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설리스트

히어로가 집착하는 악당이 되었다-155화 (155/328)

제 155화

화그녀의 분노

에고스틱.

온갖 테러를 일으키고, 특유의 도주에 특화된 능력때문에 잡기도 어려우며, 스스로 빌런들을 규합해 세력을 형성한.

대한민국 최고의 위험인물.

거기다 그의 테러가 시민들만이 아닌 다른 빌런들까지 포함돼 극형주의를 좋아하는 사람들의 지지와, 우연의 일치인지 민간인만은 죽이지 않아 일반 대중들 중에서도 팬층까지 가지고있어 문제가 한두가지가 아니다. 방송을 하여 인지도도 크고.

즉, 현재까지는 그래도 큰 일을 벌이진 않았지만.

그가 마음만 먹는다면 언제든 대한민국을 터트릴 수 있는, 시한폭탄과도 같은 존재다.

능력이 어디까지일지 짐작도 안되는 해커, 불사로 추정되는 A급 빌런에 S급 빌런만 2명을 휘하로 두고 있으니.

그래. 에고스틱. 그는 어떠한 방법을 써서라도 무조건 막아야 하는, 위험분자 그 자체. 이는 대한민국의 저명한 빌런 밎 테러관련 전문가들이 모두 공통적으로 지적하는 것이다. 처음과 다르게 그는 이제 너무 위협적이게 되었다고.

...그리고 여기까지가, 일반인들이 에고스틱에 대해 알고있는거고.

그와 늘 맞서싸운 스타더스, 신하루 자신은.

그에 대해 일반인들이 모르는, 훨씬 더 많은 걸 알고있다.

에고스틱은 베히모스란 생체병기를 가지고 있다- 라는 단순한 사실관계와 더불어.

'..다음에는, 나서지 마세요.'

묘하게 그녀의 민간인 신분까지 알고 있는 것처럼 보이면서도, 결코 건들이지 않고 오히려 걱정해준다던가.

'당신이 절, 완성시킵니다.'

자기가 저지른 테러를 그녀보고 막으라고 응원한다던가.

'이번에, 하나 빚지신 겁니다.'

...예전에는 아예, 그녀 자신을 위해 에고스틱 그는 목숨을 내던지기도 했다.

이 모든건 일반 대중은 모르는 이야기.

물론 그들도 에고스틱이 스타더스를 그의 맞상대라 여기는거 정도는 알고 있다. 애초에 그의 빌런 데뷔때 스타더스를 저격하며 시작했고, 이후에 기차테러때 행동이라던가 주로 스타더스만 부르는 그를 통해.

다만 그에 대해 더 많고 깊은 사실은 스타더스 그녀만 알고있고.

즉, 에고스틱은 사실 세간에 보이는 것보다 스타더스 자신을 훨씬 더 깊게 생각하고 있는 것으로 보인다.

그런데.

"....하. 진짜, 어이가 없어서."

협회 안.

스타더스는 그날도 이를 갈고 있었다.

다름아닌 에고스틱, 그때문.

에고스틱의 잠재적, 노골적 위험성과 가끔씩 그가 진짜 나쁜게 맞는건가 라는 고민등. 신하루가 에고스틱에 대해 고민하고 생각하는건 늘상과 다를바 없는 일이었지만.

'쪽-.'

'수고했어, 자기.'

이번에는 에고스틱에 대해, 좀 다른걸 생각하고 있던 그녀였다.

"...하. 내가 진짜 어이가 없네."

그때 밤의 일.

에고스틱과 연인이라도 되는 마냥 스킨십을 하던 보라색 머리카락을 가진 미스트의 모습.

마지막에는 자신이 보는 앞에서 입맞춤까지 하던 둘의 모습을 떠올리던 그녀는 자신도 모르게 손에 힘이 들어가는걸 느꼈다.

"...참자."

또 책상 하나를 부숴먹을 수는 없잖아.

분노를 가라앉히고 주먹에 힘을 풀어봤으나, 다시 그 장면을 떠올릴때마다 느껴지는 깊은 빡침.

...지금까지 나한테는, 뭐 내가 완성시킨다는 둥 막 그렇게 말하고 그랬으면서.

알고보니 그러면서 뒤에서는 다른 여자랑 막 쪽쪽거리면서 물고 빨고 그러고 있었단 소리야?

"하아..."

지끈거리는 머리를 부여잡은 그녀는, 잠시 눈을 감고 한숨을 쉬었다.

사실 왜 이렇게까지 화가 나는지는 잘 모르겠다. 처음에 둘이 붙어서 그런.. 그런 행동을 하는걸 봤을때 느낀건.. 약간 순간 머리가 멈추는 느낌. 에고스틱이 다른 여자랑 그렇고 그럴줄은 상상도 못했기에 더욱 그랬다.

