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미쳤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상념을 잠시 털어냈다.
정신차려. 프로페셔널한 빌런이 이러면 안돼지. 전문가답게 행동하자 전문가답게.
...그래도, 오늘따라 신하루를. 아니, 스타더스를 직접 보자 묘한 기분이 들기는 했다. 스타더스는 미소지을때 제일 아름답기도 했고.
하여튼 그렇게 스타더스와 난, 잠시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있었다.
*
[분위기 모야모야 둘이 뭐함? (´,,•ω•,,`)]
*
...물론 채팅창을 보고 빠르게 정신을 차렸지만 말이다.
아니, 몇초 보지도 않았는데 호들갑은. 이거 눈치보여서 테러 제대로 하겠어?
하여튼, 나는 웃으며 본격적으로 테러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어째 요즘들어 직감이 불길해서 은근 걱정했는데, 웃고있는 스타더스 보면 분위기가 좋아보여서 다행이였다. ...사실 테러가 분위기가 좋은게 이상하긴 한데.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걱정없이 다음 순서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자! 크흠, 어쨌든간에 이제 테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되었군요.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어렵게 모셨습니다!"
"응...?"
그렇게 고개를 갸우뚱하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잠시 순간이동 했다.
근처 건물 옥상으로.
"아, 드디어 제 차례인가요?"
"네 카타나씨. 당신의 실력을 보여주세요. 아 그리고 아셨죠? 상황이 안좋다 싶으면..."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대해보죠."
나를 향해 옅게 웃으며 대답하는 카타나.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웃어주며, 그녀의 손을 맞잡은 뒤 그대로 다시 스타더스 앞에 나타났다.
"자 소개합니다! 일본에서 여기까지 와주신 제 오랜 친구, 일본 빌런 랭킹 1위 카타나입니다!"
"...안녕하세요."
카메라를 보며 살짝 고개를 숙이는 그녀.
막상 방송 앞에 서니까 긴장했는지, 약간 굳은채 떨면서 내 손을 좀더 쎄게 쥐어잡는 카타나였다. 그래서 나도 긴장하지 말라고 손을 꾹 눌러줬다.
그리고.
"......하?"
그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아까까지만 해도 미소를 짓던 스타더스의 얼굴에서, 그대로. 빛이 사라졌다.
갑자기 어두워지는 분위기.
뭔가 아까보다 요동치는 불길한 감각과 탄식하는 직감.
....어라.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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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가 카타나를 소개한 이후.
채팅창은 그야말로, 광기로 물들었다.
*
[???????? 누나가 왜 거기서나와????]
[상상도 못한 정체 ㅅㅂㅋㅋㅋㅋㅋㅋㅋ]
[망고스틱X카타나 한일콜라보 실화냐? 진짜 에고스틱은 전설이다....]
[저 일본여자가 누군데??]
[정보)카타나는 일본의 S급 빌런으로 일본 최대 규모의 빌런조직 삼협파의 리더이며, 일본 정부와 협회에 대한 신뢰도가 저 끝으로 추락해서 요즘 일본대중이 실질적인 히어로로 취급하는등 제일 좋아하는 인물이다. 그리고 삼협파가 협회를 먹었다는 소문이 도는 이때 사실상 일본 실세라 봐도 됨ㅇㅇ]
[고마워요 설명충웨건!]
[ㄹㅇ이제는 하다하다 국제적으로 노네ㅋㅋㅋㅋ]
[카타나 저 여자가 일본에서 우리나라 망고급으로 핫하지 않음? 왜 여기서 나와 본국에서도 얼굴 잘 안비추는 사람인데ㄷㄷ 인맥보소 ㅅㅂㅋㅋㅋㅋ
[매력을 주체하지 못해 다른 나라 빌런들마저 홀리는 망고... 그는 도대체?]
[아니 근데 ㅈㄴ이쁘네 요즘 빌런들은 원래 이럼? 에고스트림부터 시작해서 ㄹㅇ 말안됨]
[나는 번역기를 통해 당신과 소통할 수 있습니다. 우리 나라의 빌런 카타나가 왜 저기에 있습니까? 굉장히 당황스럽습니다. 하지만 즐거운.]
[かたなちゃんかわいいwwwwwww]
[어어 채팅창에 갑자기 일본어 왜이리 올라옴 멈춰!]
*
다 읽을 수도 없을 정도로 빠른 속도로 올라오는 채팅창.
그러나 나는, 거기에 신경 쓸 틈이 없었다.
"........"
아까까지만 해도 내 앞에서 웃고있던 스타더스.
그랬던 그녀의 표정이 그림자에 가려진 채, 주위에 심상치않은 기운이 퍼지기 시작했기 때문.
어느 정도나면, 카타나도 무언가 이변을 눈치채고 고개를 갸웃거릴 정도로.
공기가 무겁게 짓눌렸다.
"....하하."
그러나 그런 상황속에서도 나는 일단 웃어봤다.
아니, 대체 이게 무슨 상황이야. 내가 뭔 잘못을 한거지? 난 분명 직감이 시키는대로 다 했다. 근데 왜 분위기가 이 모양이 됐다는 말인가. 누가봐도 지금 스타더스 심기가 심상치 않아보이는데. 외국 빌런을 데려와서 그런가? 그 가능성이 제일 유력하다. 쓰읍. 어떡하지.
'아니지, 오히려 좋은거 아닌가?'
그때, 난 생각의 방향을 바꿨다.
위기는 곧 기회. 지금 스타더스가 화났다는건, 오히려 더욱 싸움에 진심으로 임한다는 소리다. 즉, 그만큼 능력이 더 성장할 수 있다는 소리.
'....카타나가 좀 걱정되긴 하는데.'
뭐, 카타나도 일본 빌런들 중에 원탑 먹은 이니 스타더스와 충분히 호각으로 붙을 수 있을거다. 정 안되면 도망치라 하면 되고.
그렇게 빠른 시간안에 머리속으로 판단을 마친 나는, 다시 활짝 웃으며 카메라를 보고 말했다.
"네! 다들 예상하셨다시피, 오늘은 제 오랜 친구 카타나씨가 특별히 절 위해 싸워주셨다 하셨습니다. 일본 제일의 검술 실력을 한번 보여주시죠, 카타나씨!"
"...네, 알겠습니다."
그런 내 말에 카타나는 어색하게 로봇처럼 고개를 삐꺽 끄덕였다.
....잘 할 수 있겠지?
벌써 가지 말라는 듯 긴장된 시선으로 나를 보는 카타나에게 응원을 건내준 쥐, 나는 손을 놓고 순간이동으로 현장을 빠르게 도망쳤다. 아까부터 스타더스 주위의 공기가 점점 더 무거워지고 있다고...
이제는 내 손을 떠났다. 내가 할 수 있는건 응원뿐...!
그렇게 내가 떠나서, 근처 건물 위 옥상의 숨겨진 곳으로 자리를 잡은지 얼마나 지났을까.
-콰아아아아앙.
내가 떠나온 곳에서, 갑자기 굉음이 들리기 시작했다.
아무래도, 시작된 거 같다.
***
'....짜증나.'
짜증난다. 그게 스타더스의 머리속에 드는 생각이었다.
