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94화 (194/328)

우여곡절 끝에 다인이 떠난 이후, 그날 밤.

PMC의 4인방은 방안에 모여, 침울하게 가라앉아있었다.

"....다인쌤은, 진짜 간걸려나...."

무릎에 얼굴을 파묻은채, 그렇게 중얼거린 2호.

베이지색 머리카락으로 자기의 얼굴을 가린채, 그렇게 중얼거리는 2호를 향해.

아빠다리로 앉아있던 붉은 단발머리의 3호는, 이내 애써 밝은 목소리로 말했다.

"...그래도! 주에 몇번씩은 우릴 봐줄려고 온다고 하셨잖아. 너무 상심해있지 말자!"

"싫어... 난 매일 보고싶다고요... 다인쌤..."

그러나 그런 3호의 말은, 바닥에 축 쳐져서 찡찡거리는 작은 몸집의 4호의 말에 의해 막혔다.

"...사실, 나도 보고싶어."

이내 3호마저 그렇게 축 처진 목소리로 속마음을 인정한뒤, 벽에 떨썩 머리를 뉘였고.

그렇게 3명은 다시 축 쳐져버렸다.

집도, 친구도, 가족도 모든걸 잃고 버려졌을때, 지푸라기라도 잡는 심정으로 자원했던 이 PMC.

그리고 그렇게 모인 상처입은 그녀들을 응원하고, 위로하고, 인정해준건 오직 다인, 그였다.

이제까지 느끼지 못했던 보호자-라는 존재의 따스함을 처음으로 느낀 그녀들.

그렇기에 그만큼 다인에게 의지하고, 심리적으로 기대고 있었던만큼 그가 떠났을때의 충격은 컸다.

그렇게 모두가 침울하게 침전하던 그때.

벽에 등을 기대고 눈을 감고있던 회색 묶음머리의 남자, 1호가 흥하고 코웃음 치더니 입을 열었다.

"...너희들, 전부 바보인가."

"뭐라고? 야 이세검, 넌 다인쌤 이대로 간게 슬프지도 않냐?"

"당연히 나도 안타깝지, 그런데 이렇게 축 쳐져서 찡찡거린다고 뭐가 달라지나?"

거기까지 말한 그는 눈을 뜨더니, 검을 쥐어잡고 말했다.

"...다인, 그가 우리에게 해준 말이 무엇인지 벌써 잊은건가? 앞으로 세계에는 큰 위기가 닥칠거다, 그리고 그때 나서야 할게 우리고. 다인의 뜻을 저버릴 샘인가."

"그거랑 지금 다인쌤이 우리 버리고 간거랑 무슨 상관..."

"상관있지. 우리가 더욱 노력해서 더 강한 경지로 올라가면, 그도 다시 우리를 바라봐주지 않겠어?"

1호가 그렇게 열정에 불타오르는 눈으로 말하자, 다들 '...그런가?'라며 넘어오는 모양새였다.

그리고 그 기색을 느낀 1호는, 더욱 확실하게 쐐기를 박았다.

"그래. 그가 우리를 떠날 수밖에 없던 이유를 뭐라고 설명했어. 회사내에 더욱 중요한 업무가 있어서 어쩔 수 없었다 하지 않았나. 그럼 우리가 더욱 성장해 그 '중요한 업무'가 된다면, 그도 다시 우리에게 돌아오지 않겠어?"

그는 그렇게 말하며, 창밖에 어두운 밤하늘의 별빛을 바라보며 중얼거렸다.

"그래... 마치 그 히어로, 스타더스처럼 강해진다면... 그가 우리를 다시 돌아봐주지 않겠어?

1호.

이 4명중에 4호 다음으로 나이가 어린, 미성년자인 그.

비록 어린 나이였지만 유년기때부터 범죄조직에서 사냥개로 구르며 세상 못볼꼴을 다 본 그는, 그 나이대 애들에 비해 조숙했다.

그러나 아무리 조숙하다 해도 애는 애. 어린 나이부터 사냥개로 살아오며 마음이 병들어있던 그는, 겉으로는 무덤덤한척 하지만 속으로는 큰 상처를 지닌채 살고 있었다.

