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81화 (181/328)

EP.181 준비와 실행

히어로.

히어로란, 시민들을 지키고 사회의 정의를 수호하는 존재.

그들에게 다른 이들과 다른 강력한 능력은, 전부 사람들을 지키고 악을 처단하기 위해 주어진거다. 라고 신하루는 생각했다.

즉 그런만큼, 히어로는 스스로한테 공정해야하고, 그 누구보다 악에대해 엄격해야한다. 다른 모든 사람들이 빌런에게 매력을 느껴도, 히어로만은 그 빌런을 공정한 잣대로 처단할 의무가 있다.

히어로에게 있어서 빌런은, 처리해야 하는 대상일 뿐이니까.

그러니.

지금 그녀의 생각은, 잘못된거다.

"....."

에고스틱.

신하루는 오늘도 평소와 다름없이, 그에대해 생각하고 있었다.

에고스틱은 나쁜놈인가?

그걸 묻는다면, 그녀는 그렇다고 답할 수 있었다.

그가 사람 수백명의 목숨을 저울에 놓고 벌였던 수많은 테러부터.

재판도 받지 않은 빌런들을 자기 멋대로 살인, 다른 빌런들을 모아 팀을 만들기까지.

나쁜놈이 맞다, 맞는데...

"하아..."

...왜 그가, 나쁜놈처럼 느껴지지 않는걸까.

히어로인 자신이, 이렇게 특정 빌런에게만 이런 생각을 가져도 되는건가.

물론 당연히 그녀가 그렇게 혼란스러운건 다 이유가 있었다. 에고스틱이 나쁜놈이지만, 나쁜짓만 한건 아니기때문. 사실 따지고보면 에고스틱이 죽인 민간인은 아직까지 없지만, 베히모스나 한은그룹, 월광교의 일을 따지면 오히려 구한 사람이 더 많다고 볼 수도 있는거 아닐까...?

"아니야, 내가 또 무슨 생각을..."

신하루는 이마를 짚으며 중얼거렸다.

그래, 그만 생각하자. 요즘 자꾸 꿈에 에고스틱이 나오는 바람에 머리가 이상해진거다.

에고스틱은 빌런이다. 자신이 잡아야하는 빌런.

오직 그것일 뿐이다.

그리고, 어차피.

'...그도 나를, 이제 적대할 수도 있으니까.'

신하루는 씁쓸히 웃으며 그렇게 속으로 생각했다.

...그렇지 않은가. 에고스틱을 보고 아치에너미라고 해놓고서는, 못알아본채 거의 그를 죽일뻔 했는데.

물론 시작은 뜬금없이 속이고 테러한 에고스틱이기는 하지만... 피투성이가 된 채 누워있던 그의 모습을 보면, 그런건 별로 중요하지 않았다.

신하루. 그녀는 에고스틱을 잡고 싶었던거지, 거의 반 죽여놓으려 한건 아니였으니.

"...."

다음에 볼때, 에고스틱이 자신을 이전보다 더 적대하더라도, 그녀는 감내할 것이다. 빌런이 히어로를 적대하는건 그야말로 당연한 일이니까. 오히려 지금까지 '그의 히어로'라며 적인 자신을 응원해주고, 자신 대신 칼빵을 맞아주고, 자신이 힘들때 대신 나서주던 에고스틱이 이상한거다.

다만.

그가 자신을 경멸하는 표정으로 볼거라고 생각하니까.

왠지, 마음이 아프네.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씁쓸하게 생각했다.

그래. 더이상 에고스틱 생각은 하지말자. 나는 히어로니까. 다른 빌런들로부터 대한민국을 지키는 것. 그것만 생각하자.

"스타더스씨. 여기 저번에 테러를 일으켰던 월광교에 대한 추가 조사결과가 나왔습니다."

"...아, 네. 알겠습니다. 확인해보죠."

그래, 이렇게 일이나 하자, 일.

그렇게 그녀는 마음을 다잡았고.

[속보, 한국 종합무역센터 빌런한테 점거... 악마의 성같은 외견으로 변해.]

마침내, 다른 테러가 찾아왔다.

