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악물고 주인공을 괴롭히겠다는 악의가 느껴지는 이 세계의 원작만화, [스타더스트!]
어찌나 주인공을 더 괴롭히고 싶었으면, 후반부에 가면 파워밸런스를 망가트리면서까지 스타더스를 괴롭히려는 기염을 토한다.
대한민국에 갑자기 쏟아지는 수십, 수백명의 빌런들. 거기에 신적 존재들의 등장과 무슨 이차원의 괴물들까지 아주 그냥 난리가 난다.
...물론 그렇기에, 이 개판난 원작을 대비해 내가 어느정도 장치를 해놓긴 했다. 스타더스도 키워놓고, 탑급으로 강한 이들만 모아서 빌런연합도 만들고.
그래도 아직 부족한 이느낌.
나는 아직 배고프다. 더 강한 능력자, 파워인플레의 장본인들을 더 영입하고 싶다는 소리.
그래서 나는 지금, 이 설산 위 동굴에 와있다.
이곳에 잠들어있는 이를 깨우기 위해서.
"습... 야, 대체 여기 사람 사는거 맞어? 그냥 동굴인데?"
"사람...일지는 확실하진 않은데, 일단 누가 있긴 있을거야."
나는 두리번거리는 최세희한테 그정도만 말해 주었다. 어차피 곧 보게 될거니까.
그렇게 우리는 동굴 안을 진격했고.
드디어, 볼 수 있었다.
"....와."
자신이 무엇을 보고있는건지 믿을 수 없다는 듯 입을 벌린 최세희.
그리고 그런 그녀의 옆에 서서, 나는 거대한 그것을 함께 올려다보고 있었다.
우리의 앞에 위풍당당하게 누워있는, 거대한 하얀 용을.
"....."
21세기 대한민국에 산에 왜 뜬금없이 용이 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거기 있었다. 하얀 신령이, 용의 모습으로.
"이게 무슨..."
"신령이야. 거의 몆백년을 살아온."
"아니... 이런게 있을 줄은 상상도 못했는데..."
반지에서 튀어나오는 데스나이트와 검은 촉수에도 놀라지 않던 최세희가 용을 보며 처음으로 감탄을 하고 있던 그때.
우리들이 일으킨 소란에, 드디어 용이 눈을 떴다.
".....?"
눈을 뜨더니 꿈벅꿈벅 우리를 내려다보는 신령.
용의 형상을 한 신령은 하품을 크게 하더니, 졸린 눈으로 날개를 피며 이내 중얼거렸다.
"결계를 뚫고 오다니... 이런건 처음이구나."
졸리다는 듯 그렇게 거대한 목소리로 말한 용은, 우리에게 나른하게 그렇게 말하더니 편하게 자리를 잡았다.
누가보더라도 갑자기 침입한 전혀 우리를 경계하거나 적대하진 않는 모습. 오히려 신기하다는 듯 우리를 내려다보고있다.
이게 이 신령의 천성. 물론 이런 성격인걸 진작에 알았으니 내가 찾아온거기도 하다. 압도적인 힘에서 오는 여유랄까.
그렇게 우리를 흥미로운 시선으로 내려다보는 용의 시선 아래에서, 나는 신령에게 인사를 건냈다,
"안녕하십니까, 신령이시여. 당신을 뵈러 찾아왔습니다."
"나를 알고있나? 신기한 일이로군... 이곳의 사람들은 다 나를 잊었을텐데."
흥미롭다는 듯 나를 바라보는 시선 앞에서, 나는 속으로 할 말을 정리하며 눈앞의 용에 대한 생각을 정리했다.
오래전부터 이 산을 지켜온 순백의 신령.
머나먼 예전 이곳으로 날아와 자리를 지킨 그녀는, 한때는 인간들과 어울려 그들을 지키며 함께했다고 전해진다.
하여튼 나는 이제 그런 그녀를 설득해야한다. 그것도 같이 빌런 짓을 하자고.
그렇게 나를 꿰뚫듯 나른히 내려다보는 시선 아래에서, 나는 본격적으로 아가리를 털 준비를 했다.
일단 그전에.
"세희야, 잠시 물러나줄 수 있어?"
"응?"
