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89화 (189/328)

지난 1차 카테달 회의.

하이킨.

독일에서 S급 빌런으로 살던 그는, 셀레스트가 주최한 카데달 회의에 와서 살짝 긴장하고 있었다.

"......."

'...뭔가, 다들 강해보이는군.'

그도 그럴게, 그가 보기에 주위의 모든 빌런이 다 한능력 해보였기 때문.

거기에 그 유명한 셀레스트도 직접 만나고, 다른 빌런들의 자기소개도 듣고 난 뒤 그는 깨달았다.

...이러다가는, 묻힌다!

그런 경각심을 가지고 주위를 둘러보던 그때, 그는 어떤 한 사람을 보고는 멈칫했다.

'...에고스틱?'

검은 모자에 검은 망토를 한 남성, 에고스틱.

그는 저 빌런을 알았다. 언젠가 인터넷을 뒤적이다가 본 적 있는 생김세였기 때문.

'...자세히는 기억 안나지만, 그는 A급 빌런 아니였나?'

어째서 A급 빌런이 여기있는지는 모르겠지만...

하이킨은 빠르게 머리를 굴렸다. 그래, 쟤한테 왜 A급이 여기있냐고 시비를 걸어서 내 존재감을 밝혀야겠다. S급 밑에 A급이 있는건 당연한거잖아...?

그래서 그는, 에고스틱이 자기소개를 하는 타이밍을 타 철저히 계획하에 시비를 걸었다.

"네이놈!!!!!"

...물론 그는, 그 유명한 빌런인 아틀라스가 에고스틱과 친한거까지는 몰랐었다.

"뚫린 입이라고 아주 아무말이나 지껄이는구나! 감히 이 아틀라스의 친우한테 그따위 망발을 지껄여? 네이놈!!!"

"...아니, 거 참. 내가 뭐 틀린말 했습니까?"

물론 그에 굴하지 않고 마지막까지 빈정거려는 봤으나, 속으로 매우 당황한 하이킨이었다. ...아니, 어떻게 에고스틱, 이놈은 A급 주제에 저런 거물과 친분이 있는거지.

하여튼 결국 셀레스트의 제지로 그 소동도 끝났으니, 나름 평온하게 끝났다고 할 수도 있겠다. 자신의 시비에도 별로 동요하지 않고 의뭉스러운 미소만을 지은 에고스틱이 좀 묘하기는 했지만... 그뿐.

물론 그건 정보 공유 시간이 찾아오고, 에고스틱의 입이 열림으로써 산산히 깨졌다.

"...특히, 독일 사시는 분은 조심해주세요. 3개월안에, 어떤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그를 보고 웃는 낯으로, 대놓고 그렇게 말한 에고스틱.

"이자식! 감히 나를 위협하는거냐!"

일단 그렇게 역정을 내고 본 하이킨이었으나, 바로 아틀라스의 맞불과 셀레스트에 의해 묻혔다.

그리고.

'....쯧. 그냥 A급의 헛소리 도발이겠지.'

그냥 그렇게 넘기려던 하이킨은, 뭔가 불길함을 느꼈다.

...과연 저게, 그냥 헛소리일까?

회의가 끝난 이후, 다시 독일로 돌아온 하이킨.

그는 그날 이후 계속 느껴지는 무언가의 찜찜함에 몸을 떨었다. 에고스틱, 만약 저놈이 진짜 뭔가를 알고 한소리라면...?

"보스, 뭐해?"

"쉿."

그렇게 일단 에고스틱에 대해 인터넷의 번역기까지 돌려가며 인터넷에서 정보를 검색한 후.

그의 안색은, 파렇게 질렸다.

"제기랄..."

...이게, A급이라고? 누가봐도 S급 그 이상인데?

아니. 애초에 에고스틱 밑에있는 S급 빌런만 몇명이다. 거기에 대한민국에 미치는 그의 영향력과, 그가 지금까지 해온 일들을 알면 알수록 더욱 불안감에 질린 하이킨.

거기에, 자신이 본 북대서양 전체를 지배하는 5대 빌런 중 한명인 아틀라스가 전적으로 에고스틱을 지지하는 모습까지...

하이킨의 본능은 직감적으로 경종을 올렸다.

S급 빌런 하이킨, 그가 누구인가. 독일에서 어엿한 빌런연합 하나를 아직까지 협회에 안잡히고 운영하고 있는 만큼, 눈치 하나는 있는 남자.

'....특히, 독일 사시는 분은 조심해주세요. 3개월안에, 어떤 비극적인 일이 일어날지 모르니까요?'

