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스타더스가 왜 미소를 짓고있는 진 잘 모르겠고, 그리고 어째 말투가 기존보디 뭔가 좀 부드러워진거 같긴한데 기분 탓일거다. 뭐, 어쨌건 바로 싸울 분위기라는게 중요하겠지.
나는 그렇게 하하하!하고 다시 한번 웃어준 뒤, 그녀에게 말했다.
"...네. 좋습니다, 좋아요! 어디 한번 막아 보시죠, 할 수 있다면 말이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용과 함께 다시 높이 날아올랐고.ㆍ
그렇게 싸움의 시작을 감지한 용의 형상을 신령씨가, 능력을 사용해 수많은 고드름침같은 얼음 칼날들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
[둘이 분위기 ㄹㅇ 모야모야(´,,•ω•,,`)ㅋㅋㅋㅋ]
[어쨌든 드디어 싸움 시작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 이거지 자 드가자~]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드래곤 배틀 시작ㅋㅋㅋㅋㅋㅋ]
[얼음룡 킷사마~~~~!!!]
[개같이 근처 건물 옥상위에 올라와서 눈맞으며 직관중ㅋㅋㅋㅋ 이게 인생이지ㅋㅋㅋㅋㅋ]
[드래곤 펀치! 드래곤 펀치! 드래곤 펀치!]
*
본격적인 싸움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
사실 신하루는, 에고스틱을 다시 보는게 약간 긴장되었었다.
저번에 그 통칭 악마성 앞에, 그가 자신을 구하러 와줬던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서, 심장이 약하게 뛰어서. 너무나도 그의 뒷모습이, 안심이 되서.
그가 빌런인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아무리 적대하려고 해도 가슴은, 그가 밉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렇기에 신하루는, 에고스틱을 다시 보는게 좀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반응을 자신이 보일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그를 보면 뭐라고 해야할까. 아니지, 그는 자신한테 어떻게 나설까? ....아마 평소의 에고스틱 대로라면, 그냥 예전과 똑같이 나올 거 같기는 한데...
사실 그보다 더 깊이 에고스틱이 테러를 하는 이유와, 그의 주변 여자들의 관계, 그가 빌런이 아닌 이유를 찾는 깊은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그것들도 다 에고스틱을 다시 만났을때 어떤 얼굴로 그를 대해야할 것인지에 포함되는 것이였다.
하여튼 결국, 마침내 그날이 왔다. 에고스틱이 마침내 새로운 테러를 일으킨 그날이.
그리고.
스타더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고민들을 싹 잊고, 그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당황스럽게 바라보았다.
...쟨 대체, 저 용 같은건 어디서 구해온거야?
함박눈과 얼음같은 싸라기눈이 섞여 내리는 하늘.
그곳에 날아온 그녀가, 드래곤을 탄 그의 모습을 보고 벙찌던 그때.
자신을 본 에고스틱이, 입을 열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용은 에고스트림의 새로운 멤버다, 나는 서울을 점령할거다...같은, 다른 빌런이 그랬다면 분노하고 적대시했을것이나, 어쩐지 그의 입에서 나왔기에 오히려 평소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말들.
...그와 별개로, 스타더스는 여전히 살짝 멍하게 서있었다. ....용이고 뭐고, 막상 에고스틱, 그의 웃고있는 얼굴과 눈을 다시 마주하게 되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었다. 테러를 일으키는거에 화내야하나? 아니면 저번 일을 물어야하나? 뭔가 하고싶은 말은 많았는데, 머릿속에서 꼬인 기분.
그리고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던 그녀의 정신을 일깨운건, 에고스틱의 다음 한마디였다.
"스타더스씨.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제 공격을 당해낼 수는 없을겁니다. 요즘 좀 꽤 많이 활약하시는 것 같던데,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으응?"
"뭐, 당신이 이 자리에서 저를 막아내신다면 인정해 드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있을리가 없죠. 인간이 어찌 용을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하하-! 웃는 그.
그리고 그 순간에서야, 그녀는 에고스틱의 의도를 깨달았다.
아, 나보고 자신을 막으라는 말이구나. 이 용을 막아내보라는거구나.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스타더스.
그리고 그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에고스틱은 늘 이랬었지. 처음이나 지금이나, 늘 무언가의 시련을 그녀에게 던져주고 자신보고 극복해보라고 했었다.
...뭔가, 익숙한 느낌.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는. 신하루는 깨달았다
나는 이제, 에고스틱이 하는 테러를 테러라고 생각도 안하는구나.
그가 일으키는걸, 그녀 자신에게 주는 시련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뭐가 진실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정말 테러일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게 뭐가 중요해.
결국, 이것또한 에고스틱 그가,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해준 것인데.
그래.
그러면, 그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줬는데.
나도, 최선을 다해 상대해 봐야겠지.
그리고 보여줘야겠지, 극복하는 모습을.
그가 원하는게 그런걸테니.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겠다. 내가 여기서 너를 막아내면 되는거지? 이번에도."
그리고 자신의 그런 대답에 씨익 웃어보이는 에고스틱을 보며, 그녀는 확신했다.
역시, 이게 그가 원하는 것이라고.
그럼,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잖아.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녀는 주먹에 빛을 내뿜으며 쥐었다. 그의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 그리고 그로부터 승리하기 위해.
그녀는, 날아올랐다.
***
폭설이 내리고있는 하늘.
그곳에서는, 마치 신화적인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신령씨, 저기 앞쪽에 눈폭풍!"
빠르게 허공을 가르는 용 위에 타서, 나는 신령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내 말에 맞추어 눈보라를 일으켜주는 그녀.
그리고 그 결과, 우리쪽을 향해 맹령하게 날아오던 스타더스의 시선이 순간 가려졌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다시 저 위쪽으로 날아간 우리.
"이대로 벼락 한방 더!"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 허공에서 날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렉트라만큼 강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눈폭풍속에 뜬금없이 떨어지니 황당한 그것.
그렇게 현재 신령의 용의 힘으로, 하늘은 그야말로 마치 천지창조같은 형상을 띄우고 있었다.
사방에 쏟아지는 폭설, 눈사이에 뜬금없이 떨어지는 벼락, 그리고 몰아닥치는 회오리같은 폭풍우. 이 모든게, 오직 스타더스 한명만을 상대하기 위해 쏟아지는 상황.
*
[진짜 지랄났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테러? 내가 지금까지 본 테러는 도대체?]
[그냥 에고스틱이 서울 먹는게 맞는거같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
[아니 지금 이게 다 저 드래곤 한명이 쓰는 능력인거임? 그냥 미쳤는데?]
[에고스트림 걍 마음만먹으면 대한민국도 정복 쌉가능일거같은데ㅋㅋㅋㅋㅋ]
[근데 이와중에 저거 다 뚫고오는 스타더스가 더 대단하네 와ㅋㅋㅋㅋ]
*
그리고, 그 말대로.
스타더스는 이 모든걸 뚫고, 나를 향해 날아오고있었다.
"그래, 이거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으며 외쳤다.
그래, 이정도는 해줘야 나의 영웅이지.
그럼 이것마저 뚫는다면 바로, 다음단계로 가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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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휴우...."
전투가 한창 진행되던 순간.
잠시 눈보라와 얼음뭉치들로 스타더스를 아래쪽에 묶어둔 나는, 윗쪽에 올라와 잠깐 숨을 돌리고 있었다. 편히 쉬려고 이미 카메라도 저 아래쪽에서 스타더스를 찍으라고 치워논 상황.
....물론, 사실 내가 한거라고는 용의 등에 앉아 안떨어지려고 한게 다긴 하지만.
하여튼, 그렇기에 나는 잠시 신령이랑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하아, 신령님. 어떠세요. 할만하세요?"