그리고 그런 그의 마음을 처음으로 알아봐준게 다인, 그.

'...울어도 괜찮아. 눈물을 흘리는건 부끄러운 일이 아니니까.'

그날 밤, 다인과 속에 모든걸 털어놓는 대화를 나눈 이후, 1호는 결심했다.

그를 내 진정한 스승으로 여기겠느라고, 앞으로 그의 검이 되어 살겠노라고.

잠시 짧은 회상을 마친 1호는, 널부러진 나머지 3명에게 말했다.

"그러니, 죽을듯이 훈련해 앞으로 나아가는 수밖에 없다. 결국 그가 말한 위기인지 무엇인지가 오면, 결국 그는 다시 우리를 찾을거니."

"...그래도."

"그리고, 어차피 다인은 늘 주마다 우리에게 찾아오겠다 했다. 만약 실력이 늘지 않아 정체된 모습을 보인다면, 그도 우리에게 실망할 수도 있지 않겠어?"

"으... 그런가..."

그렇게 3명은 나름 납득한 모습을 보였다. 그래, 듣고보니 그것도 맞는 말 같았다. 계속 성장하다보면 그도 다시 우리를 돌아보지 않겠어?

다들 그런 생각을 하며 나름 희망에 부풀어 오르고 있을 그때.

조용히 듣고만있던 2호가, 손가락을 들어 올리더니 모두에게 말했다.

"그리고, 우리가 또 해야할 일이 있어."

"...무엇이지?"

1호의 그런 대답에, 2호는 조용히 생각에 잠겼다.

베이지색의 머리를 가진 그녀, 2호.

유년시절 자신이 부모가 없다는 점을 놀리며 괴롭히던 동급생에게 화나, 자신도 모르게 능력으로 빛의 화살을 날려 쏜 그녀.

다행히 인명피해는 없었지만, 다쳤기에 아이의 부모는 노발대발. 이야기가 와전되다보니 그녀가 무슨 칼부림이라도 한 것처럼 결론지어 순식간에 괴물마냥 몰린 그녀는, 도망치듯 학교를 떴었다.

그때 이후로 생긴 기본적인 남을 잘 믿지않는 성격.

늘 타인에게 까칠하고, 적대적이게 된 그녀. 그러나 마음 속 깊은 곳에는, 나도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고 싶다. 그런 감정이 있었고.

이를 수면 위로 끄집어올리고, 자신의 상처를 위로해준게 다인이었다.

'실수해도 돼. 사람은 누구나 실수를 하니까. 만약 다른 사람들이 너의 실수 한번으로 모두가 널 헐뜯고 욕한다 해도... 나만은, 너를 믿어줄게.'

그녀는 처음에 그를 밀어냈다. 그도 다른 어른들과 똑같다고 생각했기에, 가식에 절여있다 생각했기에.

그러나 그는 그녀가 틱틱거림에도 끊임없이, 진심으로 그녀를 대해줬고.

그렇게 다인에게만 마음을 연 그녀는, 이대로 그와 스승과 제자라는, 공적인 관계로만 끝날 생각이 없었다.

그런 생각을 하며, 2호는 입을 열었다.

"그럼 훈련은 그렇게 하고, 남는 시간에는 다인쌤에 대해 조사해보자."

"다인쌤을... 조사?"

"그래, 생각해봐. 그정도의 실력자가, 지금까지 한번도 대중에게 노출이 안됐을리가 있어? 분명 신분을 숨기고 어디선가 나서고 있을거야. 히어로던 뭐던 간에."

거기까지 말한 2호, 서채영은 입꼬리를 씨익 올리더니 말했다.

"그렇게 그의 진정한 일면을 알아내는거야... 그럼 그도 우리한테 숨기는거 없이 다 털어놓게 되어 더 가까워질수 있고. 어때?"

"오, 나쁘지 않은데?"

"...맞는 말인거 같애요. 전 지금부터 예전 히어로들 쪽을 살펴볼게요."

그렇게 다를 다인의 뒷조사를 할 생각에 의욕에 불타고 있을때.

