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74화 (174/328)

EP.174 잘못된 판단

스타더스한테 마지막으로 테러를 한게 대체 얼마 전인지 모르겠다.

물론 저번에 미스트와 섀도우워커 싸움붙일 때 한번 만나기도 했고, 멀리서 본 적은 몇번 있긴 했지만.

그건 그냥 말그대로 보기만 한 것뿐, 직접 몸을 움직이며 만난건 정말 예전이다. 그 해변휴가가 마지막이었으니까.

즉, 나는 이제 슬슬 스타더스와 뜻깊은 시간을 보내고 싶다는 소리.

그리고 당연히 그 뜻깊은 시간은, 테러고.

"뭘 하지..."

나는 자리에 앉아 의자에 등을 기대고, 가만히 고민했다.

물론 준비해 놓은 테러야 좀 있기는 한데...

"쓰읍..."

나는 마지막으로 봤던, 스타더스가 그 고릴라랑 싸우던 전투를 복기해봤다.

...역시 멀리서 봐서인지 잘 모르겠기는 하다만.

"확실히 훨씬 강해는 졌었지?"

그래. 그게 바로 키포인트다.

이러니 저러니 해도, 원작보다는 확실히 강해져있었다. 비교도 안될 정도로.

집에 돌아와서 예전에 적은 설정노트보니 그 불뿜는 고릴라에 관한 언급이 있더라고. 스타더스가 그야말로 발리다가 지구전으로 겨우겨우 잡았다고.

그때랑 비교하면, 지금은 정말 강해진거다.

그 고릴라놈이랑 조금 투닥투닥하더니 그냥 쓰러트려버렸으니까. 그야말로 감동 실화.

다만 문제는 정확히 얼마나 강해졌다는거냐 이거다.

다만 확실한건 내 생각보다 조금 더 강해진거 같긴 한데...

"흐음..."

나는 턱을 괴고 고민했다.

...사실 몇달 후에, 또 엄청난 빌런이 하나 나온다. 아예 지역 하나를 차지한 뒤에 개지랄을 하는 미친 놈이. 또 하도 강한 바람에 원작에서 걔 조진다고 또 한세월 걸렸다. 스타더스는 진한 피폐물 다시한번 찍으며 땅파고.

그래서, 그놈이 메인 빌런이었던만큼 그 빌런의 이름과 사는 곳까지 전부 알고있어서, 그냥 미리 죽이려했었다. 어차피 스타더스가 걔 못이길테니까.

다만...

"쓰읍... 가능... 하려나?"

이제 보니 잘하면 될거 같기도 하고.

아닐거 같기도 하고.

직접 붙어본 것도 아니니 애매했다.

그렇다고 바로 스타더스를 그 수렁에 집어넣자니 그건 좀 소리가 바로 나오고.

하여튼, 그래서 테러. 테러를 뭘 해야 하느냐.

이왕이면 스타더스의 실력도 명확히 체크해 볼 수 있는 그런거면 좋겠는데...

그렇게 테러도 고민하랴, PMC 시설 점검하랴 훌쩍 지나간 며칠.

여전히 고민하던 어느날, 서은이가 내 손을 잡고 또 지하실로 끌고왔다.

"또 그 로봇 병기 만들었다고?"

"로봇 병기라니, 슈트라고 불러줘요. 하여튼, 이번에는 진짜에요 오빠. 스타더스 정도는 가뿐히 이길 수 있다!"

또 자신만만하게 소리치는 서은이.

언제부터인건가 스타더스를 경쟁대상으로 삼던 그녀였기에, 딱히 새로울 것도 없었다.

다만 사실 바로 직전에 만든 슈트는 은근 강했어서 좀 놀란 기억이 난다. 물론 스타더스한테는 안됐지만, 그거야 지금 스타더스가 너무 강하다고니 그런거고...

그렇게 또 서은이는 지하실 문을 열었고.

그러자 내 눈에 들어온 것은.

"오..."

"자! 어때요!"

허리에 손을 올리고 자신만만하게 서은이가 선보인 그것.

그 병기의 형태는, 전과는 달리 굉장히 이질적이어 보이는 무언가였다.

그전의 병기들이 사람 모양으로 생긴 육중한 슈트같은 거였다면, 이건 무슨 날아다니는 외계 기계처럼 보이는 모습.

금속으로 만들어진 커다란 원모양의 본체에, 아래 위로 팔만 4개가 붙어서 공중에 둥 둥 떠있는 이 병기.

"제 야심작, 일명 스타 디스트로이어에요!"

서은이는 뿌듯하다는 듯 이 거대한 병기를 보여주며 말했다.