"...어째서인지 수치심이 드는거 빼고는 할만하구나. 그건 그렇고, 저 아이..."
그렇게 잠시 눈빛으로 눈보라를 한번 더 조작한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상당히 강하구나. 내 이능을 비등하게 상대할 정도로."
"그렇죠?"
"...확실히, 네 말이 맞나 보구나."
스타더스만이 멸망을 막아낼 수 있다고 한 내 말.
그 말을 기억했는지, 신령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그녀또한 이렇게 말할 정도면 스타더스가 확실히 강해지기는 했나보다.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앞으로 빌런들의 파워인플레는 계속 일어나는 만큼, 여기서 더욱 성장시켜야 한다.
"자, 그러니 다시 갑시다!"
"...그래, 알았다. 크흠. 흠."
잠시 목을 가다듬는 우리 신령님.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눈보라를 뚫은 스타더스또한 우리를 향해 맹렬히 날아오고 있었고.
잠시 목을 가다듬은, 용의 모습을 한 신령님은 다시 날아오는 스타더스를 향해 눈을 질끈 감더니 드래곤의 포효를 날려줬다.
"....크아아아아아!"
그렇게 한번 더 울부짖은뒤 살짝 수치심에 의해 현타가 온듯한 그녀와 함께, 우리또한 스타더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래. 이제 마법적 전투는 이만하면 됐다. 이제는 육탄전에 돌입해야 할 때.
과연 스타더스는 용을 상대해 낼 수 있을 것인가. 그건 모를 일이였다.
그래도, 한번 해봐야지. 그녀가 능히 버텨낼 수도 있으니.
그렇게 나는 찬바람을 가로지르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으로 용의 등을 타고 스타더스 쪽으로 내리꽂았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자 윤곽이 보이는 스타더스의 얼굴.
눈보라를 뚫느라 지쳐보였지만, 여전히 나를 향해 올곧게 빛나고있는 그녀를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줘야지.
좋아, 그럼 하이라이트로 가볼까.
"좋습니다! 스타더스씨, 좋아요! 이렇게 나와주셔야죠!"
거기까지 말한 나는, 이내 미리 준비해놨던 얼음의 창을 꺼내 염동력으로 내 뒤에 둥글게 띄웠다.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었다.
***
[실시간 서울 상공 근황ㅋㅋㅋㅋㅋㅋㅋ]
(에고스틱이 용타고 스타더스랑 싸우는 움짤)
망고드래곤 vs 스타더스 희대의 이벤트 몇십분째 펼쳐지는 중
이게 바로 두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댓글]=
[우리 회사 사람들 다같이 옥상 나와서 구경하는 중ㅋㅋㅋㅋ 무슨 불꽃놀이 하듯이 펑펑 터지는데 재밌음ㅋㅋㅋㅋㅋ]
ㄴ[ㄹㅇㅋㅋ 무슨 판타지 영화 보는 기분임ㅋㅋ 눈맞아서 좀 추우니 다들 자판기 율무차 뽑아 마시면서 구경중]
[에고스틱은 ㄹㅇ 전설이다... 대체 저 용은 어디서 가져온거냐? 멤버들 라인업 하나하나가 레전드네]
[지금 에고스틱 방송 시청자수 보니까 그냥 거진 다 보고있는듯ㅋㅋㅋ 아 이번에 본방사수 못하면 또 몇개월 뒤일지 모른다고ㅋㅋㅋ]
[근데 이거 누가 이길꺼 같냐? 드래곤 대단한데 스타더스도 은근 만만치않네ㅋㅋㅋㅋ]
ㄴ[사실 히어로들끼리 친선전투라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네요!]
ㄴ[ㄹㅇㅋㅋ]
***
콰아아아아아앙.
"아이고...."
구름 사이 상공.
그곳에서 스타더스에게 한방 얻어맞은 우리는, 잠시 뒤쪽으로 밀려 날아갔다.
"괜찮으세요, 신령씨?"
내 질문에 문제없다는 듯 끄덕여지는 용의 머리.
"그럼 다행, 에취. 스읍, 다행이네요."
나는 잠시 기침을 하고는 그렇게 답했다. 아오, 추워...
벌써 전투가 진행된지 거의 몇시간째.
이제 슬슬 나도, 신령씨도 힘들 무렵이었다. 아니, 스타더스는 왜 안지치는거야? 2대 1로 싸우는데도 어디서 힘이 샘솟는지 계속 공격해오는 그녀가 감탄스러울 지경.
"아무래도, 이제 필살기 쓰고 끝내봅시다. 이정도면 충분할거 같네요."
나는 신령에게 그렇게 말했다.
...오늘 오래 싸웠다. 스타더스 비행훈련을 아주 날잡고 넉넉히 시켜준 느낌. 특히 앞으로는 날아다니는 적들이 많이 등장할걸 생각하면,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마지막 공격을 날리고 퇴장해보도록 할까. 박수칠때 떠나는 사람이 아름다운 법이다.
그렇게 상의를 끝낸 우리.
그리고 잠시 뒤, 신령이 먹구름으로 만든 연막 사이에서 잠시 해매다가 다시 순식간에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스타더스를 향해.
나는 큰소리로, 상공에서 외쳤다.
이제는 아예 용의 등 뒤에 서서, 박수를 치며.
"훌륭합니다. 스타더스씨. 참으로 훌륭하군요. 당신이 이렇게까지 잘 싸울줄은 몰랐는데, 제가 당신을 과소평가 했군요."
짝짝짝.
바람이 부는 허공에, 내 망토가 휘날려지며 동시에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잠시 내 앞에 멈춰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스타더스. 귀여웠다. 잠깐, 이게 아니라...
하여튼, 나는 그렇게 갑작스러운 내 돌발행동에 의아해하고 있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마지막으로, 필살기를 날리는 게임 속 보스처럼 선전포고를 했다.
"잘 버티셨습니다만, 이제 슬슬 끝내야 할 때가 온거 같군요."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은 나.
그리고 공중에 띄워진 카메라를 의식하며, 나는 밑밥을 던졌다.
"이제, 제 드래곤의 최종 필살기를 쓸 때가 된거같군요. 이것마저 버티신다면, 제가 인정하고 물러나겠습니다만... 하하하! 그럴 수 있을리가 없죠!"
"....아하, 그런건가."
"그런겁니다. 자, 신령씨. 갑시다!"
내 말에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용의 머리가 보이고.
이내, 입을 크게 벌린 드래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늘색 에너지가 구형으로 뭉치더니, 엄청난 기세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눈치챈 스타더스가 팔로 앞쪽을 막듯 감싸던 그때.
나는 신령씨에게, 그대로 외쳤다.
"쏘세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슈우우우우우욱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드래곤의 입에서 그대로 푸른 파괴의 광선이 뿜어져나왔고.
그리고 그것이, 정확히 스타더스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면서.
쾅, 하고. 그대로 그녀와 충돌했다.
"흐으읍."
그리고 나는, 용의 등 위에서 불어오는 엄청난 바람에 떨어지지 않게 한손은 등을, 다른 손은 모자를 잡은채 버티고 있었다.
앞쪽에서 느껴지는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
신령의 순수한 능력을 그대로 쏘아보낸, 일명 비기 파괴광선이었다. 사실상 원작에서도 나왔던 그녀의 필살기.
그리고 나는 그걸, 조금 약화된 상태로 그대로 스타더스에게 쏘게 했다.
왜?
그녀가 버틸 수 있을거라 믿었으니까.
그리고, 버텨내야 했으니까.
"크윽..."
나는 여전히 넘어지지 않게 등뒤에 밀착한 뒤, 앞을 바라보았다.
스타더스가 튕겨져 나간다면 즉시 발포를 멈추기로 하였으니, 아직까지 용의 브레스를 쏘고있단건 스타더스가 안튕겨져나가고 버티고 있다는 소리.
