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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95화 (195/328)

화창한 낮

베란다 넘어 비춰오는 햇살을 받으며 앉아있던 나는, 거실에 앉아 일을 하고 있었다.

그 앞에서 들려오는 티비소리.

[스타더스가 어제 또 새롭게 등장한 A급 빌런을 처리하였습니다. 특이점은 빌런을 처치하는데 채 10분도 걸리지 않았다는건데요...]

경제쪽 뉴스가 끝나고 나온 스타더스의 소식에, 나는 고개를 들어 올려봤다. 그러자 화면에 보이는 스타더스의 모습. 빌런을 처치하고 위풍당당하게 서있는 모습이다.

표정도 어째 여유로워 보이는 느낌.

저번 마왕성 이후 확실히 깨우친 스타펀치가 강하긴 했는지, 홀로 다 깨부수고 다니는 모습이다.

원작 이맘때쯤엔 이 빌런 저 빌런한테 치이고, 마왕성에서 빠져나간 악마 몇마리 잡으며 피폐한 일상을 보내고 있을 그녀가 저렇게 씨익 웃고있는걸 보니 나도 모르게 미소가 나올 것만같은 기분.

...근데 생각해보니까 이렇게 웃고있을 때가 아니지.

지금도 스타더스가 강하긴 하지만, 그녀는 앞으로 더욱 강해져야한다. 특히 다가올 멸망을 막으려면.

즉, 저렇게 약한 애들만 잡다가는 몸이 풀어져 오히려 실력이 떨어질 수도 있기 때문에, 계속해서 강한 적을 붙여줘야 한다는 소리. 내가 우리 PMC 키울때도 늘 더 강한 더미를 만들어 상대시킨 이유가 있는 법이다.

하여튼... 이제는 정말 다음 테러를 준비해야 할 때.

저번 마왕성 사건 이후로는 큰 사건없이 잔잔하게 하루를 보내는 그녀한테, 그녀의 아치에너미로써 무언가를 보여줘야 하지 않겠는가?

그래, 새로운 테러다. 새로운 테러. 스타더스의 한계를 시험 할 그런.

...그런게 뭐가 있을려나.

"쓰읍..."

나는 팔짱을 끼고 고민에 빠졌다.

사실 의외로 해결책은 간단하다. 그냥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다시 출격시키면 된다. 일렉트라와 서자영은 우리 하율이의 버프로 스타더스와 잠깐 맞상대 하는건 충분할꺼고, 기본적으로 강한 월광무녀 은월이에 스타버스터 4탄을 만들고있는 서은이, 감초처럼 낄 데식이까지.

즉, 이들 중 몇명을 조합해 출격시키면 끝. 사실 이러면 제일 간단하게 끝난다. 심지어 내가 나설 필요조차 없으니. 적당히 싸우고 튀게 하면 끝.

...다만, 그게 문제가 있다면.

'...마왕성이라는 역대급 테러를 겪은 다음에 오는 테러인데... 어디서 본듯한 테러를 또 선보이면 아치에너미로써의 내 입지가...'

그래. 그건 바로 테러의 상징성.

하필 마왕성 이후에 벌이는 내 첫 테러가 될 예정이라, 이게 또 은근 이목이 쏠릴 수밖에 없다.

특히 저번에 내가 마왕성에서 빛의 창들고 좀 나서는 바람에 아직도 언론에 내 얘기가 많이 도는만큼...

"흐음..."

...역시 새 술은 새 부대라고, 또 새로운 빌런을 영입하는게 제일 좋을거 같긴 한데...

"지금... 타이밍이..."

나는 제빠르게 머리를 굴려봤다.

그래, 어차피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을 이용한 테러는 월광게이트 이벤트 이후 쭈욱 이루어질거다. 굳이 지금부터 그럴 필요는 없다는 얘기. 일단은 멤버들을 모으는데에 집중해도 늦지 않다.

마왕성 사건 이후로는 두달, 거기에 마지막으로 서은이의 슈트입고 내가 직접 나선것도 그보다 오래됐으니...

나는 달력을 보며 원작 스케줄을 떠올린 채 고민하다, 이내 결단을 내렸다.

