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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 세계의 원작 만화 [스타더스트!]의 후반 전개가 스타더스에게 극도로 피폐하게 흘러간다는건, 이미 널리 알려진 사실.
근데 사실 이게 스타더스에게만 피폐하다고 볼 수는 없는게, 애초에 원작 세계관 자체가 갈수록 피폐해진다.
전세계적으로 점차 많아지는 능력자들. 특히 그들 중 대다수가 하필이면 다 빌런으로 전직돼서 점차 모든 나라가 힘들어지는 상황.
특히 미국이나 유럽쪽은 뭐, 한국 빌런들과는 비교도 안될 정도로 강한 빌런이 워낙 많아서 원래 개판이었으니 말다했다. 다만 그래도 거기는 그만큼 강한 히어로들도 많아서 힘의 균형이 가까스로 맞아졌다지만, 거기도 갈수록 힘들어진다. 특히 미국 최후의 보루라고 불리던 히어로마저 쓰러지면서 더더욱.
그리고 그런 개판은 한국과 다른 나라도 다를게 없었다.
일단 일본만 하더라도, 야쿠자들이 나라 반을 먹어 정부 및 협회랑 대치하고 있는 난장판 그 자체였다. 뭐 따지고보면 야쿠자들보다 정부쪽이 더 썩어서 그렇다고는 하지만, 하여튼 상황이 안좋았다. 한국이 개판이라고 해도 반군이 나라절반을 먹진 않았거든.
물론 원작 후반부에 야쿠자들이 배신당해 쪼개져 정부한테 각개격파로 처리되긴 하지만... 이미 정부가 썩어있었어서 오히려 개판이 더 심해진다. 군웅할거가 펼쳐진달까.
그리고 중국. 중국은 더 웃기다. 여기도 무슨 화룡이라는 거물급 빌런단체가 있는데, 얘네가 최후반부에 이 큰 나라를 반쯤 먹는다. 심지어 히어로들 몇명마저 그쪽에 붙으니 말 다했지.
하여튼, 딱 듣기에도 개판.
그리고 우리 동아시아 삼국에 한자리를 꿰차고 있는 한국도 옆나라들에 질 순 없는 만큼, 당연하게도 못지않은 난장판을 보여준다.
히어로라고는 혼자 일하는 스타더스, 유성기업 경영만해도 바쁜 아이시클, 그리고 여자친구 죽고 흑화한 섀도우워커. 이들이 유일한 전력. 거기에 작은 나라에 빌런들은 어찌나 오밀조밀 많은지, 치안이 개판나기 시작한다. 그리고 월광교가 이차원에 포탈 열어서 하다하다 괴물들마저 참전하며 더더욱.
즉, 아직까지는 내가 커버쳐서 그나마 평온하지만... 앞으로 나라는 계속 더 혼란해질거란 소리다.
특히 능력자 비율이 커지며, 그에따라 빌런 수들도 계속해서 많아질꺼고. 벌써부터 서울만 해도 예전에 비해 은근 테러 횟수가 늘어났다. 내가 테러 요즘 안했는데도 말이지.
그리고 이런 혼란한 상황이 계속되면, 당연히 몸이 갈려나가는건 스타더스다. 아직은 애교수준이고 나중가면 지랄날텐데, 스타더스가 아무리 강해도 몸이 하나뿐인데 안쉬고 철야로 근무할 수는 없잖아. 특히 월광교 이후로는 치안붕괴 비스무리하게 가는 마당에.
그 지랄나는걸 막기위해 내가 창시하려고 하는게 바로 PMC다.
능력자들이 히어로가 안되려고 하는 이유? B급 이하는 돈도 짜게주면서 조금만 못하면 욕은 무지하게 먹는다. 돈 많이버는 A급들도 히어로 안하려는 마당에 다른 애들이 하겠냐고.
그렇게 탄생한게 능력은 있는데 히어로 일은 안하는 잉여인력들. 그리고 이들 중 일부는 생계가 어려워지거나 계기만 있으면 바로 빌런으로 타락하게 된다.
그거에 대해 오랫동안 고민해오던 내가 내린 결론.
그래. 아예 내가 돈지랄을 해서 쟤들을 고용하자 였다. 돈도 못벌고 욕만 먹는 히어로는 싫다고? 그럼 돈 많이 벌고 욕도 안먹는 PMC 하라고. 능력 뒀다가 놀지 말고.
그야말로 잠재적 빌런이 되는 이들도 막고 유사 히어로로써 육성도 하는 일석이조 사업.
그게 바로 그렇게 기획하게 된 PMC사업이다.
사업 개요 자체는 간단하다. 그냥 능력자들을 사적으로 고용해서 내 입맛대로 훈련시켜 전력을 만들어놓는다. 끝. 그리고 나중에 얘네가 대한민국이 개판날때 유용하게 써먹어질꺼고.
근데. 이게 문제가 조금 있다.
아니. 조금이 아니라 그냥 많았다.
자금은 있다 쳐도, 애초에 사람들은 어떻게 모을거며 정부와 협회가 저놈들 저거 능력자 모아 반군만드는거 아니냐며 지랄하는게 문제.
그리고 거기서, 이설아의 역할이 생긴다.
현재 다른 기업들이고 정부고 의회고 전부 장악한 이설아. 그런 그녀의 유성기업이 고용한다고 한다? 아무도 말릴 수 있는 사람이 없다. 이미 언론마저 거의 장악했는데 누가 막겠어.
그렇게 이설아한테 PMC사업 같이 하자고 꼬시는데 성공. 그때부터 열심히 준비해서, 꽤 시간이 흘렀고.
"휴... 다인씨. 다 했어요. 이제 정치권이나 어디서 딴지거는 사람은 없을거에요. 협회쪽도 마찬가지고요."
이내 오늘.
드디어 이설아한테, 모든 준비가 끝났다는 확답을 받았다.
"고마워. 고생했다."
"고생은 무슨... 그럼 나중에 술이나 한잔 사줘요."
"저번에 여기서 같이 와인 마셨잖아?"
"여기 말고. 밖에서요."
"그래, 그래."
역시 대한민국 서열 1위랑 친해지니 뭐든 잘 풀리는구나. 나 혼자 했으면 몇년이 걸려도 지지부진 했을텐데.
하여튼 그렇게 몇가지 실무적 협의후, 우리는 공식적으로 유성기업의 PMC 사업을 출범시키기로 했다.
자금력도 나와 유성기업을 합치다보니 역대 최대규모.
그러니까 이제, 우리가 출범했다는걸 알리기만 하면 된다.
그래서 우린, 그냥 광고를 존나 사방에다 띄웠다.
대한민국을 뒤에서 주무르는 흑막 히어로와 아예 대놓고 빌런의 합작. PMC 사업.
드디어 그게, 대한민국에 상륙했다.
***
[오 이거 뭐냐????]
(유성기업 PMC 모집 광고)
유성기업 ㅅㅂ 이제는 하다하다가 능력자들도 모집하네ㅋㅋㅋㅋㅋ 기업들은 다 먹고 정치권도 먹었다는 소문 있던데 이제는 지들이 알아서 협회도 차리려고 하는거냐고ㅋㅋㅋㅋㅋㅋ
=[댓글]=
[이거 요즘 ㅅㅂ어딜가도 보임ㅋㅋㅋ 전국민한테 알리는게 목표인듯]
[유성기업의 대한민국 정복은 이제 시간문제다]
[아니 이거 정부에서 제재안함? 사실상 기업이 군사조직을 갖겠다는건데]
ㄴ[유성기업이 대한민국 먹은지가 언제인데ㅋㅋ]
ㄴ[걔네 말릴 사람 이제 한국에 없다 게이야...]
ㄴ[음모론 OUT]
[근데 ㅅㅂ 역시 유성이라 그런지 연봉 돌았네 저게 뭐임ㅋㅋㅋㅋ 이제 누가 협회가냐고ㅋㅋㅋ]
ㄴ[나 나름 쓸만한 능력 있는데 ㄹㅇ 지금 개땡긴다ㅋㅋㅋㅋㅋㅋ]
ㄴ[ㄹㅇㅋㅋ 시발 몇억은 못참지ㅋㅋㅋ]
ㄴ[능력자들 이정도로 대우해주는건 ㄹㅇ 처음인거같은데]
*
[유성기업이 능력자들을 모집중이라고 발표했습니다. 급변하는 국제정세와 혼란스러운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능력자들로 이루어진 민간군사기업(PMC)을 만들겠다고 발표한 이설아 현 유성그룹 총괄 사장은, 강한 능력자들의 많은 지원을 부탁하며 '신원을 100프로 보장함과 동시에 역대 최고의 투자를 하겠다'고 발표했습니다. 면접 후 들어오게 되는 이들은 유성그룹에 의해 거두어져 한 식구가 되며, 집중관리와 개인별 맞춤 교육을 받음과 동시에 숙식을 비롯한 모든게 은퇴전까지 보장된다고 합니다. 거기에 기사에 따르면 연봉은 대략...]
