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21화 (221/328)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니, 떠오른거 하나.

"...."

...음, 나. 괜히 왔나?

생각해보니까 여기까지 헐레벌떡 달려온건 좀 오바였나 싶다. 스타더스가 어련히 알아서 잘하겠지.

긴장이 풀리고 나니 드디어 돌아온 이성.

음, 불안감이 사라지고 나니까 좀 오버한게 아닐까 싶다. 갑자기 스타더스가 다칠 수도 있다는 생각에 무작정 급발진해서 왔으니까.

....돌아갈까?

아무리봐도 내가 너무 과보호했던게 아닐까 싶다. 스타더스라면 어련히 잘할텐데.

[오빠? 가만히 서서 뭐해요?]

잠시 고민하던 나는, 이내 결정했다.

그래. 그래도 스타더스가 어떻게 될지 모르는데 확인 정도는 해야지. 나중에 일 터지고 나서 후회해봤자 소용 없다. 미리미리 준비해놔야지.

...그렇게 생각하면, 지금보다 더 좋은 방법이 있지.

나는 그 생각과 함께, 스타더스가 향하는 곳으로부터 반대편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엥? 오빠 어디가요?]

갑작스러운 내 유턴에, 의아해하면서도 졸졸 따라오는 해파리 로봇.

갑자기 돌아가는 것처럼 보이는 내 모습에 서은이가 집에 오기로 결국 마음 굳힌거냐며 잘생각했다고 안심하는 해프닝이 있었지만, 내가 그게 아니라고 다시 설명하는 바람에 오해는 빠르게 풀렸다. ...조금 투덜거리긴 했지만.

그렇게 난 왔던 길을 다시 걸어올라갔다. 또 그 찐득한 검은색 액체괴물들을 밟으며.

...에혀. 순간이동이 있으면 뭐하나. 비축해야되서 평상시에는 잘 쓰지도 못하는데.

그렇게 사람하나 없는 검은 진액에 침식당한 문화센터를 가로질러, 나는 에스컬레이터를 타고 위로 향했다.

흠. 뭔가 이러니까 아포칼립스 세계에 떨어진거 같기도 한 기분이네. 사람하나 없는 파손된 백화점이라... 약간 좀비영화 감성.

그런 실없는 생각을 하던 나는, 이내 주위를 돌아보며 혀를 찼다. ...확실히, 파워인플레가 진짜 곱창났다. 이게 뭐야 벌써. 예전에 몽키스패너같은 애들이 설치던게 엊그제 같은데, 벌써 이렇게 강한 애들이 막 튀어나오고 있다. 예상대로.

...그나마 아직까지는 다들 약점이 확실해서 다행이지, 에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망토를 휘날린 채, 1층으로 다시 돌아왔다. 음, 이제야 검게 물든 창 사이사이로 좀 보이는 햇빛. 그래. 아까는 너무 어두웠어.

이렇게 다시 1층으로 돌아온 이유는 하나.

스타더스가 멀쩡한 것도 직접 봤으니, 이제는 컨트롤센터에서 관람해도 되겠지.

음산한, 뭐 튀어나오게 생긴 지하에 비해 지상층은 뭔가 텅텅 빈 느낌. 그냥 아무것도 없을 것처럼 생겼지만.

사실 이건 함정이다.

여기에 컨트롤센터가 숨겨져있거든.

그 생각을 하며 지상층 저 구석 어딘가로 걸어간 나는 끝내, 구석 어느쪽에 마치 아무것도 없어보이지만 잘 보면 희미하게 보일듯 말듯한 문을 기어코 찾아냈다.

그래. 여기란 말이지.

"이리 오너라!"

나는 그렇게 소리치며, 문을 그냥 발로 뻥 차서 열었다.

-크리엑?

그러자 보이는, 이상하게 생긴 괴물 몇마리.

아까 스타더스가 싸우던 그 악마 비슷하게 생긴 것들과는 다르게, 이번에는 무슨 골렘같이 생긴 검은 생명체들이 그 안에 있었고.

-크키에엑!

나를 본 그것들은, 이내 일제히 달려들었지만.

"홀리 펀치!"

-끄아아아아악?

그냥 내가 미리 준비해 놨던 홀리-십자가를 품에서 휘두르자, 다들 걍 녹아 없어졌다.

휴. 끝!

참 쉽죠?

[...진짜 한번 더 봐도 신기하네요. 오빠, 그건 원리가 뭐에요?]

"음... 과학과 마법의 산물?"

이제 근처에 스타더스도 없으니 말도 편하게 크게 한 나는, 주위를 휘적휘적 뒤져서 앉을만한 의자를 찾아냈다.

이상한 검은색 진액들을 닦고나서, 털썩 앉으니 살거같은 기분.

내 홀리-십자가는 의자옆에 놨다.

원작에서는 이번 임무가 최종적으로 작전 실패해, 악마들이 몇마리가 시중에 뿌려지면서 생태계에 숨어사는 바람에 걔네 잡겠다고 시간이 지난 후에야 개발되는 무기.

물론 나야 대충 그 원리를 알고있으니, 미리 준비해놓은 것들에 덩굴마녀라는 내 일기장에 마법 걸어줬던 그 여자를 다시 찾아가서 만들어놨던 무기다.

뭐, 굳이 십자가 모양일 필요는 없지만 감성이라는게 있으니...

하여튼, 내가 이곳에 들어온 이유는 하나.

여기가 이 악마성의 컨트롤센터기 때문.

그리고 그런 내 말을 입증하듯, 앞에는 수많은 모니터들이 붙어져 있었다. 화질이 좀 구리긴 한데... 어찌됐건 시시티비 비슷한것들로 아래 침식된 공간들이 다 보이는 모습.

참고로 이건 원래 있던게 아니다.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킨 데몬즈라는 놈이 새로 만들었던거지. 지금은 방치됐지만.

".....얘가 난놈이기는 해."

나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데몬즈. 앞으로 일어날 마지막 월광교 테러 전 최고의 임팩트를 보여준 이놈. 현세에 지옥을 강림시키겠다는 목적 하나로, 이 지랄을 다 준비한 놈이다. 그전까지의 머리보다는 능력부터 쓰던 다른 빌런들과는 다르게 어느정도 머리도 돌아가는 놈이고.

참고로 저놈은 지금 이곳 제일 깊숙한 곳에서 자체적으로 봉인에 갇힌 채 힘을 모으고 있다.

그리고 아마 저놈이 풀려나는 그날이, 대한민국에 지옥이 강림하는 날이겠지만...

'뭐, 어차피 원작에서도 그건 실패했으니까."

그래. 원작에서조차 저놈은 부활하는데 실패했다. 정확히는 반쯤 부활했는데, 스타더스와 협회가 혼신의 힘을 다해 겨우 막았지. 물론 악마 몇몇은 풀려났지만, 그래도 대한민국 망하는건 막았으니 된거 아닐까?

나는 그런 생각으로 등받이에 등을 기댔다.

그리고 어디에 숨겨져있는 조작 패널을 찾고 만져보니, 보이는 스타더스의 모습. 복도를 걷는 모양이다.

[...음, 이건 좋네요. 여기서 이러기만 하면 괜히 오빠가 위험해 질리도 없고.]

"그치?"

안심하는 듯한 서은이의 말에,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여기서 지켜보다가 뭔 일 터지면 내려가면 된다. 그리고 어차피.

'스타더스가 첫날은, 중간까지만 내려간 뒤 다시 돌아오니까.'

그래. 이번 이벤트는 거의 일주일 정도 걸리는 대형 이벤트. 스타더스또한 앞에 뭐가 있는지 모름으로, 굉장히 보수적으로 임한다. 계속된 전투로 지치기도 할테니.

즉, 아마 몇시간 뒤면 다시 돌아올꺼란 소리다. 그러니 나도 그때쯤 가면 되겠지.

나는 그렇게 마음을 편하게 먹었다.

그렇게 몇시간후.

"아니... 왜 계속 가는거야?"

나는 화면에 비친, 계속해서 밑으로 내려가는 스타더스의 모습을 보며 당황함에 중얼거렸다.

아니, 전투도 아까 이후로 많이 치뤘는데, 슬슬 재정비 해야지. 어디까지 내려가는거야.

나는 슬슬 불안감을 느끼기 시작했다.

쓰읍. 플랜 C를 써야하나.

[오빠... 또 무슨 생각을 하길래 그런 진지한 표정을...]

서은이는 그런 나를 보더니 그렇게 중얼거릴 뿐이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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원작.

내가 늘 이 세계를 살아가며, 매번 길잡이로 따르는게 바로 원작이다.

이 세계는 원작 만화를 기반으로 하고 있고, 나는 그걸 통해 이 세계의 미래를 알고있다.

