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마성 지하.
스타더스는 그곳에서, 괴수들을 잡고 또 잡았다.
"헉... 헉..."
어두컴컴한 실내.
소름끼치게 끈적한 검은색 진액들이 공간을 둘러싸고, 축축한 습기가 공기를 갑갑하게 짓누르는 그곳에서.
스타더스는, 또다른 괴수와 싸워, 몸에 상처를 입고 나서도 계속해서 밑으로. 지하로 내려갔다.
마치, 불을 향해 쉼없이 날아가는 하루살이처럼.
"크흐..."
지나친 전투로 인해, 이미 몸 이곳 저곳이 욱씬욱씬 쑤시는 상황.
그러나 그녀는 아랑곳하지 않고, 직감이 이끄는데로 계속해서 밑으로 발걸음을 옮겼다.
그것은 그녀가 가진 직감, 일종의 '초감각'이 그녀에게 지금 당장 지하로 내려가야만 한다고 경고했기 때문이기도 하지만.
너는 어차피, 무엇하나 제대로 지킬 수 없는 애잖아?
"....."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어떤 목소리 때문이기도 했다.
점차 지하 깊숙한 곳으로 내려올 수록, 빛이 희미해지며 어둠이 짙어지기 시작했고.
검은색의 진액들이 벽에 한면도 남기지 않게 가득 채운, 그곳에서. 어떠한 목소리들이 마치 그녀의 머릿속에서 울려퍼지기 시작한 것이다.
마치, 악마의 속삭임처럼.
엄마도 잃고, 아빠도 잃고. 너의 부모님이 안계신게, 과연 이 세상 탓일까? 아니면 네 탓일까?
너 혼자 아무리 발버둥 친다고 해서, 이 세계가 과연 바뀔거같아? 넌 아무것도 못해. 누가 너를 이해해주겠어?
"닥쳐..."
스타더스는 인상을 찌푸리며 발걸음을 계속해서 옮겼다.
...이것은 딱봐도 이 공간에 맺어진 일종의 저주. 아마 이 모든걸 일으킨 빌런이 만들어논거겠지.
그리고 그런 스타더스의 추측은, 정확히 맞았다.
침입자에게 극도로 부정적인 생각을 들게 해, 스스로를 저주하게 만드는 장치. 이 악마성을 만든 빌런, 데몬즈가 봉인되어 있는 그곳으로 침입자가 들어가지 못하게 걸어놓은 능력이니까.
그렇기에, 스타더스의 머릿속에 울려퍼지는 목소리는 결코 멈추지 않았다. 그녀를 쫓아내기 위해서.
이를 대충 눈치챈 스타더스도 이를 악물고서는, 어떻게든 피어오르는 생각을 무시하고 앞으로 나서려 했지만...
네가 결국 모두를 망가트리고 말거야. 생각해봐... 에고스틱. 그도 결국, 네가 스스로 망가트렸잖아?
과연 누가 너를 끝까지 좋아할까? 대중이 과연 너를 언제까지 좋아할까? 그들은 너의 행동 하나에 언제든 돌아설 수 있어. 에고스틱, 그만 해도 더이상 너를 좋아하겠어?
포기해. 어차피. 네가 이런다고 해서 알아줄 사람도 없어.
"...."
그렇게 이곳에 걸린 저주는, 스타더스의 내면에 묻어두었던 안좋은 기억들, 그리고 최근에 느꼈던 부정적인 생각들을 전부 끌어들였고.
그녀 안에 잠들어있던 어두운 생각들을 끊임없이 파해쳐, 그녀의 앞에 들이밀었다.
포기하라고, 당장 이곳에서 나가라고. 더이상 전진해봤자, 아무도 알아주지 못할거라고.
"....하."
그러나, 이 저주가 한가지 간과한게 있었다.
바로 스타더스의 정신력이, 남들과 같지 않다는 사실을.
그래서 침입자를 쫓아내기위해 만든 이 저주가, 오히려 역효과를 내고있다는 것이.
"....나도 알아."
스타더스는, 자기도 모르게 중얼거렸다.
그런데 어쩌라는건가. 다 알지만, 그냥 의도적으로 무시하는거다. 이 행동이 의미없던, 대중이 등 돌리던, 다 무슨 상관이라는 말인가.
그리고 뭐, 에고스틱이 이제 나를 증오한다고 해도, 그런건 중요하지 않다.
...아마도.
"에이씨."
또 드는 이런저런 부정적인 생각들에,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인상을 구긴 채 발걸음을 더 빠르게 놀렸다.
그래. 그녀는 발걸음을 늦추기는 커녕, 더욱 빠르게 밑으로 내려가고, 새로운 괴물과 맞닥트려 또 주먹을 쥐고 맞서 싸웠다.
그래.
세상에는 두 종류의 사람이 있다.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된 순간, 모든 의욕을 잃고 드러누워버리는 사람과.
부정적인 감정에 잠식된 순간, 이를 몰아내기 위해 오히려 하던 일을 더 열심히 하는 사람.
그리고, 스타더스는 명백한 후자의 사람이었다.
끼에에에에에엑!
"닥쳐."
쾅-.
