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내 3호마저 그렇게 축 처진 목소리로 속마음을 인정한뒤, 벽에 떨썩 머리를 뉘였고.
그렇게 3명은 다시 축 쳐져버렸다.
집도, 친구도, 가족도 모든걸 잃고 버려졌을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원했던 이 PMC.
그리고 그렇게 모인 상처입은 그녀들을 응원하고, 위로하고, 인정해준건 오직 다인, 그였다.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보호자-라는 존재의 따스함을 처음으로 느낀 그녀들.
그렇기에 그만큼 다인에게 의지하고, 심리적으로 기대고 있었던만큼 그가 떠났을때의 충격은 컸다.
그렇게 모두가 침울하게 침전하던 그때.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있던 회색 묶음머리의 남자, 1호가 흥하고 코웃음 치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들, 전부 바보인가."
"뭐라고? 야 이세검, 넌 다인쌤 이대로 간게 슬프지도 않냐?"
"당연히 나도 안타깝지, 그런데 이렇게 축 쳐져서 찡찡거린다고 뭐가 달라지나?"
거기까지 말한 그는 눈을 뜨더니, 검을 쥐어잡고 말했다.
"...다인, 그가 우리에게 해준 말이 무엇인지 벌써 잊은건가? 앞으로 세계에는 큰 위기가 닥칠거다, 그리고 그때 나서야 할게 우리고. 다인의 뜻을 저버릴 샘인가."
"그거랑 지금 다인쌤이 우리 버리고 간거랑 무슨 상관..."
"상관있지. 우리가 더욱 노력해서 더 강한 경지로 올라가면, 그도 다시 우리를 바라봐주지 않겠어?"
1호가 그렇게 열정에 불타오르는 눈으로 말하자, 다들 '...그런가?'라며 넘어오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기색을 느낀 1호는, 더욱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그래. 그가 우리를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뭐라고 설명했어. 회사내에 더욱 중요한 업무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하지 않았나. 그럼 우리가 더욱 성장해 그 '중요한 업무'가 된다면, 그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창밖에 어두운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마치 그 히어로, 스타더스처럼 강해진다면... 그가 우리를 다시 돌아봐주지 않겠어?
1호.
이 4명중에 4호 다음으로 나이가 어린, 미성년자인 그.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유년기때부터 범죄조직에서 사냥개로 구르며 세상 못볼꼴을 다 본 그는, 그 나이대 애들에 비해 조숙했다.
그러나 아무리 조숙하다 해도 애는 애. 어린 나이부터 사냥개로 살아오며 마음이 병들어있던 그는, 겉으로는 무덤덤한척 하지만 속으로는 큰 상처를 지닌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아봐준게 다인, 그.
'...울어도 괜찮아. 눈물을 흘리는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그날 밤, 다인과 속에 모든걸 털어놓는 대화를 나눈 이후, 1호는 결심했다.
그를 내 진정한 스승으로 여기겠느라고, 앞으로 그의 검이 되어 살겠노라고.
잠시 짧은 회상을 마친 1호는, 널부러진 나머지 3명에게 말했다.
"그러니, 죽을듯이 훈련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결국 그가 말한 위기인지 무엇인지가 오면, 결국 그는 다시 우리를 찾을거니."
"...그래도."
"그리고, 어차피 다인은 늘 주마다 우리에게 찾아오겠다 했다. 만약 실력이 늘지 않아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면, 그도 우리에게 실망할 수도 있지 않겠어?"
"으... 그런가..."
그렇게 3명은 나름 납득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 듣고보니 그것도 맞는 말 같았다. 계속 성장하다보면 그도 다시 우리를 돌아보지 않겠어?
다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름 희망에 부풀어 오르고 있을 그때.
조용히 듣고만있던 2호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더니 모두에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또 해야할 일이 있어."
"...무엇이지?"
1호의 그런 대답에, 2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베이지색의 머리를 가진 그녀, 2호.
유년시절 자신이 부모가 없다는 점을 놀리며 괴롭히던 동급생에게 화나, 자신도 모르게 능력으로 빛의 화살을 날려 쏜 그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다쳤기에 아이의 부모는 노발대발. 이야기가 와전되다보니 그녀가 무슨 칼부림이라도 한 것처럼 결론지어 순식간에 괴물마냥 몰린 그녀는, 도망치듯 학교를 떴었다.
그때 이후로 생긴 기본적인 남을 잘 믿지않는 성격.
늘 타인에게 까칠하고, 적대적이게 된 그녀.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 그런 감정이 있었고.
이를 수면 위로 끄집어올리고, 자신의 상처를 위로해준게 다인이었다.
'실수해도 돼.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만약 다른 사람들이 너의 실수 한번으로 모두가 널 헐뜯고 욕한다 해도... 나만은, 너를 믿어줄게.'
그녀는 처음에 그를 밀어냈다. 그도 다른 어른들과 똑같다고 생각했기에, 가식에 절여있다 생각했기에.
그러나 그는 그녀가 틱틱거림에도 끊임없이, 진심으로 그녀를 대해줬고.
그렇게 다인에게만 마음을 연 그녀는, 이대로 그와 스승과 제자라는, 공적인 관계로만 끝날 생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2호는 입을 열었다.
"그럼 훈련은 그렇게 하고, 남는 시간에는 다인쌤에 대해 조사해보자."
"다인쌤을... 조사?"
"그래, 생각해봐. 그정도의 실력자가, 지금까지 한번도 대중에게 노출이 안됐을리가 있어? 분명 신분을 숨기고 어디선가 나서고 있을거야. 히어로던 뭐던 간에."
거기까지 말한 2호, 서채영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말했다.
"그렇게 그의 진정한 일면을 알아내는거야... 그럼 그도 우리한테 숨기는거 없이 다 털어놓게 되어 더 가까워질수 있고. 어때?"
"오, 나쁘지 않은데?"
"...맞는 말인거 같애요. 전 지금부터 예전 히어로들 쪽을 살펴볼게요."
그렇게 다를 다인의 뒷조사를 할 생각에 의욕에 불타고 있을때.
이를 말려야 할 1호는, 벽에 등을 기댄채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다.
'...정체를 숨기고 활약을 하고 있을거라, 그래. 그럴 수 있어.'
그가 몸담은 조직에서도 다인과도 같은 실력자는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들의 훈련을 도와줄때 보인 모습은, 전투경험이 없다면 말이 안되는 모습들.
그렇게 다인이 그들에게 그냥 '유성그룹의 서류직으로 일한다' 라고 한 말은 그저 변명일 확률이 농후. 정말 다른 일을 하고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그가 유성기업과 관련되어있다는걸 생각하면...
'예전에 조직에서 분명,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유성기업과 관련된 일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지.'
겉으로는 깨끗한 기업인척 하지만, 실상은 대한민국을 손에 넣고 좌지우지하는 흑막이라고.
그런 유성기업과 관련된걸 보면, 다인은 조용히
음지에서 빌런으로 활동하고 있을수도 있겠다.
그렇게 1호는 나머지 셋에게 그런 자신의 견해를 전했고, 다들 그 말을 듣더니 참고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쌤이 빌런이던 히어로던 큰 문제는 없으니까."
2호가 그정도만 말했을 뿐.
그렇게 이날을 기점으로 PMC 일원들에게는 두가지의 큰 과제가 생겼다.
하나는 매일 훈련과 대련을 반복해,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는 것이요.
두번째는 다인 몰래 그의 뒷조사를 해, 그의 숨겨진 정체를 밝혀내는 것.
오직 이 둘뿐이었다.
***
"무언가, 포위망이 좁혀드는 기분이..."
