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렇게 시간관계상, 나는 적당히 간추린 답안을 내놓았다.
"네. 다른 이들과 다르게 저희의 힘은 기원이 다릅니다. 애초에 베이스가 다른 만큼, 다른 신의 힘에 기원을 둔 저희는 영향을 받지 않는거지요."
그래. 일단 이렇게만 설명하자.
...근데 여기서 신이 누구냐 그런걸 물어보면 좀 곤란해지는데.
그리고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다행히도, 그게 아닌 다른걸 내게 물었다.
"그럼... 우리 둘의 힘의 기원은 같은거야?"
"네. 맞습니다."
"흐응.... 그렇구나... 그런거구나."
그런 내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 설핏 미소짓는 그녀.
그리곤 다시 시선을 돌려 정면의 하늘을 바라보는 스타더스였다.
그렇게 다시 잠시 찾아온 고요.
'.....'
나는 그틈을 타, 숨을 돌렸다.
...뭐지. 스타더스가 악당한테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나온 적이 원작에 있었나? 없었던거 같은데.
...모르겠다. 어차피 지금 하는 모든건 다 기억도 못하는 없는 일이 될텐데 뭔상관이겠어. 고민하면 지는거다. 그냥 즐기자.
나는 그렇게 스타더스의 옆에 앉아, 옥상에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물론 풍경 자체는 뭐 사이렌 소리 들리고 어디서 연기나고 난리기는 한데, 가짜 멸망이라 그런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약간 환상을 보는 듯한 기분.
스타더스또한 조용히, 내 옆에서 그 광경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던 스타더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내쪽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있지... 에고스틱."
그에 맞추어 나도 고개를 돌렸다가, 순간 바로 코앞에 다가온 그녀의 얼굴에 멈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를 보며 말을 잇는 그녀.
"나, 너한테 질문 하나만 해도 돼?"
"어... 하세요."
그런 내 대답에 스타더스는 내 눈을 바라보며, 무언가의 갈망을 담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치, 이 질문이. 이것에 대한 대답이 예전부터 너무, 듣고싶었다는 듯이.
"에고스틱."
"넌. 정말 빌런이야?"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그런 착각이 들었다.
푸른 눈으로 내 눈을 올곧게 마주치며 그런 질문을 던지는 그녀.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한때 스타더스의 팬이었던 사람으로. 깨달았다.
이건 내가 뭐 형식적으로 빌런이냐 아니냐, 그런걸 묻는게 아니다.
정말.
내가 악인이냐 아니냐. 그런걸 묻는 그런 질문.
나는 그런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잠시 돌렸다.
그러자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녀의 말.
"지금까지 저지른 테러들이 전부... 오로지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한거야? 오직 너의 사리사욕을 위해 한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거야?"
나를 보면서 진지한, 무언가의 확신으로 가득찬 목소리로 계속해서 묻는 그녀.
그리고 그런 스타더스의 말을 들으며,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애초에 왜 저런 질문을 하는걸까. 설마 평소부터 나를 의심하고 있던건가. ...에이, 그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없다. 스타더스가 얼마나 빌런들을 싫어하는데. 아마 지금 내가 이 멸망의 모든 배후를 알고 그녀를 부른거때문에 추측한거겠지.
...그래도.
어차피, 전부 사라질 기억이니까. 지금의 일들은 전부 없어질 일들이니까. 결국, 시간이 돌아가면 다 신기루처럼 사라질 순간일테니까.
지금만큼은, 사실대로 말해도 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입을 열었다.
분위기가 조금 무거웠던만큼, 이를 조금 털기 위해 일부러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런, 들켰습니까?"
"으응?"
"사실 전.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했던겁니다. 당신을 성장시켜, 이 모양이 될 수도 있는 미래를 막기 위해서요. 하하."
나는 일부러 장난치듯, 마치 농담하듯 그렇게 말했고.
"...역시, 그랬구나."
"네?"
"하하, 왠지 그럴거 같았어."
그녀는 그런 내 말에, 그렇게 웃으며 대답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줘봐."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던건지."
...그리고, 내게 눈을 빛내며 말하는 스타더스의 푸른 눈을 보고는.
나는, 그 질문을 거절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얘기해야되려나.'
좀 길겠구만.
그래도, 뭐. 시간 때우기는 충분하겠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하아, 좀 쌀쌀하지 않아?"
"그렇네요."
신하루. 그녀가 에고스틱이 앉아있는, 이 옥상에 온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처음에 오자 마자 들은, 이 모든 사태는 시간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전부 해결될거다- 라고 말하는 그의 말.
믿기 힘든 말이었지만, 그녀는 전부,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 그만큼 에고스틱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그래.
세상의 멸망을 눈앞에 보고있는 순간에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하하.'
자신이 에고스틱을, 이렇게나 신뢰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한번에 믿고, 바로 안심할 정도로.
"아직도 난리났네요. 어휴."
"응..."
그리고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쭉 한 이후, 에고스틱과 붙어서 나란히 앉아 하늘 아래 탁 트인 경치를 보고있는 그녀.
그러나, 그런 스타더스의 정신은.
앞의 경치보다는, 옆의 에고스틱에 집중되어 있었다.
두근. 두근.
그가 자신을 위해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들은 후.
그리고 에고스틱이 빌런이 아니였다. 그녀가 그런 확신을 한 이후로.
그녀는, 자신의 옆에 붙어있는 그의 모습을 볼때마다, 어쩐지 심장이 계속 두근거리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볼도 살짝 붉어진 느낌.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나오고.
그래.
세상의 멸망 끝에서.
에고스틱은 빌런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고.
그녀가 고생하는걸 보기 싫다며 굳이 그녀를 부른 그의 옆에 앉아서.
다 끝인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이 모든 일들은 다 해결될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의 옆에서.
미소짓는 그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눈 그 순간에서야.
그녀는, 어렴풋이 스스로의 마음을 깨달았다.
굳게 묻혀있던, 이 순간이 아니였으면 결코 인정하지 않았을, 자신의 마음을.
"...하하."
"갑자기 왜 웃으세요?"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미소지으며, 그를 돌아보고는 그렇게 대답을 하자 의아해하면서도 자신을 향해 똑같이 살짝 미소지어 보이는 그.
그런 에고스틱의 미소를 보며.
신하루는 생각했다.
...그래.
일단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고.
비록, 없어질 순간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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멸망하는 세계.
그리고, 곧 시간이 돌아가 없어질 세계.
그곳이 내려다 보이는 건물에 옥상에서, 나와 스타더스는 함께 나란히 앉아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제가 그때 얼마나 놀랐는 줄 아십니까?"
"하하, 그때 나도 놀랐었어."
"특히 거기 갇혔을때는..."
어차피 시간이 돌아가, 이 모든게 없던 일이 될 것인만큼 나는 그냥 편하게, 편하게 떠들었다. 딱히 말할때 실수할까봐 눈치볼 것도 없이, 그냥 가볍게 이것 저것.