조용한 시골집.
혼자 칼을 갈던 청년은, 빗소리를 배경으로 들려오는 라디오에 귀를 기울였다.
"....유성, 이라."
탁.
긴 칼을 갈던 그는, 이내 바닥에 검을 내려놓고 라디오에 볼륨을 좀 더 키웠다.
...사냥개로써 살육밖에 없던 인생.
능력을 저주하며 조용히 살던 그가, 처음으로 무언가에 관심을 가지는 순간이었다.
그리고 다른 곳에선.
빗소리를 피해 건물 안에 숨어서 스마트폰을 들여다보던 소녀도, 패스트푸드 점에서 아르바이트를 하던 소년도.
모두가 하나 둘 천천히, PMC 라는 것에 관심을 갖기 시작했다.
***
"...와. 야. 대체 무슨 짓을 한거냐?"
"왜?"
"아니, 이 PMC인가 뭔가가 무슨 틀기만 하면 온군데에서 나와. 대체 홍보비를 얼마나 들인거야?"
"아... 그거 좀 많이 들었긴 했지."
"지금도 봐봐. 무슨 티비 채널 바꾸기만 하면 유성그룹이 능력자를 모집하고 있다는 얘기밖에 안나와."
최세희가 티비를 바라보며 신기하다는 듯 말했다.
...뭐, 원래 처음이 중요한거니까. 이정도 어그로는 끌어야 본전을 뽑는다.
대충 그렇게 설명해 주고 있을 때, 옆에 앉아서 사과를 먹고있던 서은이가 의아하다는 듯 물었다.
"근데 오빠. 전 아직도 모르겠어요."
"뭐가?"
"숨어사는 능력자들이 많다 그래도, 과연 누가 저기에 참여할까요? 분명 싸움이 있을꺼라고 적어놨는데..."
서은이는 말끝을 흐렸다.
그래. 사실 말이 좋아 PMC지 누군가랑 목숨걸고 싸워야하는 상황이 올 수도 있을거라는건데 많이 참가하겠냐 이거지.
그런 그녀의 의문에, 나는 당연하다는 듯 답했다.
"당연히 몇명 없겠지."
"...네?"
"그래도 그 몇명이 어디야."
그래.
능력자 중 몇명이라도 건지면 어디인가. 특히 그중에서 원석이 있을 수도 있을텐데.
그리고 내 추측이지만, 아마도 들어올 애들중에는 벼랑 끝에 내몰렸을 애들도 많을거다. 그러니까 빌런 되기 일보직전일 그런 애들.
어차피 이제 1기고, 1기 애들이 성공하면 2기는 더 많아지고 그럴거다. 그리고 2기 교육은 1기한테 시키면? 그런식으로 자동화가 되는거지.
어차피 저 PMC 사업은 말만 유성기업이지, 사실상 전부 내꺼다. 내가 저기에 투자한 자본이 얼만데. 심지어 나중가면 유성으로부터 독립할 계획도 있다. 이설아랑 얘기도 끝났고.
한마디로 말하면 이제 이 PMC에 들어오는 애들은 전부 내 사조직의 일원이라는거다. 내 마음대로 할 수 있다는 소리지.
일단 얘네들 시간좀 들여 열심히 육성시켜놓으면 A급 빌런에서 B급 빌런까지는 사냥할 수 있지 않을까 싶다. 어차피 지금 당장은 필요없고 나중 일이지만, 그래도 미리미리 키워놔야지. 1기 애들 정도는 내가 직접 신분 속이고 하나하나 가르칠 생각이다. 내 직속조직, 망고스쿼드... 아니, 에고스쿼드의 탄생이다. 지들만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건 이제 어느정도 됐다.
모집기한도 길게 잡아놨다. 난 미끼를 던져놨으니, 이제 나중에 수확하면 되겠지. 이제 한시름 놨으니 나머지는 모집 끝난 이후에 생각하면 된다.
그래. 뭐, PMC도 일단은 어느정도 끝났고.
이제는 다른걸 고민해야 될 때.
"...."
나는 책상에 앉아 팔로 얼굴 앞을 가린 채, 생각을 하고 있었다.
...스타더스랑 마지막으로 테러에서 싸운게 언제지?
만난거 빼고 직접 싸운거만 따지면, 엄청 오래된거 같다.
그래. 와. 그때 해변에서 급조된 테러한게 마지막이네.
"....."
스타더스랑 마지막으로 테러를 한게 너무 오래되었다. 직접 실력체크를 한것도 옛날 일이고.
그래. 단적으로 말해서 난 지금.
스타더스가 보고싶었다.
"....쓰읍. 테러 뭘 하지."
어차피 스타더스는 나 보고싶어 하지도 않을테지만.
그래도, 내 히어로를 위해 테러 하나는 준비해놔야지.
그래도 내가, 그녀의 빌런 아니겠는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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스타더스한테 마지막으로 테러를 한게 대체 얼마 전인지 모르겠다.
물론 저번에 미스트와 섀도우워커 싸움붙일 때 한번 만나기도 했고, 멀리서 본 적은 몇번 있긴 했지만.
그건 그냥 말그대로 보기만 한 것뿐, 직접 몸을 움직이며 만난건 정말 예전이다. 그 해변휴가가 마지막이었으니까.
즉, 나는 이제 슬슬 스타더스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리.
그리고 당연히 그 뜻깊은 시간은, 테러고.
"뭘 하지..."
나는 자리에 앉아 의자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고민했다.
물론 준비해 놓은 테러야 좀 있기는 한데...
"쓰읍..."
나는 마지막으로 봤던, 스타더스가 그 고릴라랑 싸우던 전투를 복기해봤다.
...역시 멀리서 봐서인지 잘 모르겠기는 하다만.
"확실히 훨씬 강해는 졌었지?"
그래. 그게 바로 키포인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원작보다는 확실히 강해져있었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집에 돌아와서 예전에 적은 설정노트보니 그 불뿜는 고릴라에 관한 언급이 있더라고. 스타더스가 그야말로 발리다가 지구전으로 겨우겨우 잡았다고.
그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강해진거다.
그 고릴라놈이랑 조금 투닥투닥하더니 그냥 쓰러트려버렸으니까. 그야말로 감동 실화.
다만 문제는 정확히 얼마나 강해졌다는거냐 이거다.
다만 확실한건 내 생각보다 조금 더 강해진거 같긴 한데...
"흐음..."
나는 턱을 괴고 고민했다.
...사실 몇달 후에, 또 엄청난 빌런이 하나 나온다. 아예 지역 하나를 차지한 뒤에 개지랄을 하는 미친 놈이. 또 하도 강한 바람에 원작에서 걔 조진다고 또 한세월 걸렸다. 스타더스는 진한 피폐물 다시한번 찍으며 땅파고.
그래서, 그놈이 메인 빌런이었던만큼 그 빌런의 이름과 사는 곳까지 전부 알고있어서, 그냥 미리 죽이려했었다. 어차피 스타더스가 걔 못이길테니까.
다만...
"쓰읍... 가능... 하려나?"
이제 보니 잘하면 될거 같기도 하고.
아닐거 같기도 하고.
직접 붙어본 것도 아니니 애매했다.
그렇다고 바로 스타더스를 그 수렁에 집어넣자니 그건 좀 소리가 바로 나오고.
하여튼, 그래서 테러. 테러를 뭘 해야 하느냐.
이왕이면 스타더스의 실력도 명확히 체크해 볼 수 있는 그런거면 좋겠는데...
그렇게 테러도 고민하랴, PMC 시설 점검하랴 훌쩍 지나간 며칠.
여전히 고민하던 어느날, 서은이가 내 손을 잡고 또 지하실로 끌고왔다.
"또 그 로봇 병기 만들었다고?"
"로봇 병기라니, 슈트라고 불러줘요. 하여튼, 이번에는 진짜에요 오빠. 스타더스 정도는 가뿐히 이길 수 있다!"
또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는 서은이.
언제부터인건가 스타더스를 경쟁대상으로 삼던 그녀였기에, 딱히 새로울 것도 없었다.