"무슨 뜻이에요 오빠?"
"아니, 그냥 쎄한 기분이 들어서..."
원작에서 스타더스에겐 두가지 능력이 있었다.
별빛의 힘으로 하는 신체강화와 비행 능력이 그것.
그리고, 정식 능력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또하나의 능력, 바로 초감각.
근데 요즘 나는 이런 생각도 하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스타더스와 나와 힘의 뿌리는 같은데... 어쩌면 나한테도 초감각이 있는게 아닐까?
아니면 가끔 느껴지는 이 싸한 기분이 설명이 안돼.
뭐,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냥 기분탓과 컨디션 문제겠지.
근데, 그보다도...
"애들아, 이제 좀 떨어지는게 어떻겠니?"
"싫어요, 오빠가 또 어딜 도망갈줄 알고."
"응응, 맞아요."
"그래~ 감내해~"
내 오른쪽에서 팔을 붙잡고있는 서은이, 왼팔을 잡고있는 은월이, 그리고 아예 내 다리를 배고 누운 서자영까지.
"아니... 이제 돌아왔는데 어딜 가겠어. 나 더워..."
"에어컨 틀어줄게요."
"이제 거의 가을인데 무슨 에어컨..."
삐빅. 그런 소리와 함께 에어컨이 켜졌고.
나는 그 사이에서 허탈한 한숨을 흘렸다.
"흥. 두달만에 돌아와놓고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다인씨. 과일이라도 드세요.
"아, 고맙습니다 수빈씨. 서은아, 과일 먹게 손 좀..."
"아니, 그냥 제가 넣어드릴게요."
"잠깐... 읍."
그렇게 수빈씨가 준 오렌지를 씹으며, 나는 쉬었다. 팔이랑 다리가 저렸지만...
하여튼, PMC 키우기를 무려 두달이나 투자해서 성공적으로 끝냈다.
그럼, 이제는..?
또 테러나 해야지.
스타더스는 아무리 성장시켜도 부족하다고.
나는 그렇게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 좀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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화창한 낮
베란다 넘어 비춰오는 햇살을 받으며 앉아있던 나는, 거실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 들려오는 티비소리.
[스타더스가 어제 또 새롭게 등장한 A급 빌런을 처리하였습니다. 특이점은 빌런을 처치하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는건데요...]
경제쪽 뉴스가 끝나고 나온 스타더스의 소식에,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봤다. 그러자 화면에 보이는 스타더스의 모습. 빌런을 처치하고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이다.
표정도 어째 여유로워 보이는 느낌.
저번 마왕성 이후 확실히 깨우친 스타펀치가 강하긴 했는지, 홀로 다 깨부수고 다니는 모습이다.
원작 이맘때쯤엔 이 빌런 저 빌런한테 치이고, 마왕성에서 빠져나간 악마 몇마리 잡으며 피폐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그녀가 저렇게 씨익 웃고있는걸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올 것만같은 기분.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웃고있을 때가 아니지.
지금도 스타더스가 강하긴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더욱 강해져야한다. 특히 다가올 멸망을 막으려면.
즉, 저렇게 약한 애들만 잡다가는 몸이 풀어져 오히려 실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강한 적을 붙여줘야 한다는 소리. 내가 우리 PMC 키울때도 늘 더 강한 더미를 만들어 상대시킨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여튼... 이제는 정말 다음 테러를 준비해야 할 때.
저번 마왕성 사건 이후로는 큰 사건없이 잔잔하게 하루를 보내는 그녀한테, 그녀의 아치에너미로써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새로운 테러다. 새로운 테러. 스타더스의 한계를 시험 할 그런.
...그런게 뭐가 있을려나.
"쓰읍..."
나는 팔짱을 끼고 고민에 빠졌다.
사실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하다. 그냥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다시 출격시키면 된다. 일렉트라와 서자영은 우리 하율이의 버프로 스타더스와 잠깐 맞상대 하는건 충분할꺼고, 기본적으로 강한 월광무녀 은월이에 스타버스터 4탄을 만들고있는 서은이, 감초처럼 낄 데식이까지.
즉, 이들 중 몇명을 조합해 출격시키면 끝. 사실 이러면 제일 간단하게 끝난다. 심지어 내가 나설 필요조차 없으니. 적당히 싸우고 튀게 하면 끝.
...다만, 그게 문제가 있다면.
'...마왕성이라는 역대급 테러를 겪은 다음에 오는 테러인데... 어디서 본듯한 테러를 또 선보이면 아치에너미로써의 내 입지가...'
그래. 그건 바로 테러의 상징성.
하필 마왕성 이후에 벌이는 내 첫 테러가 될 예정이라, 이게 또 은근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저번에 내가 마왕성에서 빛의 창들고 좀 나서는 바람에 아직도 언론에 내 얘기가 많이 도는만큼...
"흐음..."
...역시 새 술은 새 부대라고, 또 새로운 빌런을 영입하는게 제일 좋을거 같긴 한데...
"지금... 타이밍이..."
나는 제빠르게 머리를 굴려봤다.
그래, 어차피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이용한 테러는 월광게이트 이벤트 이후 쭈욱 이루어질거다. 굳이 지금부터 그럴 필요는 없다는 얘기. 일단은 멤버들을 모으는데에 집중해도 늦지 않다.
마왕성 사건 이후로는 두달, 거기에 마지막으로 서은이의 슈트입고 내가 직접 나선것도 그보다 오래됐으니...
나는 달력을 보며 원작 스케줄을 떠올린 채 고민하다, 이내 결단을 내렸다.
그래. 지금 새로운 빌런 영입해서, 걔랑 같이 스타더스한테 테러하러 가자. 내가 스타더스의 아치에너미를 자칭할거라면, 이정도는 해줘야되지 않겠어?
"좋았어, 가자!"
나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 그 사람... 이라고 해야하나? 그 신령을 만난뒤 영입해서 빌런타락 시키고 테러하면 때가 딱 맞겠다. 원작에서 보여줬던 강력함을 생각하면... 스타더스도 상대하기 까다롭겠지. 확실히 성장도 될거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원작을 떠올리며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썩 나쁘지않은 계획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하아, 드디어 끝났네. 야 뭐하냐?"
밖에서 훈련겸 대련을 하던 멤버들이 돌아왔다.
최근들어 스타더스의 활약상을 보더니, 쟤를 꼭 이기겠다!이러면서 내가 안시켜도 열심히 일하는 그들.
특히 요즈음은 최세희가 제일 열심히 하는 느낌이다.
"다음 테러 계획 세우고 있었지. 으음..."
내 옆에서 내가 하는걸 보며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던 최세희는, 이내 뒤에 소파에 몸을 털썩 기댔다.
그리고 뒤따라서 아으으...라며 죽는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서은이. 비틀비틀거리더니 내 옆에 주저앉은 그녀였다.
"오빠... 나 죽겠어요..."
최근에 스타버스터 4호는 완벽하게 만들겠다며 이것저것 하는데다가 훈련까지 하며 바쁘게 지내던 그녀.
이내 아아-거리더니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서은이였다.
...얼마나 피곤한거야?
그렇게 내가 서은이한테 근처에 있던 담요를 덮어주고 있자, 은월이도 한쪽편에서 피곤한 기색으로 다가왔다.
"으음... 다인오빠, 저도 한숨 잘게요."
그러더니 졸고있는 서은이 옆에 앉아 같이 한 담요를 덮어쓰고 소파에 기대 졸기 시작하는 그녀.
...원래 은월이는 그래도 강한만큼 대련 후에도 비교적 멀쩡했는데, 아무래도 다들 강해지다보니 그만큼 상대하기도 버거워져 금방 피곤해졌나보다.