즉, 어지간하면 원작에서 일어난 일은 거의 무조건 일어난다는 소리.

물론 원작과 이 세계는 하나의 차이가 있기는 하다.

그건 바로 원작에는 존재하지 않던, 에고스틱이라는 인물이 존재한다는거. 그래. 내가 원작과 이 세계의 유일한 차이다. 그거 빼고는 없고.

즉, 결론은 원작에서 일어나는 일들, 타이밍. 내가 따로 건드리지 않은 뭐 그런거는 웬만하면 전부 원작대로 흘러간다는 소리다. 빌런이 원작에서 이때쯤 처음 등장했다? 그러면 이 세계에서도 정확히 이때 등장한다. 특히 아예 내 영향력이 안미치는 해외는 완벽하게 원작에서 본대로 거의 다 흘러가고.

...근데, 물론. 내가 일으킨 것들로 인해 나비효과인지 뭔지가 생겼는지 가끔 원작과는 다른 일들이 벌어지기도 한다. 예전의 그 악어빌런이 예상보다 일찍 테러를 일으킨 거라던가, 월광교가 최종전에 쓰일 괴물을 미리 쓴다든가 뭐 그런 것들.

그래서 나는 그때 이후론 원작을 기반으로 계획을 짤 때, 혹여나 원작대로 안 흘러갈 가능성을 늘 어느정도는 대비해둔다. 물론 일어날 일이 거의 없으니 대충 러프하게 스케치만 해놓는 정도로. 당연히 왠만한 모든 일들은 플랜 A대로 흘러가니까.

그리고 지금.

나는 그 러프하게 짜놓은 플랜 B, C를 활용하게 될 위기에 처했다.

어둠에 잠식된, 건물의 시시티비 화면이 전부 보이는 그 방.

나는 그곳에서, 밑도 끝도 없이 지하로 내려가는 스타더스의 모습을 보며 깊게 고민하고 있었다.

"아니... 저러면 안된다니까?"

[뭐가 안돼요. 지금 신나게 아래로 내려가고 있는거 같은데.]

카메라가 달린 해파리 로봇이 화면을 보고 꿈틀거리며, 전하는 서은이의 말.

뭐가 문제인지 모르는 서은이의 반응과 다르게, 대충 미래를 아는 나는 이 일을 심각하게 받아들이고 있었다.

이 이벤트는 저렇게 하루만에 된다고 해결되는게 아니다.

정확히는 스타더스가 거의 일주일정도는 고전하며, 협회에서 쉬었다 다시 찾아올때마다 바뀐 길에서 해매며면서 주위에 떨어진 모든 악마 생성장치를 다 박살내고 나서야 최종보스가 있는 방으로 향해야 한다.

그렇게 해서 스스로를 봉인하고 있는 빌런의 힘을 약하게 만든 상태에서야 겨우 상대가능한게 현실.

그런데 지금, 스타더스는 무작정 아래로 향하고 있는 것이다.

아니, 원작에서는 안그랬으면서 왜 그래...

그 모든 광경을 참담한 심정으로 지켜보던 나는, 이내 다시 정신차리고 진지하게 고민하기 시작했다.

...베스트는 그녀가 그 최종보스인 빌런이 있는 방안에 도착하기 전에 마음을 돌려먹고 다시 협회로 돌아가는 것.

그러나 지금 성큼성큼 정확하게 최종보스가 있는 곳으로 가는 루트로 잘 가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봤을때, 그럴 가능성은 좀 적어보였다.

즉, 그녀가 이대로 데몬즈가 있는 곳으로 오늘 안에 내려간다는 최악의 가정 하에 움직여야 한다는거다.

그리고 그렇게 해서 스타더스가 데몬즈와 싸워서 이길 확률은..?

'...힘들거 같은데.'

아무리 스타더스가 원작보다 더 강해졌다고 해도, 지금 상황 자체가 원작보다 더 나빠졌다.

원작에서 데몬즈는 영양분인 다른 휘하들인 악마들이 거진 다 쓰러지면서 힘이 약해지기도 했고, 봉인도 반도 못풀어서 원래 능력의 절반정도로 약해졌다. 근데 그런 그마저도 원작의 스타더스는 못이겨서, 결국 악마 몇마리들이 펄럭펄럭 빠져나가게 되고.

거기다가 지금의 스타더스는 계속된 전투에 지친 상태다. 거의 쉬지않고 내려가고 있으니. 대체 왜 저러는건지는 모르겠다. 특히... 밑으로 내려갈수록 저 어두운 촉수들이 끊임없이 부정적인 생각을 속삭인다는걸 생각하면. 몸 상태가 별로 안좋을거 같다. 과연 저래서 싸울 수 있겠냐 이거지.

근데 물론 이건 내 생각일 뿐이고.

스타더스가 실제로 저 최종보스를 줘 팰수도 있다. 이번 싸움에서 한단계 더 성장할지도 모르는 일이고.

그걸 내가 함부로 막아도 되는걸까.

"...."

그렇게 악마성 지상층 한쪽에서.

나는 진지하게 고민을 했다.

지금이라도 내 홀리-십자가를 들고 최종보스 방으로 순간이동해 잘자고 있는 놈 심장에 말뚝박아서 이 사단을 끝낼지.

아니면 스타더스를 믿고, 지켜볼지.

그리고 나는 짧은 고민 후, 결단을 내렸다.

그래. 일단은 믿어보자.

나 스스로를 스타더스의 아치에너미라고 말하고 다녔는데, 내가 내 정적인 히어로를 응원하시 않아서야 되겠어?

물론, 질거 같기는 한데...

그래도, 싸우는 그 과정에서 깨달음을 얻을 수 있는거니까.

거기까지 생각한 나는, 일단은 나서지 않고 가만히 있기로 했다. 그래. 그리고 또 혹시나 스타더스가 마음을 돌려 협회로 돌아갈 수도 있는거니까.

다만 그래도, 미리 준비는 해놔야지.

나설 준비를.

나는 자리에 일어나면서, 서은이한테 말했다.

"서은아, 이거 지금 스타더스가 나오는 화면 가면에 띄워줄 수 있어? 그 해파리 기계 카메라랑 연동해서."

[어... 한번 해볼게요!]

그 말을 끝으로, 무언가 뚝딱뚝딱하더니.

이내, 가면을 쓴 내 눈쪽에서 스타더스의 모습을 담은 화면이 나오기 시작했다.

좋아, 이러면 이제 스타더스가 무사한지도 한눈에 확인 가능하고. 좋네.

그럼, 슬슬 미리 할일을 하러 가자.

나는 홀리-십자가를 챙겨들고, 서은이에게 말했다.

"서은아, 나 지금 집에 다시 잠시 들릴거거든?"

[엥? 왜요?]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 수도 있을거 같아서. 내 신성 폭탄이랑 홀리 캐논같은거 미리 다 챙겨놓자."

[아... 그거 창고 어딘가에 있을텐데, 찾고있을게요!]

서은이의 대답을 들은 이후, 나는 등을 돌려 다시 밖으로 빠져나왔다.

...잘하면 오늘 곧바로 다시 스타더스를 볼 수도 있겠네. 아무래도 내가 나서야 할거 같거든.

"좋아, 뭐. 이 기회에 또 저번에 스타더스한테서 탈탈 털려서 떨어진 내 이미지도 회복하면 되겠네."

나는 그렇게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사람들이 무서워하는 빌런. 그게 되기 위해서는 어느정도 스스로의 강함을 증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

즉, 만약 스타더스가 데몬즈한테 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내가 방송키고 난입해서 스타더스 대신 놈을 해치우면... 대충 내가 얼마나 강한지 증명되지 않을까? 뭐 나선거에 대한 변명이야 적당히 생각해두면 되고.

사실 내가 강한게 아니라 그냥 그 데몬즈라는 놈에 약점을 찌르는 무기를 가지고 있을 뿐이라 그런거지만, 이것도 적당히 넘어가기로 했다. 어차피 사람들은 몰라.

그렇게 나는 잠시 집으로 돌아와서 재정비 후, 다시 악마성쪽으로 향했고.

그렇게 해가 지고 나서, 내가 막 도착할 때쯤.

콰과과과과과과광-.

[감히, 누가 이 몸을 깨우는가 ------!!!]

천둥이 치는 소리와 함께, 악마성이 된 무역센터에 붉은 구름이 몰려들기 시작했고.

이내, 마치 판타지 게임의 마왕같은 비쥬얼을 가진 거대한 몸집에 무언가가, 붉은 창을 들고 건물 천장을 말그대로 박살내며 튀어나왔다.

"쓰읍... 결국 이렇게 되네."