다만 사실 바로 직전에 만든 슈트는 은근 강했어서 좀 놀란 기억이 난다. 물론 스타더스한테는 안됐지만, 그거야 지금 스타더스가 너무 강하다고니 그런거고...
그렇게 또 서은이는 지하실 문을 열었고.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오..."
"자! 어때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자신만만하게 서은이가 선보인 그것.
그 병기의 형태는, 전과는 달리 굉장히 이질적이어 보이는 무언가였다.
그전의 병기들이 사람 모양으로 생긴 육중한 슈트같은 거였다면, 이건 무슨 날아다니는 외계 기계처럼 보이는 모습.
금속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원모양의 본체에, 아래 위로 팔만 4개가 붙어서 공중에 둥 둥 떠있는 이 병기.
"제 야심작, 일명 스타 디스트로이어에요!"
서은이는 뿌듯하다는 듯 이 거대한 병기를 보여주며 말했다.
아니 근데 딱봐도, 그냥 강하게 생겼다. 전이랑 디자인이 너무 이질적이긴 한데, 그래서 더 강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내가 작게 감탄하자, 더욱 신이 난 것같은 서은이는 열심히 나한테 설명해줬다.
대충 이 금속들이 얼마나 내구성이 강한지, 어떤 첨단기술이 들어갔는지, 그리고 은월이의 마법까지 더해져 얼마나 대단해졌는지. 그 모든 것들을.
이런 대 스타더스용 슈트만 벌써 3번째 제작하다보니 나름 노하우가 쌓였나보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서은이가 귀엽게 재잘거리는걸 웃으며 들어줬다.
물론 내용은 별로 귀엽지 못했지만.
"...그래서 여기 원형의 몸통에 사람 하나 딱 들어가고, 여기서 조종하면 되는거에요! 은월이가 걸어준 마법으로 이쪽 이쪽은 강화하고, 그리고 몸통은 기본적으로 부유상태라 x축 y축 z축 다 자유자재로 이동 가능하고, 그리고 팔! 이쪽 팔에는 미사일이 달려있는데..."
그렇게 계속된 서은이의 말을 들을수록, 나는 은근 혹하는걸 느꼈다.
아니, 이건 진짜 꽤 잘만든거 같은데? 물론 실전 훈련을 해봐야 겠지만, 이정도면 스타더스 상대로도 은근 오래 버틸 수 있을거같다.
나는 새삼 내 앞에서 재잘재잘 말하는 서은이를 되돌아봤다.
...그래. 생각해보면 서은이도 원작에서 메인빌런 중 한명이었지. 그것도 엄청나게 강하던.
지금이야 이렇게 귀엽지만... 나랑 처음 만났을때도 꽤나 까칠했었다. 마음의 문을 열게 하기 위해 꽤나 애썼지. 그게 한 1년 걸렸었나.
"오빠?"
"응?"
"듣고 있어요?"
"어. 당연하지. 진짜 이번에는 엄청 잘 만든 것같다 서은아. 대박인데?"
"그쵸? 헤헤. 은월이랑 세희언니가 많이 도와줬어요!"
내 칭찬에 금새 기분이 좋아진 서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근데 서은이 키도 이제보니 좀 큰거같기도 하고.
그렇게 서은이가 이번에는 기필코 이 병기가 스타더스를 쓰러트릴 수 있을거라고 자신하던 그때.
나는 순간, 무언가가 번득이듯 떠올랐다.
"....."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조금있다가 서은이한테 물었다.
"서은아, 근데 어찌 되었던간에 이 병기가 스타더스를 쓰러트리기만 하면 되는거지?"
"네? 네! 뭐 그렇죠. 나중에는 아예 제가 탈 필요도 없이 무인으로도 개발해볼 생각인데..."
"그럼 이거 그냥 내가 몰아도 돼?"
".....넹?"
갑작스러운 내 말에 눈을 깜빡이는 서은이.
음,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려나.
***
지금까지 스타더스를 상대로 테러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물론 그것들 중에 내가 단둘이 오붓하게 싸운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대다수는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이랑 같이 싸웠지.
그런 상황에서 안그래도 스타더스 전력을 체크하고 싶은 마당에, 서은이가 만든 병기를 보니 느낌이 빡 왔다.
어라? 내가 저거 타고 싸우면 스타더스 능력 체크 그냥 한방에 되겠는데?
거기에 나로써는 스타더스의 공격 패턴이나 싸움 습관같은걸 잘 아니, 더욱 완벽할거라는건 인지상정.
그래서 서은이한테 뭐 스타더스랑 오랜만에 단둘이 시간보내고 싶다 이런 말은 쏙 빼고, 대충 뒤에 2개를 대며 설득했더니 이내 서은이도 납득했다.
"음... 뭐, 오빠말도 일리가 있네요. 저걸로 이기기만 한다면야. 오히려 저보다 나을수도? 좋아요."
"고맙다 서은아."
"...근데 좀 걱정되긴 하네요. 그럼 이거 아직 완성본은 아니라 도색만 좀 더 하고... 오빠 탄다니까 더 개조좀 하고..."
그렇게 뭘 바쁘게 챙기던 서은이는, 이내 무언가를 추가하기 전 생각났다는 듯 나한테 물었다.
"아, 오빠. 그러면 이거타고 테러할때 누구랑 같이 할거에요? 은월이? 세희 언니나 자영언니?"
"음... 나 혼자 할거같은데."
"네? 혼자요?"
"어. 그리고 서은아, 그거 도색도 전이랑은 좀 다르게 해줘. 티 안나게."
"...네? 왜요?"
"아. 이번에 테러할때 에고스틱이랑 아무 상관없는 제 3자인척 하고 테러해보게. 어차피 거기 타면 얼굴도 안보이잖아?"
"???"
굉장히 당황하는 서은이. 아니, 이게 다 이유가 있다. 이게 내가 테러를 너무 자주하다 보니까 스타더스도 나한테 조금 익숙해졌을 수 있단말이지. 막 패턴도 파악되고.
그래서 이번에 그녀의 전력을 확실하게 체크해보기 위해서, 아예 처음보는 빌런인 것처럼 느끼게 해볼 생각이다. 내가 또 지금까지 사상자도 안내고 그런 전적이 있다보니, 아예 이런식으로 제 3자 컨셉으로 나가는게 그녀가 진심을 다하게 하는게 더 유리할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그런 내 설명에 서은이는 딱히 납득한 눈치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행했다. 이제 곧 전설의 '그 빌런'이 나오는데, 스타더스가 걔 상대할 수 있는지 제대로 체크하려면 이정도 오차도 용납할 수 없다.
물론 막판에는 들켜도 상관없다. 대충 전력 파악하고 짜잔! 사실 나지롱 하고 튀어버리면 되니까.
싸움 도중에 몇방 맞는거야, 내 맷집이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테고.
그렇게 나의 다음 테러가 결정됐다.
저 공중에 붕붕뜬 팔 4개짜리 슈트입고 에고스틱 아닌척 스타더스랑 싸우기. 당연히 나 혼자서.
물론 너무 위험하다고 반대의견이 좀 있긴 했지만, 결국엔 다들 수용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렇게 준비한 뒤 몇주후.
테러의 날이 밝았다.
***
저번에 에고스틱이 메테엘한테 '제 히어로는 누구도 아닌 다름아닌 스타더스입니다.' 라고 선언한 이후.
자기도 모르게 나름 기분이 조금 나아졌던 신하루의 기분은, 다시 또 몇주가 지나자 안좋아지고 말았다.
"하아..."
히어로 협회의 사무실.
그곳의 책상 위에 널부러진 하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요즘따라 테러가 더 많아졌다. 빌런도 더 늘었고.
근데 그녀를 시름겹게 하는 진짜 문제는 그 많은 테러 중에서 에고스틱이 일으킨건 단 하나도 없었다는거.
사실상 에고스틱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있던 신하루에게는, 힘빠지는 일이었다.
"...테러를 해야 조사를 하던가 뭘 하던가 하지."
신하루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히어로가 빌런의 테러만을 기다리는 이상한 광경이었지만, 그걸 지적한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날이 갈수록 신경쓰이고, 그와 함께한 예전의 기억들이 자꾸만 불현듯 떠오르고.
이게 진정 체포하고 싶은 강한 의지가 아닐까.
그렇게 오늘도 오지않는 그만을 기다리며 그녀는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어제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을 설치느라 피곤해진 눈 주위를 매만지며.
그리고, 그러던 그때.