이를 말려야 할 1호는, 벽에 등을 기댄채 조용히 생각하고 있었다.

'...정체를 숨기고 활약을 하고 있을거라, 그래. 그럴 수 있어.'

그가 몸담은 조직에서도 다인과도 같은 실력자는 보기 힘들었다. 그리고 그가 자신들의 훈련을 도와줄때 보인 모습은, 전투경험이 없다면 말이 안되는 모습들.

그렇게 다인이 그들에게 그냥 '유성그룹의 서류직으로 일한다' 라고 한 말은 그저 변명일 확률이 농후. 정말 다른 일을 하고있을지도 모른다.

특히, 그가 유성기업과 관련되어있다는걸 생각하면...

'예전에 조직에서 분명, 어떠한 일이 있어도 유성기업과 관련된 일은 건드리지 말라고 했었지.'

겉으로는 깨끗한 기업인척 하지만, 실상은 대한민국을 손에 넣고 좌지우지하는 흑막이라고.

그런 유성기업과 관련된걸 보면, 다인은 조용히

음지에서 빌런으로 활동하고 있을수도 있겠다.

그렇게 1호는 나머지 셋에게 그런 자신의 견해를 전했고, 다들 그 말을 듣더니 참고하겠다고 고개를 끄덕였다.

"뭐, 쌤이 빌런이던 히어로던 큰 문제는 없으니까."

2호가 그정도만 말했을 뿐.

그렇게 이날을 기점으로 PMC 일원들에게는 두가지의 큰 과제가 생겼다.

하나는 매일 훈련과 대련을 반복해, 더 높은 단계로 성장하는 것이요.

두번째는 다인 몰래 그의 뒷조사를 해, 그의 숨겨진 정체를 밝혀내는 것.

오직 이 둘뿐이었다.

***

"무언가, 포위망이 좁혀드는 기분이..."

"무슨 뜻이에요 오빠?"

"아니, 그냥 쎄한 기분이 들어서..."

원작에서 스타더스에겐 두가지 능력이 있었다.

별빛의 힘으로 하는 신체강화와 비행 능력이 그것.

그리고, 정식 능력으로는 인정받지 못했지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또하나의 능력, 바로 초감각.

근데 요즘 나는 이런 생각도 하고 있었다.

사실 따지고보면 스타더스와 나와 힘의 뿌리는 같은데... 어쩌면 나한테도 초감각이 있는게 아닐까?

아니면 가끔 느껴지는 이 싸한 기분이 설명이 안돼.

뭐, 그럴리는 없겠지만. 그냥 기분탓과 컨디션 문제겠지.

근데, 그보다도...

"애들아, 이제 좀 떨어지는게 어떻겠니?"

"싫어요, 오빠가 또 어딜 도망갈줄 알고."

"응응, 맞아요."

"그래~ 감내해~"

내 오른쪽에서 팔을 붙잡고있는 서은이, 왼팔을 잡고있는 은월이, 그리고 아예 내 다리를 배고 누운 서자영까지.

"아니... 이제 돌아왔는데 어딜 가겠어. 나 더워..."

"에어컨 틀어줄게요."

"이제 거의 가을인데 무슨 에어컨..."

삐빅. 그런 소리와 함께 에어컨이 켜졌고.

나는 그 사이에서 허탈한 한숨을 흘렸다.

"흥. 두달만에 돌아와놓고 이렇게 될 줄 몰랐어요?"

"다인씨. 과일이라도 드세요.

"아, 고맙습니다 수빈씨. 서은아, 과일 먹게 손 좀..."

"아니, 그냥 제가 넣어드릴게요."

"잠깐... 읍."

그렇게 수빈씨가 준 오렌지를 씹으며, 나는 쉬었다. 팔이랑 다리가 저렸지만...

하여튼, PMC 키우기를 무려 두달이나 투자해서 성공적으로 끝냈다.

그럼, 이제는..?

또 테러나 해야지.

스타더스는 아무리 성장시켜도 부족하다고.

나는 그렇게 다음 계획을 짜기 시작했다.

일단 좀 쉬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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