몰려드는 검은색 안개, 하늘에서 내리치는 벼락, 솟구치는 먼지구름. 터지는 폭발음.

실시간으로 난장판이 되고있는 무역센터를 보며, 나는 근처 건물에서 한쪽 무릎을 꿇고 지켜보고 있었다.

끝내 봉인이 풀렸군. 예상하고는 있었지만, 이렇게 하루도 안되서 풀리는걸 보니 당황스러울 지경이다.

...근데 진짜 하루만에 풀렸는데, 이정도면 힘을 비축하기도 힘든 짧은 시간 아니야?

어쩌면, 가능성이 있을지도.

그리고 잠시뒤에 지하에서 튀어나온 스타더스.

화가 난듯 거대한 붉은 창으로 근처 건물들을 박살내던 데몬즈. 정확히는 마왕화 능력을 불완전하게 사용하는데 성공한 그것은, 붉은 눈빛으로 스타더스를 향해 소리쳤다.

[나를 깨운게 네녀석이냐 ------!!!]

[감히, 이 몸의 계획을, 망가트리다니....]

[너를, 지옥으로 보내주마ㅡ!]

대지를 울리듯 소리치는 녀석.

힘을 모았다가 대한민국 전체를 마계로 만들 생각이었는데, 좌초되자 몹시 분노하는 모습이다.

...그런데 진짜 스타더스가 전보다 훨씬 강해지기는 했어. 진짜 설마설마 했는데 하루만에 뚫어버리네.

[[속보]협회, 무역센터 인근에 1급 경보 발령, 일대 전부 접근금지]

[[현장사진]악마의 형상을 한 빌런 등장... 전문가들, S급들 중에서도 최상급의 능력자. 기도해야.]

[[실시간 영상]나타난 빌런과 함께 맞서 싸우는 스타더스... 패배시 서울 전체 위험에 빠질 수도 있어]

*

[좆됐다 좆됐다 좆됐다]

[나 서울 사는데 저거 뭐냐? ㅅㅂ 왜 마른하늘에 벼락이 치는데ㅋㅋㅋㅋㅋ]

[걍 시발 안그래도 작은 나라에 왜 저런것들이 계속 튀어나오는데ㅋㅋㅋㅋ 이건 누가 의도적으로 한국을 멸망시키려는 계략이다...]

[스타더스만 믿는다 별먼지야 제발... 한번만 이겨주세요...]

대충 기사 알림들과 방송사 채팅창을 보니, 다들 갑작스러운 소란에 난리가 난거 같다.

쓰읍. 비쥬얼은 진짜 역대급이긴 하네. 무슨 생김새만 보면 쟤가 원작의 최종 빌런인줄 알겠어. 실상은 월광교 전에 나타나는 중간 보스격 빌런인데.

그런 내 감상과는 다르게 주위는 벌써부터 마계 침식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스멀스멀 지상에 기어올라오는 검은 촉수들. 우리 베히모스가 친구생겼다고 좋아할 것만 같은 광경.

[...오빠, 이거 진짜 괜찮은거 맞아요? 쟤 너무 강해보이는데? 스타더스가 문제가 아니라 오빠가 걱정이에요...]

"걱정하지마 서은아. 지금은 진짜 다칠리 없어."

나는 불안해하는 서은이를 안심시켜줬다. 얘까지는 약점이 확실해서, 그것만 쓴다면 일반인인 하율이 동생 차윤이도 잘하면 쓰러트릴 수 있다.

다만 그런거 없이 쌩으로 이기기는 쉽지 않을거 같은데... 그래도, 혹시나!

그렇게 나는 옥상에 서서 전투를 지켜봤다.

여기서도 느껴질 정도로 엄청난 위압감을 내뿜고있는 녀석. 그리고 노란 머리를 휘날리며 그것에 맞서고 있는 스타더스,

검은색과 붉은색, 그리고 노란색 빛이 번쩍번쩍 하며어두운 밤하늘을 수놓았고.

그걸 지켜보던 나는, 점점 얼굴이 굳었다.

누가 봐도 스타더스가 밀리는 모습.

...스읍. 역시, 안되는건가.

그렇게 또 얻어맞고 구르는 그녀의 모습을 보며, 나는 침음을 하며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나서야겠네.

그리고, 내가 그렇게 생각하던 그 순간.

"...어?"

번쩍-

[크아아아아아악 -----!!!]

멀리서도 보이는, 이를 악물고 주먹을 날리던 스타더스와.

처음으로 들린 놈의 고통스러운 비명소리와 함께.

한순간, 어두운 밤하늘에 마치 섬광이 터진거처럼, 노란 빛으로 밤하늘이 순간 밝아진 뒤.

콰과과과과과광.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데몬즈, 일명 마왕이 그대로 뒤로 날아갔다.

쾅. 쾅. 쾅.

그것에 맞고 박살나는 건물들.

"뭐야, 뭐야?"

그 모든 광경을 본 나는, 순간적으로 나도 모르게 혼잣말을 하며 몸을 앞쪽으로 뺐다.

그렇게 더 가까이서 보자, 더욱 잘 보이는 광경.

마치 거대한 에너지에 맞은 듯, 일자로 날아가있는 건물들과, 저쪽 한구석에 쳐박힌 마왕.

그래.

우리 스타더스가, 기어코 저 맷집도 좋은 마왕한테 한방 먹여줬구나.

[와....]

[방금 뭐냐?]

[별먼지! 별먼지! 별먼지! 별먼지! 별먼지!]

[이게 히어로고 이게 영웅이지ㅋㅋㅋㅋ]

연동해둔 채팅창이 희망으로 떠들석한걸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뜨거운 눈물을 흘리며 박수를 칠 뻔했다. 그래. 믿고있었다고! 마 이게 우리 스타더스다!

그러나 그렇게 활발하던 채팅창은, 오래 가지 못했다.

[아 시발. 좆됐네.]

쓰러져있던 마왕이, 비틀거리면서도 다시 붉은 창을 들고 일어났기 때문.

그에 비해 우리 스타더스는 마지막 일격에 기력을 다했는지 한쪽편에 등을 기대고 간신히 숨만쉬고 있었다.

그렇게 무력해보이는 스타더스를 향해, 마왕이 한발자국씩 가까이 걸어오는 상황.

시청자들의 불안이 극에 다한 그때.

나는, 조용히 가면을 올리며 씨익 웃었다.

"그래... 스타더스. 고생했다. 나머지는 내가 처리할게."

다 된 밥에 숟가락 올리기. 실로 악랄한 빌런다운 행위. 모두가 공포에 떨게 당연...!

대충 판단을 마친 나는, 카메라를 들고, 홀리-웨폰을 들고 건물 옥상에서 그대로 뛰어내렸다.

자. 히어로의 시간은 갔다.

이제부터는, 악당의 시간이다.

"짜잔!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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악마성 지하.

스타더스는 그곳에서, 괴수들을 잡고 또 잡았다.

"헉... 헉..."

어두컴컴한 실내.

소름끼치게 끈적한 검은색 진액들이 공간을 둘러싸고, 축축한 습기가 공기를 갑갑하게 짓누르는 그곳에서.

스타더스는, 또다른 괴수와 싸워, 몸에 상처를 입고 나서도 계속해서 밑으로. 지하로 내려갔다.

마치, 불을 향해 쉼없이 날아가는 하루살이처럼.

"크흐..."

지나친 전투로 인해, 이미 몸 이곳 저곳이 욱씬욱씬 쑤시는 상황.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직감이 이끄는데로 계속해서 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직감, 일종의 '초감각'이 그녀에게 지금 당장 지하로 내려가야만 한다고 경고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는 어차피, 무엇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애잖아?

"....."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 때문이기도 했다.

점차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내려올 수록, 빛이 희미해지며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했고.

검은색의 진액들이 벽에 한면도 남기지 않게 가득 채운, 그곳에서. 어떠한 목소리들이 마치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엄마도 잃고, 아빠도 잃고. 너의 부모님이 안계신게, 과연 이 세상 탓일까? 아니면 네 탓일까?

너 혼자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서, 이 세계가 과연 바뀔거같아? 넌 아무것도 못해. 누가 너를 이해해주겠어?

"닥쳐..."

스타더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계속해서 옮겼다.

...이것은 딱봐도 이 공간에 맺어진 일종의 저주. 아마 이 모든걸 일으킨 빌런이 만들어논거겠지.

그리고 그런 스타더스의 추측은, 정확히 맞았다.

침입자에게 극도로 부정적인 생각을 들게 해, 스스로를 저주하게 만드는 장치. 이 악마성을 만든 빌런, 데몬즈가 봉인되어 있는 그곳으로 침입자가 들어가지 못하게 걸어놓은 능력이니까.

