폭설이 내리고있는, 도심 위 탁 트인 창공.
그 위에서 용의 등에 타있던 나는, 내 앞에서 날고있는 금발의 히어로를 향해 인사를 건냈다.
"반갑습니다, 스타더스씨."
"하아, 하아..."
*
[드디어 둘의 만남 입갤ㅋㅋㅋㅋㅋㅋ]
[이거지ㅋㅋㅋㅋㅋㅋ]
[스타더스 오자마자 용보고 벙쪘네 아ㅋㅋㅋ 어느 빌런이 테러할 때 용을 데리고 오냐고ㅋㅋㅋㅋㅋㅋ]
*
내 앞쪽, 허공에서 굉장히 당황스럽다는 눈빛을 보며 나를 바라보고 있는 그녀.
나는 그녀 앞에서, 날개를 활짝펼친 용 위에 탄 채 말을 하기 시작했다.
"딱 좋을때 오셨군요. 저는 지금 서울을 정복하려고 합니다. 저희 에고스트림의 새로운 동료, 이 신령님과 함께라면 그 무엇보다 쉬운 일이죠!"
"....크아아아아아아아!"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 신호에 맞춰 울부짖어주는 신령씨. 뭔가 살짝 떫떠름하게 소리를 낸 거 같지만, 그래도 남들이 보기에는 굉장히 위협적인 포효였을거다. 입을 열고 소리를 내자 거의 공기가 울리더니, 스타더스의 머리카락이 뒤로 휘날리는 극적인 연출을 보여줬기 때문.
나는 그렇게 드래곤 위에서 위풍당당하게 소리쳤다.
"스타더스씨.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제 공격을 당해낼 수는 없을겁니다. 요즘 좀 꽤 많이 활약하시는 것 같던데,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으응?"
"뭐, 당신이 이 자리에서 저를 막아내신다면 인정해 드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있을리가 없죠. 인간이 어찌 용을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하하하하! 그렇게 웃는 내 목소리에 맞추어 한번 더 크아아아하고 하울링을 해주는 신령씨였다.
...뭔가 신령씨의 하울링에서 살짝 현타가 느껴진거 같긴 한데, 기분 탓이겠지.
하여튼, 나는 그렇게 노골적인 멘트를 던졌다.
그래. 바로 싸움으로 들어가자고.
...솔직히 바로 저번에 그 마왕성에서 스타더스 쓰러진거보고 눈 돌아가서 달려든 업보가 있기 때문에, 여기서 대화가 길어지면 나한테 좀 곤란했다.
물론 우리 정의롭고 엄격한 스타더스 성격상 그럴일은 적겠지만, 혹시라도 갑자기 그녀가 나한테 저번에 왜 날 구했냐고 따져물으면 상황이 좀 안좋게 돌아가기 때문. 물론 변명을 준비하기는 했지만, 악당은 역시 그런 백마디 말보다는 악행 하나로 자신이 빌런임을 증명하는게 나은 법이다.
그렇게 나는 여유로운 표정을 지으면서, 속으로는 초조하게 스타더스의 반응을 기다렸다. 여기서 제일 베스트는 스타더스가 '이 쓰레기 같은 놈, 내가 널 쓰러트리겠다!' 이래주며 바로 전투로 들어가는 것. 혹시라도 그녀가 여기서 더 대화를 이어가려하면, 어쩔 수 없이 내가 그녀의 말을 끊고 바로 선제공격을 가할 수밖에 없다. ...그러고 싶진 않지만.
그리고, 마침내.
조용히, 가만히 있던 스타더스는... 이내 피식하고 웃으며 입을 열었다.
"그래, 알겠다. 내가 여기서 너를 막아내면 되는거지? 이번에도."
그렇게 말하며 주먹을 움켜쥐는 그녀. 그와 동시에, 주먹에서 노란 빛이 들어오기 시작했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스타더스가 왜 미소를 짓고있는 진 잘 모르겠고, 그리고 어째 말투가 기존보디 뭔가 좀 부드러워진거 같긴한데 기분 탓일거다. 뭐, 어쨌건 바로 싸울 분위기라는게 중요하겠지.
나는 그렇게 하하하!하고 다시 한번 웃어준 뒤, 그녀에게 말했다.