그렇게 서로 기댄채 졸고있는 서은이랑 은월이를 지켜보다, 나는 문득 생각이 떠올라 고개를 돌렸다.
잠깐. 서은이와 은월이가 이렇게 피곤해할정도면, 매일 피곤해하던 서자영은 어쩌고 있는거야?
그래서 고개를 몇번 둘러보자, 나는 바로 서자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실 입구앞에서 벌써 이불깔고 자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빠르네.
다들 피곤해서 골아떨어진 모습.
그걸보며 내가 조용히 티비소리를 낮추고 있을때.
"뭐야, 다들 자네?"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 목소리의 진원지를 파악해보니 보이는 눈을 빛내고있는 최세희.
다들 피곤해서 졸고있을 때, 혼자 소파에서 언제 뜯었는지 모를 바나나우유를 마시고있는 그녀였다.
"야, 너는 안 졸려? 이번에 여기서 소리만 들어도 격하게 싸운거 같던데."
"아, 나는 뭐. 훗. 체력 하나는 예전부터 자신 있었잖아?"
그렇게 말하며 쿨하게 씨익 웃는 그녀였다.
음, 근데 애들이 졸고있다보니 서로 목소리를 낮춰말하니까 잘 안들리네.
그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세희가 앉아있는 소파 옆으로 가 털썩 앉았다.
내가 옆자리에 앉자 음?거리며 바나나우유를 빠는 최세희.
어깨까지만 내려오는 약간 단발같은 오랜지색 머리카락과, 그녀의 나를 바라보는 노란 눈동자를 문득 바라본 나는, 나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말했다.
그래. 원래 혼자가려 했는데, 그것보다는 둘이 가는게 더 나을거같기도.
"우리 둘이 같이 떠날래?"
"....응?"
내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갑자기 입에 물던 빨대를 툭 하고 놓치더니, 당황하기 시작하는 그녀.
"가, 갑자기? 아니, 잠깐만. 어딜?"
뜬금없이 횡설수설하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새로운 빌런 영입하러. 원래 나 혼자 가려고 했는데, 너만 괜찮으면 둘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아서."
"...새로운, 빌런. 그래 그럴줄 알았다.... 근데 잠깐, 너랑 나랑 둘만이서?"
내 새로운 빌런 언급에 순간 차갑게 변한 그녀의 눈은, 둘이서만 가자는 말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어. 굳이 다같이 갈 필요는 없어보여서."
사실 혼자가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혹시몰라 한명정도는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싶었었다. 그리고 최세희가 자기가 체력이 좋다는 말에 충동적으로 생각나서 물은거고.
왜 체력이 중요하냐?
등산해야 하거든.
"뭐, 좋아. 가자고, 어디든."
자신에게 닥친 비극을 알아차리지 못한채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답하는 최세희.
나는 그런 그녀를 마주보며 미소지은 채 고맙다고 답해줬다.
...고맙다.
거기 나 혼자 가긴 좀 그랬거든...!
***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날 바로 모두에게 그 말을 전한 나는, 이내 그 상대가 있는 곳으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오리털 패딩은 왜 챙겨야하는거야? 아직 겨울도 아닌데."
"다 이유가 있어. 자, 목도리도 넣고."
"...우리 무슨 남극가는건 아니지?"
"다인씨, 여기 핫팩이요."
"아, 감사합니다 수빈씨."
"...오빠, 또 위험한거 하는건 아니죠?"
"이번엔 진짜 아니니 걱정마."
...별 문제만 안터진다면 말이지.
그렇게 집에서부터 툴툴거리는 최세희를 달랜 뒤, 가을 초입부터 방한복장을 챙긴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강 건너 다리 건너 터널 건너, 끝내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
그렇게 또 내려서 한참을 지도보고 해매고 걸어서야,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야?"
"어."
그렇게 풀들과 나무를 해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뜬금없이 눈으로 뒤덮여있는, 거대한 설산이였다.
"...아니, 무슨 한국에 이런대가 있었었냐?"
"숨겨져 있으니까,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
"어쨌든 여기 위에 올라가면 되는건가?"
"어. 아마 이 꼭대기쯔음에 있을거야."
"오... 뭔가 오랜만에 모험을 떠나는 것 같아서 익사이팅한데?"
높은 산을 바라보더니 도전해보고 싶다는듯 은근 신난 기색으로 그렇게 말한 그녀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내게 물었다.
"아니... 잠깐, 근데 생각해보니까 대체 누가 이 설산 꼭대기에 사는거야? 인간은 맞어?"
"인간... 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뭐라?"
인간보다는 신령에 더 가깝긴 한데... 인간으로도 아마 변할 수 있을거다. 확신은 없지만.
"어쨌든, 올라가보자. 보면 알거야."
"뭐 그렇다면... 오케이, 가보자고!"
그렇게 말한 최세희는 씨익 웃으며, 산을 향해 첫발을 밟기 시작했고.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기다려라 스타더스.
내가 싱싱한 빌런 한명 데리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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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 계획은 간단했다.
눈이 내리는 이 설산 꼭대기에는 신령이 잠들어있다. 용의 형상을 하고있는 신령이.
그 신령을 설득시켜 에고스트림으로 빌런 타락을 시켜 파티에 합류하게 한다.
좋다. 이론은 완벽했다. 설득을 어떻게 하냐가 살짝 고민이긴 한데, 뭐 어떻게든 되겠지.
그래. 그런 행복한 생각을 했었었다...
이 산을 오르기 전까진.
"아니 시발... 이거 진짜 지랄났는데..."
우리가 오르고있는 눈 내리는 설산.
아니, 정확히는 눈이 무슨 겨울왕국마냥 휘몰아치고있는 설산에서, 나랑 최세희는 끙끙대고 있었다.
"야, 다인아! 이거 진짜 안되겠는데?"
나는 바로 뒤에서 들려오는 최세희의 목소리를 들으며, 앞으로 낑낑데며 걷고 있었다.
거의 무슨 눈을 뜰 수 없을 정도로 휘몰아치는 눈. 분명 오르기 전에는 이정도는 아니여 보였는데, 신령이 무슨 능력을 쓴건지 막상 올라와보니 눈이 미친듯이 내리고 있었다.
"아오... 진짜."
나는 눈앞에 휘몰아치는 눈들을 막기 위해 팔로 앞을 가린채, 힘겹게 눈을 해치며 올라가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내 뒤에 서 따라오는 최세희.
"야, 안되겠다! 나 그냥 능력 쓰면 안돼?"
그리고 그런 그녀의 말에, 나는 뒤를 돌아밨다.
그러자 보이는것은 발밑에 번개를 파직이며 일렉트라로 막 변하려하는 그녀.
나는 그런 최세희를 황급히 제지했다.
"야, 안돼! 그랬다가는 괜히 또 문제생긴다니까?"
"에잉..."
그렇게 전기를 흩뿌리며 바닥에서 막 떠오르려고 한 그녀는, 혀는 차곤 다시 자리에 내려왔다.
내가 알기론 신령은 이 설산 꼭대기의 동굴 안에서 깊은 잠에 빠져있을거다.
그리고 이 산은 전부 그 신령의 관할인만큼, 괜히 능력을 사용했다가는 이를 감지한 신령을 자극해서 깨울 수도 있다.
그러니 일단은, 조용히 올라가는게 최선.
"쓰읍... 근데 이거 잘못하다가 길 잃겠는데?"
나는 눈속에서 최세희한테 중얼거렸다. 아니, 무슨 바로 앞도 잘 안보여서 막 옆으로 돌게 생겼어.
