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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10화 (210/328)

전세계의 S급 빌런 연맹의 리더들이 전부 모이는 회의, 카테달.

"다들 오셨군요."

각양각새의 인종들과 복장을 한 이들의 중심에.

눈을 감고, 하얀 성녀복을 입은 랭킹 1위의 빌런 셀레스트가 입을 열고 있었다.

마치 귓가에 천공의 찬송가처럼 나긋나긋하고 성스럽게까지 들리는 그녀의 목소리가, 계속해서 이어지고.

나는 그러는동안, 내 주위를 둘러보고 있었다.

여전히 참신하고 다양한 옷차림으로 앉아있는 우리 빌런들. 저번 회의에서 온 사람들은 거의 다 온 모습이다. 아무도 안죽었다는게 신기하네. 다들 전보다 따뜻한 복장으로 왔다는게 그나마 볼만한점이다. 요즘 춥긴하지.

"......."

물론 난 다른 이들보다, 저쪽편에 뭔가 변발 비슷한 헤어스타일을 하고있는 남자에 시선이 갔다.

바로 중국의 S급 빌런, 리 샤오펑.

"....?"

주위를 힐끔보다 눈이 마주친, 내 바로 옆에 앉아있던 카타나가 왜그러냐는 듯한 표정을 하면서도 호의가 가득한 눈으로 날 보는걸 보며. 난 속으로 다른 생각을 하고 있었다.

...중국쪽도, 리샤오펑과 정부가 대립하고 있다고 했지. 흠... 이거, 이쪽도 잘하면....

물론, 아직까지는 그냥 망상일 뿐이지만. 그래도 카타나의 경우도 이렇게 친해질줄 알았겠는가. 어떻게 될지는 모르는 일이다.

그렇게 내가 동아시아 빌런연합을 떠올리고 있을때, 때마침 셀레스트의 목소리가 울려퍼졌다.

"그럼 이제, 회의를 시작해보도록 하죠."

드디어 시작인가.

나는 저쪽편에 가있던 시선을 거두고, 다시 셀레스트를 바라봤다.

성녀복을 입고있는 그녀와, 옆에 회색 기사 갑옷을 입고 앉아있는 셀레스트의 측근 아서.

그리고 역시나 첫 발언의 대상은 여느때처럼 셀레스트였고.

이중에서 아마 나를 제외하고는 제일 정보력이 높을 그녀는, 입을 열고 말을 하기 시작했다.

"국제 협회의 영향력이 갈수록 약해지고 있습니다."

그 말을 시작으로 그녀는 저번에 이어 다시 능력자들에 관한 얘기를 하기 시작했다.

갈수록 기존보다 훨씬 강력한 능력자들이 다수 생기고 있다. 그리고 그런 그들을 협회가 컨트롤하지 못하며, 점점 분위기가 이상해진다는 것이다.

뭐, 나야 이미 알고있던 내용이라 큰 관심이 가지는 않았다. 이미 파워인플레가 진행될건 처음부터 알고있지 않았는가. 그래서 PMC를 비롯해 범람할 능력자들을 컨트롤할 수단을 여러방면으로 연구한거고.

어쨌든 그렇게 셀레스트는 이어서 협회 내부 사정에 관한 기밀 몇개와, 그들이 현재 신경쓰지 못하는 대표적인 지역을 말해줬다. 특히 엑스 마키나의 사망으로 협회 내부에서 혼란이 생겼다는 말을 할때는, 당연하게도 내게 시선이 쏠렸고.

그렇게 셀레스트의 말이 끝나고.

이제 본격적으로 반시계방향으로 서로 정보공유의 장이 열렸다.

뭐 역시나 듣는데 재미는 있지만 별 도움이 안되는 얘기들.

사실 셀레스트가 이 회의의 주체자이자 빌런의 정점을 찍은 인물인만큼 정보량이 대단한거지, 다른 이들은 딱히. 그래도 참신한 얘기가 많이 나왔다. 무슨 어디 화산이 곧 폭발할거라는 얘기부터 어떤 히어로가 숨기고있는 제 2의 능력이라던가, 무슨 박사같이 생긴 녹색 고글을 쓴 폭탄머리의 남자는 아예 무기 설계도를 배포했다. 서은이한테 보여줘야지.