지하 어딘가에 나타난, 가고일을 닮은 검은색 괴물을 또 쓰러트린 그녀는 파죽지세로 안으로 나아갔다.
그녀의 귓가에 들려오는 저주가 계속해서 그녀의 정신을 갉아먹는걸, 힘겹게 견디며.
그렇게 달려온 그녀는.
끝내, 최심층의 커다란 문앞에 도착할 수 있었다.
"....."
테러 이후 생겼을게 확실한, 이질적이게 거대한 문.
이제는 더이상 귓가에 목소리도 들려오지 않는 상황.
이 안에 이 모든 일을 벌린 빌런이 있을거라 확신한 그녀는, 이내 문을 열어덪혔고.
끼이익-소리를 내며 열린 문 너머에는, 어떠한 커다란 방이 있었다.
그리고 그 방 한가운데 박혀 있는, 그녀보다 몇배는 큰 거대한 검은색의 심장모양의 무언가.
두근- 두근-
마치 살아움직이는 듯 두근거리며 꿈틀대는, 그 기묘한 광경에 스타더스의 눈매가 자연히 찡그려졌지만.
이내 그녀는 판단을 했다. 아, 뭔지는 몰라도. 이게 그 빌런과 연관이 있겠구나.
그렇게 생각을 마친 그녀는, 망설이지 않았다.
"스읍..."
그녀는 숨을 들이마쉬고는, 그대로 주먹을 들어 올렸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빛이 나는 주먹.
이 아래에서 수없이 많은 괴물들을 때려잡으며, 그녀가 얻은 잔재주였다. 자유자재로, 이 이상한 빛을 내는 힘을 주먹에 담기.
그렇게, 주먹을 든 그녀는 그대로 그것을 그 검은 심장을 향해 뻗었고.
콰아아아아아아앙-
"크흑..."
그것이 그대로 폭발함과 동시에, 그 안에서 엄청난 양의 어둠이 쏟아져나왔다.
마치 방을 꽉 채우듯 빠르게 쏟아지는, 검은색의 무거운 연기.
그렇게 순식간에 모든 빛을 잃은 방 안에선, 일종의 포효소리가 들렸다.
[크아아아아아아---!]
그와 동시에 용오름치는 어둠.
그렇게 위에서 무언가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봉인에서 풀린 마왕의 영혼이 그대로 지상을 향해 다 박살내며 올라가버렸고.
마왕이 풀려났다. 너에게는 이제 끔찍한 고통만이 있을 것이다.
"콜록, 콜록."
먼지가 가득한 밑에서 남겨진 채 위를 올려다보던 스타더스 또한, 황급히 그것을 따라 지상을 향해 날아가기 시작했다.
그렇게 다시 위로 올라온 그녀.
밀폐되고 어둡기만 했던 지하에서 벗어나 오랜만에 맑은 공기를 맡은 그녀였지만, 그럴 틈도 없이, 눈 앞에 나타난 재앙을 상대해야 했다.
[감히, 누가 이 몸을 깨우는가 ------!!!]
달빛이 아래를 은은히 밝히는 밤하늘 아래, 모습을 보인 그것.
밤하늘 보다 어두운, 빨려들 것만같은 검은색의 형체를 가진, 마치 전신갑옷과 망토를 두른 것처럼도 보이는 그것은 이내 지상에서 포효했다.
그리고 그와 동시에, 기기긱-거리는 소리와 함께 거대한 두 뿔이달린 머리로 고개를 돌리는, 마의 왕이 되다 못한 자.
이내 그것은 자신의 눈앞에 있는 스타더스를 보더니, 대지가 울릴정도로 크게 소리쳤다.
[나를 깨운게 네녀석이냐 ------!!!]
[너를, 지옥으로 보내주마ㅡ!]
"윽..."
이내 그것의 포효와 동시에 불어오는 강한 바람.
본능적으로 몸을 가린 그녀가 몸을 뒤로 뺌과 동시에, 붉은 창을 든 그것은 그녀를 향해 그 육중한 몸으로 돌진했다.
본능적으로 느껴지는 살기, 다시 머릿속을 침식하는 악마의 속삭임.
일반인이라면 정신을 잃을 그 상황에서도, 그녀는 고개를 들고 그 멸망을 형상화 한것만 같은 그것과 맞섰다.
...대체 대한민국 이 좁은 나라에 저런것들은 어디서 튀어나오나, 그런 생각을 하며.
"흐읍!"
그렇게 스타더스의 주먹이 빛을 발함과 동시에, 전투가 시작되었다.
그녀는 모든 힘을 끌어다가 싸웠다.
비록 몸은 계속된 전투로 인해 지쳤고, 정신은 마모됐지만 그녀는 굴하지 않았다.
그러나, 그랬음에도 불구하고.
상대가 너무 강했다.
계속해서 밀리는 그녀, 끝없이 붉은 창을 휘두르며 그녀를 압박하는 마왕.
이대로 여기서, 포기해야되나?
아니지.
스타더스는 이를 악물었다.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이 있고, 잃어온 것들이 있다.
여기서 모든걸 포기하려고 지금까지 달려온게 아니다.
