카테달에 갔다온 이후.
특급 정보도 푸랴, 일본 빌런 보스와도 접촉하랴 나름 바빴던 나는 집에서 힐링을 좀 하고있었다.
[현재 서울 영등포구에 나타난 S급 빌런 세븐헌을 히어로 스타더스가 맞서 싸우고 있습니다! 현장영상, 이재현 기자가 전해드립니다!]
"캬. 이게 히어로지."
한 손에는 팝콘을, 다른 손에는 컴퓨터를.
요즘음은 하도 바빠져서 마음편히 쉴 시간도 드물었지만, 그래도 스타더스의 라이브 영상은 꼬박꼬박 본방 사수를 하고 있었다. 주로, 스타더스가 얼마나 강해졌는지를 보는 재미로.
"...야, 이제는 진짜 저 스타 펀치를 자유자재로 다루네."
나는 노란 빛을 내는 주먹으로 빌런을 패고있는 스타더스를 보며 감탄했다.
스타펀치. 원작 팬들이 애칭으로 부르던 스타더스의 기술 중 하나로, 주먹에 별의 힘이 담겨서인지 빛이 난다는게 특징. 당연히 그냥 공격보다 훨씬 쎈 위력을 보여준다.
...원작에서는 극한상황에 이르렀을때 필살기로 쓰이다가, 경지에 오른 순간부터 자유자재로 쓸 수 있게된다. 내 기억엔 그게 월광게이트 사건 이후로 기억하는데, 벌써 쓸 수 있다는건 그야말로 엄청난 성장.
저번 마왕과의 싸움이후 각성한걸로 보이는데, 그야말로 대단한 일이었다. 아마 본인 스스로가 제일 잘 알지 않을까. 저 스타펀치를 쓰면 그냥 빌런들이 픽픽 쓰러진다는 걸.
하여튼 그래서 좀 더 안심할 수 있었다.
앞으로 일어날 재앙들을, 지금의 스타더스라면. 여기서 더 성장만 한다면, 충분히 막아낼 수 있을거 같아서.
'....벌써 원작으로 따져도 꽤 많이 진행됐네.'
나는 그렇게 속으로 중얼거렸다.
하긴, 뉴스만 틀면 알 수 있다. 빌런은 매일 나타나지, 세계는 박살나고 있지.
다들 아직 깨닫지는 못했지만, 슬슬 자기들도 모르게 느끼고는 있을거다. 뭔가 세상이 점점 더 이상해진다는 것을.
브라질이라는 나라는 아예 망했다.
일본은 타락한 정부와 빌런들의 싸움이 점점 심화되고 있다.
S급 빌런들끼리 모여 카테달이라는 연합을 구성했다.
우리 대한민국은 무슨 마왕같은게 나오고 앉아있고...
'거기에 몇개월 있으면, 인류가 한번 멸망하지.'
물론 말이 멸망한다는거지, 결국 그 시간능력자가 자기 몸 하나 불살라서 '없던 일' 취급 되긴 할거다. 그러나 대신 그 인류의 최후의 보루인 사람이 죽으니, 상황은 당연히 악화된다고 할 수 있고.
거기에 이제 우리 월광교가 대한민국을 넘어 전세계를 상대로 괴물까지 쏟아부어주면 금상첨화. 아무튼 개판이 펼쳐질거다.
즉, 그전에 미리 나도 어느정도 다른 능력자들을 키워 대비를 할 필요가 있다는거. 스타더스가 몸이 여러개가 아닌만큼, 원작을 봤을때 앞으로를 생각하면 미리 다른 영웅들을 육성해놓을 필요가 있다.
그렇게 시작된게 이설아와 내가 합쳐서 만든 영웅육성학원... 이 아닌 PMC. 능력자들을 모아 유성그룹 이름으로 키운뒤, 나중에 재앙이 터졌을때 걔들을 굴려서 막는다.
그리고 시간이 남은 지금, 그걸 본격적으로 시작할 때가 되었다. 이미 모집은 끝났으니까.
"흐음...."
그런고로 스타더스 라이브 이벤트를 본 이후, 나는 서류를 들고 PMC의 최종 컨펌을 하고 있었다.
예상도 못했지만, 은근 지원이 많이왔다. 원작에서 봤던 이름들부터 생전 처음듣는 이름들까지.