그래, 그거다 스타더스.
넌 할 수 있어! 버티는거다!
...내가 공격해놓고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하여튼.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들릴리 없는 응원을 하였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스타더스는, 해냈다.
몇십분처럼 느껴진 몇분간, 애써 버티던 스타더스는.
이내 그 에너지포를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오히려 우리에게 튕기기까지 한거다.
자랑스럽다, 스타더스. 또 하나의 벽을 넘겼구나.
믿고 있었다고...!
그렇게 기쁜 일이었지만, 사소한 문제가 생겼었다.
바로 스타더스가 튕겨낸 에너지포가, 다시 반대로 날아와 우리를 맞춘거.
"아."
그렇게 우리는 추락했다.
아 그리고 물론, 힘을 다한 스타더스도 같이 나란히 밑으로 추락했다.
"...음, 이건 제 계획에 없었는데 말이-"
...그게 내가 카메라가 박살나기전, 방송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
"...아으으."
그렇게 떨어진 우리.
다행히도 우리 신령씨가 정신을 잃었던거까지는 아니라, 연착륙을 해서 어디 다치지는 않았다. 무슨 자이로 드랍을 타듯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렇지.
하여튼 지상으로 돌아온 기념으로 나는 다시 땅 밑을 밟았다. 하아, 이제 살겠네. 역시 인간은 하늘보다는 땅에 살도록 설계된 동물이다.
그리고 마침 어디 숲같은 이 공터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스타더스의 모습.
그녀도 막 히어로랜딩을 하며 착륙했는지, 비교적 멀쩡한 모습이였다. 굉장히 지쳐보이기는 했지만.
하여튼, 그렇게 두리번 거리다 나를 딱 발견한 그녀.
이내 나를 그녀가 바라보던 그 순간, 나는 먼져 선수를 쳐 말하기 시작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스타더스씨. 그걸 버티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되면 하하, 제 패배군요! 이번에는 저희가 물러나겠지만, 다음에 올땐 다를겁니다!"
나는 그렇게 웃으며 말한뒤, 자연스럽게 용의 형상을 한 신령씨 옆에 섰다. 좋아, 이제 언제든 튈 수 있어서 안심이다.
그렇게 옆에 서 순간이동할 준비를 한 채, 나는 스타더스의 마지막 말을 기다렸다. 스타더스 전문가인 내가 봤을때, 아마 대충 욕을 하거나 달려들거나 둘 중 하나겠지 뭐.
그러나, 그녀의 말은 내 예상 밖이었다.
달려들지도, 욕을 하지도 않고. 그저 거친 숨을 내뱉더니.
스타더스는, 내게 물었다.
"...다음이 언젠데?"
"...네?"
"언제 올건데. 너, 말만 그러고 어차피 자주 안오잖아."
약간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살짝 힐난하듯 내게 말하는 그녀.
...대체 왜 이런 질문이 나오는거지. 무슨 의도인지 잘 모르겠다. 근데 그전에 아니, 그리고 나정도면 테러 자주 하는 편 아닌가? 억울했다.
어쨌든 언제 오냐는게 그녀의 질문. 언제 다시 볼 수 있나...
아, 생각해보니 다음이 바로 그 이벤트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나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뭐, 다음번에는 금방 다시 볼 수 있을겁니다."
일단은 여기까지만 말할까.
뭔가 히어로와 악당 사이에 대화라기에는 데이트 약속잡는 연인같은 느낌이라 좀 이상했지만, 내가 봤을때 그녀는 내 다음 테러의 날짜를 유도해서 알아낸 뒤 미리 대비하기 위해 은근슬쩍 물은거 같았다. 역시 스타더스, 마지막까지 똑똑하네.
하여튼 답까지 한 나는 '그럼 이만', 이라고 말하고 다시 순간이동해 그녀의 앞에서 사라졌다.
물론 막상 가려고하니까 신령씨가 아직도 용 모습이라 순간이동 같이하기에는 너무 부피가 커 신호줘서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고, 그걸 본 스타더스의 얼굴이 왜인지 살짝 굳는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귀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보니 또 이번 테러로 난리난 대한민국. 음, 한동안은 안심이다.
그렇게 오늘의 테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티비에 흘러나오는 포효하는 용의 모습을 한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얼굴이 붉어져 '으으...' 거린 신령씨 빼고는, 모두가 행복하게 끝났다
잘됐구만, 잘됐어.
다음화 보기
에고스틱의 드래곤 테러가 대한민국을 강타할 무렵.
"아니야!...카, 카타나... 난!"
"닥쳐라!"
일본의 야쿠자 조직 삼합파 본부.
지하실.
어두운 그곳에서는, 배신자를 처단하는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카타나 아가씨. 모든 정황이 다 파악되었습니다. 히시모토 나츠하, 그녀가 저희를 배신하고 협회에게 모든 정보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음모야, 이건 음모라고!"
지하실 맨 끝에, 일본식 도복을 입고 일본도를 찬 검은 묶은머리를 한 여자. 삼협파의 수장 카타나.
중앙에 조용히 앉아있는 그녀의 아래에는, 장성한 남자 2명이 한 여자. 배신자, 히시모토 나츠하를 무릎꿇린채 잡아놓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서서 나츠하의 행적을 읊는 부하.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해도, 최근들어 저희가 전투에서 패배하던 이유가 이 여자 때문인거 같습니다. 전술부터 저희 병력에 약점, 공습위치까지... 그냥 모든걸 다 넘겼었더군요."
"이거는! 모함...읍읍."
이내 여자의 입이 옆의 부하들에 의해 막히고.
그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던 카타나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대체 어째서일까.
자신이 가장 믿었던 친구가, 어째서.
그녀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늘 자신의 곁에 있던 나츠하, 처음부터 함께한 그녀가.
사실은, 협회의 개. 배신자였다니.
S급 빌런들의 회의, 카테달. 거기서 만난 그 남자가 자신에게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영원히 상상도 못한채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오랜 친구가, 배신자였다는 사실을.
그렇게 씁쓸한 배신감에, 조용히 자신을 향해 악다구니를 쓰던 옛 친구를 바라보던 카타나. 그녀는 이내 한숨과 함께, 옆의 부하에게 명령했다.
"처리해."
"넵!"
"으읍! 으으으으읍!!!"
그녀의 말에 발작하는 배신자였으나, 이내 어디론가 끌려가더니 곧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몇분후, 조용히 올라오는 부하.
"아가씨, 처리했습니다."
"잘했어. 좀 쉬어."
"넵."
그렇게 손을 저어 부하들을 모두 몰린 후.
다시 지하실에 홀로 남겨진 카타나는, 한숨과 함께 생각에 잠겼다.
...오랜 친구가 배신자였다는 것에 충격이 컸지만, 조직을 이끄는 그녀인만큼 언제까지 이렇게 충격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따지자면 사실, 잘될 일 아닌가. 드디어 배신자를 찾아낸건데.
"그래... 좋게 생각하자."
조용히 눈을 감았다 뜬 카타나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우울해할게 아니라, 오히려 축배를 들어야 한다. 그전까지 협회군을 상대로 지기만 하던 우리 삼협파가, 최근 나츠하에게 거짓정보를 흘린 뒤로는 승리만 하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라면, 저 간악한 협회와 정부를 처단하고 우리 일본을 다시 정상화 시키는 일도 무리가 아닐거다.
그렇게 허리춤의 일본도를 다시 만지작거리던 카타나는, 이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래, 그 남자.
에고스틱.
히시모토 나츠하. 그녀가, 배신자입니다.
자신에게 정보를 알려주었던, 한국의 그 빌런.