그 소망을 담아, 모든 힘을 다해 그녀는 주먹을 휘둘렀다.
별보다도 밝은 빛이, 어둠을 몰아낼 빛이 그녀의 손끝에 번떡였다.
밤이 순간, 환해질정도로.
번쩍-
[크아아아아아악 -----!!!]
처음으로 듣는 놈의 비명소리와 함께, 그것은 저 멀리로 튕겨져나갔다.
그대로 벽에 부딪쳐 쓰러진 마왕.
그렇게 제대로 맞고 뻗어버린 그놈이었지만, 그렇다고 스타더스또한 정상인건 아니었다.
"쿨럭..."
박살나있는 건물들 사이.
그 가운데 주저앉아 있던 스타더스는, 지나친 능력사용의 부작용으로 반쯤 쓰러져있었다.
"하아... 하아..."
몸을 움직일 힘도 없는 채, 간신히 정신만 붙잡고 있는 그녀.
그녀는, 최선을 다했다.
이미 만신창이가 된 몸으로도, 이 정도 위력이 되는 공격을 썼다.
그러나.
그녀는, 조금 부족했다.
"흐으..."
겨우겨우 무너진 벽 한쪽에 등을 기댄 채, 잘 안떠지는 눈으로 앞을 보던 스타더스는 눈앞의 광경에 헛웃음을 흘렸다.
...분명 쓰러트린줄 알았던 마왕이, 어느새 일어나 자신을 향해 다가오고 있었다. 붉은 창을, 땅에 끌면서.
하하. 비록 모든걸 쏟아부었지만, 여기까지인가.
쓰러진채 그런 생각을 하던 스타더스는, 어느새 이런 상황에 기시감을 느꼈다.
...그래. 사실, 지금과도 같은 상황이 처음은 아니다.
죽음이 눈앞에 다가오고있는 상황에서, 스타더스는 문득 무언가를 깨달았다.
그녀에게도 늘 위기란 있었다. 목숨이 위협받은 적도 있고, 감당못할 적을 만나 좌절한 상황이 있었고, 모든걸 놓고 포기한 순간이 있었다.
그러나 신기하게도 그럴때마다, 누군가가 그녀를 대신해 나타나줬었다. 자신의 목숨을 대신 막아주고, 좌절한 순간 나서주고, 포기한 순간 응원을 해준 누군가가.
...그러나, 과연 지금도 그때와 같다고 할 수 있을까. 나는 이미 그 누군가를 심하게 상처입히고, 또 무너트렸는데. 과연 그가 이번에도 나타날까.
당연히, 오지 않지 않을까.
그녀는 자기도 모르게, 그런 생각을 했었고.
그렇게 씁슬한 미소를 지으며 자신에게 다가오는 적을 조용히 관조하던 순간.
쿵-.
눈앞에서.
마치, 당연하다는 듯.
누군가가, 이때까지와 같이 당연하다는 듯 자연스럽게 하늘에서 떨어졌다.
"흐음..."
땅에 착지하더니, 침음을 흘리다 자연스럽게 팔을 돌리며 스트레칭을 하기 시작하는, 눈앞에 갑자기 아주 자연스럽게 등장한 그의 모습.
검은 모자를 쓰고, 검은 망토를 두른 채, 가면으로 한쪽 얼굴을 가린 채 웃고있는 그의 모습은, 그녀에게는 그 누구보다도 익숙한 모습이었다.
"읏차... 아, 안녕하세요 스타더스씨. 저번에 보고 또 보네요. 아이고, 그런데 이번에 쓰러져있는건 스타더스씨 쪽이네요!"
자신을 향해 돌아보며, 웃는 그의 모습.
마치 아무 일도 없었다는 듯, 이곳에도 별 일이 일어나지 않고 있다는 마냥 무슨 마실 나온마냥 해맑게 웃으며 자신에게 말을 건내는 그. 에고스틱의 모습에,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웃었다.
"하하..."
"하여튼, 고생하셨는데 좀 쉬고 계세요. 제 아치에너미가 제가 아닌 다른 빌런한테 쓰러지는게 말이 되나요? 나머지는 대충 제가 처리해드리죠."
늘 그렇듯 말도 안되는 말을 하며 자신을 보며 씨익 웃고는, 등을 돌린채 멈춰있는 마왕을 향해 무기를 드는 그의 모습.
그러던 이내, 어느새 그가 챙겨온 카메라가 켜지고.
"짜잔! 안녕하십니까, 에고스틱입니다!"
밝게 웃는채 카메라를 향해 말하며, 검을 빼어든 채 마왕을 향해 걸어가는, 망토를 휘날리며 나아가는 그의 뒷모습을 보며.
스타더스는 자신도 모르게 옅은 미소를 지은채
조용히, 속으로 생각했다.
에고스틱은 빌런이다. 이는 모두가 알고있고, 협회에서 공인된 분명한 사실이다.
그래.
근데. 그런데 말이야.
이런 너를.
내가, 어떻게 싫어하겠어.
"어떻게... 그러겠어."
스타더스는 앞으로 나아가는 에고스틱의 뒷모습을 보며.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속삭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