그렇게 원작에서 본 애들 중 점찍어놓은 애들은 승인하고, 원작에서 본적 없는 애들은 서은이와 유성그룹의 힘으로 철저히 조사한 뒤에 컨트롤 될거같은 애들만 승인했다.
그렇게 이리 거르고 저리 거르다보니, 결국 남은건 단 4명.
'....좀 적은거 같긴 한데 ... 뭐, 어차피.'
얘들은 내가 직접 가르칠거라 이 정도만 뽑은거고, 앞으로 이 애들 다 키우고 2차 모집할 땐 몇십명씩 뽑을거니 큰 문제는 아니다. 나중에는 거대한 에고스트림 사단이 되어 대한민국을 종횡무진...
그렇게 최종 승인을 내고 이설아한테 연락을 한 나는, 이내 한숨과 함께 노트북을 닫았다.
그때 시야의 한쪽에서 갑자기 튀어나온 서은이와 은월이.
"오빠, 다 끝냈어요?"
"어으으... 응? 어, 이제 다했어."
내가 그렇게 대답하자, 서은이는 고개를 끄덕이더니, 뭔가 불안한 표정으로 서류를 힐끔힐끔 봤다.
"....오빠, 그게 뭐에요?"
"응? 말하지 않았어? 그 PMC 애들 꾸리는거. 방금 막 최종 컨펌 냈어."
"음...."
뭔가 석연치않은 듯 손가락을 꼼지락거리는 서은이.
그러더니 그녀는, 내게 작은 목소리로 물었다.
"오빠... 설마 저희 에고스트림을 버리고 다른 팀으로 가려는거 아니죠?"
"응? 갑자기 그게 무슨 소리야. 내가 다른 팀으로 왜가?"
잠시 멍하니있던 나는, 그 소리를 듣고는 화들짝 놀라서 그렇게 말했다. 이게 무슨 뜬금없는 말이야?
그러자 입을 꼭 닫고 불안하게 손가락을 꼼지락거리고 있는 서은이 대신 은월이가 말했다.
"...다인오빠가 자꾸 저희말고 다른 능력자들을 모아서 뭐 만들고, 요즘 걔들한테만 신경쓰니까 서은이가 수상하대요."
"....! 내가 언제! 전 그 뜻이 아니라..."
그 말에 얼굴이 붉어진 서은이가 손을 흔들며 부정했지만, 아무래도 정곡을 찔린 모양.
대체 왜 서은이가 그런 생각을 했는지는 모르겠지만, 나는 최선을 다해서 그게 아니라고 설명했다. 애초에 메인이 에고스트림이고, PMC는 그냥 서브다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장시간에 걸친 내 진심어린 설득 끝에, 서은이는 그제서야 불안을 풀고 납득한 모양새였다.
"그래. 애초에 거기 애들은 다 B급, C급 이런 애들이야.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다들 A급 이상이잖아?"
"흐응... 그렇긴 하죠."
"그리고 우리 천재 해커 서은이에 비하면, 어떤 기술 능력자가 오더라도 다 꿇리지 않겠어?"
"에잇, 오빠. 농담은 그만해요."
그렇게 말하면서도 누가봐도 다시 기분이 좋아진지 살짝 웃는 서은이.
그런 서은이를 보며, 나는 걔들이 오히려 능력이 안좋은 만큼 내가 한동안은 집중적으로 달라붙어 케어를 해줘야 한다는 말은 안하기로 했다. 왠지 하면 안될거같은 기분이야...
그렇게 잠시 급한불을 끄고 한동안 시간이 나는동안, 나는 집에서 쉬기로 했다. 물론 말이 쉰다는거지 재택근무긴 한데, 설렁설렁하니 아무튼 쉬는거다.
...근데 나는 분명 빌런인데, 왜 이렇게 열심히 일하는거지? 원래 빌런은 놀고먹고 테러하고 그러는 이미지 아니였나.
물론 생각해보니까 이 원작부터 대다수의 고위 빌런들은 성실했으니, 어쩌면 내가 평범한 걸 수도 있다. 각박한 현대사회, 어설픈 빌런은 살아남지 못한다...
그렇게 PMC마저 검토하고, 다음에 영입할 새로운 에고스트림 멤버 고민하고, 수빈씨랑 차한잔 하며 시간을 보내다 보니.
어느새, 시간이 다 됐다.
PMC 정식 창설을 할 시간이.
