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이 세계에서 악당이 되기로 결심했었다.
그 이유는 오로지, 스타더스를 지키기 위해서.
즉, 내가 빌런 컨셉을 지키려 하는 것도 전부, 스타더스를 위해서다.
그런데 스타더스를 위해 하는 빌런 컨셉때문에 스타더스를 지키지 못한다? 그건 말도 안되는 소리지. 완전히 주객전도 아니야.
그래서 내가, 지금 이 순간 이곳에 등장한 것이다.
아니, 컨셉이고 뭐고 스타더스 죽는건 막아야할거 아니야.
"짜잔.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그래서 나는 폐허가 된 마왕성 앞에서, 팔을 활짝 벌린 채 웃으며 그렇게 말했다.
음. 그리고 아무 반응이 없었다. 싸늘한 바람만이 내 망토를 스치고 지나갈 뿐. 쩝, 이래서 관중이 없는 공연은 서럽다니까.
근데 물론 그건 내 주위에 반쯤 쓰러진 스타더스와, 저 앞에 딱봐도 황당해하는거 같아보이는 마왕만 있어서 그런거고.
그냥 무지성으로 전국을 향해 생중계를 때리고 있는 채팅창에서는, 그냥 난리가 났다.
*
[?????????]
[시발ㅋㅋㅋㅋㅋㅋ 믿고 있었다고!!!!!]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틱!!! 에고스티익!!! 시발ㅋㅋㅋㅋㅋㅋ]
[아ㅋㅋ 히어로가 위험에 빠지면 빌런이 대신 나서는게 '상식' 아니야?]
[자기가 지금 눈물흘리며 동서남북으로 절하고있는 망고단이면 개추ㅋㅋㅋ 일단나부터ㅋㅋㅋㅋㅋ]
[이게 야쓰지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ㅋ]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망끼얏호우~]
[이장면보고 제암이 나았습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S급 히어로 애플망고 개같이 입갤ㅋㅋㅋㅋ]
*
역시나 예상했던데로 미친듯이 불타고있는 채팅창.
쩝, 뭐. 미리 예측했기에 딱히 놀랍진 않았다. 오히려 이걸 어떻게 수습해야하는지에 대한 고민만 좀 있었을뿐.
그리고 당연히 나는, 대책을 세워놨다.
"오랜만입니다 시청자 여러분! 이런 상황에서 또 뵙게되니 새롭네요."
나는 본격적으로 입을 털기 시작했다.
아무도 안물어본 그런 얘기를.
"아니, 다름이 아니라 집에서 쉬고있는데 갑자기 난리가 났지 뭡니까. 그것도 제가 일하는 곳에서요? 어이가 없어서 달려왔습니다. 아니, 남의 영업장을 이렇게 망쳐놓으면 어떡합니까?"
나는 폐허가 된 주위를 카메라를 돌려보며 그렇게 말했다. 아주 황당하다는 듯한 얼굴과 말투는 덤.
그리고 시청자들또한, 내 마음을 이해해주었다.
*
[네????]
[일하는 곳=테러하는 곳... 영업=테러하면 맞는 소리긴... 한가?]
[맞긴 뭐가 맞아 ㅅㅂㅋㅋㅋㅋㅋ]
[망고야 히어로가 부끄러워??]
[왜 스타더스 구하러 왔다고 대한민국 지키러 왔다고 말을 못해!!!]
[왜 다들 망고말 안들어줘 왜 우리 히어로한테 그거 하나 못해줘!]
[아! 맞죠~ 이거 완전 빌런이네요]
[그냥 다들 ㄹㅇㅋㅋ만 치라고ㅋㅋㅋㅋ]
*
...아닌가?
어쨌든,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어차피 이미지는 나중에 테러몇번 하면 다시 회복될테니, 일단은 뻔뻔하게 입을 터는게 중요하지.
그렇게 나는 빠르게 다음말을 이었다.
"하여튼, 제가 하고 싶은 말은 어떤 빌런이 무슨 테러를 하던 상관 없다 이겁니다. 근데 예? 이지역 담당인 제 허락도 없이 이렇게 깽판은 곤란하죠. 그래서 어쨌든 결론이 뭐냐면..."
나는 거기까지 말한뒤, 씨익 웃은 채 저 앞쪽에 서있는 마왕을 손으로 가르키며 말했다.
