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16화 (216/328)

서울 도심 위, 세찬 바람이 불어오는 하늘.

-와장창!

카타나의 푸른 심검마저 주먹으로 박살내버린 스타더스는 확신했다. 자신의 승리라고.

"....."

물론, 카타나도 가만히 당하던건 아니었다.

금새 정신을 차려, 또 다른 심검을 허공에서 꺼내 맞서 싸우려던 그때.

휘익.

"하하, 아쉽지만 여기까지네요!"

"....에고스틱."

마치 뒤에서 카타나를 껴안듯, 받혀주며 등장한 그.

이내 그의 품으로 비교적 작은 체구의 카타나가 쏘옥 안기며.

순간이동으로, 둘은 스타더스 그녀로부터 어느정도 거리를 유지하고 물러났다.

"카타나씨, 괜찮으십니까?"

"....네. 괜찮아요."

이내 카타나를 여전히 받히듯 뒤에서 안은 채, 그렇게 묻는 에고스틱.

그리고 마치 그게 자연스럽다는 듯, 카타나는 덤덤한 표정으로 고개를 끄덕이며 심검을 소환하는걸 그만두었다.

*

[방종의 시간인가]

[안돼! 여기서 끝낸다고??????]

[더줘 더줘 더줘 더줘 더줘 더줘 더줘]

[아니 오늘은 망고 별로 나오지도 않았잖아 ㅡㅡ 이게 맞는거임????]

[둘이 싸우는 것만 보다가 정신차리니 한시간 뚝딱ㄷㄷ]

[이정도면 스타더스 판정 승 아님? ㄹㅇㅋㅋ]

[カタナちゃん韓国から戦ってるとニュースから今見て来たけどもう終わっちゃ意味ないじゃんwwwww]

[소름돋는 사실) 오늘 방송 끝나면 망고 얼굴 또 3개월동안 못봄ㄷㄷㄷㄷㄷㄷ]

[이런건 현실이 아니야!!!!!!!!]

*

그렇게 채팅창이 벌써 방종이냐고 활활 불타는 동안.

스타더스의 관심은, 그게 아닌 다른데 가있었다.

아주 연인처럼 꼭 껴안고 있는 둘.

...그래, 안다. 넘어지려는 카타나를 에고스틱이 받힌거니까, 저런 자세가 나올 수 있다는걸.

그러나 머리로는 이해해도, 가슴은 다르게 생각하는 법.

스타더스의 가슴은, 그 둘의 그런 모습을 보면서 요동쳤다.

'...내가 왜이러지.'

사실 따지고보면, 둘이 그러던말던 알 바 아니었다. 빌런이 누구를 껴안든 뭘하든 자신에게 중요한게 아니지.

그런데, 그런데.

왜.

가슴이 쿡쿡, 누가 찌르듯이 아픈거지.

그녀가 그렇게 어두워진 표정으로 둘을 바라보고 있을때.

드디어 서로 떨어진 둘은, 이내 스타더스를 마주봤다.

...여전히, 서로 손은 꼭 잡은 채.

"네! 하아, 카타나씨를 부르면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역시 스타더스씨는 못당해내겠네요. 물론 카타나씨가 전투를 더 이어나가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타국땅에서 카타나씨를 더 고생시키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여전히 웃으며, 뭐라뭐라 말하는 에고스틱.

그러나 스타더스에게 그 말은 들리지 않았다.

그저, 아까부터 에고스틱과 카타나가 붙잡고 있는, 서로의 손에 가있을뿐.

"......"

"그럼 오늘의 테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시길!"

그렇게 에고스틱의 마지막 한마디가 울려퍼졌고.

이내 여전히 미소지은 채, 카메라를 보던 그는 그걸 살짝 조작하더니 다시 고개를 돌려 스타더스 그녀 쪽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카타나랑 손을 맞잡은 채로.

"하하, 스타더스씨. 다음에는 지지 않을거니...."

그렇게 자신을 향해 말하던 그는, 그녀의 표정을 보더니 순간 멈칫했다.

...솔직히.

스타더스는, 자신이 왜 화가 나는 건지도 알 수 없었다.

에고스틱이 뭘 하던 말던 자신이 무슨 상관인가. 애초에 그와 나는 서로 빌런과 히어로의 관계일뿐 그 이상도, 그 이하도 아닌데.