그리고 그렇게 멍한 상태로 집에 돌아와 침대에 눕고 곰곰이 생각해보니 떠오르는건 분노. 그 광경만 상상해도 열이 받는 기분. 뭔가 마음 속 무언가가 금가는 기분.

대체 왜 이런 감정을 느끼는걸까. 그가 뭘 하든 자신이 무슨 상관이라고.

그에대해 잠시 생각해보던 스타더스는.

'그래. 에고스틱이 다른 S급 빌런이랑 저정도로 찐하게 결탁했다는건데, 이건 커다란 문제이자 잠재적인 위협 아닌가?'

그렇게 스스로 정당화했다.

그래. 자신이 그에 대해 분노하는건 전혀 이상한게 아니다. 오히려 히어로라면 당연한 일. 다시한번 말하지만, 절대로 이상한게 아니다.

그렇게 스스로 그렇게 최면을 걸듯 되새긴 그녀는, 이내 대책을 모색했다.

그럼 어떻게 해야할까?

당연히, 떨어트려놔야지.

"...그래. 에고스틱, 저놈이 얼마나 위험한 놈인데."

테러리스트이자 빌런 조직의 수장, 에고스틱.

역시, 빨리 그를 잡아서 수용소에다가 감금해놓을 수밖에 없다.

그를 거기 가둔 다음에 자신이 몇날에 걸쳐 그를 만나 설득하면, 교화시킬 수도 있지 않을까..?

일단 먼저 잡아서 가두고...

그렇게 그녀가 에고스틱이 듣는다면 소름 돋아할 생각을 이어가던 그때.

"어?"

그녀가 전혀 생각치도 못할 타이밍에.

에고스틱의 방송이, 켜졌다.

갑작스럽게 시작된 라이브.

그리고.

영상 속의 그는 씨익 웃으면서, 그녀가 생각치도 못한 말을 뜬금없이 꺼냈다.

[저와 미스트는 아무 사이도 아닙니다!]

"...?"

그가 방송을 튼걸 보고 언제든 뛰쳐나갈 준비를 하고 있던 그녀는, 갑작스러운 그의 말에 잠시 몸을 멈춰 돌아봤다.

[제 동료일 뿐이니, 오해 없으시면 좋겠습니다. 미스트가 장난친 것일 뿐이니까요.]

화면에 나오는, 당당하게 웃고있는 에고스틱의 모습.

그렇게 옷을 갈아입는걸 멈추고 그런 그를 잠시 바라보던 스타더스는, 깨달았다.

진실이다.

자신의 직감으로 봐도, 저건 거짓이 아니다.

사실 저번의 일렬의 사건으로 자신의 직감에 대한 신뢰도가 떨어진 그녀지만, 이번에는 인정할 수 밖에 없었다. 저건 진실이 맞다고.

"....음, 뭐. 저런 말은 왜하는거지."

이제와서 하는 얘기지만, 스타더스는 사실 알고 있었다. 그래. 에고스틱이 그럴리가 없지.

그런 생각을 하면서도 자신도 모르게 편안한 얼굴을 하던 그녀는.

이내 에고스틱의 영상이 끝나자, 중얼거렸다.

"...빌런을, 사냥하겠다고?"

왜인지 꽤나 오랜만에 듣는 듯한 말.

...그래. 생각해보니 자신이 처음 에고스틱을 알게 된 것도, 그가 빌런을 사냥해 피로 자신의 이름을 적어서였지.

몇년 전의 일을 떠올리던 그녀는, 이내 나갈 준비를 마쳤다.

일단 그를 막고 봐야하니까.

"스타더스씨. 지금은 에고스틱의 위치를 추적할 수가 없다하니, 일단은 대기해주시길 바랍니다."

...그리고 떠나려하던 그녀는 이내 협회직원에 의해 멈춰졌다.

***

그렇게 몇시간 후.

어떤 산 위에서 누군가 조명탄을 쐈기에 그곳으로 가봤더니, 거기서 수상한 굴을 찾을 수 있었다.

이에 협회 요원들과 스타더스가 그곳으로 파견되었고.

다시, 현재로 돌아와서.

"...."

그 굴과 이어진 수상할정도로 거대한 연구실같은 곳 안에서.

스타더스는 싸늘하게 쓰러진 남성과, 그 옆에 에고스틱이 자신에게 남겨놓은 메세지를 본 이후.

다시 발걸음을 옮겨, 주위를 살펴보았다.

"네. 협회장님. 보이시는데로 상당수의 무기가 확인됩니다. 전부 작동 가능한 상태인 것 같습니다."

