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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92화 (192/328)

이설아에게 완공된 PMC 훈련 건물을 양도받은 이후.

나는 며칠간 서은이와 은월이와 함께 기구들을 다 갖다놓고 단장을 한 뒤, 드디어 다른 이들을 맞이할 준비를 마쳤다.

"...오빠, 진짜 그냥 실명을 까고 할거에요?"

물론 내가 아예 얼굴도 까고 이름도 까고 이 모든 일을 벌인다는거에 서은이가 걱정을 하긴 했지만, 나는 별 생각 없었다.

애초에 이미 스타더스도 내 이름과 얼굴을 아는 마당에... 오히려 당당하게 나가는게 전략. 거기에 어지간하면 이 유성건물 내부에서만 있을 예정이라 별 상관도 없었다. 이설아가 언론도 먹은 상황에서 외부에 노출될 리도 없고.

그렇게 나는 유성그룹 PMC 총괄담당으로 공식적인 직위를 획득했다. 이미 뒤에선 A급 빌런인 상황에서 무슨 의미가 있겠냐만은...

하여튼 그렇게 서은이도 다시 집으로 돌아가고.

건물에는 나와 은월이만이 남았다.

"은월아... 알지?"

"네 다인오빠!"

"그래. 너만 믿는다."

그렇게 은월이를 벽 뒤로 보낸 이후.

나는 한번 헛기침을 한 뒤, 로비에서 기다리고 있을 우리 PMC 일원들을 만나러 갔다.

자, 어디 에고스쿼드 멤버들 한번 실물을 봐볼까.

***

원작 후반, 세계가 거의 멸망 직전까지 다다르며 빌런들은 날뛰고 괴물들이 튀어나올 무렵.

이미 망해가는 나라를 스타더스가 홀로 지키며, 그녀는 그야말로 눈물없이 볼수는 없는 피폐한 일대기를 그려나간다.

특히 히어로들은 거진 다 탈주해 사실상 협회 쪽 전력은 스타더스 혼자인데, 빌런들은 들끓는 상황. 물론 이것도 그나마 이설아가 치안을 어느정도 통제한건데도 불구하고 감당할 수 없었는지 나라가 그냥 개판이 된다.

그리고 그 사태를 막기위해 내가 생각한 것이, 다른 능력자들을 고용하자. 미리미리 얘들을 키워놔서, 나중에 종말이 찾아올때 스타더스를 도울 수 있도록 하자는 것. 그녀가 혼자서 자잘한 것까지 전부 모든걸 할 필요는 없도록.

그런고로, 지금 내가 하는게 굉장히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이 어린새싹들. 나중에 스타더스를 도와 세계를 지키게 될 애들이 마인드가 똑바로 박혀있어야 되지 않겠어? 비록 능력 자체는 우리 에고스트림 정예들에 비하면 떨어지지만... 그건 애초에 내 주위들은 전부 원작에서 몇손가락 안에 드는 인물들인거라 그런거고, 이 애들 정도만 해도 나름 강한편인거다.

하여튼 결국은 나의 역할이 꽤나 중요하다고 할 수 있다. 내 목표는 얘들의 능력을 지금보다 성장시키고 밥값을 할 수 있도록 만드는 것.

그렇게 나는 현재, 4명의 아이들을 바라보고 있었다.

"안녕. 너네들이 이번 유성 PMC에 뽑힌 애들인가? 난 너희들의 담당이 될 다인이라고 한다. 잘부탁한다."

"넵! 안녕하세요!"

"...안녕하세요."

"....안녕하십니까."

"....."

난 나에게 인사하는 4명의 애들을 바라봤다.

내 에고스쿼드... 유성스쿼드의 초창기 멤버들이자, 제일 정예가 될 이들.

난 일단 간단한 통성명을 한 뒤, 얘네들을 지하의 뻥 뚫린 대련실로 대리고 내려왔다. 아직 낯설어서인지 서로 쭈뼛쭈뼛한 애들의 모습.

그렇게 애들을 대리고 밑으로 온 나는, 대충 포즈를 잡고 엄숙한 목소리로 말했다.

"...이곳에 온 이상, 너네들의 이전의 신분은 다 버린다고 생각해라."

"이제부터 너희들은 개개인의 존재가 아닌, 우리 유성스쿼드의 멤버들이다. 알겠나?"

"자. 앞으로 너희들을 부르는 호칭은... 1호, 2호, 3호, 4호다!"

"....엄, 네."

내 갑작스러운 말에도 다들 살짝 당황하더니 고개를 끄덕이는 애들.

...음, 역시 다들 착한거같다. 물론 내가 원작과 사적감찰을 통해 성품이 착한 애들만 골라왔으니 당연한 거겠지만. 물론 그러다보니 PMC에 지원한 이들이 엄청 많았는데도 그중에 단 4명만 선별되긴 했지만... 후회는 없다.