아니 근데 딱봐도, 그냥 강하게 생겼다. 전이랑 디자인이 너무 이질적이긴 한데, 그래서 더 강해보이는 것 같기도 하고.

그렇게 내가 작게 감탄하자, 더욱 신이 난 것같은 서은이는 열심히 나한테 설명해줬다.

대충 이 금속들이 얼마나 내구성이 강한지, 어떤 첨단기술이 들어갔는지, 그리고 은월이의 마법까지 더해져 얼마나 대단해졌는지. 그 모든 것들을.

이런 대 스타더스용 슈트만 벌써 3번째 제작하다보니 나름 노하우가 쌓였나보다.

나는 그런 마음으로 서은이가 귀엽게 재잘거리는걸 웃으며 들어줬다.

물론 내용은 별로 귀엽지 못했지만.

"...그래서 여기 원형의 몸통에 사람 하나 딱 들어가고, 여기서 조종하면 되는거에요! 은월이가 걸어준 마법으로 이쪽 이쪽은 강화하고, 그리고 몸통은 기본적으로 부유상태라 x축 y축 z축 다 자유자재로 이동 가능하고, 그리고 팔! 이쪽 팔에는 미사일이 달려있는데..."

그렇게 계속된 서은이의 말을 들을수록, 나는 은근 혹하는걸 느꼈다.

아니, 이건 진짜 꽤 잘만든거 같은데? 물론 실전 훈련을 해봐야 겠지만, 이정도면 스타더스 상대로도 은근 오래 버틸 수 있을거같다.

나는 새삼 내 앞에서 재잘재잘 말하는 서은이를 되돌아봤다.

...그래. 생각해보면 서은이도 원작에서 메인빌런 중 한명이었지. 그것도 엄청나게 강하던.

지금이야 이렇게 귀엽지만... 나랑 처음 만났을때도 꽤나 까칠했었다. 마음의 문을 열게 하기 위해 꽤나 애썼지. 그게 한 1년 걸렸었나.

"오빠?"

"응?"

"듣고 있어요?"

"어. 당연하지. 진짜 이번에는 엄청 잘 만든 것같다 서은아. 대박인데?"

"그쵸? 헤헤. 은월이랑 세희언니가 많이 도와줬어요!"

내 칭찬에 금새 기분이 좋아진 서은이의 머리를 쓰다듬어주며, 나는 다시 생각에 잠겼다. 근데 서은이 키도 이제보니 좀 큰거같기도 하고.

그렇게 서은이가 이번에는 기필코 이 병기가 스타더스를 쓰러트릴 수 있을거라고 자신하던 그때.

나는 순간, 무언가가 번득이듯 떠올랐다.

"....."

그렇게 생각을 정리하고 시간이 지난 뒤.

나는 조금있다가 서은이한테 물었다.

"서은아, 근데 어찌 되었던간에 이 병기가 스타더스를 쓰러트리기만 하면 되는거지?"

"네? 네! 뭐 그렇죠. 나중에는 아예 제가 탈 필요도 없이 무인으로도 개발해볼 생각인데..."

"그럼 이거 그냥 내가 몰아도 돼?"

".....넹?"

갑작스러운 내 말에 눈을 깜빡이는 서은이.

음, 이걸 어디서부터 설명해야 하려나.

***

지금까지 스타더스를 상대로 테러한지도 꽤 오래되었다.

물론 그것들 중에 내가 단둘이 오붓하게 싸운적은 손에 꼽을 정도로 적다. 대다수는 우리 에고스트림 멤버들이랑 같이 싸웠지.

그런 상황에서 안그래도 스타더스 전력을 체크하고 싶은 마당에, 서은이가 만든 병기를 보니 느낌이 빡 왔다.

어라? 내가 저거 타고 싸우면 스타더스 능력 체크 그냥 한방에 되겠는데?

거기에 나로써는 스타더스의 공격 패턴이나 싸움 습관같은걸 잘 아니, 더욱 완벽할거라는건 인지상정.

그래서 서은이한테 뭐 스타더스랑 오랜만에 단둘이 시간보내고 싶다 이런 말은 쏙 빼고, 대충 뒤에 2개를 대며 설득했더니 이내 서은이도 납득했다.

"음... 뭐, 오빠말도 일리가 있네요. 저걸로 이기기만 한다면야. 오히려 저보다 나을수도? 좋아요."

"고맙다 서은아."

"...근데 좀 걱정되긴 하네요. 그럼 이거 아직 완성본은 아니라 도색만 좀 더 하고... 오빠 탄다니까 더 개조좀 하고..."