갑자기 옆나라니까 서로 잘지내보자며 정보를 하나 알려주겠다더니, 그는 그녀에게 이 정보를 알려주었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었다. 오히려 경계했었지. 일본 협회에서 그녀와 나츠하의 사이를 갈라놓을려고 수주했나,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지금의 썩어빠진 정부라면, 다른 나라의 빌런과 결탁을 하는 정도는 당연히 쉽게 할 수 있을테니.
그러나, 무언가의 찜찜함.
그리고, 회의장에서 그 에고스틱이란 남자가 보여주었던...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그런 느낌. 뭔가 모든걸 다 손바닥 위에 올린채 알고있는거 같은 그 여유로운 느낌의 모습에, 그녀는 혹시-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부하를 시켜 나츠하에 대한 뒷조사를 시킨 결과, 알게된 것이다. 그녀의 배신을.
그리고 나츠하에게 의도적으로 거짓정보를 흘리며 배제시킨 그날부터, 늘 지기만 하던 삼협파는 협회를 상대로 연전연승을 하고 있고.
그리고 이 모든건, 다 에고스틱. 그 남자 덕분이다.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영원히 상상도 못했었겠지. 아마, 모든 부하들을 다 잃고 자신마저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은혜를 입었네."
카타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제봤더니, 좋은 사람이었나. 하긴, 처음부터 그녀한테 서로 옆나라니 친하게 지내보자고 먼저 다가온 사람이었다. 그때 패전을 거듭해 예민한 상태여서 까칠하게 답한것도 자신이었고.
...은혜를 입었으면, 갚는게 도리겠지.
우리 삼협파는 은원 관계를 그 무엇보다 더 중요시하는 만큼, 더더욱.
그렇게 카타나는 다음 회의에서 에고스틱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자고 다짐했다. 감사의 말도 할겸, 그리고...
'에고스틱도... 나와 같은 류였지.'
썩어빠진 정부에 들고 일어선 삼협파, 우리들이 비록 빌런으로 불릴지언정 국민들은 좋아하듯, 에고스틱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테러를 보면 사상자는 거의 안나온다 하고.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던 카타나는, 문득 저번 회의를 떠올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잠깐. 생각해보니까 그때 그가, 시간을 돌리는 히어로가 미국에 있다고 했었지.'
나츠하도 맞춘 그의 말이니, 아마 이 정보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대체 그는 뭐하는 인물인걸까. 어떻게 그런걸 알지.
카타나는, 그런 의문이 문득 들었다.
***
[일본 빌런조직 삼협파가, 최근 정부와 협회를 상대로 승리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흐음?"
드래곤 테러가 일어난지 며칠후, 에고스트림의 큰 집.
그곳의 거실에서 어느날과 다를 것 없이 소파에 앉아있던 나는, 티비에서 문득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화면에 나오는, 카타나의 얼굴.
그 뒤로 앵커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부터 계속 정부군에 밀리던 삼협파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계속 승리하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이에 일본 협회는 꽤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시민들중에서는 썩어빠진 협회보다 삼협파가 낫다며 지지세력도 꽤나 많은만큼...]
아.
카타나가, 내 말을 들은건가?
"왜 갑자기 티비에 집중해? 저런 타입의 여자가 취향이야?"
"아니, 갑자기 음해는 하지말고...."
그렇게 티비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숨 쉴 틈도없이 바닥에서 날아오는 서자영의 음해를 처단한 나는, 다시 뉴스를 시청했다.
...삼협파가 이기고 있다는 뉴스.
잘 된 일이다. 아마 카타나가 내 말을 듣고 배신자를 처리한거겠지.
이로써, 일본의 운명도 원작과는 어느정도 달라졌다.
본래라면 삼협파가 완전히 괴멸되고 카타나도 죽었겠지만, 이제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
적어도 월광게이트 전까지는 버텨줄거다. 그정도면 됐다. 그 썩어빠진 협회가 일본을 완전히 먹었다가 게이트 터지니까 대처하나 못해서 일본이 다 망해가는 일은 이제 없겠지. 일본이 괴물 소굴이 되는 바람에 한국까지 영향을 미쳤던 몇몇 이벤트도 사라질거고.
물론, 삼협파가 일본협회를 완전히 몰아내울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하하,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뉴스는 어느덧 일본쪽 소식이 끝나고.
[네, 그리고 다음소식은 에고스틱과 드래곤이 함께 나왔던 테러에 관한건데요, 테러가 담긴 영상이 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함께보시...]
"아니, 무슨 이 얘기를 하루종일해."
화면에 또 나오는 용을 탄 내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채널을 바꿨다.
...근데 용 하니 생각난건데, 신령씨는 또 어디계신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난김에, 신령을 찾으러 갔다.
...아마 늘 있던, 집의 대문 앞 난간에 앉아계실려나.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령씨, 뭐하세요?"
큰집 앞에 펼쳐진 푸른 숲.
신선한 피톤치드의 냄새가 나는 밖에서, 신령씨는 잔디쪽에 발을 뻗고 여느때처럼 조용히 숲을 보며 앉아있었다.
뒤에 비녀를 꽂은 길게 늘어트린 검은 머리에, 늘 입는 하얀색 소복을 입은채 곰방대를 들고 앉아있는 그녀.
혼자서 무언가 차분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그전날 하늘에서 크롸롸롸하고 울부짖었던 드래곤과 동일인 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였다.
"...네놈, 무언가 또 불경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느냐?"
"네? 하하, 그럴리가요."
"하아..."
속으로 찔끔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에 앉았다. 내가 앉기 쉽게 옆으로 살짝 비껴앉아주는 그녀.
그렇게 신령 옆에앉은 나는, 그녀가 바라보던 숲을 함께 바라보았다.
"...어쩌다보니, 다시 속세에 내려왔구나."
"어떠세요?"
"뭐, 나쁘지많은 않다. 이 집에 함께사는 이들도 다들 착한 이들인거 같고... 악당이란거 치고는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신령씨도 이제 악당 아니에요? 저 태우고 테러하러 같이 날아디니셨으면서."
"...한평생 수호룡으로 살아오던 내가 어찌 이리 되었는지. 하아. 그래도... 이것도 수호의 일종류라는 네 말을 듣고 이러고 있는거다."
그렇게 투덜거린 그녀는, 문득 용의 모습으로 크롸롸하고 날아다닌게 생각났는지 어지럽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음, 더 건들면 안될거같다. 저번에 서자영이 놀리다가 드래곤 브레스맞고 날아간거 생각하면...
그렇게 신령씨는 숲 보면서 계속 멘탈 힐링하게 냅두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복도를 걷다가 문득 보게된 벽에 걸린 달력.
"아... 그리고보니 이제 진짜 곧이네."
나는 달력을 보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메인 이벤트이자, 곧 '없던 일'이 될 이벤트.
세상의 멸망과, 시간을 돌리는 능력자 엑스 마키나가 죽을 그날이.
...뭐, 스타더스한테 곧 보자고 한 약속은 지킬 수 있겠네.
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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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와 만나서 한 마지막 테러이후, 몇주가 지났다.
"이제 슬슬 겨울이네..."
나는 베란다 밖에서, 이전보다 확실히 쌀쌀해진 바람을 느끼며 중얼거렸다.
올해의 끝도 점점 다가오고, 원작의 스토리 상으로도 점점 중반을 넘어가는 느낌.
벌써 이 세계에 떨어진지 몇년차, 괜히 감수성이 촉촉해지는 낮이었다. 본격적인 빌런 활동을 시작한지도 벌써 꽤 된 상황.
"흐아아!"
그런 감상을 하다가, 나는 밑에서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내렸다. 아래를 바라보니 보이는 기계장치를 탄 서은이. 숲속에서 훈련하다 여기까지 튕겨져왔나보다.
"어, 오빠!"