"....흐응. 그랬구나."
스타더스 또한, 가볍게 미소지으며 대화에 어올려주었다. 사실 우리끼리 할 얘기가 뭐가 있겠는가. 그냥 지금까지 서로 함께 공유했던 여러 일들. 이제는 마치 추억처럼 느껴지는 시간들에 대해 떠드는거지. 한은그룹 지하에서 둘이 같이 만났던 일, 부산 호텔에서 있었던 일... 뭐 그런 것들 말이다.
...사실, 따지고보면 웃기는 일이었다. 히어로와 빌런이 둘이 나란히 웃으며 붙어앉아 이때까지의 일들을 얘기하다니.
나야 원래 스타더스를 좋아했던만큼 그냥 지금 이 순간을 즐겼지만, 솔직히 그녀가 이렇게 나오는건 의외였다. ...그래도, 뭐. 내가 내 정체를 밝히기도 했고, 세상은 멸망하는데다가 지금 우리 둘이 뭘 한다고 해서 뭐가 바뀌는 것도 아니니. 스타더스또한 마음 편하게 생각하기로 한 것이겠지... 라고 생각했었다.
그렇게 우리는 옥상에서,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맞으며 몇시간이고 이런 저런 얘기를 했다.
평상시에는, 서로 싸우느라 바빠서.
서로가 서로의 신분에 얽메여, 남들의 눈치를 보느라.
스스로의 속마음을 억누르며, 미쳐 나누지 못했던. 그런, 이야기들을.
세계가 멸망하고 없어지게될 이 순간에서야, 우리는 그제서야 서로 웃으며 편하게 말할 수 있었다.
그렇게 몇시간이고, 멸망중인 세상으로 우리는 여러 얘기를 나눴다.
"짜잔. 안녕하십니까. 저희 구면이죠?"
"와... 하하, 그래. 내가 진짜 그럴 줄 알았다."
그러던 중, 어차피 잊게 될 시간선인 만큼 내가 가면을 벗고 정체를 밝히기도 했고.
"나도 널 다인이라고 부를테니까, 너도 날 하루라고 불러."
"...알겠습니다. 하루씨."
서로 정식으로, 통성명을 하기도 하고.
"...잠깐, 그때 다인 너. 해변에서 이설아가 나한테 널 소개주지 않았었어?"
"앗."
"흐응...?"
...신하루가 무서운 미소를 지으며 이설아와 나의 관계를 사근사근 묻길레, 본능적인 위기를 느낀 내가 열심히 변명하기도 했고.
"아니라고?"
"당연하죠! 저희는 가족같은 사이입니다. 생각하시는 그런건 아예 없어요!"
"...다행이다."
"네?"
"...아니, 아무것도 아니야."
...거기서 뻗어나가 나와 에고스트림 여성 멤버들 간의 사이에 무슨 썸띵이 있는거 아니냐는 스타더스의 의혹에 해명하는 시간을 갖기도 했다.
은근, 끊이지 않는 대화거리들.
"하하, 진짜? 그때 내가 보고싶었다고?"
"크흠. ...네."
"아하하. 하하하하."
"아... 그만 웃으세요. 쪽팔리니까..."
그렇게
그녀와 함께 웃으며 떠든지도, 꽤 많은 시간이 흘렀다.
푸른 하늘이, 점점 주황색이 되가고 있을 정도로.
"..."
사실 중간에 월광교가 살아남으려고 발작을 일으켰는지 갑자기 밤이 된 적도 있었는데, 실패했는지 다시 낮으로 돌아왔다.
하여튼 이제는 점점 노을이 지는 무렵.
...본능적으로, 시간이 얼마 남지 않았음을 깨달은 우리는. 어느덧 입가에 선선한 미소만 지은채 주황색으로 물들은 하늘을 구경했다.
옥상 난간에 앉아, 두 손을 난간에 두고.
그렇게, 멸망하는 세계 맨 꼭대기에 앉아. 곧 돌아가게될 시간을 기다리며.
'....음.'
그러는동안 난, 대화가 멈춘 그 순간에야 살짝 제정신으로 돌아와 오늘 하루와 나눈 대화를 진지해진 마음으로 조용히 복기하고 있었다.
...나도 알고는 있다. 지금 상황이 특수하다는 것은.
앞서 말했듯 내가 정체를 밝히기도 했고, 세상이 멸망하고 있는 순간이니까. 어쩌면 심리적으로 매몰린 그녀에게 내가 오는 손길을 내밀었던만큼, 흔들다리 효과가 있었을 수도 있고.
그런데.
...그걸 감안해도, 하루는 내게 너무 사근사근했다.
마치 처음부터 우리가 히어로와 빌런 사이가 아닌, 오랜 친구사이였던 것처럼.
마치, 그녀가 나를 미워하거나 증오하지 않았단 것처럼.
'.....'
...나는 스타더스를 좋아했다. 처음부터, 당연히. 그러니 나는 그녀와 웃고 떠들 수 있었다. 그녀의 옆에서 즐길 수 있었다.
...그러나, 하루는?
사실 처음부터, 좀 이상했다.
시간이 돌아갈거란 내 말을, 그녀가 한번의 의심도 없이 바로 받아들여주지 않있나. 마치 나를 처음부터 신뢰했던 것처럼.
...빌런인 나임에도. 어째서.
그리고, 그때.
"있지..."
"네?"
내가 그런 의문을 스스로 생각하고 있을 그때.
문득, 입가에 작은 미소를 띄운 채 지는 해를 바라보던 신하루가, 입을 열었다.
노을이 지는 하늘 아래, 주홍빛으로 물든 채.
무언가 심장이 두근거리는 그러한 분위기 속에서, 내게 말을 하는 그녀.
"...이제와서 생각한건데 말이야."
"네."
"난 사실 다인 널, 그러니까 에고스틱인 널."
"처음부터. 애초에... 싫어하지 않았던 것 같아."
"....네?"
나는 그 말을 듣고는 귀를 의심했다.
고개를 휙 돌려 그녀를 바라보니, 여전히 주홍빛 지는 하늘쪽을 보며 선선히 미소만 짓고 있는 하루.
그리고 그녀는 계속해서 시선을 하늘 쪽에 두며, 말을 이었다.
"...사실, 있잖아. 난 어쩌면 널 그냥 의식적으로 싫어하려고 했던거 같아."
"빌런이니까, 테러를 일으키는 악당이니까. 그리고 난, 히어로니까. 영웅이니까. 당연히, 싫어해야지... 이러면서 말이야."
...무슨 소리를. 하는거지.
내가 혼란에 빠져있던 말던, 하루는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근데 말이야. 이제와서 생각해보니까."
