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168화
화각자의 반응
메테엘을 도발한 뒤, 그녀의 공격을 다 피하며 나에게 집중시켜 그녀가 방심한 타이밍에 기습한다.
그런 계획을 세운 뒤, 나는 하늘로 떠올랐다.
그리고 역시나 시작된 메테엘의 공격.
그 뒤에는, 모든건 다 철저히 계획대로.
일부러 메테엘을 방심하게 만들 정도로 허둥지둥 하며, 나는 계속 타이밍을 살폈다.
[오빠, 아래쪽으로 빠져요!]
탁 트인 하늘.
서은이의 도움 아래, 나는 그곳에서 요리조리 미꾸라지처럼 허공에서 나를 향해 날아오는 바위들 틈사이로 빠져나갔다.
...이렇게 능력을 남용하고 나면 나중에 집가서 어떻게 될지 잘 모르겠지만 뭐. 저 미국히어로를 박살낼 수만 있다면 뭐든 못하리.
근데 문제는 몇십분간 이렇게 요리조리 피하기만 하다보니 이젠 슬슬 지루할 지경이었다.
*
[아ㅅㅂ 심장떨려서 못보겠네]
[망고 존나 아슬아슬하게 잘 피하네ㅋㅋㅋㅋ]
[조금만 더 버텨!!]
[아니 메테엘인가 메테인인가 뭔가 존나 마음에 안드네 아니 인질 있다는데 그냥 좆까라 하는건 뭐임ㅋㅋㅋㅋ]
[에고스틱 파이팅!!! 저런 양키한테 지면 안돼!!!]
[근데 ㄹㅇ 입으로는 엄살떨면서 카메라 들고도 한대도 안맞는데 사실 놀아주고 있는거 아님? 그런거라고 해줘 제발!!!!!!]
[아니 왜 히어로와 빌런이 싸우는데 다들 빌런을 응원하냐고ㅋㅋㅋㅋㅋ]
[아 한국인이라면 당연히 외국침입자의 횡포에 맞서 싸우고있는 애국스틱 응원해야지ㅋㅋㅋㅋ]
[애국스틱 ㅇㅈㄹㅋㅋㅋㅋㅋ]
*
채팅창을 보니 전반적으로 다른 사람들은 내가 간신히 버티고 있는지 아는 모양.
그렇게 조금 더 계속 왔다갔다하며 돌덩어리들을 피할때.
순간적으로, 다른 기류가 흘렀다.
지금까지의 단순한 돌덩어리들과 다른, 거대한 바위 손.
딱봐도 어마어마하게 에너지를 들였을 것 같은 그것이, 나를 향해 다가왔고.
그렇게 갑작스럽게 닥친 위기상황에서.
나는, 씨익 웃었다.
"지금이다."
[네 오빠!]
작게 중얼거린 나는, 이내 씨익 웃으며 모자를 잡은 뒤 카메라를 향해 언제 피하고 다녔냐는 듯 말했다.
"자. 도망치는건 여기까지 할까요?"
내가 그말과 함께 피하는걸 멈추고 허공에 가만히 서, 거대한 바위손들이 날아오는걸 기다리자 [????]로 도배되기 시작하는 채팅창.
그와 동시에, 나는 한 손을 들어 반지를 반짝였다.
"나와라, 데스나이트."
[드디어 내 차례인가!!!!]
이내 머리를 울리는 목소리와 함께.
내 앞에서, 거대한 검은색 대검이 생겨났고.
서걱
앞에서 다가오는 바위 손이 잘림과 동시에.
콰과과과과과과과과과광
뒤쪽에서 보라색 빛이 번쩍하더니, 분홍색의 거대한 광선이 엄청난 기세로 아래쪽에서 쏘아졌다.
몸이 날라갈듯한 엄청난 풍압과 함께, 그와 동시에 허공에서 중심을 잃고 대지로 떨어지는 수많은 바위들.