그리고 때마침 고개를 두리번거리던 서은이가 나를 보고는 손을 휙휙 흔들길레, 나도 살짝 미소지으며 손을 흔들어주었다. 그렇게 웃더니, 다시 훈련하러 달려가는 그녀. 지금쯤 새로 영입한 우리 신령씨가 훈련을 봐주고 있었지, 참.
나는 그렇게 다시 뛰어가는 서은이를 보며, 새삼 추억에 잠겼다.
...서은이도, 처음 만났을때가 중학생때였는데. 벌써 한두달뒤면 고3이다. 시간 참 빠르네. 예전에는 분명 어린애같던 서은이도, 예전과 비교하면 얼추 커보이기도 한다. 거기에 서은이랑 같이 테러를 시작한것만 따지면... 벌써 3년이 다되가는 상황.
"후우."
에고스틱이 되서 테러를 하기로 한 이후로, 어느덧 여기까지 왔다.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영입하고, 스타더스 성장시키고, 해외가서 다른나라 빌런들이랑도 만나고. 정말 많은 일들이 있었지.
즉, 그 뜻은 이제 슬슬 세계가 하드코어 해질 때가 왔다는 소리다. 사실상 지금도, 안 무너진게 이상한 세계이기도 하고. 히어로들보다 빌런들이 훨씬 많을 뿐더러, 빌런들 능력 하나하나가 굉장하다. 그나마 걔네들이 전부 미국에 몰려있어서 다른나라들이 그럭저럭 평온하게 굴러가고 있는거지.
...그리고 사실 우리나라만 봐도, 초거대기업이 나라의 금융부터 정치까지 다 잡아먹은 상황 아닌가. 듣기로는 이설아 말 한마디면 총리도 바뀐다고 한다. 물론 그 회장은 빌런과 결탁한 상황이기도 하고. 물론 그 빌런이 나다.
하여튼 결론적으로, 이 세상은 언제 무언가 터져도 이상할게 없다는 소리.
그리고 조만간, 그 무언가가 곧 터질거다.
그것도 큰게.
"다인씨?"
"...네?"
그렇게 상념에 잠겨있을 무렵, 문득 뒤에서 들려오는 소리.
목소리를 따라 고개를 다시 뒤쪽으로 돌리자 보인것은, 설핏 미소를 지으며 차를 들고온 수빈씨였다.
"추운데 그러면 감기걸려요. 따뜻한 차라도 마시고있으세요."
"아, 감사합니다."
나는 수빈씨한테 감사를 표하고 머그컵에 담긴 차를 손에 들었다.
마셔보니 따뜻했다.
"무슨 생각을 그렇게 하고 계세요?"
그렇게 차를 나한테 건내고 난 후, 자기도 난간에 몸을 기대더니 내게 그렇게 묻는 그녀.
"뭐, 이 생각 저 생각하고 있었죠. 앞으로 어떻게 해야하나... 뭐 그런거요."
"으응."
내 말에 살짝 침묵하던 수빈씨는, 이내 옅게 웃더니 내게 고개를 돌려 말했다.
"다인씨... 그래도 너무, 무리는 하지 마세요."
따뜻한 목소리로 말하는 수빈씨.
음, 내가 요즘 무리를 하는 것처럼 보였나?
내가 그렇게 말을 고를 무렵, 수빈씨는 계속 나에게 말을 이었다.
"다인씨가 많은걸 알고, 또 이 세상을 위해 열심히 뛴다는건 당연히 알지만... 그래도 가끔씩은, 한숨 돌려도 괜찮지 않을까요? 너무 일에 매몰되다 보면, 오히려 효율이 떨어질 수도 있어요."
다시한번 싱긋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수빈씨.
...음, 난 딱히 무리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데. 나정도면 쉴거 다 쉬면서 다 일하는거 아닌가?
"맞는 말이네요. 기억하겠습니다."
그래도 왠지 그렇게 말하면 안될거같은 분위기라, 나는 그냥 선선히 고개를 끄덕였다.
그렇게 살며시 웃더니, 다시 안쪽으로 들어가는 수빈씨. 안그래도 슬슬 추워졌으므로, 나도 그녀를 따라 베란다에서 다시 집 안으로 들어왔다.
그리고 같이 거실로 돌아왔을때쯤, 수빈씨는 설핏 웃던데 내게 농담을 던지듯 말을 걸었다.
"뭐, 아무리 요즘 세상이 불안정하다고 해도 막 내일 갑자기 멸망하고 그런건 아니잖아요."
"....하하, 그렇죠."
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 애써 웃어보이며, 나도 모르게 복도쪽에 걸린 달력을 힐끔거릴 수밖에 없었다.
음, 수빈씨.
세상이 내일 당장 멸망하는건 아니긴 한데.
그, 사실 다음주에 한번 멸망할거긴 해요.
물론 나는 그런말은 못한 채 입을 꾹 닫기는 했다.
어차피, 뭐.
없던 일이 될거니까.
***
원작 [스타더스트!]는, 중반부까지 굉장히 피폐했지만 그래도 희망을 가지고 따라가던 독자들이 꽤 있었다.
초기부터 풀린 스타더스가 남들과는 다른 특별한 힘을 가지고 있다는 떡밥. 그리고 그녀의 힘의 근윈이 다른 히어로들과는 다르다는 작가의 언급까지.
그랬던만큼, 맨날 빌런들 사이에서 구르는 스타더스를 보면서도 독자들은 희망을 가진 것이다. 그래! 언젠가는 스타더스가 갑자기 숨겨진 힘을 각성해서 다른 빌런들을 다 두들겨 패고 다닐거야!
그런 독자들의 멘탈을 박살나게 만들었던 이슈.
스토리 중간에 아무런 떡밥도 없이 갑자기 진행된, 세계 멸망 에피소드.
에피소드의 내용은 간단하다.
갑자기 세계 각국의 협회와 정부. 그리고 능력자들이 모두, 세상을 공격하기 시작했다. 핵폭탄이 날아다니고, 도시는 불타고, 히어로들이 미쳐서 도시를 무너트린다.
그렇게, 세상이 순식간에 망하는 과정을 담은 에피소드. 그게 뜬금없이 갑자기 나타났다. 순식간에 멸망하기 시작하는 세계에, 어째서인지 홀로 영향을 받지 않은 스타더스 혼자 고군분투하는 내용.
당연히 독자들은 난리가 났다. 그것도 하루만에 세계가 무너지는 과정을 3화에 담았는데, 일주일에 한화가 올라왔으므로 독자들에 무려 3주동안 진행된 에피소드. 그동안 작가가 미쳤다부터 온갖 낭설이 떠돌았다. 지금까지 세상의 멸망과 관한 떡밥은 월광교의 차원실험과 '신'의 존재등 없던건 아니지만, 그것들과는 아무런 상관도 없이 뜬금없이 세상이 망했기 때문.
그나마 고통의 3주이후, 마지막 에피소드에서 이 모든게 끝나게 된다. 제정신으로 돌아온 미국의 S급 히어로 엑스 마키나, 유일하게 시간조작이 가능한 그가 자기 자신을 희생해 세계의 시간을 돌려서 멸망을 막아낸 것. 그렇게 그 모든일이 '없던 일'이 되어, 에피소드는 끝이난다. 당연히 스타더스를 포함한 거의 모두가 기억을 못하고. 세계는 다시 평화를 되찾는다.
'.....하여튼.'
그 충격적인 에피소드가, 곧 시작되기까지가 머지 남지 않았다. 사실상 내가 할 수 있는 일도 전무. 트리거가 뭔지 아예 알 수 없다. 정황상 아마 정신오염을 연쇄적으로 시키는 돌아버린 능력의 S급 빌런이 튀어나와 이렇게된게 아닐까라고 추측할뿐. 어디까지나 원작 만화가 그 파트는 거진 철저하게 스타더스의 시점에서 진행되었기에, 알 방법이 없다.
