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13화 (213/328)

서울의 어느 도심.

높은 건물들이 드문드문 서있고, 차들이 바쁘게 도로를 지나치는 그곳에서.

한 남자가, 그 풍경을 탁 트인 하늘 위에 서서 내려다보고 있는 모습이 화면을 통해 나오고있었다.

바람에 펄럭이는 검은색의 망토, 머리에 씌워진 마술사 모자, 그리고 표정을 반쯤 가리는 하얀 가면까지.

현재 대한민국에서 제일 인기있고, 한번 나왔다하면 화제의 중심인 그.

바로 에고스틱이, 오랜만에 방송을 켰다.

"해가 바뀌고 찾아뵙는군요. 안녕하셨습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카메라를 향해 씨익, 특유의 웃음을 지어보이는 그.

저번 방송 이후 무려 수개월간 사라졌다가 드디어 오늘에서야 갑자기 틀어진 방송인만큼, 사람들의 열기는 그야말로 뜨거웠다.

그의 방송이 진행되고 있는 에고스트림 페이지의 채팅창이, 눈으로 읽기 힘들정도로 빠르게 채워질만큼.

*

[텐련 드디어왔네 아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시즌 524번만에 망고스틱 개같이 등장ㅋㅋㅋㅋㅋㅋㅋㅋㅋ]

[드디어 시발!!! 믿고 있었다고 망끼얏호우~~~~!!!]

[아ㅋㅋㅋㅋㅋ 오늘 다 뒤졌다 치킨 딱대ㅋㅋㅋㅋㅋㅋㅋ]

[아니 망고야 이제 에고스트림 멤버가 몇명인데 왜 테러를 안해!!! 형 나 미치는거 보고싶어?]

[에고스틱 방송을 경건하게 맞는법 1)티비를 튼다 2)맥주를 딴다 3)치킨을 시킨다 이게 야스지ㅋㅋㅋㅋㅋㅋ]

[자택근무라 바로 방송 볼 수 있는 승리의 자택충은 개추ㅋㅋㅋㅋㅋ]

[망고방송=보고있으면 그냥 시간 녹음ㅋㅋㅋㅋ]

[올해들어 처음으로 가슴이 뛰네 아ㅋㅋㅋㅋ 이게... 사랑?]

[이 방송을 도입부만을 보고 병이 나았습니다 감사합니다]

[방송을 켜 에고스틱의 얼굴을 본 그시각, 비로소 내 시간이 흐르기 시작했다.]

*

그런 사람들의 뜨거운 반응을 아는지 모르는지.

에고스틱은 여전히 의뭉스러운 미소를 지은 채, 하늘에 떠서 망토를 펄럭이며 말을 이을 뿐이었다.

"네! 여러분, 다들 격한 환영 감사드립니다. 아무래도 상당히 오랜만에 하는 테러인만큼, 이번에는 정말로 큰걸 준비해 왔습니다!"

짜잔.

팔을 벌리고는 그렇게 말하는 그.

당연히 채팅창은 그의 말에 더욱 바쁘게 올라왔다. 다들 당장이라도 그가 무엇을 할지, 누구를 데리고 오는건지 궁금해하는 분위기.

그러나 에고스틱은 당장 보여주지 않았다.

단지 여전히 입가에 미소를 지은채, 당연하다는 듯 이렇게 말할뿐.

"그러나 역시, 좋은 테러에는 좋은 상대가 있어야 비로소 빛나는거겠죠?"

"그러니 기다리겠습니다. 저의 히어로, 스타더스. 그녀가 오기까지."

"자. 빨리 와주시길."

그는 씨익 웃으며 말을 마쳤고.

그 시각.

한 쪽 하늘에서, 누군가 날아오고 있었다.

금빛으로 반짝이는 노란 머리를 휘날리며 날아오는 스타더스, 그녀가.

***

그가 드디어 왔다.

그 소식은, 신하루 그녀가 곧바로 날아가게 하기에 충분했다.

빌런이 나타났다는 소식에 히어로로서 바로 뛰쳐나간걸까.

아니면 에고스틱, 그였기에 누구보다 빠르게 날아간걸까.

그녀로는 알 수 없었다.

다만.

두근. 두근.

그의 저번 테러 이후, 자유의 여신상이 나오던 티비 프로를 보다 느꼈던 이상한 감정.

그만 생각하면 뛰는 가슴, 무언가를 잊은듯한. 그 느낌.

그 이상한 감정이 왜 생기는지, 대체 이것의 정체가 뭔지.

그를 만나면, 깨닫게 될 수 있을 것만 같은 기분.

그렇기에 신하루는 날았다.

에고스틱, 그를 보기 위해서.

찬 바람을 가르고, 머리카락을 휘날리며, 협회 건물에서 한참을 떨어져있는 에고스틱이 등장했다는 그곳으로.