그런데 최세희의 대답이 안들리기에 뒤를 돌아봤더니, 저 반대편에서 주황색의 무언가가 혼자 허우적 거리고 있었다.
"야, 여기야 여기!"
아니, 언제 저기까지 간거야?
결국 눈밭을 해쳐 최세희가 있는 곳까지 간 나는, 다시 그녀를 잡고 돌아왔다.
...그런데 여전히, 눈이 너무 많이 오는 상황.
"야, 앞이 안보여!"
그렇게 뒤에서 소리치는 최세희의 말에, 결국 나는 뒤를 내밀어 그녀에게 내 손을 내밀었다.
"하아, 손잡아."
"잉?"
내가 손을 내밀자, 추위에 빨개진 볼로 훌쩍이며 나를 올려다보는 그녀.
그런 최세희한테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손잡고 따라오라고. 이러다 서로 놓치겠다."
"으.. 응. 뭐, 그러자!"
내 말에 어째 아까보다 볼이 살짝 더 붉어진 최세희는, 약간 움찔거리며 내 손위에 자신의 손을 올렸고.
나는 그런 그녀의 손을 붙잡고, 살짝 앞에 서서 앞으로 나아가기 시작했다.
"자! 좋아, 가자!"
나와 손을 잡고 나서, 뭔가 일부러 하이 텐션을 올리며 다시 큰 소리와 함께 앞으로 힘차게 걷는 그녀.
목도리를 꼈는데도 귀끝이 살짝 붉어진 그녀를 보며, 나도 피식 웃은 뒤 다시 설산을 함께 올랐다.
맞잡은 손이 따뜻해서, 아까보다 나은거 같기도 하고.
***
우리는 그렇게 설산을 계속 올랐다.
그냥 등산해도 힘들 마당에 추위에 눈보라까지 상대하며 걸으니 힘들어 죽을 지경.
그렇게 한 몇시간 걸어올라간 우리는, 잠시 쉬어야겠다는 결론을 얻었다.
"근데 어디서 쉬지?"
"그러게..."
여전히 새차게 불어오는 눈폭풍.
그 한가운데서 여전히 손을 맞잡은 채 오르고 있던 우리는, 쉬고 싶은데 쉴 장소가 없다는걸 깨달았다. 아니, 눈 맞으면서 이 산바닥에 앉아 쉴 순 없잖아.
그렇게 잠시 머리를 굴린 나는, 이내 반대쪽 손을 튕기며 결론에 도출했다.
"그래, 이 산을 계속 오르다보면 아마 동굴이 있을거야. 그거 찾아서 쉬자."
"동굴? 여기가 무슨 히말라야도 아니고 무슨 지리산같은 느낌의 곳인데 동굴이 어딨어?"
"아니... 내가 이 산 꼭대기에 동굴이 있다고 했잖아. 그럼 중턱에도 동굴이 있을 가능성이 있지 않을까?"
"...그런가?"
내 나름 논리적인거 같은 말에 최세희가 설득되기 시작했다. 아니, 나름 그럴듯하지 않어? 그거라도 없으면 못쉬고 계속 끝까지 올라가야한다고...
"그래, 일단은 이쪽으로 가보자."
그렇게 우리는 왜인지 뭔가 있을거같은 능선을 따라 다시 눈을 해쳐 올라가기 시작했다.
그런 상태로 얼마나 올랐을까.
"오, 좀 날씨가 괜찮아진거 같기도?"
아까까지만 해도 매서운 폭풍처럼 내리던 눈이, 지금은 꽤나 잠잠해졌다.
물론 잠잠해졌다고 해도 여전히 함박눈이 펑펑 내리는 상태였지만, 그래도 아까 막 강풍까지 휘몰아치는 것보다는 훨씬 나아진 모습.
그래서 우리는 이 산 중턱을 넘은 이후 처음으로, 주위를 둘러보며 걸을 수 있었다.
"야, 저기봐봐. 강있다 강."
"진짜네?"
그렇게 우리가 발견한 것은, 얼어붙은 강.
이미 땡땡 얼어 위에 눈까지 쌓인 긴 강을 따라, 우리는 천천히 걸어 올라가기 시작했다.
눈보라가 멈춘 그제서야 주위를 둘러보며 길을 오른 우리들. 얼어붙은 강을 따라 푸른 소나무에 하얀 눈이 쌓여있는 광경은 나름 운치있었다.
그렇게 비록 몸은 지쳤지만 주위도 둘러보며 도란도란 말을 나누며 최세희와 걷던 그때.
드디어, 우리는 무언가의 굴을 발결할 수 있었다.
"야, 저거 동굴 아니야?"
"어, 진짜네?"
"아싸, 이게 진짜 있네. 드디어 이 눈좀 안맞을 수 있겠어 으."
그렇게 우리는 굴 안으로 들어왔다.
나름 크지도 작지도 않은, 산 중턱에 뜬금없이 있던 구멍.
그곳에 들어온 우리는 옷을 털려다 아직까지 서로 손을 잡고 있었던걸 깨달았다. ...생각해보니까 눈보라는 진작 그쳤는데, 왜 아직까지 잡고있던거지.
자연스럽게 놓은 우리는, 옷에 묻은 눈을 툭툭 쳐서 치운뒤, 주저앉듯 동굴 벽에 기댔다. 아으, 살겠다...
그렇게 앉아서 내 지친 다리한테 휴식을 선물해주고 있을 때, 최세희가 내게 컵 하나를 건냈다.
"자, 마셔."
"이게뭐지? 아... 챙겨온 그거구나. 고맙다"
뭔가했더니 보온병에 담아온 따뜻한 차. 그걸 보온병 뚜껑에 컵 대용으로 담아 나한테 준거였다.
감사인사를 전하고 컵에 입을 대고 마셔보았다.
어찌나 추웠는지 보온병 안에 있었음에도 살짝 식기는 했지만, 그래도 마시니 목을 중심으로 온몸에 퍼지는 따뜻한 기운.
그 느낌을 만끽하며 몸을 댑힌 나는, 이내 컵 하나를 다 마시고 다시 최세희에게 돌려주었다.. 이내 거기에 다시 차를 따라, 자기도 마시는 그녀.
그렇게 몸도 댑힌채 서로 다리를 뻗고 마주앉아 있던 우리.
잠시 눈내리는 밖을 보며 쉬던 나는, 고개를 돌려 최세희를 바라보았다. 어깨까지 오는 주황색 머리를 나처럼 벽에 기댄채, 한손에 빨간 목도리를 든 채 멍하니 차를 홀짝이며 밖을 보고있던 그녀.
나는 그런 최세희에게 나는 말을 건냈다.
"힘들지? 따라오느라 고생했다. 나혼자 갈걸 괜히 고생시킨거 같네."
"응? 아아... 아니야. 나도 오랜만에 이렇게 밖에 나오니 재밌는걸 뭘. 이렇게 눈맞으며 산 타볼 일 별로 없잖아?"
그렇게 말하면서 씨익 웃는 최세희였다.
긍정적이어서 고맙네.
그뒤로 우리는 잠시동안 좀 쉬었다.
"그때 서자영이 갑자기 어흥! 하면서 은월이 뒤에서 나타난거야. 근데 은월이는 멀쩡한데 오히려 그 옆에있던 한서은이 깜짝 놀라서 비명을 지르는데..."
"푸흐흐."
그렇게 잠시 앉은채 이런저런 얘기를 나누며 충분히 휴식한 뒤, 우리는 다시 출발하기 위해 일어섰다. 배낭도 다시 걸치고, 옷 매무새도 다듬고.