그렇기에, 스타더스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쫓아내기 위해서.

이를 대충 눈치챈 스타더스도 이를 악물고서는, 어떻게든 피어오르는 생각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네가 결국 모두를 망가트리고 말거야. 생각해봐... 에고스틱. 그도 결국, 네가 스스로 망가트렸잖아?

과연 누가 너를 끝까지 좋아할까? 대중이 과연 너를 언제까지 좋아할까? 그들은 너의 행동 하나에 언제든 돌아설 수 있어. 에고스틱, 그만 해도 더이상 너를 좋아하겠어?

포기해. 어차피. 네가 이런다고 해서 알아줄 사람도 없어.

"...."

그렇게 이곳에 걸린 저주는, 스타더스의 내면에 묻어두었던 안좋은 기억들, 그리고 최근에 느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전부 끌어들였고.

그녀 안에 잠들어있던 어두운 생각들을 끊임없이 파해쳐, 그녀의 앞에 들이밀었다.

포기하라고,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고. 더이상 전진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거라고.

"....하."

그러나, 이 저주가 한가지 간과한게 있었다.

바로 스타더스의 정신력이, 남들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그래서 침입자를 쫓아내기위해 만든 이 저주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있다는 것이.

"....나도 알아."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쩌라는건가. 다 알지만, 그냥 의도적으로 무시하는거다. 이 행동이 의미없던, 대중이 등 돌리던, 다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뭐, 에고스틱이 이제 나를 증오한다고 해도,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아마도.

"에이씨."

또 드는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들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구긴 채 발걸음을 더 빠르게 놀렸다.

그래. 그녀는 발걸음을 늦추기는 커녕, 더욱 빠르게 밑으로 내려가고, 새로운 괴물과 맞닥트려 또 주먹을 쥐고 맞서 싸웠다.

그래.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된 순간, 모든 의욕을 잃고 드러누워버리는 사람과.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된 순간, 이를 몰아내기 위해 오히려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사람.

그리고, 스타더스는 명백한 후자의 사람이었다.

끼에에에에에엑!

"닥쳐."

쾅-.

지하 어딘가에 나타난, 가고일을 닮은 검은색 괴물을 또 쓰러트린 그녀는 파죽지세로 안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저주가 계속해서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는걸, 힘겹게 견디며.

그렇게 달려온 그녀는.

끝내, 최심층의 커다란 문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

테러 이후 생겼을게 확실한, 이질적이게 거대한 문.

이제는 더이상 귓가에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상황.

이 안에 이 모든 일을 벌린 빌런이 있을거라 확신한 그녀는, 이내 문을 열어덪혔고.

끼이익-소리를 내며 열린 문 너머에는, 어떠한 커다란 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 한가운데 박혀 있는, 그녀보다 몇배는 큰 거대한 검은색의 심장모양의 무언가.

두근- 두근-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두근거리며 꿈틀대는, 그 기묘한 광경에 스타더스의 눈매가 자연히 찡그려졌지만.

이내 그녀는 판단을 했다. 아, 뭔지는 몰라도. 이게 그 빌런과 연관이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마친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스읍..."

그녀는 숨을 들이마쉬고는, 그대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빛이 나는 주먹.

이 아래에서 수없이 많은 괴물들을 때려잡으며, 그녀가 얻은 잔재주였다. 자유자재로, 이 이상한 빛을 내는 힘을 주먹에 담기.

그렇게, 주먹을 든 그녀는 그대로 그것을 그 검은 심장을 향해 뻗었고.

콰아아아아아아앙-

"크흑..."

그것이 그대로 폭발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엄청난 양의 어둠이 쏟아져나왔다.

마치 방을 꽉 채우듯 빠르게 쏟아지는, 검은색의 무거운 연기.

그렇게 순식간에 모든 빛을 잃은 방 안에선, 일종의 포효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용오름치는 어둠.

그렇게 위에서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봉인에서 풀린 마왕의 영혼이 그대로 지상을 향해 다 박살내며 올라가버렸고.

마왕이 풀려났다. 너에게는 이제 끔찍한 고통만이 있을 것이다.

"콜록, 콜록."

먼지가 가득한 밑에서 남겨진 채 위를 올려다보던 스타더스 또한, 황급히 그것을 따라 지상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위로 올라온 그녀.

밀폐되고 어둡기만 했던 지하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맡은 그녀였지만, 그럴 틈도 없이, 눈 앞에 나타난 재앙을 상대해야 했다.

[감히, 누가 이 몸을 깨우는가 ------!!!]

달빛이 아래를 은은히 밝히는 밤하늘 아래, 모습을 보인 그것.

밤하늘 보다 어두운, 빨려들 것만같은 검은색의 형체를 가진, 마치 전신갑옷과 망토를 두른 것처럼도 보이는 그것은 이내 지상에서 포효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기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두 뿔이달린 머리로 고개를 돌리는, 마의 왕이 되다 못한 자.

이내 그것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스타더스를 보더니, 대지가 울릴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나를 깨운게 네녀석이냐 ------!!!]

[너를, 지옥으로 보내주마ㅡ!]

"윽..."

이내 그것의 포효와 동시에 불어오는 강한 바람.

본능적으로 몸을 가린 그녀가 몸을 뒤로 뺌과 동시에, 붉은 창을 든 그것은 그녀를 향해 그 육중한 몸으로 돌진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살기, 다시 머릿속을 침식하는 악마의 속삭임.

일반인이라면 정신을 잃을 그 상황에서도,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 멸망을 형상화 한것만 같은 그것과 맞섰다.

...대체 대한민국 이 좁은 나라에 저런것들은 어디서 튀어나오나, 그런 생각을 하며.

"흐읍!"

그렇게 스타더스의 주먹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모든 힘을 끌어다가 싸웠다.

비록 몸은 계속된 전투로 인해 지쳤고, 정신은 마모됐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너무 강했다.

계속해서 밀리는 그녀, 끝없이 붉은 창을 휘두르며 그녀를 압박하는 마왕.

이대로 여기서, 포기해야되나?

아니지.

스타더스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있고, 잃어온 것들이 있다.

여기서 모든걸 포기하려고 지금까지 달려온게 아니다.

그 소망을 담아, 모든 힘을 다해 그녀는 주먹을 휘둘렀다.

별보다도 밝은 빛이, 어둠을 몰아낼 빛이 그녀의 손끝에 번떡였다.

밤이 순간, 환해질정도로.

번쩍-

[크아아아아아악 -----!!!]

처음으로 듣는 놈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것은 저 멀리로 튕겨져나갔다.

그대로 벽에 부딪쳐 쓰러진 마왕.

그렇게 제대로 맞고 뻗어버린 그놈이었지만, 그렇다고 스타더스또한 정상인건 아니었다.

"쿨럭..."

박살나있는 건물들 사이.

그 가운데 주저앉아 있던 스타더스는, 지나친 능력사용의 부작용으로 반쯤 쓰러져있었다.

"하아... 하아..."

몸을 움직일 힘도 없는 채, 간신히 정신만 붙잡고 있는 그녀.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이 정도 위력이 되는 공격을 썼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 부족했다.

"흐으..."

겨우겨우 무너진 벽 한쪽에 등을 기댄 채, 잘 안떠지는 눈으로 앞을 보던 스타더스는 눈앞의 광경에 헛웃음을 흘렸다.

...분명 쓰러트린줄 알았던 마왕이, 어느새 일어나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붉은 창을, 땅에 끌면서.

하하. 비록 모든걸 쏟아부었지만, 여기까지인가.

쓰러진채 그런 생각을 하던 스타더스는, 어느새 이런 상황에 기시감을 느꼈다.

...그래. 사실, 지금과도 같은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고있는 상황에서, 스타더스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녀에게도 늘 위기란 있었다. 목숨이 위협받은 적도 있고, 감당못할 적을 만나 좌절한 상황이 있었고, 모든걸 놓고 포기한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럴때마다, 누군가가 그녀를 대신해 나타나줬었다. 자신의 목숨을 대신 막아주고, 좌절한 순간 나서주고, 포기한 순간 응원을 해준 누군가가.

...그러나, 과연 지금도 그때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그 누군가를 심하게 상처입히고, 또 무너트렸는데. 과연 그가 이번에도 나타날까.

당연히, 오지 않지 않을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을 조용히 관조하던 순간.

쿵-.

눈앞에서.

마치, 당연하다는 듯.

누군가가, 이때까지와 같이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하늘에서 떨어졌다.

"흐음..."

땅에 착지하더니, 침음을 흘리다 자연스럽게 팔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하는, 눈앞에 갑자기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한 그의 모습.