어쨌든 결론적으로, 피할 수 없으면 즐기라는 말이 있듯. 나는 이 일을 이용해먹기로 했다.
멸망 에피소드에서 시간이 돌아간 이후어째서인지 시간능력자 엑스 마키나의 정체와 그의 죽음이 전 세계에 밝혀져 보도된다.
그리고 나는 그점을 이용, S급 빌런회의 카테달에서 미리 엑스 마키나의 정보를 알렸다. 지금은 다들 반신반의하겠지만, 나중에 공식 정보가 뜨면 그제서야 내 말을 믿게 되겠지. 그렇게 차근차근 영향력을 확대해가는거다.
사실 뭐, 이것말고는 크게 다른걸 준비할 필요도 없었다.
어차피 이 모든건 '없던 일'이 될거고, 나또한 그냥 평범한 하루처럼 보내게 되겠지. 물론 멸망을 겪기는 하겠지만, 어차피 시간 돌아가고 다 잊게될거니까.
그래서 나는 그 전까지 평범한 날들을 보냈다.
우리 PMC 에고스쿼드 멤버들 또 한명한명 코치해주고, 다음 테러 준비랑 카테달에서 풀 정보 선정하느라 고민하고, 미리 처리할 빌런들도 고르고, 멤버들 훈련을 도와주는. 그런 평범한 날들.
물론, 그것말고도 최소한의 준비는 해놨다.
...비록 이번에 세계가 멸망하는건 그 누구도 기억은 못하지만, 어쨌든 따지자면 겪게 될 일이다.
그리고 원작에서, 스타더스는 어차피 나중가면 시간이 역행된다는 것도 모르고 혼자 힘으로 무너지는 세상을 막겠다고 눈물을 흘리며 애쓰고.
...난 그 광경을 다시 재현할 생각은 없었다.
뭐? 어차피 기억도 못하게될, 시간선에서 삭제될 없는 일이라고?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그저 자기만족일 뿐이더라도.
스타더스 또 고생하는건, 못보겠다.
내 힘으로 멸망은 못막아도, 그 정도는 할 수 있겠지.
그래서 난 조금씩, 작은 것들은 준비해놨다.
애초에 저번 테러 마직막에 스타더스한테 곧 다시 볼거라고 한 이유가 뭐겠어. 바로 이날 때문이다.
하여튼 그렇게 하다보니 시간은 순식간에 흘렀고.
어느덧.
드디어, 그날이 왔다.
"오빠, 뭐해요?"
아침의 거실.
때마침 모두가 모여있는 그곳에서, 나는 집중해서 티비를 보고 있었다.
[이시각 미국은 미국 지부 협회 창설 주년을 기념해, 자유의 여신상 앞에서 아직도 축제를 벌이고 있는 모습입니다.]
앵커의 말과 함께 화면에 잡히는 자유의 여신상의 모습.
나는 그걸, 집중해서 보고있었다.
그래, 이제 5분남았다.
이 모든 멸망의 시작.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가 갑자기 폭발하며, 비극이 시작되었다.]]
그래.
여기서 머리가 폭발하면, 모든 멸망의 일이 시작되는 거다.
다만, 폭발하지 않는다면 이미 멸망은 이루어졌고, 엑스마키나의 희생으로 시간이 돌아온 상태라는거겠지. 나는 이미 모든 멸망을 경험했지만 시간이 돌아가 기억을 못한채 이 자리에 앉아있단 소리고.
자, 터지냐. 안터지냐.
나는 그렇게, 집중해서 티비를 봤고.
분침이 정시를 가르킨, 그 순간.
퍼버버버버버버버버버버벙-
[꺄아아아아아아악!]
화면에서 자유의 여신상 머리부분이, 그대로 산산조각나며 폭발했다.
"어, 뭐야 뭐야?"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도 당황하던 그 순간.
"쓰읍."
나는 자리에 일어나서, 자연스럽게 미리 준비해놓은것을 주머니에서 꺼냈다.
아무래도, 내가 짬처리를 해야되는 시간선에 걸린 모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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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유의 여신상이 폭발했다.
즉, 지금의 시간선은 세상이 멸망하는 시간선이라는 것. 아직 엑스 마키나가 시간을 돌리기 전이라는 소리.
그걸 깨달은 나는, 곧바로 행동으로 착수했다.
"오빠?"
갑자기 티비를 보다 내가 자리에서 벌떡 일어나자, 다들 무슨 일인가 하고 나를 보던 그때.
나는 신속하게 내 주머니에 넣어둔, 필살의 캡슐을 꺼내 그대로 주먹으로 쥐고 터트렸다.
그러자, 갑자기 연기로 차기 시작하는 거실.
"다인씨, 무슨 일이에..."
"야, 뭐하느으..."
"오, 오빠? 윽..."
그렇게 갑작스러운 이상증상에 비틀거리더니, 그대로 바닥에 쓰러지는 멤버들.
미안하다. 좀 자고 있어.
세계의 멸망. 이 모든 일들은 자유의 여신상의 머리가 터진 몇분후 갑자기 전세계 모든 능력자들이 뭐에 홀린듯 도심을 공격하면서 시작된다.
그러니, 나는 일단 우리 멤버들부터 잠재우고 봤다. 아무리 없던 일이 될 시간대라고 해도, 내 동료들이 다른 이들을 공격하는 모습은 보고 싶지 않았으니까. 휴, 이제 다들 잠들었겠지.
그렇게 모두들 잘 쓰러졌나 하고 주위를 둘러보던 그때.
나는, 눈을 깜빡이며 멀쩡하게 서있던 은월이랑 그대로 눈이 마주쳤다.
"......"
"......"
갑작스럽게 거실에 내려앉는 어색한 공기.
...맞다. 마법진. 은월이가 가진 마법 중 하나로 자기도 모르게 막았나보다.
그렇게 굉장히 당황스러운 상황에 내가 멈칫한 그때.
눈을 굴려 거실에 쓰러져있는 다른 이들을 본 은월이는, 이내 약간 슬픈 미소를 짓더니 내게 속삭이듯 말했다.
"믿어요, 다인오빠."
그러더니 숨을 한순간에 들이마쉬는 그녀.
그렇게 연기를 마신 후, 은월이는 그대로 자리에 허물어지듯 쓰러졌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녀에게 다가가 받혀준 뒤, 조용히 바닥에 눕힌 채 중얼거렸다.
"...미안하다, 은월아."
좀 자고 있어.
어차피 잊어버릴, 한순간의 꿈일뿐이니까.
그렇게 거실에 쓰러져있는 모두를 확인한 이후, 나는 조용히 자리를 떴다.
...어차피 약효에 한계가 있어서, 다들 몇시간 후에는 일어날거다. 신령씨처럼 선천적으로 강한 사람들은 더 일찍 일어날 수도 있고.
그래도, 상관은 없다.
어차피 그 몇시간이 안돼 세상은 다 멸망하고, 시간이 다시 돌아갈테니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복장을 테러할때 입는 에고스틱의 옷으로 갈아입었다.
가면, 모자, 망토. 전부 체크.
그렇게 카메라를 챙기고, 나는 거실에 잠들어있는 멤버들의 모습을 눈에 새긴 뒤.
조용히, 집을 나섰다.
우리 멤버들의 멘탈은 이제 안전하고.
이젠, 스타더스를 만나야겠지.
***
멸망은 하루 아침에 찾아왔다.
[속보입니다! 미국이 유럽과 중국, 호주, 이집트를 향해 핵을 쐈습니다! 이에 다른 나라들은 요격을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으며, 똑같이 미국에 핵폭탄을 날렸다고 합니다!]
갑자기 전세계적으로 시작된 핵전쟁.