슥 움직여 내 위에 떨어지는 바위 하나를 피한 다음에, 나는 자연스럽게 밑을 내려다봤다.
"어우..."
방심한 순간에 파괴광선과 번개한방까지 맞더니, 그대로 맥없이 튕겨져나가는 메테엘의 모습.
무슨 대포알마냥 튕겨져나가 탱탱볼마냥 땅 위에서 통 통 튕기는 그녀였다.
어우야. 아프겠다.
이내 그렇게 계속 날아가더니.
콰아아아앙.
무슨 뭐 무너지는 소리와 함께, 건물 벽에 무너져서야 멈춘 그녀.
음...
'....이거, 위력이 조금 쎘나?'
나는 나도 모르게 볼을 긁적이며 그렇게 생각했다.
아니, 오늘건 맛보기고. 진짜베기는 다음번에 계획한대로 제대로 날잡고 상대해서 보내버릴려 했는데.
어째 타격이 좀 더 예상보다 크게 들어갔다...? 심지어 다구리도 안치고 단 두명만 더 데리고 온건데.
뭐, 그렇다고 아직 내 눈만 보면 벌벌 떨 정도는 아니니까 상관없나. 다음 테러에 할건 충분하겠지.
그렇게 좋게좋게 생각하기로 한 나는, 이내 씨익 웃은 뒤 카메라를 향해 말했다.
"뭐... 계획대로 됐네요. 그럼 어떻게 됐는지 봐볼까요?"
나는 그렇게 말한 뒤, 어깨에 대검을 맨 채 크하하하하! 거리고 있는 데식이와 함께 밑으로 내려갔다.
"오빠...."
"예. 잘하셨어요."
그러는 와중에 은월이도 숨을 헐떡이며 뒤에서 나타났기에, 잘했다고 머리를 쓰다듬어 준 뒤 함께 밑으로 갔다.
하도 몸 움직이며 피하느라 지친 나와 마찬가지로, 은월이 역시 저 마지막 광선 쏘기위해 전부터 온갖 마법진 연성해서 준비하고 에너지를 쏟아부어서인지 지친 모습.
칭찬은 집에 돌아가서 해주기로 하고, 일단은 저 미국 양아치나 만나볼까.
이내 지상으로 내려온 우리는, 몸을 지키겠다고 바위를 두른 메테엘을 데식이의 검으로 강제로 내리찍어 꺼냈다.
그러자 보이는건 만신창이가 되서 건물에 등을 기대고 있는 메테엘의 모습.
...S급 히어로라고는 믿을 수 없을만큼 눈물나오는 모습이었다. 그나마 눈은 여전히 나를 올려다보며 활활 불타고 있었달까.
하여튼, 지금 이 순간에도 카메라는 계속 돌고있었음으로, 나는 빠르게 할 말을 하고 가기로 했다.
일단 도발부터.
"이런... 이런..."
대충 피식 웃으면서 그렇게 말해줬더니, 바로 다 쓰러져가는 목소리로 겨우겨우 반응하는 메테엘.
"You... ass..."
뭐라 그러거나 말거나, 나는 계속 입을 열었다.
"아니, 뭐. S급이라는둥 뭐라는둥 온갖 큰소리는 다 치시길레 무슨 엄청 강하신 줄 알았는데. 뭐. 참..."
"그냥 제 히어로인 스타더스보다 훨씬 약하시네요?"
대충 그렇게 비웃듯이 말해줬더니, 아주 좋아 죽으며 발작하는 그녀.
뭐, 이정도면 됐지만...
그녀가 나중에 나를 향해 이성을 잃고 덤벼들게 하려면, 조금 더 해야겠지.
이내 눈으로 욕을 하는 그녀의 앞으로 다가가, 나는 그녀의 턱을 손가락으로 잡아들었다.
그런 다음에 가까이 다가가서, 카메라에 들리지 않게, 그녀에게만 들리게 난 작게 속삭였다.