검은 모자를 쓰고, 검은 망토를 두른 채, 가면으로 한쪽 얼굴을 가린 채 웃고있는 그의 모습은, 그녀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읏차... 아, 안녕하세요 스타더스씨. 저번에 보고 또 보네요. 아이고, 그런데 이번에 쓰러져있는건 스타더스씨 쪽이네요!"

자신을 향해 돌아보며, 웃는 그의 모습.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곳에도 별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마냥 무슨 마실 나온마냥 해맑게 웃으며 자신에게 말을 건내는 그. 에고스틱의 모습에,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하하..."

"하여튼, 고생하셨는데 좀 쉬고 계세요. 제 아치에너미가 제가 아닌 다른 빌런한테 쓰러지는게 말이 되나요? 나머지는 대충 제가 처리해드리죠."

늘 그렇듯 말도 안되는 말을 하며 자신을 보며 씨익 웃고는, 등을 돌린채 멈춰있는 마왕을 향해 무기를 드는 그의 모습.

그러던 이내, 어느새 그가 챙겨온 카메라가 켜지고.

"짜잔!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밝게 웃는채 카메라를 향해 말하며, 검을 빼어든 채 마왕을 향해 걸어가는, 망토를 휘날리며 나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은채

조용히, 속으로 생각했다.

에고스틱은 빌런이다. 이는 모두가 알고있고, 협회에서 공인된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

근데. 그런데 말이야.

이런 너를.

내가, 어떻게 싫어하겠어.

"어떻게... 그러겠어."

스타더스는 앞으로 나아가는 에고스틱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속삭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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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이 세계에서 악당이 되기로 결심했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스타더스를 지키기 위해서.

즉, 내가 빌런 컨셉을 지키려 하는 것도 전부, 스타더스를 위해서다.

그런데 스타더스를 위해 하는 빌런 컨셉때문에 스타더스를 지키지 못한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지. 완전히 주객전도 아니야.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순간 이곳에 등장한 것이다.

아니, 컨셉이고 뭐고 스타더스 죽는건 막아야할거 아니야.

"짜잔.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그래서 나는 폐허가 된 마왕성 앞에서, 팔을 활짝 벌린 채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음. 그리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싸늘한 바람만이 내 망토를 스치고 지나갈 뿐. 쩝, 이래서 관중이 없는 공연은 서럽다니까.

근데 물론 그건 내 주위에 반쯤 쓰러진 스타더스와, 저 앞에 딱봐도 황당해하는거 같아보이는 마왕만 있어서 그런거고.

그냥 무지성으로 전국을 향해 생중계를 때리고 있는 채팅창에서는, 그냥 난리가 났다.

*

[?????????]

[시발ㅋㅋㅋㅋㅋㅋ 믿고 있었다고!!!!!]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티익!!! 시발ㅋㅋㅋㅋㅋㅋ]

[아ㅋㅋ 히어로가 위험에 빠지면 빌런이 대신 나서는게 '상식' 아니야?]

[자기가 지금 눈물흘리며 동서남북으로 절하고있는 망고단이면 개추ㅋㅋㅋ 일단나부터ㅋㅋㅋㅋㅋ]

[이게 야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이장면보고 제암이 나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S급 히어로 애플망고 개같이 입갤ㅋㅋㅋㅋ]

*

역시나 예상했던데로 미친듯이 불타고있는 채팅창.

쩝, 뭐. 미리 예측했기에 딱히 놀랍진 않았다. 오히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만 좀 있었을뿐.

그리고 당연히 나는, 대책을 세워놨다.

"오랜만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런 상황에서 또 뵙게되니 새롭네요."

나는 본격적으로 입을 털기 시작했다.

아무도 안물어본 그런 얘기를.

"아니, 다름이 아니라 집에서 쉬고있는데 갑자기 난리가 났지 뭡니까. 그것도 제가 일하는 곳에서요? 어이가 없어서 달려왔습니다. 아니, 남의 영업장을 이렇게 망쳐놓으면 어떡합니까?"

나는 폐허가 된 주위를 카메라를 돌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주 황당하다는 듯한 얼굴과 말투는 덤.

그리고 시청자들또한, 내 마음을 이해해주었다.

*

[네????]

[일하는 곳=테러하는 곳... 영업=테러하면 맞는 소리긴... 한가?]

[맞긴 뭐가 맞아 ㅅㅂㅋㅋㅋㅋㅋ]

[망고야 히어로가 부끄러워??]

[왜 스타더스 구하러 왔다고 대한민국 지키러 왔다고 말을 못해!!!]

[왜 다들 망고말 안들어줘 왜 우리 히어로한테 그거 하나 못해줘!]

[아! 맞죠~ 이거 완전 빌런이네요]

[그냥 다들 ㄹㅇㅋㅋ만 치라고ㅋㅋㅋㅋ]

*

...아닌가?

어쨌든,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어차피 이미지는 나중에 테러몇번 하면 다시 회복될테니, 일단은 뻔뻔하게 입을 터는게 중요하지.

그렇게 나는 빠르게 다음말을 이었다.

"하여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빌런이 무슨 테러를 하던 상관 없다 이겁니다. 근데 예? 이지역 담당인 제 허락도 없이 이렇게 깽판은 곤란하죠. 그래서 어쨌든 결론이 뭐냐면..."

나는 거기까지 말한뒤, 씨익 웃은 채 저 앞쪽에 서있는 마왕을 손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스타더스가 다 잡아놓은 저놈을, 제가 끝내겠다 이말입니다."

[.....하.]

나와, 뒤에 스타더스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창을 끌며 다가오고 있던 마왕.

이내 내가 하는 꼴을 보고있던 그것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짐이, 우습게 보였구만.]

쿠웅-

'크흑...'

그것의 낮은 읊조림이 끝남과 동시에, 공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순간 숨을 못쉴정도로 온몸에 느껴지는 강한 압박감.

나는 그 속에서 순간 몸에 중심을 잃을 뻔한걸 간신히 버텨냈다.

...와, 시발. 스타더스는 지금까지 이걸 다 버티면서 싸웠다는건가? 심지어 이게 전보다 약해진 상태고?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던 그 순간.

앞쪽에서, 귀를 찢는 포효소리가 내리치듯 울려퍼졌다.

[감히 누가, 이 몸 앞에 끼어드느냐-----!]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집채만한 검은색 인영이, 내 앞으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

[꺄아아아아아아악]

[와 시발 근데 생각해보니까 망고가 저거 이길 수 있는거맞냐?]

[좆됐다 좆됐다 좆됐다]

[돔황챠~]

*

그렇게, 내가 에고스틱에서 에고 / 스틱이 되기 직전의 순간.

나는 미리 준비해놨던, 하얗게 빛나는 창같은 무언가를 꺼냈다.

그렇게 놈이 나를 향해 붉은 창을 휘둘렀고.

나는 그걸 빛나는 창을 세로로 집어, 창이 휘둘러지는 궤적에 그대로 갖다붙여.

그대로, 막았다.

체엥-

"크흐..."

[네.... 이놈-----!]

어두운 악마성 바로 앞.

그곳에서는, 붉은 빛과 하얀 빛이 불꽃을 튀기며 그대로 격돌했고.

이내 자신의 공격이 막힐 건지는 상상도 못했는지, 보이지 않음에도 얼굴이 찌푸려졌다는게 느껴지는 마왕의 앞에서.

나는 창을 든 팔을 밀어붙인채,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 놈에게 말했다.

"왜... 이건 예상하지 못하셨나보죠?"

[크아아아아아ㅡ!]

치잉-

쾅.

이내 서로의 창이 다시 튕기며, 자신의 공격이 막힘에 당황한 마왕이 이성을 잃은 소리를 내며 뒤로 몸을 튕겨냈다.

...역시, 벌써 슬슬 마에 거의 다 잡아먹혔는지 점점 지능이 떨어져가는 모습. 확실히 스타더스가 오래 싸워준 덕분에, 나로써는 상대하기 훨씬 수월하다.

그렇게 놈이 나를 관찰하는동안, 나는 씨익 웃으며 빛나는 창을 손에서 휘둘렀다.

[.....]

그래도 완전히 이성을 잃은건 아닌지, 잠시 거리를 벌려 나를 탐색하고 있는 그놈.

그래, 당황스럽겠지. 갑자기 나와 단 한합을 맞붙었을 뿐인데 자기가 힘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었을테니까. 그것도 약해보이는 나를 상대로.

근데 사실, 쟤보다는 내가 더 힘든 상황일거다. 아니, 난 원래 이렇게 직접 몸으로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양 웃으며 서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저놈이 자체적으로 휘날리는 살기와 위압감때문에 다리가 후들릴 지경. 사실 내가 원작의 파워인플레의 정점을 알리는 놈과 일대일로 맞붙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러나, 나는 방법을 찾아냈다.