"나는, 언제부터일까. 비행기가 떨어지는 그날, 너가 나한테 전화를 건 그날일까?"
그녀는 거기까지 말하고, 숨을 골랐다.
그리고 다시. 무언가의 확신에 차서, 말을 하는 그녀.
"그때부터. 널."
"그렇게까지 싫어하진 않았던거 같아."
"오히려. 오히려 말이야."
...아닐거야.
에이, 설마.
"여러 시간이 흐르고. 네가 나를 위해주던 그때, 있지. 그때 순간 순간들이 모여서."
"난, 네가....."
....
그리고 하루는, 조용히 중얼거리듯. 내게만 들리게, 말끝을 흐렸다.
"...."
하늘을 보며 미소를 짓고 있지만, 눈가에 약간 작은 물기가 맺혀있는 그녀.
그리고 하루는, 여전히 나와 눈을 마주치지 않은 채약간 떨리는 목소리로 말을 이었다.
"...하하, 웃기지? 모든 것의 끝에서, 어차피 다 사라질. 없어지게 될... 이 순간에서야, 내 마음을 깨닫다니. 그리고... 지금에서야 너한테 말하다니."
"....."
여전히 약간 붉어진 눈으로 하늘을 보며 그렇게 중얼거리는 신하루를 보며.
그렇게.
신하루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게된 나는.
"....."
그 어떠한 말도, 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이렇게 된거지.'
대신 나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나는 분명 그녀에게 있어서, 영원한 악으로. 숙적으로 남으려고 했었다. 그래서 그렇게 행동한거지.
하지만, 나도 빌런은 처음이었기에.
무언가 미숙한 부분이 있었을거다.
...그래.
비행기가 떨어지던 그때, 그녀에게 연락해서 응원을 했으면 안됐던걸까.
그날 지하에서, 그녀를 구하면 안됐던걸까.
한은그룹이 거대병기를 타고 침공했을때, 탈취하면 안됐던걸까.
월광교에서 폭풍을 일으켰을때, 나서면 안됐던걸까.
그날 마왕성 앞에서 그녀를 대신해 상대했으면, 안됐던걸까.
....모르겠다.
그러나.
다시 돌아갔어도, 나는 분명 그렇게 했을거 같다.
그렇지만.
'....이걸, 알려야하는데.'
나는, 시간을 돌려서라도, 미래의 내게 이 사실을 알려야한다는 생각이 들었다.
-잘못됐다고.
스타더스의 아치에너미. 영원한 숙적. 악독한 빌런이 되는 내 프로젝트가, 처음부터 단단히 잘못됐다고.
빌런으로 남으려면, 지금이라도 계획을 바꿔야한다고. 세상을 위해서라도.
그러나, 전할 수가 없었다. 시간의 흐름은, 아무리 별의 힘을 가진 나라고 해서 거스를 수 있는게 아니었기에.
그렇게 내가 심각한 얼굴로 고민하던 그때.
...툭.
난간에 올려놨던 내 손에, 무언가 닿는게 느껴졌다.
따뜻하고 부드러운, 무언가가.
툭. 툭.
내 왼손에 점점 가까이 다가오는, 그녀의 손가락.
그리고 내가 고개를 돌리던 그 순간.
나는, 약간의 물기를 머금은 신하루의 푸른 눈동자와 그대로 마주했다.
"....안돼?"
작은 목소리로, 내게 그렇게 묻는 그녀.
...어차피, 마지막이잖아.
다, 없던 일이 될 거잖아.
주홍빛 태양에 비추어져, 눈물에 빛이 반짝여 숨이 막힐듯 아름다운 풍경속에서, 나한테 그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어떠한 말도 행동도. 할 수 없었다.
이내, 내 손에 조심스럽게 맞닿는 그녀의 손가락.
이내 하루의 손이 내 손등 위를 완전히 덮을 정도가 되자.
나도, 손을 살짝 움직여 그녀의 손을 마주잡았다.
"......"
그러자, 살짝 놀라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그래.
나는 스타더스를 좋아했다. 처음부터, 당연히.
그러니. 상관없는게 아닐까.
...몰라. 미래의 일은 미래의 에고스틱이 알아서 생각하겠지. 빌런이고 뭐고, 그건 미래의 내가 알아서 해결할 문제다. 걔도 눈치가 있다면 나중엔 어련히 알아서 전략을 새로 짜거나 해겠지. 어차피 없어질 시간선의 내가 걱정할 문제는 아니다. 그럴거야.
그리고.
...어차피, 마지막이니까.
다, 없던 일이 될거니까.
그냥,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해도 되는게 아닐까.
그렇게 나는 그녀의 손을 잡은채, 그냥 웃어주었다.
그러자, 그런 나를 보며 하루는 순간 눈을 크게 떴다가.
이내, 활짝 웃었다.
눈이 부실 정도로.
*
퍼어어어어어엉.
퍼어어어어어엉.
"...이제, 슬슬 끝인가 보네요."
"응..."
그렇게, 시간이 얼마나 지났을까.
우리는 옥상 위 노을 아래에서, 터져오는 폭발들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여전히, 손을 맞잡은 채.
...오늘의 하루도, 이제 이렇게 끝나겠지.
세상은 완전히 멸망하고.
시간은, 다시 되돌아갈꺼다.
그리고 오늘 하루의 일도 우리 둘 모두의 기억 사이에서, 완전히 잊혀지겠지.
그리고, 다시 서로 싸우는 날들로 돌아갈꺼다.
어느때와 다름없이 나는 테러를 하고, 그녀는 막고. 나는 웃으며 방송을 키고, 그녀는 사람들을 구하고. 그런 날들로.
"...하하."
"왜 웃어?"
"...그냥요."
나를 향해 의문어린 시선을 던지는 그녀에게, 나는 그렇게 말하며 손을 다시한번 꽉 잡아주었다.
그러자 뭐야...라고 중얼거리면서도, 여전히 붉어져있는 그녀의 귀.
...근데 뭐, 나라고 다를건 없을거 같았으니 가만히 있었다.
퍼어어어어어엉.
"...끝이 아닐겁니다."
"...응?"
그렇게, 점점 폭격음이. 버섯구름 같은 것들이, 우리 앞으로 점점 가까이 오는 와중에.
나는 조용히 그녀에게, 입을 열었다.
"시간이 되돌아가도. 결국 우리 둘이니까."
"사람은, 변하지 않으니까."
"언젠가 다시,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올겁니다."
"그러니까."
나는 그렇게 다른 손을 들어, 그녀의 볼에 흐르는 눈물을 살며시 닦아주며. 말을 이었다.
"울지 마세요."
".....응."
그리고 그런 내말에.
하루는 붉은 눈으로도, 약간 웃어주었다.
퍼어어어어어어엉.
그리고, 그런 그녀의 모습이. 너무나도 아름다워서.
나는, 그녀의 얼굴에 눈을 뗄 수 없었고.