그리고 출발하기 직전, 벗어두었던 목도리를 아무렇게나 맨 채 '자, 가자!'라고 외치는 최세희를 보며 난 작은 한숨과 함께 그녀의 곁으로 다가갔다.
"잠시만, 일로와봐."
"응? 왜?"
왜 그러냐는 듯 내게 오는 최세희를 마주보고 난 손을 뻗어, 그녀가 매고있는 빨간 목도리를 살짝 풀어 다시 똑바로 매주었다. 이걸 이렇게 땡기고, 다시 묶으면...
"자, 됐다. 다시 가자."
"으, 응..."
어쩐지 귀가 다시 살짝 붉어진 최세희와 함께, 우리는 또한번 산을 올랐다.
좀 쉰 사이 눈도 더 잠잠해진 것만같은 기분. 아닌가, 계속 오르다보니까 더이상 위쪽은 눈이 안내리는건가?
"야, 이제는 눈도 거의 안내리네?"
"그렇네."
하늘에 손을 올리고 그렇게 말한 최세희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확실히 그쳤다.
그리고 높은 곳에 올라와서 그런지 보이는, 뻥 뚫린 푸른 하늘.
그 위를 잠시 바라보던 나는, 후들거리는 다리를 붙잡고 최정상에 올랐다.
이제는 아래가 내려다보일 지경.
그리고 그렇게 잠시 전망도 본 뒤 우리는, 드디어 거대한 동굴 앞에 도착했다.
"여기가 거기야? 그 우리가 찾아온 사람이 있다는..."
"어. 아마 이 안에 있을거야. 아 그리고, 뭘 보더라도 놀라지마."
"야. 그렇게 말하니까 갑자기 좀 무섭잖아..."
거대하게 뻥 뚫려있는 검은색의 굴에 압도됐는지 살짝 떨며 내 옆에 붙은 최세희와 함께, 나는 안쪽으로 들어갔다.
음. 막상 도착하고 니니까 걱정되기 시작한건데.
...이거, 꼬실 수 있으려나?
***
히어로 협회 본사.
그곳 윗층에 스타더스의 사무실.
"....."
거기에서 자리에 앉아 멍하니 평소처럼 업무를 보고있던 신하루는, 문득 등받이에 등을 기댄채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늦네."
그리고 그렇게 말하는 그녀의 푸른 눈은.
책상 위 모니터 옆에 놓여져있던, 작은 달력을 조용히 바라보고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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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악물고 주인공을 괴롭히겠다는 악의가 느껴지는 이 세계의 원작만화, [스타더스트!]
어찌나 주인공을 더 괴롭히고 싶었으면, 후반부에 가면 파워밸런스를 망가트리면서까지 스타더스를 괴롭히려는 기염을 토한다.
대한민국에 갑자기 쏟아지는 수십, 수백명의 빌런들. 거기에 신적 존재들의 등장과 무슨 이차원의 괴물들까지 아주 그냥 난리가 난다.
...물론 그렇기에, 이 개판난 원작을 대비해 내가 어느정도 장치를 해놓긴 했다. 스타더스도 키워놓고, 탑급으로 강한 이들만 모아서 빌런연합도 만들고.
그래도 아직 부족한 이느낌.
나는 아직 배고프다. 더 강한 능력자, 파워인플레의 장본인들을 더 영입하고 싶다는 소리.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설산 위 동굴에 와있다.
이곳에 잠들어있는 이를 깨우기 위해서.
"습... 야, 대체 여기 사람 사는거 맞어? 그냥 동굴인데?"
"사람...일지는 확실하진 않은데, 일단 누가 있긴 있을거야."
나는 두리번거리는 최세희한테 그정도만 말해 주었다. 어차피 곧 보게 될거니까.
그렇게 우리는 동굴 안을 진격했고.
드디어, 볼 수 있었다.
"....와."
자신이 무엇을 보고있는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린 최세희.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에 서서, 나는 거대한 그것을 함께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리의 앞에 위풍당당하게 누워있는, 거대한 하얀 용을.
"....."
21세기 대한민국에 산에 왜 뜬금없이 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거기 있었다. 하얀 신령이, 용의 모습으로.
"이게 무슨..."
"신령이야. 거의 몆백년을 살아온."
"아니... 이런게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반지에서 튀어나오는 데스나이트와 검은 촉수에도 놀라지 않던 최세희가 용을 보며 처음으로 감탄을 하고 있던 그때.
우리들이 일으킨 소란에, 드디어 용이 눈을 떴다.
".....?"
눈을 뜨더니 꿈벅꿈벅 우리를 내려다보는 신령.
용의 형상을 한 신령은 하품을 크게 하더니, 졸린 눈으로 날개를 피며 이내 중얼거렸다.
"결계를 뚫고 오다니... 이런건 처음이구나."
졸리다는 듯 그렇게 거대한 목소리로 말한 용은, 우리에게 나른하게 그렇게 말하더니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누가보더라도 갑자기 침입한 전혀 우리를 경계하거나 적대하진 않는 모습.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 우리를 내려다보고있다.
이게 이 신령의 천성. 물론 이런 성격인걸 진작에 알았으니 내가 찾아온거기도 하다. 압도적인 힘에서 오는 여유랄까.
그렇게 우리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용의 시선 아래에서, 나는 신령에게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십니까, 신령이시여. 당신을 뵈러 찾아왔습니다."
"나를 알고있나? 신기한 일이로군... 이곳의 사람들은 다 나를 잊었을텐데."
흥미롭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시선 앞에서, 나는 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며 눈앞의 용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오래전부터 이 산을 지켜온 순백의 신령.
머나먼 예전 이곳으로 날아와 자리를 지킨 그녀는, 한때는 인간들과 어울려 그들을 지키며 함께했다고 전해진다.
하여튼 나는 이제 그런 그녀를 설득해야한다. 그것도 같이 빌런 짓을 하자고.
그렇게 나를 꿰뚫듯 나른히 내려다보는 시선 아래에서, 나는 본격적으로 아가리를 털 준비를 했다.
일단 그전에.
"세희야, 잠시 물러나줄 수 있어?"
"응?"
"잠깐 이분한테 따로 해야되는 말이 있어서. 금방 끝낼게."
"어... 알았어. 저쪽 입구 근처에 있을게."
일이 심싱치않게 돌아간다는걸 눈치챈건지, 최세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물러나줬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도 아무말 없이 보내주는 거대한 용.
이내 최세희의 발걸음소리마저 사라지자, 그 용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저 아이에게 딱히 들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 소음을 차단해놨다. 자. 이제 말해보거라."
...음, 배려 고마우시네.
역시나 원작에서 본 것처럼 겉모습과 달리 은근 착한 그녀를 다시한번 재확인 한 뒤, 나는 입을 열었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다.
"신령씨."
"당신이 예전에 맺으셨던, 맹약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맹약이라."
-오랜만에 듣는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여전히 당당한 자세로 말을 이었다.
"곧, 이 세계는 멸망할겁니다."
"이를 막기위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여전히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하얀 용.
그리고 나는 그 신령한테, 쐐기를 박듯 한마디를 했다.
"의심되시면 확인해보셔도 좋습니다."
"흠..."
원작을 통해 나는 알고있다. 저 신령은 상대의 말의 진의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뭐라해야하지... 본질도 약간 엿볼 수 있다고 하던가? 기본적으로 신의 피조물이니.
그런 내 말에 살짝 흥미가 간다는 듯, 살짝 눈을 뜬 신령은 이내 자신의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공간에 생긴 파란 빛.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졌다.