"그러게... 평소처럼 다른 히어로들 뒤에나 숨어있지. 무슨 자신감으로 홀로 나서셨어요?"
웃으며 그렇게 말하자, 흠칫거리는 그녀.
이내 손을 때고 다시 바라보자, 나를 아주 잡아먹을 듯 불타는 눈으로 바라보는 그녀였다. 어머. 이런 열정적인 시선은 오랜만이네.
이내 어지간히 빡쳤는지 마지막 발악으로 그녀가 온 힘을 쥐어 짜 생성한 허공에 조그마한 뾰족한 바위조각을, 데식이가 검 한번 휘둘러 손쉽게 부수고.
나는 다시한번 피식 웃으며 말했다.
"뭐... 너무 약하셔서 그냥 상대할 가치도, 재미도 없네요. 갑시다 여러분."
이내 그렇게 말하며 망토를 펄럭이며 뒤로 등을 돌린 뒤, 나는 앞으로 나아갔다.
뒤에서 뭐 뻑이니 뭐니 하는 욕설이 들리는 것 같았지만, 내 알반가.
그렇게 나는 데식이와 은월이를 잡고 그대로 순간이동했다. 아, 저 뒤쪽에 대기하던 일렉트라도 데리고.
휴, 오늘 일은 아주 깔끔히 잘 풀렸구만. 예상보다 더.
그럼 이제 집에 가서 좀 쉰 뒤에, 바로 다음 테러를 준비해야겠다.
메테엘. 그녀를 완전히 작살내, 다시는 한국에 발 붙일 생각도 못하게 할, 마지막 테러를.
그리고 계획을 생각하면 뭐, 오히려 좋지만.
그동안 잠시 대한민국은 또 떠들석 하겠구만.
그리고 그런 내 예상은 역시나, 빗나가질 않았다.
***
[속보)에고스틱, 미합중국의 S급 히어로 메테엘 상대로 승리... 메테엘은 현재 협회 병원으로 긴급 이송]
대한민국 전역에 생중계된, 에고스틱의 S급 히어로 격파 영상.
이 소식은 당연하게도 순식간에 전국으로 퍼져나갔다.
사람들은 무려 미국의 S급 히어로가 대한민국의 A급 빌런인 에고스틱 잡겠다고 한국까지 비밀리에 왔다는 거에 놀랐고.
그런 그녀를, 에고스틱이 박살냈다는거에 더욱 놀랐다.
그렇게 생긴 갑작스러운 해프닝.
이 일에 대한민국 사람들이 보인 반응을 한마디로 요약하면...
'왜 도와달라고 하지도 않았는데 굳이 와서 행패냐' 였다.
*
[이번 테러보고 그냥 속이 시원했으면 개추ㅋㅋㅋㅋㅋㅋㅋ]
아 누가 미국보고 도와달라고 했냐고ㅋㅋㅋㅋㅋ
그냥 에고스틱<<<허둥지둥 도망치는 척 기만하다가 마지막 순간에 손바닥 뒤집듯 메테인 날려버리는거 속이 뻥~~ 뚤렸으면 개추ㅋㅋㅋㅋㅋ
=[댓글]=
[개추를 와자박ㅋㅋㅋㅋㅋ]
[ㄹㅇㅋㅋ 갑자기 와서 개지랄하다가 그냥 참교육ㅋㅋㅋ]
[진짜 인질도 그냥 좆까라하고 희생시키는거보고 어이없더라 운좋게 건물에 사람 없었어서 다행이지]
[그냥 미국 S급 히어로<<<<망고스틱 증명만 시켜줌ㅋㅋㅋㅋ]
[손에 땀쥐면서 보다가 메테엘 날라가는거보고 일어나서 박수쳤다 ㄹㅇ... 이게 국뽕이지ㅋㅋㅋㅋ]
ㄴ[아 우리나라 S급 히어로를 어디서 마음대로 잡아가려고 하냐고ㅋㅋㅋㅋㅋ]
ㄴ[ㄹㅇㅋㅋ이거 강대국의 안보위협 아니냐고ㅋㅋ]
[유튜브 슥 보니까 국뽕티비 이미 존나 올라왔더라ㅋㅋㅋㅋ 미국도 상대가 안되는 어쩌구저쩌구ㅋㅋ]
*
[스타더스<<<<그냥 그리우면 개추ㅋㅋㅋㅋㅋ]
어떠한 경우에도 인질들만은 지키시던 분...