내 본래 능력만으론 안된다면... 템빨을 쓰면 되잖아?

나는 그렇게 하얗게 빛나는 창을 다시한번 꺼내들었다.

대-악마용 최종병기. 원작의 지식을 최대한 살려 만들어놨던, 놈의 약점이란 약점은 다 찔러버리는 자칭 마왕이란놈을 상대하는대에 최적인 신성한 무기.

나는 그걸 놈을 향해 가르키며, 그대로 입꼬리를 올린 채 소리쳤다.

"자, 겁쟁이처럼 간만 보시지 말고 들어와보시죠!"

시발 다 덤벼. S급 아이템을 얻은 나는 무적이다.

그런 내 도발에 당연하게도, 놈은 분노했다.

[하, 이제는 웬 피라미같은 놈이 내게 덤비는구나-!]

[사지를, 찢어발겨주마ㅡㅡㅡㅡ!!!!]

아주 무시무시한 말을 하며 다시 내게 달려드는 마왕.

그리고 그런 놈을 향해, 나또한 씨익 웃으며 놈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래,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오지도 않을텐데, 템빨맛 한번 최대한 누려봐야지. 내 홀리-스피어의 맛 좀 봐라.

그렇게 나는 나보다 두세배는 큰 놈과, 굉음을 내며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튀는 붉은 불꽃과 하얀 불꽃들. 미친듯이 휘날리는 바람. 그리고 난리난 시청자들.

*

[와 시발ㅋㅋㅋㅋ 망고스틱 막타만 친다는듯 말해놓고서는 존나 잘싸우네ㅋㅋㅋㅋㅋ]

[S급 히어로 애플망고 진짜 미쳐날뛰는거 뭐냐고ㅋㅋㅋㅋ]

[에고스틱이 들고있는 저 빛나는 막대기 뭐임? 저거 존나 막 경건하고 신성한 느낌인데]

[라이트스틱을 든 에고스틱ㄷㄷㄷㄷㄷ]

[걍 일방적으로 이기고있는데 이거 맞음?ㅋㅋㅋㅋ]

*

그리고 나는, 마왕을 걍 줘패고 있었다.

"하하, 스타더스가 다 처리해놓은 덕분인지 너무 쉽군요!"

[크윽, 네이놈-----!]

내 창에서 나오는 공간을 뒤엎듯 계속해서 빛나는 성스러운 하얀 빛. 그걸 아주 정면에서 맞고있는 우리 마왕군은 좋아서 죽을려고 하는 지경이었다.

...물론, 나도 슬슬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썩어도 원작의 최강자중 하나이던 S급 빌런이라는건지 미친듯이 살기와 위압감을 퍼트리는 그놈. 거기에 무슨 정신조작도 가하는지 막 부정적인 생각이 들며 이상한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다.

그렇게 겉으로는 이미 약해진 놈을 거의 압도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나도 점점 위태로워지던 그 순간.

그리고.

물론 나는, 이 상황을 다 대비해두고 있었다.

[오빠, 준비됐어요!]

"그래?"

그렇게, 어느덧 귀에서 들려오는 서은이의 말.

이내 때가 임박했음을 깨달은 나는, 놈을 향해 창을 몇번 더 휘두르다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야."

[으아아아, 네이놈ㅡㅡㅡㅡ!]

"잘가라."

[....뭐라?]

거기까지 말한 나는, 마왕놈한테 빛나는 창을 휘두름과 동시에, 발로 걷어차며 놈에게서 떨어진 뒤.

허공을 가르며, 그대로 창을 놈에게 가르키며 외쳤다.

"쏴!"

[네!]

그와 동시에.

번쩍.

우리를 둘러싼 건물들의 옥상 위쪽에서, 무슨 하얀 빛. 정확히는 내가 미리 준비해둔 대-마왕용 최후병기. 일명 홀리-캐논이 사방에서 번쩍였고.

[....무슨!]

그렇게, 우리 마왕놈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핏.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늘위 사방에서, 수많은 빛의 광선들이 놈을 향해 일제히,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내리꽂혔다.

[끄아아아아아아아ㅡㅡ!]

울부지는 마왕의 비명.

그리고 그 빛이 번쩍번쩍 터지는 광경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예술이야."

이게 아트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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펑. 펑. 펑.

어두운 밤하늘을 수놓은, 수많은 빛들.

마치 섬광탄이 터지듯, 마왕이란 놈이 있던 자리는 하얀 빛으로 번쩍번쩍 터졌고.

[끄아아아아아악----!]

이에 맞추어, 아름다운 하모니도 들려왔다.

그래, 마왕이 녹는 소리 말이다. 홀리-캐논빔을 수십방 쳐맞고 있는데, 안녹고 배기겠어?

그렇게 무슨 나라 하나 멸망시킬 비쥬얼이었던 마계의 왕이 부글부글 녹고있는 동안, 나는 그 빛의 예술을 등지고 카메라를 향해 서 내 쇼를 지켜봐준 관객들에게 감사의 인사를 전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크으으으으으르읅---- 으아---!]

*

[ㅋㅋㅋㅋㅋㅋㅋㅋㅋㅅㅂ]

[진짜 광기ㅋㅋㅋㅋㅋㅋㅋㅋㅋ]

[감사는 오히려 우리가 해야하는거 아님?ㅋㅋㅋ]

[아니 대체 저건 언제 준비한건데ㅋㅋㅋ]

[마왕놈 살살 녹는다~ (진짜 녹음)]

[(대충 제리가 인사하는 짤)]

[뭐임? 진짜 끝난거임? 이렇게 쉽게???]

*

그러던 중, 문득 채팅 하나가 보였다. 어허. 이렇게 쉽게라니. 이거 준비하는게 얼마나 힘들었는데.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마치 캠프파이어를 관람하듯 끄아악 거리면서 빛에 녹고있는 마왕을 지켜봤다. 역시, 약점이 확실해서 참 좋단말이야. 원작에서는 약점을 늘 사건 다 끝나고 알아차리는 바람에 아무 의미 없이 허무함만 남겼었지만... 그래도 이 세계에는, 다행히 그 지식을 전부 가지고있는 내가 있으니까.

나는 그렇게 달이 빛나는 밤하늘 아래, 운치있는 기분을 느끼며 마왕이 잘 녹는 모습을 구경했다.

...얘가 내 기억에는 아마, 이 페이즈의 마지막 중간보스급 빌런이자 거의 마지막으로 스케일 큰 이벤트일꺼다. 이제 이거 다음 메인이벤트가, 바로 기다리고 기다리던 월광교일꺼거든.

참 멀리도 걸어왔구만.

나는 나도 모르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갑자기 이 세계에 떨어졌을때는 대체 나보고 뭐 어쩌라는건가 싶었는데, 벌써 여기까지 왔다. 이제 다음 월광교 포탈 사건, 게이트 사건등 온갖 이름으로 불리는 그 테러만 막아내면, 이젠 정말 슬슬 쉴 수 있겠지. 물론 스타더스를 잘 키우고나서 얘기지만...

[.....난 ....크르륽, 돌아...올거다...]

"오, 이제 끝났나봅니다."

그렇게 상념에 잠겨있을 무렵, 어디선가 들려오는 마왕의 목소리를 듣고서야 나는 자리에서 일어났다.

서은이한테 지시해 공세를 멈추게 한다음, 가까이 다가가보니, 마지막 유언을 남기고서 검은 웅덩이로 변한 마왕의 모습만이 보였다. 깔끔하게 갔네.

"난 돌아올거다... 라니."

피식.

나는 나도 모르게 웃었다.

응 아니야, 너 못돌아와. 저승에서 다시 잘 살어.

나는 그렇게 나름 엄청난 임팩트를 보여준 마왕에게 짧은 묵념을 보냈다. 봉인에서 풀리자마자 죽은게 좀 황당하긴 한데, 얜 어차피 원작에서도 결국 죽긴 죽잖아? 내가 없었어도 어차피 죽었을거다. 대한민국에 피해만 더 내고.

...근데 생각해보니까 웃기네. 달의 신 아래 있는 애들은 봉인당하고 풀리자마자 죽는게 전통인가. 이 마왕이란 놈도 그렇고, 원작에서 은월이도 그렇고.

뭐, 어쨌든 결론은 오늘 드디어 큰 산을 넘은거 같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죽은 마왕의 유해를 내 홀리-스피어로 뒤적였다. 역시나 보이는 월광석. 내 이럴줄 알았지. 월광교 이놈들은 안 끼는데가 없어.

대충 그걸 카메라 안보이게 몰래 창으로 박살낸 나는, 가루로 흩날리는 그걸 보고서야 고개를 돌렸다.