뜬금없이 미국 대통령이 전대륙에 핵폭탄을 쏘기 시작하며, 모든 참상이 시작되었다.
그렇게, 이보다 더 심한 일이 뭐가 일어날 수 있을까 했지만.
이건 그저 신호탄에 불과했다.
[속보입니다! 미국의 S급 빌런 셀레스트가 이끄는 빌런 단체 에테리아가 대규모 공습을 시작하였습니다! 이들은 미국을 공격하기 시작하며 국토가 불바다로...]
[속보입니다! 미국의 혀, 협회가 자국민을 공격하고 있다는 속보입니다! 히어로들이 도시를 박살내고 있으며, 정확한 이유는 불명이나...]
[속보입니다! 미국, 유럽, 러시아의 초상능력자 수용소가 전부 통제력을 잃고 박살났다고 합니다! 이에 격리되어있던 S급 빌런들이 풀려났다고 하며 인근 도시가 초토화...]
[속보입니다! 북대서양의 빌런 조직 아틀라스의 군대들이 전 세계에 침공을 시작했다고 합니다! 해안가쪽에 살고 계신 국민 여러분은 서둘러 대피를...]
[소, 속보입니다! 대한민국 동부 초상능력자 구치소, 이스트 카르케리스가 무너졌다고 합니다! 지금 S급 빌런들이 전부 풀려났으므로 국민 여러분은 안전한 곳으로 대피를...]
[...속보입니다. 서울 부산을 비롯한 대부분의 도시들이 전부 대규모 공격을 받고 있습니다. 하하, 그냥 저희 다 망한거같아요.]
"지랄났네."
서울 한복판에 있는 고층 건물의 옥상.
나는 그곳에서 실시간으로 뉴스를 들으며, 도시 아래를 내려다보고 있었다.
퍼어어엉.
퍼어어엉.
이곳 저곳에서 들리는 폭발음들과, 피어오르는 검은 연기들.
현세에 강림한 멸망. 종말이라는 단어를 형상화 한다면 이런걸까?
나는 그저 차분한 눈으로 아래를 내려다 보았다.
...이 일은, 애초에 내가 건들 수 있는 상황이 아니였다.
이 사태의 최초의 시발점이 어딘지, 대체 무엇이 모든 능력자들이나 정부, 협회가 자국민을 공격하게 만든건지 난 모른다. 아마 최면 능력자, 뭐 그런게 아닐까 추측할뿐. 아니면 신의 작업이던가. 잘 모르겠다.
그러나 확실히 아는건, 이 모든 일은 전부 '없던 일'이 될거라는 것. 나또한 오늘의 기억을 잊게 될 것이라는거다. 아마 자유의 여신상 지켜보다 안 터지는거 보고 안심한 뒤 그냥 일상을 살게되겠지.
즉, 지금부터 일어나는 일들은 전부 오프 더 레코드.
내가 여기서 내 비밀을 다 공개하고, 신분을 까발려도 아무 문제가 없다는 소리다. 어차피 다 없던 일이 될거니까. 그래서 지금 나올때 인식저해도 안걸고 나왔다.
"휴우..."
나는 그렇게 잠시 옥상 난간에 기대서, 무너지고 있는 도시를 지켜보았다.
그리고 귀에 들려오는 뉴스의 내용.
[속보입니다. 유성기업의 이설아가 전국을 향해 미사일을 발포하기 시작했습니다. 이게 랜덤하긴 한데, 하필 밖을 보니까 여기 방송국 방향으로 날아오고 있네요. 그래서 뭐, 이게 마지막 방송인거 같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세요.]
그리고 뉴스는 끝났다.
음. 뭔가 펑펑 터지는게 미사일도 꽂히는 모양. 그야말로 총체적 난국인 상황.
...뭐, 딱히 별 감상은 들지 않았다. 어차피 다 의미없는 풍경들인데 뭐. 마치 영화를 보는 기분. 일상이나 미래에는 별 영향을 안 미칠, 동떨어진 사건들이다. 어차피 없어질 시간선이니까. 심지어 나조차도 이 풍경을 기억 못할테고.
...그래도.
나는 잠시 원작의 내용을 떠올려보았다.
이 모든게 다 없는 일이 될거라는걸 모른 채, 동분서주하던 스타더스를. 혼자서 애써 부질없는 노력을 하며 고통받던 그녀를.
그래, 아무리 그래도 그 꼴은 내가 못보겠다.
그 생각을 하고 잠시 미소를 띄운 나는, 이내 챙겨온 카메라를 염동력으로 띄워서 켰다.
좋아, 전파납치로 티비 모든 채널에 송출 되고있을거고.
이제 이게, 부디 스타더스에게 들리기를 바래야지.
나는 그 작은 소망 하나를 품은 채, 입을 열고 카메라를 향해 말을 하기 시작했다.
"크흠, 크흠.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아이고, 이게 세상이 조금 난장판이네요. 그렇죠?"
"뭐...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제가 이 상황에 대해 뭘 알고있긴 합니다."
"그러니."
"스타더스씨, 부디 이리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나는 설핏 미소지으며, 그렇게 말했다.
***
하루아침에, 세상이 무너졌다.
신하루는. 그렇게 생각할 수밖에 없었다.
"비상, 비상사태를 선포해야 합니다!"
"미국이 또 핵을 쐈어요. 이거 막아야합니다! 요격장치 가동해!"
"아니, 협회장님은 대체 어디 계신거야!"
그야말로 미친듯이 움직이는 협회의 컨트롤센터.
그곳에 남은 직원들은, 애써 상황을 통제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별 소득은 없었지만.
그렇게 스타더스가 급변하는 국제정세를 멍하게 바라보던 그때, 협회 한쪽에서 거의 비명에 가까운 소리들이 계속해서 들려왔다.
"동부 수용소가 갑자기 뚫렸어요! 빌런들 다 탈출하면서 쏟아져 나옵니다!"
"지금 서울, 부산, 경기, 전북등 전국에서 빌런들이 튀어나왔다는 신고가 들어오고 있습니다! 오늘 무슨 날잡은 것처럼 빌런들이 날뛰고 있어요!"
"...."
스타더스는 거의 영혼이 나갈거 같았다.
...이제는 이게 그냥 기분나쁜 꿈인지 의심되는 상황.
그러나, 피부에 느껴지는 차가운 공기는 이게 현실임을 말해주고 있었다.
"와, 이, 이설아 회장이 미사일을 쏴버렸습니다! 유성그룹이 숨겨둔 미사일인거 같아요!"
"뭐라고요?"
그렇게 잠시 멍해있던 스타더스는, 그 소식을 듣고서야 정신을 차리고 서둘러 이설아에게 전화를 걸어보았다.
[지금은 전화를 받을 수 없어 삐 소리후 소리샘으로..]
그러나 가지 않는 신호음.
늘 그녀의 전화는 아무리 바빠도 받는 이설아였으나, 오늘만큼은 예외였다.
"전 일단 밖에 가보겠습니다."
"...네. 갔다오세요. 뭐, 저희가 할 수 있는건 더이상 없어보이지만..."
자포자기한 채 중얼거리는 협회 직원을 지나쳐, 스타더스는 밖으로 나섰다.
불어오는 차가운 바람.
그리고, 사방에서 들리는 폭격소리.
".....아."
신하루의 눈이, 정처없이 떨렸다.
어디서부터 뭘 해야되지?
그녀는 이미 협회에서 모든 보고를 받은 상태였다.
갑자기 자신을 제외한 모든 능력자들이 히어로고 빌런이고 관계없이 모두 미쳐 날뛰고 있다는 소식. 그리고 세계 정상들도 다 타락했다는 소식.
온 지구가, 갑자기 멸망을 향해 날아가고 있다.
하루 아침에.
그런 상황에서.
그녀는, 대체 어떻게해야 하는가.