그리고.
퍼어어어어어어엉.
그렇게.
.....
시간이, 다시 되돌아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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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국 협회 본부.
지상으로부터 깊은 곳에 숨겨진, 지하 벙커.
극히 일부만 이 장소의 존재를 알고 있으며, 설령 미합중국의 대통령이라고 해도 함부로 들어올 수 없는 이곳.
외부와 차단되고 격리되어 있는 그곳은, 그 어떠한 능력자의 침범도 막기 위해 모든 종류의 보안이 되어있었다.
혹여나 이곳으로 이동하는 이들이 있을까.
거울은 없고, 티비도 없다. 어둠이 있는 한 자유롭게 이동가능한 능력자가 있다는 말에 이곳은 항상 밝으며, 또한 순간이동자들을 막기 위한 장치도 기본적으로 전부 되어있다.
이곳은 바로, 미국에서. 아니, 세계에서 제일 지켜야할 히어로가 머무르는 곳.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간을 돌릴 수 있는 능력을 가진 이, '엑스 마키나'의 거주지였다.
그리고 그는.
현재, 그곳의 벽에 손을 기댄채 피를 토하고 있었다.
"쿨럭, 쿨럭."
하아, 하아.
깊은 한숨을 쉬며 숨을 헐떡이는 그.
갈색이던 머리는 노랗게 물들었고, 피부는 공포때문인지 하얗게 질린 상태에서.
그는 비틀거리며, 지하 깊숙한 곳의 복도를 걷고있었다.
'....막아냈다.'
그는, 자신도 모르게 다 쉰 목소리로 중얼거렸다.
쿨럭. 또한번 나오는 피.
떨리는 손을 힘겹게 부여잡고, 다리를 질질 끌며, 그는 그렇게 간신히 자신의 방으로 걸어갔다.
그가 걸어온 자리를, 피로 물들며.
"하아, 하아."
쿨럭.
이내 기어코 방에 도착하자마자, 자리에 주저앉은 그.
엑스 마키나. 본명, 제임스 마키나.
그는 피를 쿨럭이며, 자신의 가슴에 손을 얹은 뒤 중얼거렸다.
"....이것으로, 이 모든 일은 끝난다."
너무 시간이 지체되었다. 자신의 능력이 감당할 수 있는. 돌릴 수 있는 시간의 범위를 벗어났다.
이제 돌린다면, 자신의 목숨을 걸어야한다. 그토록 인류의 위험을 막기 위해 지켜오던, 그의 목숨을.
하지만.
'...큭. 우습군. 이미 인류가 다 멸망했는데, 무슨 소용이겠어.'
그래.
최후의 생존자가 오직 그로 추정되는 만큼. 더이상 의미도 없었다. 종말을 막기위해 지금껏 목숨을 지켜왔다고? 그래. 지금이 그 종말이다. 이걸 막기 위해, 그는 지금까지 살아온거다.
다만.
"다음번엔..."
제임스는 떨리는 눈으로. 공포에 질린 얼굴로, 창백히 중얼거렸다.
...그는 모든걸 알아냈다. 이 사태가 일어난 발단과, 그 해결방법까지. 이제 시간을 돌리고, 자신이 마지막으로 밝혀낸 그 '장치'를 틀어 멸망을 막는 것으로 그는 소임을 다할거다.
비록 그 과정에서, 목숨을 잃겠지만.
상관 없었다.
그는 히어로니까.
사람들을 지키는, 세계를 구해야하는 히어로니까.
자신의 목숨따위는.
기꺼이, 내놓을 수 있었다.
그러나.
지금은, 자신이 어떻게든 막아냈지만. 돌려 보냈지만.
...다음번에 저것이 또 돌아온다면.
그때는, 누가 저것을 막을 것인가.
과연, 막을 수는 있을 것인가.
"신이시여... 이 세계를 구원하소서..."
그는 그렇게 자기도 모르게 마지막 말을 중얼거렸다.
그 신이 아닌, 자신의 신을 향해.
그리고 이내 그는, 자신의 심장을 더욱 강하게 움켜쥐었고.
그 순간, 하얀 지하실은 눈이 멀 정도의 노란 빛으로 가득 찼다.
그렇게
지하실뿐만이 아닌, 모든 세계가 다 노란 빛으로.
멸망한 세계가, 전부. 다 노란 빛으로 가득 찼고.
이내.
시간이, 다시 되돌아갔다.
***
에고스트림 본부, 큰집.
"흐아암..."
"오빠, 뭐해요?"
"응? 아, 티비보고 있지."
"...저게 대체 뭐길래 저렇게 집중해서 보는거에요?"
서은이는 의아한 표정을 한채 포크로 사과를 한조각을 집어먹으며, 내게 그렇게 물었다.
아침의 거실.
때마침 모두가 모여있는 그곳에서.
나는 집중해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멸망의 순간을, 느끼기 위해.
[이시각 미국은 미국 지부 협회 창설 주년을 기념해,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아직도 축제를 벌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앵커의 말과 함께 화면에 잡히는 자유의 여신상의 모습.
나는 그걸, 집중해서 보고있었다.
그래, 이제 곧이다.
내가 멸망하는 시간대에 걸리는지 안걸리는지가 결정되는 순간이.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가 갑자기 폭발하며, 비극이 시작되었다.]]
원작에서 분명히 언급되었던 그 말.
머리가 폭발하면 이제 멸망이 시작한다는 소리다.
하지만.
"......"
만약, 폭발하지 않는다면?
그 소리는 이미 멸망은 이루어졌고, 엑스 마키나의 희생으로 시간이 돌아온 상태라는거겠지.
나는 이미 모든 멸망을 경험했지만, 시간이 돌아가 기억을 못한채 이 자리에 앉아있단 소리고.
자, 그러니.
터지냐. 안터지냐.
그것이 문제로다.
나는 그렇게 집중하여 티비를 봤고.
마침내, 분침이 정시를 가르킨 그 순간.
"...."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네! 벌써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밤의 미국에서 전해드린 김유미 기자였습니다.]
"휴우..."
나는 소파에 그대로 허물어졌다.
...다행히, 내가 짬처리를 안해도 되는 시간대인가보다.
아니 뭐. 따지고보면 이미 과거의 내가 짬처리를 했다는 소리겠지만. 어차피 그건 없던 일이 됐을거니까 내 알바가 아니다. 과거의 내가 어련히 잘 했겠지.
"...다인오빠, 어디 아프신데 있어요?"
"응?"
"아니, 아까부터 막 한숨을 쉬시길래..."
그때 내 맞은편에서 걱정된다는 표정으로 나를 올려다보는 은월이.
나는 그런 그녀에게 걱정말라고 말하며 머리를 쓰다듬어줬다. 안도의 한숨이었어 은월아.
나는 그렇게 다시 소파에 등을 기대 주머니에 손을 넣었다.
