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90화 (190/328)

미국에는 숨겨진 S급 히어로가 있고.

그의 능력은, 시간을 되돌리는 거다.

내가 그 말을 뱉은 직후, 원탁의 분위기는 살짝 얼어붙었다.

"....."

다들 뭔가 나를 바라보는 표정이, '쟤는 뭔데 저런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는거지?' 라는 얼굴.

하긴, 여기있는 대다수의 빌런들은 그런 히어로의 존재도, 그리고 그런 능력이 실존한다는 것도 몰랐었을테니까.

갑자기 이런 폭탄 정보를 고작 A급 빌런인 내가 던지니, 더욱 황당해할게 당연.

그렇게, 내 말이 끝나자 잠시 얼어붙은 원탁. 직접적으로 나한테 뭔 개소리야?라고 말 한 사람은 없었지만, 거의 그에 준하는 분위기.

그리고 몇몇은, 셀레스트를 힐끔힐끔 바라보기도 했다. 이런 이상한 거짓 정보 푸는 애 제지 안하냐고.

그리고 셀레스트는.

"...."

아무런 말 없이, 평소와 똑같이 눈을 감고 침묵하고 있었다.

당연하지, 왜냐하면 그녀는 이미 알고있었을 정보니까.

S급 히어로 엑스 마키나.

이 세계에서 유일하게 시간을 되돌리는 능력을 가진 남자.

이미 강한 능력자가 넘쳐나는 미국이지만, 그의 능력은 그중에서 듣기만 해도 엄청난 능력인만큼 독보적. 당연히, 그의 존재가 외부로 알려지지 않도록 협회에서 아주 똘똘 감싸고 있다.

주로 미국 협회내 지하 벙커에 있는 그는, 미국 협회장, 미국 정부, 국제협회 총장 모두와 즉석에서 연결할 수 있는 핫라인을 가지고 있을 정도.

그리고 사실... 방금 전에는 굉장히 기세좋게 그가 시간을 되돌립니다!라고 말했지만, 당연히 그 능력은 엄청나게 패널티가 크다.

돌릴 수 있는 시간도 몇시간이 아닌 고작 몇분이고, 그조차도 한번 쓰면 패널티가 엄청나서 다시 쓰기도 쉽지 않은 능력.

그러나 이렇게 온갖 하자가 있어도, 그의 능력은 그야말로 이 세계에서 독보적이었다. 다른건 몰라도, 멸망을 막는데에 한해서.

협회 내에서 그를 부르는 명칭은, 일명 '인류 최후의 보루'. 세계의 멸망을 막을 수 있는건, 그가 유일하다는 거다.

원작에서 나오기를 지금까지 그가 막은 핵전쟁만 수차례, 나라 하나를 붕괴시키는 테러를 막은 횟수도 몇십번.

한마디로 원작에서 그의 의의는, 세계를 더 이롭게 한다긴 보다 최악의 상황만은 일어나지 않게 막아주는데에 있다. 아무리 미치도록 강한 능력자들이 깽판을 치고 다녀도, 적어도 세계가 멸망하는 일은 없을거라는.

그리고 그런 그는.

몇달 있다 죽는다.

...물론 그거까지 얘기했다가는 진짜 점쟁이로 오해받을 수 있으니, 적당히 그의 능력이나 설명해야지.

나는 그렇게 혼란스러워진 원탁에서, 혼자 여전히 살짝 웃는 채로 담담히 설명을 이어나갔다.

"네. 시간을 돌릴 수 있다고 합니다. 다만 돌릴 수 있는 시간이 굉장히 한정적이라, 인류의 멸망만을 막는 용도로 협회에서 관리하고 있다고 하네요."

"....."

여전히 차갑게 굳어있는 원탁.

물론 여전히 못믿는 눈치이기는 하지만, 그래도 몇명은 혹시?하며 살짝 반신반의하는 눈치였다. 아무리 그래도 이런 자리에서 설마 뻥을 칠까 뭐 그런거겠지.

...근데 어째 딴지거는 사람이 없다? 지금쯤이면 한명은 '개소리!'라고 나설 때도 됐는데. 그래, 저번에 그 빨간 모히칸머리 걔처럼.

참고로 걔는 지금 내 옆에서 눈을 빛내며 '역시 형님...! 이런 기밀까지 알고 계시다니...!' 이런 표정으로 나를 바라보고 있었다. 아니, 넌 대체 어쩌다 이렇게 됐니.

...뭐, 물론 안믿어도 상관없다.

어차피 지금 안믿어도 바로 몇달 뒤, 엑스 마키나의 죽음을 통해 카테달의 세번째 회의가 열리기 전에 그의 존재가 만천하에 공개될테니까.

내가 그런 생각을 하며, 말을 마칠 때쯤.

"...저도, 그런 비슷한 소문을 들어본 적 있는거 같네요."

