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71화 (171/328)

EP.171 판단

[[종합]에고스틱을 잡기 위해 왔던 S급 헌터 메테엘, 오늘 아침 미국으로 복귀]

S급 히어로 메테엘이 오늘 아침 미국으로 복귀했다고 협회가 밝혔습니다. 협회장은 오늘 메테엘이 미국 내 치안 불안정으로 인해 히어로가 부족해 부득이하게 다시 본국으로 소환됐다고 전했는데요. 이에 네티즌들은 에고스틱에 패배해서 도망가는게 아니냐며 협회의 말을 믿지 못하는 분위기입니다.

***

S급 히어로 메테엘은 다시 미국으로 돌아갔다.

공식적으로는 너무 타국에 오래 있었기에 다시 부른거라곤 하지만, 누가 보기에도 에고스틱에게 패배해 돌아간 것 모습.

[네! 메테엘의 필살기 메테오입니다! 이걸.... 야, 이걸 막네요!]

이미 에고스틱의 폐공장에 운석이 떨어지는걸 마법으로 막아내는 영상이 모두에게 공유된지 오래.

비록 가까이 접근할 수 없어 전투장면은 그것밖에 촬영된게 없지만, 전투소리가 오래도록 났음으로 꽤나 치열하게 싸웠을꺼란 추측이 있다.

그리고 그 전투의 결과는, 메테엘의 패배.

협회 요원들이 도착했을 때, 메테엘은 정신을 잃고 쓰러져있었다고 한다. 에고스트림 멤버들은 이미 사라진지 오래고.

그렇게 그날의 일 이후, 메테엘은 오늘 도망치듯 한국을 떴고.

이에 네티즌들 사이에서는 S급 히어로 정도는 이제 에고스트림의 상대가 안된다는 이야기가 공공연하게 돌고 있다.

더붙어 저런 에고스트림을 지금까지 홀로 맞서 싸워이겨온 스타더스도 재평가를 받고 있는 상황.

그리고 이런 상황 속에서.

스타더스, 신하루는. 잠시 밖의 창문을 보며 생각에 잠겨있었다.

"......."

결국, 메테엘은 미국으로 돌아갔다.

쓰러진 이후 협회 병원에서 깨어나더니, 갑자기 히이이익!하고 소스라치게 놀라며 일어나던 모습이 아직도 생생.

그리고 그 날 이후로, 메테엘의 모습은 꽤나 달라졌다. 이전보다 꽤나... 유순해졌다고 해야할까. 협회 직원들한테 시비도 더이상 걸지 않고, 오만한 태도를 고수하지도 않고... 특히 은근 신하루 자신의 눈치를 보는 모습을 보였다. 대체 왜인지는 모르겠지만.

하여튼, 이상한건 그게 다가 아니었다.

분명 쓰러진걸 보면 무슨 일이 있었던건데, 공장 안에서 무슨 일이 있었는지를 절대 안밝히던 메테엘.

그냥 에고스틱이랑 싸웠을 뿐이라고 말하기는 했으나...

'뭐 아무일도 없었어. 에고스틱님이랑, 아니 에, 에고스틱이랑 치고박고 싸웠을 뿐이야.'

...뭔가 태도가 좀 이상하긴 했다.

에고스틱이라는 말만 들으면 몸을 벌벌 떨며 눈치를 보는게, 확실히 수상한 모습.

처음에 그 에고스틱을 무시하며 A급 A급 거리던 그녀는 어디가고, 이내 갑자기 조신해지더니 미국으로 갑자기 돌아가버렸다. 미국에서 할일이 많다며.

...분명 전까지는 기필코 에고스틱'따위'는 잡은 뒤에 돌아갈거라 했단 말이지...

"음...."

신하루는 턱을 괸 채 앉아, 창문 밖을 내려다보며 침묵했다.

...그녀는 바보가 아니다.

그 오만하고 싸가지없는 메테엘이 갑자기 저렇게 바뀐건 분명 이유가 있겠지. 그리고 그것은 필시, 에고스틱 때문일거다.

아마 에고스틱과 싸움도중에 그에게 크게 당했고, 그 충격에 저렇게 됐을 확률이 유력하다.

특히 공장 안쪽을 나중에 확인한 결과, 뾰족한 돌덩어리들이 몇십개 있는걸 보니 더욱. 메테엘은 아마 에고스틱을 생포하기보다는 아예 처리할려고 했던거 같다.

사실 그걸 처음 봤을때는 화가 났지만, 피 같은것도 딱히 안보였으므로 그냥 넘어가기로 했다.