그렇게 해서 그녀는, 드디어 만날 수 있었다.

"안녕하십니까, 스타더스씨."

"...에고스틱."

찬 바람이 휘몰아치는 허공.

그곳에서, 두 사람은 만났다.

*

[드디어 스타더스도 왔네 캬ㅋㅋㅋㅋㅋㅋ]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 에고스타!에고스타!]

[그냥 에고스틱이랑 스타더스 둘이 같이 있으면 그날 방송 끝임ㅋㅋㅋㅋ 미친 케미]

[정실은 스타더스라는건 고구려의 수박도에도 기록된 사실]

[헉 지금 스타더스 찬양하는 채팅 계속 지워지는데 뭐임? ㄷㄷㄷㄷㄷㄷ 모두 숨어!]

[이 채팅창 그 해커 여자애가 관리하지 않음?ㅋㅋㅋㅋㅋ]

[아 그래도 스타더스는 정실읍읍]

*

그렇게 채팅창에서 사람들이 자기들끼리 무슨 대화를 나누던 말건.

스타더스는, 조용히 자신 앞에 그를 응시했다.

"에고스틱...."

"네 접니다. 계속 부르시네요. 그렇게 애타게 안부르셔도 어디 도망 안갑니다. 하하!"

그렇게 농담을 던지며 웃는 그.

그러나 스타더스는. 신하루는, 웃을 수 없었다.

"....."

그의 앞에 서서.

비로서. 그의 웃는 얼굴을 보자.

휘몰아치는, 어떤 감정들.

여러 시간이 흐르고. 네가 나를 위해주던 그때, 있지. 그때 순간 순간들이 모여서.

난, 네가.....

그녀는,  아무것도 기억하지 못했다.

그러나.

...끝이 아닐겁니다.

시간이 되돌아가도. 결국 우리 둘이니까.

언젠가 다시, 이렇게 대화를 나눌 수 있는 날이 올겁니다.

그러니까

울지 마세요.

어째서인지.

지금 그녀의 앞에 있는 에고스틱, 그의 웃는 모습을 보자 어째서인지 드는 벅차오르는 애틋한 감정.

왜인지, 대체 왜인지 모르겠지만 그녀는. 신하루는, 그의 앞에서 심장이 뛰는걸 느꼈다.

그의 옆에 서고 싶다.

그와 함께하고 싶다.

그가 나만 바라보게 하고 싶다.

스스로도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감정들.

그러나 분명하게. 선명하게 떠오르는 그런 감정들.

그러나 그녀는 일단은 꾹 눌러담았다.

...그래. 지금은 히어로와 빌런으로써 만난거니까. 다른 생각은 하면 안된다. 이 이상한 감정은, 일이 다 끝나고서 말하면 되겠지.

그러나.

그녀를 향해, 나는 이렇게 마음이 복잡한데. 혼란스러운 감정에 너의 눈을 마주치는 것도 힘든데. 자신은 아무렇지 않다는 듯, 그저 웃고있는 그의 얼굴에.

신하루는, 서운한 마음에.

자기도 모르게 그에게 톡 쏘듯 묻고 말았다.

"...왜 안왔어?"

"네?"

"금방 온다더니, 왜 이제야 왔어?"

자기도 모르게, 그렇게 애써 서운한 마음을 눌러담아. 그걸 날카로운 추궁인척. 그에게 그렇게 톡쏘듯 말할 수밖에 없었다.

"...하하, 제가 그랬었나요?"

...그리고 그런 자신의 말에, 무슨 소리를 하는 거냐는 듯 웃으면서도.

그녀만이 눈치챌 수 있게, 당황한듯 말을 돌리며 슬쩍 눈치를 보는 그를 보며.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살짝 웃었다.

***

해가 바뀌고, 처음으로 일으킨 테러.

하늘 위에서 방송을 키고 스타더스를 부를때만 해도.

나는 상황이 이렇게 될 줄은 꿈에도 몰랐다.

"금방 온다더니, 왜 이제야 왔어?"

"...하하, 제가 그랬었나요?"

나를 향해 차가운 눈길로 그렇게 쏘아붙이는 스타더스.

그런 그녀에게, 나는 일단 웃으며 그렇게 답할 수밖에 없었다.

....아니, 그땐 정말 금방 만날 줄 알았지. 실제로 만나기도 했을거다. 종말 이후로 다 없던 일이 돼서 기억에 날아가서 그렇지.

그러나 그런 말을 할 수 있을리 만무. 별 수 없이 이렇게 얼무버릴수밖에 없던 것이다. ...아니, 그리고 이걸 진짜 꼬집을 줄을 몰랐네. ...화난건 아니겠지?

일단 나는 그렇게 화제를 바꾸며, 슬쩍 채팅창을 봐봤다.

*

[금방 온다더니 왜 이제야 와? 헉... 이거 연인 사이에 하는 대사 아닌가요?]

