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201화 (201/328)

에고스틱의 드래곤 테러가 대한민국을 강타할 무렵.

"아니야!...카, 카타나... 난!"

"닥쳐라!"

일본의 야쿠자 조직 삼합파 본부.

지하실.

어두운 그곳에서는, 배신자를 처단하는 과정이 이루어지고 있었다.

"카타나 아가씨. 모든 정황이 다 파악되었습니다. 히시모토 나츠하, 그녀가 저희를 배신하고 협회에게 모든 정보를 넘기고 있었습니다."

"음모야, 이건 음모라고!"

지하실 맨 끝에, 일본식 도복을 입고 일본도를 찬 검은 묶은머리를 한 여자. 삼협파의 수장 카타나.

중앙에 조용히 앉아있는 그녀의 아래에는, 장성한 남자 2명이 한 여자. 배신자, 히시모토 나츠하를 무릎꿇린채 잡아놓고 있었다.

그리고, 옆에 서서 나츠하의 행적을 읊는 부하.

"...지금까지 파악된 것만해도, 최근들어 저희가 전투에서 패배하던 이유가 이 여자 때문인거 같습니다. 전술부터 저희 병력에 약점, 공습위치까지... 그냥 모든걸 다 넘겼었더군요."

"이거는! 모함...읍읍."

이내 여자의 입이 옆의 부하들에 의해 막히고.

그 모습을 조용히 내려다보던 카타나는, 속으로 조용히 생각했다.

...대체 어째서일까.

자신이 가장 믿었던 친구가, 어째서.

그녀는 정말 상상도 하지 못했다.

늘 자신의 곁에 있던 나츠하, 처음부터 함께한 그녀가.

사실은, 협회의 개. 배신자였다니.

S급 빌런들의 회의, 카테달. 거기서 만난 그 남자가 자신에게 얘기해주지 않았다면, 그녀는 영원히 상상도 못한채 당하고 있었을 것이다. 자신의 오랜 친구가, 배신자였다는 사실을.

그렇게 씁쓸한 배신감에, 조용히 자신을 향해 악다구니를 쓰던 옛 친구를 바라보던 카타나. 그녀는 이내 한숨과 함께, 옆의 부하에게 명령했다.

"처리해."

"넵!"

"으읍! 으으으으읍!!!"

그녀의 말에 발작하는 배신자였으나, 이내 어디론가 끌려가더니 곧 사라졌다.

그리고 바로 몇분후, 조용히 올라오는 부하.

"아가씨, 처리했습니다."

"잘했어. 좀 쉬어."

"넵."

그렇게 손을 저어 부하들을 모두 몰린 후.

다시 지하실에 홀로 남겨진 카타나는, 한숨과 함께 생각에 잠겼다.

...오랜 친구가 배신자였다는 것에 충격이 컸지만, 조직을 이끄는 그녀인만큼 언제까지 이렇게 충격에 빠져있을 수는 없다. 그리고 따지자면 사실, 잘될 일 아닌가. 드디어 배신자를 찾아낸건데.

"그래... 좋게 생각하자."

조용히 눈을 감았다 뜬 카타나는, 그렇게 결론지었다.

우울해할게 아니라, 오히려 축배를 들어야 한다. 그전까지 협회군을 상대로 지기만 하던 우리 삼협파가, 최근 나츠하에게 거짓정보를 흘린 뒤로는 승리만 하고 있지 않은가.

이대로라면, 저 간악한 협회와 정부를 처단하고 우리 일본을 다시 정상화 시키는 일도 무리가 아닐거다.

그렇게 허리춤의 일본도를 다시 만지작거리던 카타나는, 이내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래, 그 남자.

에고스틱.

히시모토 나츠하. 그녀가, 배신자입니다.

자신에게 정보를 알려주었던, 한국의 그 빌런.

갑자기 옆나라니까 서로 잘지내보자며 정보를 하나 알려주겠다더니, 그는 그녀에게 이 정보를 알려주었었다.

...처음에는, 믿지 않았었다. 오히려 경계했었지. 일본 협회에서 그녀와 나츠하의 사이를 갈라놓을려고 수주했나, 그런 생각을 할 정도였다. 지금의 썩어빠진 정부라면, 다른 나라의 빌런과 결탁을 하는 정도는 당연히 쉽게 할 수 있을테니.

