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80화 (180/328)

EP.180 검게 물든 도시

[으하하! 그래. 나야 당연히 자네가 그렇게 쉽게 쓰러질리가 없으니 연출이라 생각했는데, 아리엘이 하도 난리쳐서 혹시나 한 바람에 내 한국으로 쳐들어가 자네의 복수를 해야하나 그런 생각까지 했지뭔가!]

"아이고, 아사장님. 제가 그렇게 쉽게 죽을 사람입니까? 하하하하! 말씀만으로도 고맙습니다만, 굳이 그러시지 않아도 됩니다. 언론은 늘 과장하고 부풀리니까요."

[그런거같네. 근데 참, 자네소식 어디서 보고 내 딸아이가 어찌나 놀랬는지 막 펑펑 울고 그랬지 뭔가. 자네를 보고싶어하는 눈치던데...]

"하하. 아리엘이요? 이거 제가 나중에 한번 찾아가봐야겠네요."

[그래, 언제든 놀러오게. 라티스시티는 늘 자네에게 열려있으니 말일세. 아 그리고, 듣기로는 곧 그 카테달인가 뭔가 하는 회의가 2번째로 열린다더군. 그때 보세 그려.]

-크하하하하!

그렇게 아틀라스의 호탕한 웃음을 끝으로, 전화는 끝이 났다.

"휴우..."

북대서양의 지배자 아틀라스와도 전화를 마친 나는, 이내 안도의 한숨을 내쉬었다.

...아니, 한국에는 왜 쳐들어와. 복수는 무슨 복수.

앞으로는 수빈씨를 핫라인으로 지정해 나 유사시에 대신 연락받으라 해야겠다. 쓰읍.

근데 아리엘이라, 그녀가 나를 걱정해줬다는 말을 들은 이후, 나는 계속 무슨 생각이 들고 있었다.

흠. ...아리엘 에고스트림 영입, 진짜 잘하면 가능하지 않을까? 물론 아틀라스의 허락이 있어야 겠지만...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쯤, 내 입에 뭐가 닿았다. 뭔가 하고 보니, 노란색 귤 한조각.

"으음?"

내가 아무 생각없이 입을 열자, 그 사이에 입 안으로 쏙 들어왔다. 씹어보니 새콤하니 맛있었다.

뭔가 하고 내려다보니, 침대에 엎드린 채 만화책을 읽고있는 서자영이 보였다. 한손으로는 귤 까먹으면서.

아마 자기 먹는사이 내 입에도 하나 넣어준 모양.

작은 손으로 꼼지락거리며 귤을 까는데, 그렇게 자기 먹으면서 하나씩 내 입에 넣어주었다. 후드소매가 너무 크니 손이 더 작아보이는거 같기도.

그렇게 나는 입에 들어온 귤을 우물거리며 생각했다.

...아니 근데, 얘 언제들어온거야?

"야. 너 언제부터 여기있었냐?"

"...너 전화하고 있을때 들어왔지. 눈치도 못채던데?"

서자영은 입에 귤을 우물거리며 그렇게 말했다.

...이상한데서 신출귀몰하네.

"알았어. 이제 나가자."

"으응? 나 이제 막 왔는데에..."

"아침 먹어야지."

"내 아침은 귤... 으아아..."

나는 그렇게 서자영을 염동력으로 들고 밖으로 나갔다. 참고로 처음에는 뒤척이더니 이제는 허공에서 엎드린채 만화책을 읽는 그녀.

...저러다 눈 나빠지지.

하여튼, 그렇게 나는 거실로 나왔다.

이제는 몸이 많이 괜찮아져서, 능력을 마음껏 써도 문제없다. 아마. 그리고 이렇게 가끔은 조금씩 써줘야 감도 안잃고.

...물론 당분간은 절대 밖에 나가서 막 테러하거나 몸쓰는 일 하지 말라고 수빈씨를 필두로 모두가 한 말이 있어 몸을 사리고 있기는 한데... 이정도는 괜찮지 않을까 싶다.

"으음..."

거실로 나와보니 마침 소파에 기대 졸고있는 서은이가 보였다. 그리고 그런 서은이 어깨에 기대 같이 졸고있는 은월이까지.

"으음.. 오빠. 이상한거 타면 안되요... 지지."

...대체 무슨 꿈을 꾸는거야?

내가 서자영을 바닥에 내려놓은 후 옆에 털썩 앉자, 그제서야 부스스하게 눈을 뜨는 서은이.

"오빠... 하암... 잘잤어요?"

