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57화 (157/328)

제 157화

화세계 속으로

스타더스가 나를 붙잡기 위해 전보다 더 열과 성을 다하고 있다-.

이설아가 나에게 이 소식을 알려주기 위해 따로 전화까지 해, 조심하라고 신신당부하며 알려준 그 이야기를 들은 이후.

나는 소파에 앉아 누워서 쉬고 있었다.

"흐음..."

스타더스가 나를 잡기위해 최선을 다하고 있다.

....근데 그럼 그건 반대로 말하자면 지금까지는, 최선을 다하지 않았다는 말 아니야..?

"그럴리가 없지."

우리 하루가 얼마나 정의롭고 불의를 못참는 성격인데. 분명 지금도 최선을 다하고 있고, 앞으로도 더욱 최선을 다할거라는 뜻일거다. 크게 달라지는건 없지 않을까? 이설아가 괜히 오버하는거 같다는게 내 생각이었다.

그렇게 내가 멍하니 앉아 그런 생각을 할 때쯤, 앞의 티비에서는 앵커가 계속해서 말을 이어가고 있었다.

[...이번에 네앤테크 주식회사가 매각되며, 사실상 이제 대한민국의 대기업들은 전부 범 유성그룹의 소속이 되었습니다. 이에 정치권에서 경각의 목소리가 흘러나오고는 있지만, 결국 이번 국회에서도 반-유성그룹 독점방지법은 통과되지 않았습니다.]

딱 이설아 생각을 마침 하고있을때, 뉴스에서 흘러나오는 유성그룹 소식.

멍하니 스타더스를 떠올리던 나는, 관심을 티비로 옮겨 앵커가 하는 말에 집중하기 시작했다.

[한편 유성그룹의 회장 이설아는 히어로 활동을 제외하고는 철저히 외부와 연락을 취하고 있지 않고 있는 와중에, 유성그룹이 대한민국의 정점을 찍으며 그녀도 대한민국 재산 보유순위 1위에 올랐습니다. 이에 대한민국이 유성의 나라가 되는거 아니냐 라는 불안섞인 의견도 나오는 가운데...]

흠. 저 언론사는 아직 이설아가 손 안댔나? 유성그룹에 대해 비판적으로 보도하는 채널이 아직도 남아있네.

약간 그런 의문을 품으면서도,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그래. 드디어 이설아가 거진 다 먹는데 성공했네.

아마 이제 조금만 더 있으면 정치권이랑 언론도 다 먹어치울거다. 그러면 그때가서는 정말로 유성그룹이 대한민국을 지배하게 되겠지. 히어로 협회 쪽만 빼고는.

"....."

결국 좀 늦긴 했어도, 원작대로 됐다.

이설아의 한반도 정복은 슬슬 그 끝이 보이는 중.

....사실 따지고보면 나라 하나를 개인이 주무르는건 결코 좋지 않은 일이다. 특히 그 개인이 시장경제부터 입법, 사법, 행정부를 혼자서 컨트롤 한다? 나라 망하기 딱 좋다. 그래서 내가 원작 초반에 고민했던거고. 이설아를 초장부터 해치우고 가는게 맞을까.

그렇게 고민한 결과, 이설아는 그냥 이대로 냅두고 대신 포섭하기로 했다. 원작 후반에 개판날때는 강력한 개인이 전권을 틀어쥐는게 혼란을 덜하기도 하고, 이설아 자체가 나라를 끝까지 배신하지 않았기도 하고.

무엇보다 그래야 원작 전개도 어느정도 유지돼 예측이 가능해지고, 내가 이설아를 통해 더 다양한 일을 할 수 있으니까. 예를들어 곧 시작할 PMC 사업같은.

그런 생각을 이어나가고 있을 때, 소파 앞 아래쪽에서 무슨 소리가 들려왔다.

"아니... 왜 티비에서 뉴스만 나오는거야..."

"음?"

고개를 내밀어 바라보니, 거실 구석에 누워있는 서자영이 보였다.