"스타더스가 다 잡아놓은 저놈을, 제가 끝내겠다 이말입니다."
[.....하.]
나와, 뒤에 스타더스가 있는 쪽으로 천천히 창을 끌며 다가오고 있던 마왕.
이내 내가 하는 꼴을 보고있던 그것은, 어이가 없다는 듯 헛웃음을 지었다.
그리고, 그 순간.
[짐이, 우습게 보였구만.]
쿠웅-
'크흑...'
그것의 낮은 읊조림이 끝남과 동시에, 공기가 순식간에 무겁게 가라앉았다.
순간 숨을 못쉴정도로 온몸에 느껴지는 강한 압박감.
나는 그 속에서 순간 몸에 중심을 잃을 뻔한걸 간신히 버텨냈다.
...와, 시발. 스타더스는 지금까지 이걸 다 버티면서 싸웠다는건가? 심지어 이게 전보다 약해진 상태고?
내가 속으로 그런 생각을 하던 그 순간.
앞쪽에서, 귀를 찢는 포효소리가 내리치듯 울려퍼졌다.
[감히 누가, 이 몸 앞에 끼어드느냐-----!]
그리고, 그와 동시에.
집채만한 검은색 인영이, 내 앞으로 엄청난 속도로 달려왔다.
*
[꺄아아아아아아악]
[와 시발 근데 생각해보니까 망고가 저거 이길 수 있는거맞냐?]
[좆됐다 좆됐다 좆됐다]
[돔황챠~]
*
그렇게, 내가 에고스틱에서 에고 / 스틱이 되기 직전의 순간.
나는 미리 준비해놨던, 하얗게 빛나는 창같은 무언가를 꺼냈다.
그렇게 놈이 나를 향해 붉은 창을 휘둘렀고.
나는 그걸 빛나는 창을 세로로 집어, 창이 휘둘러지는 궤적에 그대로 갖다붙여.
그대로, 막았다.
체엥-
"크흐..."
[네.... 이놈-----!]
어두운 악마성 바로 앞.
그곳에서는, 붉은 빛과 하얀 빛이 불꽃을 튀기며 그대로 격돌했고.
이내 자신의 공격이 막힐 건지는 상상도 못했는지, 보이지 않음에도 얼굴이 찌푸려졌다는게 느껴지는 마왕의 앞에서.
나는 창을 든 팔을 밀어붙인채, 한쪽 입꼬리를 씨익 올리고 놈에게 말했다.
"왜... 이건 예상하지 못하셨나보죠?"
[크아아아아아ㅡ!]
치잉-
쾅.
이내 서로의 창이 다시 튕기며, 자신의 공격이 막힘에 당황한 마왕이 이성을 잃은 소리를 내며 뒤로 몸을 튕겨냈다.
...역시, 벌써 슬슬 마에 거의 다 잡아먹혔는지 점점 지능이 떨어져가는 모습. 확실히 스타더스가 오래 싸워준 덕분에, 나로써는 상대하기 훨씬 수월하다.
그렇게 놈이 나를 관찰하는동안, 나는 씨익 웃으며 빛나는 창을 손에서 휘둘렀다.
[.....]
그래도 완전히 이성을 잃은건 아닌지, 잠시 거리를 벌려 나를 탐색하고 있는 그놈.
그래, 당황스럽겠지. 갑자기 나와 단 한합을 맞붙었을 뿐인데 자기가 힘에서 밀린다는 느낌을 받았었을테니까. 그것도 약해보이는 나를 상대로.
근데 사실, 쟤보다는 내가 더 힘든 상황일거다. 아니, 난 원래 이렇게 직접 몸으로 싸우는 사람이 아니라고...
마치 아무렇지도 않았다는 양 웃으며 서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저놈이 자체적으로 휘날리는 살기와 위압감때문에 다리가 후들릴 지경. 사실 내가 원작의 파워인플레의 정점을 알리는 놈과 일대일로 맞붙는건 불가능한 일이다.
...물론 그러나, 나는 방법을 찾아냈다.
내 본래 능력만으론 안된다면... 템빨을 쓰면 되잖아?
나는 그렇게 하얗게 빛나는 창을 다시한번 꺼내들었다.
대-악마용 최종병기. 원작의 지식을 최대한 살려 만들어놨던, 놈의 약점이란 약점은 다 찔러버리는 자칭 마왕이란놈을 상대하는대에 최적인 신성한 무기.