그래. 지금 새로운 빌런 영입해서, 걔랑 같이 스타더스한테 테러하러 가자. 내가 스타더스의 아치에너미를 자칭할거라면, 이정도는 해줘야되지 않겠어?

"좋았어, 가자!"

나는 결단을 내렸다.

그래, 그 사람... 이라고 해야하나? 그 신령을 만난뒤 영입해서 빌런타락 시키고 테러하면 때가 딱 맞겠다. 원작에서 보여줬던 강력함을 생각하면... 스타더스도 상대하기 까다롭겠지. 확실히 성장도 될거다.

그렇게 결론을 내린 나는, 원작을 떠올리며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썩 나쁘지않은 계획을.

그렇게 시간이 흐르고.

"하아, 드디어 끝났네. 야 뭐하냐?"

밖에서 훈련겸 대련을 하던 멤버들이 돌아왔다.

최근들어 스타더스의 활약상을 보더니, 쟤를 꼭 이기겠다!이러면서 내가 안시켜도 열심히 일하는 그들.

특히 요즈음은 최세희가 제일 열심히 하는 느낌이다.

"다음 테러 계획 세우고 있었지. 으음..."

내 옆에서 내가 하는걸 보며 수건으로 젖은 머리를 닦던 최세희는, 이내 뒤에 소파에 몸을 털썩 기댔다.

그리고 뒤따라서 아으으...라며 죽는 소리를 내며 걸어오는 서은이. 비틀비틀거리더니 내 옆에 주저앉은 그녀였다.

"오빠...  나 죽겠어요..."

최근에 스타버스터 4호는 완벽하게 만들겠다며 이것저것 하는데다가 훈련까지 하며 바쁘게 지내던 그녀.

이내 아아-거리더니 앉아서 꾸벅꾸벅 졸기 시작하는 서은이였다.

...얼마나 피곤한거야?

그렇게 내가 서은이한테 근처에 있던 담요를 덮어주고 있자, 은월이도 한쪽편에서 피곤한 기색으로 다가왔다.

"으음... 다인오빠, 저도 한숨 잘게요."

그러더니 졸고있는 서은이 옆에 앉아 같이 한 담요를 덮어쓰고 소파에 기대 졸기 시작하는 그녀.

...원래 은월이는 그래도 강한만큼 대련 후에도 비교적 멀쩡했는데, 아무래도 다들 강해지다보니 그만큼 상대하기도 버거워져 금방 피곤해졌나보다.

그렇게 서로 기댄채 졸고있는 서은이랑 은월이를 지켜보다, 나는 문득 생각이 떠올라 고개를 돌렸다.

잠깐. 서은이와 은월이가 이렇게 피곤해할정도면, 매일 피곤해하던 서자영은 어쩌고 있는거야?

그래서 고개를 몇번 둘러보자, 나는 바로 서자영을 발견할 수 있었다.

거실 입구앞에서 벌써 이불깔고 자고있는 그녀의 모습을.

...빠르네.

다들 피곤해서 골아떨어진 모습.

그걸보며 내가 조용히 티비소리를 낮추고 있을때.

"뭐야, 다들 자네?"

그런 목소리가 들려왔다.

뒤를 돌아 목소리의 진원지를 파악해보니 보이는 눈을 빛내고있는 최세희.

다들 피곤해서 졸고있을 때, 혼자 소파에서 언제 뜯었는지 모를 바나나우유를 마시고있는 그녀였다.

"야, 너는 안 졸려? 이번에 여기서 소리만 들어도 격하게 싸운거 같던데."

"아, 나는 뭐. 훗. 체력 하나는 예전부터 자신 있었잖아?"

그렇게 말하며 쿨하게 씨익 웃는 그녀였다.

음, 근데 애들이 졸고있다보니 서로 목소리를 낮춰말하니까 잘 안들리네.

그래서 나는 자리에서 일어나 최세희가 앉아있는 소파 옆으로 가 털썩 앉았다.

내가 옆자리에 앉자 음?거리며 바나나우유를 빠는 최세희.

어깨까지만 내려오는 약간 단발같은 오랜지색 머리카락과, 그녀의 나를 바라보는 노란 눈동자를 문득 바라본 나는, 나도 모르게 충동적으로 말했다.