협회 직원이 또 어디선가 나타났다.
"스타더스님! 또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하아... 이번에는 누구에요?"
"자신을 카오스 디스트로이어라고 부르는 이상한 기계장치에 탄 인물인데, 현재 도시를 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B급 이하로는 상대가 안됩니다!"
"알겠어요. 지금 출동하겠습니다."
신하루, 스타더스는 팔을 한바퀴 움직여 힘을 풀며 일어난 다음, 창문을 박치고 날아올랐다.
...어차피 쓸데없는 놈의 쓸데없는 테러일텐데.
그냥 빠르게 밟아버리고 오자.
기계장치라. 그냥 박살내면 되겠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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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하하하하! 파괴, 또 파괴한다!]
"꺄아아아악!"
오늘도 바람 잘 날 없는 서울의 도심 한복판 어딘가.
온갖 이능력자들과 첨단과학이 교차하는 대한민국의 수도는, 이번에는 21세기 과학기술력의 알싸한 맛을 느끼느라 정신이 없었다.
도심 한복판에 둥둥 떠있는, 커다란 원형의 로봇.
기계로 이루어진 팔이 4개나 달려있는 그것은, 가운데에 빨간 빛을 내며 도시를 파괴하고 있었다.
[모두 경배하라, 이 카오스 디스트로이어가 구도시의 종말을 가져올테니!]
변조된 기계음을 내며 도시를 파괴하고 있는 그것.
바로 자신을 카오스 디스트로이어라고 소개하는, 정체불명의 새로운 빌런이었다.
...적어도 나는, 그렇게 보이길 바라고 있었다.
"휴우... 이것도 못할 짓이구만."
병기 안.
나는 그곳의 조종석에서 한숨을 쉬었다.
서있는 사람 하나 간신히 딱 들어갈 좁은 공간.
그곳에서 나는, 열심히 서은이가 만든 이 로봇을 조종하느라 바빴다.
그리고 간간히 대사도 내뱉고.
[이 애송이들 따위로 나를 막을 수 있을거같으냐? 진정한 몰락은 이제부터다!]
나는 그렇게 말하며 괜히 또 옆에있는 건물 하나를 주먹으로 팍 쳤다.
대충 움푹 파여버린 건물.
안그래도 컨셉 잡는다고 이상한 말 하느라 힘든데, 스타더스도 빨리 빨리 안오니 고역이다.
아니, 왜 오라는 스타더스는 안오고 이상한 B급 히어로들만 오냐고.
내가 이 병기끌고 도심에 나타났을 무렵, 갑자기 어디서 B급 히어로들이 등장해서 좀 당황했었다. 물론 주먹 한방맞고 날아가더니 도망쳐버리긴 했는데, 바로 스타더스가 올 줄 알았던 나로써는 당황스럽기 이로말할 수 없던순간.
에고스틱 신분으로 테러할때는 테러 일으키면 바로 스타더스가 달려왔는데, 다른 신분으로 하니 A급 히어로라 그런지 보기도 힘들구만.
...아니 근데, 이 병기 딱 보기에도 빡세 보이지 않나? 왜 B급을 보내는거야.
하여튼 그렇게 나는 열심히 병기를 조작해 건물 몇개를 박살내고 있었다. 절대 에고스틱인 티 안나게, 계속 이상한 말을 던져주면서.
이번 테러는 오직 스타더스에 의한, 스타더스를 위한 전투.
정확히는 다음 메인 이벤트를 스타더스가 견딜 수 있을지, 그걸 확인하는 테러라고 할 수 있다. 우리 스타더스, 지금까지 내가 열심히 성장시켰는데. 얼마나 강해졌는지 보자.
근데 왜 안와.
그렇게 내가 하릴없이 건물 몇개 가지고 놀면서 스타더스를 기다리고 있을 때.
드디어.
그녀가 왔다.
"....네놈은 또 뭐냐."
구름 사이로 비춰오는 햇살.
그 아래에서, 긴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내려온 그녀.
스타더스.
여전히 보는 것만으로도 심장이 덜컥하는 기분.
실로 오랜만에 직접 마주한 스타더스의 모습에 나는 순간 멈칫했지만. 다시 빠르게 평정을 되찾았다.
기억하자. 나는 오늘 스타더스와 처음 만난 악당이다. 나는 오늘 스타더스와 처음 만난 악당이다.
[하! 네가 그 스타더스라는 놈이냐? 실물로 보니 더욱 약해보이는군.]
"...지금이라도 투항하고 그 기계에서 나오면 불필요한 폭력은 하지 않겠다."
[웃기지도 않는 소리. 나와라!]
"...하아."
그녀가 늘 처음만난 빌런한테 하는 말을 들으며.
나는, 전투 준비를 했다.
그리고 똑같이 내 앞에서 떠서 주먹을 푸는 스타더스.
...뭔가 평소보다 차가운 기분이다. 요즘 컨디션이 안좋나?
하여튼. 뭔가 별로 긴장하지 않는 것 같아보이는 스타더스의 모습. 사실 그렇지. 생각해보면 나는 지금까지 스타더스가 수없이 쭉 상대해오던 흔하디 흔한 잡범같아 보일테니까.
그러나, 지금까지와는 좀 다를껄.
나를 향해 달려드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병기 안에서 나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마지막으로 내가 스타더스랑 직접 맞선게 언제였지? 베히모스 얻은 그때였나?
그래. 그때는 비록 제대로 보여주지 못했지만, 이제야 보여줄 수 있겠다.
상대의 전투패턴을 전부 꿰고있는 적이, 얼마나 무서울 수 있는지를.
자. 우리 하루. 얼마나 강해졌는지 한번 볼까?
***
또 새로운 빌런이 나타났다는 말을 들었을 때, 신하루는 별 생각을 하지 않았다.
어차피 그녀가 늘 상대하던, 새로울 것도 없는 빌런들. 눈에 띄게 강하지 않은 이상 그녀의 신경에서 멀어질 수밖에 없었다.
그리고 특히, 에고스틱도 아니라면.
그렇게 스타더스, 그녀는 오늘도 테러가 일어나고 있다는 도심 한복판으로 나섰다.
비록 컨디션이 조금 안좋기는 했지만, 그래도 그보다는 빌런처단과 시민들의 안전이 훨씬 중요한법.
테러 소식을 듣고, 다른 히어로들이 당했다는 말을 들은 후 곧바로 출발한 그녀.
그런 그녀가 보게 된것은, 거대한 기계형태의 구에 팔이 4개가 달린 일종의 병기의 모습이었다.
뭐, 이런 류의 기계장치 끌고오는 빌런은 많이 봐서 익숙한 느낌.
물론 공중에 혼자 둥둥 떠있는 점과 기묘한 생김새가 조금 특이하기는 했지만, 그거 말고는 별다른 특이사항이 없었다.
자신이 건낸 경고에 하는 답변 역시 흔하디 흔한 다른 빌런들과 똑같았고.
다만.
".....?"
어쩐지, 저 기계와 목소리를 듣고보니 어쩐지 기시감이 느껴졌다.
물론 완전히 처음 보는 생김새였고, 빌런의 기계음섞인 목소리도 낯설었으나.
뭐랄까...
저 기계 병기에 기시감이 느껴진다기 보다는, 그 안에 있는 사람이 뭔가...
직감적으로 무언가 이상함이 느껴졌으나.
'...피곤해서 그런가.'
거기서 더 나아가기에는, 그녀는 피로때문에 머리가 잘 안돌아갔다.. 이미 저 빌런이랑 싸우는데에 모든 정신을 쏟아부어도 모자랄 상태였으니.
그래, 어차피 쓰러트리면 알게 되겠지.
그렇게 신하루는 별 생각없이, 놈을 박살내기 위해 달려들었다.
그리고.
"윽."
자신의 공격을, 그 육중한 몸을 끌고도 물 흐르듯 자연스럽게 피한 그것.
이내 그와 동시에 4개의 팔 중 하나가, 정확하게 그녀가 있는 곳으로 날아왔다.
이내 그걸 보자마자 바로 빠르게 위로 피한 그녀였으나.
"윽?"
마치 자신이 그쪽으로 이동할 줄 알았다는 듯, 또다른 팔이 그녀가 피한 쪽으로 휘둘러지고 있었다.
이내 회피와 동시에 가격당한 그녀.
애써 막아보았지만, 단단한 강철의 주먹을 예상치 못한 타이밍에 맞아버린 탓에 별 소용은 없었고.
그렇게 스타더스는, 주먹에 맞고 순간 튕겨져나갔다.
