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9화
화교육
협회 소유 병원, 일명 치료센터.
그곳에 한주간 머물면서 몸을 회복한 미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그녀는 협회 내 자신을 위해 마련된 임시 사무실에서, 늘 끓어오르는 분노로 차있었다.
"Fucking... Piece of bullshit!"
몸은 며칠간의 치료끝에 완전히 나았지만, 자존심에 남겨진 스크래치는 치료하지 못한 그녀.
"내가 A급 따위한테 졌다고... 내가...?"
메테엘은 이내 책상 위에서 자신의 윤기나는 회색 머리를 쥐어뜯으며 중얼거렸다.
내심, 아니 대놓고 무시하던 A급에게 졌다는걸, 그녀는 받아들일 수 없었다.
물론 자신을 기습한 빌런은 S급이라고는 하지만, A급 밑에있는 빌런이 강해봤자 얼마나 강하겠는가?
거기에 그 광선을 쐈다는 Moonlight Shaman이라는 빌런의 사진을 보니 부끄러울 지경. 키도 자신보다 20센치는 작아보이는 여자애한테 졌다는게 믿을수가 없었다.
"그래..."
이내 큰 정신적 충격으로 머리를 부여잡던 그녀는, 마침내 결론을 내렸다.
자신은... 방심해서 졌을 뿐이다.
자신이 방심하지 않았다면, 저런 허접한 놈들한테 질리가 없다.
뭐? 놈들이 강하다고? 말도 안되는 소리. 지금까지 자신이 싸워온 적들에 비하면 택도없다. 다만 그녀가 방심해서일뿐.
"Shit..."
그렇게 그녀는 영어로 욕지거리를 내뱉으며, 신경질적으로 SNS를 보고다녔다.
그렇게 마음의 평화를 얻기위해 노력할때쯤, 들려오는 목소리.
'...서포터 주제에 왜 나대요?'
"Fuck!"
그놈이 자신에게 지껄인 소리가 머리를 맴돌때마다, 그녀는 분노로 가득 찼다.
네놈, A급 주제에, 비겁하게 기습으로 이겨놓고 뻔뻔하게 그렇게 말해?
다음에 만나면 놈을 찢어발기고 말겠노라고 다짐한 그녀는, 다시 눈에 불꽃을 튀기며 다짐했다.
그래. 자신이 방심하지 않고 그 기술만 썼다면 이길 수 있었다. 어차피 에고스트림이고 뭐고, S급 히어로인 자신의 운석 한방 맞으면 다들 힘의 차이를 깨닫게 될거다.
그들은 A급 따위, 자신은 S급.
두번은 당하지 않는다.
그렇게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여전히 그런 생각을 하던 그녀는, 이내 자신의 SNS에 분노의 게시글을 작성했다.
자신의 인스타에 영문으로 적어 올린 게시글의 내용은, 대충 에고스틱을 욕하는 내용. 한국의 에고스틱은 나약하고 가증스러운 빌런이며 다음에는 반드시 묵사발을 내주겠다는 내용.
그렇게 쓰고 나니 또 느껴지는 분노.
뭐? A급 히어로보다 자신이 못해?
그의 말 한마디 한마디가 발작버튼이 된 그녀는, 이내 또 그의 말을 떠올리며 분노와 복수심에 불타다가 겨우 겨우 진정했다.
그래, 메테엘. 참자, 참아.
다음에 복수하면 되지 다음에.
...밖에 좀 나가자, 일단.
그렇게 문을 열고 밖으로 나와 협회 내 복도를 걷던 그녀가, 코너를 돌자 마주친건.
"...."
"...."
대한민국의 A급 히어로, 스타더스였다.
***
스타더스, 신하루.
그녀는 최근들어 기분이 나쁘지 않았다.
"흐응..."
[아니, 뭐. S급이라는둥 뭐라는둥 온갖 큰소리는 다 치시길레 무슨 엄청 강하신 줄 알았는데.]
[그냥 제 히어로인 스타더스보다 훨씬, 풋, 약하시네요?]
물론 이번에 미국에서 파견된 S급 히어로가 에고스틱에게 무참히 깨지는 가슴아픈 일이 있었긴 했지만...
