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타나씨. 저와 함께 테러하지 않으실래요?'
내 조언 덕에 일본을 반쯤 먹은 그녀가 말한, 무슨 부탁이던지 하나는 들어주겠다는 말에 내가 한 말.
카테달의 끝자락에서, 그 말을 한 이후.
"""こんばんは, Egostic-san."""
"어... 다들 안녕하세요. 곰방와."
나는 지금, 일본에 와있었다.
...음, 어쩌다 이렇게 된거지.
***
삼협파 조직원들의 인사를 받은 이후.
"편하신데 앉으세요."
일본 최대 빌런 조직이자, 협회가 사실상 기능을 잃은 지금 일본 전체의 실세. 삼협파.
그 삼협파의 수장, 카타나의 집무실에 나는 와있었다.
약간 목재로 만든 느낌을 주는 정갈하고 깔끔한 방. 한쪽에는 무슨 병서같은 것들이 벽 책장에 꽂혀있었고, 다른쪽에는 벽에 옛 일본지도 같은게 붙어져있었다. 여러모로 엔티크한 느낌.
"드세요."
"아, 감사합니다."
나에게 다기에다 차를 한잔 따라준 카타나는, 이내 내 앞에 탁자를 사이에 두고 앉았다.
따뜻한 차를 받은만큼 한모금 마셔봤다.
뭔가 깊으면서도 뒷맛이 없는 시원한 느낌.
그렇게 찻잔을 내려놓은 나는, 미소지으며 카타나에게 말했다.
"차가 아주 좋네요. 깊은 풍미가 있는게.... 직접 우리신건가요?"
"네. 마음에 드셨다니 다행이네요."
내 말에 무덤덤한 표정으로 답하는 그녀.
그러나 왠지 약간 좀 기뻐보이기도 하는 모습이였다. 표정은 큰 변화가 없지만, 뭔가 분위기가.
하여튼 우리는 그렇게 차를 가지고 짧은 대화를 했고.
이내 어느정도 분위기가 풀어진 뒤, 카타나는 다시 본격적인 얘기를 꺼냈다.
"...제가 테러를 같이 했으면 하신다는거죠? 한국에서."
그렇게 내 앞에서 들려오는 목소리에, 나는 차 감상을 멈추고 고개를 들었다.
내가 아까 말했던 테러를 언급하는 카타나.
...그래. 이게 바로 내가 일본에 오게 된 경위다. 카테달 끝나고 테러 제안만 하고 집에 오려했는데, 갑자기 끌려와버렸다.
...금방 끝날 얘기가 아닌거같으니 좀 더 개인적인 공간에서 논의해보자, 나중에 또 언제 다시 만날줄 모른다, 은혜를 갚고싶다 기타등등... 으로 말하니 나도 모르게 고개를 끄덕이고 만 것.
카타나랑 손잡고 편지 찢으니, 그냥 슉하고 눈뜨니까 일본이더라.
하여튼, 나는 내 앞에있는 그녀의 말에 고개를 끄덕였다.
"네, 맞습니다. 저와 함께 한국에서 테러를 해주셨으면 합니다. 그게 제 부탁입니다."
"음...."
그런 내 말에 잠시 무표정으로 고민하는 그녀.
언뜻 보기에 차가워보이기도 하지만, 그건 그냥 얼굴만 그런거고 실제로 그런거같지는 않다. 표정변화가 거의 없는거 같달까.
실제로 카테달에서 내 손을 잡고 내가 지금 일본에 따라와야 하는 이유를 설명할때는 무표정인데도 그 속에 다급함이 드러났었다. 원작에서도 뭐, 감정표현을 잘 안하는 성격이라고 나왔었으니까.
하여튼, 일단은 눈앞의 카타나에 집중할때.
검은 묶은 머리카락을 하고, 도복을 입은 채 내가 한 테러제의, 나와 함께 한국에서 테러를 해주는게 내 부탁이라고 한 말을 생각하는 그녀.
그렇게 짧은 생각을 마쳤는지, 그녀는 다시 고개를 들어 내 눈을 보더니 말했다.
"그건 아닌거 같습니다."
...어라.
음, 이건 예상하지 못했는데.
그리고 내가 그렇게 미소는 짓고 있으나 살짝 멈칫한 뒤, 머리를 핑핑 굴리고 있을때.