그래. 원래 혼자가려 했는데, 그것보다는 둘이 가는게 더 나을거같기도.

"우리 둘이 같이 떠날래?"

"....응?"

내가 그렇게 말을 꺼내자, 갑자기 입에 물던 빨대를 툭 하고 놓치더니, 당황하기 시작하는 그녀.

"가, 갑자기? 아니, 잠깐만. 어딜?"

뜬금없이 횡설수설하기 시작하는 그녀를 보며 나는 담담하게 말했다.

"새로운 빌런 영입하러. 원래 나 혼자 가려고 했는데, 너만 괜찮으면 둘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거 같아서."

"...새로운, 빌런. 그래 그럴줄 알았다.... 근데 잠깐, 너랑 나랑 둘만이서?"

내 새로운 빌런 언급에 순간 차갑게 변한 그녀의 눈은, 둘이서만 가자는 말에 다시 원상태로 돌아왔다.

"어. 굳이 다같이 갈 필요는 없어보여서."

사실 혼자가도 상관없는데, 그래도 혹시몰라 한명정도는 같이 가는 것도 나쁘지 않을까 싶었었다. 그리고 최세희가 자기가 체력이 좋다는 말에 충동적으로 생각나서 물은거고.

왜 체력이 중요하냐?

등산해야 하거든.

"뭐, 좋아. 가자고, 어디든."

자신에게 닥친 비극을 알아차리지 못한채 씨익 웃으면서 그렇게 답하는 최세희.

나는 그런 그녀를 마주보며 미소지은 채 고맙다고 답해줬다.

...고맙다.

거기 나 혼자 가긴 좀 그랬거든...!

***

그렇게 며칠이 지난 후.

새로운 멤버를 영입하겠다고 마음을 먹은 그날 바로 모두에게 그 말을 전한 나는, 이내 그 상대가 있는 곳으로 갈 준비를 하기 시작했다.

"...아니, 오리털 패딩은 왜 챙겨야하는거야? 아직 겨울도 아닌데."

"다 이유가 있어. 자, 목도리도 넣고."

"...우리 무슨 남극가는건 아니지?"

"다인씨, 여기 핫팩이요."

"아, 감사합니다 수빈씨."

"...오빠, 또 위험한거 하는건 아니죠?"

"이번엔 진짜 아니니 걱정마."

...별 문제만 안터진다면 말이지.

그렇게 집에서부터 툴툴거리는 최세희를 달랜 뒤, 가을 초입부터 방한복장을 챙긴 우리는 여행을 떠났다.

강 건너 다리 건너 터널 건너, 끝내 목적지에 도착한 우리.

그렇게 또 내려서 한참을 지도보고 해매고 걸어서야, 우리는 목적지에 도착할 수 있었다.

"여기야?"

"어."

그렇게 풀들과 나무를 해쳐 우리가 도착한 곳은.

산골짜기 깊숙한 곳에 뜬금없이 눈으로 뒤덮여있는, 거대한 설산이였다.

"...아니, 무슨 한국에 이런대가 있었었냐?"

"숨겨져 있으니까, 일반인들은 잘 모르지."

"어쨌든 여기 위에 올라가면 되는건가?"

"어. 아마 이 꼭대기쯔음에 있을거야."

"오... 뭔가 오랜만에 모험을 떠나는 것 같아서 익사이팅한데?"

높은 산을 바라보더니 도전해보고 싶다는듯 은근 신난 기색으로 그렇게 말한 그녀는, 문득 생각났다는 듯 내게 물었다.

"아니... 잠깐, 근데 생각해보니까 대체 누가 이 설산 꼭대기에 사는거야? 인간은 맞어?"

"인간... 이라고 할 수 있으려나?"

"뭐라?"

인간보다는 신령에 더 가깝긴 한데... 인간으로도 아마 변할 수 있을거다. 확신은 없지만.

"어쨌든, 올라가보자. 보면 알거야."

"뭐 그렇다면... 오케이, 가보자고!"

그렇게 말한 최세희는 씨익 웃으며, 산을 향해 첫발을 밟기 시작했고.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 발을 옮기기 시작했다.

기다려라 스타더스.

내가 싱싱한 빌런 한명 데리고 갈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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