...당연히 빌런이던 뭐던 재판없이 히어로 자의로 즉결처형하는거는 맞지 않기에 화난거지, 딱히 다른 의미는 없다. 에고스틱이 다쳤을까봐 걱정한게 아니다.

-라고 신하루는 스스로 또 합리화했다.

물론 그전에도 협회에서 실시간 영상으로 에고스틱 쪽에 운석 떨어지는걸 봤을때 깜짝 놀라서 자기도 모르게 몸을 벌떡 일으켜 에고스틱을 구하러 날아갈 뻔했지만... 뭐. 그것도 그가 알아서 막는걸 보고 안도의 한숨과 함께 다시 자리에 앉았었다. 이것도 에고스틱을 걱정한게 아니라 사적제재의 위험 때문에 그런거라고 아무튼 그녀는 생각했다.

...이야기가 잠시 딴 길로 빠졌지만, 결론은 이거다.

쓰러져있던 메테엘과 치열한 전투의 흔적. 그리고 에고스틱 이름 넉자만 들었을때 벌벌 떠는 그녀의 모습으로 유추할 수 있는 제일 쉬운건...

아마 메테엘이, 에고스틱과의 싸움 도중 처참히 발려 정신적으로 충격을 받았다. 이것일 것이다. 아마 협회 내에서는 쉬쉬하고 있지만, 다들 이걸꺼라 생각하기도 하고.

다만, 이상한건.

'...상처가 별로 없었지.'

에고스틱만 보면 벌벌 떨정도로 크게 당한거 같은데, 어째서 상처는 별로 없는걸까.

그점이 이상하기는 했지만, 지금 당장 알아낼 수도 있는건 아니여서 일단은 넘어가기로 했다.

그보다, 그녀가 주목한건.

"......음."

에고스틱이 이번에 메테엘을 완전히 박살냈다. 그녀가 정신을 잃을 정도로.

그리고 벌벌 떠는 메테엘의 반응을 봤을때, 꽤나 충격적이게 박살 낸것같다. 심지어 에고스틱을 무서워하는 것처럼도 보였으니까.

아마 뭘 했어도 겁먹을만한 그런 무서운 짓을 한거 같은데...

그런데 왜.

그는 자신한테는 한번도, 그러지 않은거지..?

"...."

신하루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잠시 침묵했다.

아니, 그. 메테엘을 상대로는 얼마나 무섭게 싸웠으면 애가 저러는데.

자신한테는 딱히, 그런적이 한번도 없지 않았나..?

신하루는 그런 생각을 하며 에고스틱과 싸웠던 예전 기억들을 떠올려보았다.

기차에 쓰러져있던 자신을 격려해준 에고스틱.

한은그룹으로부터 탈취한 거대 로봇으로 자신과 싸우다, 대통령이 미쳐서 미사일 날린거 겨우 막고 쓰러지던 자신을 잡아준 에고스틱.

늘 '다음에는 안당할겁니다!'라고 웃으면서 말한 뒤 도망가던 에고스틱.

"....."

그렇게 에고스틱이 자신에게 대했던 태도와, 이번에 어찌나 당했으면 벌벌 떨고있는 메테엘을 비교해보며.

신하루는, 무언가를 깨달았다.

'...이거 혹시, 나한테만 그랬던건가...?'

아니, 뭐.

생각해보면 에고스틱이 늘 그녀보고서 당신이 저를 완성시킨 다느니 이러고 막 목숨까지 던지고 그래서 잘 인지하지 못했는데.

사실, 따지고보면.

에고스틱은 남들한테는 그렇게 친절하지 않았다. 이번 메테엘 사건을 계기로 다시한번 새삼 깨달았을뿐.

오직, 스타더스. 자신한테만 그랬던거다.

"흐으응...."

거기까지 생각하니 자기도 모르게 막 흐으응 같은 소리를 내던 그녀는, 빠르게 고개를 저었다.

아니, 그런게 중요한게 아니다. 중요한건 에고스틱과 그의 빌런연합의 힘이 점차 강해지고 있다는거지. 이런 중요한 문제를 신경써야지, 다른 것까지 신경쓸 틈이 없다.

다만, 그렇게 생각하면서도 자기도 모르게 기분이 좋아졌다는걸 느낀 그녀는, 다시 헛기침을 한 뒤 생각했다.

...뭐, 그래. 자신이 에고스틱 그의 유일한 상대니까. 그런거겠지. 이번 메테엘 사건을 계기로 다시 확인했을 뿐, 변한건 아무것도 없다.