"쓰읍..."
그렇게 내가 순간 비틀거린 그때, 그 짧은 사이 내 머릿속을 다 본건지 용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흐음... 그런가. 자네는 다른 세계에서 온건가. 흥미롭군..."
그렇게 나한테 흥미를 가지는 그녀.
그래, 지금이 기회다. 그녀가 내게 흥미를 가질 그때가.
아마 그녀가 내 기억을 훑었어도 모든걸 본건 아니고, 대략적인 것만 알게됐을 것.
즉, 이제부터 그녀가 내 편이 되게 하려면 고도로 정교화된 언변술을 발휘해야한다는거다.
그렇게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띄운 뒤, 나는 본격적인 입을 털 준비를 했다.
자.
이제 한번, 시작해볼까.
***
"아으... 추워."
설산 꼭대기의 동굴.
그곳의 입구에서 손을 호호 불며 비비고 있던 최세희는, 다인이 영입을 끝내고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들리려나 했는데, 조용한 내부.
"대화를 하는건지 마는건지..."
아니, 무슨 용이있어?
최세희가 그 커다란 하얀 용을 봤을때 느낀 감정은 그거다. 물론 온갖 능력자들이 있는 판에 용으로 변하는 능력자가 있는건 이상한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비한 광경. ...대체 다인. 걔는 저런걸 어떻게 다 알고 찾으러가는지 모르겠다.
근데, 그건 그렇고.
"너무 조용한데..."
괜히 혼잣말을 하며, 뒤를 돌아보는 최세희였다.
그 용이 딱히 그들 둘을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불안한건 마찬가지.
여차하면 다인을 구해야한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사 그게 저 집채만한 용과 싸우는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최세희가 혼자 의지를 되새기던 그때.
뒤에서,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끝난건가?'
최세희가 안도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서 보이는, 이쪽으로 걸어오는 다인의 모습.
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성공한거야, 실패한거야?"
그렇게 눈을 찌푸리고 보던 그때.
다인의 뒤의, 다른 사람이 함께 걸어오는 걸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누구지... 저건?
그렇게 그들은 어느새 그녀의 코앞으로 다가왔고.
다인은 멋쩍게 웃으며, 최세희한테 뒤에 있는 사람을 소개했다.
"다 끝났어. 소개할게, 아까 그 신령씨야."
"그래. 이제야 정식으로 인사 나누는군. 반갑다."
그렇게 다인의 뒤에서 나온 인물은.
하얀 소복에, 검은 머리 뒤에 비녀를 꼽은 채 옛된 말투를 쓰는 아름다운 여성이였다.
"...또?"
"흠?"
"아, 아닙니다. 반가워요, 저는 최세희입니다."
최세희는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용이 하필 여자인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
신령.
원작 최후반부 개판에서 용의 모습으로 등장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며 처음으로 등장했었다. 당시 원작에서는 무슨 용이 나와 스타더스를 구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개연성 뭐냐고 욕하면서도 은근 기대했다.
드디어 스타더스의 편이 등장하더니, 이 피폐한 상황도 어느정도 풀리나? 이런 기대였다.
특히 나중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하얀 소복을 입고 마치 선신처럼 날씨를 조종하는 모습을 보곤 더더욱.
그래, 그런 기대를 나도 했었다. 바로 다다음 호에서 그녀가 타락해가지고 도시를 다 부수기 전까진...
하여튼, 나는 동굴 안에서 그런 그녀를 에고스트림에 영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흐음..."
대화를 나누다보니 용의 모습에서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그녀.
비녀를 꽂은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하얀 소복을 입은채 무슨 곰방대 같은걸 피고있는, 아름다운 여성은 아까의 그 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가녀려 보였다.
그나마 아까 그 용과 비슷한거라고 하면 무언가를 깨닫고 해탈한듯 세상을 관조하며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아닐까.
"...그래, 그렇구만. 기어코 그 신이 내려온다는거지..."
거기까지 듣던 그녀는, 이내 곰방대를 내려놓더니 내게 말했다.
"...그래. 내가 너를 돕겠다."
"감사합니다."
"...바로 넙죽 대답하는구나. ...그래, 한동안 인세에 내려가지 않았으니, 속세로 돌아갈때가 되었지."
됐다.
나는 그렇게 속으로 승리의 주먹을 쥐었다.
...역시, 미래 팔고 과거 팔고 이것저것 다한게 도움이 되는구나....!
"내 이름은 그냥 령이라고 불러라, 너는 다인이라고 했나?"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는 신령.
나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휴우, 드디어 성공한건가.
"...그래서, 내가 자네를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가?"
그렇게 동굴 밖으로 걷던 중, 그녀는 나에게 궁금하다는 듯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똑같이 무덤덤하게 대답해줬다.
"같이 테러를 해주시면 됩니다."
"...테러? 그게 무엇인가?"
"곧 알게 되실겁니다."
나는 그렇게만 대답해줬다.
...지금 설명하긴, 음. 좀 복잡하니까...?
그렇게 집에 돌아가 그녀를 다른 이들한테 소개시켜주다보니 시간이 조금 흘렀고.
신령씨에게 테러도 설명하고, 그러는 이유도 설명하고 준비하고 이거저거 하다보니.
마침내, 테러의 날이 밝았다.
...드래곤라이더가 될 그날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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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에고스틱 테러주기 ㄹㅇ 문제이씀....]
사람이 말이야 어?
무슨 테러 한번 하는데 3~4개월 걸리는게 말이 됨?
이제 망고스틱 하이라이트 영상 다 몇십번씩 돌려봐서 더이상 볼 것도 없음...
ㄹㅇ 말이 안돼 언제와!!!!!!
=[댓글]=
[ㄹㅇㅋㅋ 빌런이라면서 테러를 안함 ㅅㅂㅋㅋㅋ]
[마왕도 잡는 S급 히어로 망고스틱 테러파업 선언]
[삶의 낙이 사라지고 있다...]
[그래도 이제 거진 4개월 다돼가는데 곧 올듯?]
ㄴ[ㄹㅇ 슬슬 올때 됐다ㅋㅋㅋㅋㅋ]
[???: 야 마왕성 사건때 에고스틱 기억나냐? 그때 개지렸었는데 설마 그게 마지막 방송이었을줄은 몰랐지ㅋㅋㅋㅋ]
ㄴ[진짜지랄하지마삼]
ㄴ[응 아니야~ 망고 이번달에 온다고 했어~ 난 믿어]
***
[근데 누가봐도 빌런인 에고스틱보고 히어로라는 애들은 대체 뭐하는 놈들임? 진짜 미친거냐?]
걔가 테러할때 사상자는 단 한명이라도 안내길 했냐
다른 위험한 빌런들을 다 무찌르기라도 했냐
한은그룹 습격때 거대로봇 탈취해주기라도 했냐
월광교 습격때 월광무녀 꼬드겨 막아내길 했냐
아틀라스의 해양생물 습격때 조약맺어 우리나라만 쏙 빠지게 해주기를 했냐
악마성의 마왕전투때 스타더스를 지키고 대신 무찌르기라도 했냐
ㄹㅇ아무것도 안하고 테러만 했는데 왜 히어로라고 함? (진짜모름)
=[댓글]=
[10점... 10점이요...]
[ㄹㅇㅋㅋ]
[이거보고 에고스틱 빌런으로 부르기로 했다]
[와 이거 완전 사악한데? 그냥 빌런이네요~^^]
[이렇게보니 ㄹㅇ 미친놈이노ㅋㅋㅋㅋㅋㅋ]
ㄴ[우리는 망고스틱의 시대에 살고있다]
[ㅅㅂ히어로 아니고 빌런 맞으니까 테러좀 해!!!!!]