하여튼 그렇게 모두가 하나씩 정보를 풀었고.

일본 협회를 먹어치운 덕인지 은근 협회정보를 알고있는 카타나의 정보공유를 끝으로.

비로서, 거의 끝차례가 되서야. 내 순서가 왔다.

"......."

전에 다른 사람들이 말할때보다 나에게 훨씬 더 집중되는 수많은 시선들.

애초에 회의 시작부터 날 계속 아닌척 힐끔힐끔 바라보는 사람들이 많았다는걸 생각하면 당연한걸까.

나는 그렇게 살짝 미소지으며, 그 모든 시선들을 다 받아냈다.

저번 회의에서 제일 파격적인, 거의 0급 기밀인 시간을 돌리는 히어로를 유출한 나. 이름부터 능력까지 정확히 맞춘 것과 더붙어, 하필 내가 말하고 나서 얼마후에 그가 죽음으로써 세상에 그의 정체가 공개된걸 생각하면 당연한 일이다.

즉, 지금 저들은 내가 하는 말에 집중할 수밖에 없다는 것. 내가 뭐하는 놈인지부터, 과연 이번에도 저번처럼 파격적인 정보를 풀지. 저번은 그냥 우연인지 아닌지에 관해 모든 관심이 쏠릴거다.

그리고 나는, 그런 그들의 기대를 배신할 생각이 없었다.

그래. 이번엔 이걸 풀자.

나는 그렇게 입을 열고 말했다.

"여러분, 다들 이 우주가 하나가 아니라는걸 알고 계십니까?"

그렇게, 조용한 윈탁에 던져진 내 말.

"....?"

그 말에, 일단은 다들 이해하지 못하는 모양세였다. 무슨 뜬금없는 소리인지 당황스럽겠지.

나는 거기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정확히는 차원은 하나가 아닙니다. 이 우주는 여러 차원으로 이루어져있죠. 다중우주이론이라고 할까요. 일반적으로는 절대 닿을 수 없는, 다른 세계가 있다고 보면 됩니다."

뭐, 여기서 차원에 관해 깊은 얘기를 할 생각은 없다. 내가 하려는 말은 따로있거든.

"어쨌든, 제가 하고싶은말은... 듣기론, 요즘들어 각 차원을 가로막는 벽이 점점 약해지고 있다는 말이 있습니다."

"즉, 다른 차원의 무언가들. 이차원의 존재들이 우리가 사는 세계로 넘어올 수도 있다... 그런 소문이 들리네요."

"아무쪼록 염두에 두시길."

"....."

나는 거기까지 말하고 정보를 마쳤다. 이정도면 되겠지. 더 길고 자세히 말하면 오히려 마이너스다.

그리고, 내 말이 끝난 이후.

뭔가 조용해진 원탁.

정확히는, 좀 혼란스러워졌다고 해야할까.

'...뭐, 당연하겠지.'

뭔가 듣기에는 그냥 어린아이의 망상같은, 말도 안되는 소리지만. 헛소리라고 무시하기에는 내 전적이 있다. 저번에 아무도 모르던 엑스 마키나를 정확히 맞춘 사람이 나 아니였겠는가.

그렇다고 이 말을 곧이곧대로 믿기에도 그렇다. 애초에 다른 차원이나, 이계의 괴물들이라는 말을 오늘 처음 들어봤을텐데 어떻게 믿겠어. 현실감도 없어보이는 소린데. 뭐, 갑자기 있는지도 몰랐던 다른 차원에서 괴물들이 쳐들어온다고? 듣기에도 그냥 개소리같다.

근데 또 무시하기에는 내 전적이 있다. 근데 그거 하나로 믿기에는 엑스 마키나랑 이계의 괴물들이랑은 또 차원이 다른 문제다. 그 혼란함의 결과가 지금 좀 조용했다가 소란스러워진 원탁인거고.

"....."

물론 난 부연설명 없이 가만히 앉아있었다.

이차원의 괴수들이 때거지로 밀려오는 원작의 메인이벤트, 월광게이트. 이게 일어날려면 아직 시간이 좀 남긴 했지만... 어차피 놈들과 상관없이 조만간 하나의 포탈이 열린다.