".....쉣."

만약 에고스틱이 A급인척 코스프레한 S급을 넘어서는 막강한 빌런이라면? 만약 진짜 무언가를 알고 그에게 경고한거라면?

그렇게 하이킨은, 잠잘때도 침대에 무기를 놓고 자는등 장장 3개월을 공포에 떨며 낙엽소리 하나에도 흠칫하며 지냈고.

그렇게해서 그는.

살아남을 수 있었다.

"와.. 시발."

콰아아아아아앙.

방금까지만 해도 자신이 앉아있던 장소가, 그야말로 산산조각이 나있는 모습.

움푹 파인 땅과, 붉게 물든 흙토. 무슨 용암같은게 그곳에 흐르는 상태.

자신에게 느껴지는 뜨거운 열기를 느끼며.

그는, 결심했다.

...앞으로 에고스틱은 형님으로 모시자.

***

"어... 살아계셨네요?"

나는 나를 향해 허리를 꺾어 인사하는 하이킨의 모습을 보고는, 나도 모르게 그렇게 말했다. ...아니, 얘 어떻게 안죽었지? 분명 습격당해서 죽었던걸로 기억하는데?

그런 내 말에 흠칫하는 그.

이내 그러더니, 갑자기 나를 보고는 빠르게 말하기 시작했다.

"넵! 형님께서 저에게 해주신 진심어린 조언덕분에 무사할 수 있었습니다. 다 형님 덕분입니다. 앞으로 형님으로 모시겠습니다!!!"

나를 향해 투명한 눈으로 그렇게 말하더니 고개를 숙이는 빨간 모히칸 머리.

...아니, 그러니까 그때 내 말을 듣고 살아남았다는 소리인가?

'이게 나비효과인가 뭔간가.'

나는 황당함을 느끼면서도, 일단 아직도 내 앞에서 고개를 숙이고 있는 하이킨에게 손짓부터 했다.

"알았어요 알았어. 일단 앉으시죠?"

지금 근처 빌런들이 다 무슨 일인가 하고 이쪽을 바라보고 있다고. 어그로가 말이 안돼.

그런 내 손짓에, 잽싸게 바로 내 옆자리에 앉는 하이킨이었다. 말은 잘듣네.

"음..."

나는 잠시 그를 바라보며 침묵했다.

...아마 원작에서는 죽었을 놈이 나때문에 살아난 모양. 거기에 그 습격을 내가 지시한건줄 아는건지, 갑자기 나한테 형님이라고 부르며 사리는 모습이다.

'...잘된건가?'

뭐, 나쁘지않다. 예기치않게 일어난 일이기는 하지만, 이 카테달에서 내편이 하나라도 더 생기면 좋은 일 아닐까? 아님말고.

그렇게 생각을 포기한 나는, 이내 옆에 앉아있는 하이킨에게 물었다.

"...그래서, 날 형님이라고 부르겠다고요?"

"옙!!!"

"그러면 뭐, 잘해봐요 아우님."

"넵!!! 감사합니다 형님!!!"

어깨를 툭툭 치며 말하자, 그런 내 말에 감격했다는 듯 진심을 담아 고개를 꾸벅 숙이는 하이킨이었다.

...S급 빌런이 A급 빌런한테 고개를 숙이는 광경, 과연 이게 맞는가? 아니, 얘는 대체 나를 혼자 머릿속에서 뭐라고 착각하길레 이러는거야. 하이킨 얘도 나름 독일에서 이름 좀 날리는 빌런으로 알고있는데.

하여튼 그렇게 빨간 모히칸머리와 좌충우돌도 끝나고, 다른 빌런들도 속속히 마저 다 도착할때.

우리 아틀라스 아재도 마침내 왔다.

"하하! 에고스틱, 오랜만일세... 근데 잠깐, 옆에 저놈은 왜 자네 옆에있는건가? 설마 우리 에고스틱을 괴롭히는겐가?"

함박웃음을 지으며 오다, 내 옆에 앉아있는 빨간 모히칸 머리를 보더니 표정을 구기고 주먹을 쥔 채 다가오는 그.

그렇게 아틀라스가 하이킨의 머리를 한방 때리기 전에, 하이킨은 갑자기 황급히 나서서 해명했다. 자신은 뭐 나를 형님으로 모시기로 했다 어쩌구 저쩌구.

그렇게 한대 맞는건 간신히 피한 하이킨이 한숨을 내뱉는 동안, 자연스럽게 내 옆에 앉은 아틀라스는 이내 언제 표정을 구겼냐는 듯 흡족하게 웃으며 말했다.