"크윽..."
허공에서 가까스로 멈춰서, 다시 위에서 몸을 똑바로 일으킨 그녀였으나.
이내 곧바로 그녀를 향해 달려오는 병기의 모습에, 판단할 틈도 없이 곧바로 몸을 세울 수 있었다.
이내 시작된 그것의 공격.
"으..."
마치 그녀가 어디로 피할지, 어떻게 공격하려 할지 전부 알고있다는 듯 공세를 이어가는 그것에, 그녀는 순간 당황할 수밖에 없었다.
[크하하하하! 어디, 이것도 피해 보시지!]
위이잉. 철컥. 위이잉. 철컥.
도시 위쪽 허공.
바람에 머리카락이 휘날려가는 그곳에서, 날아오는 수많은 미사일들.
당연히 하늘에서 마치 춤을 추듯 소형 미사일쯤이야 가뿐히 피한 그녀였으나, 이내 그렇게 펑 터지는 소리와 함께 퍼지는 연기 사이로 날아간 스타더스의 앞을 가로막은 것은.
전기로 파직거리며 날아오는 강철의 주먹이었다.
"크흑..."
가까스로 피했으나, 이제는 병기의 다른 팔에서 위이잉- 거리는 소리와 함께 날아오는 레이저.
그걸 피하고, 피하자 다시 피한 쪽으로 주먹이 날아왔으나.
스타더스는, 두번 당하진 않았다.
마치 급커브를 하듯, 순식간에 공중에서 방향을 바꾼 그녀는 이내 드디어 주먹을 쥐고 그 기계장치에 유효타를 넣는데 성공했고.
쾅.
그런 소리와 함께, 병기의 몸이 조금 튕겨져나갔다.
그러나.
'...단단하다.'
신하루는, 자신의 주먹에 느껴지는 통증을 느끼며 판단했다.
지금까지 이런류의, 슈트를 입은 빌런과 상대한 적은 꽤 많은 편이다. 특히 일반인이 능력자를 상대할 수 있는 방법은 이런거 밖에 없으니.
다만, 이번 빌런은 그중에서도 완성도가 한차원 다른 모습.
물론 자신한테 맞은 쪽이 살짝 파인걸로 보아 분명 타격은 들어간건 맞으나, 다른 빌런들이라면 아까 그 공격에 슈트가 부러져도 이상하지 않았다.
[고작 이거인가? 내 신세계의 방해물로는 턱없이 부족하군. 네놈부터 빠르게 해치워주마!]
굵은 기계음으로, 자신의 앞쪽에서 저렇게 말하는 그 병기.
대사 자체는 웬만한 3류 악당 뺨치는, 허세밖에 없는 유치하고 한심한 말투였으나.
스타더스, 그녀는. 이제 방심하지 않았다.
'...강하다.'
인정해야겠다. 강했다.
아니, 사실 따지고 보면 이때까지 싸워온 다른 적들에 비하면 그렇게까지 강한 편은 아니다.
다만.
'....말도 안돼.'
기묘할 정도로.
그녀 자신의 행동을, 저놈은 다 예측하듯 읽고 있다.
무엇을 할지, 어디로 갈지, 어떤 판단을 내릴지.
마치 다 알고있다는 듯이.
지금까지 이렇게 수많은 공방을 주고받는 동안.
저놈은, 아까 그 한방 말고는 단 한대도 맞지 않았다.
저 육중한 기계를 이끌고도, 단 한대도.
...대체 어떻게 그럴 수 있지.
섬찟한 기분 속에서, 스타더스는 어두운 눈으로 판단을 내렸다.
'...무조건, 여기서 잡아야한다.'
대체 뭐하다 나타난 놈인지는 모르겠지만, 여기서 잡아야한다. 이번에 놓치면, 다음에는 얼마나 더 강해져 올지 모른다.
특히 자신의 전투습관을 꿰고있는 걸보면... 뭐하는 놈일지 무서울 정도.
그것은 마치 오만하게 선언하는 듯했다.
마치 자신이... 그녀의 카운터. 대적자. 천적이라고.
여기서 잡아야한다.
스타더스는, 속으로 되뇌이며 진지하게 임했다.
그녀에게 피곤한 기색은 더이상 보이지 않았다.
어떻게 해야, 저 빌런을 쓰러트릴 수 있을까 고민할뿐.
'....그래.'
그리고 그녀는, 하나의 판단을 더 마쳤다.
마치 자신을 읽고있다는 듯이 움직이는 저놈은, 나중되면 언제 어느순간에 자신의 카운터가 될지 모르므로.
오늘 여기서, 기회가 왔을때. 쓰러트려야한다.
어떻게든.
'...나한테 신경쓰이는 빌런은, 에고스틱이면 충분해.'
다른 이는 필요없다.
에고스틱말고, 그녀에게 그 어떤 다른 빌런도 의미 있지 않다.
저놈은, 오늘 여기서 처리한다.
그게, 저놈에게 있어서 죽음이라는 형태가 되더라도.
기필코, 여기서 놈을 끝낸다.
그렇게 스타더스 그녀 주위의 공기가 변하며.
그녀는 전보다 더 매섭게, 이를 악물고 병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
테러를 일으킨 다음 느낀점 하나.
확실히, 스타더스는 강해졌다.
물론 그렇다고 해도 그녀에 대해 완벽히 꿰고있는 나는, 충분히 상대할 수 있을 정도였지만.
'...쓰읍. 이정도면 다음 메인이벤트 참여할 수 있을거 같기도 하고...?'
나는 그렇게 생각하며, 열심히 그녀를 도발하며 맞서 싸웠다. 전력을 더 확실히, 정확하게 판단하기 위해.
그리고, 그렇게 시간이 흐른 뒤.
'...음?'
뭔가 달라졌다. 그런 기분이 들었다.
...뭔가, 아까보다 더 잘싸우는거 같기도?
설마. 나랑 싸우는 동안에도 또 능력이 성장하고 있는건가?
'...이게 주인공이라는건가.'
나는 나도 모르게 기체 내에서 헛웃음을 지었다.
그래. 스타더스라면 그럴 수 있지.
뭐, 잘된 일이다. 어쩌다보니 일석이조가 됐네. 이번 기회에 성장도 시키고.
나는 그렇게 웃음을 지으며 더 기쁜 마음으로 싸움에 임했다.
그래 하루야. 오늘 좀 더 진화하고 가자!
그래, 그렇게 즐겁게 생각했었다.
쳐맞기 전까진.
"커헉."
[커헉.]
그렇게 전투가 얼마나 이어졌을까.
싸움 도중, 드디어 그녀의 제대로 된 주먹을 얻어맞은 나는, 순간 땅에 곤두박칠 쳐졌다.
...쓰읍. 존나 아프네. 내장이 꼬이는 기분.
순간 실수했다. 피할 수 있었는데.
아니, 근데 왜이렇게 아프게 차. 사람 잡겠네.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기체를 일으켰고.
그렇게 잠시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정면을 똑바로 응시한 상태에서야, 스타더스의 눈을 제대로 바라볼 수 있었다.
정확히는, 나를 거의 확실히 조지겠다는 듯 불타오르며 날아오는 스타더스의 눈을.
'...어라.'
나, 좆된건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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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실 나는, 이번 테러는 그렇게 큰 의미를 두고 일으키지는 않았다.
그냥 오랜만에 스타더스도 직접 만나고 싶고, 겸사겸사 스타더스 실력도 한번 제대로 봐볼려고 한거지.
근데, 갑자기 스타더스가 저렇게 나올지는 몰랐다.
"하아... 하아..."
몇차례에 걸친 공방 뒤.
나는 잠시 자리에 떨어져서, 팔로 입쪽을 가린 채 거친 숨을 내쉬는 스타더스를, 병기 안에서 지켜봤다.
지쳐 보임에도, 두 눈만은 명확하게 내 쪽을 바라보며 이글이글 불타오르는 모습.
거의 내 첫테러 이후로 처음보는, 진심으로 이쪽을 박살내 버리겠다는 듯한 강인한 의지의 표정.
나는 그렇게 뜨겁게 불타오르는 스타더스의 표정을 보며, 좀 당황했다.
...아니, 왜 저래?
표정만으로 사람을 죽일 수 있을 것 같은 느낌.
아니, 어쩌면 저 표정은 정말로 이쪽을 처리하려고 하는 것 같기도 하다.
...진짜로 왜 저러지.
분명 내 처음 계획은 정체를 숨긴 채, 스타더스의 능력을 테스트 하려고 했던 것 뿐이다.