그런 생각을 속으로 하며 헛기침을 한 나는, 제일 앞에있는 남자아이한테 말했다.

"자 그럼, 1호 앞으로! 너의 실력을 한번 보여줘봐라!"

"....알겠습니다."

내 말을 끝으로, 1호가 앞으로 나왔다.

회색빛 머리카락을 묶은머리로 하고있는, 날렵하게 생긴 검을 허리에 찬 남자애. 뭔가 사연 있어보이는 어두운 표정과, 조용하게 말 수 없는 성격이 특징.

원작에서 '조용한 무사'라는 이름으로 불리던 그. 어디 범죄조직의 사냥개로 살다가 거길 도망친 이후, 몸을 의탁할 곳을 찾다보니 우리 PMC에 지원하게 된 모양.

원작에서는 그런거 없이 그냥 떠돌다가 나중에 월광교가 괴물들이 대한민국을 집어삼킨 이후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그냥 엑스트라에 능력 자체도 평범했던걸로 기억하지만... 몇 안되는 성격 좋은 이였으니 바로 캐스팅.

"자, 네가 싸워야할건 이거란다!"

나는 그렇게 말하고는 버튼을 눌러 대기하고 있던 서은이가 만든 실력 테스트용 기계를 출격시켰다.

거대한 모습의 무슨 공룡처럼 생긴 로봇이 벽에서 튀어나오자 살짝 당황하는 나머지 3명.

그러나 우리의 하얀머리 칼잡이는 그런 동요 없이 조용히 검을 빼들더니, 이내 내 테스트병기를 향해 달려들었다.

[크롸롸롸롸롸롸!]

그렇게 그는 빼어든 검을 들고, 그냥 공룡을 향해 점프해 버렸다. 그러더니 슥삭슥삭 하며 싸우기 시작한 녀석.

쟤 능력이 뭐였더라... 바람의 힘을 쓸 수 있다나 뭐라나.

그 덕에 빠르게 이동할 수 있고, 검도 바람과 함께 휘둘러서인지 일반인보다 더 파괴적인 능력을 낸다고 한다.

하여튼 그렇게 투닥투닥 거리더니, 끝내 공룡로봇을 쓰러트린 1호.

그렇게 걔를 바라보며 조용히 실력체크를 하고 있던 나는, 고개를 끄덕인 뒤 2호를 불렀다.

"자, 2호. 다음은 너다!"

"에... 바로 저요? 뭐, 알겠습니다."

그렇게 뭔가 건성으로 말하더니, 읏차하고 활을 들고일어난 여자애.

그렇게 내가 다른 공룡로봇을 출격시키자, 그녀는 활을 들고 먼거리에서 조용히 그것을 향해 겨누기 시작했다.

분명 활사위가 없었는데도, 시위를 당기자 이상한 빛의 화살이 생성되는 모습.

그렇게 핑하고 놓자, 빛의 화살은 빠른 속도로 달려들어 놈에게 꽂혔다. 위력은 그렇게 강해 보이진 않았지만.

나는 그렇게 먼거리에서 도망치며 입으로 '얍, 얍.' 거리며 활을 쏘고있는 여자아이를 바라보았다.

...사실 쟤는 원작에서는 못봤던 애다. 다만 저런 식의 능력은 들어보지도 못했고, 포텐셜도 있어보여서 영입 했을뿐. 아니, 화살이 없는데 활을 쏴? 이게 로망이지...

물론 이설아의 철저한 뒷조사에 의해 애가 나쁜 애가 아니라는 판단이 서서긴 한데, 하여튼.

그렇게 좀 시간이 걸려 2호도 그것을 쓰러트린 뒤, 나는 자연스럽게 3호를 불렀다.

"넵! 드디어 제 차례군요! 제 실력을 보여드리죠!"

빨간색 머리카락을 한 채, 자신있다는 듯 웃음을 터트리는 여자아이.

뭔가 운동을 좋아하게 생긴듯, 활발해 보이는 그녀는 곧바로 손에서 불을 뿜더니 테스트 로봇에 달려들었다.

3호. 원작 최후반에 나오던 애. 얘도 괴물들의 잔해에 깔린 사람들을 구하는 모습으로 처음 등장한다. 그러자마자 바로 다음에 죽어버려서 그렇지...

하여튼, 포텐셜을 있어보이는 애였다. 제대로 키우기만 한다면.

그렇게 무식하게 괴물을 주먹으로 쥐어패는 그녀.

나름 힘겨운? 사태끝에 겨우 겨우 놈을 무찌른 모습을 본 뒤, 나는 마지막으로 4호를 불렀다.

"자, 출격!"

"으음..."