"하하! 그래. 우리 에고스틱 정도면 충분히 형님으로 모시기에 알맞지. 에고스틱, 자네는 또 언제 저자와 그런 관계가 된건가. 역시 자네의 포용력 알아줘야하네!"

"하하하..."

...방금됐는데요.

역시 단순한 아틀라스 아재답게, 그냥 혼자 알아서 납득하더니 웃으며 내 등을 두들기는 그였다. ...뭔가 착각하고 있는거 같긴 했지만.

하여튼, 아틀라스도 오고 몇분 안돼서 다른 빌런들도 속속들이 도착했고.

"다들 오셨군요."

이내 하얀 성녀복을 입은, 이번 회의의 주체자인 셀레스트가 마지막으로 도착하며.

드디어, 회의가 시작되었다.

"최근들어 협회의 공세가 더욱 심해졌습니다. 새로운 능력자들 또한 갈수록 많아지며..."

눈을 감은채, 아름다운 목소리로 모두에게 최근 정세를 다시한번 상기시켜주는 셀레스트의 말을 들으며.

나는 잠시 눈을 힐끔거려 원탁 주위를 봤다.

"....."

내가 주목한 대상은, 일본 삼협파의 수장 카타나.

검은색 묶은머리를 한 채, 일본식 야쿠자 복장을 하고 앉아있는 그녀.

뭔가 피곤해보이는 기색으로 앉아있는 카타나, 그녀를 보며 나는 조용히 생각했다.

...오늘 오긴 왔네?

요즘 삼협파가 하도 정부에 두들겨맞고 있어서, 올 틈이 있나 했는데 그래도 오긴 온 모양세다. 운이 좋군. 오늘 이 회의 끝날때쯤에 슬쩍 알려주면 되겠지.

내가 그런 생각을 할때쯤, 셀레스트의 말도 끝이났다.

"그럼 이제, 제 2회 카테달 회의를 시작하도록 하겠습니다."

거대한 샹들리에 아래, 원탁앞에 앉아 그렇게 말한 그녀.

그래. 드디어 카테달의 메인, 정보 공유의 시간이다.

이내 그녀는, 뭔가 성스러운 목소리로 정보를 풀기 시작했다.

"...이번에 히어로 협회에서 결정났기를..."

그렇게 중요한, 아무도 알 수 없던 정보를 푸는 그녀.

다들 집중해서 듣는 모양세였지만, 나는 애초에 별 관심이 없었다. ...저정도야 당연히 원작을 통해 아는 내용이기도 하고, 나랑 상관 없기도 하고.

그렇게 그녀의 차례가 끝나고.

다시 오른쪽에서부터, 각자 차례로 하나씩 자기가 알고있는 고급 정보를 풀기 시작했다.

"내가 전해 듣기로는..."

"서아프리카 지하 아래 히어로들의 비밀 기지가..."

"유럽쪽에 S급 히어로 아테나의 약점은..."

저번과는 다르게 확실히 준비기간이 있어서인지, 셀레스트가 알려준거에 비해 임팩트는 없어도 다들 정보를 하나씩 들고온 그들.

역시나 각국에서 다들 한가닥하는 빌런연합을 운영하는 이들이라 그런지, 나름 고급정보들이 많았다. 몇개는 나조차도 귀 기울여 들었을 정도로.

참고로 카타나도 얘기를 하긴 했다. 다만 뭔가 급하게 준비해온건지 좀 부실한 정보였을 뿐. 차라리 저쪽편에 앉아있던 중국의 S급 빌런, 리 샤오펑의 정보가 더 인상깊었다. ...중국정부가 그런걸 개발하고 있었을 줄이야, 나도 처음 듣는 얘기였다. 아니, 완전 또라이들 아니야.

그렇게 일렬의 순서가 흐르고.

드디어, 내 차례가 왔다.

"....."

다들 날 바라보는 모습.

...A급 빌런이 푸는 정보라 그런지 왠지모르게 다들 별 기대가 없어보이는 모습이었다.

그리고 그렇게 평온해보이는 원탁에서.

나는, 아무도 모르고 있었을 충격적인 정보를 하나 풀었다.

"미국 협회가 의도적으로 숨기고 있는 S급 히어로, 일명 서열 0위라 불리는 엑스 마키나라고 아십니까?"

"...?"

다들 처음듣는다는 표정.

그런 그들에게, 나는 툭 던지듯 말했다.

"그의 능력은."

"시간을, 되돌리는 것입니다."

그리고 내가 그 말을 내뱉은 순간.

원탁이, 잠시 얼어붙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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