내 표정을 보고 뭔가 오해를 있다는 듯, 살짝 빠르게 말을 덧붙이는 그녀.
"아니, 테러를 같이 안하겠다는게 아닙니다."
"...네?"
"제 말은 다만..."
살짝 헛기침을 하더니, 약간 미소를 지으며 말하는 그녀.
"저희 이제부터 친구라 하지 않으셨습니까?"
"그렇죠?"
"이건 그냥 친구 사이에 들어줄 수 있는 사사로운 일일 뿐이지, 하나뿐인 부탁으로 들어줄건 아닌거 같네요.
살짝 미소지은 채, 진지한 얼굴로 그렇게 말하는 카카나.
...원래 친구 사이에는 다른나라 가서 테러도 같이하고 그러나? 생각해보면 빌런사이에서는 그럴지도?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사이, 그녀는 이 일을 여기서 끝내겠다는 듯 단호하게 말했다.
"그럼 함께 테러하는건 그냥 친구사이에 들어주는 걸로 하고, 부탁... 그래, 소원권이라고 해야 할까요. 그건 나중에 필요하실 때 또 말해주세요. 그때가서 들어드리겠습니다."
반론의 여지를 줄 틈도없이 그렇게 말하는 카타나.
그러니까 그녀의 말을 정리하자면, 무엇이든 하나 들어주겠다고 했는데 내가 테러 협력을 제안하자 이거는 그냥 친구사이에 당연히 해주는 거니까 부탁이 아니다. 진짜 부탁할게 있으면 나중에 말해달라, 그뜻이다.
...근데 지금 분위기 봐서는 나중에도 뭐 부탁하면 '이건 친구사이에 그냥 해주는 일이죠.' 라고 하면서 또 들어줄거 같은데? 이거 약간 아낌없이 주는 나무....
어쨌든 일단 나는 그런 그녀의 말에 고맙다고 말하는거 말고는 따로 할말이 없었다. 그런 내 대답에 무표정하면서도 약간 미소짓는 그녀.
...우리 이제 두번 만난 사이인데, 나한테 뭔가 너무 호의적인 느낌이었다. 원작으로 카타나의 성격을 알지 않았다면, 무언가 꿍꿍이가 있는게 아닐까 의심했을 정도.
물론 내가 조언 하나 해줘서 다 망해가던 삼협파가 단숨에 전세를 역전해 일본을 그냥 먹어버리긴 했다지만... 그걸 감안해도 좀 그랬다. 아닌가? 그럴만한가? 근데 카타나 성격에 그거 하나가지고 나한테 이렇게 친밀하게 나올거같진 않은데.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잠시 자기 옆쪽의 창문을 바라보던 카타나는, 이내 입을 열어 내게 말했다.
"....사실, 에고스틱씨. 당신에 대해 제가 어느정도 찾아봤습니다."
"저요?"
"네. 지금까지의 행적이나, 그런 것들을 말이요."
거기까지 말한 그녀는 자신의 찻잔을 매만지더니, 다시 약간의 희미한 미소를 띄우며 내게 말했다.
"거기서 깨달았습니다. 당신 또한 저와 같은 부류라는걸요."
....같은 부류?
"같은 부류요?"
"네."
거기까지 말한 뒤, 그녀는 고개를 돌려 창밖을 바라봤다.
이내 시선을 하늘에 둔 채, 내게 말을 하는 그녀.
"에고스틱씨. 당신도... 당신의 나라를. 한국을 지키기 위해 테러를 하는게 아닙니까? 빌런으로써."
"네...?"
"...부정하지 않으셔도 됩니다. 저도 에고스틱씨와 비슷한만큼, 어느정도 이해가는 부분이 있으니까요. 당신도... 나라를 위해, 빌런이 되는 한이 있더라도 들고 일어나야 겠다고 생각한거죠?"
이제는 내 눈을 바라보며 진지하게 말하는 그녀.
그러더니 그녀는 여러 증거를 지나가듯 말했다. 희생자 없다, 국민들도 좋아한다, 나라를 지킨 적이 많다등...
...음. 뭔가 단단히 착각하시는거 같은데. 난 그냥 스타더스 피폐물 찍는거 막으려고 한거지, 썩어빠진 나라를 뒤집겠다고 빌런이 된게 아니다.