"?!"

원탁 한쪽편에서 들려오는 미성의 목소리에, 모두의 이목이 그쪽으로 쏠렸다.

바로 계속 가만히 듣기만 하던 셀레스트가, 처음으로 입을 열었기 때문.

"....허."

그 셀레스트가, 저 말에 동조를 해줬다.

즉. 방금 나온 말이 정말 사실일 가능성이 높다는 소리.

그렇게 뭔가 웅성거림이 생긴 원탁 위에서, 나는 내색은 안하고 조용히 고개를 끄덕였지만.

사실, 나도 좀 당황하고 있었다.

...아니, 너가 왜 여기서 입을 열어?

그런 생각을 숨긴채, 나는 고개를 슬쩍 돌려 셀레스트 쪽을 바라보았다.

여전히 하얀 성녀복과 면사포로 얼굴을 살짝 가린 채, 언제 입을 열었냐는 듯 조용히 눈을 감고 앉아있는 그녀.

"...."

...대체 무슨 생각인건지 모르겠네.

물론 나한테 있어서는 좋은 일이긴 하다. 순식간에 내 말에 신뢰도가 생긴거니까.

원래 폭탄 정보를 계속 던져, 다른 이들이 나한테 무언가 있다고, 위험한 놈이라고 착각하게 만드는게 목적이었던만큼 나쁘진 않지만... 어차피 저 엑스 마키나라는 놈은 바로 몇개월뒤에 모두에게 존재가 알려질거라 딱히 상관 없기도 했다.

'...셀레스트의 주목을 받게 될거라 생각은 했지만.'

이런 식으로 나설줄은 몰랐다. 근데 뭐, 워낙 속을 알 수 없는 여자니.

그렇게 셀레스트와 나도 다시 입을 다물고, 원탁 위도 어수선한 상태에서.

바로 다음 차례인, 아틀라스 아재가 정보를 풀 순간이 됐고.

"허허, 이거 분위기가 왜 이러지? 자, 이제 내가 정보를 풀도록 하지. 잘 듣게."

그렇게 아틀라스가 자연스럽게 자신에게 이목을 돌리며, 다시 정보 공유의 장이 이어졌다.

다만.

"....."

어째 가만히 앉아있는 나에게 느껴지는, 의문의 시선들.

대체 A급이 어떻게 저런 정보를 알고 있는거지?라는 의심이 섞인, 경계어린 시선이 몇몇 느껴졌다.

그러더니 가끔 속닥이는 나와 아틀라스를 바라보는 그들. 정보와 더붙어, 거기에 내가 어떻게 아무와도 안친한 거물급의 아틀라스와 저렇게 친밀해보이는 지도 궁금하겠지.

그래. 계속 경계하고 의심해라.

너희들이 나를 실제보다 더 높게, 위험하다고 생각할 수 있도록. 나를 건들이면 안되겠다는 판단을 할 그날까지.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느껴지는 시선들을 유유히 넘겼고.

그렇게 어느덧 시간이 흘러.

길었던 회의도 마침내 끝나게 되었다.

몇개월 뒤에 또 모이자는 셀레스트의 말을 마지막으로, 자리에서 하나 둘 일어나는 이들.

"하하! 에고스틱, 자네는 어떻게 그런 정보를 알고 있었던건가? 시간을 돌리는 능력자가 있다니, 이거 놀랄 노자구만. 물론 그놈도 이 아틀라스는 막지 못했지만 말이지, 하하하!"

갑자기 뭐에 꽂힌건지 그리 말하며 너털웃음을 짓는 그.

그러던 와중, 우리 빨강 머리는 '형님! 이만 가보겠습니다!' 이러더니 언제든 필요할때 연락 달라며 자기 직통연결 연락처를 남기고 떠났다. ...이걸 쓸 날이 올려나?

그렇게 아틀라스와 함께 일어나 돌아가는 복도로 향하던 그때.

"잠시만요, 아틀라스씨. 잠깐 만날 사람이 있어서 뵙고 오겠습니다."

"음? 그러게."

그렇게 아틀라스한테 양해를 구한 뒤, 나는 아까부터 내가 조용히 시선을 둔 여성에게로 발걸음을 옮겼다.

활동을 편하게 하기 위해서인지 뒤로 묶은 검은 머리와, 입고있는 회색빛 사무라이 복장, 그리고 피곤해보이는 눈매로 돌아갈 준비를 하고있는 그녀.

일본 최대 빌런조직의 수장, 카타나.

그런 그녀에게 내가 다가가자, 내가 오는걸 눈치챈 그녀는 잠시 발걸음을 멈추고 의아하다는 듯 내쪽을 바라보았다.

그리고 그 상태에서.

나는 웃으며, 카타나에게 말을 걸었다.