원작에선 그냥 누군가의 능력인가 하고 지나간 사건이였지만, 여기 있는 이들은 이제 알겠지. 저게 내가 말한 이차원의 통로라는걸.

"...이거, 내가 늘 에고스틱의 옆이다보니 분위기가 이상할때만 말하게 되는구만. 어허! 다들 집중하게나. 내 아주 기막힌 얘기를 들고왔다네."

그렇게 계속된 수근거림은 우리 아틀라스 아재의 호통으로 사그라들었다.

하여튼 얼마안가 아틀라스 아재의 말도 끝났고, 모히칸과 몇몇을 끝으로 회의도 끝났다.

"...더 대화할게 남은 분들은 얼마든지 남아서 얘기하시길."

그렇게 파한 회의.

일부는 떠났지만, 몇몇은 남아 자기들끼리 무슨무슨 대화를 나누고 있었다. 아무래도 이렇게 서로 다른 국가에 살며 멀리 떨어져있다보니, 이렇게 한번 만날 일이 있을때 좀 더 대화하다 간다는 거겠지.

그리고, 그건 우리도 다를게 없었다.

"하하! 에고스틱, 자네가 푸는 정보는 언제 들어도 역시 색다르군. 내가 자네를 인정한 이유가 있다니까, 크하하! 그래서, 아까 자네가 한 그말이 정말 사실인가?"

"...하하, 네. 저도 들은 얘기기는 하지만, 아마 유력하다고 생각합니다."

"음. 뭐, 누가 오던간에 다 물리치면 그만이지. 크하하!"

역시나 아무 생각 없는 아틀라스다운 대답이었다.

하긴, 본인부터가 물고기 인간들 수만명을 이끄는 지도자인데 이계의 생명체가 겁날리가 없지. 실제로 원작에서도 게이트에서 튀어나온 괴수들을 제일 많이 무찌른게 아틀라스의 군단이었고.

"....그 말이 사실이라면, 저희도 어느정도 염두에 둬야겠네요."

내 옆에있던 카타나도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도 뭐, 아직까지는 다들 별 생각이 없는듯한 느낌. 이계의 침략자라는 존재 자체가 두리뭉술하게 들리기도 하고, 아직 그들이 적대적이라는 보장은 없으니까. 뭐. 나중되면 다들 더 자세히 알게 될테니 그때가서 얘기하면 된다.

그렇게 우리는 몇마디 더하다가, 슬슬 헤어질 준비를 했다. 아무래도 여기는 듣는 귀도 많으니까.

"형님, 살펴가십쇼!"

"...어, 그래 그래."

그렇게 우리 모히칸의 인사도 받고, 아틀라스와도 인사를 하며 슬슬 돌아갈 준비를 했다. 이제 집에 가야지.

그리고 그때.

"잠시만요, 에고스틱씨."

"네?"

나를 붙잡는 카타나.

내가 웃으며 고개를 갸웃하자, 그녀는 진지한 표정을 지으며 내게 말했다.

"아까 끊겨서 말을 다 못했는데,  당신에게 정말 큰 은혜를 입었습니다. 그런만큼 제가 할 수 있는 일이라면 뭐든지 하고싶네요. 혹시 제가 해드릴 수 있는 일이 있을까요?"

내 눈을 마주보며 그렇게 진지하게 말하는 그녀.

나는 그런 그녀를 잠시 응시하다... 이내 입을 열었다.

"뭐든지요?"

"....네. 제가 할 수 있는일이라면, 뭐든지."

비장한 각오로 그렇게 말하는 그녀에게, 나는 그럼 아까부터 생각하던걸 말했다.

"그럼, 부탁드리고 싶은게 하나 있긴 합니다."

"네. 뭐든지 말해주시죠."

"카타나씨... 저랑 함께-"

나는 잠시 말을 고르다, 웃으며 말했다.

"-테러하지 않으실래요?"

"....네?"

비장한 각오를 해보이던 카타나는, 순간 내 그런말에 멍한 표정을 지었다.

아니, 내가 그럼 무슨 부탁을 할 줄 알았던거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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