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와장창.
스타더스와 카타나의 치열한 대결은, 순간 스타더스가 카타나의 검을 깨버림으로서 끝이 나는 듯 했다.
카타나가 깨져버린 일본도를 보고 당황하는 사이, 빠르게 카타나에게 주먹을 날리는 스타더스.
"큭."
이에 재빨리 남은 검자루를 땅에 던진채, 카타나는 날렵하게 몸을 뒤로 날렸다.
이내 그대로 근처 건물들 몇개의 벽을 발로 차가며 뒤로 쭉 쭉 이동하더니, 옥상에 손을 얹고 겨우 멈춰선 그녀.
하얀 도복과 머리카락이 흔들리는 채, 그녀는 한숨을 삼켰다.
"후우...."
그리고 그렇게 검 하나 없이 무력해보이는 카타나를 향해, 주먹에 강렬한 노란 빛을 내며 날아오고 있는 스타더스.
*
[이대로 끝?????]
[칼잡이를 상대하는 법 (1)칼을 박살낸다 (2)끝 ㄷㄷㄷㄷㄷ]
[망고야 방송 시작한지 한시간도 안되게 끝나게 생겼는데??? ]
*
그렇게 채팅창마저 싸움이 이렇게 허무히 끝난다는 것에 당혹스러워하는 와중에.
옥상에 서있는 카타나는, 조용히 심호흡을 하더니 검집이 있던 장소에 손을 뻗을 뿐이었다.
"여기서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절체절명의 위기의 순간처럼 보임에도, 태연하게 그렇게 말하는 그녀.
그렇게 그녀는, 텅 빈 검집에 뭐가 있는 것처럼 손을 뻗었다.
그리고
*
[?????]
[뭐임?????]
*
그녀의 옆, 텅 빈 그곳에서.
푸른 빛으로 빛나는 칼이, 마치 투명한 검집안에 있는 것처럼 빠져나왔다.
아니. 정확히 말하자면 칼이 허공에서 푸른 빛으로 '생겨나고' 있었다.
그렇게
푸른 빛으로 빛나고 있는, 신비한 기운이 느껴지고 있는 심검(心劍)을 꺼내, 카타나는 자신의 옆으로 팔을 뻗었다.
그러자 펄럭-하고 불기 시작하는 바람.
'...이렇게까지 될 줄은 몰랐네.'
카타나는 자신의 손 안에 요동치는 푸른 기운으로 이루어진 검을 제어하며, 그렇게 생각했다.
일본의 S급 빌런 카타나. 수십 계파로 날뛰던 일본의 빌런들을 전부 검술 하나로 평정하고, 삼협파를 세워 협회마저 압박에 성공해 사실상 일본 정상에 오른 자.
즉, 그녀는 일대일 전투상황에서는 져본 적이 없다는 소리다.
'....오늘 이렇게까지 힘을 쓰게 될 줄은 몰랐는데.'
카타나는 숨을 가다듬으며 홀로 조용히 생각했다.
예상외로, 이 스타더스라는 히어로는 너무 강했다. 자신이 찾아본 그녀의 예전 영상 속 모습보다도 훨씬. 마치 능력이 진화한 것처럼.
지금까지 자신이 일본에서 맞서온 적수들 중에서도, 제일 강했던 이. 아니, 그보다도 더 강한 것같은 스타더스의 모습에.
카타나는, 이 타국 땅에서. 자신의 전력을 한번 다해보기로 결정했다.
...오늘의 일은, 그녀에게도 깨달음을 줄 것 같았으니.
"흐읍!"
그렇게 푸른 검을 꺼낸 그녀는.
자신을 향해 날아오는 스타더스에게 그대로 검을 휘둘렀고.
쉬이이이이이잉-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윽...!"
순간적으로 느껴지는 싸한 직감과, 찢어지는 바람의 소리, 앞에서 느껴지는 엄청난 에너지에.
스타더스는, 빛나고 있는 팔로 자신의 앞을 급히 가로막았으며.
이내, 카타나의 검에서 뻗어져나온 푸른빛 검강이 스타더스와 충돌했고.
퍼어어어어어어어어엉.