그러나, 무언가의 찜찜함.

그리고, 회의장에서 그 에고스틱이란 남자가 보여주었던... 무언가, 비밀을 숨기고 있는 그런 느낌. 뭔가 모든걸 다 손바닥 위에 올린채 알고있는거 같은 그 여유로운 느낌의 모습에, 그녀는 혹시-라는 생각을 하게 됐고.

그렇게 부하를 시켜 나츠하에 대한 뒷조사를 시킨 결과, 알게된 것이다. 그녀의 배신을.

그리고 나츠하에게 의도적으로 거짓정보를 흘리며 배제시킨 그날부터, 늘 지기만 하던 삼협파는 협회를 상대로 연전연승을 하고 있고.

그리고 이 모든건, 다 에고스틱. 그 남자 덕분이다.

...그가 어떻게 알았는지는 모르겠지만, 아마 자신에게 알려주지 않았다면 영원히 상상도 못했었겠지. 아마, 모든 부하들을 다 잃고 자신마저 무너졌을지도 모른다.

"....은혜를 입었네."

카타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이제봤더니, 좋은 사람이었나. 하긴, 처음부터 그녀한테 서로 옆나라니 친하게 지내보자고 먼저 다가온 사람이었다. 그때 패전을 거듭해 예민한 상태여서 까칠하게 답한것도 자신이었고.

...은혜를 입었으면, 갚는게 도리겠지.

우리 삼협파는 은원 관계를 그 무엇보다 더 중요시하는 만큼, 더더욱.

그렇게 카타나는 다음 회의에서 에고스틱을 만나면, 먼저 다가가자고 다짐했다. 감사의 말도 할겸, 그리고...

'에고스틱도... 나와 같은 류였지.'

썩어빠진 정부에 들고 일어선 삼협파, 우리들이 비록 빌런으로 불릴지언정 국민들은 좋아하듯, 에고스틱도 대한민국 국민들의 지지를 받고 있다고 한다. 실제로 그의 테러를 보면 사상자는 거의 안나온다 하고.

그렇게 이런저런 생각을 이어가던 카타나는, 문득 저번 회의를 떠올리고는 생각에 잠겼다.

'...잠깐. 생각해보니까 그때 그가, 시간을 돌리는 히어로가 미국에 있다고 했었지.'

나츠하도 맞춘 그의 말이니, 아마 이 정보도 사실일 가능성이 크다.

...대체 그는 뭐하는 인물인걸까. 어떻게 그런걸 알지.

카타나는, 그런 의문이 문득 들었다.

***

[일본 빌런조직 삼협파가, 최근 정부와 협회를 상대로 승리하고 있다는 소식입니다.]

"흐음?"

드래곤 테러가 일어난지 며칠후, 에고스트림의 큰 집.

그곳의 거실에서 어느날과 다를 것 없이 소파에 앉아있던 나는, 티비에서 문득 들려온 소리에 고개를 들었다.

그러자 화면에 나오는, 카타나의 얼굴.

그 뒤로 앵커의 말이 계속해서 이어졌다.

[전부터 계속 정부군에 밀리던 삼협파가, 어느 순간을 기점으로 계속 승리하고 있다는 소식인데요. 이에 일본 협회는 꽤나 위기에 직면해 있다고 합니다. 그러나 오히려 시민들중에서는 썩어빠진 협회보다 삼협파가 낫다며 지지세력도 꽤나 많은만큼...]

아.

카타나가, 내 말을 들은건가?

"왜 갑자기 티비에 집중해? 저런 타입의 여자가 취향이야?"

"아니, 갑자기 음해는 하지말고...."

그렇게 티비에 집중하고 있을 무렵, 숨 쉴 틈도없이 바닥에서 날아오는 서자영의 음해를 처단한 나는, 다시 뉴스를 시청했다.

...삼협파가 이기고 있다는 뉴스.

잘 된 일이다. 아마 카타나가 내 말을 듣고 배신자를 처리한거겠지.

이로써, 일본의 운명도 원작과는 어느정도 달라졌다.