...느껴지는 동그란 공 모양의 무언가.
아마 저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가 터지고 멸망이 시작되었다면, 나는 제일 먼저 이 수면가스가 든거부터 터트렸을거다.
다만 지금은 그 시간대가 아니므로, 이제 그럴 필요는 없고. 다시 내 방 어딘가에 둬야겠네.
"자영 언니, 그거 제가 먹던건데..?"
"에이. 서은아. 네꺼 내꺼가 어딨니. 다 우리꺼지."
"흠. 사과 맛이 달구나. 예전에 마지막으로 먹었을때는 이정도로 달진 않았던거 같은데."
"신령씨. 하나 더 깎아드릴까요?"
그렇게. 시끌벅적한 거실 가운데서.
나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
...인터넷을 봐도 별다른 얘기가 없는 걸보니, 결국 멸망은 이대로 비껴간게 맞는거 같다. 아마 엑스 마키나가 스스로를 희생해 광범위하게 시간을 돌렸겠지.
원작에서 제대로 이 사태의 원인이 뭔지, 마키나가 어떻게 막은건지 제대로 설명해주지 않아서 알 방법은 없지만... 하여튼 다행이라고 할 수 있다.
어쨌든 결국 일은 벌어졌다. 이제는 앞으로 어떻게 할 지를 생각해야지.
...아마 조만간, 갑작스럽게 전세계에 엑스 마키나의 사망 소식이 밝혀질거다. 철저히 비밀로 하던 그의 정체가 아마 갑작스러운 사망으로 어찌어찌하다 공개된걸로 기억한다.
하여튼, 뭐. 그건 이제 며칠 후의 이야기니까 됐고.
그것보다 더 중요한 생각거리가 있었다.
"....."
그건 바로, 멸망한 그 시간선에서 내가 무엇을 했느냐.
일단 내 계획상으로는 시간이 돌아가는걸 모른채 괴로워하는 스타더스를 만나, 그녀를 잘 달래서 괜히 마음고생하지 않게 하려고 했는데. 잘 했을지 모르겠다. 스타더스가 내말을 안들었을 수도 있고. 아마 영원히 모를 일이겠지.
...하지만, 만약 잘 풀렸다면.
그녀가 내 말을 믿고, 내 곁에 있었다면.
아마, 나는 내 비밀을 숨기지 않고 다 말해줬을거다. 어차피 없어질 시간대니까.
잊혀질 기억이니까.
"하하... 스타더스의 반응이 궁금하네."
"응? 스타더스요?"
"아. 아무것도 아니야."
내 조용한 중얼거림에 무슨일이지 하고 고개를 돌리는 서은이에게, 나는 웃으며 얼버무린 뒤 잠시 실례한다 말하고 내 방으로 걸어갔다.
...과연 스타더스는 무슨 반응을 보였을까.
화냈을까? 경멸했을까? 아니면 당황했을까. 어쩌면 황당해 하면서도 웃었을 수도 있겠다.
뭐. 이제는 영원히 알 수 없는 일이니.
나도 당연히, 전혀 기억이 나지 않으니까.
다만.
"......"
방의 문고리를 잡은 나는 나도 모르게, 가슴이 살짝 아려오는게 느껴졌다.
시간이 흐르고... 순간이 모여서...
"....쓰읍. 이거 왜이래. 부정맥인가."
난.
난, 네가.....
"....."
잘 모르겠다.
왜 계속 가슴이 아려오는지.
무언가 잊어서는 안되는 걸 잊은거 같은 기분이 드는지.
어째서, 심장이 계속 뛰는건지.
"진짜, 모르겠네."
나는 의자에 앉아 중얼거렸다.
시간 회귀의 부작용인건가? ...내가 회귀한 것도 아닌데. 이상하네. 그냥 마음이 허해서 그런가.
다만. 문득 드는 생각.
어째서인지 갑자기 문득 든, 그런 생각을.
나는 나도 모르게, 입밖으로 중얼거렸다.
"...스타더스, 보고싶네."
***
-달칵, 달칵.
한국 히어로 협회 본사.
스타더스의 사무실.
그곳에 앉아서 볼펜을 잡고 딸깍거리고 있던 신하루는, 달력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입을 살짝 내밀었다.
"...거짓말쟁이."
...뭐, 다음번에는 금방 다시 볼 수 있을겁니다.
마지막 테러에서 용을 타고온 에고스틱이, 그 말을 한지도 벌써 한달이 지났다.
금방 다시 볼거라더니, 벌써 한달이 지났는데 뭐가 금방인가. 평소처럼 또 세달뒤에 오고는 그게 금방이라고 할 셈인가?
"에휴..."
그렇게 신하루는 한숨을 살짝 쉬며, 의자에 등을 기대고 고개를 올렸다.
그러자 그녀의 눈에 들어온, 사무실 반대쪽 벽에 걸려있는 티비의 화면.
[이시각 미국은 미국 지부 협회 창설 주년을 기념해,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아직도 축제를 벌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그 화면에서는, 축제를 즐기는 미국인들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고.
그리고.
"......"
그녀는 어쩐지, 그 화면에 눈을 땔 수가 없어.
자기도 모르게 그 광경을, 계속해서 지켜봤다.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네! 벌써 시간이 꽤 지났는데도 사람들은 여전히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축제를 즐기고 있는 모습입니다. 밤의 미국에서 전해드린 김유미 기자였습니다.]
"....."
뭐, 딱히 별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그냥 정상적이게 축제하는 모습만 보여주다 끝난 뉴스방송.
...내가 저걸 왜 보려고 한거지.
그렇게 다시 시선을 돌리고 고개를 돌려, 그녀는 다시 업무를 봤다.
그리고.
그녀가, 그러던 그때.
-툭.
"....어?"
갑자기 문서에 떨어진 물방울에, 그녀는 고개를 갸웃했다. ...이게 어디서 떨어진거지?
그렇게 의문을 가진 그녀가, 무언가 이상한 느낌에 눈가에 손을 가져다갔고.
"....뭐야."
그리고 그녀는 그때서야.
꺼져있는 컴퓨터 화면에 반사된 자신의 얼굴을 보고.
자기의 눈 한쪽에서, 눈물 한방울이 볼을 타고 흐르고 있다는걸 깨달았다.
"....뭐야. 왜, 히끅. 왜이래."
...내가 미쳤나.
신하루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눈을 닦았다.
그러면서도.
갑자기, 문득. 드는 생각.
...무언가를, 잊은거 같다.
끝이 아닐겁니다.
시간이 되돌아가도. 결국 우리 둘이니까.
무언가 가슴 한구석에, 응어리진 감정이 침전한다.
"....진짜, 왜이러지..."
...기억하고 싶었는데. 잊고싶지 않았는데.
이대로 잊으면. 영원히 서로, 알지 못할까봐.
