어느 비밀스러운 골목 사이 한 건물.

어두컴컴한 그곳의 지하실로 향하는 계단을 난 터벅터벅 걸어 내려가고 있었다.

그리고 역시나, 갑작스럽게 내려가도 내려가도 끝이 안보이는, 무한히 연결되는 계단.

공포영화의 한 장면마냥 반복되는 계단에 갇힌 나는.

자연스럽게 벽의 특정 부위를 두들겼다.

끼이익-

그리고 역시나, 스르르하고 열리는 벽돌벽.

나는 익숙하게 벽 뒤에 생긴 고풍스러운 복도를 지나, 그 끝에 있는 검은 문을 두들긴뒤 열었다.

그리고 안으로 들어가자 느껴지는 따뜻한 공기.

자칭 마녀의 방이라고는 믿기힘들 정도로 우아하게 느껴지는, 양초들로 은은히 방안에는, 장막 뒤에 그녀의 실루엣이 보이고 있었다.

"....왔구나."

"예, 안녕하세요. 오랜만에 뵙습니다."

장막을 걷고 안으로 들어가자 보이는, 작은 둥근 탁자 앞에 앉아있는 그녀. 진녹색의 로브를 쓰고있는 덩굴마녀.

"네가 오늘 올 줄 알고 있었단다."

탁자 위에 놓인 둥근 수정을 어루만지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였다.

...마법에는 그런 것도 있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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