ㄴ[에고스틱 테러기원 115일차]
[왜 빌런이 아니냐고? 테러를 안하고 잠수탔으니까 빌런이 아니지ㅋㅋㅋㅋㅋ]
ㄴ[ㄹㅇㅋㅋ 빌런인거 증명하려면 빨리 테러하샘]
ㄴ[ㄹㅇ별먼지단 빼고 다 에고스틱 테러 기원할듯]
ㄴ[? 별먼지단도 에고스틱 테러 바라는데... 스타더스X에고스틱 이거 못참거든요ㅋㅋㅋㅋㅋ]
[근데 막상 망고 저번 마왕성에서 활약이 너무 강했어서 이번에 좀 심심할까봐 걱정됨]
ㄴ[ㄹㅇ빛의 히어로 애플망고를 어떻게 임팩트로 이기냐고ㅋㅋㅋㅋ]
*
"휴우..."
에고스틱 팬카페를 보던 스타더스는, 한숨과 함께 시선을 돌렸다.
무슨 정보라도 있을까 습관적으로 들어가봤지만, 그저 테러 안한다고 슬퍼하는 게시글이 대다수.
"...."
자기도 모르게 옆의 컵을 쓰다듬던 그녀는, 차가운 물을 한모금 마신 뒤 생각을 정리했다.
에고스틱이 안오는거야... 뭐, 늘 그랬으니까. 그녀는 딱히 초조해하지 않았다. 자꾸 달력에 눈길이 가긴 하는데, 그거랑은 상관 없을거다. 아마도.
".....하아."
자기도 모르게 한숨을 쉬며, 스타더스는 또다시 생각에 잠겼다.
에고스틱은 빌런이다. 협회에서 빌런으로 등록되어있으니 빌런이겠지.
하지만.
"...."
어째서 자신은, 다른 히어로들보다 에고스틱을 더 많이 생각하는가.
왜 그가 다치면 마음이 아프고, 그가 자신만을 바라볼때면... 기분이 이상해지는가.
왜 그를, 도저히 미워할 수 없지.
...몰라.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
...이제는 다음에 테러할 때 무슨 얼굴로 에고스틱을 봐야할 지도 모르겠네. 역시 그냥 평소처럼 맞서는게 좋겠지. 그가 그걸 원하는거 같으니.
"....일이나 할까."
그렇게 한숨을 쉰 그녀는, 다시 모니터를 보며 일을 하기 시작했다.
그녀가 돌려보던 것은 전의 빌런과의 전투.
녹색 쫄쫄이를 입고 눈에서 빨간 광선을 쏘던 크렌크뤄시라는 놈이었는데, 상당히 처리하는데 애먹었다.
...분명 스타더스, 자신도 전과 비해 엄청 강해졌는데... 어째서인지 빌런들도 그만큼 전보다 더 강한 이들이 계속 나와, 들이는 힘은 엇비슷했다.
'...만약, 내가 전혀 강해지지 않고 예전처럼 쭉 약했었다면.'
그런 상상을 한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몸을 떨었다. ...상상도 하기 싫은 일이였다. 만약 그랬으면, 어찌나 끔찍했을지. 한주에 등장하는 빌런이 몇명인데. 그랬다면 진작 대한민국은 파괴됐을거다.
그렇게 끔찍한 상상을 하던 스타더스는, 다시 그 녹색 빌런과의 전투영상을 틀고 지난 싸움을 복기했다.
...재미가 없었다. 에고스틱과 싸웠던 것은 몇번을 봐도 이러진 않았는데, 이상한 느낌. 역시 실전이 최고인가.
그렇게 그녀가 지루하게 영상을 보며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을 무렵.
갑작스럽게 그녀의 사무실 문이 벌컥 열리더니, 협회 직원이 헐레벌떡 들어왔다.
"스, 스타더스씨!"
"네?"
그렇게 답하며,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심장이 뛰는걸 느꼈다.
저렇게 직원이 급하게 뛰어왔다는건, 무언가 큰게 왔다는 걸 의미하는 것이기에.
그리고, 그녀의 예상은 적중했다.
"에고스틱, 에고스틱이 테러를 일으켰습니다! 지금 좌표 드릴게요!"
"드디...! 그렇군요. 알겠습니다, 바로 출동하죠."
자신도 모르게 혀를 깨문 그녀는, 다시 표정을 굳히고 자리에서 일어났다. 에고스틱이 돌아왔다. 4개월만에.
그렇게 표정을 의식하며 관리한 뒤, 당장 창문을 열고 날아가려고 하는 스타더스에게.
뒤에 있던 직원이, 급하게 추가 정보를 전했다.
"아 그리고, 알아두셔야 할게 있는데...! 아..."
그러나, 이미 직원이 말이 끝나기도 전에 스타더스는 쏜살같이 날아간지 오래였다.
그렇게 직원의 말도 안듣고, 뛰는 심장을 잠재우며 에고스틱이 나타났다는 위치로 곧장 날아간 스타더스는.
"......?"
하늘을 가린채 날고있는 거대한 용을 보고 할 말을 잃었다.
...저게 뭐야.
***
도심 위 푸른색의 드높은 창공.
구름을 벗삼고 바람을 형제삼아, 나는 저 높은 하늘 위를 빠른 속도로 날아다니고 있었다.
하얀색 용 위에 타서.
아, 시원해.
"....나는 아무리 생각해도 이게 맞는건지 모르겠구나."
그렇게 시원한 바람을 즐기고 있을때, 밑에서 그렇게 중얼거리는 소리가 들려왔다.
슬쩍 밑을 내려다보니 보이는 투덜거리고있는 용의 표정.
"아이고, 왜 또 그런 말씀이십니까. 전에도 말해드렸잖아요. 이게 다 세상을 구하는 일이다 이말입니다."
"...하아, 알겠다. 이번 한번은 믿어보마. 그 여자에게 시련을 주는게 그토록 중요하다고 하니."
"감사합니다. 연습한대로만 해주시면 됩니다, 연습한 대로만."
그렇게 하얀색 용의 모습을 한 신령을 다시한번 설득시킨 뒤, 우리는 현장에 도착했다.
그래, 이제 슬슬 시작해볼까.
"신령씨, 부탁합니다."
"알겠다."
그렇게 그녀의 말이 끝남과 동시에, 그녀는 하늘로 날아들더니 포효화 함께 거대한 날개를 펄럭였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하늘에 먹구름이 끼기 시작하더니, 갑자기 내리기 시작하는 얼음같은 싸라기눈.
그리고 그 싸라기눈은 점점 커지더니, 이내 도심 전체에 얼음과 눈이 하염없이 내리기 시작했다.
자, 이제 모든 준비는 끝냈다.
방송이나 키고 스타더스 부르면 될려나? 오랜만에 키는 느낌이네.
그렇게 나는 다시한번 상황을 정리했다.
검은 신사 모자, 반쪽짜리 하얀 가면, 검은 로브와 검은 망토를 입고 빠른 스피드로 날고있는 거대한 하얀 용 위에 앉아서 웃고있는 내 모습.
좋아, 완벽하군.
그렇게 나는 검은 망토를 휘날리며, 빠른 속도로 날아가는 용 위에서 날아가지 않도록 모자를 잡은채, 그대로 하늘 위에서 방송을 켰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그렇게 도심 위, 탁 트인 배경으로 쏜살같이 날고있는 거대한 용 위에 타고있는 내 모습이 화면에 나오기 시작했고.
반응은 그야말로, 내가 기대한 그대로.