...너무 자연스럽게 저쪽에서 자고있어서 순간 저기 있다는걸 까먹고 있었네.

"뉴스말고 다른것도 보면 안돼?..."

"으음. 그래. 자, 리모컨써라."

"...야호."

내가 던져 준 리모컨을 허공에서 탁 낚아챈 서자영은, 대충 아무거나 돌려 맞춰서 보더니 이내 눈을 감고 다시 잠들었다.

...뭐하는 애지.

한편, 서자영이 돌려놓은 곳에서는 해외 소식이 나오고 있었다.

...근데 저것도 따지고보면 뉴스 아닌가?

[대한민국이 아닌 해외 소식들을 전하는 글로벌 위클리 시간입니다. 승희씨. 금주에 제일 핫한 소식은 뭔가요?]

[네. 금주의 이슈는 바로, 미국의 S급 빌런 셀레스트가 돌아왔다는 소식입니다!]

[셀레스트요? 랭킹 1위의 빌런이라고 평가받는 그녀 말씀이신가요?]

[맞습니다. 국제 협회에서 선정한 '제일 위험한 빌런'으로 뽑힌 그녀는, 가지고 있는 능력이 몇개인지 상상도 못할 정도라 불리는대요. 그녀를 따르는 S급 빌런만 수십명이라 하니, 그 강함과 위험성이 상상이 되시죠.]

[네. 미 전역과 유럽쪽에서 한때 공포의 군주로 군림했던 그녀가 사라진지 벌써 몇년째였는데, 그런 그녀가 이번에 돌연 복귀했는데요. 이에 각국의 협회는 벌써 긴장하는 모양세입니다. 복귀한 그녀가 무엇을 하려고 하는지는 아직 결정나지 않았으며...]

아무생각 없이 티비 화면을 시청하던 나는, 의외의 소식에 정신을 집중했다.

셀레스트의 복귀라.

...벌써 시간이 이렇게 됐나?

그러면 이제, 그것도 곧인데.

생각을 빠르게 마친 나는 곧장 자리에서 일어났다.

슬슬 준비해야겠네.

아예 배를 내놓고 누워있는 서자영한테 얇은 이불 하나만 씌워주고, 나는 내 방으로 올라갔다.

서은이랑 다른 애들은 또 새로운 슈트 개발하겠다고 지하실로 들어간지 오래.

즉, 오랜만에 돌아온 개인시간이라는거다.

그 판단하에 방으로 들어온 나는, 오랜만에 책상 위 서재쪽에서 책을 하나를 빼들었다.

바로 내가 꾸준히 적고 있는 일기장.

"흠..."

얘도 이제 곧 본격적으로 써야할 날이 다가오네.

처음 적을때는 대체 언제까지 적어야하나 했는데 말이지. 곧 안써도 되겠군.

그런 짧은 감상과 함께, 나는 책을 꺼내들었다.

다름이 아니라, 내가 이 세계에 떨어진 후 초창기에 적어놓았던 걸 다시한번 확인해보기 위해.

"역시 이맘때쯤이 맞네."

나는 그렇게 중얼거렸다.

S급 빌런들 중 제일 강하다고 평가받는 셀레스트. 그녀가 부활하고.

전세계 빌런 연합 수상들의 모임, 일명 '카테달'이라는 것을 창시하는 것도.

일기장에 밑줄까지 그어가며 '카테달 참여!'라고 적어놓은걸 보며, 나는 잠시 눈을 감고 생각했다.

카테달... 카테달이라...

역시나 대한민국만 나의 개입으로 인해 조금 다르게 흘러가지, 국제사회는 여전히 원작대로 흐르는 모습.

그리고 예상대로라면, 곧 전세계 빌런 연합 리더들의 모임인 카테달이 만들어져 첫번째 만남을 가질거다.

"흠..."

나는 책상을 손가락으로 두들기며 잠시 생각에 잠겼다.

카테달. 원작에서는 한국의 그 어떤 빌런도 참여하지 못해 등장때는 언급만 되고 넘어간 조직.