파란 단발머리를 한 여자아이.

그녀는 살짝 머뭇거리더니, 에잇하고 무슨 비눗방울같은걸 날렸다.

...그만 알아보자.

어쨌든 그렇게 좌충우돌 4인방의 실력테스트가 마무리되고.

나는 조용히, 걔네들을 불러모은뒤 말했다.

"너네는 너무 약하다."

그런 내 말에 살짝 충격받은 듯 당황한듯한 애들의 모습.

어찌보면 당연하다. 뭐 시간이 좀 걸리긴 했지만 그래도 결국 저 공룡닮은 병기를 물리치긴 했으니까. 심지어 저건 불도 뿜는데!

그러나 분명 약했다. 물론 염동력이랑 순간이동 두개 달랑있는 나보다는 강하겠지만,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과 비교하면 민망할정도로 약한 수준.

즉 지금은 충격요법을 줄 때.

그러나 나는 말했다시피 몇번 쓰면 끝인 나약한 내 염동력으로는 뭘 보여줄 수가 없다.

그런만큼, 저기 벽 뒤쪽에 숨어 나를 지켜보고 있을 은월이가 중요할 때.

자, 내가 제일 잘하는거. 쇼를 한번 해볼까.

그렇게 너희들은 너무 약하다! 선언에 뭔가 '그럼 넌 얼마나 강한데?'라는 불퉁어린 시선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는 애들의 시선을 받으며, 나는 큰 소리로 외쳤다.

"자, 테스트 기체 하나 더!"

내가 그렇게 외치자 열리는 대련실의 벽.

그곳에서 또 아까와같은 나름 큰 공룡로봇이 크롸롸롸롸 울부짖으며 튀어나왔고.

나는 아까부터 손에 낀 장갑을 매만지며, 조용히 앞으로 걸어갔다.

'은월아, 준비됐지?'

너만 믿는다.

그렇게 애들을 지나쳐 그 큰 로봇앞에 선 나는.

활짝 핀 손을 높게 하늘로 펼친 뒤.

꾹, 하고 그대로 주먹을 강하게 쥠과 동시에.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앙.

내 앞에 있던 로봇이, 그대로 찌그리듯 짓눌리더니 굉음과 함께 폭발했다.

그야말로 누가 보더라도 내가 주먹을 움켜쥐며 무언가의 능력으로 저 로봇을 박살낸 듯한 모습.

그러나 실상은...

'고맙다, 은월아!'

나는 저 벽 어딘가 있을 은월이한테 속으로 감사의 인사를 건냈다.

당연히 이는 은월이랑 짜고 친 고스톱. 내가 주먹을 쥔 그 순간, 숨어서 대기하고 있던 은월이가 나대신 저걸 공격해 마치 내가 쓰러트린 것처럼 꾸민다.

그야말로 기만술 그 자체이지만... 그걸 저 애들이 알 방법은 없지.

그렇게 나는 뒤에서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와 튀어오는 파편을 느끼며.

그 폭발의 현장으로부터 뒤를 돌아서, 자기들은 몇십분만에 겨우겨우 쓰러트린 병기를 단 몇초만에 쓰러트린 날 멍하니 바라보는 애들의 시선을 보며.

씨익 웃은채, 선언하듯 말했다.

"너희들은 앞으로, 이렇게 할 수 있을만큼 강해져야한다."

그래야 스타더스를 도울 수 있겠지.

그러니 그럴려면, 당연히.

굴러야겠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사악한 웃음을 흘렸다.

자, 착한 모두의 에고스틱에서 공포의 훈련소 조교가 될 순간이다.

***

'....강하다.'

회색 빛 묶은머리를 하고 있는 남자, 이세검... 아니, 이제 1호인 그는. 자신의 앞에 있는 다인이라는 남자를 보며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다른 이들은 몰랐겠지만, 감각이 예민한 그는 느낄 수 있었다. 저 남자가 주먹을 쥔 순간, 저 병기의 가운데서 에너지가 응축되더니 그대로 터지는 그 모습을. 심지어, 저 다인이라는 사람은 의도적으로 능력을 제한하기도 했다.

...사실 이건 백은월의 능력이었으나, 그는 거기까진 몰랐다.

'...우리 조직에 있던 그들보다도, 훨씬 강해.'

그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신의 검을 부여잡았다.

저 남자를 따라 노력하다보면, 자신도 그만큼 강해질 수 있을까?

그러면. 이 과거의 주박도 끊을 수 있을까.

1호는 그런 다짐을 하며, 자신의 검을 쥔 손에 힘을 주었다. 그래, 여기서 노력하자. 그리고, 조직을 박살내는거다.

...그런 그는, 자신이 앞으로 생각보다도 더 빡세게 굴러야한다는 것까지는 예상하지 못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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