"으응.."

눈을 비비면서 일어나는 서은이와, 그에 맞추어 같이 깨는 은월이었다.

으으응...

그렇게 기지개를 피기 시작하는 서은이 옆에서, 나는 티비를 틀었다.

여전히 별 특별할거 없는 소식만 전하는 뉴스.

...그래. 아마 오늘까지가 이렇게 별일없이 대한민국이 평화로운 날이겠구만.

내일부터는, 난리가 날테니.

내일은 드디어, 드디어 메인이벤트가 시작되는 날.

아마 하룻밤 더 자고나면 시작할거다.

그 기묘하고도 거대한 테러가.

"으음..?"

비장하게 그런 생각을 하던 나는, 여전히 정신 못차리고 고개를 앞 뒤로 흔들며 졸고있는 서은이를 보며, 잠시 생각을 바꿨다.

...일단 다들 아침이나 먹고, 생각하자.

수빈씨는 주방에 있으려나.

나는 자리에 일어나면서, 그렇게 생각했다.

그렇게 나는 대충, 평화로운 하루를 보냈고.

다음날, 잠을 자고 일어나니.

드디어 사건이 터져있었다.

***

[여러분! 속보입니다! 현재 한국 종합무역센터가 의문의 빌런에 의해 새벽사이 점령되었다고 합니다! 협회는 현재 이곳 주변에 민간인들의 출입을 금하고 있습니다. 아... 보시다시피, 현재 건물의 상태가 좋지 못한 모습입니다!]

가로로 길게 세워진, 길다란 건물.

평상시에는 사람들로 가득한 그곳 주변의 거리가, 언제 그랬냐는 듯 텅 비어있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놓여진 건물.

평소에는 그냥 가로로 길게 놓여진, 평범한 건물이었지만.

지금은, 굉장히 상황이 달랐다.

그으으으으으-

건물 주변에서 들려오는, 기묘한 귀곡성.

유리가 반사되어 반짝반짝 빛나던 건물은, 어느새 시컴한 어둠에 물들어 본래의 모습을 잃었다.

건물의 왼쪽부터 오른쪽까지 전부, 시커멓고 끈적한 어둠에 물든 모습.

그리고 마치 거대한 성인양, 그 끈적한 어둠들은 건물 위에 첨탑과 지붕을 꾸며 건물이 마치 어두운 성처럼 보이게 둔갑하고 있었다. 실상은 1층짜리에 지하가 넓은 건물이지만, 적어도 얼핏보면 겉보기에는 중세시대 성처럼 보이는 모습.

그래.

서울의 중심에 있던 복합쇼핑몰은, 새벽 사이에 순식간에 검게 물든 유사 악마의 성으로 변해버렸다.

"와... 오빠. 이게 뭐에요?"

티비로 그 광경을 지켜보다가 내게 묻는 서은이.

그리고 그런 그녀에게, 나는 짧게 대답해주었다.

"저게 악마성이야."

"...악마성?"

그래. 악마성.

[시커먼 어둠이 이곳을 잠식한 가운데, 협회는 사태를 파악하는데 모든 힘을 쏟고있다고 밝혔습니다. 아마 S급 빌런, 그 이상이 일으킨 테러로 추정되며...]

나는 그걸보며 혀를 찼다.

쓰읍. 결국 내가 미리 안 막았더니 원작과 똑같이 그대로 시작되는구만.

이번 분기의 메인 테러, 일명 악마성 사건이.

나는 그런 생각을 하며, 현실로 닥친 이 사태를 조용히 바라보았다.

낮인데도 불구하고 그곳의 주위만 마치 저녁인것처럼 우중충한 가운데, 검은색의 아우라만 주위에 음을하게 퍼져있는 모습.

아마 저 안쪽에, 놈이 앉아있겠지. 이 사건을 일으킨 악마화 능력자, 그놈이.

놈을 생각한 나는, 다시한번 원작의 내용을 떠올려보았다.

...악마성 테러.

서울의 복합쇼핑몰 한곳을 완전히 점령한 빌런, 일명 데몬즈라는 놈이 일으킨 테러다.

정확히는 저곳을 거점으로 삼고 안에서 자신의 능력으로 유사 악마의 생김새를 닮은 검은색 크리쳐들을 생성한 뒤, 그것들로 서울 정복을 노리는 녀석이 일으킨 일. 이제부터 저곳에 있는 검은색의 물질들로부터 유사 악마들이 깨어나기 시작할거다.