다만.

에고스틱이, 카타나의 손을 꼭 붙잡은 모습이.

지금은, 기억 속에 잊혀진 어떤 장면이 무의식중에 떠올라서인지.

깊고 깊은, 인지도 못하는 속마음 속에서는.

저게, 내가 잡고있어야 할 손인데 라는 생각이 떠올라서인지. 빼았긴듯한 상실감이 들어서인지.

어째서인지, 잘 모르겠지만.

스타더스는. 신하루는, 자기도 모르게 눈시울이 살짝 뜨거워 지는걸 막지 못했다.

"스, 스타더스씨...?"

갑자기 자신이 이상하게 나오자, 당황하는 에고스틱의 얼굴을 보며.

...그러면서도 여전히 카타나의 한쪽 손을 잡은 에고스틱을 보며, 자기도 모르게 서러워져서.

분명, 어떤 약속을 했던거 같은데. 그걸 어긴 에고스틱이 미워서.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두 손의 주먹을 꽉 쥔채.

그를 향해 쏘아붙였다.

"...이, 나쁜놈."

...그게, 그녀가 할 수 있는 최선이었다.

뭐가 나쁜건지는, 하루 그녀도 스스로 대답할 수 없었지만.

아무튼 에고스틱은 나쁜놈이었다.

....나쁜놈.

***

나는 오늘, 기분이 좋았다.

일단은 카타나와의 테러를 성공적으로 마쳤다는게 컸다. 특히 몇시간만에 스타더스가 벌써 괄목할만한 성장을 한게 보여서 더더욱. 일단 카타나가 하도 이곳저곳에서 나비처럼 날아 벌처럼 쏘는 공격형식을 해서, 스타더스의 반사신경에도 큰 도움을 준 느낌.

그래, 그때까지는 난 그렇게 긍정적이게 생각했었다.

"네! 하아, 카타나씨를 부르면 쉽게 이길 줄 알았는데, 역시 스타더스씨는 못당해내겠네요. 물론 카타나씨가 전투를 더 이어나가면 어떻게 될 지는 모르겠습니다만, 타국땅에서 카타나씨를 더 고생시키는 것도 옳지 않은 일이니 여기까지 하겠습니다!"

탁 트인 하늘.

오랜 전투의 여파인지 차분해 보이는 겉과는 다르게, 숨을 헐떡이고 있는 카타나를 끌어안은 채.

나는 카메라를 보며 방종 멘트를 날렸다.

오늘은 이정도면 정말 충분했다. 카타나도 심검까지 써서 스타더스와 맞섰으니, 솔직히 말 다했지.

"그럼 오늘의 테러는 여기서 마치겠습니다. 다들 안녕히 계시길!"

*

[망바~]

[다음에 올때는 꼭 일렉트라 눈나 데려와줘 전기쥐 못본쥐 한참됐다....]

[ㄹㅇ 에고스트림 멤버들 왜이리 꽁꽁 숨기고 안보여줌 좀 테러 자주해!!!]

[나는 꿈이 있다 망고스틱이 저번 용과망고 테러처럼 직접 테러하는 걸 자주보는 꿈이...]

[ㅅㅂ 신개념 빌런한테 보고싶은 테러 내용 요청하는 사람들ㅋㅋㅋㅋ 이게 대체 뭐냐고ㅋㅋㅋ]

[근데 오늘 테러도 재밌었지 않음? 그냥 ㅈㄴ현란해서 눈이 쉴틈이 없던데ㅋㅋㅋㅋ]

[그리고 카타나 ㅈㄴ 예쁨ㅋㅋㅋ]

[망고x카타나 이거 히트임 한일망고ㄷㄷㄷ]

*

그렇게 여전히 자기들끼리 재밌게 놀고있는 채팅창을 보며 분위기가 좋은걸 확인한 뒤, 나는 망설임없이 방송을 껐다.

좋아, 이제 스타더스한테 작별인사를 건내고 가면 되겠지.

"하하, 스타더스씨. 다음에는 지지 않을거니...."

그렇게 스타더스한테 말을 건낸 나는.

순간, 멈칫하고 말았다.

"......"

고개를 숙인채, 주먹을 쥐고있는 그녀.

그리고.

스타더스 주위로 느껴지는 심상찮은 분위기.

'....뭐, 뭐지.'