...에고스틱 오랜만에 테러를 한다더니, 어디서 일본인 여자를 데리고 온 것도. 그녀랑 손을 꼭 붙잡고 있는 것도. 친구라고 지칭하는 것도 다 짜증났다. 화난건 아니다. 그냥 단순히 짜증이 났을 뿐이다.
이미 웃음은 지워진지 오래. 그저 눈앞에 아찔하게 저 여자와 손을 잡고있던 에고스틱의 모습이 계속해서 보일 뿐이었다.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둘이 무슨 사이길래 손을 잡고 나타나? 테러하면서?
물론 이성적으로 생각했을때, 당연히 순간이동으로 데리고 온거니 손을 잡을 수 밖에 없었던 거지만... 그래도 스타더스는 화가 났다.
왜인지는, 스스로 알지도 모른 채.
'....그래.'
그녀는 잠시 심호흡을 한 뒤 생각했다.
그녀가 화가 난건, 에고스틱이 다른 빌런을 데리고와서다. 그것도 외국 빌런을 한국으로 데리고 와? 이건 아니지. 히어로라면 분노할 수밖에 없는 상황인거다.
'....그러니, 일단 저 눈앞에 있는 여자를 처리하는게 합리적이지.'
그렇게 스타더스는 냉철하고 이성적이게 결론을 내렸다. 카타나라는 저 빌런을 박살낸 후, 한국에서 쫓아내기로.
그리고.
...에고스틱을 어떻게 할지는, 하. 조금있다 생각하자.
그녀는 냉소적으로 웃으며 그렇게 생각했다.
".....그럼 잘 부탁합니다."
그때, 아래쪽에서 들리는 목소리.
어느새 에고스틱이 떠나고, 지상으로 내려와있는 카타나라는 여자.
검은묶은 머리가 뒤쪽에서 휘날리고, 도복을 입은 채 일본도를 꺼낸 그녀를 보며.
스타더스는 진지한 표정으로, 주먹을 쥐었다.
그렇게 그녀의 주먹에 노란색 빛이 뿜어져 나오고, 카타나가 바람처럼 날카롭게 그녀를 향해 칼을 든 채 뛰어오르며.
굉음과 함께, 허공에서 격돌이 시작되었다.
...이 여자는, 일단 여기서 무조건 쓰러트린다.
스타더스의 그런, 굳은 다짐과 함께.
***
에고스틱의 요청으로 스타더스와 싸우기 이전.
카타나는, 미리미리 스타더스에 대해 알아보았다.
"흐음...."
신체 강화 능력에 날아다닌다라...
전형적인 물리파 능력자다. 다만, 이때까지 카타나 그녀가 맞서왔던 그 어떤 물리적인 공격을 쓰는 상대보다 강력한.
그렇다 하더라도, 원거리 공격수단이나 특별한 능력이 없다면.
카타나는, 검을 든 자신이 이길거라고 확신했다.
"흡."
그렇게 다시 서울의 도심.
카타나는 검을 들고, 허공을 가르고 있었다.
엄청난 속도로 하늘을 쏘아다니며, 스타더스를 압박하는 그녀.
스타더스와 카타나. 둘 정도의 능력이 되면 싸움은 더이상 일반적인 전투의 느낌이 아니었다.
그야말로 범인은 눈으로 쫓을 수도 없는, 현란한 무예와도 같이 보이는 둘의 풍경.
*
[와 ㅅㅂㅋㅋㅋㅋ 대체 둘이 얼마나 빠르게 날아다니면 뭐 카메라에 보이지가 않냐?]
[뭔가 여기저기서 노란 빛이 번쩍하고 막 칼이 반짝이는데 하도 순식간에 지나가서 뭐 안보임ㅋㅋㅋㅋㅋ]
[카타나 ㄹㅇ 지리네 검술원툴인줄 알았더니 무슨 동에번쩍 서에번쩍 사방에서 나타나냐 와ㅋㅋ]
[둘이 서로 피해를 주고 있기는 한거냐? 하도 빠르게 지나가니 뭐가 보여야지ㅋㅋㅋㅋ]
*
랭킹은 아직까지도 A급이나, 실질적으로 이제는 웬만한 S급 능력자들보다도 강한 스타더스.
그리고 자신의 검술과 능력 하나로 수많은 이들을 아래로 모았으며, 자국 최대 규모의 빌런 연합을 만들어 협회를 박살낸 카타나.
특히, 스타더스도 카타나를 봐줄 생각이 없었고.
카타나또한, 이 기회에 자신의 능력을 한 단계 성장시킬 생각으로 진지하게 임하고 있었던 만큼.
둘의 승부는, 그야말로 피튀기는 혈전이었다.
'...역시, 상대는 정면승부는 꺼리는군.'
그시각, 카타나.
그녀는 바람을 가르는 속도로 허공답보를 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검기를 두른 채 빠르게 휘둘러지는 길고 날카로운 그녀의 검은, 스타더스가 접근하기 힘들게 하였다. 특히 카타나의 반사신경으로는 스타더스가 어디에서 오던 전부 검을 휘둘러 막아낼 수 있으니.
반면 스타더스는 오직 주먹만으로 승부를 보니, 공격만 전부 검으로 막아낼 수 있다면 카타나에게 유리한 상황.
그러나 능력을 응용해서 지상에서 하늘로 높이 뛰어오른 뒤, 다시 건물의 벽을 차서 그 힘으로 날아다니는 카타나와 다르게 스타더스는 스스로의 능력으로 자유롭게 날아다닌다는 차이가 있었다.
그러나, 그렇다고 해서 역시 스타더스에게 유리한건 아니었다.
"...답답하네."
하늘.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스타더스는 조용히 생각했다.
벌써 싸움이 시작된지 몇십분이 지났지만, 애매한 상황.
상대의 검을 피하며 공격하려다보니, 공격을 성공시키가 쉽지 않았다. 실제로 아직까지도 압박만 했지 직접적인 타격은 못했고.
스타더스 그녀가 압도적으로 강했으면 모를까, 서로 실력이 비슷한 상황에서 검은 위험요소. 공격을 하려다 오히려 그녀가 베일수도 있다.
그렇게 아직까지는 카타나의 공격을 피해가며 해결책을 궁리하는 상황. 카타나의 검을 피하는건 별 문제가 아니였만, 자유롭게 자신을 공격할 수 있는 카타나와 다르게 그녀를 공격하기가 까다로운 자신이 불리한 상황이었다.
그렇게 저 어떡해해야 검을 피해 공격을 넣을건지 스타더스가 고민하며 전투를 계속하던 그때.
'...잠깐, 내가 저 검이 뭐라고 그렇게 겁을 먹고있지?'
순간 스타더스의 머릿속에, 그런 생각이 번득였다.
***
"휴...."
도복을 펄럭이며, 뒤로 묶은 머리가 허공에 흔들리는걸 느끼며.
팟-.
카타나는 계속 스타더스를 압박해가며, 틈을 찾고 있는 중이었다.
...딱 한방. 딱 한방만 스타더스에게 공격을 성공시킨다면 카타나 그녀의 승리였다. 애초에 상황은 자신에게 유리한 상황. 스타더스가 그녀의 검을 피하는데 바쁜 와중이라면, 언젠가는 틈이 보일거다. 그리고 그 틈을 찌르면 되는거고.