사실 정체 숨긴것도 그냥 뭐 하다보니 별 생각없이 객관적인 능력 체크를 위해 그렇게 한 것뿐.
그런데 어째, 반응이 꽤나 격렬했다.
'...생각해보자.'
자, 스타더스 입장에서는 어느날 처음보는 빌런이 갑자기 테러를 일으킨거다. 근데 그 빌런이 자신의 공격 패턴을 다 꾀고있고, 심지어 그녀를 압도하는 수준.
...그거 때문인가?
아무리봐도 그것 때문인거 같다. 정체를 숨겨서인지 경계심이 한층 강화된 느낌. 하긴, 그녀 입장에서는 하루아침에 갑자기 강력한 새로운 빌런이 등장한거니까.
그래서인지, 어쩐지 나를 진심으로 상대하는 그녀의 모습이었다.
이것까지는 의도하지 못했는데 상당히 당황스러운 부분. 순간 지금이라도 조종석을 열고 '짜잔! 사실 에고스틱이었답니다!' 라고 밝힌 다음에 튀어야 할지 고민하게 될 정도였다.
다만.
"으득."
나를 향해 주먹을 쥐고 또 날아오는 스타더스를 보면서 생각을 고쳤다.
그래. 이런 귀중한 성장이벤트를 놓칠 수는 없지.
일단 지금까지 봐서는 다음 메인 이벤트인 벰파이어 성 사건을 아슬아슬하게 깰 수 있을 능력은 되는거 같긴 한데, 오늘 여기서 또 성장하고 가면 확실히 깰 수 있지 않을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기체를 움직여 스타더스를 피한 뒤, 그녀에게 4개의 주먹 중 하나를 내질렀다.
이에 그걸 예상했다는 듯 갑자기 아래로 꺼지듯 날아가더니 뒤쪽에서 공격을 가하는 그녀.
처음보다 훨씬 나아진, 깔끔한 동작이었다.
근데 문제는 그걸 맞는게 나라는 거고.
"크헉."
[크헉. ...네녀석, 죽인다!]
아니, 무슨 주먹질이 기계장치를 때렸는데 안에 있는 나까지 타격이 가. 심지어 우리 베히모스도 복부에 둘러놨는데. 베히야, 좀 잘막아봐라.
'뀨잉?'
이제는 베히모스의 환청이 들릴 지경.
나는 골이 띵한걸 느끼면서도, 어떻게든 컨셉에 맞춰 말을 이었다.
근데 말을 할 틈도없이 쏟아지는 그녀의 공격. 나는 그걸 피하며, 서은이가 준비해 놓은 기능 여러개를 동시에 사용했다. 플라즈마 폭탄, 화염방사 뭐 이런거 말이다.
"쓰읍..."
말이 조종석이지 사실상 사람 들어갈 공간 겨우 있는 관같은 그곳. 나는 거기서 입가에 흐르는 피를 손을 꼼지락거려 겨우 닦았다.
...슬슬 몇방 더 맞으면 정말 몸에 무리가 갈거 같기는 한데, 뭐. 몇방 더 안맞으면 그만 아닐까?
[오늘 너는 이자리에서 쓰러진다. 내가 그렇게 정했다. 이 카오스 디스트로이어가, 네놈을 쓰러트려주마!]
싸움에서 중요한건 기선제압.
그래서 나는 그렇게 우렁차게 소리쳐줬다. 상황이 상황이었음에도, 어쩐지 손발이 오그라드는 느낌이었지만... 한번 컨셉을 잡았으니 끝까지 가야지.
그리고 내 그런 선언에.
스타더스 또한 진지한 얼굴로 머리카락을 슥 넘기더니, 간신히 들릴만한 목소리로 말했다.
"...역시, 여기서 처리해야..."
아니 시발 무섭게 왜그래요.
지금이라도 짜잔 에고스틱이에요 저는 도망갈거에요를 시전해야하나 진지한 고민이 들었으나, 사나이 다인. 한번 마음먹은건 끝까지 가기로 결정했다.
이제는 달릴 수 밖에 없어.
[죽어라!]
나는 그렇게 마음에도 없는 소리를 내뱉으며, 드디어 주먹에 노란 빛이 빛나기 시작하는 스타더스를 향해 달려들었다.
...나, 살아 돌아갈 수 있겠지?
***
위험은, 예기치 못한 순간 갑작스럽게 찾아온다.
물론 에고스틱처럼 사전에 나 테러할거에요 광고를 한 뒤 하는 경우도 있지만... 대다수는 정말 갑자기 찾아오는 법이다.
대표적으로 한은그룹의 베헤모스. 일명 검은 파도 사건. 정말 하루아침에 갑자기 튀어나와 서울을 거의 쓸어버릴 뻔했다. 그리고 월광무녀의 폭풍 사건도 있다. 그때도 어느날 저녁에 갑자기 등장했었지.
그리고 그런 때에 느꼈던 기분을.
신하루는, 지금 느끼고 있었다.
'....'
물론 상대가 그렇게 광범위한 인명피해를 입히고 있는건 아니지만, 그 강함만큼은 거의 필적한 지경.
애초에 신하루, 자신이 생각하기에 그녀는 이전보다 꽤나 강해졌다. 이미 협회장도, 이정도면 S급 중위정도의 실력인거 같다고 얘기하기도 했고.
그런 그녀를, 순수하게 근접전에서 압도하는 빌런이 등장했다. 그것도 저 육중한 기계장치를 이끌고.
그녀가 경각심을 느끼는 것도 당연.
그래서 그녀는 생각했다.
무조건, 여기서 잡아야한다.
자신에 대해 아무것도 모르는 상태에서도 이정도로 그녀를 압박하는데, 나중에 데이터가 더 쌓여서 오면 감당 못할수도 있다. 심지어 기계공학자 같은데, 더더욱.
그래서 신하루는, 피곤을 억누르고 사력을 다해 그것과 맞서싸웠다.
눈에 진물이 날 지경으로, 머리를 싸우면서도 계속 굴리며.
위에, 아래, 오른쪽, 오른쪽.
마치 패턴을 익히듯, 차근차근 하나씩.
그렇게 처음에는 그것을 단 한대도 못맞추던 그녀는.
이내 하나씩 하나씩, 저 기계장치에게 유효한 타격을 주기 시작했다.
[크허억!]
...참고로 은근 타격감이 있었다.
한방 맞을때마다 무슨 세상 죽는 소리를 내며 날아가는 녀석.
물론 곧바로 다시 일어나기는 하지만, 그래도 확실히 유효타가 들어가고 있다는걸 입증하는 모습이었다. 쭉 이 페이스대로 가면, 놈이 도망치지 않는 한 이대로 쓰러트릴 수 있을거 같은 기분.
다만.
두근. 두근.
".....?"
그렇게 놈을 자꾸 한대씩 때릴때마다.
신하루는, 계속해서 무언가 불안감이 커지는게 느껴졌다.
무언가, 해서는 안될 짓을 하는 기분. 나중에 후회할 짓을 하고 있는거 같다는 직감. 그리고 그런 불길함에 점점 커지는 심장박동.
'...왜 이러지?'
그 이상한 느낌에, 신하루는 혼란스러울 지경이었다.
...그냥 새로 나타난 빌런을 공격하는 것일 뿐인데, 왜 이런 불안한 기분이 드는거지.
그리고 그런 싸한 느낌은, 싸움도중 놈을 한방 더 때리고 그가 신음하는 소리를 들을 때마다 점차 증폭됐다.
...왜, 처음보는 빌런한테 이런 기분이 드는건지, 그녀는 정말 알 수 없었다.
피곤해서 그런건가, 아니면 다른 무언가가 있는 건가. 왜 이런 이상한 직감이 드는거지.
뭔가 불안감을 느낀 그녀가, 이에 대해 더 자세히 생각해 보려고 해도.
"크흑...."
펑. 펑.
자꾸만 쉴틈도 없이 날아오는 공격때문에, 차분히 제대로 된 생각을 할 수가 없었다. 계속되는 싸움에 지친 상태이기도 했고.
그래서 그냥 피곤해서 그런가- 라며 넘기려고 한 하루.
그러나 아무리 그럼에도, 이 까닭모를 찜찜한 기분은 쉽게 없어지지 않았다.
그럼에도 그녀는 일단은 계속 싸웠다. 기분탓이라는 말도안되는 이유로 당장 나타난 빌런을 앞에 두고 딴 생각을 할 여유는 없었기에.