그렇게 뭘 바쁘게 챙기던 서은이는, 이내 무언가를 추가하기 전 생각났다는 듯 나한테 물었다.

"아, 오빠. 그러면 이거타고 테러할때 누구랑 같이 할거에요? 은월이? 세희 언니나 자영언니?"

"음... 나 혼자 할거같은데."

"네? 혼자요?"

"어. 그리고 서은아, 그거 도색도 전이랑은 좀 다르게 해줘. 티 안나게."

"...네? 왜요?"

"아. 이번에 테러할때 에고스틱이랑 아무 상관없는 제 3자인척 하고 테러해보게. 어차피 거기 타면 얼굴도 안보이잖아?"

"???"

굉장히 당황하는 서은이. 아니, 이게 다 이유가 있다. 이게 내가 테러를 너무 자주하다 보니까 스타더스도 나한테 조금 익숙해졌을 수 있단말이지. 막 패턴도 파악되고.

그래서 이번에 그녀의 전력을 확실하게 체크해보기 위해서, 아예 처음보는 빌런인 것처럼 느끼게 해볼 생각이다. 내가 또 지금까지 사상자도 안내고 그런 전적이 있다보니, 아예 이런식으로 제 3자 컨셉으로 나가는게 그녀가 진심을 다하게 하는게 더 유리할 것 같기도 하고.

물론 그런 내 설명에 서은이는 딱히 납득한 눈치가 아니었지만, 그래도 강행했다. 이제 곧 전설의 '그 빌런'이 나오는데, 스타더스가 걔 상대할 수 있는지 제대로 체크하려면 이정도 오차도 용납할 수 없다.

물론 막판에는 들켜도 상관없다. 대충 전력 파악하고 짜잔! 사실 나지롱 하고 튀어버리면 되니까.

싸움 도중에 몇방 맞는거야, 내 맷집이면 충분히? 버틸 수 있을테고.

그렇게 나의 다음 테러가 결정됐다.

저 공중에 붕붕뜬 팔 4개짜리 슈트입고 에고스틱 아닌척 스타더스랑 싸우기. 당연히 나 혼자서.

물론 너무 위험하다고 반대의견이 좀 있긴 했지만, 결국엔 다들 수용하는 방향으로 갔다.

그렇게 준비한 뒤 몇주후.

테러의 날이 밝았다.

***

저번에 에고스틱이 메테엘한테 '제 히어로는 누구도 아닌 다름아닌 스타더스입니다.' 라고 선언한 이후.

자기도 모르게 나름 기분이 조금 나아졌던 신하루의 기분은, 다시 또 몇주가 지나자 안좋아지고 말았다.

"하아..."

히어로 협회의 사무실.

그곳의 책상 위에 널부러진 하루는, 깊은 한숨을 내쉬었다.

...어째 요즘따라 테러가 더 많아졌다. 빌런도 더 늘었고.

근데 그녀를 시름겹게 하는 진짜 문제는 그 많은 테러 중에서 에고스틱이 일으킨건 단 하나도 없었다는거.

사실상 에고스틱에게 모든 관심이 쏠려있던 신하루에게는, 힘빠지는 일이었다.

"...테러를 해야 조사를 하던가 뭘 하던가 하지."

신하루는 자신도 모르게 그렇게 중얼거렸다.

히어로가 빌런의 테러만을 기다리는 이상한 광경이었지만, 그걸 지적한 사람은 이곳에 아무도 없었다.

...날이 갈수록 신경쓰이고, 그와 함께한 예전의 기억들이 자꾸만 불현듯 떠오르고.

이게 진정 체포하고 싶은 강한 의지가 아닐까.

그렇게 오늘도 오지않는 그만을 기다리며 그녀는 사무실에 대기하고 있었다. 안그래도 어제 이 생각 저 생각에 잠을 설치느라 피곤해진 눈 주위를 매만지며.

그리고, 그러던 그때.

협회 직원이 또 어디선가 나타났다.

"스타더스님! 또 테러가 일어났습니다!"

"하아... 이번에는 누구에요?"

"자신을 카오스 디스트로이어라고 부르는 이상한 기계장치에 탄 인물인데, 현재 도시를 습격하고 있다고 합니다! B급 이하로는 상대가 안됩니다!"

"알겠어요. 지금 출동하겠습니다."

신하루, 스타더스는 팔을 한바퀴 움직여 힘을 풀며 일어난 다음, 창문을 박치고 날아올랐다.

...어차피 쓸데없는 놈의 쓸데없는 테러일텐데.

그냥 빠르게 밟아버리고 오자.

기계장치라. 그냥 박살내면 되겠지.

그때까지만 해도 그녀는, 그렇게 생각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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