"...네. 좋습니다, 좋아요! 어디 한번 막아 보시죠, 할 수 있다면 말이죠!"
나는 그렇게 말하면서 용과 함께 다시 높이 날아올랐고.ㆍ
그렇게 싸움의 시작을 감지한 용의 형상을 신령씨가, 능력을 사용해 수많은 고드름침같은 얼음 칼날들을 불러일으킴과 동시에.
*
[둘이 분위기 ㄹㅇ 모야모야(´,,•ω•,,`)ㅋㅋㅋㅋ]
[어쨌든 드디어 싸움 시작ㅋㅋㅋㅋㅋㅋㅋㅋㅋ]
[아ㅋㅋㅋㅋㅋ 이거지 자 드가자~]
[아기다리 고기다리던 드래곤 배틀 시작ㅋㅋㅋㅋㅋㅋ]
[얼음룡 킷사마~~~~!!!]
[개같이 근처 건물 옥상위에 올라와서 눈맞으며 직관중ㅋㅋㅋㅋ 이게 인생이지ㅋㅋㅋㅋㅋ]
[드래곤 펀치! 드래곤 펀치! 드래곤 펀치!]
*
본격적인 싸움이, 비로소 시작되었다.
***
사실 신하루는, 에고스틱을 다시 보는게 약간 긴장되었었다.
저번에 그 통칭 악마성 앞에, 그가 자신을 구하러 와줬던 그 순간.
자신도 모르게 미소가 지어져서, 심장이 약하게 뛰어서. 너무나도 그의 뒷모습이, 안심이 되서.
그가 빌런인걸 머리로는 이해하고 아무리 적대하려고 해도 가슴은, 그가 밉지 않다고 생각이 들어서.
그렇기에 신하루는, 에고스틱을 다시 보는게 좀 긴장이 되었던 것이다. 대체 무슨 반응을 자신이 보일지, 확신이 서지 않아서.
그를 보면 뭐라고 해야할까. 아니지, 그는 자신한테 어떻게 나설까? ....아마 평소의 에고스틱 대로라면, 그냥 예전과 똑같이 나올 거 같기는 한데...
사실 그보다 더 깊이 에고스틱이 테러를 하는 이유와, 그의 주변 여자들의 관계, 그가 빌런이 아닌 이유를 찾는 깊은 시간을 보내기는 했지만... 결론적으로 그것들도 다 에고스틱을 다시 만났을때 어떤 얼굴로 그를 대해야할 것인지에 포함되는 것이였다.
하여튼 결국, 마침내 그날이 왔다. 에고스틱이 마침내 새로운 테러를 일으킨 그날이.
그리고.
스타더스는, 지금까지 자신이 한 고민들을 싹 잊고, 그저 자신의 눈앞에 보이는 광경을 당황스럽게 바라보았다.
...쟨 대체, 저 용 같은건 어디서 구해온거야?
함박눈과 얼음같은 싸라기눈이 섞여 내리는 하늘.
그곳에 날아온 그녀가, 드래곤을 탄 그의 모습을 보고 벙찌던 그때.
자신을 본 에고스틱이, 입을 열고 말을 이어나가기 시작했다.
이 용은 에고스트림의 새로운 멤버다, 나는 서울을 점령할거다...같은, 다른 빌런이 그랬다면 분노하고 적대시했을것이나, 어쩐지 그의 입에서 나왔기에 오히려 평소처럼 친근하게 느껴지는 말들.
...그와 별개로, 스타더스는 여전히 살짝 멍하게 서있었다. ....용이고 뭐고, 막상 에고스틱, 그의 웃고있는 얼굴과 눈을 다시 마주하게 되니 뭘 해야할지 모르겠었다. 테러를 일으키는거에 화내야하나? 아니면 저번 일을 물어야하나? 뭔가 하고싶은 말은 많았는데, 머릿속에서 꼬인 기분.
그리고 그렇게 혼란스러워하던 그녀의 정신을 일깨운건, 에고스틱의 다음 한마디였다.
"스타더스씨. 아무리 당신이라고 해도, 제 공격을 당해낼 수는 없을겁니다. 요즘 좀 꽤 많이 활약하시는 것 같던데, 저는 인정할 수 없습니다."
".....으응?"