"안녕하십니까, 카타나씨."

"....무슨 일이지?"

피곤이 가득한 얼굴로 내게 묻는 그녀.

"전 한국에서 활동하는 에고스틱이라고 합니다. 서로 바로 옆동네에서 활동하는 만큼, 겸사겸사 인사드릴 겸 찾아왔습니다."

"...그렇군. 반갑네. 근데 내가 지금 바빠서."

그렇게 대충 답하고 가려하는 그녀였다. 그래, 바쁘겠지. 지금 자기 연합군이 정부와 협회에 계속 패하고만 있을 테니.

그렇게 고민이 많은 그녀한테.

나는 살짝 웃으며, 그녀에게 말을 건냈다.

"아 그리고 앞으로 친하게 지내자는 뜻에서, 제가 카타나씨에게 따로 드릴 정보가 있습니다."

"....정보?"

정보라는 말에, 살짝 관심을 표하는 그녀.

피곤한 기색으로도 그말에는 약간 관심을 가지고 나를 바라보는 그녀에게.

"네. 제가 당신께 특별히, 하나 알려드리죠."

그리 말한 나는 고개를 살짝 숙여, 그녀에 귀에 대고 조용히. 속삭이듯 말했다.

"히시모토 나츠하."

"그녀가, 배신자입니다."

"....!"

그런 내 말에, 당황한 듯 고개를 빼고 살짝 뒷걸음치는 그녀.

당혹감, 그리고 얼핏 보이는 분노의 시선을 느끼며, 나는 어깨를 으쓱이곤 말을 했다.

"뭐, 친하게 지내자는 뜻에서 말씀드렸습니다. 부디 제 정보가 도움이 됐으면 좋겠네요."

"그럼, 이만."

나는 그말을 끝으로, 뒤를 돌아 다시 아틀라스 쪽으로 돌아갔다.

...자, 난 말해줬다.

이제 믿지 말지, 어떻게 행동할 지는 다, 그녀의 선택이다.

"일 다 봤나?"

"네. 이만 가죠."

할 일을 한 나는 그렇게, 다시 아틀라스와 함께 돌아갔다.

뒤에 느껴지는, 카타나. 그녀의 시선을 느끼며.

***

'뭐지... 대체?'

일본의 S급 빌런, 카타나.

그녀는 방금 자신에게, 말도 안되는 소리를 하고 지나간 남자의 뒷모습을 바라보고 있었다.

히시모토 나츠하. 그녀가, 배신자입니다.

'말도 안되는 소리를... 아니 애초에, 나츠하를 어떻게 안거지?'

카타나.

그녀는, 썩어빠진 지금의 일본을 바로잡기 위해 나섰었다. 빌런이라는 말을 들어도, 공적으로 여겨져도 그녀는 감내했다. 이 나라를 바꿀수만 있다면, 악의 길을 걸어도 상관 없다고 생각했기에.

운 좋게도, 그녀의 주위에는 뜻이 맞는 친구들이 함께 해주었고.

그런 그들과 함께, 삼협파라는. 지금의 일본 최대 빌런 조직을 만든게 벌써 수년전.

그러나 지금은, 어째서인지 언제부턴가 계속 정부군과 협회에 밀리는 실정이었다. 마치 자신들이 어떻게 움직일지 안다는 듯, 신출귀몰하게 움직이는 녀석들.

그렇게 패전에 패전을 거하며 그녀가 근심어려할 그때. 저 남자가 갑자기 다가와 말한 것이다. 히시모토 나츠하. 그녀가 배신자라고.

'...나츠하는 분명, 신분이 노출되지 않아 아무도 모를텐데...'

나츠하.

카타나 그녀와 초기부터 함께했던 친구이자, 자신의 든든한 참모.

어떻게 그녀를 저 남자가 아는지는 모르겠지만, 나츠하는 결코 그럴리없다. 분명.

'...분명, 그럴리가 없을텐데...'

그러나 그 말을 들은 순간.

이미 그녀는, 그 말을 듣기 전으로는 돌아갈 수 없었다.

의심- 그 무서운 것이, 그녀의 가슴 한켠에 싹티었기에.

"....."

거기에 아까 회의에서 보여준, 그의 파격 발언.

비록 그녀와는 큰 상관없는 말이었지만, 미국이 시간을 조작할 수 있는 능력자를 숨기고 있다는 아무도 몰랐던것 같은 그의 말과, 그 셀레스트의 동의까지.

'...만약, 정말 저 에고스틱이라는 자가 무엇을 알고 말한거라면?'

카타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기도 모르게 에고스틱의 말을 계속 곱씹게 되었다.

그리고, 에고스틱과 카타나가 함께한 일렬의 그 광경을.

"...."

원탁 한쪽편에 계속 남아있던 셀레스트가 조용히, 그 모든걸 지켜보고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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