"네, 여러분! 이 이상한 남의 영업 공간 방해하는 아저씨도 잡았으니, 오늘의 방송은 여기까지입니다. 이런 질 낮은 테러와는 비교도 안되는, 고품격 테러로 돌아올테니 다들 긴장하시길 바라며 오늘 방송 마치겠습니다. 감사합니다!"

*

[네????????]

[안돼 왜 여기서 끝내!!!!!!!]

[도시 하나 박살내려는 빌런을 막자마자 쿨하게 퇴장하는... 이게... 빌런?]

[고품격 테러는 또 뭔데 ㅅㅂㅋㅋㅋㅋ]

[오늘도 이 빌런은 나라를 구했습니다]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망고스틱!]

[우리는 에고스틱의 시대를 살고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

여전히 난리난 채팅창을 뒤로 한채, 나는 카메라를 끄고 집으로 돌아갈 준비를 했다. 쟤네는 어차피 며칠 불타다가 또 까먹을꺼니 상관없고... 아이고, 오늘 큰일했다 큰일했어. 오랜만에 몸썼더니 피곤해 죽겠네.

...근데 지금은 그게 문제가 아니지.

나는 일단 쓰러져있던 스타더스에게로 향했다. 아까 봤을때는 지친것만 빼고는 나름 멀쩡해 보였는데, 혹시 모르니까.

그렇게 돌아간 내 눈에 보인건, 여전히 아까 그자세 기대로 폐허의 벽 한쪽에 몸을 기댄채 누워있는 그녀. 눈을 감고있는걸 보니 정신을 잃은 모양이다. 잠깐, 설마 아니겠지?

혹시 모르는 만큼 나는 빠르게 달려가 땅에 한쪽 무릎을 꿇고 앉은 채 숨을 쉬는지부터 확인했다. 휴, 다행히 잘 쉬는 모습. 물론 당연한거지만, 혹시 모르는거니까. 잘못됐으면 저승이라도 내려가서 그녀를 구해와야하지 않겠는가.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쓰러진 채 숨을 새액새액 쉬고있는 그녀를 내려다보았다. ...어떻게 사람이 싸우다가 폐허에 흙투성이가 되도 이렇게 예쁠 수 있는지, 참으로 신기한 일이다. 이게 그 주인공 버프인가 뭔간가?

하여튼, 힘들었는지 기절까지 한 그녀. 원작 후반부에서 강해진 다음에는 아무리 힘을 써도 몸을 못움직일 뿐 정신을 잃은적은 없었는데, 오늘은 진짜 어지간히 힘들었나보다.

...하긴, 오늘 정말 고생하긴 했으니. 아침부터 무슨 에너지바 하나 먹으면서 지하에서 악마들 다 때려잡지를 않나, 거기에 저녁에는 마왕이랑 싸우지 않나. 다시한번 생각해도 이게 오늘 하루만에 그녀가 다 이루어냈다는게 믿겨지지가 않는다. 정말 원작이랑 많이 달라지기는 했네.

"...수고하셨습니다, 스타더스씨. 역시... 당신이네요. 하하."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며, 그녀에게 들리지 않을 말을 속삭이듯 전해주었다. 좋아, 이제 갈까. 몇십분안에 곧 협회 직원들도 올거같으니. 거기에 헬리콥터 소리도 들리는게 슬슬 방송국들도 상황 끝난거같으니 가까이 다가오는거 같고.

그렇게 서늘한 밤바람을 맞으며 일어나서 가려던 나는, 문득 폐허에 홀로 누워있는 스타더스가 눈에 밟혔다. ...안그래도 날도 쌀쌀한데, 이러고 있으면 감기 걸리는거 아니야? 물론 곧 협회가 오긴 하겠지만... 그동안은 어떻게. 걱정되는건 걱정되는거다.

잠시 고민한 나는, 이내 등에 망토를 벗어서 스타더스의 위에 덮어주었다. 뭐, 집에 망토는 많으니까.

물론 깨어났을때 그녀가 이걸보면 무슨 생각을 할까 싶긴 한데... 어차피 빌런 혐오적인 그녀의 사고회로라면 대충 내가 티베깅 하는거라고 생각할거 같으니 큰 문제는 없었다. '나는 아무것도 못하고 여기서 누워있다고 조롱하는거냐!' 뭐 그렇게 생각하며 분노하지 않을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나도 모르게 피식 웃은 뒤 다시 일어나 그녀를 등지고 발걸음을 옮겼다. 순간이동을 하러. 아으, 집가서 또 수액 맞아야겠네.

그 생각을 마지막으로, 나는 순간이동했고.

그렇게 바로 가버렸기에, 그때의 나는 몰랐다.

"...."

내가 떠난 뒤, 스타더스가 살짝 움직이더니.

-꼼지락.

자신의 위에 놓인 망토를 한손으로 꼬옥, 붙잡았다는 것은.

***

[충격! K-빌런 에고스틱, 또 대한민국을 지켜내다? 그의 의외에 능력에 네티즌들 '경악'! 우리는 에고스틱의 시대에 살고있다... 실시간 인기 영상 전부 에고스틱이 싹쓸이.]

[경악! 사실 에고스틱은 막타만 쳤을뿐?! 악마성 붕괴부터 마왕 제거까지, 홀로 모든걸 해낸 스타더스! "대한민국은 스타더스가 있기에 굴러갑니다." 익명의 협회관계자가 눈물을 흘리며 스타더스를 극찬한 이유는? 재조명받는 그녀의 선한 인성!]

오늘도 또 도시가 무너지고 나라가 망하는걸 겨우 겨우 막아낸 대한민국은, 또 다음날부터 바로 그 이슈로 뜨겁게 불타올랐다.

사실 나라가 망할뻔하다가 기적적이게 살아난게 한두번도 아닌데, 겪을때마다 늘 새롭고 짜릿한지 아주 미친듯이 기사를 뽑아내는 언론들. 물론 이번에 자칭 마왕이라는 놈의 스케일이 어마무시했기에, 따지고보면 당연하기도 했다. 서울 도심 한복판에 마왕이 강림하고, 검고 붉은 구름들이 모여들며 그의 붉은 안광이 번뜩이는 장면은 지금봐도 소름돋는다는 사람이 많았으니.

하여튼 결국 마왕도 죽고, 악마성으로 변했던 무역센터도 마왕이 죽자마자 그 검은색의 끈적이는 액체들이 싹 다 사라지며 다시 원래대로 돌아왔다. 물론 싸움으로 박살난 것들은 다시 지어야 하긴 하지만... 그래도 이정도면 선방한 셈.

그렇게 나라도 다시 평온을 되찾자, 사람들의 화제는 당연하게도 이 테러를 막아낸 에고스틱과 스타더스였다.

[[단독]월광무녀를 배출한 테러집단 '월광교'가 이번 테러에 관련있을 수도 있다? 채나영 기자의 독점 보도!]

물론 이번 테러의 진상을 밝히려는 참된 사람들도 있었지만, 대중은 이미 지나간 테러에는 별로 관심을 두지 않았다.

그렇게 지상파는 빌런이라 초상권도 없는 불쌍한 에고스틱의 지금까지 영상들을 무한으로 틀어주고 있었고, 히어로와 협회의 인기가 오르는걸 귀신같이 파악한 협회장의 지시에 의해 역대까지의 스타더스 활약 영상들도 미친듯이 올라오고있었다.

거기에 팬카페인 망고단이든 별먼지단이든 서로 나란히 가입자수가 폭증하고, 아예 국회의원들은 바로 이슈를 물어서 스타더스를 S급으로 승격시킬걸 협회본사에 청원하자고 난리치고...

그렇게 혼란하던 시간이 계속되던 나날.

그러던 말던 그런 소란에서 멀리 떨어진, 평온한 큰집에서 휴식을 취하고 있었다.

"아... 이제 곧 2차 카테달 회의 시작이네?"

달력을 보기 전까지는.

아, 오랜만에 또 우리 전세계 S급 빌런들 보러 가야겠구만.

"아틀라스 아재, 다시 보겠네."

나는 사과 한조각을 바닥에 누워있던 서자영 입에 넣어주고, 나도 한입 먹은뒤에 중얼거렸다.

...재밌겠구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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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왕.

원작에서 나름 이름 좀 날리던 녀석이 그렇게 빛의 세례를 맞고 허무하게 인생 하직한 이후.

놈을 친히 다시 저승으로 돌려보내준 나는, 나름 한가하게 집안에서 지내고 있었다.

'...다인씨, 분명 무리하는건 아니라고 하시지 않으셨나요..?"

'...하하.'

물론 위험한 일 없다고 말하고는 마왕과 창들고 일대일 맞다이를 한 것에 대해 수빈씨의 걱정을 사기는 했지만... 결과적으로 몸 안다치고 이기고 돌아왔으니 된 거 아닐까?