거의 살기에 가까울정도로 느껴지는 싸한 분위기에,

나는 반사적으로 카타나의 손을 더 세게 움켜잡았다.

그리고 카타나 역시, 긴장한 모습.

왼손을 허리춤에 걸친 채, 언제든지 심검을 뺄 준비를 하고있는 그녀였다.

...지금이라도 순간이동을 해서 도망쳐야하나?

그런 생각을 순간 하게 될 정도로 심상치않은 분위기.

그러나, 나는 직감적으로 깨달았다. 어디서부터 잘못된건진 모르겠는데, 여기서 내뺐다가는 진짜 큰일이 날 수도 있다.

그래서 난, 조심스럽게 스타더스를 다시한번 불렀다.

"스, 스타더스씨...?"

그리고 그때.

다시 고개를 든 그녀.

빛에 반사돼 반짝이는 그녀의 푸른 눈과... 물기?

순간 그 모습에 뇌가 굳은 나에게.

스타더스는 약간 울먹이며, 나한테 작은 목소리로 쏘아붙였다.

".....나쁜놈."

"....."

...무슨 상황인지는 모르겠지만, 내가 나쁜놈인거 같다.

그렇게 나도, 카타나도 침묵하고 있는 동안.

이내 손으로 눈을 슥슥 닦은 그녀는.

"......"

나를 다시한번 쏘아보더니.

이내 고개를 돌려, 내게 등을 보이더니.

쉬이이이이잉.

바람과도 같이 빠르게 사라졌다.

그리고.

"......뭐, 뭐죠?"

"글쎄...."

나랑 카타나만이 당황스러운 감정으로, 한동안 허공 위에 서있었을 뿐이었다.

...스타더스가, 지금까지 빌런을 앞에 두고 먼저 가버린적이 있던가...?

***

[에고스틱, 일본의 S급 빌런 카타나를 데리고 테러를 하다? 전국민이 본 스타더스와 카타나의 대결 요점정리, 그리고 세계로 뻗어나가는 에고스틱의 영향력에 대해서 오늘! 밤 9시, 연예가중계에서 확인하실 수 있습니다!]

그날 밤.

테러 끝난 이후, 사람들은 또 오늘의 일로 하루종일 떠들어댔다.

다들 스타더스가 정말 강해졌다, 카타나도 강하다 이런 이야기.

특히 일본에서 카타나는 착취와 무능의 상징인 협회와 정부의 대항마로 그녀의 인기가 하늘을 찌르는 상황에서, 뜬금없이 한국에서 나와 함께 테러를 했다는 소식에 일본에서도 영상을 많이 봤다고 한다. 이로 인해 내 이름이 일본에서 꽤 많이 퍼졌대나 뭐래나. 쟨 대체 카타나랑 어떻게 친해진거냐고.

그렇게 나름 좋은사람들의 반응중 의외였던것 중 하나를 꼽자면, 은근 한국 1위 빌런과 일본 1위 빌런이 결탁한 것에 대해 별 위기감이 없어보인다는거랄까. '든든하다'라는 의견도 있던데, 대체 뭐가 든든하다는건지 모르겠다.

근데 하여튼 그건 그렇고.

사실, 그것들이 지금 나한테 중요한게 아니었다.

"오빠, 거실에서 왔다갔다 뭐해요?"

"아니..."

내가 신경쓰고있는건 단 하나.

'...나쁜놈.'

나를 향해 정말 속상해보이는 얼굴로, 거의 눈물까지 글썽거리며 화냈던 스타더스였다.

대체, 왜 그렇게 화낸걸까.

".....음."

...짚이는게 너무 많아서 딱 하나를 특정할 수가 없다는게, 제일 큰 문제였다.

***

그날 밤.

신하루의 집.

"--------으으으!"

펑. 펑.

신하루는, 배게에 얼굴을 묻은 채 손으로 침대를 펑 펑 두들기고 있었다.

"....내가 미쳤지, 진짜 왜 그랬을까?"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녀의 눈에 글썽거리는 눈물.

'....나쁜놈, 훌쩍.'

"으으으으으---!!!"

내가, 내가 거기서 내가 왜그랬을까...? 미쳤나봐 진짜....

그렇게 신하루는 그날 밤, 잠들기 전까지 계속 침대를 뻥뻥 찼다.

쪽팔려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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