***
유성기업의 PMC, 일명 '유성스쿼드'.
대외적으로는 회장 이설아가 능력자들을 영입해 만든 사조직으로, 회사의 경호를 위해 만든다는 명분으로 창설되었다.
그러나, 실상은 정반대.
이는 A급 빌런 에고스틱인 나와, A급 히어로이자 대한민국의 흑막 이설아 둘이 손을 합치고 만든 한반도 방위용 군사조직.
원작을 통해 미래에 능력자가 많이 생겨나고, 그들의 대다수가 빌런으로 전직하는 상황을 미연에 방지하고, 나중에 들끓 괴물들과 빌런들을 막기 위해 사비로 능력자들을 고용하는 것. 당연하게도 거의 대부분 전투경험이나 마인드 부족하기 때문에, 어느정도 가르치기도 해야하고.
그렇게 히어로와 달리 신분 100프로 보장과, 돈을 퍼준다는 명목하에 모집한 PMC 인원들.
그런 그들을 수용하기위한 곳에, 내가 도착했다.
근데...
"와...."
"어때, 멋지죠? 제가 힘 좀 썼어요."
이설아의 리무진에서 내리자 펼쳐진 높은 빌딩.
꽤 높은 층수에 겉이 전부 하늘색의 유리로 이루어져 번쩍거리며, '유성 PMC' 라는 글자가 맨 위에 번떡였다.
"이야... 뭘 이리 힘줬어?"
"후후, 저랑 다인씨랑 최초로 합작한 프로젝트 아니에요? 당연히 힘 좀 썼죠."
이설아는 그렇게 말하며, 하늘색 머리카락을 찰랑인 채 앞으로 또각또각 걸었다.
이내 나도 그녀의 뒤를 따라갔다.
일렬로 늘어선 경호원들.
그들의 호위를 받으며 건물 내부로 들어서자, 으리으리한 시설들이 날 반겼다.
"자, 여기는 숙식실이고... 여기는 식당... 여기는 여가생활..."
그렇게 나한테 층을 돌며 가이드를 해준 그녀.
PMC 애들 지낼 기숙사같은걸 만들어 달라 했더니, 무슨 협회보다 좋은 시설을 만들어냈다.
"그리고, 지하가 핵심이에요."
지하로 내려가는 엘리베이터에서 날 보고 웃으며 그렇게 말한 그녀는, 문이 열리자 짜잔 하고 내게 만든걸 소개했다.
지하 밑에 있는건, 그야말로 거대한 공간.
무슨 야구장 비스무리한 크기의 공간이 나를 반겼다.
"능력자들끼리 훈련하면, 주로 전투말고 뭘 더하겠어요?"
한은그룹으로부터 빼돌린 첨단 기술로 만들었다는 절대 안부서지는 외벽을 자랑하는 이설아를 보며, 나는 작게 감탄했다. 확실히, 이정도면 에고스트림이 주로 훈련하는 뻥 뚫린 숲 정도의 효과를 낼 수 있겠다.
"야, 이렇게까지 해줄 줄은 몰랐는데, 정말 고맙다."
"훗. 제가 당신한테 받은게 있는데, 이정도야 쉽죠. 그리고 어차피..."
그렇게 말한 이설아는 새초롬하게 웃더니, 내 옷깃을 부여잡은 채 나와 마주 서, 입을 열고 말했다.
"사실 당신이 이거 하는게, 다 여기 모두를 구하려고 그러는거라면서요."
"뭐... 따지자면 그렇지."
"그럼 제가 당연히 도와야죠. 대한민국이랑 유성은 한몸인데."
"하하... 그게 비유가 아니라는게 무섭네."
"뭐 어쨌든, 앞으로도 잘 부탁드려요. 아 그리고..."
"응?"
"요즘 스타더스가 말인데, 좀..."
거기까지 말하더니 살짝 머리를 갸웃한 이설아는, 이내 다시 살짝 웃으며 말했다.
"아니, 뭐 별 일 아닌거같기도 하고. 아무것도 아니에요."
싱겁긴.
피식 웃은 나는, 다시 이설아와 함께 엘리베이터에 올라탔다.
'....그럼 이제.'
새로운 애들을 만날 차례인가.
내 오랜 숙원, 에고스쿼드...가 아닌 유성스쿼드의 일원들을.
...제발 말만 잘들어줬으면 소원이 없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