좀 큰게.

***

한국 히어로 협회.

늘 잦은 테러로 인해 이제 어지간한 빌런들에게는 눈하나 꿈뻑도 안하는 이들이었지만.

지금의 그곳은, 그야말로 난장판이었다.

"이런 젠장! 사람들은 다들 대피했나?"

"네! 새벽사이 조금씩 조금씩 침식되었던 일이라 애초에 민간인들이 테러현장에 별로 없었던것으로 파악됩니다."

"휴, 그나마 다행이군... 이게 뭔일인가 그려."

이른 아침.

새벽사이 들려온 갑작스러운 소식에 헐레벌떡 출근한 협회장은, 한숨을 푹 쉬며 땀을 닦았다. 안그래도 요즘 더 빠질 머리카락도 없는 마당에, 얼마 남지않은 머리칼마저 다 빠질 기분.

그렇게 겨우 컨트롤센터의 자리에 앉은 그는, 이내 번뜩이고 생각났다는 듯 옆의 직원에게 약간의 희망을 가지고 물었다.

"그런데 말이다... 이 테러, 혹시 에고스틱이 일으킨거 일수도 있지 않은가?"

"이미 조사결과, 자칭 '데몬즈'라고 불리는 빌런의 단독 소행으로 보이고, 에고스트림이랑은 아무 관련이 없어보입니다."

"에휴, 젠장. 역시 내 인생이 그리 잘 풀릴리가 없지. 망했군, 이건 또 어찌해야하나."

협회장은 탄식을 하며 중얼거렸다.

그리고 그가 그렇게 십년은 더 늙어진 얼굴로 보고를 받을 때, 스타더스가 마침 도착했다.

"...."

어제도 이설아가 에고스틱을 껴안고 하하하하 호호호 웃는 꿈을 꿔서 별로 기분이 좋지 않던 스타더스.

협회장에게 인사한 후 자리를 잡은 그녀에 이어, 새벽에 호출되어 이것저것 하다가 협회 휴개실에서 눈을 붙이고있던 섀도우워커 또한 방금 자다 깬듯한 눈으로 흐느적거리며 도착했다.

그렇게 서울에서 활동하는 히어로들이 전부 도착한 후, 이어진 브리핑.

그곳에서 설명 담당을 맡은 안경 낀 프로페셔널해 보이는 직원이, 커다란 스크린을 가르키며 침착한 목소리로 말하기 시작했다.

"일단, 자신을 데몬즈라고 밝힌 빌런은 20-30대로 추정되며, 남성으로 추정됩니다. 남아있는 영상기록물들을 복원해봤을때 잘 보이지는 않지만, 철저히 계획된 일인 것 같고요."

그렇게 말하며 그는 그 빌런이 앞에 돌에다가 검은색의 끈적이는 무언가로 휘갈기듯 세겨놓은, '데몬즈 캐슬' 이라는 문구를 띄웠다.

"그가 통칭 악마성이라고 붙인거에서서 보이듯, 종합무역센터 지상의 건물 전체와 지하 시설들까지 전부 그가 생성한 검은색의 액체에 의해 침식당했습니다. 또한 마치 환영으로 만든 것같이 건물이 악마의 성처럼 보이기도 합니다."

그의 말이 끝나고 다시 바뀐 화면.

거기에는, 어두운 무언가에 잡아먹힌 길다란, 넓은 건물이 보였다. 그리고 그 위에 어둠으로 그려진 검은색의 뾰족한 첨탑을 가진 성의 모습.

번떡거리는 고층 빌딩 사이에서 혼자 이질적이게 놓여진 새까만 중세시대 성은, 그야말로 기괴하면서도 소름이 돋는 풍경이었다.

그리고, 그 모습을 보며 모두가 얼굴을 굳힐때.

직원은, 딱딱한 얼굴로 계속 설명을 이어갔다.

"현재 저 검은색의 끈적거리는 물질이 건물 내부와 지하 모든것에 있으나, 그것 자체는 인체에 닿는다고 해서 해를 끼치는건 아닌거같다고 합니다만... 문제는 저희 탐사팀이 파악한 바에 의하면, 그 검은색 액체에서 괴물들이 탄생한다고 합니다."