물론 카타나 그녀도 스타더스의 공격을 한방만 맞으면 끝이라는건 똑같았지만... 카타나가 누구인가. 단신으로 수천명을 쓰러트린 적도 있는 그녀 아닌가. 애초에 틈을 보이지 않는데 전문인 사람이였다.
그렇기에 카타나는 상대의 틈을 노리며, 계속해서 허공을 날았고.
그리고, 그때.
"흐아앗-!"
자신을 향해 올곧은 주먹을 뻗으며, 스타더스가 직선으로 자신에게 달려들었다.
그리고.
'...찾았다, 틈.'
카타나는, 차분히 숨을 가다듬었다.
상대가 갑자기 어째서 저러는 지는 모르겠지만, 이건 기회다. 저 주먹을 검으로 흘려 무게중심을 흐트린다음, 측면을 찌르면 끝.
'....생사결도 아니니, 적당히만 하면 되겠지.'
그런 판단을 하며, 카타나는 검으로 주먹을 흘려보낼 준비를 했다.
갑자기 스타더스의 주먹에서 강렬한 빛을 내며.
'...? 무슨!'
"에잇!"
콰아아아아아아앙.
그대로 방향을 꺾더니, 카타나 그녀가 아닌 검 자체만을 향해 비스듬히 주먹을 날리며.
당황한 카타나가 무엇을 하기도 전에, 강렬한 빛과 함께 일본도를 박살내기 전까지는 말이다.
쨍그랑-!
그렇게, 카타나의 검은 허공에서 산산조각났다.
카타나는 당황했다.
*
[내일 국뽕티비 영상제목 예상)[충격][공포]대한민국 히어로의 K-펀치는 일본도도 이긴다? 1000년역사의 일본 검술이 한국의 압도적 주먹 앞에 무릎을 꿇다! '오늘부터 검을 버리고 태권도를 배우기로 결정했습니다.' 일본 검도 관장이 눈물을 흘리며 그렇게 얘기한 까닭은?]
[ㄴ어질어질하네;]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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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와장창.
스타더스와 카타나의 치열한 대결은, 순간 스타더스가 카타나의 검을 깨버림으로서 끝이 나는 듯 했다.
카타나가 깨져버린 일본도를 보고 당황하는 사이, 빠르게 카타나에게 주먹을 날리는 스타더스.
"큭."
이에 재빨리 남은 검자루를 땅에 던진채, 카타나는 날렵하게 몸을 뒤로 날렸다.
이내 그대로 근처 건물들 몇개의 벽을 발로 차가며 뒤로 쭉 쭉 이동하더니, 옥상에 손을 얹고 겨우 멈춰선 그녀.
하얀 도복과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채, 그녀는 한숨을 삼켰다.
"후우...."
그리고 그렇게 검 하나 없이 무력해보이는 카타나를 향해, 주먹에 강렬한 노란 빛을 내며 날아오고 있는 스타더스.
*
[이대로 끝?????]
[칼잡이를 상대하는 법 (1)칼을 박살낸다 (2)끝 ㄷㄷㄷㄷㄷ]
[망고야 방송 시작한지 한시간도 안되게 끝나게 생겼는데??? ]
*
그렇게 채팅창마저 싸움이 이렇게 허무히 끝난다는 것에 당혹스러워하는 와중에.
옥상에 서있는 카타나는, 조용히 심호흡을 하더니 검집이 있던 장소에 손을 뻗을 뿐이었다.
"여기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처럼 보임에도,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는 그녀.
그렇게 그녀는, 텅 빈 검집에 뭐가 있는 것처럼 손을 뻗었다.
그리고
*
[?????]
[뭐임?????]
*
그녀의 옆, 텅 빈 그곳에서.
푸른 빛으로 빛나는 칼이, 마치 투명한 검집안에 있는 것처럼 빠져나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칼이 허공에서 푸른 빛으로 '생겨나고' 있었다.
그렇게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는,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 심검(心劍)을 꺼내, 카타나는 자신의 옆으로 팔을 뻗었다.
그러자 펄럭-하고 불기 시작하는 바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네.'
카타나는 자신의 손 안에 요동치는 푸른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을 제어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일본의 S급 빌런 카타나. 수십 계파로 날뛰던 일본의 빌런들을 전부 검술 하나로 평정하고, 삼협파를 세워 협회마저 압박에 성공해 사실상 일본 정상에 오른 자.
즉, 그녀는 일대일 전투상황에서는 져본 적이 없다는 소리다.
'....오늘 이렇게까지 힘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카타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홀로 조용히 생각했다.
예상외로, 이 스타더스라는 히어로는 너무 강했다. 자신이 찾아본 그녀의 예전 영상 속 모습보다도 훨씬. 마치 능력이 진화한 것처럼.
지금까지 자신이 일본에서 맞서온 적수들 중에서도, 제일 강했던 이. 아니, 그보다도 더 강한 것같은 스타더스의 모습에.
카타나는, 이 타국 땅에서. 자신의 전력을 한번 다해보기로 결정했다.
...오늘의 일은, 그녀에게도 깨달음을 줄 것 같았으니.
"흐읍!"
그렇게 푸른 검을 꺼낸 그녀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스타더스에게 그대로 검을 휘둘렀고.
쉬이이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윽...!"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싸한 직감과, 찢어지는 바람의 소리, 앞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에너지에.
스타더스는, 빛나고 있는 팔로 자신의 앞을 급히 가로막았으며.
이내, 카타나의 검에서 뻗어져나온 푸른빛 검강이 스타더스와 충돌했고.
퍼어어어어어어어어엉.
하늘에서, 무슨 폭탄이 터진 것마냥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렇게 하늘에 흐트러진 자욱한 연기.
채팅창이 어떻게 된거냐고 아우성치는 와중에.
연기가 걷히며
"하아... 하아..."
"...흐읍."
이를 악물고, 카타나를 바라보는 스타더스와.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조용하고 차분히, 푸른 검을 스타더스에게 겨누는 카타나의 말과 함께.
카타나의 푸른 검강이 휘날리고, 스타더스의 노란 빛이 번쩍이고, 채팅창은 빠르게 불타던 그 순간.
"하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여러분!"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던 사람들의 귀에는, 익숙한 웃음기 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화면에 사라져있던 에고스틱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
"역시."
카타나의 검이 부러진 이후.
나는 푸른빛의 심검을 꺼내 스타더스와 맞서 싸우고 있는 카타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타나의 최종 무장, '푸른 혼의 심검'.
굉장히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원작에서 실제로 나왔던 비술이다.
정확히는 내부자의 배신으로 그녀의 동료들이 다 쓰러져가던 순간 꺼내들은 비장의 무기.
'...애초에 저 검 자체가 쉽게 부러지지 않는 소재라고 해서, 솔직히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애초에 카타나는 어지간한 상대는 그냥 검으로 다 박살내니 굳이 저 심검을 꺼낼 필요가 없다. 대인전에서는 필요없기도 하고.
그러나 지금처럼 검이 무식하게 박살나는 순간이면, 저걸 꺼낼 수 밖에 없겠지.