그냥 사상자 0명 칼같이 유지하시던 분...
매번 에고스틱 상대로 이겨 도망치게 하시던 분...
늘 방송 출연만하면 망고랑 케미 오지시는 분...
아예 에고스틱이 직접 인정하신 분...
그저 대한민국 히어로 압도적 원탑이자
에고스틱의 담당 히어로인
별먼지
<---- 정실인거 같으면 개추ㅋㅋㅋㅋ
=[댓글]=
[개추ㅋㅋㅋㅋㅋㅋ]
[나 일렉트라단인데 이번 방송보고 별먼지단으로 전향함ㄹㅇㅋㅋ]
[솔직히 별먼지는 그냥 S급 히어로지ㅋㅋㅋㅋㅋ]
[이번에 망고 월광무녀가 오빠라 부르며 화기애애하던데 그보다는 등장도 안한 별먼지가 더 강했다...]
[ㄹㅇㅋㅋ 애초에 에고스틱이 제 히어로는 스타더스입니다 이랬는데 이게 정실이 아니면 뭐냐고~]
ㄴ[그건 그냥 아치에너미라는 뜻으로 한 말인데 과몰입ㄴ]
ㄴ[대댓게이 작성글 목록 보니까 아이스망고단이었네ㅋㅋ]
ㄴ[아ㅋㅋㅋㅋㅋㅋ]
ㄴ[너가 지지하는 아이시클은!! 절대!!! 에고스틱의 '제 히어로' 아니다 게이야ㅋㅋㅋㅋㅋㅋㅋ]
ㄴ[ㅅㅂㅋㅋㅋㅋㅋㅋㅋㅋㅋ 존나 웃기네ㅋㅋㅋㅋ]
[ㄹㅇ그립습니다 스타더스씨...]
[정실추ㅋㅋㅋ]
***
그렇게 대한민국의 열띤 반응과는 다르게, 미국 시민들은 이번 사건에 별 관심이 없었다.
S급 히어로들이 워낙 많아 한명한명에 관심이 없기도 하고, 히어로가 빌런한테 실수로든 뭐든 전투에서 패배하는건 한번씩 있는 일이기도 하고.
물론 대한민국이라는 능력자 풀이 적은 나라의 A급에게 패배했다는건 조금 충격적이었지만, 그마저도 이미 미국 본토 자체가 온갖 테러로 개판 5분전이었기에 빠르게 묻혔다.
그래도, 북미 히어로 커뮤니티에서는 이번일에 관심이 조금이나마 있었다.
히어로들을 말그대로 '영웅'으로 대접하는 미국인들인만큼 안타깝다는 반응이 대다수였지만, 당연히 예외는 있는법.
[그러게 메테엘은 원래부터 혼자서는 아무것도 못하면서 why 나댔대ㅋㅋㅋㅋㅋㅋㅋㅋ(lol)]
"크아아아아악!!! Fucking assholes!!!!!"
"저 환자분! 히어로님! 진정을!"
"여기 진정제 B-4 하나 투여해!!!"
그렇게 협회내 치료센터에서 메테엘이 분노에 괴성을 내지르는 동안.
근처에서 한 손에 스마트폰을 든 채 앉아있던 신하루는, 그 소리를 들으며 피식 웃을 뿐이었다.
오랜만에 마음의 여유가 넘치는 모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