그리고 다시 스크린이 바뀌어 보이는 것은, 하나의 영상.

그곳에서는 악마성 아래 지하에 풍경을 담고있었다.

바닥에 쫙 깔린 검은색의 촉수들과, 어두운 분위기의 텅빈 그곳.

그리고 깜깜한 곳 한쪽편에서, 검은색 엑체로부터 무언가 기괴한 형상의 생명체들이 하나 둘 올라오며 형체를 갖추고 만들어지는 모습이였다.

다들 그 기묘한 광경에 사태의 심각함을 깨닫고 있을때.

협회 직원의 설명이 이어졌다.

종합무역센터 지상층이 악마의 성처럼 위협적인 생김새를 하고있기는 하지만, 실상은 환상이고 진짜는 구불구불 개미굴처럼 이어진 지하다.

굉장히 넓고 큰데다가 복잡하게 얽힌 저 지하에서 수많은 괴물들이 배양되고 있는 것으로 보이고, 그것을 행하는 주체는 데몬즈라는 빌런인 것 같다.

그러니, 아마 저 빌런만 처리하면 모든 문제가 해결될거다. 그게 협회가 내린 결론이었다.

"쓰읍... 쯧. 하필 서울의 도시 한가운데서 일어난 일이라 미사일을 쏠 수도 없고 거기에 지하니... 곤란해졌구만."

협회장은 혀를 차며 중얼거렸고, 요원은 이에 고개를 끄덕이며 설명했다.

"네. 아마 현재로써 사건을 해결하는 제일 적합한 방법은 이 모든 사건을 일으키고 있는 빌런을 제거하는 것으로 보입니다만... 저 지하 어딘가에 있는건 확실한데, 그게 어딘지는 직접 찾아와야 할 것 같습니다. 그리고..."

그는 곤란하다는 듯 말을 이었다.

"해가 뜨기전 틈을 타 새벽사이 조사해본 결과로는,저 빌런의 검은색 물질이 섀도우워커씨의 능력을 방해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풀어말하면 나는 또 쓸모가 없다는거지. 하하하..."

퀭한 얼굴로 그렇게 자조적으로 중얼거린 그는, 이내 다크서클 가득한 눈으로 흐느적거리더니 등받이에 털썩 기댄채 고개를 숙였다.

한때 밤의 패황이라 불렸던 섀도우워커, 3연패.

그렇게 좌절한 그는 내버려두고.

결국 이 사태를 해결할 수 있는 히어로는, 단 한명이었다.

"스타더스씨."

"알겠습니다."

스타더스, 신하루는 짧게 고개를 끄덕였다.

당연하게도. 그녀가 나설 차례였기에.

그렇게 세부 일정이 조율되었다.

데몬즈는 곧바로 S급 빌런으로 공표됐고, 악마성이 된 무역센터 근처는 전부 일반인 출입금지가 되었다.

그렇게 몇시간 후, 을씨년스럽게 사람하나 없는 텅빈 거리에서.

그곳에 도착한 신하루는, 조용히 발을 내딛었다.

그녀의 목표는 악마성 지하에서 증식하는 괴물들을 보이는대로 처치하며, 제일 심층에 있을걸로 추정되는 데몬즈라는 놈을 제거하는 것.

한 심호흡한 그녀는, 이내 어두운 그곳으로 찬찬히 발걸음을 옮겼다.

자신과 괴물들, 그리고 데몬즈라는 빌런만이 있을 그 곳으로.

***

한편 그시각.

에고스트림 본부, 큰집.

"쟤 잡아!!!"

"오빠, 가만히 있어요!"

"....미안해요, 다인오빠."

"잠깐, 잠깐! 내 말 좀 들어봐. 그리고 은월아? 우리 그 마법진 그리는건 잠깐 멈추고 대화로 해결할까?"

내가 저 악마성 지하로 들어가겠다는걸 밝힌 직후, 우리 에고스트림 본부는 조금 떠들석해진 모습이었다.

...살려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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