지금의 카타나는 스타더스와 동급.
아마 굉장히 치열한, 대등한 싸움이 가능할거다.
원작에서는 검을 한번 휘둘러 건물을 베는 기염을 토한 카타나니까.
'...이제 슬슬 코앞인데, 이정도 상대는 붙여줘야 스타더스도 빠르게 성장하겠지.'
월광교가 괴물의 군단을 끌고 올 날도 머지 않았고, 슬슬 세계가 파탄나는 모습이 보이는만큼 나는 좀 스타더스의 능력 성장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건 당연. 빨리 강해져봤자 나쁠건 없음으로, 지금 좀 몸도 멀쩡하고 카테달도 정상적으로 굴러갈 때 최대한 스타더스를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특히, 이제는 점점 할 것도 많으니까....'
슬슬 원작 중반부를 넘기며 네임드 빌런들이 하나 하나 나타나, 걔들도 신경써야 한다. 특히 중후반부 메인 빌런들이 보여준 포스와 대중의 공포를 생각하면, 에고스트림 멤버들이 슬슬 여론 장악을 위해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
즉,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스타더스에 신경을 많이 못 쓸 수도 있으므로 미리미리 할 수 있을때 성장시켜 두는 것이다.
'...그리고, 성장도 완료되면.'
슬슬 은퇴하고 쉬면서 다른 일에 집중해야겠지. 스타더스를 직접 못보는 건 아쉽지만, 스타더스 성격에 오히려 좋아할테니 상관없다. 이제 에고스틱 신경 안써도 된다고 두다리 쭉 뻗고 잘자지 않을까.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고..."
지금은 스타더스에 집중할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저쪽에서 둘의 전투를 찍고있던 카메라를 염동력을 써 내 앞으로 데리고왔다. 전투 해설이나 하자. 물론 해설하는 척 하면서, 사실상 스타더스 띄우는게 주가 되겠지만.
나는 그렇게,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여러분!"
자, 입좀 털어볼까.
싸움이 막을 내리기 전까지.
***
"그리고 여기서... 아! 이걸 스타더스가 막아버리내는데 성공합니다! 카타나의 저 검광을 막아낸 사람은 없다고 들었는데, 이걸 스타더스가 막아내네요!"
*
[캬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카타나 진짜 말로만 들었는데 ㅈㄴ 쌔긴 하네ㅋㅋㅋㅋ 근데 별먼지도 대단하네]
[전체적으로 지금 누가 이길지 안보이나? 엄청 치열하네]
[크으 스타더스 맨몸으로 일본 원탑의 공격 다 막아내는거 봐봐 주모 여기 한잔더!!!]
[근데 ㄹㅇ 에고스틱이 하나하나 다 해설해주니까 확실히 훨씬 재밌네 아까 뭔가 2프로 부족하다 했는데 망고가 없어서였네ㅋㅋㅋㅋㅋ]
[에고스틱 근데 왜 자기는 안싸우고 뒤에서 해설만함?? 괘씸하네 직접 싸우는 망고 보여줘!!!]
[어허 망고가 이제 직접 싸우다가는 스타더스 한방에 뻗고 협회로 납치됩니다... 그리고 읍읍]
[근데 카타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여기서 별먼지랑 현피뜨고 있는거임?? 진짜모름]
[어허 에고스틱이 부탁했다잖아요... 원래 망고가 부탁하면 다들 들어주는게 '상식'이잖아??]
[한국에 이어 일본마저 홀리는 세계로 뻗어져나가는 망고의 매력 쉣ㄷㄷ]
[심지어 둘이 꽤 친해보이던데 HOXY? 헉....]
*
그렇게 채팅창도 아까전보다 더 활발해지는걸 힐끔 보며, 나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가끔 쓸모없는 채팅이 올라오긴 했는데 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
스타더스와 카타나의 싸움은 꽤나 치열하게 진행됐다.
카타나는 나한테 이번 기회에 벽을 넘고 싶다고 말했던만큼, 확실히 모든걸 다 쏟아붓는단 느낌. 그리고 스타더스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전에 나랑 싸울때보다 훨씬 더 분노하며 격하게 싸우는 느낌이였다. ....무서워요.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둘의 싸움도 갈수록 치열해져 근처에 가면 바람때문에 눈도 잘 안뜨일 무렵.
마침내, 길고 길었던 싸움의 끝이 보였다.
"...에잇!"
"....!!"
스타더스가, 카타나가 방심한 틈을 타.
또 아까처럼 카타나의 심검에다가 주먹을 날린 것.
심검이 무슨 물질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에너지로 만들어진 건데 저기에 겁도 없이 주먹을 가져다대는 스타더스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으나.
그건 기우였다.
-쨍그랑!
"....어라?"
*
[????????????????]
[뭐임 저게 깨지기도 하는 거였음???]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주먹은 심검을 찢어ㄷㄷ]
[별끼얏호우~ 스끼얏호우~ 이게 K-히어로지 캬ㅋㅋㅋㅋㅋㅋㅋ]
*
스타더스가, 그냥 별빛의 주먹을 꽂아 푸른 심검마저 박살낸 것.
여기까지는 정말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는지, 카타나의 눈이 휘둥그래진 채 공중에서 순간 중심을 잃던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순간이동을 했다.
뒤에서 카타나를 안아주듯 받쳐준뒤, 오늘의 테러를 여기서 끝내기 위해서.
사실 카타나야 심검을 또 소환하면 되니 싸움은 계속겠지만, 벌써 시간도 꽤 됐고 너무 격해져서 이쯤 끝내는게 맞았다.
대충 카타나 손잡고 방송종료 멘트 친 뒤, 집 가면 되겠지. 상황 끝!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때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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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 도심 위,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
-와장창!
카타나의 푸른 심검마저 주먹으로 박살내버린 스타더스는 확신했다. 자신의 승리라고.
"....."
물론, 카타나도 가만히 당하던건 아니었다.
금새 정신을 차려, 또 다른 심검을 허공에서 꺼내 맞서 싸우려던 그때.
휘익.
"하하, 아쉽지만 여기까지네요!"
"....에고스틱."
마치 뒤에서 카타나를 껴안듯, 받혀주며 등장한 그.
이내 그의 품으로 비교적 작은 체구의 카타나가 쏘옥 안기며.
순간이동으로, 둘은 스타더스 그녀로부터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물러났다.
"카타나씨,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이내 카타나를 여전히 받히듯 뒤에서 안은 채, 그렇게 묻는 에고스틱.
그리고 마치 그게 자연스럽다는 듯, 카타나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심검을 소환하는걸 그만두었다.
*
[방종의 시간인가]
[안돼! 여기서 끝낸다고??????]
[더줘 더줘 더줘 더줘 더줘 더줘 더줘]
[아니 오늘은 망고 별로 나오지도 않았잖아 ㅡㅡ 이게 맞는거임????]
[둘이 싸우는 것만 보다가 정신차리니 한시간 뚝딱ㄷㄷ]
[이정도면 스타더스 판정 승 아님? ㄹㅇㅋㅋ]
[カタナちゃん韓国から戦ってるとニュースから今見て来たけどもう終わっちゃ意味ないじゃんwwwww]
[소름돋는 사실) 오늘 방송 끝나면 망고 얼굴 또 3개월동안 못봄ㄷㄷㄷㄷㄷㄷ]
[이런건 현실이 아니야!!!!!!!!]
