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우...."
전투가 한창 진행되던 순간.
잠시 눈보라와 얼음뭉치들로 스타더스를 아래쪽에 묶어둔 나는, 윗쪽에 올라와 잠깐 숨을 돌리고 있었다. 편히 쉬려고 이미 카메라도 저 아래쪽에서 스타더스를 찍으라고 치워논 상황.
....물론, 사실 내가 한거라고는 용의 등에 앉아 안떨어지려고 한게 다긴 하지만.
하여튼, 그렇기에 나는 잠시 신령이랑 대화를 할 수 있었다.
"하아, 신령님. 어떠세요. 할만하세요?"
"...어째서인지 수치심이 드는거 빼고는 할만하구나. 그건 그렇고, 저 아이..."
그렇게 잠시 눈빛으로 눈보라를 한번 더 조작한 그녀는, 잠시 생각하더니 말을 이었다.
"상당히 강하구나. 내 이능을 비등하게 상대할 정도로."
"그렇죠?"
"...확실히, 네 말이 맞나 보구나."
스타더스만이 멸망을 막아낼 수 있다고 한 내 말.
그 말을 기억했는지, 신령은 그렇게 중얼거렸다.
그래, 그녀또한 이렇게 말할 정도면 스타더스가 확실히 강해지기는 했나보다.
그래. 하지만 그렇다고 아직 안심하기엔 이르다.
앞으로 빌런들의 파워인플레는 계속 일어나는 만큼, 여기서 더욱 성장시켜야 한다.
"자, 그러니 다시 갑시다!"
"...그래, 알았다. 크흠. 흠."
잠시 목을 가다듬는 우리 신령님.
그리고 그 타이밍에 맞춰서, 눈보라를 뚫은 스타더스또한 우리를 향해 맹렬히 날아오고 있었고.
잠시 목을 가다듬은, 용의 모습을 한 신령님은 다시 날아오는 스타더스를 향해 눈을 질끈 감더니 드래곤의 포효를 날려줬다.
"....크아아아아아!"
그렇게 한번 더 울부짖은뒤 살짝 수치심에 의해 현타가 온듯한 그녀와 함께, 우리또한 스타더스를 향해 날아들었다.
그래. 이제 마법적 전투는 이만하면 됐다. 이제는 육탄전에 돌입해야 할 때.
과연 스타더스는 용을 상대해 낼 수 있을 것인가. 그건 모를 일이였다.
그래도, 한번 해봐야지. 그녀가 능히 버텨낼 수도 있으니.
그렇게 나는 찬바람을 가로지르며, 마치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기분으로 용의 등을 타고 스타더스 쪽으로 내리꽂았다.
그리고, 가까이 다가가자 윤곽이 보이는 스타더스의 얼굴.
눈보라를 뚫느라 지쳐보였지만, 여전히 나를 향해 올곧게 빛나고있는 그녀를 보며 나는 씨익 웃었다.
그래, 이렇게 나와줘야지.
좋아, 그럼 하이라이트로 가볼까.
"좋습니다! 스타더스씨, 좋아요! 이렇게 나와주셔야죠!"
거기까지 말한 나는, 이내 미리 준비해놨던 얼음의 창을 꺼내 염동력으로 내 뒤에 둥글게 띄웠다.
새로운 싸움의 시작이었다.
***
[실시간 서울 상공 근황ㅋㅋㅋㅋㅋㅋㅋ]
(에고스틱이 용타고 스타더스랑 싸우는 움짤)
망고드래곤 vs 스타더스 희대의 이벤트 몇십분째 펼쳐지는 중
이게 바로 두 세계관 최강자들의 싸움이냐? 가슴이 웅장해진다....
=[댓글]=
[우리 회사 사람들 다같이 옥상 나와서 구경하는 중ㅋㅋㅋㅋ 무슨 불꽃놀이 하듯이 펑펑 터지는데 재밌음ㅋㅋㅋㅋㅋ]
ㄴ[ㄹㅇㅋㅋ 무슨 판타지 영화 보는 기분임ㅋㅋ 눈맞아서 좀 추우니 다들 자판기 율무차 뽑아 마시면서 구경중]
[에고스틱은 ㄹㅇ 전설이다... 대체 저 용은 어디서 가져온거냐? 멤버들 라인업 하나하나가 레전드네]
[지금 에고스틱 방송 시청자수 보니까 그냥 거진 다 보고있는듯ㅋㅋㅋ 아 이번에 본방사수 못하면 또 몇개월 뒤일지 모른다고ㅋㅋㅋ]
[근데 이거 누가 이길꺼 같냐? 드래곤 대단한데 스타더스도 은근 만만치않네ㅋㅋㅋㅋ]
ㄴ[사실 히어로들끼리 친선전투라 승패는 중요하지 않다네요!]
ㄴ[ㄹㅇㅋㅋ]
***
콰아아아아아앙.
"아이고...."
구름 사이 상공.