나는 그걸 놈을 향해 가르키며, 그대로 입꼬리를 올린 채 소리쳤다.
"자, 겁쟁이처럼 간만 보시지 말고 들어와보시죠!"
시발 다 덤벼. S급 아이템을 얻은 나는 무적이다.
그런 내 도발에 당연하게도, 놈은 분노했다.
[하, 이제는 웬 피라미같은 놈이 내게 덤비는구나-!]
[사지를, 찢어발겨주마ㅡㅡㅡㅡ!!!!]
아주 무시무시한 말을 하며 다시 내게 달려드는 마왕.
그리고 그런 놈을 향해, 나또한 씨익 웃으며 놈을 향해 날아들었다. 그래, 앞으로 이런 기회가 또 오지도 않을텐데, 템빨맛 한번 최대한 누려봐야지. 내 홀리-스피어의 맛 좀 봐라.
그렇게 나는 나보다 두세배는 큰 놈과, 굉음을 내며 맞서 싸우기 시작했다.
화려하게 튀는 붉은 불꽃과 하얀 불꽃들. 미친듯이 휘날리는 바람. 그리고 난리난 시청자들.
*
[와 시발ㅋㅋㅋㅋ 망고스틱 막타만 친다는듯 말해놓고서는 존나 잘싸우네ㅋㅋㅋㅋㅋ]
[S급 히어로 애플망고 진짜 미쳐날뛰는거 뭐냐고ㅋㅋㅋㅋ]
[에고스틱이 들고있는 저 빛나는 막대기 뭐임? 저거 존나 막 경건하고 신성한 느낌인데]
[라이트스틱을 든 에고스틱ㄷㄷㄷㄷㄷ]
[걍 일방적으로 이기고있는데 이거 맞음?ㅋㅋㅋㅋ]
*
그리고 나는, 마왕을 걍 줘패고 있었다.
"하하, 스타더스가 다 처리해놓은 덕분인지 너무 쉽군요!"
[크윽, 네이놈-----!]
내 창에서 나오는 공간을 뒤엎듯 계속해서 빛나는 성스러운 하얀 빛. 그걸 아주 정면에서 맞고있는 우리 마왕군은 좋아서 죽을려고 하는 지경이었다.
...물론, 나도 슬슬 분위기가 좋지 않았다. 썩어도 원작의 최강자중 하나이던 S급 빌런이라는건지 미친듯이 살기와 위압감을 퍼트리는 그놈. 거기에 무슨 정신조작도 가하는지 막 부정적인 생각이 들며 이상한 속삭임이 들리는 듯 했다.
그렇게 겉으로는 이미 약해진 놈을 거의 압도하는 듯 보였지만, 실제로는 나도 점점 위태로워지던 그 순간.
그리고.
물론 나는, 이 상황을 다 대비해두고 있었다.
[오빠, 준비됐어요!]
"그래?"
그렇게, 어느덧 귀에서 들려오는 서은이의 말.
이내 때가 임박했음을 깨달은 나는, 놈을 향해 창을 몇번 더 휘두르다가, 씨익 웃으면서 말했다.
"야."
[으아아아, 네이놈ㅡㅡㅡㅡ!]
"잘가라."
[....뭐라?]
거기까지 말한 나는, 마왕놈한테 빛나는 창을 휘두름과 동시에, 발로 걷어차며 놈에게서 떨어진 뒤.
허공을 가르며, 그대로 창을 놈에게 가르키며 외쳤다.
"쏴!"
[네!]
그와 동시에.
번쩍.
우리를 둘러싼 건물들의 옥상 위쪽에서, 무슨 하얀 빛. 정확히는 내가 미리 준비해둔 대-마왕용 최후병기. 일명 홀리-캐논이 사방에서 번쩍였고.
[....무슨!]
그렇게, 우리 마왕놈의 마지막 말을 끝으로.
핏.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콰아아아아아아아아아앙
하늘위 사방에서, 수많은 빛의 광선들이 놈을 향해 일제히, 엄청난 소리와 함께 내리꽂혔다.
[끄아아아아아아아ㅡㅡ!]
울부지는 마왕의 비명.
그리고 그 빛이 번쩍번쩍 터지는 광경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예술이야."
이게 아트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