꼭 기억하고 싶었던 무언가를.
잊은거 같은, 이 기분.
그리고.
그 기분과 더불어.
그녀는, 갑작스럽게 어떤 강한 충동이 들었다.
...이대로는 놓칠 수는 없어.
이 감정만이라도. 제발, 기억해.
꼭.
언젠가 다시,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올겁니다.
그렇게.
갑작스럽게, 자기도 모르게 든 생각에 혼란스러워하던 그녀는.
어느덧 눈물을 멈추고. 어지럽던 머리도 정리하고. 혼란스럽던 감정도 정리하고.
이내. 조용히 의자에 기대 앉았다.
...왜 이러는지는 모르겠다. 갑자기 눈물이 왜 난건지도 의문. 요즘 스트레스를 많이 받아서 그런건가 라는 추측만 할뿐.
다만.
아까부터, 드는 어떤 생각.
그 혼란한, 의미를 알 수 없는 생각 끝에 떠오른 그녀의 마음을.
신하루는, 조용히 중얼거렸다.
"에고스틱... 보고싶다."
대체, 갑자기 어째서인지.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그녀는, 에고스틱이 보고싶었다.
지금, 당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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비록 시간이 되돌아가 없던 일이 되어버렸겠지만, 멸망을 비껴나간 그날 이후.
벌써 겨울이 되었다.
"이야... 눈 펑펑 오는거 봐라."
나는 베란다에 서서 그렇게 중얼거렸다.
확실히 집이 산골짜기 안에 있어서 그런지, 펑펑 오는 눈.
그렇게 초록빛이던 산들이 뽀얀 눈으로 하얗게, 하얗게 물들은 모습을 보며 나는 하얀 입김을 냈다.
...올해도 이렇게 무사히, 지나가는구나.
나는 창밖에 내리는 눈을 보며 그런 생각을 했다.
그러면서도 드는 앞으로에 대한 생각.
지금까지 정말 많이 지내왔다.
끝이 보이지 않던 여정이, 슬슬 희망이 보일 지경.
첫 테러를 할때만 해도 이거 월광교 게이트 사건때까지는 살아있을 수 있으려나 했는데, 슬슬 그 날도 보인다.
종말 에피소드까지 버텨냈을 정도니까.
'....올해 안으로 PMC 육성 다 끝내고, 2기 3기 모집해야겠네.'
나는 그렇게 생각을 이어나갔다.
이제 진지하게 월광교에서 이세계 차원문을 열어 괴물들이 판치는 이후의 세계를 고민할 때가 됐다.
원작에서는 그야말로 그때부터 세계가 막장이 됐었지. 원래 막장이긴 했으나, 그때부터는 이게 아포칼립스물인지 히어로물인지 구별이 안되는 지경까지 갔다. 무슨 인구수가 절반넘게 줄었대나 뭐래나.
물론 차원문이 열리는거 자체는 막을 수가 없다. 사실 월광교에서 차원을 안뚫어도 언젠가는 열리게 되는 설정이라고 나오거든. 하지만, 적어도 피해는 줄일 수 있도록 노력해야지.
그리고 나면 이제 최종결전일테고.
"....휴우."
나는 다시한번 하얀 입김을 내뿜었다.
...일단은, 슬슬 오는게 보이는 월광교나 대비해야지. 그리고 최종결전을 대비해 스타더스도 성장시키고.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건 오직 그녀밖에 없으니까.
잠시 멸망에 대해 떠올린 나는 마음이 좀 복잡해졌다. 월광교 이후 원작 최후반부의 그 개판인 상황이 현실로 닥칠걸 생각하니 머리가 어지러워지는건 당연.
"오빠. 드디어 혼자 눈보면서 청승떠는건 다 끝났어요? 빨리 와서 코코아나 마셔요."
...그렇게 나름 진지한 고민을 하다 다시 거실로 돌아온 나는, 서은이의 손에 붙들려 코코아가 손에 쥐어졌다.
따뜻하고 달달하니 맛있긴 했다.
"맛있네."
"맛있죠? 이거 제가 탄거예요."
"진짜?"
"당연햐죠. 저도 이제 며칠뒤면 고3인만큼, 이정도는 이제 수빈언니보다 잘탄다고요!"
그렇게 말하며 약간 우쭐해하는 서은이. 어째 나한테 신기기를 설명할때보다 더 자랑스러워 하는거같다.
...코코아가 그렇게 타기 어려운건지는 오늘 처음 알았지만, 귀여우니 된 거 아닐까. 고맙기도 하고.
난 그렇게 몇분을 더 감탄해줬고, 서은이는 기분이 좋았졌는지 입꼬리가 올라갔다.
그렇게 한참을 나랑 시시덕 거리다, 무슨 재밌는게 떴는지 스마트폰을 보는 그녀.
나는 그러는동안 다시 티비를 켜고 뉴스를 지켜보고 있었다. 별 일 없으려나...
그렇게 봤으나, 딱히 별 특별한 내용은 없어 하품을 하던 와중에.
옆에서 뭐가 그렇게 재밌는지 히히덕거리며 보던 서은이가, 나한테 이거 보라며 자신의 폰을 건내줬다.
*
[막대기가 피곤하면?]
에고스틱
에고... 스틱이니까 엌ㅋㅋㅋㅋㅋㅋ
=[댓글]=
[망하하하하 망하하하하하]
[선생님 대체 어째서 이런 글을 적는 겁니까]
[이거보고 피식한 내가 싫다]
[나만 볼 수 없어서 개추눌렀다 ㅅㄱ...]
ㄴ[나볼없추 멈춰]
*
"....서은아, 재밌어?"
"재밌지 않아요? 아이고... 힘들다 에고.. 스틱. 아하하하."
다시 생각해도 웃겼는지 피식 웃는 서은이.
그걸 보며 나또한 나도 모르게 웃었다.
...우리 서은이, 이런거 좋아하는거 보니 아직 애 맞구나. 아니지, 이건 오히려 아재같은건가..?
하여튼, 그렇게 서은이가 내 팬카페에 웃긴걸 찾아 보여주는걸 몇개 더 보며 나는 코코아를 마셨다.
...그래. 그래도 이게 좋은거다. 사람들이 다들 평화롭게 웃고 떠들고 있잖아. 원래 원작 이맘때쯤이면 한주에 테러가 몇번씩이나 나 매주 수백명이 죽으며 사회분위기가 이미 개판이 되어있다.. 스타더스, 섀도우워커등 히어로들이 무능하다며 규탄하는 시위들이 매일같이 일어날 정도니. 물론 이설아가 권력으로 다 해산시키긴 하지만.
내가 그렇게 평화를 만끽하며 거실에서 잠시 쉬고 있을때.
[...그리고 이시각, 일본 소식부터 알아보겠습니다. 서기자, 속보가 있다고요?]