*
그렇게 채팅창이 벌써 방종이냐고 활활 불타는 동안.
스타더스의 관심은, 그게 아닌 다른데 가있었다.
아주 연인처럼 꼭 껴안고 있는 둘.
...그래, 안다. 넘어지려는 카타나를 에고스틱이 받힌거니까, 저런 자세가 나올 수 있다는걸.
그러나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은 다르게 생각하는 법.
스타더스의 가슴은, 그 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요동쳤다.
'...내가 왜이러지.'
사실 따지고보면, 둘이 그러던말던 알 바 아니었다. 빌런이 누구를 껴안든 뭘하든 자신에게 중요한게 아니지.
그런데, 그런데.
왜.
가슴이 쿡쿡, 누가 찌르듯이 아픈거지.
그녀가 그렇게 어두워진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을때.
드디어 서로 떨어진 둘은, 이내 스타더스를 마주봤다.
...여전히, 서로 손은 꼭 잡은 채.
"네! 하아, 카타나씨를 부르면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역시 스타더스씨는 못당해내겠네요. 물론 카타나씨가 전투를 더 이어나가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타국땅에서 카타나씨를 더 고생시키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여전히 웃으며, 뭐라뭐라 말하는 에고스틱.
그러나 스타더스에게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아까부터 에고스틱과 카타나가 붙잡고 있는, 서로의 손에 가있을뿐.
"......"
"그럼 오늘의 테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시길!"
그렇게 에고스틱의 마지막 한마디가 울려퍼졌고.
이내 여전히 미소지은 채, 카메라를 보던 그는 그걸 살짝 조작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스타더스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카타나랑 손을 맞잡은 채로.
"하하, 스타더스씨. 다음에는 지지 않을거니...."
그렇게 자신을 향해 말하던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순간 멈칫했다.
...솔직히.
스타더스는, 자신이 왜 화가 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에고스틱이 뭘 하던 말던 자신이 무슨 상관인가. 애초에 그와 나는 서로 빌런과 히어로의 관계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다만.
에고스틱이, 카타나의 손을 꼭 붙잡은 모습이.
지금은, 기억 속에 잊혀진 어떤 장면이 무의식중에 떠올라서인지.
깊고 깊은, 인지도 못하는 속마음 속에서는.
저게, 내가 잡고있어야 할 손인데 라는 생각이 떠올라서인지. 빼았긴듯한 상실감이 들어서인지.
어째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스타더스는. 신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 지는걸 막지 못했다.
"스, 스타더스씨...?"
갑자기 자신이 이상하게 나오자, 당황하는 에고스틱의 얼굴을 보며.
...그러면서도 여전히 카타나의 한쪽 손을 잡은 에고스틱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서러워져서.
분명, 어떤 약속을 했던거 같은데. 그걸 어긴 에고스틱이 미워서.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의 주먹을 꽉 쥔채.
그를 향해 쏘아붙였다.
"...이, 나쁜놈."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뭐가 나쁜건지는, 하루 그녀도 스스로 대답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에고스틱은 나쁜놈이었다.
....나쁜놈.
***
나는 오늘, 기분이 좋았다.
일단은 카타나와의 테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게 컸다. 특히 몇시간만에 스타더스가 벌써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게 보여서 더더욱. 일단 카타나가 하도 이곳저곳에서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공격형식을 해서, 스타더스의 반사신경에도 큰 도움을 준 느낌.
그래, 그때까지는 난 그렇게 긍정적이게 생각했었다.
"네! 하아, 카타나씨를 부르면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역시 스타더스씨는 못당해내겠네요. 물론 카타나씨가 전투를 더 이어나가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타국땅에서 카타나씨를 더 고생시키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탁 트인 하늘.
오랜 전투의 여파인지 차분해 보이는 겉과는 다르게, 숨을 헐떡이고 있는 카타나를 끌어안은 채.
나는 카메라를 보며 방종 멘트를 날렸다.
오늘은 이정도면 정말 충분했다. 카타나도 심검까지 써서 스타더스와 맞섰으니, 솔직히 말 다했지.
"그럼 오늘의 테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시길!"
*
[망바~]
[다음에 올때는 꼭 일렉트라 눈나 데려와줘 전기쥐 못본쥐 한참됐다....]
[ㄹㅇ 에고스트림 멤버들 왜이리 꽁꽁 숨기고 안보여줌 좀 테러 자주해!!!]
[나는 꿈이 있다 망고스틱이 저번 용과망고 테러처럼 직접 테러하는 걸 자주보는 꿈이...]
[ㅅㅂ 신개념 빌런한테 보고싶은 테러 내용 요청하는 사람들ㅋㅋㅋㅋ 이게 대체 뭐냐고ㅋㅋㅋ]
[근데 오늘 테러도 재밌었지 않음? 그냥 ㅈㄴ현란해서 눈이 쉴틈이 없던데ㅋㅋㅋㅋ]
[그리고 카타나 ㅈㄴ 예쁨ㅋㅋㅋ]
[망고x카타나 이거 히트임 한일망고ㄷㄷㄷ]
*
그렇게 여전히 자기들끼리 재밌게 놀고있는 채팅창을 보며 분위기가 좋은걸 확인한 뒤, 나는 망설임없이 방송을 껐다.
좋아, 이제 스타더스한테 작별인사를 건내고 가면 되겠지.
"하하, 스타더스씨. 다음에는 지지 않을거니...."
그렇게 스타더스한테 말을 건낸 나는.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
고개를 숙인채, 주먹을 쥐고있는 그녀.
그리고.
스타더스 주위로 느껴지는 심상찮은 분위기.
'....뭐, 뭐지.'
거의 살기에 가까울정도로 느껴지는 싸한 분위기에,
나는 반사적으로 카타나의 손을 더 세게 움켜잡았다.
그리고 카타나 역시, 긴장한 모습.
왼손을 허리춤에 걸친 채, 언제든지 심검을 뺄 준비를 하고있는 그녀였다.
...지금이라도 순간이동을 해서 도망쳐야하나?
그런 생각을 순간 하게 될 정도로 심상치않은 분위기.
그러나,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진 모르겠는데, 여기서 내뺐다가는 진짜 큰일이 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조심스럽게 스타더스를 다시한번 불렀다.
"스, 스타더스씨...?"
그리고 그때.
다시 고개를 든 그녀.
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그녀의 푸른 눈과... 물기?
순간 그 모습에 뇌가 굳은 나에게.
스타더스는 약간 울먹이며, 나한테 작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나쁜놈."
"....."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쁜놈인거 같다.
그렇게 나도, 카타나도 침묵하고 있는 동안.
이내 손으로 눈을 슥슥 닦은 그녀는.
"......"
나를 다시한번 쏘아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내게 등을 보이더니.
쉬이이이이잉.
바람과도 같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뭐, 뭐죠?"
"글쎄...."
나랑 카타나만이 당황스러운 감정으로, 한동안 허공 위에 서있었을 뿐이었다.