"잠깐 이분한테 따로 해야되는 말이 있어서. 금방 끝낼게."
"어... 알았어. 저쪽 입구 근처에 있을게."
일이 심싱치않게 돌아간다는걸 눈치챈건지, 최세희는 조용히 고개를 끄덕이고 잠시 물러나줬다.
그런 그녀를 보면서도 아무말 없이 보내주는 거대한 용.
이내 최세희의 발걸음소리마저 사라지자, 그 용은 다시 입을 열었다.
"네가 저 아이에게 딱히 들려주고 싶어하지 않는 것 같아, 소음을 차단해놨다. 자. 이제 말해보거라."
...음, 배려 고마우시네.
역시나 원작에서 본 것처럼 겉모습과 달리 은근 착한 그녀를 다시한번 재확인 한 뒤, 나는 입을 열었다.
자. 이제부터가 진짜다.
"신령씨."
"당신이 예전에 맺으셨던, 맹약을 기억하고 계십니까?"
"....맹약이라."
-오랜만에 듣는구나.
그렇게 중얼거리는 그 모습을 바라보며, 나는 여전히 당당한 자세로 말을 이었다.
"곧, 이 세계는 멸망할겁니다."
"이를 막기위해, 당신의 도움이 필요합니다."
"....."
여전히 무표정한 모습으로 나를 내려다보는 하얀 용.
그리고 나는 그 신령한테, 쐐기를 박듯 한마디를 했다.
"의심되시면 확인해보셔도 좋습니다."
"흠..."
원작을 통해 나는 알고있다. 저 신령은 상대의 말의 진의를 확인해 볼 수 있다는 것을. 그리고 뭐라해야하지... 본질도 약간 엿볼 수 있다고 하던가? 기본적으로 신의 피조물이니.
그런 내 말에 살짝 흥미가 간다는 듯, 살짝 눈을 뜬 신령은 이내 자신의 팔을 들어올렸다.
그러자, 공간에 생긴 파란 빛.
그리고 그와 동시에, 내 머리가 살짝 어지러워졌다.
"쓰읍..."
그렇게 내가 순간 비틀거린 그때, 그 짧은 사이 내 머릿속을 다 본건지 용은 흥미롭다는 듯 고개를 기웃거렸다.
"흐음... 그런가. 자네는 다른 세계에서 온건가. 흥미롭군..."
그렇게 나한테 흥미를 가지는 그녀.
그래, 지금이 기회다. 그녀가 내게 흥미를 가질 그때가.
아마 그녀가 내 기억을 훑었어도 모든걸 본건 아니고, 대략적인 것만 알게됐을 것.
즉, 이제부터 그녀가 내 편이 되게 하려면 고도로 정교화된 언변술을 발휘해야한다는거다.
그렇게 얼굴에 살짝 미소를 띄운 뒤, 나는 본격적인 입을 털 준비를 했다.
자.
이제 한번, 시작해볼까.
***
"아으... 추워."
설산 꼭대기의 동굴.
그곳의 입구에서 손을 호호 불며 비비고 있던 최세희는, 다인이 영입을 끝내고 나오길 기다리고 있었다.
무슨 말이라도 들리려나 했는데, 조용한 내부.
"대화를 하는건지 마는건지..."
아니, 무슨 용이있어?
최세희가 그 커다란 하얀 용을 봤을때 느낀 감정은 그거다. 물론 온갖 능력자들이 있는 판에 용으로 변하는 능력자가 있는건 이상한게 아니지만, 그렇다고 해도 신비한 광경. ...대체 다인. 걔는 저런걸 어떻게 다 알고 찾으러가는지 모르겠다.
근데, 그건 그렇고.
"너무 조용한데..."
괜히 혼잣말을 하며, 뒤를 돌아보는 최세희였다.
그 용이 딱히 그들 둘을 적대시하는 모습을 보이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혹시 모르니 불안한건 마찬가지.
여차하면 다인을 구해야한다, 그녀는 그런 생각을 하고 있었다. 설사 그게 저 집채만한 용과 싸우는 것이라고 해도.
그렇게 최세희가 혼자 의지를 되새기던 그때.
뒤에서, 저벅저벅 발소리가 들려왔다.
'끝난건가?'