때마침 티비에서는 일본 소식이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래, 일본. 생각해보니 요즘 종말이니 뭐니 그런걸신경쓰느라 일본은 완전히 잊고 있었네.
나는 그제서야 소파에 등을 기댄채 시선만 티비 쪽으로 향했다.
일본이라. 썩은 정부, 협회와 카타나가 이끄는 삼협파가 매일같이 싸우는 그곳. 원작에서 삼협파가 패배하고 일본이 그냥 망한다는걸 기억한 나는, 카타나한테 살짝 귀뜸을 해줬다. 그녀의 패배 이유인 배신자의 정보를.
그래서 저번에 들었을때는 매일같이 지다가 조금씩 이기고 있다고 들었는데, 좀 나아졌으려나? 설마 아직까지도 지고 있는건 아니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가졌고.
그렇게 아무생각 없이 보다가, 충격적인 소식을 듣게 되었다.
[네! 현재 삼협파가 일본 협회를 상대로 압도적으로 이기고 있다고 합니다. 전문가들은 내년 초 안으로 일본 협회가 무너질거라고 예측하는 모양세입니다.]
...아니, 뭐야. 너네가 왜 무너져.
당황한 나는 자세를 고쳐앉고 뉴스에 더욱 집중했다.
[이에 일협은 국제 협회에 도움을 청했지만, 거절되었다고 하는데요. 국민들이 오히려 삼협파를 지지하고 일본 정부 및 협회의 부패때문에 국제협회가 눈치를 본 것이 아니냐는 의견이 있습니다. 한편 삼협파의 수장 카타나는 자신이 승리해도 협회는 존속되고 세계질서를 거스르지 않겠다는 입장을 밝히며...]
"....당황스럽네."
나는 살짝 얼떨떨하게 티비를 바라보았다.
아니, 배신자 하나 처리됐다고 저렇게 상황이 뒤바뀌어? 원작에서 매일같이 쳐맞고 결국 조직이 무너진 그 삼협파가?
음... 뭐, 좋은거겠지...? 잘 모르겠다. 나는 비등비등한 상황이 쭉 유지될 줄 알았지, 그거 하나 알려줬다고 이렇게 삼협파가 이길 정도가 되버릴거라고는 상상도 못했거든.
그래. 이제는 카타나가 은혜를 잊지 않고 나를 기억해주길 바라는게 제일 좋을거같다. 곧 빌런 회의인 카테달이 열리기도 하니까, 그때 만나게 되겠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또 계획을 세웠다.
...그전에, 일단 월광교 이후의 개판나는 상황을 대비하기 위해서라도. 우리 PMC부터 만나고 올까.
***
"좋네. 전보다 훨씬 많이 늘었는걸?"
유성그룹의 PMC, 유성스쿼드 본부.
그곳 지하의 훈련실에서, 나는 우리 PMC멤버들의 훈련 성과를 지켜보고 있었다.
"흥. 이게 뭘요. 아직 부족해요."
내 칭찬에 새침하게 답하면서도, 입꼬리가 살짝 씰룩이는 2호 노랑이.
빛의 화살을 쏘는 능력을 가진 그녀는, 전보다 실력이 훨씬 늘은 모양세를 고였다. 활 명중 정확도도, 그리고 빛의 화살의 위력도 그렇고.
그러니까 이제는 거의 초창기 스타더스랑 비슷할 지경.
물론 초창기 스타더스는 지금의 강해진 스타더스보다는 훨씬 약하지만, 그래도 A급이었다는걸 감안하면 노랑이의 실력은 대단한 성장세라고 할 수 있다.
그만큼 파워인플레가 지속되었고, 노랑이가 내가 힘들게 찾은 원석인걸 감안해도 말이지.
근데 스타더스 얘기하니까, 요즘 스타더스는 뭘 하고있을지가 궁금하네. 또 빌런잡고 있으려나. 집에 돌아가서 팬카페나 정리해봐야겠다. ...잠깐, 왜 이런 생각을 하고있는거지. 일단 PMC 애들한테 집중하자.
그렇게 상념을 털어낸 나는, 다시 한명 한명을 봐줬다. 우리 3호 빨강이. 불타오르는 펀치를 주 능력으로 쓰고 대검도 휘두르는 그녀또한 상당히 강해졌다. 서은이가 만든 특제 훈련용 로봇과 싸울때 보면 판단력이나 공격의 위력이 전이랑 비교가 안 될 정도.
"하하, 저 잘했죠?"
"응. 잘했어."
그리고 4호 파랑이. 파랑이도 꽤나 강해졌다. 비록 아직까지 그녀가 만드는 비눗방울 자체는 약했지만... 파랑이는 어차피 다른 이들과 함께할때 진가가 드러나니 상관없었다. 그녀와 함께하는 멤버들은 강해지니까.
하여튼, 그렇게 3명을 모두 봐준 나는 이내 마지막으로 우리 PMC에서 제일 주의깊게 보고있는 1호의 실력을 테스트해봤다.
"흐아앗-!"
휘이이이이이잉. 쾅.
폭풍처럼 날아올라 번개처럼 칼을 휘두르는 그.
뒤로 묶은 그의 회색빛 머리가 휘날리며, 바람을 가르는 칼을 미친듯 휘두르는 그. 실로 남자다운 공격이었다.
그렇게 멤버들중에서도 제일 빠른 시간내에 적을 처치한 뒤, 숨을 헐떡이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에게 난 고개를 한번 끄덕여줬다.
...역시, PMC 멤버들 중에는 얘가 제일 물건이다.
그렇게 훈련이 끝난 후 멤버들을 불러모은 나는, 치하를 해줬다.
"다들 수고했다. 정말 열심히 훈련한게 눈에 띄네. 이대로만 가면 좋겠다."
진심이었다.
너희들이 어서 강해져야, 2기는 니네들이 가르치지. 이게 바로 영웅 자동화 공장. 1기는 2기를 키우고 2기는 3기를 키워 PMC 능력자들을 복사한다. 그게 내 계획이었다.
하여튼 내 칭찬에 뿌듯해하는 그들을 보며, 나는 오늘 하루는 그들과 어올려주기로 결정했다. 그래. 또 히어로의 마음가짐과 정신에 대해 얘기해주면 되겠네. 스타더스를 예시로 들면서.
좋아. 교육의 시간이다.
***
그날밤.
다인이 떠난 이후, PMC 숙소.
"하암..."
방에 모인 4인방은, 하품을 하며 앉아있었다.
모인 이들이 나눈 대화거리는 당연히, 다인에 관한 것.
대충 칭찬받아서 좋은 2호, 3호와 앞으로 안심하지 말고 더욱 정진해야 한다고 말하는 1호. 그리고 졸고있는 4호가 모여있었다.
그렇게 모여서 이런저런 대화를 나누던 그들은, 자연스럽게 히어로들에 대한 얘기로 갔고.
