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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04화 (204/328)

사실, 내가 결과적으로 따지자면 지금까지 한 모든 일들은 다 멸망을 막기 위해서였다.

그런데 그런 내가, 지금 멸망을 눈앞에 두고 있는 상황.

"....."

나는 건물 옥상 난간쪽에, 다리를 허공에 두고 앉아있었다.

스타더스를 부르고, 그녀가 오기까지 기다리는 동안 그저 밖을 내려다보고 있을뿐.

한편, 탁 트인 시야에 보이는 세상은 열심히 붕괴되고 있었다. 인류가 쌓아올린 모든게 다 무너지는 상황.

근데 뭐, 별로 신경쓰이진 않았다.

애초에 이거 다 한순간의 꿈이 될거라니까. 여기서 내가 무슨 말을 하던, 무슨 행동을 하던 다 없는 일이 된다.

즉, 눈앞의 풍경은 '이 모양 이 꼴 안나게 하려면 열심히 해야겠네...' 정도의 감상만 준다는 소리.

사실 원래라면 나도 그냥 잠들려고 했었다.

근데, 또 그러니까 스타더스가 눈앞에 밟히더라고.

원작에서 이 멸망하는 시간대에 개고생을 한 그녀를 기억한 나로써는, 도저히 그걸 내버려 둘 수 없었다.

그래서 방송으로 그녀를 부른 것이다.

어차피 되돌아가는 시간대이니, 너무 마음고생하지 말고 쉬라고 말하기 위해서.

...사실, 그녀가 내 말을 믿을까- 아니. 애초에 여기는 오긴 할까 싶기도 한데. 그래도 노력은 해봐야지.

그리고 그런 기다림 끝에.

"....음."

그녀가, 왔다.

"에고스틱..."

"어서오세요, 스타더스씨."

탁 트인 푸른 하늘.

그리고 그 풍경 사이사이 올라오는, 검은 연기들.

그리고 실시간으로 붕괴되고 있는 인류의 문명을 배경으로. 그 모든 것들이 내려다보이는, 높은 건물의 옥상위에서

나는, 긴 금발 머리를 휘날리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스타더스에게 살짝 미소지으며, 그렇게 인사를 했다.

살짝 떨리는 눈으로, 공중에 떠서 나를 바라보는 그녀.

그 뒤로 폭격 소리가 계속해서 들려오는 가운데.

나는, 상황에 어올리지 않는 잔잔한 목소리로 계속해서 말을 이었다.

"...와주셔서 감사합니다. 사실 걱정했거든요. 안오면 어떡하나..."

"...."

"하여튼, 와주셨으니 얘기해 드리겠습니다. 이 모든 난장판의 진실을."

나는 그녀 앞에서 난간에 앉은 채, 그렇게 말을 했다.

...사실 지속적인 스트레스가 쌓인 그녀가 이렇게 된 이상 나라도 족치겠다며 달려드는건 아닐까 걱정했는데. 오히려 뭔가 전보다 평온한 표정으로 내 앞에 떠서 고개를 끄덕이는 스타더스의 모습.

그런 그녀의 반응에 안심하며, 나는 상황을 설명하기 시작했다.

사실 뭐 길게 말했는데, 그냥 한줄로 요약하면.

"스타더스씨. 이건 어차피 능력자에 의해 돌아갈 시간대입니다. 다 없던 일이 될거에요. 당신도 오늘 있었던 그 어떤 일도 기억하지 못할거고요."

나는 그걸 쭉 풀어서 말했다.

...어떠한 능력자가 이 모든걸 일으킨 것으로 보이고. 미국에 존재하는 시간조작 능력자가 다 시간을 돌려버릴거고. 뭐 그런거.

"아마 당신도, 저도. 지금 이렇게 나누는 대화를 기억하지 못할겁니다. 없던 일이 될거니까요. 이 망해가는 세상도 몇시간후면 다 제자리를 찾을겁니다."

그러니, 시간이 돌아가기 전까지.

저랑 같이 그냥 쉽시다.

나는 거기까지 말함으로써 모든 할 말을 마쳤다.

다행히도, 내가 하는 말을 별다른 다른 말 없이 조용히 들어준 스타더스.

...근데, 이걸 그녀가 믿어주려나? 막상 말하고나니까 신뢰성이 굉장히 떨어니는 말을 한 기분이다. 생각해보니까 내가 이걸 다 알고있는게 더 이상하잖아.

"하하, 뭐. 근데 믿지 않으셔도 이해합니다. 악당이 이런 말을 해봤자-"

그래서 내가 그녀에게 그렇게 말을 하고 있을 때.

내 앞에서, 그녀의 목소리가 들려왔다.

"믿을게."

"-신뢰가 없는게... 네?"

나는, 순간 내 앞에서 들려온 목소리에 나도 모르게 고개를 똑바로 들려 그녀를 바라봤다.

그러자 보이는, 내 앞에서 조용히 미소지으며 내 눈을 바라보는 스타더스.

그리고 그녀는 옅게 웃으며, 내게 말했다.

"다른 누구도 아니고. 너니까. 믿을게. 전부."