대충 날다가 눈에 보이는 빌런들을 다 처리했지만, 그야말로 끝도없는 한명을 잡으면 다른 놈이 튀어나오는, 끝이 없는 상황.
말그대로 압도적인 물량 웨이브에, 신하루는 심리적 절벽에 내몰렸다.
...아무래도, 답이 없어 보인다.
이대로 끝인거 같다.
이미 세상이 다 멸망하고 있는데, 그녀 혼자서 무엇을 할 수 있겠는가.
그리고 그 상황에서.
그녀의 머리속에 갑자기 떠오는건, 다른 누구도 아닌.
빌런인 어떤 남자 한명이였다.
"...에고스틱."
그렇게 심리적으로 몰린 상황에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내가, 에고스틱에게 생각보다 많이 의지하고 있었구나.
이 상황에서도, 그를 제일 먼저 생각할 만큼.
...그러나, 그가 도움을 줄 수 있을리가 없다.
당연히 그도 다른 이들처럼 미쳤을게 거의 확실하기에.
그렇게 그녀가 모든걸 놓고, 또 어디론가 날아갈 무렵.
지나치는 무너진 건물의 옆에 전광판에서, 방송이 나오고 있었고.
그 방송에서는.
그녀가, 생각치도 못했던.
아니. 생각은 했지만, 차마 기대는 하지 못했던.
한 남자의 모습이, 나오고 있었다.
[아이고, 이게 세상이 조금 난장판이네요. 그렇죠?]
커다란 스피커에서 들려오는, 장난스러운 그의 목소리.
그 모습에, 그녀는 홀린듯 눈을 고정했다.
그리고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의 말.
[뭐... 딱히 할 수 있는 일은 없겠지만, 그래도 제가 이 상황에 대해 뭘 알고있긴 합니다.]
[그러니.]
[스타더스씨.]
[부디, 이리로 와주실 수 있겠습니까?]
마치 자신의 눈을 마주치며, 설핏 웃음을 짓는 그의 얼굴.
그 뒤에 배경을 확인한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이미 그곳을 향해 날아가고 있었다.
오직, 그를 보기 위해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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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내가 결과적으로 따지자면 지금까지 한 모든 일들은 다 멸망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런 내가, 지금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
나는 건물 옥상 난간쪽에, 다리를 허공에 두고 앉아있었다.
스타더스를 부르고, 그녀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저 밖을 내려다보고 있을뿐.
한편, 탁 트인 시야에 보이는 세상은 열심히 붕괴되고 있었다. 인류가 쌓아올린 모든게 다 무너지는 상황.
근데 뭐, 별로 신경쓰이진 않았다.
애초에 이거 다 한순간의 꿈이 될거라니까. 여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무슨 행동을 하던 다 없는 일이 된다.
즉, 눈앞의 풍경은 '이 모양 이 꼴 안나게 하려면 열심히 해야겠네...' 정도의 감상만 준다는 소리.
사실 원래라면 나도 그냥 잠들려고 했었다.
근데, 또 그러니까 스타더스가 눈앞에 밟히더라고.
원작에서 이 멸망하는 시간대에 개고생을 한 그녀를 기억한 나로써는, 도저히 그걸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래서 방송으로 그녀를 부른 것이다.
어차피 되돌아가는 시간대이니, 너무 마음고생하지 말고 쉬라고 말하기 위해서.
...사실, 그녀가 내 말을 믿을까- 아니. 애초에 여기는 오긴 할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지.
그리고 그런 기다림 끝에.
"....음."
그녀가, 왔다.
"에고스틱..."
"어서오세요, 스타더스씨."
탁 트인 푸른 하늘.
그리고 그 풍경 사이사이 올라오는, 검은 연기들.
그리고 실시간으로 붕괴되고 있는 인류의 문명을 배경으로. 그 모든 것들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위에서
나는, 긴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스타더스에게 살짝 미소지으며, 그렇게 인사를 했다.
살짝 떨리는 눈으로, 공중에 떠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
그 뒤로 폭격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가운데.
나는, 상황에 어올리지 않는 잔잔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걱정했거든요. 안오면 어떡하나..."
"...."
"하여튼, 와주셨으니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이 모든 난장판의 진실을."
나는 그녀 앞에서 난간에 앉은 채, 그렇게 말을 했다.
...사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쌓인 그녀가 이렇게 된 이상 나라도 족치겠다며 달려드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뭔가 전보다 평온한 표정으로 내 앞에 떠서 고개를 끄덕이는 스타더스의 모습.
그런 그녀의 반응에 안심하며, 나는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뭐 길게 말했는데, 그냥 한줄로 요약하면.
"스타더스씨. 이건 어차피 능력자에 의해 돌아갈 시간대입니다. 다 없던 일이 될거에요. 당신도 오늘 있었던 그 어떤 일도 기억하지 못할거고요."
나는 그걸 쭉 풀어서 말했다.
...어떠한 능력자가 이 모든걸 일으킨 것으로 보이고. 미국에 존재하는 시간조작 능력자가 다 시간을 돌려버릴거고. 뭐 그런거.
"아마 당신도, 저도. 지금 이렇게 나누는 대화를 기억하지 못할겁니다. 없던 일이 될거니까요. 이 망해가는 세상도 몇시간후면 다 제자리를 찾을겁니다."
그러니, 시간이 돌아가기 전까지.
저랑 같이 그냥 쉽시다.
나는 거기까지 말함으로써 모든 할 말을 마쳤다.
다행히도, 내가 하는 말을 별다른 다른 말 없이 조용히 들어준 스타더스.
...근데, 이걸 그녀가 믿어주려나? 막상 말하고나니까 신뢰성이 굉장히 떨어니는 말을 한 기분이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이걸 다 알고있는게 더 이상하잖아.
"하하, 뭐. 근데 믿지 않으셔도 이해합니다. 악당이 이런 말을 해봤자-"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있을 때.
내 앞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믿을게."
"-신뢰가 없는게... 네?"
나는, 순간 내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똑바로 들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보이는, 내 앞에서 조용히 미소지으며 내 눈을 바라보는 스타더스.
그리고 그녀는 옅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너니까. 믿을게. 전부."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잠시 멈췄다.
하늘을 등지고, 빛나는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살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일까.
...아니면 한치의 의심도 없이, 나를 믿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 때문일까.
뭐가됐든
"...어,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옆에 앉아도 되지?"
"네? 아, 네."
내가 그렇게 답하고 있을때, 그녀는 이미 난간의 내 옆에 앉은 후였다.
여전히 살짝 미소를 짓고있는 그녀.
그렇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머리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내가, 여전히 말을 고르고 있을때.
가까이, 바로 내 옆에 앉은 그녀는 난간에 두 손을 놓은채 앞에 하늘을 보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시간이 어차피 돌아갈꺼라고?"
"...네. 맞습니다. 지금의 일들은 다 없는 일이 될겁니다. 기억도 못할거고요."
"흐음..."
그런 내 말에, 딱히 별 대답없이 다리를 허공에 살짝 흔들뿐인 그녀였다.
...여기서 바로,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있냐고 물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질문은 하지 않는 그녀.
대신 스타더스는, 내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근데 그럼, 왜 너와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미치지 않은거야? 우린 둘다 멀쩡하잖아."
그게 제일 궁금했다는 듯, 내게 묻는 그녀.
나는 그런 스타더스에게 답을 해줬다.
"왜냐하면, 저희 둘의 힘이 근원이 달라서 그럽니다."
"힘의 근원이 달라?"
그런 내 말에 흥미가 간다는 듯, 앞의 하늘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궁금하다는 듯 내 쪽을 바라보는 그녀.
...음, 이게 너무 신학적으로 자세히 파고들면 하루종일 얘기가 되는데. 태초의 3신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야 되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