최세희가 안도하며 뒤를 돌아보았다.
그러자 저 멀리서 보이는, 이쪽으로 걸어오는 다인의 모습.
용의 모습은 보이지 않았다.
"....성공한거야, 실패한거야?"
그렇게 눈을 찌푸리고 보던 그때.
다인의 뒤의, 다른 사람이 함께 걸어오는 걸 그녀는 볼 수 있었다.
누구지... 저건?
그렇게 그들은 어느새 그녀의 코앞으로 다가왔고.
다인은 멋쩍게 웃으며, 최세희한테 뒤에 있는 사람을 소개했다.
"다 끝났어. 소개할게, 아까 그 신령씨야."
"그래. 이제야 정식으로 인사 나누는군. 반갑다."
그렇게 다인의 뒤에서 나온 인물은.
하얀 소복에, 검은 머리 뒤에 비녀를 꼽은 채 옛된 말투를 쓰는 아름다운 여성이였다.
"...또?"
"흠?"
"아, 아닙니다. 반가워요, 저는 최세희입니다."
최세희는 웃으며 그렇게 말하는 수밖에 없었다.
...대체 왜 용이 하필 여자인지는, 여전히 이해하지 못한 채.
***
신령.
원작 최후반부 개판에서 용의 모습으로 등장한 그녀는, 다른 사람들을 구하며 처음으로 등장했었다. 당시 원작에서는 무슨 용이 나와 스타더스를 구해주는 모습을 보면서 개연성 뭐냐고 욕하면서도 은근 기대했다.
드디어 스타더스의 편이 등장하더니, 이 피폐한 상황도 어느정도 풀리나? 이런 기대였다.
특히 나중에 인간의 모습으로 변해 하얀 소복을 입고 마치 선신처럼 날씨를 조종하는 모습을 보곤 더더욱.
그래, 그런 기대를 나도 했었다. 바로 다다음 호에서 그녀가 타락해가지고 도시를 다 부수기 전까진...
하여튼, 나는 동굴 안에서 그런 그녀를 에고스트림에 영입하기 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었다.
"흐음..."
대화를 나누다보니 용의 모습에서 어느새 인간의 모습으로 변한 그녀.
비녀를 꽂은 검은 머리카락을 늘어트리고 하얀 소복을 입은채 무슨 곰방대 같은걸 피고있는, 아름다운 여성은 아까의 그 용이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가녀려 보였다.
그나마 아까 그 용과 비슷한거라고 하면 무언가를 깨닫고 해탈한듯 세상을 관조하며 바라보는 그녀의 눈이 아닐까.
"...그래, 그렇구만. 기어코 그 신이 내려온다는거지..."
거기까지 듣던 그녀는, 이내 곰방대를 내려놓더니 내게 말했다.
"...그래. 내가 너를 돕겠다."
"감사합니다."
"...바로 넙죽 대답하는구나. ...그래, 한동안 인세에 내려가지 않았으니, 속세로 돌아갈때가 되었지."
됐다.
나는 그렇게 속으로 승리의 주먹을 쥐었다.
...역시, 미래 팔고 과거 팔고 이것저것 다한게 도움이 되는구나....!
"내 이름은 그냥 령이라고 불러라, 너는 다인이라고 했나?"
그렇게 말하며 일어나는 신령.
나또한 고개를 끄덕이며 일어났다. 휴우, 드디어 성공한건가.
"...그래서, 내가 자네를 어떻게 도와주면 되는가?"
그렇게 동굴 밖으로 걷던 중, 그녀는 나에게 궁금하다는 듯 평온한 목소리로 물었다.
그래서 나는 그녀에게 똑같이 무덤덤하게 대답해줬다.
"같이 테러를 해주시면 됩니다."
"...테러? 그게 무엇인가?"
"곧 알게 되실겁니다."
나는 그렇게만 대답해줬다.
...지금 설명하긴, 음. 좀 복잡하니까...?
그렇게 집에 돌아가 그녀를 다른 이들한테 소개시켜주다보니 시간이 조금 흘렀고.
신령씨에게 테러도 설명하고, 그러는 이유도 설명하고 준비하고 이거저거 하다보니.
마침내, 테러의 날이 밝았다.
...드래곤라이더가 될 그날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