그러나 한국에서만 안중요한거지, 전세계 단위로 보면 꽤나 중요한 모임이다. 애초에 각자 개성이 강하고 독자적인 S급 빌런들, 그런 그들을 이끄는 그중에서도 제일 강한 이들만이 모인다는건 딱봐도 위험하고 중요해보이니.

물론 실제로는 엄청난건 없다. 그냥 다들 한번씩 모여 정보를 교류하고, 테러도 가끔 같이 하고 그뿐.

물론 그것도 원작 최후반부 들어가면 달라지지만.

하여튼 그렇게 빌런들을 모아 모임을 만든건, 모든 빌런들 중 가장 강하다고 평가받는 셀레스트라는 빌런이다. 비공식 랭킹 1위의 빌런이자, 스스로도 빌런 연합인 에테리아를 이끌기도 하고.

즉, 다른 S급 빌런들도 그녀가 '여기 모여라~' 하니까 뭐가 있나보고 모인거지 다른 애가 그랬으면 신경도 안썼을거다. 그만큼 그녀의 위상이 강력하다는 뜻.

어쨌든 그렇게 주기적으로 빌런 수장들이 모이는 카테달. 원작 후반부에는 굉장히 중요해지는 곳이고, 세계단위의 정세에 낄 수 있는 기회인만큼 나로써는 꼭 참여해야한다.

그런데 문제는 범 국가적으로 악명을 떨치는 그곳이, 나를 불러줄거냐는거다. 거기있는 애들 하나하나가 전부 국제적으로 막강한 영향력을 끼치는 애들인 반면, 나는 워낙 한국 안에서만 놀아서 인지도가 한국 밖에선 크지도 않고.

즉, 그야말로 위기의 순간.

그러나 물론, 나는 다 계획이 있었다.

사람 친분이라는게 다 뭔가. 대한민국이 혈연 지연 학연으로 굴러가듯, 이 바닥도 인맥으로 비비면 다 뚫리는 법이다.

그러니까, 한마디로 빽 쓸거란 소리다.

그리고 때마침 나는 아주 든든한 빽이 있고.

그렇게 판단을 마친 나는, 휴대폰을 들어 전화로 들어갔다. 어디보자... 아틀라스 연락처가 어딨나.

아, 여깄네.

"크흠, 크흠."

잠시 목을 가다듬고, 영어 발음을 준비한 뒤.

나는 전화를 걸었다.

"아이고 아 사장님! 오랜만입니다 그려. 저 에고스틱입니다. 그동안 잘 지내셨어요?"

일류 빌런의 전략 제 첫번째.

이용할 수 있는 패는 전부 싸그리 이용해라.

***

북대서양 깊은 곳에 세워진, 거대한 수중 도시.

바로 라티스단의 본거지, 아틀라스 시티.

그 중심에 있는 커다란 건물에서, 한 남자가 왕좌에 앉아 자신의 아래에 있는 자를 내려다보았다.

"...그래. 그래서, 그 유명한 셀레스트가 나 아틀라스를 초대했다?"

"맞습니다. 저의 마스터께서는 북태평양 전체를 호령하며 수만의 군사를 부리시는 아틀라스님을 정중하게 초대하고자 하십니다."

하얀 로브를 입은 셀레스트의 사신이 그렇게 말하자, 위의 의자에 앉아있는 근육질의 남성, 아틀라스는 자신의 수염을 쓰다듬으며 답했다.

"흐음, 그래. 다른 누구도 아니고 그 셀레스트의 요청이라니, 내 한번 무거운 발걸음을 옮겨보지."

"감사합니..."

"다만, 조건이 있네."

고개를 숙이던 사신이 순간 멈칫하며 의아한 기색을 내비칠 때.

아틀라스는 왕좌에 기대, 생각만해도 흐뭇하다는 듯 미소를 지으며 자신의 앞에 있는 사신에게 물었다.

"자네. 혹시 에고스틱이라고 아나?"

"...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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