역시.

에고스틱은, 그녀꺼다.

...다만. 근데 메테엘한테는 진짜 무슨 일이 있었던거지..?

신하루는, 그것만이 살짝 의아하긴 했었다.

***

미국으로 가는 개인 비행기 안.

그곳에서 커튼을 치고 홀로 앉아있던 메테엘은, 훌쩍거리고 있었다.

"흑...에고스틱."

훌쩍. 훌쩍.

눈물이 찔끔나는걸 옷의 소매로 슥슥 훔치던 그녀는, 주먹을 굳게 쥐고 다짐했다.

크흑... 이번에는 비록 자신이 방심해, 수모를 당하긴 했지만...

비록 막 그를 향해 완전히 굴복하고 마음마저 꺾이긴 했지만, 훌쩍.

"Next time... 다음에는 꼭... 쓰러트리고 말겠어."

훌쩍.

비록 아직도 에고스틱만 생각하면 손발이 벌벌 떨리고 막 자신도 모르게 히어로 정의 원칙을 제 5장까지 줄줄 읊을것 같았지만, 그래도 그녀는 아직 완전히 꺾이지 않았다.

...물론 지금 상태에서 에고스틱을 보면 자신도 모르게 무릎부터 꿇을꺼 같긴 했지만, 아무튼 꺾인건 아니다.

"난... 꼭 돌아오겠어!(I will be Back!)"

메테엘은 훌쩍이면서도 주먹을 쥐고 다짐했다.

미국에서 그가 말해준대로 열심히 일해 능력을 키워서, 다시 한국으로 돌아가 그를 밟고 말겠다.

기한은 대략..

"한 십, 십년이면 되겠지...?"

아니다. 십오년..? 그정도는 걸릴려나...?

그녀는 그렇게 진지하게 고민하며, 미국으로 돌아갔다. 하여튼 복수할 다짐을 한게 중요한게 아니겠는가. 시작이 반이라고 했으니...!

고향의 피넛버터 샌드위치가 그리운 날이었다.

***

"누가 내 얘기를 하나."

나는 귀가 가려운걸 느끼며, 그렇게 중얼거렸다.

뉴스에서 나오고 있는건 메테엘의 미국 복귀 소식.

"오빠, 근데 대체 뭘 어떻게 했길레 저 여자가 저렇게 쫄아서 도망간거에요? 전 늦게 내려와서 못봤어요."

"아, 뭘했냐고?"

서은이의 돌발질문에 나는 귀를 긁었고, 옆에서 듣던 은월이도 멋쩍게 웃으며 머리카락을 꼬았다.

...뭐, 별거 한건 아니다. 그냥 은월이가 알려준 마법으로 정신을 주물주물 했달까. 아주 비폭력적이고 온건하게 진행됐다.

물론 그래서 효과도 오래 갈거라 생각은 안하지만, 일단은 그녀를 미국으로 돌려보내는데 성공했으니까.

그렇게 대충 설명했더니, 서은이는 납득한 분위기였다.

뭐, 하여튼. 일이 나름 잘 풀렸다.

그리고.

나는 창밖의 하늘을 올려다보며, 조용히 생각했다.

...아마 내 생각이 맞다면.

미국은 더이상, 이쪽을 건들지 않을거다.

***

국제 히어로 협회 총장실.

에고스틱을 상대하라고 보냈던 메테엘이 압도적으로 패배한 후 미국으로 돌아온 뒤. 그녀와 대화를 나누고 돌려보낸 총장은, 이내 조용히 등받이에 등을 기대고 생각했다.

"...에고스틱"

빌런연합의 수장들만 모인 카테달. 그곳에 유일하게  A급 빌런이던 그.

그 소식을 들은 후, 총장은 히어로 한명을 대한민국으로 보냈다. 에고스틱을 상대하라고.

그렇게 막 S급이 된 히어로 메테엘이 한국으로 보내졌다. 정말 에고스틱 그가 A급 빌런 '따위'가 맞는지. 확인해보기 위해.

그리고 그 이후의 일련의 사건을 지켜보고 총장은 판단했다.

...역시. 카테달에 들어간 이가 범상치 않은 인물이 아닐리가 없지.

그리고 졌음에도 몸은 멀쩡히 돌아온 메테엘을 직접 만나 대화를 나누고 난 이후, 총장은 더더욱 확신했다.

괜한 짓 하지말고 당장 급한 이쪽이나 집중하고.

대한민국. 에고스틱 쪽은...

더이상, 건드리지 않기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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