...아니지. 근데 사실상 나라를 몇번 지키긴 했으니 맞는 말은 맞는 말인가? 아닌거 같은데.
뭔가 좀 이상하긴 했지만.
어차피, 그러던 말던 내가 할 말은 정해져있었다.
"...네, 맞습니다. 빌런일도 테러일도 사실 제 나라 제 조국을 지키기 위해서 나섰던겁니다. 크흑, 알아봐주는 사람을 만날 줄은 몰랐군요."
"....역시, 그런건 줄 알았어요. "
아까의 무뚝뚝한 얼굴보다 한층 더 풀어진 얼굴로 내게 대답하는 그녀.
...음, 이래도 되나 싶긴 한데. 어쨌든 여기서는 호감도를 얻어 나쁠게 없으니 그냥 막나가기로 했다.
사실 뭐, 따지고보면 나라 구하려고 그랬던 것도 맞고.
물론 처음부터 막나가는 나라 지키겠다는 이유 하나로 들고 일어난 카타나랑 나랑은 큰 차이가 있긴 했지만, 굳이 그 오해를 깨려고 하진 않았다. 좋게 생각해주면 좋지 뭐. 오늘부터 난 애국열사 애국스틱이다.
그렇게 그 이후로 우린 쭉 대화를 나눴다.
평소처럼 무덤덤해 보이긴 하는데, 처음으로 자신과 뜻이 일치하는 사람 을 만났다는 생각 때문인지 약간 눈빛이 빛나는 느낌. 말도 뭔가 살짝 더 신난 느낌이고. 말투도 좀 더 격식없어진거 같기도 하고.
나또한 카타나의 얘기를 경청하고, 반응하며 때때로 내 얘기를 해주기도 했다.
그 이후로 드디어 다시 돌아온 테러얘기.
"테러는 구체적으로 언제 무엇을 하면 될까요?"
"음... 히어로 한명이랑 싸우는걸 부탁드리고 싶은데, 괜찮을까요?"
"스타더스 말씀하시는거죠? 알겠습니다. 어차피 저도 다양한 상대랑 대련하는걸 좋아하니까요."
고개를 끄덕이며 대답하는 그녀.
...근데 스타더스라는 말은 한적이 없는데 어떻게 안거지?
하여튼 그렇게 카타나가 대한민국에 오겠다는 약속과, 대략적인 테러 내용을 논의한 뒤 우리는 헤어졌다.
...물론 그 과정에서 서은이한테 왜 안오냐고 연락도 받고, 카타나의 초대로 그녀랑 같이 저녁도 먹고, 이런저런 대화를 하다보니 카타나가 표현을 잘 못할뿐 굉장히 착하다는 것도 알게되고.
뭐 그런 뒤, 저녁.
나는 일본 삼협파 기지 근처, 어디 언덕 위 신사 같은 곳 근처에서 집에 갈 준비를 하고 있었다. 대충 이 카타달 복귀 편지지 뜯으면 다시 내 집에 가겠지. 이또한 셀레스티아의 이능인가.
"하여튼... 잘됐네."
그렇게 바람을 맞으며, 나는 약간 미소를 한 채 생각했다.
....아마 다음 테러는 카타나와 함께하는 콜라보겠지.
사실, 내가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 대신 카타나를 섭외한 이유가 있다.
'...저번 드래곤-테러와, 멸망때 봤으나 기억 잊어먹은거 빼고는 스타더스를 해바뀌고 처음 보는거지.'
거기까진 좋은데, 난 뭔가 불길한 기분에 사로잡혔었다.
뭔가... 뭔가 이번에 스타더스 앞에 다른 여성 멤버랑 같이 가면 큰일이 날거같은 느낌.
"...."
그래. 내 본능적인 생존 경보가 스타더스 앞에 다른 에고스트림 여성과 함께 가지 말라했다. 진짜 큰일이 날 수도 있다는 직감.
그래서 난 결정한 것이다.
그래, 이번에 카타나랑 같이 가자!
카타나는 우리 에고스트림 소속 여자가 아닌 일본 삼협파 소속 여자다. 문제 해결! 직감의 경고를 잘 들었다고 할 수 있다.
'거기에 당연히 강하기도 하니... 스타더스의 성장에 큰 도움이 되겠지.'
난 멋진 아이디어를 떠올린 스스로를 칭찬했다.
완벽하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