그리고 어느정도 숙성된 뒤, 다들 일제히 튀어나와 서울을 공격할테고. 물론 아직은 그러기까지 시간이 조금 남아있긴 하겠지만...

이번 테러의 특징은 일으킨 놈이 이전까지의 다른 빌런들과는 달리, 머리가 좀 돌아가는 놈이라는거. 물론 뒤에서 조용히 안하고 저렇게 동네방네 광고하면서 테러를 일으키는거 부터가 좀 마이너스기는 했지만, 쟤는 실제로 자신의 능력에 자신이 있으니까 그러는거다. 그리고 그 말대로 원작에서도 스타더스던 누구던 다 막아내는 모습을 보여줬고.

근데 뭐, 이런 얘기는 다 필요없고.

중요한건 이거다.

'...스타더스가 또 피폐물을 찍었었지."

놈을 잡으려면, 결국 악마성 안쪽 지하로 들어가는 수밖에 없다. 제일 안쪽에 놈이 떡하니 위치하고 있어서.

근데 이 테러를 일으킨 놈이, 자기 잡으러 오는 길을 편하게 깔아놨겠어? 당연히 지가 만든 모든 악마 크리쳐들을 도처에 깔아놨다. 거기에 미로처럼 길도 좀 꼬고. 함정도 설치하고.

즉, 마치 게임으로 따지자면 저곳은 일종의 거대한 던전과도 같다고 할 수 있다. 가는 길이 지랄맞게 어려운.

'.....'

그리고 이건, 월광교 전에 처음으로 나오는 군단형 빌런이기도 하다. 상대하려면 다수를 상대해야하는. 저 안쪽에 끈적한 어둠으로 만들어진 괴물들이 얼마나 돌아다니는데. 거기에 양도 많으면서 괴물들 하나하나가 강하기까지 하다. 여러모로 골때리는 설정.

그래서 나는 처음에, 걍 이런 일이 일어나기도 전에 이거 일으킨 빌런을 미리 처리하려고 했었다. 원작에서 스타더스가 이번 일로 하도 구르기도 하니까. 원작 스타더스는 워낙 약하기도 했고.

다만, 저번에 내가 로봇슈트 입고 나서서 스타더스와 직접 싸운 뒤에는, 생각이 바뀌었었다.

...이거, 지금의 스타더스 보면 가능할거 같기도 한데? 능력이 훨씬 강해져서?

당연하게도 스타더스가 이런 테러를 경험해보는건 그녀의 능력 향상 면에서 좋다. 히어로만화 주인공인만큼 그녀는 역경이 겪을수록 강해지니까. 그리고 내가 봤을때... 지금의 스타더스 정도면 충분히 가능할거 같기도 하고.

그래서 그냥 내버려뒀고.

결국 예정대로 테러가 일어났다.

그렇게 화면에는 음울한 악마성의 모습이 나오는동안.

그 으시시한 모습을 보던 서은이는, 나한테 걱정된다는듯 물었다.

"오빠, 우리가 뭐 할거 있어요? 저기 안에 엄청 위험해보이는데..."

"응. 아무것도 없어."

"네?"

"우리는 그냥 스타더스만 믿으면 돼."

의아한 시선을 보내는 서은이한테, 나는 그렇게 답해줬다.

나는 우리 스타더스 믿는다. 이제 충분히 강해졌으니, 저정도는 충분히 격파할 수 있을거야.

...있겠지?

"...."

아니 근데, 왜 이렇게 계속 걱정이 되지.

***

[속보입니다! 히어로 스타더스가 현재 검게 물든 종합무역센터, 통칭 '악마성' 내부로 진입했다고 합니다! 현재 동행없이 단독으로 들어갔다고 협회는 보도했으며...]

"쓰읍..."

"오빠. 왜 이렇게 다리를 떨어요?"

그로부터 몇시간 뒤.

나는 앵커의 말을 들으며, 계속 초조하게 소파에서 발을 까딱까딱 거렸다.

...아니, 뭔가 가면 갈수록 계속 더 불안해져서 그러지.

우리 여린 스타더스가 저 안에서 잘 해낼 수 있을까? 원작에서는 그렇게 개고생을 했었는데. 내가 잘못된 판단을 내린거 아닐까?

불안해, 너무 불안해.

그렇게 한참을 고민하던 나는.

이내 결심을 새우고, 자리에서 주먹을 쥔 채 벌떡 일어났다.

"그래. 안되겠어. 나도 저 안에 들어가야겠다."

"...뭐라고요? 오빠 미쳤어요?"

나 말리지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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