그렇게, 놈의 공격을 피해 발로 가격하는데 성공한 그녀.
순간적으로 저쪽으로 튕기듯 밀려난 그것은, 이내 다시 균형을 잡더니 이쪽으로 돌아왔다.
[크흐. 내가 이대로 끝날 거, 쿨럭, 같으냐? 너만은 내가 꼭 쓰러트려주마!]
그녀의 귀를 찌르듯 들어오는, 커다란 기계음.
듣는것만으로도 거슬리는 기계 음성이었으나, 그녀는 문득 이상한 기분이 들었다. 뭔가... 뭔가, 떠오를거 같기도...
그러나 그 생각은, 다시 또 그녀를 향해 날아온 저 병기에 의해 끊기고 말았다. 신하루 자신에 의해 팔 하나가 부러져, 세 팔을 들고 달려드는 그것.
척 보기에도 저것의 상태가 영 좋아보이지는 않는 모습이었지만, 그건 신하루 그녀 또한 마찬가지였다. 계속된 격렬한 싸움과 끊임없이 이어진 공방과 정신집중으로 눈에띄게 더 피로해진 그녀.
그렇게 더 생각할 틈도 없이 그녀는 계속 싸웠다.
...그래. 저걸 일단 쓰러트리고 나면 이 이상한 기분도 사라지겠지. 그리고 대체 뭐하는 놈인지 보고 나면, 모든 의문또한 풀릴거고.
신하루는 이를 악물었다.
...그래. 이상한거에 휘둘려서는 안된다. 자신의 목표는 저것을 박살내는 것, 그것뿐. 다른걸 생각할 틈은 없다.
두근. 두근.
경고하듯, 더욱 강해지는 심작박동.
그러나 그녀는 그걸 무시했다. 신하루. 그녀는 히어로다. 그리고 히어로는, 빌런을 앞에두고 다른 생각을 하지 않는다.
그렇게 싸움이 이어지고.
기어코 놈의 팔을 하나 더 뜯어, 이제 두팔의 기계장치가 더덜더덜 떠있을때.
신하루는 이를 악물고, 마지막 일격을 날렸다.
이제, 여기서 이 지긋지긋한 싸움을 끝낸다.
그 생각과 함께 별처럼 밝은 빛이, 그녀의 주먹에 번쩍였고.
그대로.
—————————쾅.
[커허억-]
그녀의 마지막 한방이, 그 병기의 몸통 중앙에 꽂힘과 동시에, 놈은 혜성처럼 저 뒤로 날아가 옆의 건물 벽면에 그대로 꽂혀버렸다.
말그대로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벽에 쳐박힌 그것.
이내 모든 동력을 잃었다는 듯, 그것은 다시 땅쪽으로 쾅 하는 소리와 함께 쓰러졌다.
이내 힘을 잃고 그대로 땅에 너부러진 원형의 기계.
이내 두 기계팔을 축 늘어트린 채, 그것은 드디어 쓰러졌다.
"하아... 하아..."
그리고 그 앞에서.
신하루, 스타더스는. 간신히 숨을 내쉬며 한쪽 팔을 부여잡았다.
쓰러트렸다. 간신히 쓰러트렸다.
빌런을 잡는데, 성공했다.
그런데.
두근. 두근. 두근. 두근.
어째서, 심장이 이다지도 빨리 뛴다는 말인가.
왜, 이 불안하고 불길한 기분은 사라지지 않는단 말인가.
무언가, 큰 잘못을 했다는 기분이 자꾸만 든다는 말인가.
"...이상해."
뭔가, 이상하다.
아니야. 문제가 있을리가 없다. 자신은 새로이 등장한 빌런을 잡았을 뿐인걸.
...그래. 확인해보자.
그렇게 그녀는 비틀거리는 발걸음으로, 그 기계장치가 쓰러져 있는 곳을 향해 한걸음씩 발을 옮겼다.
한걸음, 한걸음. 걸을때마다 점점 커지는 이 불길한 감각.
그렇게 그것의 앞까지 도착한 스타더스.
그녀는, 불안한 기분을 애써 억누르며, 그것의 강철 판막 하나를 잡고 발로 고정한 뒤, 뜯어 보기로 했다. 안에는 사악한 빌런이 들어있을거라고 생각하며.
그렇게, 강철의 옆면을 뜯어낸 그녀가 보게 된 것은.
"......아...?"
"쿨럭. 안녕하세요, 스타더스씨. 하하.. 쿨럭."
피로 물든 안쪽에서, 복부를 부여잡은 채.
입가에 빨간 피를 흘리며, 각혈하는 와중에도 그녀를 향해 애써 웃어보이는 에고스틱의 모습이었다.
....아?
그리고, 그 순간.
스타더스의 눈이, 그대로.
원래의 빛을 잃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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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크흑... 쿨럭."
개박살이 난 병기 안.
나는 그곳의 뒤에 기대, 쿨럭하고 피를 토했다.
쓰읍... 죽겠네.
나는 겨우 숨을 고른뒤, 어두운 기계 내부에서 잠시 몸을 살폈다.
딱봐도 좋지 못한 상태.
피가 철철 흐르는걸, 우리 베히모스로 어떻게든 지혈하고 있는 상태다.
...아니, 이게 나름 베히모스로 충격 좀 완화한건데도 이 정도면, 정통으로 맞았으면 진짜 좆됐겠는걸?
그래도 뭐, 결과적으로 살았으니 된 거 아닐까.
나는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피를 하도 쏟아서 머리는 잘 안돌아갔지만.
...사실, 이건 딱히 의도한게 아니다.
아니, 나는 그냥 대충 능력 딱 성장할때까지만 좀 싸우다가 이제 어느정도 됐으면 에고스틱인거 밝히고 '좀 색다르게 놀아봤는데, 재밌었네요. 이번에는 비록 제 패배였지만, 다음에는 다를겁니다!' 이러고 도망가려 했지. 이미 대사까지 다 짜놨었다.
근데 문제는 그... 내가 좀 몰입하다보니 스타더스 조금이라도 더 성장시켜보려다 도망가야 할 타이밍을 놓친 것도 있고.
스타더스의 필살기, 일명 스타-펀치의 시전 타이밍을 잘못 예측한 것도 있다. 아니, 예상치 못한 순간에 갑자기 빛이 번쩍하면서 주먹이 날아오는데, 이걸 어떻게 피해.
이미 그녀의 전투패턴을 다 꾀고 있는 나조차도 방심시킬 정도라니, 정말 이 짧은 순간에도 다이나믹하게 성장한거 같다.
스타더스... 난 너가 자랑스럽다...
"쿨럭."
쓰읍.
나는 피를 또 뱉고 생각에 잠겼다.
...어쨌든 일이 이렇게 됐으니, 이제는 대책을 생각해야 할 때.
나는 쓰러질거같은 정신을 억지로 붙잡고, 다음 일을 생각했다.
일단 지금 상태는 손가락하나 까딱하기도 힘들 정도.
지금 베히모스 조종하면서 지혈만 겨우 하고있는 상황이다. 여기서 순간이동을 쓰면...?
'좆되겠지.'
진짜 죽을 수도 있다. 특히 여기서 곧장 집으로 멀리멀리 순간이동한다? 패널티받고 과다출혈로 즉사다. 하율이 치유능력이 부활까지 커버 해주기를 기도하는 수밖에 없어.
그러나. 아직 빠져나갈 구멍은 있다.
바로 존버전략.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이 나 구하러 와줄때까지 존버를 타는거다. 애들아. 나 좆됐어. 살려줘.
물론 문제는 당장 언제올 줄 모른다는거. 그때까지는 여기서 시간을 끌어야 한다.
쓰읍... 아마 스타더스라면 바로 벽면부터 뜯고 내 정체를 확인하려 들텐데.
나는 비몽사몽한 정신으로 내 몸을 다시 돌아봤다.
그래도 옷이랑 가면은 다 갖춰입은 상태. 이미 정체를 밝힐거라고 상정해놔서 이정도는 되어있다. 다만 이런 식으로 밝히게 될거라고는 생각도 못했지...
나는 피투성이가 된 옷을 슬쩍 바라본 뒤,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일단 어떻게든 입을 털어 시간을 끌어야한다. 스타더스가 나를 보고 어떤 반응을 보일지는 모르겠지만, 그 틈을 타 입을 털어 나를 쓰러트리지 못하게 해야한다.