그 순간, 나는 나도 모르게 숨을 잠시 멈췄다.

하늘을 등지고, 빛나는 금발머리를 휘날리며, 살짝 웃으며 나를 바라보는 그녀의 모습이 너무 아름다워서일까.

...아니면 한치의 의심도 없이, 나를 믿겠다고 말하는 그녀의 모습 때문일까.

뭐가됐든

"...어, 감사합니다?"

나는, 그렇게 말할 수밖에 없었다.

"옆에 앉아도 되지?"

"네? 아, 네."

내가 그렇게 답하고 있을때, 그녀는 이미 난간의 내 옆에 앉은 후였다.

여전히 살짝 미소를 짓고있는 그녀.

그렇게 무슨 일이 일어나고 있는건지 머리가 따라잡지 못하고 있는 내가, 여전히 말을 고르고 있을때.

가까이, 바로 내 옆에 앉은 그녀는 난간에 두 손을 놓은채 앞에 하늘을 보며 내게 말을 걸었다.

"...그래서, 시간이 어차피 돌아갈꺼라고?"

"...네. 맞습니다. 지금의 일들은 다 없는 일이 될겁니다. 기억도 못할거고요."

"흐음..."

그런 내 말에, 딱히 별 대답없이 다리를 허공에 살짝 흔들뿐인 그녀였다.

...여기서 바로, 네가 그걸 어떻게 알고있냐고 물을 줄 알았는데. 딱히 그런 질문은 하지 않는 그녀.

대신 스타더스는, 내게 다른 질문을 던졌다.

"근데 그럼, 왜 너와 나는 다른 사람들처럼 미치지 않은거야? 우린 둘다 멀쩡하잖아."

그게 제일 궁금했다는 듯, 내게 묻는 그녀.

나는 그런 스타더스에게 답을 해줬다.

"왜냐하면, 저희 둘의 힘이 근원이 달라서 그럽니다."

"힘의 근원이 달라?"

그런 내 말에 흥미가 간다는 듯, 앞의 하늘을 바라보던 고개를 돌려 궁금하다는 듯 내 쪽을 바라보는 그녀.

...음, 이게 너무 신학적으로 자세히 파고들면 하루종일 얘기가 되는데. 태초의 3신에 대해서부터 설명해야 되고.

그렇게 시간관계상, 나는 적당히 간추린 답안을 내놓았다.

"네. 다른 이들과 다르게 저희의 힘은 기원이 다릅니다. 애초에 베이스가 다른 만큼, 다른 신의 힘에 기원을 둔 저희는 영향을 받지 않는거지요."

그래. 일단 이렇게만 설명하자.

...근데 여기서 신이 누구냐 그런걸 물어보면 좀 곤란해지는데.

그리고 내 말을 들은 그녀는 다행히도, 그게 아닌 다른걸 내게 물었다.

"그럼... 우리 둘의 힘의 기원은 같은거야?"

"네. 맞습니다."

"흐응.... 그렇구나... 그런거구나."

그런 내 대답에 만족했다는 듯, 설핏 미소짓는 그녀.

그리곤 다시 시선을 돌려 정면의 하늘을 바라보는 스타더스였다.

그렇게 다시 잠시 찾아온 고요.

'.....'

나는 그틈을 타, 숨을 돌렸다.

...뭐지. 스타더스가 악당한테 이런 식으로 친근하게 나온 적이 원작에 있었나? 없었던거 같은데.

...모르겠다. 어차피 지금 하는 모든건 다 기억도 못하는 없는 일이 될텐데 뭔상관이겠어. 고민하면 지는거다. 그냥 즐기자.

나는 그렇게 스타더스의 옆에 앉아, 옥상에 선선히 불어오는 바람을 즐겼다.

물론 풍경 자체는 뭐 사이렌 소리 들리고 어디서 연기나고 난리기는 한데, 가짜 멸망이라 그런지 아무 생각도 들지 않았다. 약간 환상을 보는 듯한 기분.

스타더스또한 조용히, 내 옆에서 그 광경을 함께 지켜보고 있었다.

그리고 잠시 뒤.

조용히 풍경을 바라보던 스타더스가, 다시 고개를 돌려 내쪽을 바라보더니 입을 열었다.

"있지... 에고스틱."

그에 맞추어 나도 고개를 돌렸다가, 순간 바로 코앞에 다가온 그녀의 얼굴에 멈칫했다.

그러거나 말거나 나를 보며 말을 잇는 그녀.

"나, 너한테 질문 하나만 해도 돼?"

"어... 하세요."

그런 내 대답에 스타더스는 내 눈을 바라보며, 무언가의 갈망을 담고 나에게 질문을 던졌다.

마치, 이 질문이. 이것에 대한 대답이 예전부터 너무, 듣고싶었다는 듯이.

"에고스틱."

"넌. 정말 빌런이야?"

순간.

시간이 멈춘 듯한, 그런 착각이 들었다.

푸른 눈으로 내 눈을 올곧게 마주치며 그런 질문을 던지는 그녀.

...그리고 그 순간, 나는 본능적으로, 한때 스타더스의 팬이었던 사람으로. 깨달았다.