[헉 둘이 사이 뭐야뭐야]

[벌써 들린다 쏟아져나올 열애설들이... ㅋㅋㅋㅋ]

[스타더스X에고스틱 조합은 ㄹㅇ 인정이지ㅋㅋㅋㅋ 둘이 사이 발표하면 대한민국 전국민은 무수한 축하를 날려줄 것]

[A급 히어로 스타더스 S급 히어로 애플망고 히어로커플 탄생ㄷㄷㄷ 대한민국 안전지대화 캬ㅋㅋ]

[안된다 이놈아! 에고스틱은 달빛망고가 국룰이라고 ....!!!]

[아닌데? 일렉망고인데? 개소리ㄴㄴㄴ]

[아니 왜 또 싸움나는데 아ㅋㅋㅋ 근데 누가봐도 망고스타가 맞는데 왜자꾸? 이상한 말들을?]

[팩트)저건 걍 누가봐도 히어로가 빌런이 테러예고해서 미리 대비해놨는데 안나타나서 상대하려고 준비해뒀던게 다 물거품되서 화난거잖아 연애는 무슨 과몰입ㄴㄴㄴ]

[그런?가?]

*

....다행히 자기들이 알아서 북치고 장구치며 납득하는 모습이었다.

하여튼 이게 중요한건 아니지.

나는 다시 스타더스를 바라봤다.

"....푸흡."

그때, 살짝 얼타는 나를 보더니 약간 웃는 그녀.

"...아니, 왜 웃으십니까?"

"그냥. 웃겨서."

"....참 나. 빌런을 보고 웃다니. 당황스럽네요. 하."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도, 피식 웃었다.

...다행히 아까 그건 장난이었나보다. 아니, 히어로가 빌런한테 장난을 친다는건 말이 안되니까 도발이라고 해야할까. 하여튼.

나는 그렇게 미소짓는 그녀를 보며, 나도 모르게 똑같이 미소지어 보인 것이다.

오늘따라 웃는 그녀의 얼굴에, 시선을 뗄 수 없기도 했고....

'...내가 미쳤나.'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상념을 잠시 털어냈다.

정신차려. 프로페셔널한 빌런이 이러면 안돼지. 전문가답게 행동하자 전문가답게.

...그래도, 오늘따라 신하루를. 아니, 스타더스를 직접 보자 묘한 기분이 들기는 했다. 스타더스는 미소지을때 제일 아름답기도 했고.

하여튼 그렇게 스타더스와 난, 잠시 서로를 마주보며 웃고있었다.

*

[분위기 모야모야 둘이 뭐함? (´,,•ω•,,`)]

*

...물론 채팅창을 보고 빠르게 정신을 차렸지만 말이다.

아니, 몇초 보지도 않았는데 호들갑은. 이거 눈치보여서 테러 제대로 하겠어?

하여튼, 나는 웃으며 본격적으로 테러를 시작할 준비를 했다.

어째 요즘들어 직감이 불길해서 은근 걱정했는데, 웃고있는 스타더스 보면 분위기가 좋아보여서 다행이였다. ...사실 테러가 분위기가 좋은게 이상하긴 한데. 아무튼.

그렇기에, 나는 걱정없이 다음 순서로 일을 진행할 수 있었다.

"자! 크흠, 어쨌든간에 이제 테러를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되었군요. 여러분, 놀라지 마세요. 어렵게 모셨습니다!"

"응...?"

그렇게 고개를 갸우뚱하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잠시 순간이동 했다.

근처 건물 옥상으로.

"아, 드디어 제 차례인가요?"

"네 카타나씨. 당신의 실력을 보여주세요. 아 그리고 아셨죠? 상황이 안좋다 싶으면..."

"네 알겠습니다. 최선을 대해보죠."

나를 향해 옅게 웃으며 대답하는 카타나.

나는 그런 그녀를 향해 웃어주며, 그녀의 손을 맞잡은 뒤 그대로 다시 스타더스 앞에 나타났다.

"자 소개합니다! 일본에서 여기까지 와주신 제 오랜 친구, 일본 빌런 랭킹 1위 카타나입니다!"

"...안녕하세요."

카메라를 보며 살짝 고개를 숙이는 그녀.

막상 방송 앞에 서니까 긴장했는지, 약간 굳은채 떨면서 내 손을 좀더 쎄게 쥐어잡는 카타나였다. 그래서 나도 긴장하지 말라고 손을 꾹 눌러줬다.

그리고.

"......하?"

그러고 있는 우리의 모습을 보더니.

아까까지만 해도 미소를 짓던 스타더스의 얼굴에서, 그대로. 빛이 사라졌다.

갑자기 어두워지는 분위기.

뭔가 아까보다 요동치는 불길한 감각과 탄식하는 직감.

....어라. 이게 아닌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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