하늘에서, 무슨 폭탄이 터진 것마냥 엄청난 굉음이 울려퍼졌다.
그렇게 하늘에 흐트러진 자욱한 연기.
채팅창이 어떻게 된거냐고 아우성치는 와중에.
연기가 걷히며
"하아... 하아..."
"...흐읍."
이를 악물고, 카타나를 바라보는 스타더스와.
검은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조용하고 차분히, 푸른 검을 스타더스에게 겨누는 카타나의 말과 함께.
카타나의 푸른 검강이 휘날리고, 스타더스의 노란 빛이 번쩍이고, 채팅창은 빠르게 불타던 그 순간.
"하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여러분!"
실시간으로 영상을 보던 사람들의 귀에는, 익숙한 웃음기 섞인 웃음소리가 들려왔다.
조용히 화면에 사라져있던 에고스틱이, 다시 입을 열기 시작했다.
***
"역시."
카타나의 검이 부러진 이후.
나는 푸른빛의 심검을 꺼내 스타더스와 맞서 싸우고 있는 카타나를 보며 고개를 끄덕였다.
카타나의 최종 무장, '푸른 혼의 심검'.
굉장히 오글거리는 말이지만, 원작에서 실제로 나왔던 비술이다.
정확히는 내부자의 배신으로 그녀의 동료들이 다 쓰러져가던 순간 꺼내들은 비장의 무기.
'...애초에 저 검 자체가 쉽게 부러지지 않는 소재라고 해서, 솔직히 여기까지 오게 될 줄은 몰랐는데.'
애초에 카타나는 어지간한 상대는 그냥 검으로 다 박살내니 굳이 저 심검을 꺼낼 필요가 없다. 대인전에서는 필요없기도 하고.
그러나 지금처럼 검이 무식하게 박살나는 순간이면, 저걸 꺼낼 수 밖에 없겠지.
지금의 카타나는 스타더스와 동급.
아마 굉장히 치열한, 대등한 싸움이 가능할거다.
원작에서는 검을 한번 휘둘러 건물을 베는 기염을 토한 카타나니까.
'...이제 슬슬 코앞인데, 이정도 상대는 붙여줘야 스타더스도 빠르게 성장하겠지.'
월광교가 괴물의 군단을 끌고 올 날도 머지 않았고, 슬슬 세계가 파탄나는 모습이 보이는만큼 나는 좀 스타더스의 능력 성장에 신경이 많이 쓰이는건 당연. 빨리 강해져봤자 나쁠건 없음으로, 지금 좀 몸도 멀쩡하고 카테달도 정상적으로 굴러갈 때 최대한 스타더스를 성장시킬 생각이었다.
'특히, 이제는 점점 할 것도 많으니까....'
슬슬 원작 중반부를 넘기며 네임드 빌런들이 하나 하나 나타나, 걔들도 신경써야 한다. 특히 중후반부 메인 빌런들이 보여준 포스와 대중의 공포를 생각하면, 에고스트림 멤버들이 슬슬 여론 장악을 위해 나서야 할 필요가 있다는 소리.
즉, 그때가 되면 지금처럼 스타더스에 신경을 많이 못 쓸 수도 있으므로 미리미리 할 수 있을때 성장시켜 두는 것이다.
'...그리고, 성장도 완료되면.'
슬슬 은퇴하고 쉬면서 다른 일에 집중해야겠지. 스타더스를 직접 못보는 건 아쉽지만, 스타더스 성격에 오히려 좋아할테니 상관없다. 이제 에고스틱 신경 안써도 된다고 두다리 쭉 뻗고 잘자지 않을까.
"그건 그때가서 생각하고..."
지금은 스타더스에 집중할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저쪽에서 둘의 전투를 찍고있던 카메라를 염동력을 써 내 앞으로 데리고왔다. 전투 해설이나 하자. 물론 해설하는 척 하면서, 사실상 스타더스 띄우는게 주가 되겠지만.
나는 그렇게, 카메라 앞에 모습을 드러냈다.
"하하, 이제부터가 진짜 시작입니다 여러분!"
자, 입좀 털어볼까.
싸움이 막을 내리기 전까지.