...스타더스가, 지금까지 빌런을 앞에 두고 먼저 가버린적이 있던가...?
***
[에고스틱, 일본의 S급 빌런 카타나를 데리고 테러를 하다? 전국민이 본 스타더스와 카타나의 대결 요점정리, 그리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에고스틱의 영향력에 대해서 오늘! 밤 9시, 연예가중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날 밤.
테러 끝난 이후, 사람들은 또 오늘의 일로 하루종일 떠들어댔다.
다들 스타더스가 정말 강해졌다, 카타나도 강하다 이런 이야기.
특히 일본에서 카타나는 착취와 무능의 상징인 협회와 정부의 대항마로 그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한국에서 나와 함께 테러를 했다는 소식에 일본에서도 영상을 많이 봤다고 한다. 이로 인해 내 이름이 일본에서 꽤 많이 퍼졌대나 뭐래나. 쟨 대체 카타나랑 어떻게 친해진거냐고.
그렇게 나름 좋은사람들의 반응중 의외였던것 중 하나를 꼽자면, 은근 한국 1위 빌런과 일본 1위 빌런이 결탁한 것에 대해 별 위기감이 없어보인다는거랄까. '든든하다'라는 의견도 있던데, 대체 뭐가 든든하다는건지 모르겠다.
근데 하여튼 그건 그렇고.
사실, 그것들이 지금 나한테 중요한게 아니었다.
"오빠, 거실에서 왔다갔다 뭐해요?"
"아니..."
내가 신경쓰고있는건 단 하나.
'...나쁜놈.'
나를 향해 정말 속상해보이는 얼굴로, 거의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화냈던 스타더스였다.
대체, 왜 그렇게 화낸걸까.
".....음."
...짚이는게 너무 많아서 딱 하나를 특정할 수가 없다는게, 제일 큰 문제였다.
***
그날 밤.
신하루의 집.
"--------으으으!"
펑. 펑.
신하루는, 배게에 얼굴을 묻은 채 손으로 침대를 펑 펑 두들기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진짜 왜 그랬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
'....나쁜놈, 훌쩍.'
"으으으으으---!!!"
내가, 내가 거기서 내가 왜그랬을까...? 미쳤나봐 진짜....
그렇게 신하루는 그날 밤, 잠들기 전까지 계속 침대를 뻥뻥 찼다.
쪽팔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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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아아아...."
협회, 스타더스의 사무실.
언제나처럼 그곳에 앉아있던 신하루는, 약간 피곤한 얼굴을 한 채 머리를 부여잡고 있었다.
'....나쁜놈.'
"하아..."
내가 왜 그랬을까, 왜 그랬을까...
며칠전에 있었던 에고스틱의 테러.
또 어디서 새로운 빌런을 끌고 온 그와 맞서 싸우다가, 마지막에 괜히 울컥해가지고...
다 잊고 일에 집중하려고 해봐도, 계속 머릿속에 떠오르던 그 순간에 그녀는 계속해서 소리없는 아우성을 하게 됐다.
....히어로가, 빌런 앞에서 울컥해가지고 괜히 욕한다음 도망친다?
거기다가 찔끔 눈물까지 흘린거같다?
...심지어 그걸, 다른 누구도 아닌 에고스틱 앞에서 했다?
".....으으."
그때의 일을 생각하던 스타더스는, 다시 약간 귀를 붉혔다.
....진짜 그때 미친거 같다, 미친거 같아.
[스타더스. 몸은 어떤가. 괜찮은가? 이상이 있다면 바로 연락하게.]
그때, 컴퓨터의 협회내 메신저를 통해 오는 알림.
확인해보니 협회장이 보낸 것이었기에, 그녀는 대충 괜찮다고 답장을 해서 보냈다.
...저번 카타나라는 빌런과의 싸움 이후, 확실히 협회장이 조금 더 그녀의 몸상태를 걱정하는 느낌.
이상한 일도 아니다.
아마 사실 따지고보면, 그 카타나는 빌런이 지금까지 스타더스 그녀가 상대해온 적들중 제일 강한 편이었으니 말이다.
'....카타나라는 그 여자가, 생각보다 강한 능력자였구나....'
싸울때 까지만 해도 몰랐으나.
나중에 들은 바로는, 그 카타나는 빌런은 세계적으로도 손에 꼽힐 정도로 강한 능력자라고 한다.
...솔직히, 그때 그 여자랑 싸울때는 분노에 휩싸인채 무아지경으로 싸워서 제대로 기억도 안나서인지.
스타더스는, 카타나가 그녀가 지금까지 싸워왔던 빌런들과 큰 차이가 없다고 느꼈었다. 특별히 강한 것 같지도 않았고.
다만.
"그렇게 강하나...."
나중에 협회장과 뉴스에 나오던 내용을 보면, 카타나라는 빌런은 상당히 강했나 보다. 애초에 일본 능력자 랭킹 1위라고 하니 뭐.
그래서 일본에서도 그런 카타나와 대등하게 맞서싸운 자신이, 상당히 화제라고 하기도 하고.
'하긴...'
...자신은 그녀와, 딱히 생사결을 하고 싸운건 아니었다. 카타나라는 여자도 자신을 막 기필코 이 자리에서 죽이겠다는 마음가짐보다는, 마치 대련을 하듯 움직였었지. 스타더스 그녀도 일단 이 카타나는 제압만 하려고 했지 죽이려 한건 아니었고.
특히 중간에 에고스틱이 막았었으니까 그렇지... 어쩌면 생사결로 싸웠으면 또 달랐을지도...
멍하니 그런 생각을 하던 스타더스는, 또 문득 그날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고 말았다. 카타나와 거의 껴안고 손까지 잡던 에고스틱과, 그걸 보고 울컥해서 쏘아붙인 자신....
"으으으으...."
볼이 붉어진 그녀는, 쪽팔린 마음에 이상한 소리를 내다가, 결국책상에 엎어졌다.
...내가 그때 왜 그랬을까. 뭐에 씌였나...
하지만.
차가운 책상의 감촉을 느끼며.
그녀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때는.
왜인지는 몰라도, 정말로.
그 카타나라는 빌런 여자와 껴안고, 손을 잡고 있는 에고스틱을 보며.
그녀는 정말, 자신도 모르게 가슴이 아팠었다.
"왜지...."
...그래.
다른 빌런이랑 결탁한 에고스틱을 보고 그랬었던걸꺼야. 대한민국이 위험하다는 뜻이니까. 빌런세력의 위험성이 더욱 증가했다는 걸테니까 히어로로써 당연히 그럴 수 있지. 그리고 에고스틱도 나쁜놈이 맞잖아? 그러니까 그런걸꺼다.
...그래, 그런걸꺼야.
.....
"......"
정말, 그거 하나 때문일까.
"....."
단지 그거 때문에, 기분이 나빴던게 맞는걸까.
신하루는, 대답할 수 없었다.
...아니, 오히려.
당신이, 저를 완성시킵니다.
...쿨럭, 저한테 하나 빚지신 겁니다.
나머지는 제가 맡도록 하죠.
다른, 이유가.
있는게 아닐까.
그렇게.
신하루는.