...근데 이꼴이 된 나를 보고 스타더스는 무슨 반응을 보일려나. 아마 스타더스 전문가인 내가 봤을때, 소 뒷걸음질 하다 쥐 잡듯 어쩌다가 에고스틱 잡았다고 그냥 좋아할 것 같다는 기분. 오랜만에 스타더스가 웃는걸 볼 수도 있겠다.
...그리고 차라리 그게 다행이지, 잘못하면 괘씸하다고 여기서 갑자기 처리해 버리려고 할 수도 있다.. 물론 우리 하루는 빌런한테 즉결처형을 최대한 안하는 편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인생은 혹시 모르는 것. 역시, 무엇보다 내가 입터는게 중요해질거다.
나는 그렇게 잘 안돌아가는 머리로 대비를 단단히 하던 그때.
드디어 벽 너머 앞쪽에서 발소리가 들리더니, 누군가 내 앞에 서는게 느껴졌다.
이내 끼이익-하는 소리와 함께 뜯기기 시작하는 벽면. 서프라이즈 3초전인 상태.
그리고, 이내 밝은 햇볕이 어두운 공간에 들어오며.
스타더스의 모습이, 내 앞에 등장했다.
그와 동시에, 아래를 내려다보며 나와 눈이 마주친 스타더스.
"......아...?"
"쿨럭. 안녕하세요, 스타더스씨. 하하.. 쿨럭."
나는 그런 그녀를 보며, 애써 웃으며 인사를 건넸다.
물론 중간에 그녀의 눈앞에서 피를 토하는 추한 모습을 보이는 불상사가 생기긴 했지만... 이정도는 넘어가주겠지.
머리에서도 피가 한줄기가 흐르고있어 눈앞이 잘 보이지가 않아 스타더스의 표정을 제대로 확인할 수는 없었지만, 그래도 그녀의 말은 들렸다.
"....아니야, 이럴, 이럴수가..."
...뭐가 아니야?
나는 의아한 기분에 억지로 초점을 맞춰 그녀의 상태를 확인해 보였다. 작게 떨리는 목소리로, 내 앞에서 혼자 뭐라고 중얼거리는 그녀. 음, 왜 저러는거지. 갑자기 로봇 안에서 내가 튀어나오니까 좀 당황했나?
저러는 이유는 잘 모르겠지만, 일단 당장 나한테 달려들어서 쓰러트리지 않고 있다는건 큰 호재다. 입을 계속 털 수 있다는 소리지.
그래서 나는 애써 입을 열어, 그녀에게 작게 웃으며 말을 이었다.
"하하... 원래 이런식으로 정체를 밝히려던건, 쿨럭, 아니었는데. 어쩌다보니 이렇게 됐네요. 조금 장난좀 쳐볼려고 한건데... 쿨럭."
아니 시발. 계속 각혈이 나와서 말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나는 그렇게 말을 하며, 빛에 익숙해져 조금 선명해진 눈으로 다시 그녀의 상태를 살폈다.
"........"
눈에 초점이 나간 채, 무슨 영혼이 나간 것처럼 입을 살짝 벌린 채 나만을 바라보고 있는 그녀.
잘 보니까 어째 손도 좀 떨리고있는거 같은 모습이다.
...진짜 뭐지..?
내가 의아함을 느낄 때쯤, 순간 그녀가 몸을 흠칫 떨더니, 다시 눈에 초점을 맞추고 떨리는 목소리로 입을 열며 내 앞으로 다가오기 시작했다.
"이, 일단 어떻게... 어떻게 해야. 그래 치, 치료를..."
그렇게 뭐라고 작게 중얼거리며 내 앞에 다가오는 그녀. 쓰읍, 잠깐. 왜 오는거야. 이대로 잡아가려는건가. 아니, 진짜 목숨걸고 순간이동이라도 해야되나.
그런 내 고민은, 다행이도 금방 끝날 수 있었다.
왜나하면, 거대한 보라색 마법진이 그녀와 내 사이에 나타남과 동시에 거대한 바람이 들이닥쳤기 때문에.
"크흑?"
순간적으로 불어닥친 강풍에 스타더스가 손으로 앞을 가리며 밀려나는 그 순간.
내 눈앞에 작은 마법진이 여러개 생기더니, 분홍색 구름과 함께 작은 누군가가 내 앞에 나타났다.
"오빠!"
검은색 머리와 대비되는 하얀 무녀복을 입은 채, 내 앞에서 폴짝 뛰어든 그녀. 은월이.
다행히 시간내에 와줬구나.
"쿨럭. 왔구나, 다행이다."
"오, 오빠... 몸 상태가... 어떡해요. 히잉."
나를 보자마자 울상을 짓는 은월이.
무릎을 꿇고 앉아 내 몸쪽을 붙잡고 글썽거리며 빠르게 나를 확인한 그녀는, 이내 내 몸을 옆에서 껴안았다.
"오빠, 바로, 바로 갈게요. 집으로."
"그래, 쿨럭. 가자."
"말하지마요! 피, 피 계속 나오잖아요. 일단 빨리..."
그렇게 정신없이 중얼거린 은월이는, 이내 허공을 몇번 두드리기 시작했다.
그와 동시에 우리 주위에 생기는 기하학적인 마법진들.
휴, 드디어 돌아가는구나.
진짜 어쩌다보니 큰일 날뻔했네. ...이 몸 꼬라지로 집 돌아가면 다들 어떤 반응을 보일지 벌써부터 아득하다. 걱정시켜서 미안할 따름.
그렇게 내가 생각하던 순간.
바람이 걷히고, 다시 스타더스의 모습이 내 눈앞에 보였다.
그리고 그런 스타더스의 모습을 확인한 은월이 역시, 나를 껴안은 채 이를 악물더니, 이내 나를 더욱 꽉 껴안은 채 스타더스를 노려보기 시작했다.
그리고 그 순간, 다행히도 빛이 나기 시작하며 작동되는 마법진들.
그 가운데에서, 나는 바닥에 쓰러져 스타더스를 바라보며 애써 미소를 지어보려 노력했다. 원래라면 엔딩 멘트도 날려줘야하는데, 정신 붙잡기도 힘들어서 거기까진 못하겠다...
그런 한가한 생각을 하며, 나는 스타더스를 마지막으로 바라보았다. 날 코앞에서 놓쳐서 좀 속상해할거 같은데...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간신히 스타더스를 바라봤다.
그렇게 확인한, 나를 내려다보는 스타더스의 표정은...
"....아."
손을 내쪽으로 뻗으며, 뭔가 절망한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는 그녀.
아마 나를 코앞에서 놓치는게 그렇게나 아쉬운 모양이다.
하하... 역시 히어로 스타더스 답네.
내가 그런 생각을 함과 동시에, 바닥의 마법진에서 빛이 번떡였고.
순간 눈앞이 하얘짐과 동시에, 나는 정신을 잃었다.
...이정도면, 오래 버텼지.
그리고 그때는 몰랐지만.
이 광경은 전부, 한 방송사의 헬리콥터에 탄 기자의 카메라에 찍히고 있었다.
***
[[속보][1면]A급 빌런 에고스틱, 현재 중상... 생존 여부는 현재 확인 안돼...]
(피를 흘리며 쓰러져있는 에고스틱의 클로즈업 사진이 실린 기사 내용 전문)
아니 뭐임 시발
그 카오스 뭐시기인가 하는 빌런이 에고스틱이라는데????
지금 중상입었다는데 진짜 뭐냐
=[댓글]=
[???????????]
[ㅅㅂ 갑자기 뭔데]
[아니 이런게 어딨어 우리 망고 죽으면 안돼 갑자기 뭔데 아니 시발?]
[왜 밥먹고왔는데 뜬금없이 이런 소식이 에이 장난이지?]
ㄴ[장난 아니다 지금 신문사들 메인사이트에 전부 하나 둘 올라오는중]
ㄴ[진짜네ㅅㅂ]
[아니 왜 갑자기 방송도 안키고 이상한 로봇타고 나서더니 중상입고 오는데 망고야 왜!!!!]
*
갑작스럽게 언론에 보도된, 에고스틱의 중상 보도.
정말 뜬금없이 들려온 소식에, 대한민국은 술렁이기 시작하고, 에고스틱 팬층은 불타기 시작했다.
방송도 키지 않았기에, 카오스ㆍ디스트로이어가 에고스틱이라고 예상한 사람은 그야말로 전무한 상황.
그렇게 에고스틱이 실시간 트렌드 1위를 차지하며, 대한민국이 뜨겁게 불타기 시작했고.
스타더스는 다음날, 협회에 출근하지 않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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텅빈 공간.
그곳을 채우고있는 새하얀 빛.