"뭐, 당신이 이 자리에서 저를 막아내신다면 인정해 드릴 수도 있겠지만... 그럴 수 있을리가 없죠. 인간이 어찌 용을 막아낼 수 있겠습니까!"
그렇게 말하며 하하-! 웃는 그.
그리고 그 순간에서야, 그녀는 에고스틱의 의도를 깨달았다.
아, 나보고 자신을 막으라는 말이구나. 이 용을 막아내보라는거구나.
당신은 할 수 있습니다, 스타더스.
그리고 그때,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옛 기억을 떠올렸다.
그래. 에고스틱은 늘 이랬었지. 처음이나 지금이나, 늘 무언가의 시련을 그녀에게 던져주고 자신보고 극복해보라고 했었다.
...뭔가, 익숙한 느낌.
그리고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는. 신하루는 깨달았다
나는 이제, 에고스틱이 하는 테러를 테러라고 생각도 안하는구나.
그가 일으키는걸, 그녀 자신에게 주는 시련이라고 생각하는구나.
...뭐가 진실인지는 모른다. 어쩌면 정말 테러일 수도 있겠지.
근데 그런게 뭐가 중요해.
결국, 이것또한 에고스틱 그가, 오직 나만을 위해 준비해준 것인데.
그래.
그러면, 그가 이렇게 열심히 준비해줬는데.
나도, 최선을 다해 상대해 봐야겠지.
그리고 보여줘야겠지, 극복하는 모습을.
그가 원하는게 그런걸테니.
그런 생각을 하며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피식 웃으며 말했다.
"그래, 알겠다. 내가 여기서 너를 막아내면 되는거지? 이번에도."
그리고 자신의 그런 대답에 씨익 웃어보이는 에고스틱을 보며, 그녀는 확신했다.
역시, 이게 그가 원하는 것이라고.
그럼, 그렇게 행동할 수밖에 없잖아.
그런 마음가짐으로 그녀는 주먹에 빛을 내뿜으며 쥐었다. 그의 '테러'를 저지하기 위해, 그리고 그로부터 승리하기 위해.
그녀는, 날아올랐다.
***
폭설이 내리고있는 하늘.
그곳에서는, 마치 신화적인 전투가 펼쳐지고 있었다.
"신령씨, 저기 앞쪽에 눈폭풍!"
빠르게 허공을 가르는 용 위에 타서, 나는 신령에게 명령을 내렸다. 그러자 내 말에 맞추어 눈보라를 일으켜주는 그녀.
그리고 그 결과, 우리쪽을 향해 맹령하게 날아오던 스타더스의 시선이 순간 가려졌다. 그리고 그 틈을 타 다시 저 위쪽으로 날아간 우리.
"이대로 벼락 한방 더!"
그리고 내 말이 끝나자, 허공에서 날벼락이 떨어지기 시작했다. 일렉트라만큼 강하진 않았지만, 그래도 눈폭풍속에 뜬금없이 떨어지니 황당한 그것.
그렇게 현재 신령의 용의 힘으로, 하늘은 그야말로 마치 천지창조같은 형상을 띄우고 있었다.
사방에 쏟아지는 폭설, 눈사이에 뜬금없이 떨어지는 벼락, 그리고 몰아닥치는 회오리같은 폭풍우. 이 모든게, 오직 스타더스 한명만을 상대하기 위해 쏟아지는 상황.
*
[진짜 지랄났다ㅋㅋㅋㅋㅋㅋㅋㅋ]
[이게...테러? 내가 지금까지 본 테러는 도대체?]
[그냥 에고스틱이 서울 먹는게 맞는거같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
[아니 지금 이게 다 저 드래곤 한명이 쓰는 능력인거임? 그냥 미쳤는데?]
[에고스트림 걍 마음만먹으면 대한민국도 정복 쌉가능일거같은데ㅋㅋㅋㅋㅋ]
[근데 이와중에 저거 다 뚫고오는 스타더스가 더 대단하네 와ㅋㅋㅋㅋ]
*
그리고, 그 말대로.
스타더스는 이 모든걸 뚫고, 나를 향해 날아오고있었다.
"그래, 이거죠!"
나는 그 모습을 보며, 나도 모르게 웃으며 외쳤다.
그래, 이정도는 해줘야 나의 영웅이지.
그럼 이것마저 뚫는다면 바로, 다음단계로 가볼까.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미소를 지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