서울 한복판, 드높게 새워진 협회 건물 상층에서.
홀로 자신의 사무실에 엎드린 채.
그렇게 가만히.
가만히, 홀로 깊은 생각에 빠졌고.
'....그래.'
이내 그녀는, 다시 약간 눈시울이 붉어진 얼굴로.
결론을 내렸다.
"....이건, 다. 에고스틱 때문이야."
나한테는.
나보고는, 자기만의 히어로라고 해놓고서.
대놓고 앞에서 막, 다른 사람과 그러면.
당연히 히어로로써, 기분 나쁠수도 있는거 아니야?
그래. 그녀가 이상한게 아니다.
아마 자신처럼 아치에너미가 있는 히어로들은 다들 그럴거야.
그리고 빌런이면, 숙적인 히어로만 신경쓰고. 히어로한테만 그래야지. 그게 상식 아니야? 그래. 그게 상식일거다.
...심지어, 차라리. 자기 입으로 가족이라고 말한 에고스트림 동료면 몰라.
처음보는 다른 이미 유명한 빌런 데리고와서, 나랑 싸우게 해놓고. 자기는 막 걔랑 손잡고 그런 짓 다하면.
...담당 히어로로써, 숙적으로써, 아치에너미로써.
좀 서운할 수도 있는거 아니야?
그래. 그런, 거다.
"....그래. 잡아서 어디 감금해두는게 역시 맞아...."
자꾸 자신의 히어로를 안보고, 다른 곳만 보는 빌런은. 벌을 줘야지. 일단 가둬놓고 내 옆에 두는게 맞다. 그래, 빌런은 잡아야지.
그렇게 책상에 엎드려있던 스타더스는, 살짝 붉어진 눈으로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렇게 한동안 잠을 제대로 못해서 피곤해진 머리와, 쌓인 스트레스, 혼란스럽고 서운한 마음이 합쳐져.
그녀는 결국, 그런 결과를 도출해냈고.
[상대 기습하는 법]
[상대 기절시키는 법]
[순간이동하는 능력자 가둬놓는 법]
[도망치는 상대 붙잡는 법]
...이내, 한동안.
그녀의 인터넷 검색기록은, 상당히 '전문적'이 되었다.
오직, 단 한명만을 위해서.
***
[네 다인씨. 어차피 다음주에 하루랑 만나기로 했으니, 그때 한번 은근슬쩍 물어볼게요.]
"그래. 늘 고맙다 설아야."
[뭘요. 오히려 제가 고맙죠. 이번에 다인씨가 저한테 카타나씨 소개시켜준 덕분에, 이번에 양국의 관계를 더욱 돈독히 할 수 있었거든요.]
웃음기 섞인 목소리로 그렇게 말하는 이설아.
...하긴, 이설아가 대한민국 정치계를 움직이고. 카타나도 이제 음지에서 일본 협회랑 정부를 장악한 상황이니. 둘이 만나면 사실상 그게 정상회담인가...?
뭐 친해졌다고하니 다행이지만.
[그리고 그 안티 에고스틱 방송...이라고 해야하나? 다인씨가 만든 그 방송국 있잖아요.]
"어."
나는 그때 이설아가 하는 말에 귀를 귀울였다.
내가 기자하나 섭외해서 만든, 에고스틱 비판 전문 방송국.
나중에 이설아와 얘기하다보니 말 나와서, 그녀한테 방송국을 완전히 매각했었다. 나보다는 이설아가 지분같은거 관리하는게 나을거 같아서 말이지. 난 신경쓸 틈이 없기도 했고.
[이번에는 그 대충 일본 빌런 데리고 온거 가지고 대충 에고스틱이 나라를 팔아먹었다 그런 컨셉으로 가고 있기는 한데...]
"어, 잘하고 있는데 왜?"
[...그게 지금 항의를 너무 받아서, 저희 방통위 쪽에도 막 프로그램 폐지 청원이 올라오고 있어요.]
"....음. 그런 억까에 굴할 수는 없지. 계속 하라 그래."
내 빌런의 정체성을 의심하는 이들에게는, 계속 세뇌시킬 수밖에 없다. 아니, 일본 빌런 데리고 왔으면 욕을 해야지 쇼라고 감탄하면 어떡해. 난 내가 틀렸다 생각하지 않는다. 계속 합리적이고 이성적이게 내가 빌런인 이유를 설명해야지.
사실, 빌런중의 빌런으로 인정받아 카테달까지 들어가는 소기의 목적을 달성한 이상 무슨 의미가 있긴 싶다만... 어쨌든 계속 하고는 있다.
[...그게 될 지는 모르겠는데. 일단 알았어요.]
그렇게 납득한 이설아와 몇마디를 더 나누다.
마침 PMC 얘기가 나왔다.
[아 그리고 저도 PMC 애들 한번 만나볼까 하는데, 어때요? 그래도 나름 제 그룹 타이틀 달고있는 애들인데 너무 신경 안쓴거고 같기도 하고요.]
"아, 좋지. 이제 슬슬 애들도 거의 능력 완성 끝났으니까 이제 현역에 실습 내보낼 때 됐거든. 그럼 그건 그때 얘기하자."
[네. 그럼 다인씨도 푹 쉬세요. 하루건은 만나고나서 또 연락드릴게요.]
"응 알았다. 고마워."
뚝.
그렇게 이설아와의 전화도 끝나고.
나는 한숨을 쉬며 휴대폰을 내려놨다.
"뭐해? 이거 먹을래?"
"음? 아, 고마워."
그때 아이스크림 바를 빨면서 내쪽으로 오던 최세희가 내게 아이스크림을 휙 던졌고.
나는 그걸 공중에서 잡아서 뜯었다.
....망고맛 아이스크림이었다.
"아니, 이거 말고 다른 맛은 없어?"
"없어. 저번에 서자영이 싹다 이걸로 시켰었잖아."
"...."
"근데 이거 맛있는데? 왜."
그렇게 노란 망고바를 할짝이며 말하는 최세희였다.
...망고스틱 보유국이니까 망고스틱을 집에 쌓아둬야한다는 논리로 어디서 망고맛 하드를 잔뜩 사온 서자영 덕분에, 냉장고에 마르지 않는 이 망고스틱들.
나는 차가운 바를 입에 가져다댔다.
시원하고 달달하니 맛있긴 했다.
그렇게 아이스크림을 먹으며, 나는 생각에 잠겼다.
...카타나는 일본으로 돌아갔다.
스타더스와 싸우는 과정에서 나름의 깨달음을 얻었는지, 꽤나 만족한 모양. 좋은 시간이었다고, 기회되면 언제든 오겠다고 말할 정도였으니.
그렇게 카타나를 배웅해준 뒤.
나는 그보다는, 다른 생각을 하고있었다.
바로 스타더스. 그녀가 마지막에 왜 그랬냐에 관한 것.
"......"
나쁜놈이라...
그래. 나는 나쁜놈이 맞다. 애초에 빌런이 나쁜놈이 아니면 더 이상한거지.
하지만... 그날 보인 스타더스의 반응은 아무래도 이상했다. 마치... 서운함에 삐진 느낌같다고 해야될까.
그리고.
'....나쁜놈.'