폭발적이었다.
*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망끼얏호우~!]
[와 ㅅㅂ에고스틱 십만년만에 컴백ㅋㅋㅋㅋㅋㅋ]
[왔다 내 야동 아ㅋㅋㅋㅋㅋ]
[시작부터 드래곤 ㅅㅂㅋㅋㅋㅋㅋ 뉴스보고 뭔가했는데 역시나 에고스틱이였네]
[아니 진짜 시발ㅋㅋㅋㅋㅋ 늘 상상을 초월하네ㅋㅋㅋㅋㅋㅋ]
[개같이 드래곤 라이더 입갤ㅋ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 테러고 이게 야스지 아ㅋㅋㅋㅋㅋ]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이게 자랑스러운 K-빌런? 가슴이 웅장해진다...]
[자신이 그냥 회사째고 회의째고 다같이 모여서 드래곤 플라이트 실사화 보고있으면 개추ㅋㅋㅋㅋ ㅇㄷㄴㅂㅌㅋㅋㅋㅋㅋ]
[ㅅㅂ 살다살다 한국에서 용을 다보네ㅋㅋㅋㅋ]
[양산형 테러들과는 다른 에고스틱만의 명품테러... 이게 빌런이고 이게 테러지]
["우리는 에고스틱의 시대에 살고있다" <-아무도 반박 못함ㅋㅋㅋㅋㅋㅋ]
*
마치 사춘기 소년들처럼 드래곤을 보고 열광하는 시청자들. 그래... 너희들도 전부 로망을 아는구나.
그렇게 나는 펄럭이는 날개 위에서, 싱긋 웃으며 말을 이거갔다.
"네 여러분, 다들 반갑습니다. 저입니다! 저번테러 이후로 꽤 오래 쉬었었는데 이렇게 다시 찾아뵙게 됐네요. "
*
[ㅈㄴ오래 쉬긴 했지ㅋㅋㅋㅋ]
[그놈의 테러 한번 하고 3개월 텀 좀 줄여!!!!]
[기다리다가 목이 빠져서 듀라한이 됐어요 어떡하죠]
[그래도 ㄹㅇ 오래 쉰만큼 확실히 엄청난 스케일로 돌아오기는 했네ㅋㅋㅋㅋㅋ]
[드래곤과 망고... 용과망고 아ㅋㅋㅋ 과일이 2배ㅋㅋㅋㅋㅋ]
[알았으니까 빨리 너가 타고있는 용 얘기좀 해봐!!!]
*
나는 보채는 시청자들한테 여전히 웃으며, 할 말을 이어갔다.
"네... 뭐 하여튼, 저번에 제가 굉장히 유명해졌더라고요? 무슨 히어로 아니냐는 음해도 들리던데, 그래서 그런 오해도 풀겸 이번에 확실히 하려고 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밑에 신령에게 신호를 줬다.
속으로는 투덜투덜 하는지 잘 모르겠지만, 그래도 내게 맞춰 드래곤 하울링을 해주는 그녀.
-크아아아아아
나는 그렇게 그 하늘 위에서, 포효 아래 도시를 내려다보며 사악한 웃음을 지은 뒤 선언했다.
"오늘, 저는 서울을 정복하겠습니다!"
*
[???????]
[망고스틱의 서울 정복 선언ㄷㄷㄷ]
[아ㅋㅋ 제발 정복해 달라고ㅋㅋㅋㅋㅋㅋ]
[저희 1000만 망고단은 망고스틱의 서울 정복을 진심으로 기원합니다]
[ㄹㅇ 빨리 정복해달라고~~]
*
...뭔가 내가 기대한 반응이 아닌데?
하여튼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건 내 앞쪽에서 날아오는 누군가지.
그렇게 나는, 저 앞에서 금빛의 머리를 휘날리며 날아오는 그녀를 웃으며 반겨주었다.
"물론 제가 그러려고 들면, 당연히 누군가가 막아서겠죠."
"반갑습니다, 스타더스씨."
"...하아, 하아."
나는 거친 숨을 내쉬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내 앞의 그녀, 스타더스를 향해 마주보며 싱긋 웃어줬다.
그래.
본격적인 테러는, 지금부터 시작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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폭설이 내리고있는, 도심 위 탁 트인 창공.
그 위에서 용의 등에 타있던 나는, 내 앞에서 날고있는 금발의 히어로를 향해 인사를 건냈다.
"반갑습니다, 스타더스씨."
"하아, 하아..."
*
[드디어 둘의 만남 입갤ㅋㅋㅋㅋㅋㅋ]
[이거지ㅋㅋㅋㅋㅋㅋ]
[스타더스 오자마자 용보고 벙쪘네 아ㅋㅋㅋ 어느 빌런이 테러할 때 용을 데리고 오냐고ㅋㅋㅋㅋㅋㅋ]
*
내 앞쪽, 허공에서 굉장히 당황스럽다는 눈빛을 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
나는 그녀 앞에서, 날개를 활짝펼친 용 위에 탄 채 말을 하기 시작했다.
"딱 좋을때 오셨군요. 저는 지금 서울을 정복하려고 합니다. 저희 에고스트림의 새로운 동료, 이 신령님과 함께라면 그 무엇보다 쉬운 일이죠!"
"....크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 신호에 맞춰 울부짖어주는 신령씨. 뭔가 살짝 떫떠름하게 소리를 낸 거 같지만, 그래도 남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위협적인 포효였을거다. 입을 열고 소리를 내자 거의 공기가 울리더니, 스타더스의 머리카락이 뒤로 휘날리는 극적인 연출을 보여줬기 때문.
나는 그렇게 드래곤 위에서 위풍당당하게 소리쳤다.
"스타더스씨.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제 공격을 당해낼 수는 없을겁니다. 요즘 좀 꽤 많이 활약하시는 것 같던데,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으응?"
"뭐, 당신이 이 자리에서 저를 막아내신다면 인정해 드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있을리가 없죠. 인간이 어찌 용을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그렇게 웃는 내 목소리에 맞추어 한번 더 크아아아하고 하울링을 해주는 신령씨였다.
...뭔가 신령씨의 하울링에서 살짝 현타가 느껴진거 같긴 한데, 기분 탓이겠지.
하여튼, 나는 그렇게 노골적인 멘트를 던졌다.
그래. 바로 싸움으로 들어가자고.
...솔직히 바로 저번에 그 마왕성에서 스타더스 쓰러진거보고 눈 돌아가서 달려든 업보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대화가 길어지면 나한테 좀 곤란했다.
물론 우리 정의롭고 엄격한 스타더스 성격상 그럴일은 적겠지만, 혹시라도 갑자기 그녀가 나한테 저번에 왜 날 구했냐고 따져물으면 상황이 좀 안좋게 돌아가기 때문. 물론 변명을 준비하기는 했지만, 악당은 역시 그런 백마디 말보다는 악행 하나로 자신이 빌런임을 증명하는게 나은 법이다.
그렇게 나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속으로는 초조하게 스타더스의 반응을 기다렸다. 여기서 제일 베스트는 스타더스가 '이 쓰레기 같은 놈, 내가 널 쓰러트리겠다!' 이래주며 바로 전투로 들어가는 것. 혹시라도 그녀가 여기서 더 대화를 이어가려하면, 어쩔 수 없이 내가 그녀의 말을 끊고 바로 선제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싶진 않지만.
그리고, 마침내.
조용히, 가만히 있던 스타더스는... 이내 피식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알겠다. 내가 여기서 너를 막아내면 되는거지? 이번에도."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움켜쥐는 그녀. 그와 동시에, 주먹에서 노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