'다인 형, 정말 멋졌어요!'

물론 차윤이는 눈을 반짝반짝 빛내며 그런말을 했었다. 이제 막 중학생이면서도 무슨 입시공부 하듯 열심히 공부만 하면서도 내 테러는 직관한 모양. 학교에서도 내 얘기를 애들이 종일 했다는 얘기를 들으니 이게 뭔가 싶기는 했었다. 빌런을 좋아하는 애들이라... 대한민국, 이대로 괜찮은가?

하여튼 또 나와 스타더스에 대해 이러쿵 저러쿵 떠들며, 이제는 시즌 4호 열애설을 펼치고 있는 채널들을 피해 나는 주로 해외 뉴스쪽에 티비를 맞추어놓고 있었다. 이쯤되면 이설아한테 연락해 방송국에 에고스틱 미화 보도금지 부탁할까 싶기도 한데... 뭐, 사실 결국은 스타더스만 날 싫어하면 되니 그렇게까지 할 필요는 없을거 같아 내비려 뒀다.

참고로 요즈음은 우리 PMC에 영입할 능력자들 고르는게 일. 은근 신청자가 많이 와서, 쓸만한 애들 고르는데 시간이 좀 걸리고 있었다.

그렇게 밖에 데스나이트가 가꾼 정원이나 거실에서 가끔 애들이랑 놀아주며 일하는게 요즘 주 업무. 빌런도 일해야지 사는 시대가 왔다고 할 수 있다.

물론 틈틈히 해외 소식을 확인하는 것도 당연한 일.

[현재 일본에서 제일 큰 빌런 조직인 삼협파가 정부군과 협회의 군사작전에 계속 패퇴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그렇게 뉴스를 백색소음 틀어놓듯이 놓고 일하던 중, 마침 내 이목을 끄는 얘기가 나왔다.

바로 옆나라 이야기. 거기에 뉴스에 나오는건, 바로 카테달 빌런 회의 멤버 얘기.

나는 바로 티비 소리를 키워, 더 자세히 얘기를 듣기 시작했다.

[일본의 일부를 장악하고 있는 빌런연합 삼협파는 최근에 계속 전술적으로 밀리며, 고전을 면치 못하고 있다는데요. 이에 정부군은 '올해 안에 그들의 수장인 카타나, 그 여자를 잡을 수 있을 것'이라며 자신감있게 입장을 밝혔습니다.]

[그러나 막상 일본 국민들은 이에 대해 탐탁치 않아한다고 하는데요. '썩은 정부밑에 있을바에는 야쿠자 밑에 있겠다.'라고 답하는 응답비율이 상당히 높다고 합니다.]

그렇게 기자의 말이 끝나고.

나는 때마침 들려온 소식에, 잠시 머리를 굴리기 시작했다.

'...역시, 원작대로 털리고 있네.'

일본.

한국이 스타더스와 섀도우워커라는 두 책임감 강한 히어로와, 정부를 꽉 잡아버린 이설아로 인해 나름 분열없이 안정되어있는 있는 것과는 다르게, 일본은 조금 불안정했다.

빌런집단인 야쿠자들의 모임, 삼협파가 나라 절반정도를 먹은 것. 그래서 늘 내분이 끊이지 않았다. 거기에 애초에 정부 자체도 썩어있는 바람에, 그냥 개판인 상황.

물론, 원작을 보면 이 상황도 오래가지 않는다.

나름 정부와 힘의 균형을 이루고 있던 삼협파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갑자기 정부에 밀리기 시작한 것.

그렇게 내 기억으로는 원작에서 결국 삼협파가 정부군에 의해 괴멸된다. 삼협파의 수장인 S급 빌런 카타나, 그 여자도 붙잡히고.

"....."

근데 여기서 문제가 생긴다.

그렇게 결국 나라를 다시 되찾은 일본 정부랑 협회가, 경쟁 세력도 없자 그냥 상상 이상으로 썩어버린 것.

애초에 저 카타나라는 여자가 빌런 연합을 만든 것도 이 썩어빠진 나라를 바꾸겠다는 명분이었다. 그만큼 썩어있던 정부로 인해, 삼협파가 없어진 뒤 나라가 다시 평온해지긴 커녕 그냥 골로 가버린다. 나중에 월광교 게이트 이후 한국을 도와주기는 커녕, 지네 나라 망하게 생겼다고 한국에 도움을 요청할 정도로.

"쓰읍..."

그래서 지금, 고민이 되는거다.

저대로 저 삼협파라는 야쿠자 놈들이 없어지는 것보다는, 차라리 살아있어서 정부 견제하게 하는게 낫지 않을까? 심지어 저 수장이 카테달 빌런회의에 참석도 하니, 나중에 어쩌면 우리 에고스트림이랑 협력 할 수도 있고. 카타나 그 여자가 나름 의리가 넘친다던데.

사실, 협회와 나름 잘 싸우던 삼협파가 갑자기 진 이유는 하나다.

'...배신자가 있었지.'

그래. 심지어 수장인 카타나, 그 여자의 왼팔이라고 불리던 핵심 세력이 배신해서 정부에 붙었다. 걔가 모든 정보를 협회에 스파이짓 해서 알려줬고. 사실 얘만 없었어도 밀릴리는 없었다.

...그래. 다음 회의에 카타나 그 여자를 만나면, 이 정도 정보는 따로 얘기해 줄까.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한지 며칠 안돼서.

바로, 초대장이 날아왔다.

"오... 이게 그 초대장인가 뮌가야?"

거실.

갑자기 허공에 사뿐히 내려앉은, 하얀 편지를 다들 모여 신기하다는 듯 바라보고 있었다.

"음... 감회가 새롭네."

나도 편지지를 보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셀레스트의 편지. 저걸 약속된 날짜에 찢으면 그대로 카테달이 열리는 장소로 이동할 수 있다.

사실 저번에는 내가 아틀라스 아재의 빽으로 막판에 들어간 바람에 내께 없어서 아틀라스 아재의 수중기지까지 가서 같이 갔지만, 이제는 그럴 필요 없이 내 집에서 곧바로 쾌적하게 갈 수 있다는게 좋은점.

그런고로 아틀라스와는 그 회의장에서 따로 만나기로 했다.

'허허, 우리 딸이 자네를 보고 싶어하던데 안타깝게 됐구먼. 다음에 꼭 놀러오세.'

물론 사족이 좀 붙긴 했었지만. 하여튼 그때가서 보면 될거고.

그렇게 편지까지 받고, 드디어 약속된 날짜가 되었다.

"갔다올게."

"바이바이."

"오빠, 몸조심해요."

그렇게 나는 편지를 찢어버렀고.

그대로 몸이 이동하는 감각과 함께, 어디론가 빨려들어갔다.

***

카테달.

현재 S급 빌런들 중 1위라 평가받는 빌런, 셀레스트가 창시한 빌런연합 수장들의 회의.

세계에서 영향력을 꽤나 행사하는, 빌런연합의 수장들로 이루어진 이 회의의 특징. 그것은 서로가 정보를 하나씩 교류한다는 것이다.

다들 자기 밑에 S급 빌런을 몇명씩 둔 리더들인만큼 귀중한 정보를 하나씩은 갖고 있을 것. 그걸 서로 매 회의마다 모두와 공유해, 빌런들끼리 교류하자는게 셀레스트가 이 회의를 창시한 목적이라고 한다. 뭐 실상은 좀 다르긴 한데, 대충 그렇긴 하다.

어쨌든 전세계의 S급 빌런들이 한자리에 모인다는 것만으로도 의미가 있으니 협회 견제도 되고 그런거지. ...물론 나는 아틀라스 아재 빽으로 온거긴 한데. 그게 중요한게 아니다.

'결과적으로, 여기서 영향력을 펼치는게 내 목표니까.'

스타더스가 지키는 대한민국에 이상한 애들이 침공오는걸 막으려면, 대충 여기서 내 몸집을 부풀릴 필요가 있다. 예를들어 아무도 모를 충격적인 미래를 미리 예견해... 마치 그걸 내가 일으킨 것처럼 착각하게 만든다던가. 뭐 그런식으로.

그리고 오늘이 아마, 내가 처음으로 중요한 정보를 푸는 날이 될꺼고.

"이쪽으로 와주시길."

"흠."

그런 내 짧은 생각을 끝으로, 나는 다시 현실로 돌아왔다.

눈앞에 펼져진 어두운 복도.

그 앞세서 나를 안내하는, 하얀로브를 쓴 셀레스트의 하얀 사제의 뒤를 따라 나는 원탁의 회의장으로 향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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