"야, 그거 틀어보자. 스타더스가 저번에 용과 싸운 영상."
"그럴까?"
전투와 실전에 관한 얘기는, 현재 한국에서 가장 강한 히어로이자 다인이 늘 입을모아 칭송하는 스타더스에 관한 주제로 흘러갔다. 특히 오늘따라 무언가 아련한 표정을 지어가며 더욱 스타더스를 칭찬하던 그였다.
하여튼 다인의 주입식 사상교육 덕분에 스타더스를 본받아야할 이상이자 목표로 바라보고 있는 그들.
그런 그들이 자연스럽게, 스타더스의 전투영상을 보는건 무리가 아니었다.
"와, 쩐다..."
"어떻게 저렇게 움직이며 용이랑 맞섰지? 저걸 데리고온 에고스틱도 대단하네."
그렇게 그들이 감탄하던 그때.
화면속 에고스틱을 벽에 등을 기댄채 지켜보던 1호는, 무언가를 이상한걸 깨달았다.
"잠깐, 저 남자..."
역시 보면 볼수록, 뭔가 익숙한 느낌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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새해.
세계가 갈수록 여러 빌런들의 등장으로 삐걱삐걱해도, 새로운 해만큼은 여지없이 찾아왔다.
[세계 각국 소식을 알아보는 글로벌뉴스 시간입니다. 미국이 오늘, 시간이동 능력자인 S급 엑스 마키나의 정체를 공식적으로 인정했습니다. 더붙어, 그의 사망소식을 밝혀 안타까움을 사고 있는데요. 발표된 지금까지 그의 공적들을 들은 시민들 사이에서 애도의 물결이...]
그리고 역시나 새해가 찾아오자마자 들려온 엑스 마키나의 사망 소식.
나는 그걸 보고서야 드디어 확신했다. 그래, 확실히 원작대로 시간이 한번 돌려졌기는 했나보구나.
더붙어, 그의 사망 소식으로 정체가 밝혀지며 나에 대한 주가도 뛸 가능성이 있어보였다. 저번에 카테달에서 내가 아무도 모르던 그의 정체를 공개하지 않았는가. 다들 믿지 않던가 긴가민가 했을텐데, 이번 소식으로 확실히 깨닫게 되었을 것이다.
아! 에고스틱, 이놈이 진짜 뭔가 있구나-라고.
하여튼 그렇게 나에관해 관심이 생긴 놈들은 날 따로 알아보거나 할테고, 그러면 대충 나에대해 알게 될거다. 일단 다른건 몰라도 다른나라 약탈하러 갈때 하필 한국으로 침입해 오지는 않겠지.
어쨌든 그렇게 외국에 소문을 내서, 애초에 이놈들의 침입을 막아 스타더스가 개고생 하는거 막는게 내 목표다. 한국 빌런들중 악질들은 내가 미리 제거하는게 쉬운데, 외국 빌런들은 좀 오래 걸리는만큼 애초에 막는게 제일 좋다.
하여튼 카테달은 이런 식으로 차근차근 영향력을 넓히면 끝이다. 앞으로도 정보 몇개 더 푸는식으로 하면 되겠지.
...그래. 일단 이런 복잡한 생각은 나중에 하고.
일단 밥부터 먹자.
"잘먹겠습니다."
"네에. 맛있게 드세요."
그렇게 우리는 새해를 맞아, 식탁에서 떡국을 먹고 있었다.
싱긋 웃으며 우리가 먹는 모습을 지켜보는 수빈씨. 나도 만드는걸 같이 도왔기에, 이미 수빈씨랑 같이 간본다며 한그릇 먹어서 적당히 덜어 먹고있었다.
"맛있어?"
"네. 맛있어요 다인오빠."
생긋 웃으며 그렇게 답하는 은월이.
그래, 잘먹으니까 보기 좋네. 이상하게 요즘들어 은월이가 눈에 밟힌다. 뭔가 조금이라도 더 챙겨주고 싶은 기분? 약간 은월이를 볼때마다 약한 죄책감이 생기는데, 왜 이런 기분이 드는지는 잘 모르겠다.
...뭔가 기억나긴 할거 같은데 말이지. 이상하네.
"그리운 맛이구나. 예전에 마을 사람들이 나에게 이걸 대접하고는 그랬지..."
한편 옆에서는 갑자기 추억에 잠긴 신령씨가 뭐라고 중얼거리고 있었다. 대체 언제적 얘기인지는 잘 모르겠는데.
하여튼 오늘의 식사자리는 훈훈하니 좋은 분위기였다.
밖에는 눈이 내리는 와중에, 따뜻한 집안에서 온 식구가 다같이 모여 떡국을 먹고있는 광경은 그야말로 보기만해도 마음 속 한구석이 따뜻해지는 광경이 있었다.
"...보기 좋네요. 그쵸?"
"네. 다들 잘 먹어주니 좋네요."
내 그런 말에 미소지으며 대답해주는 수빈씨.
우리는 그렇게 다들 먹는걸 흐뭇하게 바라봤다.
"와, 오빠. 저기 밖에 봐봐요. 눈이 펑펑 내려요!"
그때, 내 팔 소매를 잡더니 그렇게 말하는 서은이.
나는 그 말을 듣고 창밖으로 고개를 돌려봤다.
확실히, 전보다 펑펑 내리는 눈.
이번 겨울따라 눈이 많이오는 모습이다. 테러하기 안좋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서은이가 눈을 반짝거리며 말했다.
"이런날은 눈싸움을 해야해요!"
"응?"
갑자기 나온 눈싸움에 내가 고개를 갸웃거리는 사이, 이미 그 말을 옆에 앉아있던 최세희와 서자영이 들어버렸다.
"오, 눈싸움이라. 좋은 생각인걸? 어렸을적에 하고 커서는 한번도 한적이 없네."
"....좋아. 오랜만에 최세희한테 누가 언니인지 말해줘야겠네."
"하, 너가 날? 그 반대겠지."
"헤에. 화났어?"
"아니? 널 어떻게하면 눈사람으로 만들까 생각중인데?"
그렇게 갑자기 불붙은 최세희와 서자영.
...사실 서은이가 눈싸움하자고 한걸 듣고 우리 서은이, 아까까지만해도 자긴 이제 고3이라고 거의 성인이라고 주장하더니 이럴때는 애같다고 하려 했는데... 이래서는 누가 어른인줄 모르겠네.
뭐, 이렇게.
자연스럽게 밥을 다먹고 할 일이 정해져버렸다.
***
빌런.
테러를 일으켜 사회를 혼란스럽게 만들고, 평범한 사람들에게 공포의 존재로 군림되는 이들.
압도적인 이능으로 일반인들을 위협하는, 무시무시한 그들은 평소에는 뭘하고 있을까.
답은 눈싸움이었다고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