뭐, 사실 그녀가 이미 예상했던 결과이기에 별로 큰 충격을 받지는 않았다. 그래. 에고스틱 전문가인 자신도 못잡고 있는데, 그 어떤 다른 히어로가 그를 붙잡을 수 있을까.
역시 그와 싸울 수 있고, 그를 상대할 수 있는 히어로는 스타더스 자신밖에 없다.
...그리고, 뭐. 에고스틱도 그렇게 생각하고 있는거 같기도 하고.
'....사실, 생각해보면.'
에고스틱은 처음부터 늘 스타더스 자신을 그의 상대라고 말해왔었다. 예전의 그 비행기 사건때 자신이 그를 완성시킨다고 말한 것도 그렇고, 매번 스타더스를 언급한것도 그렇고...
거기에 이번에도 대놓고 스타더스라고 언급한걸 보면...
"흐응, 흥."
자기도 모르게 입꼬리가 살짝 올라가있는걸 모른 채, 신하루는 조용히 생각했다.
..그래. 에고스틱. 대한민국을 혼자 쥐락펴락하며 테러를 일으키는, 위험한 빌런. 그와 동시에 때때로 그녀를 착각하게 만드는, 수많은 비밀을 가지고 있는 남자.
그런 그, 에고스틱을 잡을 사람은, 오직 자신 뿐이다.
당연히, 그 이상한 S급 히어로가 아니라.
"....."
메테엘.
그녀를 떠올리자, 신하루의 표정은 자연스럽게 굳었다.
사실 처음부터 마음에 안들었다. 이미 자신들끼리 알아서 잘 하고 있는데, 왜 마음대로 요청하지도 않은 히어로를 뜬금없이 보낸단 말인가? 심지어 예전에 먼저 요청했을때는 보내주지도 않았으면서.
거기에 메테엘 그녀를 직접 만났을 때는, 더욱 그런 생각이 강해졌다.
오만하기 짝이 없는 태도에 히어로 일을 진지하게 생각하지 않아보이는 모습. 거기에 에고스틱에 대해 알지도 못하고 원색적으로 비난하며 그를 내리치는 모습까지.
안그래도 에고스틱이 최근에 나타나지도 않아 기분이 안좋던 신하루에게, 그런 메테엘의 첫인상은 굉장히 좋지 않았다.
그리고 에고스틱 '따위는' 쉽게 이긴다더니, 무참히 깨져서 돌아온 그녀.
물론 히어로가 빌런한테 패배한 것은 굉장히 안타까운 일이고, 이겼으면 당연히 좋은 일이라고도 할 수 있지만. 결국 메테엘은 에고스틱에게 패배했다.
사실 그런걸 다 떠나서, 인질의 안위를 생각하지 않고 막 나선 메테엘의 모습은 하루에게 있어 충격이었다. 우연인지 아닌지 그가 인질잡은 건물 내부에 사람이 없었어서 다행이지, 있었으면...
"에휴..."
신하루는 그런 생각을 하며 자연스럽게 에고스틱 팬카페에 들어갔다.
요즘들어 스타더스 자신의 관한 얘기가 많아, 아닌척 하며 은근 게시글을 읽는걸 즐기는 하루.
그런 그녀에게 한 게시글이 눈에 띄였다.
[방금 뜬 메테엘 인스타 번역해왔다ㅋㅋㅋㅋㅋ]
...뭐지?
호기심에 게시글에 들어간 신하루의 표정의, 자연스럽게 굳어졌다.
내용인직슨 아직도 정신 못차리고 에고스틱을 무시하며 욕하는 내용. 거기에 다음번에는 이변은 없을거라고 말하는 근거없는 자신감까지.
....하아.
신하루는 지끈거리는 머리를 느끼며 한숨과 함께 일어섰다.
메테엘에 대한 호감도가 더욱 낮아진 그녀.
뭐, 이러나 저러나 아직도 메테엘은 협회 내에 있으니, 아마 다음 테러도 나서겠다고 우기지 않을까.
...뭐. 다음에라도 이길 수 있을것 같진 않았지만.
그런 생각을 하며 밖으로 나선 그녀는.
복도에서 때마침, 메테엘과 마주쳤다.
"...."
"...."
자신과 비슷한 키에, 날카로운 눈매를 가지고 있는 그녀.