그곳에서 스타더스에게 한방 얻어맞은 우리는, 잠시 뒤쪽으로 밀려 날아갔다.
"괜찮으세요, 신령씨?"
내 질문에 문제없다는 듯 끄덕여지는 용의 머리.
"그럼 다행, 에취. 스읍, 다행이네요."
나는 잠시 기침을 하고는 그렇게 답했다. 아오, 추워...
벌써 전투가 진행된지 거의 몇시간째.
이제 슬슬 나도, 신령씨도 힘들 무렵이었다. 아니, 스타더스는 왜 안지치는거야? 2대 1로 싸우는데도 어디서 힘이 샘솟는지 계속 공격해오는 그녀가 감탄스러울 지경.
"아무래도, 이제 필살기 쓰고 끝내봅시다. 이정도면 충분할거 같네요."
나는 신령에게 그렇게 말했다.
...오늘 오래 싸웠다. 스타더스 비행훈련을 아주 날잡고 넉넉히 시켜준 느낌. 특히 앞으로는 날아다니는 적들이 많이 등장할걸 생각하면, 아주 값진 시간이었다고 할 수 있다.
그러니 이제, 마지막 공격을 날리고 퇴장해보도록 할까. 박수칠때 떠나는 사람이 아름다운 법이다.
그렇게 상의를 끝낸 우리.
그리고 잠시 뒤, 신령이 먹구름으로 만든 연막 사이에서 잠시 해매다가 다시 순식간에 우리를 향해 날아오고 있는 스타더스를 향해.
나는 큰소리로, 상공에서 외쳤다.
이제는 아예 용의 등 뒤에 서서, 박수를 치며.
"훌륭합니다. 스타더스씨. 참으로 훌륭하군요. 당신이 이렇게까지 잘 싸울줄은 몰랐는데, 제가 당신을 과소평가 했군요."
짝짝짝.
바람이 부는 허공에, 내 망토가 휘날려지며 동시에 박수소리가 울려퍼졌다.
무슨 일인가 하고 잠시 내 앞에 멈춰서 고개를 갸우뚱하는 스타더스. 귀여웠다. 잠깐, 이게 아니라...
하여튼, 나는 그렇게 갑작스러운 내 돌발행동에 의아해하고 있는 스타더스를 보며.
나는 마지막으로, 필살기를 날리는 게임 속 보스처럼 선전포고를 했다.
"잘 버티셨습니다만, 이제 슬슬 끝내야 할 때가 온거 같군요."
그렇게 말하며 피식 웃은 나.
그리고 공중에 띄워진 카메라를 의식하며, 나는 밑밥을 던졌다.
"이제, 제 드래곤의 최종 필살기를 쓸 때가 된거같군요. 이것마저 버티신다면, 제가 인정하고 물러나겠습니다만... 하하하! 그럴 수 있을리가 없죠!"
"....아하, 그런건가."
"그런겁니다. 자, 신령씨. 갑시다!"
내 말에 다시한번 고개를 끄덕이는 용의 머리가 보이고.
이내, 입을 크게 벌린 드래곤.
그리고 그 속에서, 하늘색 에너지가 구형으로 뭉치더니, 엄청난 기세로 회전하기 시작했다.
그리고 무언가를 눈치챈 스타더스가 팔로 앞쪽을 막듯 감싸던 그때.
나는 신령씨에게, 그대로 외쳤다.
"쏘세요!"
그리고, 그와 동시에.
-슈우우우우우욱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엄청난 에너지와 함께, 드래곤의 입에서 그대로 푸른 파괴의 광선이 뿜어져나왔고.
그리고 그것이, 정확히 스타더스가 있는 쪽으로 날아가면서.
쾅, 하고. 그대로 그녀와 충돌했다.
"흐으읍."
그리고 나는, 용의 등 위에서 불어오는 엄청난 바람에 떨어지지 않게 한손은 등을, 다른 손은 모자를 잡은채 버티고 있었다.
앞쪽에서 느껴지는 그야말로 엄청난 에너지.
신령의 순수한 능력을 그대로 쏘아보낸, 일명 비기 파괴광선이었다. 사실상 원작에서도 나왔던 그녀의 필살기.
그리고 나는 그걸, 조금 약화된 상태로 그대로 스타더스에게 쏘게 했다.
왜?
그녀가 버틸 수 있을거라 믿었으니까.
그리고, 버텨내야 했으니까.
"크윽..."
나는 여전히 넘어지지 않게 등뒤에 밀착한 뒤, 앞을 바라보았다.
스타더스가 튕겨져 나간다면 즉시 발포를 멈추기로 하였으니, 아직까지 용의 브레스를 쏘고있단건 스타더스가 안튕겨져나가고 버티고 있다는 소리.
그래, 그거다 스타더스.
넌 할 수 있어! 버티는거다!
...내가 공격해놓고 이런 말 하는 것도 웃기긴 한데, 하여튼.