이건 내가 뭐 형식적으로 빌런이냐 아니냐, 그런걸 묻는게 아니다.

정말.

내가 악인이냐 아니냐. 그런걸 묻는 그런 질문.

나는 그런 그녀의 물음에, 고개를 잠시 돌렸다.

그러자 계속해서 이어지는 그녀의 말.

"지금까지 저지른 테러들이 전부... 오로지 사람들을 괴롭히기 위해서 한거야? 오직 너의 사리사욕을 위해 한거야?"

"...아니면."

"다른 이유가, 있었던거야?"

나를 보면서 진지한, 무언가의 확신으로 가득찬 목소리로 계속해서 묻는 그녀.

그리고 그런 스타더스의 말을 들으며, 나는 잠시 고민했다.

...애초에 왜 저런 질문을 하는걸까. 설마 평소부터 나를 의심하고 있던건가. ...에이, 그건 아니겠지. 그럴리가 없다. 스타더스가 얼마나 빌런들을 싫어하는데. 아마 지금 내가 이 멸망의 모든 배후를 알고 그녀를 부른거때문에 추측한거겠지.

...그래도.

어차피, 전부 사라질 기억이니까. 지금의 일들은 전부 없어질 일들이니까. 결국, 시간이 돌아가면 다 신기루처럼 사라질 순간일테니까.

지금만큼은, 사실대로 말해도 되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하며, 나는 입을 열었다.

분위기가 조금 무거웠던만큼, 이를 조금 털기 위해 일부러 장난스러운 미소를 지으며.

"이런, 들켰습니까?"

"으응?"

"사실 전. 세계의 멸망을 막기 위해 했던겁니다. 당신을 성장시켜, 이 모양이 될 수도 있는 미래를 막기 위해서요. 하하."

나는 일부러 장난치듯, 마치 농담하듯 그렇게 말했고.

"...역시, 그랬구나."

"네?"

"하하, 왠지 그럴거 같았어."

그녀는 그런 내 말에, 그렇게 웃으며 대답했다.

"좀 더 자세히 얘기해줘봐."

"지금까지, 무슨 일이 있던건지."

...그리고, 내게 눈을 빛내며 말하는 스타더스의 푸른 눈을 보고는.

나는, 그 질문을 거절할 수 없었다.

'...어디서부터 얘기해야되려나.'

좀 길겠구만.

그래도, 뭐. 시간 때우기는 충분하겠네.

그렇게 나는, 천천히 입을 열었다.

***

"....하아, 좀 쌀쌀하지 않아?"

"그렇네요."

신하루. 그녀가 에고스틱이 앉아있는, 이 옥상에 온지도 시간이 꽤 지났다.

처음에 오자 마자 들은, 이 모든 사태는 시간이 돌아가는 방식으로 전부 해결될거다- 라고 말하는 그의 말.

믿기 힘든 말이었지만, 그녀는 전부, 한치의 의심도 없이 믿었다. 그만큼 에고스틱을 신뢰하고 있었기에.

그래.

세상의 멸망을 눈앞에 보고있는 순간에서야, 그녀는 깨달았다.

'....하하.'

자신이 에고스틱을, 이렇게나 신뢰하고 있었다는 것을.

그 이야기를 한번에 믿고, 바로 안심할 정도로.

"아직도 난리났네요. 어휴."

"응..."

그리고 그가 자신의 이야기를 쭉 한 이후, 에고스틱과 붙어서 나란히 앉아 하늘 아래 탁 트인 경치를 보고있는 그녀.

그러나, 그런 스타더스의 정신은.

앞의 경치보다는, 옆의 에고스틱에 집중되어 있었다.

두근. 두근.

그가 자신을 위해 지금까지 했던 이야기를 들은 후.

그리고 에고스틱이 빌런이 아니였다. 그녀가 그런 확신을 한 이후로.

그녀는, 자신의 옆에 붙어있는 그의 모습을 볼때마다, 어쩐지 심장이 계속 두근거리는게 느껴졌다.

그리고 어째서인지 볼도 살짝 붉어진 느낌. 자기도 모르게 미소가 나오고.

그래.

세상의 멸망 끝에서.

에고스틱은 빌런이 아니라는 확신을 얻고.

그녀가 고생하는걸 보기 싫다며 굳이 그녀를 부른 그의 옆에 앉아서.

다 끝인줄 알았는데, 아니라고. 이 모든 일들은 다 해결될 거라고 자신있게 말하는 그의 옆에서.

미소짓는 그의 얼굴을 보며, 대화를 나눈 그 순간에서야.

그녀는, 어렴풋이 스스로의 마음을 깨달았다.

굳게 묻혀있던, 이 순간이 아니였으면 결코 인정하지 않았을, 자신의 마음을.

"...하하."

"갑자기 왜 웃으세요?"

"응? 아, 아무것도 아니야."

미소지으며, 그를 돌아보고는 그렇게 대답을 하자 의아해하면서도 자신을 향해 똑같이 살짝 미소지어 보이는 그.

그런 에고스틱의 미소를 보며.

신하루는 생각했다.

...그래.

일단은

지금 이 순간에 집중하자고.

비록, 없어질 순간이라 해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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