뭔가 심통이 가득 차 있는 듯 보이는 그 모습을 보며, 신하루는 그냥 작게 고개만 끄덕여 인사했다. 뭐, 딱히 할 말도 없었고, 엮이고 싶지도 않았다.
다만 그렇게 에고스틱을 무시하며 협회에서 안하무인으로 막나가던 그녀가, 처참히 진 뒤에도 아직도 인정 못하고 저러고 있는게 우스울 뿐.
그렇게 자신도 모르게 피식 입꼬리를 올린채 하루는 메테엘을 지나쳤고.
그걸 엄청난 눈치로 알아챈 메테엘은, 뒤에서 분노에 이를 갈았다.
"....Fuck, Fuck."
이제는 하다하다 A급 히어로 주제에 자신을 무시해?
메테엘의 높은 프라이드는, 또다시 큰 상처를 입었다.
...유일한 해결책, 상황을 반전시킬 방법은 다음번에 자신이 에고스틱 그놈을 완전히 때려잡는 것.
그래. 아예 제거해버리면, 아무도 그녀를 더이상 무시하지 못하겠지.
그때가되면 스타더스트인가 뭔가하는 자신을 비웃은 저 여자도, 보내버리고 말겠다.
그렇게 메테엘은 이성을 잃고 분노에 가득 차 복수만을 기다렸고.
그러던 며칠 뒤.
에고스틱의 방송이, 켜졌다.
[네! 안녕하십니까 여러분. 에고스틱입니다!]
[저는 지금 한 폐공장 지대에 나와있는데요, 뭐, 거두절미하고 본론부터 말하도록 하겠습니다.]
[미국의 자칭 S급 히어로 메테엘씨, 저를 잡고 싶으시면 이리로 와보시죠.]
[뭐, 시간은 넉넉히 드리겠습니다. 저번에 저한테 처참히 지신 이후에 겁먹으셨을거 같던데, 충분히 준비할 시간은 드려야죠! 하하하하! 천천히 준비하고 오세요, 기다리겠습니다.]
빙긋 웃는 그를 끝으로 전국에 방송된, 에고스틱의 대놓고 한 도발.
그리고 당연하게도 메테엘은, 이걸 보자마자 눈이 돌아갔다.
"출발한다."
"아니, 저, 메테엘씨! 그래도 가기전에 한번 더 브리핑을..."
"Fuck You!"
그렇게 이미 도발에 넘어가 눈이 돌아간 메테엘은 바위를 타고 날아가버렸고.
그런 그녀의 모습을, 신하루는 조용히 지켜보고 있었다.
***
서울 변방.
폐공장 지대.
[오빠, 과연 걔가 올까요?]
내 귀에 들려오는 서은이의 말에, 나는 피식 웃으며 답했다.
"당연히 오지. 걱정하지마."
[아니... 그래도 너무 대놓고 함정같잖아요.]
하긴, 인질도 하나 안잡고. 테러하는 것도 아니고. 어디 으슥한 폐공장지대로 히어로 하나 부르는게 이상하긴 하지.
근데, 이설아의 말에 따르면... 아니, 그냥 내가 본 그녀만 생각해봐도. 아마 올꺼다.
애가... 좀 멍청해 보이거든...
그렇게 메테엘을 기다리며, 나는 공장 안에서 내가 준비해 놓은것들을 다시한번 살펴봤다.
서은이가 미리 세팅해 둔 여러 장치들, 바닥 아래에 깔린 은월이가 깔아놓은 마법진. 반지에 있는 데스나이트.
그리고 뒤에서 대기중인, 하율이에 의해 능력 버프를 받은 일렉트라와 미스트까지.
그야말로 제멋대로 날뛰는 히어로 단 한명을 상대하기 위한, 모든걸 다 준비해놓았다.
이곳은 바로 막나가는 메테엘 한명을 위해 준비된 스테이지. 그녀를 상대하는데 집중하기 위해 카메라도 꺼놨다.
오늘을 끝으로, 메테엘은 미국으로 돌아가게 될꺼다.
음... 굉장히 '착해져서'.
내가 그런 생각을 하고 있을때.
콰앙- 하고 박살나는 소리와 함께 열린 공장의 문.
이내 그림자에 가려진 인영의 모습을 보며, 나는 나도 모르게 씨익 웃었다.
자.
교육의 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