그 말을 들은 나도, 심장이 덜컹거렸다.
...사실, 언제부턴지 모르겠는데. 굳이 따지자면 자유의 여신상도 안터지고 엑스 마키나의 죽음이 발표된 날 즈음인가.
이상하게 스타더스가, 전보다 눈에 더 밟히기도 했다.
그래서 왜 운거야.
나는 한숨을 쉬며, 소파에 등을 기댔다.
...이설아가 다음에 스타더스랑 만날때 알아본다고 했으니, 그거나 믿어야지.
나는 그런 말을 들으며, 티비 소리를 라디오 삼아 이런저런 생각에 잠겼다. 아이스크림을 할짝이며.
덩쿨마녀도 슬슬 오랜만에 보러가야 되는데, 언제가지...
[...전 회장이 마침내 구속되었습니다. 그는 자신의 혐의를 부인하고....]
....순간 귀에 어째 구속이라는 단어가 들리자 쎄함이 느껴지기는 했으나, 그냥 넘겼다.
순간이동이랑 제일 관련없는게 구속인데 뭐.
"...야, 근데 세희야. 좀 춥지 않냐?"
"아니? 따뜻한데. 네가 아이스크림을 먹고있어서 그런거 아니야?"
"그런가?"
....쎄한 이유가 그거때문이었나?
나는 아이스크림을 할짝이며 그렇게 생각했다.
등록된 마지막 회차입니다
스타더스에게 테러를 하고 난 이후.
나는 집에서 푹 쉰뒤, 여러 일들을 처리하느라 바빴다.
특히 최근들어, 예전과는 달라진 점으로는.
"흡!"
"이야, 이걸 피해?"
나도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이랑 함께 대련을 하고 있다는 것이다.
"근데, 갑자기 왜 너도 능력 테스트 한다는 거야? 지금까지는 우리 코칭만 해줬잖아."
집 앞 숲속.
공중에서 나한테 번개 공격을 몇번 날려주다가, 내려오며 묻는 최세희에게 나는 어깨를 으쓱이며 답했다.
"그냥. 혹시 모르니까."
....정확히는 어제 구속 어쩌구 하는 뉴스를 본 다음에 기분이 쎄해져가지고 그런 거지만.
하여튼, 예전부터 슬슬 나도 능력을 강화해야 겠다는 생각을 하고있었다. 앞으로 점점 사회가 혼란해질텐데, 미리 미리 대비는 해놔야지.
하여튼, 그런 생각으로 난 내 회피능력을 시험해봤다. 최세희가 번개를 던지면, 내가 그걸 순간이동으로 피하는 식으로.
그리고 결과는.
"....존나 잘 피하는데?"
"그러냐?"
"어. 아니, 막판에는 나름 진심으로 휘둘렀는데 어떻게 한대도 안맞냐."
능력 사용만으로 은근 체력 소모가 컸는지 혀를 내두르며 그렇게 말하는 그녀.
이내 나와 그녀가 함께 지상에 착지하자, 기다리고 있던 하율이가 우리한테 수건과 물을 건내줬다.
"고생했어요 세희언니, 다인오빠."
"고마워 하율아."
감사인사를 건낸 나는 물을 한모금 마셨다.
적당히 목을 추릴 정도로 마시고 앞을 보니, 땀을 닦고있는 최세희가 보였다. 아직 날씨가 쌀쌀한데도 무슨 여름처럼 땀을 흘리고 있는 그녀. 아마 이럴줄 알고 미리 얇은 옷을 입고 온 듯 하다.
"하아... 죽겠다..."
"제가 힐해드릴게요. 두분 다 기다리세요."
"어. 고마워어..."
이내 하율이의 손에서 빛이 번쩍하며.
우리 둘에게, 뭐가 포근하면서도 따뜻한 기운이 몸에 스며들어갔다.
"어휴. 이제야 살겠다. 고마워."
그렇게 말하며 씨익 웃는 최세희.
나또한 아까보다 더 가벼워진 몸에 힘을 쭉 늘어트렸다. 역시, 하율이가 최고다. 사실 하율이 정도의 힐러한테 피로회복을 받고있는게 좀 언벨러스하긴 하지만... 본인이 만족하니 됐나.
그렇게 어느정도 테스트를 끝낸 우리는, 집까지 얘기를 나누며 걸었다.
"아니, 근데 정말 너 순간이동 엄청 잘한다니까? 무슨 제 6의 감각이라도 있는줄. 더이상 뭐 훈련은 안해도 될거같은데?"
"맞아요 다인오빠. 저도 보는데 정말 신기했어요."
"그래?"
나는 잠시 아까의 기억을 되짚어 보았다.
하늘에 떠서, 최세희가 10만볼트 날리는걸 다 피하던 순간.
대충 짚어보면 순간이동의 에너지 소모가 극심해서 그렇지, 컨트롤 자체는 나름 잘되는 것같다. 하긴 나름 오래 쓰긴 했으니.
물론 방금도 최세희랑 공방 끝나고 나니까 머리에 현기증이 핑 도는 사소한 문제가 있기는 했지만... 그나마 하율이가 힐해준 덕에 어느정도 괜찮긴 했다.
"...그래도 순간이동은 틈틈히 좀 더 능력 유지를 위해 가끔 연습해야겠어. 이게 또 오래 안쓰다보면 감각이 무뎌지더라."
적당히, 어느정도 거리 이동할 스택만 쌓아놓고 훈련하면 되겠지.
"하긴, 그건 맞지. 내가 그래서 늘 주기적으로 능력 쓰는거야."
최세희는 진지하게 고개를 끄덕이며 그렇게 답했다.
...그게 아니라, 그냥 번개로 다 박살내는걸 좋아하는거 같은데.
어쨌든, 순간이동은 됐고... 결국은 무력인가.
나는 내 다른 능력, 염동력을 떠올려봤다.
염동력은 뭐 총기나 무기 띄워서 사용하는게 제일 맞다. 애초에 좀 약해서.
결국 그럼 피지컬로 남은건 베히모스인가.
나는 가슴에 손을 얹고, 베히모스를 깨웠다.
뀨잉잉--?
환청과 함께 깨어나는 듯한 녀석.
나는 그렇게 안쪽 옷에 방탄슈트처럼 붙어있던 검은촉수같은 녀석을 꺼냈다.
이내 허공을 향해 주먹을 쥐자, 공중에 떠서 내 주먹을 휘어잡는 녀석.
그렇게 마치 두꺼운 검은 거병의 팔같은걸 낀 모습이 된 나는, 근처를 향해 주먹을 날려봤다.
파앙-!
굉음과 함께, 쓰러지는 옆에 있던 나무.
...음 미안하다. 그래도 이미 얘 친구들도 원래 훈련의 여파로 많이들 쓰러져있으니 괜찮을꺼야.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최세희는 흥미롭다는 듯 내 팔에 붙은 검고 커다란 베히모스-검틀렛을 바라보았다.
"뭐야. 이제 드디어 그 검은... 무언가도 써먹게?"
"써먹기야 원래부터 써먹긴 했고, 이제 슬슬 얘도 좀 다양하게 전투에 활용하는 법 찾아보게."
뀨잉~