본래라면 삼협파가 완전히 괴멸되고 카타나도 죽었겠지만, 이제 그렇게 되지는 않겠지.

적어도 월광게이트 전까지는 버텨줄거다. 그정도면 됐다. 그 썩어빠진 협회가 일본을 완전히 먹었다가 게이트 터지니까 대처하나 못해서 일본이 다 망해가는 일은 이제 없겠지. 일본이 괴물 소굴이 되는 바람에 한국까지 영향을 미쳤던 몇몇 이벤트도 사라질거고.

물론, 삼협파가 일본협회를 완전히 몰아내울 수는 없겠지만 말이야. 하하, 설마 그렇게까지 되겠어?

내가 그런 생각을 하던 그때, 뉴스는 어느덧 일본쪽 소식이 끝나고.

[네, 그리고 다음소식은 에고스틱과 드래곤이 함께 나왔던 테러에 관한건데요, 테러가 담긴 영상이 외국에서도 큰 화제가 되었다고 합니다! 함께보시...]

"아니, 무슨 이 얘기를 하루종일해."

화면에 또 나오는 용을 탄 내 모습에, 나는 나도 모르게 채널을 바꿨다.

...근데 용 하니 생각난건데, 신령씨는 또 어디계신거지.

나는 그렇게 생각난김에, 신령을 찾으러 갔다.

...아마 늘 있던, 집의 대문 앞 난간에 앉아계실려나.

그리고.

그곳에서, 자연스럽게 그녀를 발견할 수 있었다.

"신령씨, 뭐하세요?"

큰집 앞에 펼쳐진 푸른 숲.

신선한 피톤치드의 냄새가 나는 밖에서, 신령씨는 잔디쪽에 발을 뻗고 여느때처럼 조용히 숲을 보며 앉아있었다.

뒤에 비녀를 꽂은 길게 늘어트린 검은 머리에, 늘 입는 하얀색 소복을 입은채 곰방대를 들고 앉아있는 그녀.

혼자서 무언가 차분하고 신비스러운 분위기를 풍기는 그녀는, 그전날 하늘에서 크롸롸롸하고 울부짖었던 드래곤과 동일인 이라고는 믿을 수 없는 모습이였다.

"...네놈, 무언가 또 불경한 생각을 하고 있지 않느냐?"

"네? 하하, 그럴리가요."

"하아..."

속으로 찔끔하며 나는 자연스럽게 그녀의 옆에 앉았다. 내가 앉기 쉽게 옆으로 살짝 비껴앉아주는 그녀.

그렇게 신령 옆에앉은 나는, 그녀가 바라보던 숲을 함께 바라보았다.

"...어쩌다보니, 다시 속세에 내려왔구나."

"어떠세요?"

"뭐, 나쁘지많은 않다. 이 집에 함께사는 이들도 다들 착한 이들인거 같고... 악당이란거 치고는 말이다."

"그렇게 따지면 신령씨도 이제 악당 아니에요? 저 태우고 테러하러 같이 날아디니셨으면서."

"...한평생 수호룡으로 살아오던 내가 어찌 이리 되었는지. 하아. 그래도... 이것도 수호의 일종류라는 네 말을 듣고 이러고 있는거다."

그렇게 투덜거린 그녀는, 문득 용의 모습으로 크롸롸하고 날아다닌게 생각났는지 어지럽다는 듯 이마를 짚었다.

...음, 더 건들면 안될거같다. 저번에 서자영이 놀리다가 드래곤 브레스맞고 날아간거 생각하면...

그렇게 신령씨는 숲 보면서 계속 멘탈 힐링하게 냅두고, 나는 다시 집으로 돌아왔다.

그리고 복도를 걷다가 문득 보게된 벽에 걸린 달력.

"아... 그리고보니 이제 진짜 곧이네."

나는 달력을 보고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메인 이벤트이자, 곧 '없던 일'이 될 이벤트.

세상의 멸망과, 시간을 돌리는 능력자 엑스 마키나가 죽을 그날이.

...뭐, 스타더스한테 곧 보자고 한 약속은 지킬 수 있겠네.

난 긍정적으로 생각하기로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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