[크하하하! 그러니까 이제 이 많은 최신식 무기들이 전부 우리꺼라는 소리 아닌가? 키야, 이게 금맥이지 뭐가 금맥이겠나! 당장 다 챙겨오게!]

"알겠습니다!"

옆에서 협회 직원이 협회장과 영상통화를 나누는 걸 힐끔 보며, 탁자에 놓인 무기 하나를 들어본 그녀.

누가봐도 최신식인 무기. 그걸 다시 내려놓은 그녀는, 주위를 살펴보고는 표정이 굳었다.

무기, 무기. 온 사방에 깔려있는 무기들.

단순히 이게 이제 다 우리꺼라고 좋아하는 협회장과 다르게, 스타더스는 심각함을 느꼈다.

...그러니까 서울 한복판에, 이정도의 살상병기가 깔려있었다는 말인가.

그리고 에고스틱 말고는, 이걸 아무도 몰랐고.

그렇게 스타더스가 느낀 불안감은, 지하 또다른 곳에서 직원의 설명을 들으며 더욱 커졌다.

"...아마도, 놈은 사람을 납치해 기계로 만들려고 한 것 같습니다. 한마디로 개조죠. 놈의 계획대로라면 그가 개발한 폭약들과 무기로 서울 사람들 최소 수천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보입니다. 자세히 알아봐야겠지만, 실행계획이 꽤나 구체적인것으로 보아 실현가능성이 크다는 판단이..."

"...."

중얼거리는 요원의 말에, 스타더스의 표정은 자연히 굳었다.

...최소 수천명이 사망?

그렇게, 그녀가 이 무기 저장굴을 돌아보고, 파악할수록.

그 생각은 더더욱 강해졌다.

...서울 지하에서 이런 대규모 테러가 계획되는 동안, 협회는 이에대해 전혀 알지 못했다.

이런게, 과연 여기뿐일까?

그렇게 심란한 마음으로 한바퀴 둘러본 그녀가 다시 돌아온것은, 빌런이 쓰러져있던 방.

이미 시체는 치워지고, 핏자국만이 남아있는 그곳에서.

스타더스는, 에고스틱이 남긴 메세지를 멍하니 바라보았다.

...예전에는 자기가 정의인양, 멋대로 다른 사람을 죽이고 다니는 에고스틱을 보곤 분노가 들끓었지만.

이제는... 잘 모르겠다. 과연 그가 틀린건지.

그가 이러지 않았으면, 수천명이 죽어나가도 이상하지 않았을테니.

To you, Stardus.

"하..."

그래도 이 상황에서까지, 너는 나를 위해 메세지를 남겼구나.

이건 무엇을 의미하는걸까.

나보고 묻는 것인가. 과연 수천명을 죽이려드는 빌런을 죽인 그가 정말 잘못된거냐고.

아니면 놈의 테러를 막은게, 자신한테 주는 선물이라는 소릴까.

멍하니 그걸 내려다보던 스타더스, 신하루는. 이내 결론을 내렸다.

...역시, 다 필요없고.

에고스틱. 그를 잡는데 총력을 기울여야 되겠다.

갑작스럽게 나온 결론같지만, 그녀에게는 다 이유가 있었다.

애초에 엄청난 위험성을 지닌 인물이니, 당연히 붙잡는게 맞기도 하고.

덤으로 이 메세지의 뜻. 그가 어떻게 이 빌런의 위치를 알아쳤는지, 그가 테러를 하는 이유. 이 모든걸 알아내기 위해서이기도 하고.

...그리고 에고스틱이 다른 여자랑 또 놀아나.. 아니 결탁하는것을 막기 위해서라도.

스타더스는 재차 다짐했다.

이제는 정말로, 에고스틱을 붙잡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모든걸 해야할 때라고.

***

"다인오빠. 근데 마지막에 스타더스에게...라는 메세지는 왜 적으신 거에요? 무슨 뜻이 있나요?"

"응?"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를 향해 묻는 은월이에게, 나는 당연하다는 듯 답해줬다.

"별 이유 없는데?"

"...네?"

"아니. 예전에도 다른 빌런 암살할때 스타더스 어그로 끌겠다고 그런 메세지 남겼거든. 근데 그때 생각나서 또 해봤지. 근본이니까."

"아하..."

애매한 표정을 짓는 은월이를 뒤로하고, 나는 그보더 더욱 심각한 고민을 하고 있었다.

...분명 어째 쌔한 기분이 들어서 열애설 해명까지 했는데.

어째 아직도 쌔한 기분이 안사라진다.

뭐지.

이 불길한, 뭔가 앞으론 더 빡세질거 같다는 기분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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