그렇게 나는, 그녀에게 들릴리 없는 응원을 하였다.
그리고.
콰아아아아아아앙.
스타더스는, 해냈다.
몇십분처럼 느껴진 몇분간, 애써 버티던 스타더스는.
이내 그 에너지포를 성공적으로 막아내고, 오히려 우리에게 튕기기까지 한거다.
자랑스럽다, 스타더스. 또 하나의 벽을 넘겼구나.
믿고 있었다고...!
그렇게 기쁜 일이었지만, 사소한 문제가 생겼었다.
바로 스타더스가 튕겨낸 에너지포가, 다시 반대로 날아와 우리를 맞춘거.
"아."
그렇게 우리는 추락했다.
아 그리고 물론, 힘을 다한 스타더스도 같이 나란히 밑으로 추락했다.
"...음, 이건 제 계획에 없었는데 말이-"
...그게 내가 카메라가 박살나기전, 방송에서 마지막으로 한 말이었다.
***
"...아으으."
그렇게 떨어진 우리.
다행히도 우리 신령씨가 정신을 잃었던거까지는 아니라, 연착륙을 해서 어디 다치지는 않았다. 무슨 자이로 드랍을 타듯 정신이 하나도 없어서 그렇지.
하여튼 지상으로 돌아온 기념으로 나는 다시 땅 밑을 밟았다. 하아, 이제 살겠네. 역시 인간은 하늘보다는 땅에 살도록 설계된 동물이다.
그리고 마침 어디 숲같은 이 공터에 내리자마자 보이는, 스타더스의 모습.
그녀도 막 히어로랜딩을 하며 착륙했는지, 비교적 멀쩡한 모습이였다. 굉장히 지쳐보이기는 했지만.
하여튼, 그렇게 두리번 거리다 나를 딱 발견한 그녀.
이내 나를 그녀가 바라보던 그 순간, 나는 먼져 선수를 쳐 말하기 시작했다.
"...역시 대단하시군요, 스타더스씨. 그걸 버티실 줄은 몰랐습니다. 이렇게 되면 하하, 제 패배군요! 이번에는 저희가 물러나겠지만, 다음에 올땐 다를겁니다!"
나는 그렇게 웃으며 말한뒤, 자연스럽게 용의 형상을 한 신령씨 옆에 섰다. 좋아, 이제 언제든 튈 수 있어서 안심이다.
그렇게 옆에 서 순간이동할 준비를 한 채, 나는 스타더스의 마지막 말을 기다렸다. 스타더스 전문가인 내가 봤을때, 아마 대충 욕을 하거나 달려들거나 둘 중 하나겠지 뭐.
그러나, 그녀의 말은 내 예상 밖이었다.
달려들지도, 욕을 하지도 않고. 그저 거친 숨을 내뱉더니.
스타더스는, 내게 물었다.
"...다음이 언젠데?"
"...네?"
"언제 올건데. 너, 말만 그러고 어차피 자주 안오잖아."
약간 입가에 미소를 띄운 채, 살짝 힐난하듯 내게 말하는 그녀.
...대체 왜 이런 질문이 나오는거지. 무슨 의도인지 잘 모르겠다. 근데 그전에 아니, 그리고 나정도면 테러 자주 하는 편 아닌가? 억울했다.
어쨌든 언제 오냐는게 그녀의 질문. 언제 다시 볼 수 있나...
아, 생각해보니 다음이 바로 그 이벤트구나.
거기까지 생각이 닿은 나는, 그녀에게 웃으며 말했다.
"...뭐, 다음번에는 금방 다시 볼 수 있을겁니다."
일단은 여기까지만 말할까.
뭔가 히어로와 악당 사이에 대화라기에는 데이트 약속잡는 연인같은 느낌이라 좀 이상했지만, 내가 봤을때 그녀는 내 다음 테러의 날짜를 유도해서 알아낸 뒤 미리 대비하기 위해 은근슬쩍 물은거 같았다. 역시 스타더스, 마지막까지 똑똑하네.
하여튼 답까지 한 나는 '그럼 이만', 이라고 말하고 다시 순간이동해 그녀의 앞에서 사라졌다.
물론 막상 가려고하니까 신령씨가 아직도 용 모습이라 순간이동 같이하기에는 너무 부피가 커 신호줘서 다시 인간으로 돌려놓고, 그걸 본 스타더스의 얼굴이 왜인지 살짝 굳는 일이 있었지만... 어쨌든 무사귀환 할 수 있었다.
그리고 집에 돌아가보니 또 이번 테러로 난리난 대한민국. 음, 한동안은 안심이다.
그렇게 오늘의 테러는 성공적으로 끝났다.
...티비에 흘러나오는 포효하는 용의 모습을 한 자신의 모습을 보더니 얼굴이 붉어져 '으으...' 거린 신령씨 빼고는, 모두가 행복하게 끝났다
잘됐구만, 잘됐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