***
"그리고 여기서... 아! 이걸 스타더스가 막아버리내는데 성공합니다! 카타나의 저 검광을 막아낸 사람은 없다고 들었는데, 이걸 스타더스가 막아내네요!"
*
[캬ㅋㅋㅋㅋㅋㅋㅋㅋ]
[ㄹㅇ카타나 진짜 말로만 들었는데 ㅈㄴ 쌔긴 하네ㅋㅋㅋㅋ 근데 별먼지도 대단하네]
[전체적으로 지금 누가 이길지 안보이나? 엄청 치열하네]
[크으 스타더스 맨몸으로 일본 원탑의 공격 다 막아내는거 봐봐 주모 여기 한잔더!!!]
[근데 ㄹㅇ 에고스틱이 하나하나 다 해설해주니까 확실히 훨씬 재밌네 아까 뭔가 2프로 부족하다 했는데 망고가 없어서였네ㅋㅋㅋㅋㅋ]
[에고스틱 근데 왜 자기는 안싸우고 뒤에서 해설만함?? 괘씸하네 직접 싸우는 망고 보여줘!!!]
[어허 망고가 이제 직접 싸우다가는 스타더스 한방에 뻗고 협회로 납치됩니다... 그리고 읍읍]
[근데 카타나는 대체 무엇을 위해 여기서 별먼지랑 현피뜨고 있는거임?? 진짜모름]
[어허 에고스틱이 부탁했다잖아요... 원래 망고가 부탁하면 다들 들어주는게 '상식'이잖아??]
[한국에 이어 일본마저 홀리는 세계로 뻗어져나가는 망고의 매력 쉣ㄷㄷ]
[심지어 둘이 꽤 친해보이던데 HOXY? 헉....]
*
그렇게 채팅창도 아까전보다 더 활발해지는걸 힐끔 보며, 나는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물론 가끔 쓸모없는 채팅이 올라오긴 했는데 뭐, 그게 중요한게 아니니.
스타더스와 카타나의 싸움은 꽤나 치열하게 진행됐다.
카타나는 나한테 이번 기회에 벽을 넘고 싶다고 말했던만큼, 확실히 모든걸 다 쏟아붓는단 느낌. 그리고 스타더스는 정확한 이유는 모르겠지만, 어째서인지 전에 나랑 싸울때보다 훨씬 더 분노하며 격하게 싸우는 느낌이였다. ....무서워요.
그렇게 시간이 조금 더 지나고.
둘의 싸움도 갈수록 치열해져 근처에 가면 바람때문에 눈도 잘 안뜨일 무렵.
마침내, 길고 길었던 싸움의 끝이 보였다.
"...에잇!"
"....!!"
스타더스가, 카타나가 방심한 틈을 타.
또 아까처럼 카타나의 심검에다가 주먹을 날린 것.
심검이 무슨 물질로 이루어진 것도 아니고, 에너지로 만들어진 건데 저기에 겁도 없이 주먹을 가져다대는 스타더스의 모습에 나는 깜짝 놀랐으나.
그건 기우였다.
-쨍그랑!
"....어라?"
*
[????????????????]
[뭐임 저게 깨지기도 하는 거였음???]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별먼지펀치!]
[주먹은 심검을 찢어ㄷㄷ]
[별끼얏호우~ 스끼얏호우~ 이게 K-히어로지 캬ㅋㅋㅋㅋㅋㅋㅋ]
*
스타더스가, 그냥 별빛의 주먹을 꽂아 푸른 심검마저 박살낸 것.
여기까지는 정말 전혀 생각해 본적이 없는지, 카타나의 눈이 휘둥그래진 채 공중에서 순간 중심을 잃던 그 순간.
나는 비로소 순간이동을 했다.
뒤에서 카타나를 안아주듯 받쳐준뒤, 오늘의 테러를 여기서 끝내기 위해서.
사실 카타나야 심검을 또 소환하면 되니 싸움은 계속겠지만, 벌써 시간도 꽤 됐고 너무 격해져서 이쯤 끝내는게 맞았다.
대충 카타나 손잡고 방송종료 멘트 친 뒤, 집 가면 되겠지. 상황 끝!
나는 그렇게 단순하게 생각했었다.
...그때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